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6월 초까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5개 팀 가운데 최하위
⊙ 몸값 높은 선수도 없이, 구단이 키워낸 선수들이 한몫해 준 것이 영광의 이유
⊙ 몸값 높은 선수도 없이, 구단이 키워낸 선수들이 한몫해 준 것이 영광의 이유

- 캔자스시티는 올 시즌 합류한 아오키 노리치카(가운데) 등 몸값이 싼 선수들과 자체 발굴한 유망주들을 활용해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만년 약체로 분류된다. 재정 상태도 좋지 않다. 캔자스시티의 올 선수단 연봉총액은 9208만1943달러(약 1001억원)로 LA 다저스의 연봉총액인 2억3530만 달러(약 2558억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재정이 넉넉지 않으니 우수한 선수를 영입할 수 없고 좋은 성적을 내기도 어렵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캔자스시티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도 적고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만한 선발투수진도 약했다. 그럼에도 올 정규시즌에서 89승 73패 승률 0.549의 호성적을 거둬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 진출’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들이 몰고 온 돌풍은 쉬 멈추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캔자스시티는 와일드카드(wild card) 결정전(단판승부)을 필두로 5전 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와 7전 4선승제의 챔피언십시리즈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최후의 승자를 가르는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8전 전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캔자스시티가 처음이다. 가히 ‘괴력’이라 할 만하다. 또한 만년 약체 캔자스시티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무려 29년 만의 일로 사람들은 이를 ‘언더독(underdog)의 기적’이라고 했다.
캔자스시티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팀으로 미주리주(州) 캔자스시티를 연고로 1969년에 창단했다. 창단 초기에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전력 보강에 성공하며 1980년대 중반까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서부지구 1위(6회)를 비롯해 아메리칸리그 우승(2회)은 물론 1985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그러나 1994년 서부지구에서 지금의 중부지구로 편성된 후에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4년과 2003년을 제외하면 시즌 승률 5할을 넘긴 적이 한 차례도 없을 만큼 매년 하위권에 머물렀다.
인색한 투자가 불러온 장기간 성적부진
캔자스시티 초대 구단주인 유잉 카우프만(Kauffman)은 투자에 관대했다. 사업가였던 그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과거 캔자스시티에는 마이크 스위니, 자니 데이먼, 카를로스 벨트란 등 정상급 선수들이 많았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성장한 잭 그레인키(31·LA 다저스)도 과거 캔자스시티에서 뛰었다.
특히 캔자스시티가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던 1985년, 팀의 에이스였던 브렛 세이버하겐(50)은 당시 정규시즌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87의 빼어난 성적을 거둬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Cy Young award)’을 수상했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또한 그의 몫이었다. 세이버하겐은 4년 뒤인 1989년에도 사이영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1993년 카우프만이 사망한 후에 캔자스시티를 인수한 월마트(Wal-mart) 회장은 투자에 인색했다. 그리고 이는 우수한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계기가 됐고 장기간 성적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메이저리그 시즌이 개막했을 때 미국 현지 언론과 야구 관계자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캔자스시티를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캔자스시티는 마치 그런 예상이 당연하다는 듯 6월 초까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5개 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었기에 당연하게 여겨졌다.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그랬던 캔자스시티가 6월 초부터 연승을 거듭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10연승을 거두고 중부지구 1위 자리에 올라섰다.
구단 내 유망주 육성에 공들인 캔자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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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자스시티가 발굴 육성한 외야수 알렉스 고든(왼쪽)과 포수 살바도르 페레즈. |
또한 이들 모두는 캔자스시티가 발굴해서 키워낸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외부에서 몸값이 비싼 유명선수를 영입할 수 없었던 캔자스시티는 대신 구단 내의 어린 선수들을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육성한 것이다. 게다가 올 초 팀에 합류한 아오키 노리치카(32)를 비롯해 알시데스 에스코바(28), 로렌조 케인(28), 오마 인판테(33) 등 외부에서 비교적 저가에 영입한 선수들 또한 좋은 활약을 펼쳐 캔자스시티는 한층 더 강한 전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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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캔자스시티에 합류한 로렌조 케인. |
당시 아오키 근처에 있던 캔자스시티의 베테랑 투수 브루스 첸(37)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기자에게 “올 시즌 젊은 투수들이 치고 올라와 비록 선발에서 불펜투수로 보직이 변경됐지만 팀 성적이 좋으니 괜찮다”며 “지금의 분위기를 잘 이어가 포스트시즌 끝까지 살아남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캔자스시티의 미래로 불리는 내야수 에릭 호스머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손목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빠져 있지만 조만간 합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부상을 안고서라도 뛰고 싶다”고 말했다.
캔자스시티 ‘돌풍’의 초석이 된 이바네즈의 ‘형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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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자스시티 ‘돌풍’의 초석이 된 ‘형님 리더십’의 주인공 라울 이바네즈. |
캔자스시티 외야수 제로드 다이슨(30)은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바네즈의 영향으로 우리는 서로 믿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이슨은 또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야수 알렉스 고든의 생각도 비슷했다. 고든은 “우리 팀이 올 시즌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바네즈의 영향이 크다”며 “선수단 미팅에서 이바네즈가 강조한 ‘자신감’이 선수들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이를 통해 그동안 선수들 사이에 만연해 있던 패배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바네즈는 지난 7월 23일 가진 선수단 전체 미팅에서 자신의 빅리그 경험을 토대로 캔자스시티 동료들에게 ‘본인의 재능을 믿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대해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같은 이바네즈의 ‘형님 리더십’은 결국 만년 약체 캔자스시티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는 데 초석이 됐다.
쿠바계 미국인인 이바네즈는 올해로 메이저리그 경력 19년째의 베테랑이다. 그는 199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시애틀에 입단하며 프로에 진출했지만 2002년이 돼서야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수가 됐다. 이후 이바네즈는 필라델피아-뉴욕 양키스-시애틀-LA 에인절스를 거쳐 지난 6월 말 캔자스시티로 이적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수명이 6년도 채 되지 않는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무려 19년이란 세월 동안 살아남은 이바네즈는 포기를 모르는 ‘의지의 사나이’로 유명하다.
이바네즈 또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지 간에 팀 성적에 기여하고 싶다”며 “현재 우리 팀 성적이 좋은 만큼 반드시 29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바네즈는 메이저리그 선수 중 ‘가장 친절하고 유쾌한 선수 투표’에서 짐 토미(은퇴)에 이어 2위에 뽑힐 만큼 인성이 뛰어난 선수이다. 지난해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이바네즈는 올 6월 성적부진을 이유로 방출됐지만 캔자스시티는 그를 전격 영입했다. 이바네즈의 오랜 빅리그 경험과 뛰어난 인성 그리고 포스트시즌 경험 등이 캔자스시티의 젊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바네즈는 지난해 9월 시즌 29호 홈런을 터트려 테드 윌리엄스(작고)와 함께 40세 이상 메이저리그 선수 중 단일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바네즈는 또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2012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3차전 9회말에 대타로 나와 동점홈런을 터트렸고, 그 기세를 몰아 연장 12회말에는 끝내기 홈런도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령 포스트시즌 끝내기 홈런이었다. 이처럼 경험이 풍부한 이바네즈를 영입한 캔자스시티 구단의 판단은 옳았고 결국 이들은 하나로 뭉쳐 29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발 야구’로 시작된 ‘캔자스시티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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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자스시티의 ‘발 야구’를 주도한 외야수 제로드 다이슨. |
캔자스시티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7회말까지 오클랜드에 3대 7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예상이 맞는 듯했다. ‘혹시나’ 했던 팬들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려는 8회말, 캔자스시티는 안타 3개와 도루 4개 그리고 볼넷 1개를 묶어 3점을 뽑았다. 경기는 6대 7 한 점 차로 좁혀졌다. 8회말 공격에서 도루를 무려 4개나 성공시킨 캔자스시티의 ‘발 야구’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도 이어졌다. 선두 타자가 우전안타를 터트리고 진루하자 캔자스시티는 대주자 다이슨을 내보냈다. 다이슨은 후속 타자 에스코바의 희생번트로 2루에 진루한 뒤 다음 타자 아오키의 타석 때 3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아오키의 외야 희생 플라이 때 홈을 밟아 7대 7 동점을 만들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캔자스시티는 연장 12회초에 오클랜드에 한 점을 허용해 경기는 7대 8로 뒤집혔다. 하지만 12회말 반격에 나선 캔자스시티는 1사 주자 3루 상황에서 터진 콜론의 내야 안타로 8대 8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7번 타자 페레즈가 끝내기 안타를 터트려 무려 4시간45분 동안 이어진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이날 캔자스시티가 달성한 7개의 도루는 메이저리그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팀 최다도루 타이 기록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은 오클랜드에 뒤졌지만 승리를 향해 포기하지 않았던 캔자스시티의 ‘발 야구’가 결국 승리를 가져온 셈이다.
‘발 야구’로 살려낸 희망 ‘홈런’으로 이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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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포를 가동하며 팀 승리에 기여한 캔자스시티 내야수 에릭 호스머. |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은 또 빗나갔다. 캔자스시티는 에인절스와 맞붙은 ALDS 1차전에서 9회까지 2대 2 동점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 승부에 돌입한 캔자스시티는 11회초 공격에서 3루수 모스타카스가 쏘아 올린 솔로홈런에 힘입어 3대 2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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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는 등 포스트시즌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낸 3루수 마이크 모스타카스. |
ALDS 3차전에 돌입한 캔자스시티는 경기 초반에 터진 호스머의 투런포와 모스타카스의 솔로홈런 등을 묶어 승기를 잡은 뒤 이를 경기 끝까지 지켜내 8대 3 완승을 거뒀다. 5전 3선승제인 ALDS의 승자가 된 것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발 야구로 승리한 캔자스시티는 ALDS에서는 전혀 다른 무기인 홈런포를 가동하며 승리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올 시즌 팀 홈런 100개를 넘지 못한 유일한 팀이 캔자스시티라는 것이다. 이들이 기록한 홈런 수는 고작 95개. 이는 올 시즌 팀 홈런 전체 1위인 볼티모어의 211개는 고사하고 ALDS에서 맞붙은 에인절스의 155개보다 무려 60개나 적은 수치이다. 결국 올 시즌 팀 홈런 꼴찌였던 캔자스시티가 홈런포를 앞세워 강호 에인절스를 침몰시킨 것이다.
‘팀 홈런 1위’ 볼티모어마저 침몰시킨 캔자스시티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에인절스를 격파하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 진출한 캔자스시티는 올 시즌 팀 홈런 1위를 기록한 거포구단 볼티모어를 만났다. 하지만 더 이상 캔자스시티의 열세를 논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발 야구는 물론 홈런포까지 가동하며 전문가들의 예상을 번번이 빗나가게 한 캔자스시티는 더 이상 만만한 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조차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ALCS는 마지막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또다시 이변이 속출했다. 캔자스시티는 ALCS 1차전을 8대 6으로 승리하더니 2차전 역시 6대 4로 승리했고 3차전과 4차전 모두 2대 1 한 점 차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4차전에서 마감했다. 올 시즌 팀 홈런 1위였던 거포구단 볼티모어가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무너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로 포스트시즌에서 8전 전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캔자스시티가 우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샌프란시스코는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강팀이었다. 이전 기록까지 합하면 모두 7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명문구단이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에는 좌완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25)가 있었고, 당대 최고의 포수로 불리는 버스터 포지(27)까지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했다. 게다가 이들은 2010년과 2012년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맞서는 캔자스시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열정뿐이었다.
범가너의 벽을 넘지 못한 캔자스시티의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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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는 캔자스시티의 돌풍을 잠재우며 2014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
그러나 캔자스시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차전을 내준 캔자스시티는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홈런 포함 10안타를 몰아치며 전날의 패배를 7대 2 승리로 깨끗하게 갚아줬다. 1차전에서 범가너라는 높은 벽에 부딪히며 좌초할 뻔했던 캔자스시티가 곧바로 반격에 성공하며 월드시리즈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반격에 성공한 캔자스시티는 그 여세를 몰아 3차전도 3대 2 한 점 차로 승리했다. 캔자스시티가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갔다. 그러자 샌프란시스코가 4차전에서 11대 4로 대승하며 멍군을 불렀다. 5차전에서 또다시 에이스 범가너를 내세운 샌프란시스코는 캔자스시티에 5대 0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을 3승 2패로 뒤집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캔자스시티는 6차전에서 10대 0 대승을 거두며 전날 당했던 완패의 수모를 더 크게 돌려줬다. 시리즈 전적 3승 3패로 맞선 두 팀의 승부는 결국 마지막 7차전까지 이어졌다.
두 팀의 운명을 가를 월드시리즈 마지막 7차전은 경기 초반부터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2회초 공격에서 선취 득점하며 2대 0으로 앞서갔다. 그러자 캔자스시티는 기다렸다는 듯 2회말 공격에서 2득점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추가점을 올린 것은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는 4회초 공격에서 1득점하며 3대 2로 앞서갔다.
브루스 보치(59)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역전에 성공하자 지체없이 승부수를 던졌다. 5차전 선발로 등판해 완투승을 거둔 에이스 범가너를 투입한 것이다. 5회말 수비 때 범가너가 마운드에 오르자 관중들은 물론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이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선발투수가 한 번 등판하면 다음 등판 때까지 최소 4일을 쉬는 것이 관례인데 범가너가 단 이틀만 쉬고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범가너는 이날 9회말까지 5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의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3대 2로 승리한 샌프란시스코는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또다시 짝수 해에 우승을 일궈낸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5시즌 동안 무려 세 차례나 정상 등극에 성공하며 범가너라는 새로운 영웅을 배출했다.
‘야구는 팀 스포츠’임을 일깨운 캔자스시티의 고른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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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한국 프로야구 한화에서 뛰었던 투수 부에노. |
실제로 캔자스시티는 올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이끈 선수들이 모두 달랐다. 어느 한 선수가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선수단 모두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네가 못하면 내가 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지난 2010년 한국 프로야구 한화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로 현재는 캔자스시티 소속인 프랜시슬리 부에노(33)가 남긴 말도 인상적이다. 그는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가진 기자와의 통화에서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해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동료들의 훈련을 돕고 경기 중에는 그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캔자스시티는 정규시즌에서 팀 홈런 최하위였지만 포스트시즌에 돌입하자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포를 가동했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선발진은 불펜투수들이 이어받아 부족함을 메웠다. 여기에 타자들은 1루에 진루하면 쉴 틈 없이 움직여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는 발 야구까지 보탰다.
올 시즌 캔자스시티가 몰고 온 ‘돌풍’과 ‘기적’은 엄청난 규모의 연봉을 투입하고도 포스트시즌 1회전에서 탈락한 LA 다저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이는 야구가 팀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일깨워줬다. 기본기에 충실하며 승리에 대한 열정이 높은 선수들이 많아야 강팀이 될 수 있다는 공식을 입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전설로 통하는 요기 베라(89)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명언을 남겼다. 29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월드시리즈 우승 직전까지 갔던 캔자스시티. 올 시즌 그들이 최후의 일전까지 펼친 명승부는 베라의 명언과 함께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으로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