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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열정 넘치는 터키의 청과물 시장 이야기

-터키는 야채 천국이다.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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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길러놓은 저 야채를 보게!"
 
로마의 '디오클레티안(Diocletian)' 황제(284-305재위)가 자신의 친구들을 야채 밭에 불러서 한 말이다. 그는 로마가 쓰러져 가는 와중(渦中)에도 자신의 친구들에게 야채 밭을 자랑했다. 역사학자들은 '그가 야채 재배에 몰입하지 않았더라면, 로마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도 한다. '빌 로스(Bill Laws)'의 저서 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또한, '빌 로스'는 "화가 모네(Monet)가 지베르니(Giverny)에서 수련을 그리는 동안 캔버스 앞을 떠난 것은 쪽문 옆에 있던 채소밭을 살펴보러간 순간뿐이었다"고 했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같으나 모두가 역사적 사실이다. 단순하게 인식되는 채소밭에도 진기한 역사의 실타래들이 다양하게 엉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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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가 수련을 그렸던 '지베르니'의 연못

아울러 '빌 로스'는 에서 야채를 먹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야채는 삶아야 한다. 땅 위에서 나는 야채는 냄비의 뚜껑을 열고 삶아야 하고, 땅 밑에서 나는 야채는 뚜껑을 덮고 삶아야 한다고 한다."
 
과학적인 근거는 모르겠으나, 자연의 섭리(攝理)에 입각한 지혜인 듯싶다.
 
청과물의 천국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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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야채구이
'터키(Turkey) ̴' 하면 떠오르는 것이 케밥(Kebap)이다. 당연하다. 터키의 대표적인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의 반전이 있다. 그들이 채식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양고기, 닭고기 등 육식보다는 어찌 보면 채식 주의자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이는 아나톨리아(Anatolia)의 대초원을 달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간다. 광활한 대지에서 나오는 과일과 채소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과물의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뿐만 아니라, 색깔도 그들을 닮아서인지 무척 강렬하다. 더불어, 야채를 구워서 먹는 것도 별스럽다. 터키인들은 예로부터 야채를 구워서 먹는 데에 익숙해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터키의 요리사들은 '가지로만 무려 50여 종류의 요리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가히 '세계 3대 요리 국가'라고 부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인지 터키에는 거리 마다 과일 가게들이 즐비하다. 값을 물어보면 우리의 1/10인 것이 많다. 과연 청과물 천국답다. 수박을 예로 들어본다. 크기는 물론 당도(糖度)가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야채가게에서 수박을 팔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천연기념물 감이다. 보기만 해도 용맹스런 토이기(土耳其) 용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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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가게의 터키 할아버지

한국인을 반기는 터키인들-
 
필자는 서민들의 생활상을 보기 위해 잠시 짬을 내서 앙카라의 도심에 있는 청과물 도매 시장을 찾았다. 터키인들은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여기저기서 말을 걸었다. 야채나 과일을 박스 단위로 사는 터키인에 비해 여행자가 재미삼아 낱개로 사는 과일이 자신들의 매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손을 내미는 모습들이 좋아 보였다.
 
"코레! 칸가르데시!(한국! 피를 나눈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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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인 빨간 고추 더미

아직은 뜨거운 여름철인데도 가을이 속도위반을 한 것일까. 질서정연하게 쌓아진 빨간 고추 더미에 눈이 갔다. 고추가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스럽게 쌓은 공든 탑(塔)이었다. 단순히 야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었던 것이다. 고추뿐만이 아니다. 초록의 파프리카(paprika)들도 얼키설키 맵시를 뽐내고 있었다. 빨간색과 초록색의 조화도 일품이었다. 야채들을 진열한 모습에서 질서와 청결주의가 도드라진 터키인들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었다.
 
터키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1881-1938)'는 평소 "질서와 정돈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흐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음이다.
 
질서와 정돈의 청과물 시장
 
청과물 시장은 의례 혼돈과 번잡함 속에서 서민들의 애환(哀歡)이 서려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터키의 청과물 시장은 이를 뛰어 넘어 질서와 정리 정돈, 그리고 또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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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익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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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모 단정한 마늘

점입가경(漸入佳境). 잘 익은 토마토 더미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코너에서 교만(?)하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마늘은 또 얼마나 정갈한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청과물 시장이었다. 가지·오이 등도 각각의 위치에서 고객들과 눈을 맞추고 있었고, 유럽인들이 좋아한다는  터키의 부르사(Bursa)지역에서 나는 복숭아는 고객 맞춤형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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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사 복숭아(좌)와 청포도(우)

영국의 '아른 바이락타롤루(Arin Bayraktaroğue)' 교수는 <세계를 읽다, 터키편>에 "부르사 지역의 복숭아는 꼭 맛봐야 한다. 양쪽을 잡고 살짝 누르기만하면 복숭아가 손에서 절반으로 쪼개지며, 실하고 맛좋은 풍부한 과육이 드러난다. 때로는 테니스 공으로 쓰는 편이 더 나을 법한 유럽의 복숭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역설했다. 얼마나 맛이 좋으면 이토록 극찬했을까. 필자는 그러한 복숭아의 맛을 체험하지 못했던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감정의 언어로 소통한 시장 통
 
실파를 다듬는 젊은이도, 계란과 빵을 파는 콧수염 아저씨도, 양파와 감자를 파는 터키인들의 익살도 행복 만점이었고, 향(香)이 짙은 페퍼민트·로즈메리 등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필자 역시 며칠 동안의 터키 여행에서 허브(herb) 향(香)에 젖은 탓인지 그 쪽으로 눈길이 자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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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파를 다듬는 가계주인(좌), '형제의 나라'를 외치는 터키인(우)

그리고, 호박처럼 생긴 멜론이 보기와 달리 맛이 일품이었다. 고속도로 변에 요란스럽게 진열돼 있는 노란 멜론은 운전자들의 핸들을 틀게 했다.
 
사람 사는 데는 각기 독특한 방식의 문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실제적인 참모습은 서민들이 운집하는 시장 통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문제는 그들과의 소통이다. 하지만, 주고받는 언어가 달라도 내재된 '감정의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감정의 언어-'
 
'맛을 보라'며 터키인들이 내민 달콤한 과일 조각을 입에 넣으면서 '감정의 언어'로 소통한 앙카라의 하루였다.

입력 :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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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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