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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그리스 청년 알리스. |
오전 5시 30분 볼리비아 우유니에 도착하니 일찍 문을 연 카페가 없다. 서서 좀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필자는 첫 손님이 되었다. 노트북을 켜고 밀린 글쓰기 작업을 해 본다.
일정을 재조정키로 마음먹었다. 비야손으로 가서 아르헨티나 살타를 거쳐 이과수로 가는 일정이다. 이미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예매해 두었다. 늦어도 3월 4일 낮까지는 상파울루에 도착해야 한다.
그런데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아리헨티나 이과수로 가는 일정이 장난이 아니다.
1. 우유니에서 비야손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야 한다.
2. 비야손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야 한다. (택시 등을 타야 한다.)
3. 출입국 수속을 밟아야 한다.(걸어서)
4. 거기서 라 끼아까(La Quiaca) 버스 터미널로 가야한다.(택시)
5. 버스터미널에서 아르헨티나 살타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당일 구입하고 타야함)
6. 살타에서 이과수까지 버스는 장시간이고 2~3번 정도 갈아타야한다.
(비행기를 추천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태여서 가격이 거의 60만원대다.)
1. 우유니에서 비야손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야 한다.
2. 비야손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야 한다. (택시 등을 타야 한다.)
3. 출입국 수속을 밟아야 한다.(걸어서)
4. 거기서 라 끼아까(La Quiaca) 버스 터미널로 가야한다.(택시)
5. 버스터미널에서 아르헨티나 살타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당일 구입하고 타야함)
6. 살타에서 이과수까지 버스는 장시간이고 2~3번 정도 갈아타야한다.
(비행기를 추천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태여서 가격이 거의 60만원대다.)
문제는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살타로 가는 버스를 탈 여유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 버스를 놓치면 5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정이 꼬인다. 좀 과장하여 마치 007 작전 같다(?).
별빛 투어를 구상하고 한식으로 마음을 달래다
내일 오전 6시 버스를 예매한 상태다. 오늘 저녁부터 새벽까지 쏟아지는 ‘별빛 투어’를 하고 GOD's MIRROR에서 경관을 구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들 프로그램은 프라이비트(PRIVATE)로 진행되어 가격이 무척 비싸다. 900볼(1볼에 한화로 약 200원) 정도다. 참여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한 곳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오후에 최종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곳 우유니에도 한식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블로그에서 읽은 적이 있어 물어보니 근처에 있단다.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컵라면이 35볼이다. 일반라면도 같은 가격이다. 불고기 덮밥 등은 50~60 볼이다. 수크레의 한국식당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셈이다. 관광지여서 그런가 보다.
라면 맛이 생각보다 괜찮다. 정신없이 먹고 나니 속이 좀 그런 것 같아서 커피를 시켰다. 10볼이다. 커피를 마시는 데 주인이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우리말로 반갑다고 인사한다. 주인이냐고 물으니 주인이란다. 한국인이 주인인 줄 알았다고 하니 환히 웃기만 한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기란 정말 어렵다. 나름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여 반가웠다. 요즘 많은 분들이 해외에서 답을 찾고자 한국을 떠난다. 그러나 해외영업이나 비즈니스 활동이 결코 쉽지 않다. 언젠가 필자는 필리핀 등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해외사업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이 이런 말을 했다.
“해외에서 영업 특히 후진국에서의 비즈니스 활동은 근본적으로 위험하다. 왜냐하면 후진국의 현지인들은 탈법적인 행위가 허용되는 반면에 외국인으로서는 이 같은 위법, 탈법 행위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국으로부터의 보호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대응책의 하나로 일본의 정책에 눈길이 간다. 경력 많은 변호사가 해외에서 자국민을 위해 활동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다. 외국 정부의 부당하고 위법한 정책으로 해외 체류 자국민이 피해를 볼 경우 법적 대응을 할 수 있게 변호사의 해외진출을 돕는다는 것이다. 변호사 조력이 필요한 해외진출 중소기업들에게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또 일본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본 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 법 등에 익숙지 못해 불이익을 받기 쉽다. 따라서 국내에서 은퇴한 변호사들에게 해외거주를 유도하고,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게 조금만 도움을 주면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그리스 청년을 만나 큰 깨달음을 얻다
밀린 컴퓨터 작업을 끝낸 후 별빛 투어에 참여키 위해 여행사를 찾았다. 여행사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거의 4시간 반을 기다렸다. 할 수 없이 내일 아침 버스표를 오늘 저녁 8시 발(發)로 변경했다.
그런데 세상이라는 것이 좋지 않는 면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면이 있는 모양이다. 여행사 앞에서 기다리는데 근처 공원에서 알리스라는 그리스 청년을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알리스는 스페인어를 된 책을 읽으면서 연신 스페인어 사전을 뒤지고 있길래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지 물었다. 이 대화를 계기로 금세 친해졌다. 신기한 것은 그가 어제 우유니에 도착하였고 오늘 저녁 9시 버스로 라파즈로 간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급하게 가느냐”고 물으니 “이 도시에서는 달리 할 것이 없다”고 한다. 또 “어제 우유니 사막을 다 보았다”는 말도 덧붙인다. 우리는 오래 대화를 나누었고 그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리스는 남미에 온지 50일쯤 된다. 2월 중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 2주간을 보내고 파타고니아(Patagonia)에서도 2주 이상을 보냈다. 칠레를 거쳐 지금 우유니에 왔다.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끝, 아르헨티나와 칠레 두 나라의 남쪽 지역을 가리킨다.
어느 도시가 제일 좋았느냐고 물으니 그리스 청년은 부에노스아이레스라고 했다. 당초 4~5일 정도 머무르기로 했는데 너무 좋아 2주 이상을 머물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남미에서 부에노스아이에스와 쿠스코가 가장 좋다고 말하였다.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좋았다.
전공은 기계공학을 했는데 다니던 회사가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사이에 지금 여행을 하고 있다. 여행 기간은 최장 6개월 정도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발길 닫는 대로 여행 중이란다.
남미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남미는 자신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유럽이 아름답고 좋지만 유럽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유럽은 전기나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은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하지만 남미는 대부분의 시설이 미흡한데다 솔직히 말해 상상 이하다. 어떤 호스텔은 숙소의 특징의 하나로 ‘전기가 들어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유럽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지만, 역설적으로 화려한 문명 이전의 것에 더 끌린다는 것이다.
호스텔의 하룻밤 숙박료가 얼마인지를 물어보니 6~7달러라고 했다. 그런 곳도 괜찮느냐고 하자 운이 좋아서인지 좋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은 부키닷컴에서 예약을 하는 데 좋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해외여행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점을 공감하게 되어 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여행사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고 나아가 돈이라는 것은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한 것처럼 여행을 할 정도로만 있으면 된다고 했더니 깊이 공감을 하였다. 필자의 이동경로, 그러니까 상파울루, 이과수, 부에노스아이레스, 멘도사, 산티아고, 이리타, 리마, 쿠스코, 코파카바나, 라파즈를 거쳐 이곳 우유니에 왔다. 그것도 2월 중순에 출발해 보름이 채 안 걸렸다고 하니 무척 놀라워한다. “어떻게 그 많은 도시를 다 돌았느냐”길래 “버스를 타고 낮에는 구경하고, 저녁 시간에 심야 버스로 이동했다”고 하니 “좋은 방법”이라 공감했다.
이 그리스 청년은 25분 거리에 있는 ‘기차 무덤’에 한번 가보겠다고 한다. 운동 겸 해서 걸어가겠다는 것이다. 어제 투어로 갔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제대로 못 봤다는 것이다.
각자 일을 보고 2시간 후에 공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표를 내일 아침에서 오늘 저녁으로 바꾸었다. 문제는 내일 아침 버스에는 화장실이 있지만 오늘 저녁버스에는 없다고 했다.
이 그리스 청년은 25분 거리에 있는 ‘기차 무덤’에 한번 가보겠다고 한다. 운동 겸 해서 걸어가겠다는 것이다. 어제 투어로 갔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제대로 못 봤다는 것이다.
각자 일을 보고 2시간 후에 공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표를 내일 아침에서 오늘 저녁으로 바꾸었다. 문제는 내일 아침 버스에는 화장실이 있지만 오늘 저녁버스에는 없다고 했다.
한식으로 보상하다
다시 한식당을 찾았다. 간단히 커피나 마실까도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신라면이 먹고 싶어 주문하였다. 값은 35볼. 이곳에서 컴퓨터 작업을 한 후 알리스를 만나 잠시 이야기하다가 버스터미널로 가면 대충 시간이 맞을 것 같다. 이제 햇살도 약해지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라면을 간단히 먹고 있는데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와 식당이 붐빈다. 여행가이드 말에 의하면 “식당 안주인이 한국영사관에서 몇 년간 일하고 한국음식을 배워서 한식도 같이 제공한다”고 한다.
알리스와 만나기로 한 시간도 되어 공원에 갔다. 여행사 문이 열려 있다. 이미 버스표를 바꾸었기 때문에 여행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조금 있으니 요란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동네 카니발 잔치인 모양이다. 왕관을 쓴 여성이 춤을 추고 뒤에 악단이 따른다. 신기하다. 동네 전체의 잔치인 모양이다. (나중에 알리스는 결혼식 투어(Marriage Tour)일 거라고 하였으나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카니발 잔치란다.)
알리스와 만나 다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언어 이야기가 나왔다. “스페인어를 잘 하는 것 같다”고 하니 “2년 전부터 배웠다”고 한다. 그리스 정부가 스페인어 중요성을 인식하여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저렴하게 배웠다는 것이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다.
그는 “이번 남미 여행이 3년차 스페인어를 배우고 연습하는 중요한 배움의 장”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행지역 언어를 알면 여정이 알차고 현지인에게 존중받는다. 최장 6개월 정도 머물 예정이지만 단순한 여행만이 아니라 배움의 시간이어서 너무 좋다. 지금까지 50일 가량을 보냈는데 엄청나게 스페인어가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현지인과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면 친밀도가 높고 친구같이 지낼 수 있다.
남미는 거의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를 쓴다. 브라질은 다르지만 포르투갈어도 스페인어와 비슷하다. 브라질에서도 스페인어로 현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남미는 거의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를 쓴다. 브라질은 다르지만 포르투갈어도 스페인어와 비슷하다. 브라질에서도 스페인어로 현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알리스의 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간 너무 힘든 남미 여행에 대하여 회의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어서 여행의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남미는 스페인어의 살아있는 학습장
그렇다. 남미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이를 실습하는 데에 최상이다. 스페인어는 지금 영어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남미와 중미, 북미에서도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영어소통이 안 되는 현지인을 보고 불평만 늘어놨으니 얼마나 못난 행동인가? 알리스는 2년 동안 스페인어를 배우고 책과 사전을 가지고 와서 시간이 날 때마다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현지인과 친분 등을 쌓으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알리스와의 만남이 큰 행복이다.
사실 황열병이나 코로나 문제 등으로 일정을 바꾸어 다시 한 번 우유니에 오게 되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그간의 일정 중 가장 소비적인 날이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워스트 데이(Worst Day)가 베스트 데이(Best Day)가 된 것이다. 그간 깨닫지 못한 여행의 의미, 특히 남미 여행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렇다. 물가도 싸고 인심도 좋고 치안도 그런대로 괜찮고 나아가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이곳 남미에서 스페인어도 배우고 나아가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남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여정이야말로 최상의 시간이 아닌가. 향후 필자가 준비하고 있는 영국 런던대학의 비지팅 스칼라 과정을 이수하며 남미를 다시 여행하고 싶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남미에서의 비즈니스 활동을 해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번 남미 여행은 하나님께서 이와 같은 가르침을 주시려고 한 것으로 느껴졌다. 필자에게 깨달음을 준 알리스가 고마워 맥주를 샀다. 맥주 2병에 30 볼. 그랬더니 알릭스 역시 “고맙다”며 자신도 많이 배웠다고 한다.
그렇다. 물가도 싸고 인심도 좋고 치안도 그런대로 괜찮고 나아가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이곳 남미에서 스페인어도 배우고 나아가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남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여정이야말로 최상의 시간이 아닌가. 향후 필자가 준비하고 있는 영국 런던대학의 비지팅 스칼라 과정을 이수하며 남미를 다시 여행하고 싶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남미에서의 비즈니스 활동을 해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번 남미 여행은 하나님께서 이와 같은 가르침을 주시려고 한 것으로 느껴졌다. 필자에게 깨달음을 준 알리스가 고마워 맥주를 샀다. 맥주 2병에 30 볼. 그랬더니 알릭스 역시 “고맙다”며 자신도 많이 배웠다고 한다.
WORST DAY may turn out to be THE BEST DAY!
어쨌든 서로에게 지루하고 좀 의미 없는 시간으로 느꼈던 우유니에서의 다소 우울한 시간이 갑자기 엄청난 축복과 행복의 시간으로 와 닿았다. 알리스의 말이 더 걸작이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운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 날에 항상 또 다른 행복의 시간이 주어졌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운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 날에 항상 또 다른 행복의 시간이 주어졌다.”
사실, 가장 나쁜 날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생애 최고의 축복의 시간이 될지 누가 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