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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22대 총선에서 친박(親朴) 세력화할까

“친박 인사들의 출마가 현 정부에 누를 끼쳐서는 곤란”(前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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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前 경제부총리 등 박근혜 정부 인사들 총선 몸풀기 나서
⊙ 우병우 前 민정수석 출마 유력, 안종범 前 정책기획수석 역할론
⊙ “주목할 점은 親朴 인사들과 現 정권의 접점과 교감 여부”(脫朴 전직 의원)
⊙ “지금 ‘친박’을 총선에 이용할 정치인이 얼마나 되겠느냐, 만약 세력화한다면 총선 후”(前 박근혜 정부 장관)”
⊙ 친박 출마 놓고 당내 갑론을박, 친박 신당 창당 가능성은?
2015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DB
  박근혜 정부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일부 친박(親朴)계 인사들이 속속 활동을 재개하면서 여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2024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당내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다. 최 전 부총리는 총선 출마가 유력하며, 안 전 수석은 친박 세력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 박근혜 청와대 인사들과 박근혜 정부 시절 주요 공직을 맡았던 인물이 다수 총선 출마 준비에 나서면서 2000년대 최전성기를 누렸던 친박이 다시 정치 세력화할 것이라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박근혜 정권에 몸담았던 총선 예비 후보들은 상당수가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다고 친박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무리” 또는 “박근혜 청와대 경력을 밝히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문의 중심은 최경환·안종범
 
  최경환 전 부총리는 뇌물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이 확정돼 복역·출소했고,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아 총선 출마에는 걸림돌이 없다. 그는 자신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친박을 중심으로 한 보수연합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 6월 30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 구혁모 전 혁신위원 등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과 만나 ‘보수연합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권으로 영입한 ‘박근혜 키즈’인 만큼 상징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근소한 차로 승리한 점을 상기시키며 “유승민·안철수·나경원은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대(大)연합군으로 총선을 치러야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전 부총리의 한 측근은 “최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 공천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최 전 부총리는 자신이 지역구 의원을 4번 지낸 경북 경산에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은 기자 출신인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다. 윤 의원도 박근혜 청와대에서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직접 출마보다는 세력 규합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현실적으로 총선 출마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스스로도 주변에 “출마 의사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고향이 대구인 안 전 수석은 지난 6월 20일 자신이 설립한 정책평가연구원(PERI) 심포지엄을 대규모로 개최하면서 친박 세력화설(說)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는 2022년 2월 저서 《안종범의 수첩》(조선뉴스프레스)을 출간했다. 같은 해 5월 “한국의 브루킹스연구소를 만들겠다”며 PERI를 출범시켰으며 총선을 10개월여 앞둔 시점에 세력을 과시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 자리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유일호 전 부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8월 청와대에서 대화 중인 우병우 민정수석과 김재원 정무수석. 사진=뉴시스
  이 밖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출마설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청와대가 움직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직권남용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으며 출마의 길이 열렸다. 최근 한 신문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다만 우 전 수석의 경우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개인적 명예회복을 노린다는 점에서 친박 세력화로 볼 수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의 고향(경북 봉화)이며 출신 고등학교(영주고)가 있는 지역구(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에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은 법조인 출신 초선인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다.
 
  박근혜 정부 교육부총리,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전 부총리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당내 상임고문 직함만 갖고 있었지만, 최근 당 북한 인권 및 탈·납북자 위원회 고문으로 합류했다. 인천(연수구)에서 4선을 지낸 그가 수도권 선거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도 출마할 전망이다. 그는 2022년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에서 득표율 18.62%로 3위에 그쳐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도 소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선에도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및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가 또는 사저 등을 중심으로 출마하면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또 박근혜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박근혜의 사람들’이 22대 총선 정국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현재 당원권 정지 상태여서 총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출마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출마해 유권자 심판을 받겠다”고 했다.
 
 
  사의재와 비견되는 PERI
 
지난 6월 20일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PERI 심포지엄 2023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친박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속속 존재감을 보이면서 현 정부와 친박의 교감설, 그리고 현 정부·여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친박을 일정 부분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사실상 국민의힘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소문도 정가에 퍼지고 있다. 실상은 어떨까.
 
  특히 안종범 전 수석의 PERI와 현 정권의 교감 여부가 정가의 관심을 끈다. 6월 PERI 심포지엄 참석자 중 현직 공직자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관급으로는 박근혜 청와대에서 고용복지수석을 지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했다. 또 기획재정부 현직 차관인 방기선 제1차관과 최상대 제2차관, 이원재 국토교통부 1차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는 ‘문재인 싱크탱크’로 불리는 정책포럼 사의재(四宜齋)와 비견된다. 지난 2월 출범한 사의재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들과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국정 운영 경험을 토대로 민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초대 상임대표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공동대표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대엽 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참여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 비호를 위한 조직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고,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던 시점에 출범하면서 민주당 내 친명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 시절 비박계로 분류됐고 이른바 ‘탈박(脫박근혜계)’으로 불리는 한 전직 다선 의원의 얘기다.
 
  “안종범 전 수석의 심포지엄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한 것이 설왕설래를 불러왔다. 물론 김 장관은 ‘안종범계’로 불릴 정도로 안 전 수석과 친밀한 사이지만 현직 장관이라면 심포지엄 참석을 자제했어야 한다. 현직 장관이 아무 행사나 가도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사면 더욱 그렇다. 물론 (김 장관이) 대통령실과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추측은 대통령실이든 친박 세력이든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현 정권과 친박의 교감설을 언급하기엔 이르지만, 정부·여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도 쉽지 않은 만큼 친박에 대한 시각과 입장을 정리해야 될 것이다.”
 
 
  안철수, “친박 세력도 포용해야”
 
  친박계의 움직임에 대한 당내 시각은 엇갈린다. 일단 탄핵 이후 수년간 탄핵 극복에 힘써왔던 전·현직 당 지도부는 대체로 부정적인 분위기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방송에서 “(친박의 정계 복귀는) 국민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장예찬 최고위원은 “총선 출마 준비는 본인의 자유지만 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저는 아주 부정적”이라면서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나 평가를 떠나서 다음 총선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미래를 이야기하는 선거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굳이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거론되고 있는 (친박) 인사들은 우리 당에서 공천은 물론 당원권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으면 자칫 다시 분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을 포용하면 TK 지역에서 유리할지는 몰라도 어차피 TK는 텃밭으로 인식되고 있고, 승패를 결정할 수도권에서 불리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대통합 관점에서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보수 통합이야말로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와 중도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친박 세력도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과거 친박계로 불렸던 한 전직 의원도 “친박 이미지가 강한 인물들이 출마한다면 전부는 아니라도 포용, 즉 공천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유승민·이준석 등 당의 위기를 불러왔던 인물들도 당을 떠나지 않고 있는데, 친박이라고 무조건 배제돼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국정농단 당시 자신도 모르게 광풍에 휩싸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후회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만큼 친박에 대해서도 능력 있고 깨끗한 분들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거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해 제3세력을 구성했던 바른정당 출신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 보수 정치가 탄핵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최경환 전 부총리와 만나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등 유 전 의원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수 분열은 부담”
 
2022년 3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박근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국정농단과 탄핵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두 차례나 이름을 바꾼 정당이다. 다만 현재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지 못해 국정 운영에 한계가 있는 만큼 내년 총선 승리는 필수불가결하다. 친박을 쉽게 내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건은 ‘박근혜’라는 이름의 정치적 영향력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와 책방을 중심으로 이른바 ‘사저 정치’를 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도 지지 세력을 중심으로 정치 활동에 나서야 하고 친박 세력을 보수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전직 고위 당직자의 얘기다.
 
  “국정농단 사건들 중 상당수가 무혐의, 무죄로 드러난 바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인물들이 사면을 받았다. 또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했던 박영수 전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와 대장동 등 개인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정농단의 실체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많아졌다. 특히 TK 지역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있다. TK 지역 승리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연합, 국민화합, 근대화에 대한 역사적 인식 제고 등은 총선 승리를 주도하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당’ 친박연대도 18대 총선에서 16석을 얻지 않았나. (친박을 끌어안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수가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친박 중) 능력과 스펙이 뛰어난 분들이 무소속으로 나와 대거 당선된다면 여당에 좋을 게 없다.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이) 나중에 입당할 가능성은 있지만 보수 분열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부담이 된다.”
 
친박연대는 2008년 총선 당시 ‘박근혜 없는 박근혜당’으로 16석을 획득했다. 사진=뉴시스
  물론 박근혜라는 이름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당내 의견도 많다.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얻는 득보다 국정농단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데 따른 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 출신인 한 현직 고위 공직자는 “TK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60%가 넘는다. 보수정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TK에 굳이 친박 인사를 공천할 이유가 있나. 친박은 여당에 득보다는 실이 크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전직 의원도 “지금 친박이라는 점을 총선에 이용할 정치인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최경환 전 부총리처럼) TK 지역에서 출마할 사람을 빼면 박근혜 정부 시절 직책을 강조하거나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강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그는 “다만 (친박이) 총선 후 세력화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했다.
 
  22대 총선을 준비 중인 예비 후보 중 박근혜 청와대에서 비서관과 행정관을 지낸 인사는 무수히 많다. 출마 준비 중인 청와대 행정관 출신 한 인사는 “지금 박근혜 정권에서 일했던 경력을 내세울 후보는 TK 말고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우리 같은 보수 출신이 문재인 정부에서 경력을 쌓은 것도 아니다 보니 빨리 이번 정부에서 괜찮은 자리를 차지하고 총선에 나서려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했다.
 
  한편 박근혜 청와대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도 찾아뵙기 어렵다. 그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친박의 역사
 
  친박근혜계(親朴槿惠系)의 준말로 새누리당 출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을 따르는 정치 세력의 준말이다. 1998년 4월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그를 따르는 세력이 태동했다.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에서 정권을 잃으면서 친박근혜계는 야당이 된 한나라당 내 주요 계파로 떠올랐다. 2004년 총선을 포함해 각종 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은 승리를 이끄는 ‘선거의 여왕’으로 떠올랐고, 당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하며 천막당사를 주도하고 대여투쟁을 이끌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친박근혜계는 친이명박계와 한나라당을 양분하는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이후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당내 위상이 더 강화됐고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며 친박은 보수정당 내 최대 계파가 됐다.
 
  ‘친박 정당’도 등장한 바 있다. 친박 정당은 200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과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 인사들이 창당한 친박연합이 있다. 한국미래연합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만든 정당이었지만 이내 수명을 다하고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친박연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접 참여 없이 서청원 전 의원 등 친박 세력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정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한 바 있다. 친박연대는 박 전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으로 14석을 획득했다. 이후 미래희망연대로 이름을 바꿨다가 소속 의원들이 한나라당으로 복당하면서 소멸했다.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친박계는 사라지는 듯했다. 일부 친박 세력은 반(反)탄핵운동에 나서기도 했지만 새누리당의 후신(後身) 자유한국당에서도 친박은 드러낼 수 없는 정치색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들이 상당수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에 회부되면서 정치 활동의 손발이 완전히 묶였다.
 
  2019년 2월에는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였던 황교안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면서 친박이 다시 살아날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2020년 총선에서 당명을 미래통합당으로 바꾸고도 크게 패하면서 친박 세력은 정치권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 중 일부가 정치적 재기에 나설 조짐이 보이면서 친박의 정치 세력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태다.
 
  ‘친박 신당’ 가능성은 희박
 
  친박의 출마와 세력화에 주목하는 곳은 수도권보다는 TK 지역이다. 친박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인 TK 지역에서 박근혜라는 이름을 활용할 것이고,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TK 지역의 반응은 어떨까. 최근 친박 출마설에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이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TK 등) 절대우세 지역은 50% 물갈이 공천을 해 온 것이 관례이며, 내년에도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을까”라고 발언했고, 당 지도부가 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TK 지역 현역 의원들은 ‘물갈이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의 TK 지역구 현역 의원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20대 총선에서도 대구 현역 의원의 75%가 교체됐다. 만약 당이 경선 원칙을 고수할 경우 과거 정권에서 국회의원 또는 고위 공직을 지낸 친박 인사들은 인지도와 지역구 여론 면에서 유리하다. 최경환 전 부총리,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이 당내 후보 경선에 출마할 경우 현역 의원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들이 희망하는 지역구의 현역 의원은 초선이다.
 
  한편 친박 세력의 신당 창당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TK 지역에서 당연히 영향력이 있지만 총선에서 역할을 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출마를 시사하면서 “최고위원 출신이 무소속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공천을 희망하는 뜻을 보였고, 최경환 전 부총리 역시 국민의힘 공천에 희망을 걸고 있다. 다만 보수정당의 텃밭인 TK 지역에 현 정권 유력 인사들이 도전에 나설 경우 당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현 정부와 교감해야”
 
  현재까지 자신이 직접 친박이라는 점을 강조하거나 친박계 좌장을 자처하는 인물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의 물밑 작업이 분주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누가 친박 좌장 역할을 맡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 전직 고위 공직자는 “각각의 사연은 내가 잘 알지 못하고 출마는 후보자 자신의 선택일 뿐”이라며 “다만 친박 인사들의 출마가 현 정부에 누를 끼쳐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했다. 친박 출마설에 대한 그의 얘기다.
 
  “어느 정부에서 일했건 우리 보수 세력은 국가와 대의를 위해 일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치를 하든 공직을 갖든 국가와 현 정권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친박은) 출마를 하려면 국가와 정권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정부·여당과 사전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직 경력을 개인의 정치적 욕심에 이용하는 것은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요즘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기본을 잊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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