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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로드맵

내 삶을 바꾸는 자치(自治)분권,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地方)분권이 목표

나소열  대통령비서실 자치분권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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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핵심전략과 30대 추진과제로 구성
⊙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자치단체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
⊙ 지방분권국가 선언, 자치입법권 확대, 과세자주권 확대, 제2국무회의 도입, 지방정부 명칭 변경
⊙ 자치분권의 최종 목표는 삶의 질 향상
2017년 10월 26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전국시도지사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지난 2013년 필자는 서천군수로 일하면서 충남 서천군에 전국 최초로 ‘100원 택시’로 알려진 ‘희망택시’를 도입했다. 당시 시내버스 회사의 잦은 파업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노사정 협의를 통해 버스 대수를 줄이는 경영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런데 운행하는 버스가 줄어들자 농어촌 오지(奧地)마을 어르신들의 발이 묶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의 편리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였다. 고심 끝에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한 마을별 전담 택시를 운행하고자 했지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중앙의 각종 법률이 걸림돌이 되었다.
 
결국 지방자치법상의 주민복지 증진 조항을 찾아내 서천군의 예산지원을 통해 면 소재지 내 이동은 택시 1대당 100원, 그 밖에는 탑승자 1인당 버스 기본요금만을 내고 어르신들이 편안히 택시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하는 ‘희망택시’를 도입했다. 어르신들이 병원에 갈 때, 공들여 지은 농작물을 시장에 내다 팔 때 희망택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효자라며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시던 모습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제 희망택시는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되어 어르신과 교통 약자들의 삶과 희망을 싣고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해결책
 
이제 대한민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 장기 저성장 경제, 청년실업, 650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문제 등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고도(高度) 성장기에 설계됐던 ‘국가 중심 성장 모델’로는 사회적 현안의 해결이 요원하다. 중앙집권적 국가운영 방식은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49.5%, 지역내총생산(GRDP)의 49.4%를 수도권에 집중시키는 등 사람과 자본, 정보와 기회를 중앙에 집중시켰다.
 
반면 전체 시·군·구 중 37%, 읍·면·동 중 40%가 30년 내 소멸된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결과는 우리나라가 심각한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너무나 안타까웠던 ‘세 모녀 사건’, 최근 급증한 독거노인 고독사(孤獨死) 문제,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자살률 역시 중앙집권적 국가운영 방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필자는 ‘자치분권’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희망택시의 성공은 지역 스스로의 해결 능력을 증명했다. 서천군이 중앙정부나 타(他)지역보다 재정여건이 여유로워서 희망택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지역의 사정을 잘 알고 어르신의 불편함을 마음으로 이해한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중앙의 획일화한 법과 제도는 때로는 지역주민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차별화한 공공서비스를 제한하는 규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지역별 여건과 지역주민의 요구를 가장 잘 아는 243개의 자치단체가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난제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5대 핵심전략과 30대 추진과제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자치분권 로드맵(안)’을 마련해 2017년 10월 26일 제2회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공개했다. 로드맵은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과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목표로 5대 핵심전략 및 30대 추진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을 추진한다. 지방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치안·지역경제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주요 정책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13년 ‘국가 총사무 조사’에서도 총 4만6000여 개의 사무 중 국가사무가 약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와 같이, 여전히 핵심 기능은 대부분 중앙에 집중돼 있다. 앞으로는 중앙과 지방 간 명확한 사무 구분 기준을 마련하고, 법령제·개정 시 자치권 침해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는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를 도입해 국가-시·도-시·군·구 간 권한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 정주여건 개선 등 주민의 삶과 밀접한 주요 권한을 포괄적으로 이양해 지방의 정책결정권을 대폭 강화한다. 특히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의 분권모델을 보완·발전시켜 나가면서 자치분권의 시범실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한다. 최근 급증하는 복지비 지출과 국고보조 사업의 지속적인 증가는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치단체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권한 이양에 따른 재정 확충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지방재정의 실질적 확충을 위해 현재 8:2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3을 거쳐 장기적으로 6:4로 개편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하여 지방소비세 등을 확대함과 동시에 지역자원시설세 등 신(新)세원을 발굴하고, 비과세·감면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하는 등 자체 노력을 강화해 나간다. 개인이 자치단체에 기부할 경우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방재정 확충 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지역별 세원 불균형에 따라 지역 간 재정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역상생발전기금 확대, 지방교부세율 상향, 국고보조사업 개편 등 지역 간 재정격차 완화를 위한 균형 장치도 마련된다. 아울러 재정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등 주민에 의한 재정통제를 강화해 지방의 재정 책임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자치단체의 자치역량을 제고한다. 지난 20여 년간 민선(民選)지방자치는 한층 성숙했으나, 중앙정부의 획일화한 지침과 통제에 익숙해져 자발적인 혁신을 위한 동력이 저하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의 전문성과 역량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받는 자치분권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된다.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확대하고, 입법정책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등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역량을 제고해 집행부 견제 기능을 강화해 나간다. 자치단체가 자율적·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기준인건비 제도를 개선해 정원관리를 자율화하고, 대민(對民) 서비스 중심의 자치단체별 맞춤형 조직으로 재설계한다. 유능한 지방공무원을 양성하기 위해 채용시스템을 개선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행·재정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치단체 평가 등 정책 환류 기능을 강화하여 지방행정의 책임성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지방분권형 개헌(改憲) 추진
 
넷째, 풀뿌리 주민자치를 강화한다. 자치분권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주권자로서 주민이 주인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민자치회 등 주민대표기구는 진정한 주인으로서 역할이 미흡하였고, 지방자치의 최일선인 읍·면·동 운영이 마을공동체와 괴리된 측면이 있었다. 주민투표제·주민소환제 등 주민의 정책참여가 제도적으로는 보장되고 있으나, 제도 도입 이후 실제 실시된 사례는 각각 8건에 불과한 등 그 실효성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주민자치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주민 스스로 필요한 정책·사업을 제안하고 마을총회 등을 거쳐 선정되면 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읍·면·동의 보건·복지 현장 전담인력도 확충해 나간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엄격한 주민투표·주민소환제의 요건을 개선하고, 온라인으로 조례개폐청구 서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여 주민의 직접참여를 활성화한다.
 
다섯째,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를 구축한다. 최근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 인구감소 지역의 등장은 행정서비스 공급을 효율적으로 재정비할 필요성을 야기했다. 이제 행정구역을 초월한 자치단체 간 유연한 연계·협약제도를 도입하여 교통, 의료, 자녀교육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행정서비스를 주민편의에 맞게 제공한다. 또한 자치단체가 구성원이 되어 자치권을 갖는 ‘광역연합’을 설립함으로써 초광역권 도시행정을 실현하며, 자치단체와 특별지방행정기관 간 종합·상시적 협업체계를 제도화한다. 나아가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에 관한 공론화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듯이 지역주민이 공적 의제(議題)에 직접 참여하고 토론하는 숙의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갈등관리제도를 구현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지방분권형 개헌’은 대한민국을 중앙집권국가에서 명실상부한 지방분권국가로 탈바꿈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정치권의 의지도 강한 만큼, 바로 지금이 지방분권형 개헌을 위한 다시없는 호기라 생각한다. 지방분권국가 선언, 자치입법권 확대, 과세자주권 확대, 제2국무회의 도입, 지방정부 명칭 변경 등 지방분권형 개헌을 위한 방안들이 개헌안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치분권은 나와 이웃의 삶과 직결된 문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로드맵은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을 구현하기 위한 밑그림에 해당한다. 현재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자치단체, 학계, 일반국민 등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토대로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자치분권’의 최종 목표는 언제나 주민을 향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도 분권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으나, 주민이 체감하는 성과가 미흡했던 이유는 중앙과 자치단체 간 권한 배분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을 비전으로 제시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자치분권은 나와 내 이웃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이제 중앙과 자치단체 간의 권한을 나누는 분권(分權)에서 나아가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풀뿌리 자치(自治)를 통해 내 삶의 품격을 스스로 높여야 한다. 실질적인 주권자로서 주민과 243개의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사회적 현안에 대응할 때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나소열 대통령비서실 자치분권비서관
 
  

입력 : 2018.01.05

조회 : 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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