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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국부책(國富策) (자이위중 著 | 더숲 刊)

《관자》를 빌려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합리화

글 :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경제학 박사  kwonhc@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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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자이위중(翟玉忠)이 지은 《국부책》(國富策 홍순도·홍광훈 옮김)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國富論)과 그 제목이 아주 유사하다. 하지만 《국부책》의 부제(副題) ‘서양경제학에 대한 동양경제학의 재정립’이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두 책의 내용과 그 시사하는 바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우선 《국부책》은 시장(市場)경제 내지 시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어쩌면 반(反)시장의 기초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저자인 자이위중이 볼 때 시장경제는 필연적으로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를 낳는다.
 
  또 그가 바라보는 교환이나 무역은 윈-윈(win-win) 게임이 아니라 철저히 윈-루즈(win-lose) 게임이다. “사실 영국의 자유무역 이론은 무역 파트너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을 전제하거나 대가(代價)로 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역을 적국(敵國)을 와해시키는 전략(戰略)으로 사용할 것에 대해서까지 언급한다.
 
 
  국가주의 경제학
 
  또 《국부론》과 경제학에서는 개인이 출발점이지만 《국부책》에서는 철저하게 국가 혹은 왕(王) 혹은 정부가 우선이다. “경제를 연구하는 사람은 개인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집단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부책》은 철저하게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정책 수단은 국가가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자인 자이위중은 시장에서의 모든 유통 경로를 정부가 통제하고 장악하여 자유자재로 수량과 가격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고, 또 자본까지도 완벽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장을 완전히 없애거나 자본을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모든 유통경로를 정부가 통제하고 자본까지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면, 그러한 경제를 시장경제, 자본주의 경제라 할 수 있는가. 어떤 경우 《국부책》은 자본가들의 자본을 강제로 빼앗는 방법에 대해서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정부(군주)와 일반 백성(농민)을 위한 일이라는 명분하에.
 
  이 책을 읽을 가치가 하나 있다면, 사회주의 이념을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실행하고 있는 현 중국 지도자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것을 자신들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정당화해 보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역대) 중국 정부는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았다. 전체 사회의 균형 발전을 위해 항상 중립의 위치를 고수했다”고 하면서 “현재 중국 정부도 그러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국가가 우월한 위치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좌지우지하는 것이 옳다는 것, 민주주의니 하는 ‘허황된 것’으로 훌륭한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훈계조의 말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본을 가진 사람만이 민주주의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反美정서 노출
 
  게다가 중국우월주의 사상에 빠져 있는 중국인들의 흔적이 여러 군데에서 목격된다. 그러다 보니 세계 초(超)강대국인 미국에 대한 반감과 열등감도 보이면서 대미(對美) 경제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을 이렇게 평가한다. “미국 자본가 집단이 대외적(對外的)인 약탈을 통해 ‘자국(自國) 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한편 민주화의 허울을 쓴 자본자유화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수호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국부책》에서 동양경제학 운운했지만 이 책은 보편적 원리에 기초한 학(學)이라고 하기에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저서에서 인용되는 《관자》(管子)라는 책은 지난 2000년 동안이나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무시를 받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국부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이 왜 다른 고전과 달리 2000년간이나 무시를 받아왔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저자인 자이위중은 그 책이 “사기와 협잡을 가르치는 책으로 극단적으로 오도됐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 책은 어김없이 사기와 협잡을 가르치는 책이다. 그래서 무시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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