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리나라에 등장할 새로운 소비 패턴과 소비자들의 인식을, 신간 《트렌드 코리아 2018》(김난도 외 共著)에 담긴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해보았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단어로, 1990년대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소개된 조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2010년경 소확행은 대만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너는 나의 소확행》이란 연애소설과 함께 《안녕, 소확행!》이란 제목의 수필집이 출간된 적이 있다. 이는 대만의 인기 드라마와 유명 영화의 OST 제목으로도 사용됐다.
서구에선 꽤 오래전부터 소확행과 맥락을 같이하는 다양한 개념이 등장했었다.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요하고 조용하게 삶을 즐기는 모습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오캄(au calme)’, 화려한 장식으로 집 안을 꾸미기보다는 창가에 핀 허브를 키우며 소박하게 공간을 채워나가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 ‘라곰(lagom)’,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장작불 옆에서 핫초콜릿을 마시는 기분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 등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도 소확행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도시에서 느린 삶을 경험한다는 의미의 ‘슬로컬리제이션(slowcalization)’을 실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들로, 산으로 경치 좋은 곳으로 떠나 그곳에서 캠핑을 하는 캠핑족들이 늘고 있다. 도심에서 경험하는 소확행을 넘어 아예 한적한 시골로 잠시나마 주거지를 옮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가성비’란 말이 유행했다. ‘성능 대비 가격’이란 뜻으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건 일종의 소비자의 의무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18년엔 가성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심비(價心費)’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쓰일 전망이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살 때, 성능보다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을 더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가성비가 상품의 가격과 객관적 성능을 중시한다면, 가심비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소비자가 해당 상품으로부터 얻는 심리적 만족감이다. 즉 주관적 판단이다. 이 주관적 판단은 정확하지도, 일관되지도 않다. 그러나 가짜 약도 효능이 있다고 믿으면 그 약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위약(僞藥) 효과’, 즉 ‘플라세보(placebo)’ 형태의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정확한 기능을 알지 못해도 천연소재로 만들었다고 하면 다소 비싸더라도 구매하게 되는 경향이 대표적인 예이다. 소비자가 가격보다는 스스로의 만족[心]에 기반을 둔 구매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직장과 일보다는 개인의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형태가 늘고 있다. 그런 트렌드에서 나온 말이 바로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인 ‘워라밸’이다. 워라밸은 일과 그 외의 영역, 특히 가정생활에 에너지와 시간을 적절히 분배해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하여 만족스러운 상태를 가지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0~30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러한 패턴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의 여유를 누리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수면카페’ ‘마사지숍’ 등 패스트힐링(fast healing)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등장,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의 심신을 달래주고 있다.

 

 

언택트 기술이란 인간적 접촉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영위할 수 있는 빅 데이터·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을 의미한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대체해 주는 기술이 생활 속에 확산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컨대 아마존의 드론 배달 서비스인 ‘프라임 에어’, 알리바바가 출시한 VR 헤드셋을 착용해 쇼핑몰에 있는 것처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바이플러스(Buy+)’, 24시간 일대일 상담이 가능한 ‘챗봇 서비스’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담원을 통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인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떤 분야에서든 개인적인 취향이나 신념을 피력하는 수단으로 소비를 동원한다. 이러한 경향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meaning), 그러니까 취향과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커밍아웃’한다는 점에서 ‘미닝아웃’이 대두할 전망이다. 미닝아웃은 전통적인 불매운동이나 구매운동보다는 업그레이드된 소비자 운동이다. 미닝아웃의 표현 방식은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그 방법은 놀이처럼 변하고 있다. SNS에 자기 관심사를 해시태그로 붙이고, 축제와 같은 집회에 나들이 가듯 참석하며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담은 패션을 통해 미닝아웃을 실천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탄핵정국 당시 ‘#그런데최순실은’이란 해시태그는 정치적인 관심과 공분(公憤)을 끌어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일조했고, 그 이듬해 치러진 대선에서도 SNS를 통한 투표 인증은 젊은층들에게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자신만의 의미부여는 제품을 통해서도 투영된다. 명품 브랜드가 생산하는 티셔츠에 ‘여자가 미래다(Future Is Female)’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We are all human being)’이란 프린트를 새겨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패션을 통해서도 드러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패셔니스타들을 통해 선보여짐으로써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