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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미국 상·하원이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감세(減稅)’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미국을 앞지르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당초 우리나라 국회는 지난 5일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정부안을 통과시켰다. 인상안이 통과되지 못했더라도 22%였기 때문에 21%로 결정된 미국 법인세율보다 높은 편이었으나, 오히려 법인세 인상을 추진해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됐다.
미국의 법인세 대폭 하향 조정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가 경제 활성화와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역주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986년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은 46%였던 법인세율을 2년간 34%로 낮춘 적이 있었으나 그 후 30년 넘는 세월 동안 법인세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세계적인 시장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노린 외국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를 틈타 침입해 올 수 있는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법인세율은 인하 추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등 파격적 감세 정책을 통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돌아오게 만들고, 미국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해 내겠다고 공언했다.
법인세 인하 세계적 추세 되나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감세 기조다. 프랑스 정부는 현행 3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25%로 내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영국은 20%에서 19%로, 스페인은 28%에서 25%로, 이탈리아는 27.5%에서 24%로 법인세 인하 경쟁에 동참했다. 이웃 나라 일본 또한 2013년 37%였던 법인세율을 내년 29.74%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선진국 대열의 맨 앞에 있는 미국이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면서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이 더욱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1980년대에는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상징되는 미국과 영국의 감세 정책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정책 결정이 가지는 국제적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도 절세를 위해 미국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민간 경제 연구소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법인세를 적게 내는 미국에 현지법인을 신설하거나 확장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역전으로 국내에 생겨야 할 일자리와 세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상황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기업, 감세 통해 고용과 투자 늘려 성장 효과 있을 것”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한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623조 원)의 감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 진영은 해당 법안의 시행 효과를 두고 “중산층 감세 조치도 많고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로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감세를 통해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려 장기적으로 3~5%의 경제성장과 개인당 연 4000달러의 소득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낙수 효과’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국 등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며 법인세 인상을 고수한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이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린 상황에서 미국이 법인세율을 인하시킴에 따라 향후 10년간 국내 투자가 14.3% 감소하고 GDP(국내총생산)는 5.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법인세 외에 환경부담금 등 다른 부담도 크다”며 “감세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투자 감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