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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방시대〈2〉 전북 군산시 - 전남 강진군

강진(康津)

남도(南道) 답사 1번지 | 군(郡) 단위 첫 ‘방문의 해’ 추진 | 유배지에서 체험 관광도시로 변신

조홍복  조선일보 호남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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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약용의 유배지, 고려청자의 본향, 영랑 김윤식의 고향
⊙ 경제불황 속 기초지자체 방문의 해 선포… ‘2019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
⊙ ‘감성소통행정’ ‘Only1 Best1’ 정책 추진해 온 강진원 군수, “향후 3년 강진 미래발전 좌우한다”
 
  전남 강진군이 남해안 관광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 8월 말 현재 관광객 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29만명이 늘었다. 22% 증가한 수치다. 강진의 10개 관광지에 무인계측기를 설치해 조사한 결과다. 가우도 같은 ‘유명’ 관광지는 63만명이 찾아 지난해 46만명보다 27%가 늘기도 했다. 한정식을 포함한 요식업과 숙박업 매출은 10~30%씩 늘었다고 한다. 농수산특산물 판매액 또한 10% 증가했다. 주말이면 강진읍에서 마량면, 마량항, 놀토수산시장을 잇는 국도 23호선이 관광객 차량으로 정체를 빚기도 한다. 평소보다 두 배쯤 시간이 더 걸린다. 이재이 강진군 홍보팀장은 “여름 휴가철 강진청자축제 때나 한 시간 넘게 차가 막히곤 한다”며 “축제와 무관하게 관광객으로만 차량 행렬이 이어질 때가 잦아졌다. 강진에서 이런 모습은 난생처음 봤다”고 말했다.
 
 
  은둔자의 낙향지, 유배객의 귀양지
 
  강진은 고요했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고려청자의 본향, 영랑 김윤식의 고향으로 대변되는 이곳은 ‘남도답사 일번지’로 유명하지만 화려한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물리적 거리도 멀었다. 1990년대 서울에서 버스로 7시간이 걸렸다. 요즘은 2시간 넘게 단축됐다. 광주광역시에선 승용차로 1시간 정도면 닿는다. 그럼에도 수년 전까지 남도 특유의 소박한 정서 체험 위주의 답사객 발길이 종종 이어질 뿐이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자신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1993년)》에서 “옛날의 영화를 말해주는 대단한 유적과 유물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한 곳이며, 지금은 반도의 오지로 어쩌다 나 같은 답사객의 발길이나 닿는 이 조용한 시골은 그 옛날 은둔자의 낙향지이거나 유배객의 귀양지였을 따름”이라고 했다.
 
  화려한 무대 조명을 받은 적이 없는 강진이 관광지로 뜨고 있다니. 강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강진원 군수, ‘2017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방문의 해’ 강력 추진
 
‘열린 행정’ ‘사람 중심의 행정’을 추진 중인 강진원 강진군수는 “지역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보람이 있다”고 했다.
  이 답을 구하려고 지난 9월 6일 강진군청에서 강진원(58·姜珍遠) 군수를 만났다. 강진 거리 곳곳엔 ‘2017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방문의 해’라고 적힌 홍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격식 없는 정장 차림의 그는 “지역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보람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진 작천면 내기리에서 태어난 강 군수는 2012년 4월 보궐선거로 자신의 고향 군수가 됐다. 이름처럼 “‘강진’의 넘버‘원’”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1987년 31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전남도 기획계장, 정책기획관, 기업도시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단체장 중에서도 대표적인 행정 전문가로 통한다.
 
  ‘열린 행정’을 들고나온 강 군수는 자율적으로 일하는 역동적인 조직을 강조했다. 군민이 군정을 주도하는 ‘사람 중심의 행정’을 내세웠다. ‘강진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 아래 세속(주민속·현장속·가슴속)을 파고드는 ‘감성소통행정’을 폈다. 각계각층 군민이 군정의 정책수립과 집행, 평가에 참여하도록 했다. 16개 정책위원회를 군정 자문기구로 구성하고 운영하면서 주민과의 ‘스킨십’에 공을 들였다.
 
  2014년 7월 재선에 성공했다. 민선 6기 정책 기조는 관광에 방점을 찍었다. ‘강진의 경쟁력은 강진다움에 있다’는 전략인 ‘온리원 베스트원(Only1 Best1)’을 정책 기조로 삼고 관광으로 미래 백 년을 준비하는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올해 추진한 ‘강진 방문의 해’ 행사는 그 첫 결과물이자 자신감의 반영이다.
 
 
  인구절벽 처한 지방, 군(郡) 단위 첫 ‘방문의 해’ 도입
 
강진원 강진군수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순천의 순천만습지 못지않은 명소로 만들겠다”며 “강진만 갈대숲은 강진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 기초지자체에서 방문의 해를 스스로 시행한 건 이례적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읍내 식당에서 한 직원이 ‘우리도 방문의 해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 그해 5월 2일 군민의 날에 내년이 ‘강진 방문의 해’라고 선포해 버렸다. 수원시가 지난해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진행했고, 군 단위에선 우리가 처음이다. 공무원도 군민도 놀라면서 걱정을 했다. 우리의 힘으로 되겠느냐는 비관론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체육관광부는 광역지자체의 방문의 해 추진은 제도적으로 지원해 줬다. 돌아가면서 예산을 지원해 준 것이다. 기초단체에 대해선 그런 예산 지원 제도가 없었다. 우리 군 관광 예산에다 군민의 역량과 공무원의 열정을 더해 강진 방문의 해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군 단위 지자체는 ‘인구 절벽’과 ‘인구 소멸’이 심각한 상황이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절박하다. 더욱이 경제불황으로 농어촌 지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대로 주저앉게 된다.”
 
  올해는 강진이란 지명이 생긴 지 600년이 됐다고 한다.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도를 담당했던 전라 병영성 축성 6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성곽만 일부 남아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인 전라 병영성은 강진 병영면 성남리에 있다. 주변에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과 와보랑께박물관 등의 관광지가 있다. 올해는 또 다산의 《경세유표》 저술 200주년, 강진의 고려청자 재현 성공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강 군수는 “뭔가 일이 되려고 여러 역사적 사건의 해와 주기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 방문의 해를 시행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
 
  “1990년대 후반 전남도 기획계장 시절 여수엑스포 개최를 최초로 제안했다. 당시 호남 쪽 발전 전략의 하나로서 엑스포를 기획한 것이다. 도로 건설 등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은 논리 빈약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다. 대형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 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봤다(당시 여수엑스포를 앞두고 10조원이 넘는 SOC 투자가 이뤄졌음). 2012년 5~8월 엑스포를 치른 여수는 이제 한 해 1300만명이 찾는 남해안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엑스포 때 갖춘 관광 인프라와 시민의식 성장이 밑바탕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강진도 방문의 해를 통해 관광도시로 도약하고자 한 것이다. 앞서 착실히 준비해서 청자타워와 짚트랙(공중하강체험시설)이 있는 가우도, 음악과 음식이 어우러진 오감통, 마량놀토수산시장, 영랑생가 옆 세계모란공원, 강진만 생태공원의 갈대숲 등 새로운 관광지를 많이 발굴하고 개발했다. 여기에 관광객을 맞이하는 군민의 친절과 청결 유지 등 관광에 필요한 서비스 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을 군이 주도적으로 했다. 올해와 향후 2~3년 일부 시행착오를 거치면 관광도시로서 기반을 다질 것으로 본다.”
 
 
  청자 가마터 188기 소재, 국보·보물로 지정된 청자 80%가 강진산(産)
 
  ― 확실히 강진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군민이나 관광객, 다른 지자체 등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과거엔 강진은 스치는 관광지에 불과했다. 장흥과 해남에 왔다가 중간에 영랑생가, 다산초당, 청자박물관을 들르는 기착지였다. 말 그대로 잠깐 답사만 하고 가는 사람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려고 2015년 1월 군 단위로는 이례적으로 관광만 전담하는 조직인 ‘강진군 문화관광재단’을 만들었다. 관광객 유치와 안내, 사후 관리, 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이 주요 임무다. 우리만의 단독 관광상품을 만들었고, 이제 관광업계가 여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광주·부산·대구·대전 4개 광역시 현지 여행사와 계약해 올해 2월부터 강진시티투어 버스를 운행한다. 주말에 45인승 버스가 이 4개 광역시에서 출발해 강진에서만 하루나 이틀 머무는 관광객을 태우고 온다. 거의 만석이다. 이들은 오로지 강진에서만 추억을 만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승용차나 대중교통편을 통해서도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관광객이 물밀 듯이 오고 있다.
 
  여러 성과가 쌓이면서 군민의 눈빛이 달라졌다. 공무원과 군민이 똘똘 뭉쳐 힘을 합하면 ‘전인미답이었던 관광의 정상도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관광객도 ‘강진은 근사하다’ ‘강진은 특별하다’ ‘강진은 즐겁다’ 등의 경험을 하고, 그것을 SNS나 말로 소문을 퍼뜨린다. ‘관광의 물레’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이미 형성됐다.”
 
  면적 500.93km2에 1개 읍과 10개 면 등으로 구성된 강진의 인구는 3만7000여 명. 대구면 일대에서 9세기부터 고려청자를 만들었다. 청자의 고향으로 불린다. 전국에서 발견된 청자 가마터 400여 기 중 188기가 강진에 있다. 우리나라 국보·보물로 지정된 청자의 80%가 강진산이다. 이 조용하고 작은 고장은 북쪽으로 월출산 천황봉을 분기점으로 영암군과 경계를 이룬다. 서쪽은 해남군, 동쪽은 장흥군과 접해 있다. 청정 해역 강진만 남쪽은 완도군과 경계가 갈린다. 이런 지형 탓에 해남과 장흥을 한데 묶은 관광지 중 한 곳으로 알려졌다. 강진만의 단독 여행상품은 없었다. 해남·완도·장흥·제주를 가다 한 번쯤 스치는 답사지로서의 인식이 강했다.
 
  이제 강진의 관광을 견인하는 곳은 가우도와 마량놀토수산시장, 오감통, 푸소 농가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기존의 영랑생가, 다산초당, 청자박물관 등에도 관광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강진만 한가운데 자리한 가우도는 강진의 8개 섬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군청에서 차로 10분 거리. 섬 면적은 0.29km2, 해안선 길이가 고작 2.4km에 불과한 아담한 섬이다. 2012년 개통한 전국에서 가장 긴 해상인도교(가우도 출렁다리)가 강진의 명물이 됐다. 대구면을 잇는 출렁다리(438m)와 도암면을 연결하는 출렁다리(716m)를 거쳐 걸어서 바다 풍경을 만끽하며 섬에 들어간다.
 
  섬 해안선에는 2.5km 길이의 생태탐방로가, 25m 높이의 산꼭대기에는 강진만을 조망하는 청자타워와 짚트랙 시설이 각각 설치돼 있다. 섬에서 가까운 거리에 다산초당과 백련사, 청자박물관이 있다. 요즘은 토요일마다 마량항 방파제에서 장이 서는 마량놀토수산시장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중간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73만명이 찾은 이 섬에 올 8월 말에만 63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강 군수는 “광주·전남에 24개의 타워가 있는데 모두 건설비와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적자를 기록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애초에 청자타워를 수익형 체험시설로 만들었고 유료로 이용하는 짚트랙 수요가 많아 유일하게 흑자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성 수학여행과 체험·체류형 관광 모델 ‘푸소’
 
강진에는 10월에 가을 축제가 집중돼 있다. 강진작천 황금들 메뚜기 축제(9월 29~30일)를 시작으로 10월부터 강진마량미항축제(10월 4~6일), 강진케이-팝(K-POP) 콘서트(10월 21일 오후 7~9시), 제24회 남도음식문화 큰잔치(10월 20~22일), 제2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10월 27일~11월 12일)가 이어진다.
  ― 가우도 외 최근 많이 찾는 다른 관광지도 소개해 달라.
 
  “2015년 3월 개장한 마량놀토수산시장은 최고 신선·최고 품질·최고 저렴의 ‘3최’와 수입산·비브리오·바가지요금이 없는 ‘3무’ 약속을 지키는 명품 수산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토요일에만 장이 서기 때문에 이때 관광객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강진은 ‘감성 여행 1번지’이기도 하다. 오감통과 푸소가 감성 여행을 이끈다.”
 
  2015년 7월 강진읍시장 옆에 조성한 오감통은 음악과 시장, 먹거리타운을 한곳에 모아놓은 공간이다. 연습실과 최신 녹음실 등을 갖춘 음악창작 건물도 따로 있다. 관광객은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강진의 맛을 보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단체 관광객이 미리 주문하면 맞춤형 음악 공연을 오감통 야외공연장에서 즐길 수도 있다. 지난해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이제껏 오감통 음악 관람 인원은 5만명이 넘는다. 방문객은 “시골에 이런 멋진 음악 허브가 있나” 하며 놀란다. 강 군수는 1999~2001년 미국 유학 시절 경험을 군정에 적용했다. 1970년대 침체일로를 걷던 미국 미주리주 브랜슨시가 은퇴 무명 가수를 불러모아 음악 도시로 거듭난 사례를 거울삼았다.
 
  ‘푸소(FU-SO)’는 감성 수학여행과 새로운 체험·체류형 관광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푸소는 영문 ‘필링 업-스트레스 오프(Feeling UP-Stress Off)’의 머리글자를 합친 것이다. 기분을 끌어올리고 스트레스는 떨쳐버리자는 뜻이다. 농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농촌의 정과 감성을 경험하는 체험 행사로 120여 개 농가가 참여 중이다. 푸소 체험은 도리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7월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 ‘2019년 올해의 관광도시’로도 선정됐던데.
 
  “문체부가 매년 3개 지자체씩 올해의 관광도시를 선정하는데 강진이 전남에서 유일하게 ‘2019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됐다. 3년간 전체 사업비 50억원 중 절반을 국비로 지원받게 된다. 전국 240개 지자체와 경쟁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테마관광도시’를 내세워 쾌거를 이뤘다.”
 
  10월 가을 축제가 집중돼 있다. 강진작천 황금들 메뚜기 축제(9월 29~30일·작천면 축산기술연구소)를 시작으로 10월부터 강진마량미항축제(4~6일·마량미항 중방파제), 강진케이-팝(K-POP) 콘서트(21일 오후 7~9시·강진군 종합운동장), 제24회 남도음식문화 큰잔치(20~22일·강진만 갈대숲), 제2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27일~11월 12일·강진만 갈대숲)가 이어진다.
 
  강 군수는 특히 “강진만 생태공원을 순천의 순천만습지 못지않은 명소로 만들겠다”며 “강진만 갈대숲은 강진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강진읍내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떨어진 강진만 갈대군락지에는 1131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짱뚱어와 붉은발말똥게 등 각종 갯벌 생물을 코앞에서 관찰하는 길이 2.8km 생태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찬바람이 불면 천연기념물 201호 큰고니(백조)가 날아와 월동한다.⊙

입력 : 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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