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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의 조경 이야기 〈2〉 생태는 상생을 위한 순환의 연결고리

글 : 정정수  정정수환경조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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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된 자연을 일부분이나마 회복시켜서 자연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이 조경
⊙ 건강은 건강한 조경에서 시작된다

정정수
홍익대 및 동교육대학원 졸 / 개인전 1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2008 세계조경가대회(IFLA) 최우수상 수상(인도개최), 2008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 수상(문화부문) /
기전대학교 예술조경과 교수, 고도원아침편지 명상센터 옹달샘 예술총감독,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예술총감독, 서울시 시민청예술축제 전시총감독,
현 정정수환경조형연구원장
자연은 인간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경외해야 할 대상이다. 홍천 천수마을 호수에 비친 연과 참개구리(2016년 작업). 사진=김연화
  나는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시골로 가족 모두 이사하기로 결정했고, 아이들에게 훌륭한 스승님을 찾아주기 위해 서울에 있던 집, 직장 등을 뒤로 한 채 가족 모두와 함께 지리산 근처 산골로 이사를 했다.
 
  제도권 교육에 대한 불신은 ‘자연만한 스승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결국은 자연을 찾아가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 아이들은 산골에 풀어 놓은 것 같이 자유롭게, 때로는 한가롭게 생활했고, 감사하게도 졸업 자격을 위한 검정고시를 거쳐 소위 일류대라는 서울의 S대, 대전의 K대를 졸업했다.
 
  현대의 생활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깨달음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 같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지 말아야 하는 것은 식물을 키우고 조화롭게 가꾸는 조경에도 적용된다. 식물을 인간 중심적으로 잘라 내며 가꾸지 말고, 식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조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식물을 사랑하는 성숙된 마음이다. 아름다운 것은 자기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산골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나는 늘 산을 찾아 올랐다. 산이 좋아서 산을 오르기보다는 식물들을 만나는 것이 신비롭고, 식물들과 가까이할수록 행복함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경외의 대상
 
50여 년 전 골재 채취 후 원상복구를 하지 않은 웅덩이가 아름다운 호수로 정리되었다. 조경은 개발을 위해 파괴된 환경을 복구해서 자연에 되돌려 준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벽초지 수목원(2002~2004년 작업).
  이렇게 2년쯤 지났을까? 어느날 나는 등산로 입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연보호’라는 문구에 시선이 멈추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글귀였는데, 이 글을 만든 이에 대해 화가 났다. 자연이라는 경외해야 할 대상이 어찌해서 인간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란 말인가? 자연과 가까이하는 2년 동안 ‘자연보호’보다는 경외심을 가지고 사랑하며, 아끼는 마음을 갖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산이 허락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리산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은 자연의 지극히 작은 일부를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학습자에게 전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식은 습득이라는 노력을 해야 알게 되는 것이지만, 깨달음이란 몰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만을 생각한 개발은 자연을 파괴한다. 이렇게 파괴된 자연을 일부분이나마 회복시켜서 자연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이 조경이다.
 
조성 중인 호수의 바닥에는 물속에서 상생해야 하는 모든 생물들의 연결고리를 배려한 시설을 한다.
홍성 천수마을(2015년 작업).
  우리는 생태(生態)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알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아는 것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을 알고 있다고 말하려면 서로 일면식이 있거나 전화통화라도 하는 사이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부산에 내려놓고 몇 군데 특정 장소를 찾아가라고 한다면, 그는 자신이 부산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부산’이라는 지명을 아는 것과, ‘부산’을 아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그린’ ‘웰빙’ ‘생태’ 등 환경과 관련된 좋은 단어들이 여기저기에 많이 쓰이고 있다. 예컨대 수(水)공간을 만들어 놓고 생태연못, 생태하천이라는 명칭을 붙여 놓는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빠르면 1년, 보통은 2년 안에 물이 병들고 생태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조경인은 자연을 빌려 가꾸는 사람
 
수면 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유롭고 서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홍성 천수마을(2015년 작업).
  생태를 파괴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생태란 상생(相生)을 위한 순환의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연결고리를 단절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태의 습성을 안다면, 무너지고 있는 생태 공간의 복원도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세상의 어느 것도 혼자서 조화로울 수는 없다. 삶을 유지하기 위한 생명체의 행위는 끊임없이 또 다른 생명체를 파괴하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불편한 이야기지만, 세상의 모든 삶은 약탈의 연속이다. 그러나 생명의 끝은 또 다른 생명을 키우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고리가 단절되면 생태는 무너지게 된다. 생태가 연결고리라고 하는 것은 모든 조경공간의 조성과정에서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 할 덕목이다.
 
  모든 이는 건강하고 싶어 한다. 건강하려면 인체가 정화되어야 한다. 인체 정화는 환경이 정화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조경공간을 조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조경은 대부분 자연에 귀 기울여 만들어 낸 것들이다.
 
  그만큼 자연이 중요한 것이다. 자연에 대해 어떠한 것도 단정 짓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자연을 빌려 가꾸는 조경인은 말을 해 무엇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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