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8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노조 결의 대회가 열렸다.
삼성그룹이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일대 변혁의 길을 택했다. 최근 검찰이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 수사를 벌이는 중에 결정된 사안이라 재계의 관심이 크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그룹 창립 이후에 철칙으로 지켜온 원칙이다.
삼성의 노조 활동이 보장되는 곳은 삼성전자서비스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998년, 삼성전자의 서비스 사업 부문이 분사해 만든 삼성전자의 자회사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90여 개 협력업체 직원 8000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큰 틀에 대한 협의를 끝냈고, 조만간 세부 내용을 합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 제품의 서비스 업무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의 구조였다. 하지만 회사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흡수함에 따라 앞으로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로 단순해진다. 비(非)정규직 삼성전사 협력체 직원들의 신분은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 ‘삼성맨’으로 바뀐다.
이번 합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합법적인 노조 활동 보장’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 직원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이를 인정해 달라면서 소송도 냈다. 하지만 올 초, 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1300여 명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협력업체 실체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근로자 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서비스가 이들을 고용함으로써 노조 활동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앞으로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노사 양측이 갈등 관계를 해소하고 미래지향적인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결정이 검찰의 '삼성 노조 와해 문건 수사'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