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 美 CEO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 월간조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투’(나도 당했다) 폭로가 미국 재계로까지 번졌다. 윈 리조트그룹 회장이 물러난데 이어 완성차 업체인 포드의 부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보름 만에 미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최고 경영자가 물러난 것이다.

《CNN MONEY는》 지난 21일 “포드 북미 지역 본부장이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퇴출 당했다”(Ford’s president of North America is out over ‘inappropriate behavior’)라고 보도했다. 마크 트루비 포드 대변인은 “최근 몇 주 동안 익명의 제보를 받았고 진상 조사에 나선 결과 라지 나이르 부회장이 사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드사는 이 문제는 간단히 다루지 않았다. 최고 경영자와 문제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까지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짐 해켓 포드 사장은 “우리가 심사 숙고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 늘 사람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포드와 맞지 않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나이르 부회장은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포드가 그동안 표방해 온 리더십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했다”고 공개 사과했다. 이들 세 사람 모두 ‘성 추문’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는 사실로 보인다. 《뉴욕타임즈》역시 포드 부회장의 퇴출을 심각하게 다루면서 “성범죄 피해자들의 폭로 캠페인인 ‘미투’의 운동이 확산된 가운데 물러난 유력인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기 불과 보름 전, 스티븐 윈 윈리조트그룹 회장도 CEO를 사임했다. 그는 윈리조트그룹의 회장으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황제’로 불린 이다. 윈 회장은 “나에 대한 부정적인 주장이 홍수처럼 제기되고 사실 여부와 상관없는 성급한 판단이 내려지고 있어 더 이상 경영자 역할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지난 2월6일 밝혔다. 윈 회장 역시 ‘성추문’ 관련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당시 《월스트리트》탐사 보도팀은 윈 회장의 전 부인과 호텔 여직원들의 소송 자료를 이용해 “윈 회장이 수 십 년간 여직원들에게 성행위,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고, 여직원 10여명에게 부당한 체중 감량을 강요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1월16일자)했다. 이 보도로 인해 윈 회장은 공화당 전당대회 재무위원장에서 물러났고, 모교인 펜실베니아대학에서 받은 명예박사 학위도 박탈당했다.

글=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