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딩업체 응찰자격 갑자기 변경, 선정된 업체 대표는 과거 삼청각 직원의 母親
⊙ 세종문화회관, “박 사장 제주도 일정 모두 참석했다” 허위문건 작성
⊙ 박인배 사장, 작년 총선 공천 앞둔 시점에 推薦書 써줘…. 임직원 행동강령 違反 가능성
⊙ 세종문화회관, “박 사장 제주도 일정 모두 참석했다” 허위문건 작성
⊙ 박인배 사장, 작년 총선 공천 앞둔 시점에 推薦書 써줘…. 임직원 행동강령 違反 가능성
세종문화회관 개관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7월 4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은 박인배(朴仁培) 세종문화회관 사장 해임촉구 건의안을 상정했다. 해임촉구 건의안이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회 위원 10명 중 7명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이 임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해임촉구 건의안을 제안한 것 역시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었다는 것이다. 왜 그는 같은 편에게 칼을 빼 든 것일까.
7월 5일 해임촉구 건의안을 제안한 민주당 소속 김태희 서울시의원(서대문 3)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해임촉구 건의안을 제안한 이유부터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삼청각이 최근 웨딩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있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은 박 사장이 지난달(6월)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6회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의 공식행사에 불참했음에도, 처음에 참석했다는 허위보고서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평범한 가정집이 회사?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일까. 삼청각의 전통혼례 위탁업체 선정과정부터 살펴봤다. ‘삼청각 전통혼례 위탁업체 선정과정’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삼청각은 2012년 11월 5일 혼례 진행 경험과 전문성 있는 업체를 통한 웨딩사업 대행을 추진하기 위해 ‘전통혼례 위탁업체를 선정한다’는 공고를 홈페이지와 조달청 ‘나라장터’에 냈다.
응찰(應札)하는 업체가 없어 11월 26일 재공고를 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12월 28일 세 번째 공고를 했고 2개의 업체가 응찰했다. 2013년 1월 11일 삼청각 내 천추당에서 심사위원회가 열렸고, 최고점을 얻은 업체를 전통혼례 위탁업체로 선정했다. 평가항목은 다음과 같다.
△공고일 직전 실적(15점) △야외(하우스) 상품 판매 전략(15점) △전통혼례 상품 판매 전략(20점) △하우스 웨딩에 대한 이해도(10점) △전통혼례에 대한 이해도(20점) △PT 자료 내용구성 및 충실도(10점) △고객 불만, 요청사항에 대한 대처(10점).
전통혼례 위탁업체로는 총 취득점수 496점 중 최고·최저 점수를 제외하고 358점을 받은 A 업체가 선정됐다. A 업체의 유일한 경쟁업체였던 B업체는 308점으로 고배를 마셨다.
A 업체는 삼청각과 ‘삼청각에서 진행하는 혼례에 대하여 총 비용 중 식·음·주류 매출의 7.5%(부가세 별도)를 수수료로 적용한다’는 내용의 제휴 계약을 맺었다. 웨딩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계약대로라면 결혼식이 많은 달에는 (삼청각이) 1천만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표면상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취재결과 의심스러운 대목이 이곳저곳에 숨어 있었다.
우선 응찰업체 수가 너무 적었다. 일반적으로 공기업 위탁사업의 경쟁률은 높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50일 가까이 공고를 냈는데 두 업체밖에 응찰하지 않았다는 점은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또 전통혼례 위탁업체로 선정됐을 당시 A 업체는 설립된 지 6개월밖에 안 된 회사였다. A 업체는 2012년 7월 3일에 설립됐다. A 업체를 취재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소재를 쳐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등기소에 법인등기를 통해 주소를 파악하려 했지만 열람도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업체의 사업자등록증을 입수했다. 사업자등록증에는 사업장 소재지의 주소가 기재(記載)돼 있었다. 서울특별시 동작구였다. 법인등기 열람이 되지 않았던 것은 A 업체가 개인사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한 이유에서였다. 어렵게 사업 소재지 주소에 도착했지만, 기자를 맞이한 것은 회사가 아닌 가정집이었다. ‘가정집에서 웨딩컨설팅사업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오랜 시간 대문 앞에서 서성였지만 인기척조차 없었다.
공모에 응찰한 A 업체와 B 업체는 무슨 관계?
김 의원의 주장대로 A 업체가 유령회사, 즉 페이퍼컴퍼니라는 의심이 갔다. 기자는 A 업체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와중에 A 업체 직원의 명함을 얻었다. 명함에는 사업장 소재지와는 다른 주소가 적혀 있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XX-X’. 찾아가려 하자 명함을 제공한 관계자는 “갈 필요 없다. 명함에 적혀 있는 주소는 B 업체의 창고”라고 했다.
B 업체는 A 업체와 삼청각 전통혼례 위탁업체 선정을 두고 경쟁한 업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B 업체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주소가 달랐다. 이전하기 전 주소를 알아보려 B 업체의 등기부등본을 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B 업체는 2013년 6월 17일 주소를 옮겼는데 그전 주소를 보니 A 업체 직원 명함에 적힌 주소와 거의 일치했다. B 업체가 모 빌딩의 201호에 있었다고 가정하면 A 업체는 202호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
A 업체와 B 업체는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A 업체 관계자는 “웨딩업체는 대부분 강남에 모여 있는데 그쪽 세(貰)가 비싸다. 그래서 B 업체가 세를 얻은 공간에 우리가 세를 내고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업체 대표는 A 업체 직원과 자신은 그냥 아는 정도 사이며, 삼청각 전통혼례 위탁사업과 관련해서는 A 업체와 경쟁하게 될지는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A 업체 대표는 과거 삼청각 직원의 母親
A 업체의 대표가 과거 삼청각 직원이었던 김모씨의 모친(母親)이라는 점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A 업체가 위탁업체로 선정되는 데 이 점이 작용했을 수 있어서다. 공무원 사회에는 전관예우 관행(慣行)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계약직 직원에게 전관예우가 말이 되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청각 내부에서 김씨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화회관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의 이야기다.
“김모씨가 말단 계약직이긴 했지만 ‘구설’에 휘말려 재계약에 실패한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삼청각 내부에서는 그에 대한 동정론이 존재했다고 하더군요.”
삼청각이 김씨와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한 직원이 2012년 2월 26일 김씨가 비위혐의가 있다며 감사실에 익명 투서한 것이다.
‘삼청각 웨딩사업 제보 관련 조사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세종문화회관 내부 문건을 보면 제보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1월부터 지속적으로 삼청각 웨딩고객을 업체에 소개시켜주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정황이 있어서 통장거래 내역서를 첨부합니다. 통장거래 내역서는 얼마 전 감사를 대비해 본인이 확인하다 유출된 것을 우연히 발견해 확인한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송금하는 김○○라는 사람은 김씨가 과거 근무하던 웨딩컨설팅업체 ○○의 팀장급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며 하○○라는 사람은 삼청각 웨딩 시 들어오는 사진이나 연주업체 관련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삼청각에 근무하던 이○○씨나 얼마 전 결혼한 윤○○씨의 경우도 연결을 시켜주고 수수료를 받았다는 정황도 있는 것 같습니다.(중략)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내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제보를 받은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은 이틀 뒤인 2월 28일 비위혐의 내부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4월 30일 1차 조사보고→5월 8~10일 삼청각 실지 조사→5월 11일 삼청각 직원 윤○○ 면담 및 2차 조사보고→5월 14~18일 웨딩 관련업체 유선 확인 등의 과정을 거쳤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문건은 이렇게 조사결과를 요약했다.
<김씨와 업체 관계자에 대한 면담·유선조사 및 관련서류 등을 확인한 결과 웨딩컨설팅업체, 사진촬영기사, 연주단체로부터 알선 수수료 수령, 직원 결혼 시 웨딩업체 소개 후 업체로부터 수수료 수령 등의 제보내용과 관련해 금품 수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음. 다만 웨딩컨설팅업체 제휴 수수료 2건 67만3천원 부당지급과 웨딩플라워업체에 693만원의 혜택을 발생하게 한 사실이 적출되었으며, 회관 임직원행동강령 제28조에 의거 직무 관련자와 금전차용 금지규정을 위반하여 협력업체 직원과 금전을 빌리거나 빌려준 사실을 확인했음.>
갑작스런 참여자격 변경
비위혐의자 김씨는 제보와 관련, 제보자와 제보자의 동료가 자신의 통장거래 내역서를 절도해 투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해 5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침해조사과에 진정서를 내고, 성북경찰서에 이들을 절도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절도가 아니라는 수사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후 김씨는 6월 30일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했는데 삼청각 내부에서는 이런 일만 생기지 않았다면 재계약이 확실했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재계약에 실패한 김씨를 안쓰럽게 여겨 삼청각 내의 지인들이 그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팔을 걷어붙인 것일까.
삼청각 사이트에서 의심이 가는 대목을 찾았다. 앞에서 언급했듯 삼청각은 2012년 11월 5일에 첫 번째 공고를 사이트에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올라온 공고 앞에는 [재공고]라는 문패가 달려 있었다. 11월 5일 전에 공고를 한 번 냈었다는 얘기다. ‘세종문화회관의 업체선정 진행 경과’ 자료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은 2012년 10월 22일에 혼례진행업체를 선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논의는 그전부터 있었을 것인데 업체선정 진행 경과 자료는 혼례진행업체 선정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2년 6월 30일 혼례 전문 직원의 계약만료 퇴사로 인한 직원의 부족 △신규직원의 조기 퇴사 및 업무이동(2012년 7월 24일 연회행사 인력 3명 입사·2012년 9월 홍보 담당 퇴사로 연회행사 1명 홍보 업무로 변경·2012년 9월 17일 연회행사 인력 2명 퇴사) △혼례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삼청각 인수인계 시 전문업체 활용 경험을 참고해 시행>
선정 배경에 김씨 퇴사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안이다.
김씨는 2012년 6월 30일에 퇴사했고, 그의 모친은 7월 3일에 웨딩컨설팅 업체를 개업했다.
위탁업체 공고를 주관한 삼청각 홍보팀의 관계자는 왜 [재공고]라 했느냐는 질문에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틀 뒤까지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기자가 다시 연락을 하자 그는 “11월 5일이 첫 공고”라고 주장했다. “[재공고]라 한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얘기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점을 궁금히 여겨 삼청각에 문의를 해봤다는 한 시의원은 “당시 삼청각에서는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삼청각 측 주장대로 첫 번째 공고일이 11월 5일이라 하더라도 의문점은 또 있다. 참여자격이 갑자기 완화된 것이다. 11월 5일, 26일과 12월 28일 공고가 다르다. 11월 5일, 26일 공고된 참여자격은 다음과 같다.
〈공고일 이전 본사의 주된 소재지가 서울특별시이며 사업자등록증상에 ‘웨딩컨설팅’으로 표기된 업체, 공고일 직전 8개월 중 야외혼례(전통혼례 1회 이상 포함) 진행 횟수가 8회 이상인 업체 ※진행횟수 실적증명원 및 해당 업체의 사진(야외웨딩 및 전통혼례) 첨부 필〉
하지만 12월 28일 공고에는 ‘공고일 직전 8개월 중 야외혼례(전통혼례 1회 이상 포함) 진행 횟수가 8회 이상인 업체 ※진행횟수 실적증명원 및 해당 업체의 사진(야외웨딩 및 전통혼례) 첨부 필’이라는 항목이 삭제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A 업체는 신생업체였다.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A 업체 대표의 딸이자 전직 삼청각 직원인 김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논란의 중심에 있어서인지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A 업체가 삼청각 전통혼례 위탁업체로 선정되기 전 실적과 입찰 경쟁을 벌였던 B 업체와의 관계 등을 물었다. 10분가량의 통화에서 김씨는 “지금은 어떤 말도 하기가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해명을 해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느냐고 수차례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는 게 A 업체의 공식 입장인 것으로 알고 기사에 반영하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했다. 김씨는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이번 주는 지방에 있어 통화를 할 수가 없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연락을 하자”고 했다.
현재 삼청각과 A 업체와의 계약은 2013년 6월 30일로 만료됐다. 삼청각의 전통혼례 위탁업체 선정 특혜 의혹은 2013년 6월 26일 처음 공식으로 제기됐다. 그 직전까지도 삼청각은 계약이 끝나가는 A 업체를 대신할 업체를 공모하지 않았다. 문제가 공식 제기되지 않았다면 삼청각은 A 업체와 재계약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컸을 것이란 이야기다. 서울시 조사 2과는 업체 선정 건과 관련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조사 2과는 현재(7월 15일) 김씨와는 접촉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허위 문서 작성
《월간조선》은 박 사장이 지난 6월 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6회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에 참석했느냐는 논란과 관련해서도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사장은 페스티벌 첫날 공식행사에 불참하고도 처음부터 참석했다고 서울시의회에 보고했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참석 관련 자료’에 따르면 6월 3일 15:00 개막식 축하공연, 16:30~18:00 부스 전시, 18:00~20:00 리셉션과 다음 날인 6월 4일 09:30~12:00 부스 전시, 10:00~12:00 국제교류 라운드 테이블, 10:30~12:00 비즈니스 미팅, 13:30~16:30 심포지엄(서울시 뮤지컬 유인택 단장 발제) 일정에 박 사장을 포함한 참가자 10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실제는 박 사장과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들은 제주에 갈 때 따로 움직였다.
박 사장은 6월 3일 19시25분에 김포공항을 출발, 20시30분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박 사장이 해비치 리조트에 도착한 시각은 22시30분이었다. 당일 공식 일정은 20시에 끝났다. 박 사장으로선 참석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것이다. 박 사장은 당시 서울에서 현안업무 때문에 늦게 출발했다.
그런데 박 사장보다 먼저 제주도에 도착한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법인카드 내역’을 살펴보면 2013년 6월 3일 11시9분 공항동에 있는 한 커피 전문점에서 1만6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11시9분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게 된다. 일정을 최대한 빨리 잡아 10~20분쯤 뒤인 11시20~30분에 비행기를 탔다면 제주공항에 12시30분 즈음에 도착했을 것이다. 제주공항에서 해비치호텔까지의 거리는 44.17km로 대략 1시간 남짓 소요되니 개막식 축하공연에는 충분히 참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해비치호텔에서 57.98km 떨어진 안덕면 사계리에서 16시28분에 식사를 마친 뒤 법인카드로 계산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안덕면 사계리에서 해비치호텔까지는 대략 1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
15시 개막식에 참석한 뒤 1시간30분 떨어진 식당에서 밥을 먹고 16시28분에 계산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16시28분에 안덕면 사계리에 있었으니 16:30~18:00 부스 전시 일정은 당연히 참석하지 못했다. 출장을 빙자한 여행으로도 볼 수 있다. 출장 전 ‘공항~대회장~숙소’를 잇는 셔틀버스와 숙박, 조·중·석식 비용을 모두 지불한 상태라 더욱 그렇다. 그들은 셔틀버스 대신 렌터카를 이용했으며 식사도 다른 곳에서 했다. 그들이 다녀갔던 식당을 검색해 보니 한 곳은 한미·한일 정상회담, 남북 장관급회담의 만찬 장소로 이용됐던 제주도에서는 아주 유명한 곳이었다.
박 사장, 세종문화회관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박 사장이 해임 위기를 맞은 이유를 취재하는 가운데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 사장이 세종문화회관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이야기였다.
2012년 2월 8일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자신의 측근인 남요원(南堯元) 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사무총장에게 ‘내가 남요원을 알게 된 것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내가 남요원을 알게 된 것은 그가 민예총(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총장을 맡으면서부터다. 그 무렵에 기획실장을 맡고 있던 나는 안성 남사당 예술감독으로 내려가게 되었고 나머지 간부들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무실을 떠나게 되어 혼자서 민예총 업무를 꾸려가야 할 판이었다. 유력한 국회의원들의 보좌관 생활을 지낸 그였지만 민예총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그는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갔다. 남요원 역시 싸나운 싸움닭처럼 (중략) 정치판에 대한 그의 분석은 늘 경청할 만하다. (중략) 문득 지하철 벽에서 김구 선생의 어록을 인용한 판넬을 발견하였다.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나라,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나라, 바라 우리가 꿈꾸는 나라입니다”라는 구호로 시작된다. 가장 고생하며 민족의 완전한 독립인 통일조국을 꿈꾸었던 백범 김구 선생이기에 오늘날 우리들에게 가장 적합한 말씀을 남겨 주셨구나. 그래, 너에게 이 글을 보내마!>
문제는 박 사장이 이 글을 남겼을 당시 남 전 총장의 신분이 4·11총선 중구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였다는 것이다. 남 전 총장은 박 사장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지금도 검색하면 나온다.
세종문화회관 임직원 행동강령 제19조를 보면 1항과 2항은 부당한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1항은 〈임직원은 법령에 위반하여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후원회에 가입하는 등 부당하게 정치에 개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2항은 〈임직원은 법령에 의한 적법한 정치활동을 하면서도 회관의 정치적 활동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김정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전언이다.
“공기업 사장이 특정 정당의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쓸 수 있느냐고 지적하면서 도대체 이 글이 뭐냐고 박 사장에게 질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박 사장이 이렇게 답하더군요. 남 전 총장에게 써준 추천서라고요.”
이 말이 사실이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기업 사장이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인 자신 측근의 추천서를 쓰면서까지 민주통합당 공천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 된다.
당시 중구 공천은 정대철(鄭大哲)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鄭皓駿) 전 청와대 행정관(현 중구 국회의원)이 받았다.
추천서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서였을까. 박 사장은 2013년 2월 4일 남 전 총장을 정책보좌역으로 임명했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정책보좌역을 임명한 것은 8년 만이다. 남 전 총장이 임명되기 전, 지금까지 세종문화회관 정책보좌역은 2005년 1월 31일부터 2005년 12월 31일까지 근무한 김영호씨가 유일했다. 김씨는 파견 공무원이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대(對)시의회 관계를 위해 정책보좌역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전액 삭감된 예산 사업 추진
시의회는 박 사장이 지난해 시의회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예산편성이라고 지적한 독일 베를린 현지 공연을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문광위 소속 한 시의원은 “독일 공연이 공익성이 떨어지고 예산도 1억2000만원이나 소요돼 관련 예산을 삭감했으나 박 사장은 이를 무시하고 외부 협찬으로 추진했다”며 “비영리법인인 세종문화회관이 공익성도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 외부 자금을 끌어다 쓴 것도 부적절한데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월 업무보고에서 누락시켜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시켰다”고 비난했다.
박 사장은 독일 베를린 현지 공연을 가기 위해 후원금을 모았는데 목표액(1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모자라는 비용을 타 사업 예산에서 충당했는데 그 과정에서 박 사장은 지불각서를 쓴다. 후원금이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해 부족액이 발생할 경우 변제 등의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었다. 2013년 6월 28일 현재 실 입금액 기준으로 모금액은 총 5270만원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현안사업을 위해 국가 예산을 그냥 가져다 쓰면서 나중에 갚지 못할 경우 책임진다고 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몇몇 문화계 인사들은 박 사장이 민주당 유인태(柳寅泰) 의원의 동생인 유인택(柳寅澤) 서울시뮤지컬단장과 뮤지컬 <로보트 태권브이> 시나리오와 공연장 문제로 갈등을 빚은 데 대해서도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는 9월 19일 공연이 예정돼 있는 뮤지컬단의 <로보트 태권브이> 공연이 사실상 취소됐다. 박 사장이 유 단장의 시나리오를 맘에 들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무대화를 위해 대본 검토를 요구했는데 유 단장은 지금의 시나리오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원래 사장은 단장이 구성한 시나리오에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걸지 않는다. 전에 있었던 사장들도 이런 경우는 전혀 없었다.”
朴元淳의 고민
박 사장은 2012년 1월 임명될 때부터 시끄러웠다. 박 사장이 1980년대 후반 소규모 극단의 예술 감독을 맡긴 했으나 실무경력이나 조직관리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사장 재임 중 세종문화회관은 여러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박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의혹은 있지만, 형사 범죄 등의 비위행위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 박 사장을 내보냈다간 인사 실책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고, 그렇다고 계속 안고 가기에는 시정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재임을 원한다. 서울시 핵심 관계자는 “논란이 갈수록 확대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측, 13개 항목 공개 질의에 답변 미뤄
기자는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사상 초유 해임 위기 맞은 이유’ 기사를 취재하면서 여러 가지 의혹을 사실로 확인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과 세종문화회관의 공식입장을 듣기 위해 7월 10일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에 13개 항목의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청각의 전통혼례 위탁업체에 선정된 바 있는 A 업체 대표가 삼청각 전 직원인 김씨의 어머니인 것을 알게 된 시점은 정확히 언제인가. △시의회 쪽에서는 비리혐의 여부를 떠나 웨딩고객을 업체소개 후 해당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수령했다는 의혹을 받은 여직원의 어머니가 대표인 업체에 웨딩사업권을 준 것은 문제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생업체인 A 업체가 B 업체보다 평가 점수가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A 업체 관계자가 가지고 다니던 명함에 적혀 있던 주소가 과거 B 업체가 창고로 사용하던 곳으로 밝혀졌는데 인지하고 있었나. △삼청각 전 직원인 김씨의 비리의혹을 무기명으로 제보한 직원이 사실상 해고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사장께서 지난 6월 26일 시정질문 당시 김씨와 제보자 사이의 명예훼손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사장이 최근 채용한 남요원씨가 서울 중구 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설 당시 추천서를 써줬다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인가. △박 사장을 포함한 참석자 전원이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에 일정대로 참석했다는 허위 자료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예산이 삭감된 2013 서울시합창단 해외교류공연 추진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2013년 서울시합창단 해외교류 사업은 후원기금으로 치러졌는데 현재까지 후원금은 얼마나 확보됐나. △후원기금이 추진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무엇인가. △뮤지컬 로보트 태권브이는 일정대로 추진되나. △시의회에서는 뮤지컬 로보트 태권브이 시나리오와 관련 사장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질의서를 받은 세종문화회관 홍보 마케팅팀은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만들어놓은 ‘서울시의회 세종문화회관 사장 관련 해명자료’를 보내준다고 했다. 해명자료를 보니 내부고발자 보호 관련 건, 삼청각 웨딩업체 선정과정의 건, 지방 출장 시 사장의 일정과 비용 사용 건,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건에 대한 내용밖에 없었다.
해명자료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내부고발자 보호 관련 건
<제보자는 관리자급 계약직원으로 관리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평가에 따라 재계약하기에는 부적정한 것으로 판단되어 계약 만료된 것임. 즉 제보자는 해고된 것이 아니며 제보문제와 관계없이 관리자로서의 업무능력 평가에 따른 정해진 절차를 거쳐 계약이 만료된 것임.
또한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에서는 무기명으로 제보를 받았기 때문에 제보자를 알 수 없었으며 피제보자가 제보자를 알게 된 과정은 알 수 없음.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에서는 이 내용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조사하였으며 제보자 보호 의무는 충실히 지켜졌음. 이 사안은 현재 서울시 조사담당관실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
△삼청각 웨딩업체 선정과정의 건
<삼청각 웨딩업체 선정은 공개입찰과 외부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임. 삼청각 웨딩업체 대표는 퇴사한 직원의 어머니가 대표로 등록되어 있으나 입찰 및 선정 과정에서는 퇴사한 직원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음. 또한 이 업체는 웨딩전문가 2명을 삼청각에 상주시키는 등 직원을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로 ‘페이퍼컴퍼니’나 ‘유령업체’는 아님.>
△지방 출장 시 사장의 일정과 비용 사용 건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틀간(1박2일)의 제주도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 행사에 참여하였음. 세종 사장은 6월 3일 회관 업무 관계로 뒤늦게 출발하여 오후 8시30분에 제주공항에 도착하였고 행사장인 해비치 리조트에는 오후 10시30분에 도착하였음. 따라서 6월 3일에는 개최된 개막식 행사에는 참석할 수 없었음. 행사장 도착 당일에는 강진 아트홀 박혜숙 전문위원 및 세종문화회관 직원과 지방공연장 교류 방안에 대한 논의의 자리를 가졌음. 다음 날인 6월 4일에는 오전 9시부터 마포아트센터 김보성 대표이사 등과 연계 공연 현안을 논의하였고, 대학로 공연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진 후 아트마켓 전시장을 참관하였음. 또한 당일 오전 12시에는 서울지역 문예회관 대표 간담회에 참석하였음. 6월 4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였으며 아시테지 한국본부 김숙희 이사장의 요청으로 세미나장 로비에서 7월에 개최되는 공동주최행사 홍보마케팅 공동협력 방안을 논의하였으며, 논의가 끝난 후 다시 세미나에 참석하였음. 세미나가 끝난 후 오후 5시부터 제주지역 문화예술 관계자 간담회가 있었으며, 심규호 제주국제대 중문과 교수, 김상철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만나 지방 전통문화 현황, 국악공연, 중국 관광객 현황 등을 논의하는 등 출장기간 중 개인일정에 활용한 바 없음. 출장 시 사용한 400여만원은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비롯한 세종문화회관 10명의 출장비로 사장 개인의 판공비가 아닌 항공료, 해비치 행사 참가비, 체재비, 공연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비 등으로 사용한 것임. 또한 이 비용은 예년과 비교 시 과대한 비용 사용은 아님.>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건
<세종문화회관을 대상으로 지난 6/11(화)부터 6/13(목)까지 실시한 감사원 감사는 비정규직의 공무직 전환과 관련된 내용이었음. 특히 이번 감사는 세종문화회관뿐만이 아니라 서울시 산하 모든 투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였으며 세종문화회관은 수감기간 동안 지적사항이나 특이사항이 없었음. 이러한 수감결과는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에서 서울시 감사담당관에게도 보고한 사항임. 이처럼 세종문화회관이 특별히 최근 인사문제가 불거져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것은 없음.>
답변이 부실하다고 생각해 7월 11일과 12일 연이어 세종문화회관에 질의서에 대한 정식 답변서를 요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공식 답변서는 받을 수 없습니까.
“(박 사장에게) 보고했는데 우리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가 어려운 입장입니다.”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의회와의 관계도 있고, 웨딩업체 선정 건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에서 조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질의서에 대한 공식 답변은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저희 입장은 시간을 두고 나중에 공식적으로 밝히겠다는 것입니다.”
—나중이 언제입니까.
“시의원들이 질러놓은 상황이라 바로 정면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 말씀을 공식적인 답변으로 판단해도 됩니까.
“네.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을 하자면 (보도) 시기를 좀 늦춰주셨으면….”⊙
7월 5일 해임촉구 건의안을 제안한 민주당 소속 김태희 서울시의원(서대문 3)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해임촉구 건의안을 제안한 이유부터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삼청각이 최근 웨딩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있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은 박 사장이 지난달(6월)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6회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의 공식행사에 불참했음에도, 처음에 참석했다는 허위보고서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평범한 가정집이 회사?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일까. 삼청각의 전통혼례 위탁업체 선정과정부터 살펴봤다. ‘삼청각 전통혼례 위탁업체 선정과정’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삼청각은 2012년 11월 5일 혼례 진행 경험과 전문성 있는 업체를 통한 웨딩사업 대행을 추진하기 위해 ‘전통혼례 위탁업체를 선정한다’는 공고를 홈페이지와 조달청 ‘나라장터’에 냈다.
응찰(應札)하는 업체가 없어 11월 26일 재공고를 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12월 28일 세 번째 공고를 했고 2개의 업체가 응찰했다. 2013년 1월 11일 삼청각 내 천추당에서 심사위원회가 열렸고, 최고점을 얻은 업체를 전통혼례 위탁업체로 선정했다. 평가항목은 다음과 같다.
△공고일 직전 실적(15점) △야외(하우스) 상품 판매 전략(15점) △전통혼례 상품 판매 전략(20점) △하우스 웨딩에 대한 이해도(10점) △전통혼례에 대한 이해도(20점) △PT 자료 내용구성 및 충실도(10점) △고객 불만, 요청사항에 대한 대처(10점).
전통혼례 위탁업체로는 총 취득점수 496점 중 최고·최저 점수를 제외하고 358점을 받은 A 업체가 선정됐다. A 업체의 유일한 경쟁업체였던 B업체는 308점으로 고배를 마셨다.
A 업체는 삼청각과 ‘삼청각에서 진행하는 혼례에 대하여 총 비용 중 식·음·주류 매출의 7.5%(부가세 별도)를 수수료로 적용한다’는 내용의 제휴 계약을 맺었다. 웨딩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계약대로라면 결혼식이 많은 달에는 (삼청각이) 1천만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표면상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취재결과 의심스러운 대목이 이곳저곳에 숨어 있었다.
우선 응찰업체 수가 너무 적었다. 일반적으로 공기업 위탁사업의 경쟁률은 높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50일 가까이 공고를 냈는데 두 업체밖에 응찰하지 않았다는 점은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또 전통혼례 위탁업체로 선정됐을 당시 A 업체는 설립된 지 6개월밖에 안 된 회사였다. A 업체는 2012년 7월 3일에 설립됐다. A 업체를 취재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소재를 쳐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등기소에 법인등기를 통해 주소를 파악하려 했지만 열람도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업체의 사업자등록증을 입수했다. 사업자등록증에는 사업장 소재지의 주소가 기재(記載)돼 있었다. 서울특별시 동작구였다. 법인등기 열람이 되지 않았던 것은 A 업체가 개인사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한 이유에서였다. 어렵게 사업 소재지 주소에 도착했지만, 기자를 맞이한 것은 회사가 아닌 가정집이었다. ‘가정집에서 웨딩컨설팅사업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오랜 시간 대문 앞에서 서성였지만 인기척조차 없었다.
공모에 응찰한 A 업체와 B 업체는 무슨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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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김태희 서울시의원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삼청각 웨딩사업자로 퇴사한 직원이 차린 유령회사가 뽑혔다”고 주장했다. |
B 업체는 A 업체와 삼청각 전통혼례 위탁업체 선정을 두고 경쟁한 업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B 업체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주소가 달랐다. 이전하기 전 주소를 알아보려 B 업체의 등기부등본을 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B 업체는 2013년 6월 17일 주소를 옮겼는데 그전 주소를 보니 A 업체 직원 명함에 적힌 주소와 거의 일치했다. B 업체가 모 빌딩의 201호에 있었다고 가정하면 A 업체는 202호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
A 업체와 B 업체는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A 업체 관계자는 “웨딩업체는 대부분 강남에 모여 있는데 그쪽 세(貰)가 비싸다. 그래서 B 업체가 세를 얻은 공간에 우리가 세를 내고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업체 대표는 A 업체 직원과 자신은 그냥 아는 정도 사이며, 삼청각 전통혼례 위탁사업과 관련해서는 A 업체와 경쟁하게 될지는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A 업체 대표는 과거 삼청각 직원의 母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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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몇 서울 시의원들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삼청각이 최근 웨딩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
문화회관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의 이야기다.
“김모씨가 말단 계약직이긴 했지만 ‘구설’에 휘말려 재계약에 실패한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삼청각 내부에서는 그에 대한 동정론이 존재했다고 하더군요.”
삼청각이 김씨와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한 직원이 2012년 2월 26일 김씨가 비위혐의가 있다며 감사실에 익명 투서한 것이다.
‘삼청각 웨딩사업 제보 관련 조사결과 보고’라는 제목의 세종문화회관 내부 문건을 보면 제보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1월부터 지속적으로 삼청각 웨딩고객을 업체에 소개시켜주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정황이 있어서 통장거래 내역서를 첨부합니다. 통장거래 내역서는 얼마 전 감사를 대비해 본인이 확인하다 유출된 것을 우연히 발견해 확인한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송금하는 김○○라는 사람은 김씨가 과거 근무하던 웨딩컨설팅업체 ○○의 팀장급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며 하○○라는 사람은 삼청각 웨딩 시 들어오는 사진이나 연주업체 관련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삼청각에 근무하던 이○○씨나 얼마 전 결혼한 윤○○씨의 경우도 연결을 시켜주고 수수료를 받았다는 정황도 있는 것 같습니다.(중략)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내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제보를 받은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은 이틀 뒤인 2월 28일 비위혐의 내부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4월 30일 1차 조사보고→5월 8~10일 삼청각 실지 조사→5월 11일 삼청각 직원 윤○○ 면담 및 2차 조사보고→5월 14~18일 웨딩 관련업체 유선 확인 등의 과정을 거쳤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문건은 이렇게 조사결과를 요약했다.
<김씨와 업체 관계자에 대한 면담·유선조사 및 관련서류 등을 확인한 결과 웨딩컨설팅업체, 사진촬영기사, 연주단체로부터 알선 수수료 수령, 직원 결혼 시 웨딩업체 소개 후 업체로부터 수수료 수령 등의 제보내용과 관련해 금품 수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음. 다만 웨딩컨설팅업체 제휴 수수료 2건 67만3천원 부당지급과 웨딩플라워업체에 693만원의 혜택을 발생하게 한 사실이 적출되었으며, 회관 임직원행동강령 제28조에 의거 직무 관련자와 금전차용 금지규정을 위반하여 협력업체 직원과 금전을 빌리거나 빌려준 사실을 확인했음.>
갑작스런 참여자격 변경
비위혐의자 김씨는 제보와 관련, 제보자와 제보자의 동료가 자신의 통장거래 내역서를 절도해 투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해 5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침해조사과에 진정서를 내고, 성북경찰서에 이들을 절도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절도가 아니라는 수사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후 김씨는 6월 30일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했는데 삼청각 내부에서는 이런 일만 생기지 않았다면 재계약이 확실했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재계약에 실패한 김씨를 안쓰럽게 여겨 삼청각 내의 지인들이 그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팔을 걷어붙인 것일까.
삼청각 사이트에서 의심이 가는 대목을 찾았다. 앞에서 언급했듯 삼청각은 2012년 11월 5일에 첫 번째 공고를 사이트에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올라온 공고 앞에는 [재공고]라는 문패가 달려 있었다. 11월 5일 전에 공고를 한 번 냈었다는 얘기다. ‘세종문화회관의 업체선정 진행 경과’ 자료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은 2012년 10월 22일에 혼례진행업체를 선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논의는 그전부터 있었을 것인데 업체선정 진행 경과 자료는 혼례진행업체 선정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2년 6월 30일 혼례 전문 직원의 계약만료 퇴사로 인한 직원의 부족 △신규직원의 조기 퇴사 및 업무이동(2012년 7월 24일 연회행사 인력 3명 입사·2012년 9월 홍보 담당 퇴사로 연회행사 1명 홍보 업무로 변경·2012년 9월 17일 연회행사 인력 2명 퇴사) △혼례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삼청각 인수인계 시 전문업체 활용 경험을 참고해 시행>
선정 배경에 김씨 퇴사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안이다.
김씨는 2012년 6월 30일에 퇴사했고, 그의 모친은 7월 3일에 웨딩컨설팅 업체를 개업했다.
위탁업체 공고를 주관한 삼청각 홍보팀의 관계자는 왜 [재공고]라 했느냐는 질문에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틀 뒤까지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기자가 다시 연락을 하자 그는 “11월 5일이 첫 공고”라고 주장했다. “[재공고]라 한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얘기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점을 궁금히 여겨 삼청각에 문의를 해봤다는 한 시의원은 “당시 삼청각에서는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삼청각 측 주장대로 첫 번째 공고일이 11월 5일이라 하더라도 의문점은 또 있다. 참여자격이 갑자기 완화된 것이다. 11월 5일, 26일과 12월 28일 공고가 다르다. 11월 5일, 26일 공고된 참여자격은 다음과 같다.
〈공고일 이전 본사의 주된 소재지가 서울특별시이며 사업자등록증상에 ‘웨딩컨설팅’으로 표기된 업체, 공고일 직전 8개월 중 야외혼례(전통혼례 1회 이상 포함) 진행 횟수가 8회 이상인 업체 ※진행횟수 실적증명원 및 해당 업체의 사진(야외웨딩 및 전통혼례) 첨부 필〉
하지만 12월 28일 공고에는 ‘공고일 직전 8개월 중 야외혼례(전통혼례 1회 이상 포함) 진행 횟수가 8회 이상인 업체 ※진행횟수 실적증명원 및 해당 업체의 사진(야외웨딩 및 전통혼례) 첨부 필’이라는 항목이 삭제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A 업체는 신생업체였다.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A 업체 대표의 딸이자 전직 삼청각 직원인 김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논란의 중심에 있어서인지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A 업체가 삼청각 전통혼례 위탁업체로 선정되기 전 실적과 입찰 경쟁을 벌였던 B 업체와의 관계 등을 물었다. 10분가량의 통화에서 김씨는 “지금은 어떤 말도 하기가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해명을 해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느냐고 수차례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는 게 A 업체의 공식 입장인 것으로 알고 기사에 반영하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했다. 김씨는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이번 주는 지방에 있어 통화를 할 수가 없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연락을 하자”고 했다.
현재 삼청각과 A 업체와의 계약은 2013년 6월 30일로 만료됐다. 삼청각의 전통혼례 위탁업체 선정 특혜 의혹은 2013년 6월 26일 처음 공식으로 제기됐다. 그 직전까지도 삼청각은 계약이 끝나가는 A 업체를 대신할 업체를 공모하지 않았다. 문제가 공식 제기되지 않았다면 삼청각은 A 업체와 재계약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컸을 것이란 이야기다. 서울시 조사 2과는 업체 선정 건과 관련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조사 2과는 현재(7월 15일) 김씨와는 접촉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허위 문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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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는 제6회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이 열렸다. |
《월간조선》이 입수한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참석 관련 자료’에 따르면 6월 3일 15:00 개막식 축하공연, 16:30~18:00 부스 전시, 18:00~20:00 리셉션과 다음 날인 6월 4일 09:30~12:00 부스 전시, 10:00~12:00 국제교류 라운드 테이블, 10:30~12:00 비즈니스 미팅, 13:30~16:30 심포지엄(서울시 뮤지컬 유인택 단장 발제) 일정에 박 사장을 포함한 참가자 10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실제는 박 사장과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들은 제주에 갈 때 따로 움직였다.
박 사장은 6월 3일 19시25분에 김포공항을 출발, 20시30분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박 사장이 해비치 리조트에 도착한 시각은 22시30분이었다. 당일 공식 일정은 20시에 끝났다. 박 사장으로선 참석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것이다. 박 사장은 당시 서울에서 현안업무 때문에 늦게 출발했다.
그런데 박 사장보다 먼저 제주도에 도착한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법인카드 내역’을 살펴보면 2013년 6월 3일 11시9분 공항동에 있는 한 커피 전문점에서 1만6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11시9분에는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게 된다. 일정을 최대한 빨리 잡아 10~20분쯤 뒤인 11시20~30분에 비행기를 탔다면 제주공항에 12시30분 즈음에 도착했을 것이다. 제주공항에서 해비치호텔까지의 거리는 44.17km로 대략 1시간 남짓 소요되니 개막식 축하공연에는 충분히 참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해비치호텔에서 57.98km 떨어진 안덕면 사계리에서 16시28분에 식사를 마친 뒤 법인카드로 계산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안덕면 사계리에서 해비치호텔까지는 대략 1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
15시 개막식에 참석한 뒤 1시간30분 떨어진 식당에서 밥을 먹고 16시28분에 계산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16시28분에 안덕면 사계리에 있었으니 16:30~18:00 부스 전시 일정은 당연히 참석하지 못했다. 출장을 빙자한 여행으로도 볼 수 있다. 출장 전 ‘공항~대회장~숙소’를 잇는 셔틀버스와 숙박, 조·중·석식 비용을 모두 지불한 상태라 더욱 그렇다. 그들은 셔틀버스 대신 렌터카를 이용했으며 식사도 다른 곳에서 했다. 그들이 다녀갔던 식당을 검색해 보니 한 곳은 한미·한일 정상회담, 남북 장관급회담의 만찬 장소로 이용됐던 제주도에서는 아주 유명한 곳이었다.
박 사장, 세종문화회관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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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요원 세종문화회관 정책보좌역. |
2012년 2월 8일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자신의 측근인 남요원(南堯元) 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사무총장에게 ‘내가 남요원을 알게 된 것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내가 남요원을 알게 된 것은 그가 민예총(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총장을 맡으면서부터다. 그 무렵에 기획실장을 맡고 있던 나는 안성 남사당 예술감독으로 내려가게 되었고 나머지 간부들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무실을 떠나게 되어 혼자서 민예총 업무를 꾸려가야 할 판이었다. 유력한 국회의원들의 보좌관 생활을 지낸 그였지만 민예총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그는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갔다. 남요원 역시 싸나운 싸움닭처럼 (중략) 정치판에 대한 그의 분석은 늘 경청할 만하다. (중략) 문득 지하철 벽에서 김구 선생의 어록을 인용한 판넬을 발견하였다.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나라,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나라, 바라 우리가 꿈꾸는 나라입니다”라는 구호로 시작된다. 가장 고생하며 민족의 완전한 독립인 통일조국을 꿈꾸었던 백범 김구 선생이기에 오늘날 우리들에게 가장 적합한 말씀을 남겨 주셨구나. 그래, 너에게 이 글을 보내마!>
문제는 박 사장이 이 글을 남겼을 당시 남 전 총장의 신분이 4·11총선 중구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였다는 것이다. 남 전 총장은 박 사장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지금도 검색하면 나온다.
세종문화회관 임직원 행동강령 제19조를 보면 1항과 2항은 부당한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1항은 〈임직원은 법령에 위반하여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후원회에 가입하는 등 부당하게 정치에 개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2항은 〈임직원은 법령에 의한 적법한 정치활동을 하면서도 회관의 정치적 활동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김정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전언이다.
“공기업 사장이 특정 정당의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쓸 수 있느냐고 지적하면서 도대체 이 글이 뭐냐고 박 사장에게 질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박 사장이 이렇게 답하더군요. 남 전 총장에게 써준 추천서라고요.”
이 말이 사실이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기업 사장이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인 자신 측근의 추천서를 쓰면서까지 민주통합당 공천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 된다.
당시 중구 공천은 정대철(鄭大哲)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鄭皓駿) 전 청와대 행정관(현 중구 국회의원)이 받았다.
추천서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서였을까. 박 사장은 2013년 2월 4일 남 전 총장을 정책보좌역으로 임명했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정책보좌역을 임명한 것은 8년 만이다. 남 전 총장이 임명되기 전, 지금까지 세종문화회관 정책보좌역은 2005년 1월 31일부터 2005년 12월 31일까지 근무한 김영호씨가 유일했다. 김씨는 파견 공무원이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대(對)시의회 관계를 위해 정책보좌역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전액 삭감된 예산 사업 추진
시의회는 박 사장이 지난해 시의회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예산편성이라고 지적한 독일 베를린 현지 공연을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문광위 소속 한 시의원은 “독일 공연이 공익성이 떨어지고 예산도 1억2000만원이나 소요돼 관련 예산을 삭감했으나 박 사장은 이를 무시하고 외부 협찬으로 추진했다”며 “비영리법인인 세종문화회관이 공익성도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 외부 자금을 끌어다 쓴 것도 부적절한데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월 업무보고에서 누락시켜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시켰다”고 비난했다.
박 사장은 독일 베를린 현지 공연을 가기 위해 후원금을 모았는데 목표액(1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모자라는 비용을 타 사업 예산에서 충당했는데 그 과정에서 박 사장은 지불각서를 쓴다. 후원금이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해 부족액이 발생할 경우 변제 등의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었다. 2013년 6월 28일 현재 실 입금액 기준으로 모금액은 총 5270만원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현안사업을 위해 국가 예산을 그냥 가져다 쓰면서 나중에 갚지 못할 경우 책임진다고 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몇몇 문화계 인사들은 박 사장이 민주당 유인태(柳寅泰) 의원의 동생인 유인택(柳寅澤) 서울시뮤지컬단장과 뮤지컬 <로보트 태권브이> 시나리오와 공연장 문제로 갈등을 빚은 데 대해서도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는 9월 19일 공연이 예정돼 있는 뮤지컬단의 <로보트 태권브이> 공연이 사실상 취소됐다. 박 사장이 유 단장의 시나리오를 맘에 들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무대화를 위해 대본 검토를 요구했는데 유 단장은 지금의 시나리오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원래 사장은 단장이 구성한 시나리오에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걸지 않는다. 전에 있었던 사장들도 이런 경우는 전혀 없었다.”
朴元淳의 고민
박 사장은 2012년 1월 임명될 때부터 시끄러웠다. 박 사장이 1980년대 후반 소규모 극단의 예술 감독을 맡긴 했으나 실무경력이나 조직관리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사장 재임 중 세종문화회관은 여러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박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의혹은 있지만, 형사 범죄 등의 비위행위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 박 사장을 내보냈다간 인사 실책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고, 그렇다고 계속 안고 가기에는 시정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재임을 원한다. 서울시 핵심 관계자는 “논란이 갈수록 확대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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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문화회관 전경. |
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청각의 전통혼례 위탁업체에 선정된 바 있는 A 업체 대표가 삼청각 전 직원인 김씨의 어머니인 것을 알게 된 시점은 정확히 언제인가. △시의회 쪽에서는 비리혐의 여부를 떠나 웨딩고객을 업체소개 후 해당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수령했다는 의혹을 받은 여직원의 어머니가 대표인 업체에 웨딩사업권을 준 것은 문제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생업체인 A 업체가 B 업체보다 평가 점수가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A 업체 관계자가 가지고 다니던 명함에 적혀 있던 주소가 과거 B 업체가 창고로 사용하던 곳으로 밝혀졌는데 인지하고 있었나. △삼청각 전 직원인 김씨의 비리의혹을 무기명으로 제보한 직원이 사실상 해고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사장께서 지난 6월 26일 시정질문 당시 김씨와 제보자 사이의 명예훼손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사장이 최근 채용한 남요원씨가 서울 중구 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설 당시 추천서를 써줬다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인가. △박 사장을 포함한 참석자 전원이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에 일정대로 참석했다는 허위 자료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예산이 삭감된 2013 서울시합창단 해외교류공연 추진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2013년 서울시합창단 해외교류 사업은 후원기금으로 치러졌는데 현재까지 후원금은 얼마나 확보됐나. △후원기금이 추진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무엇인가. △뮤지컬 로보트 태권브이는 일정대로 추진되나. △시의회에서는 뮤지컬 로보트 태권브이 시나리오와 관련 사장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질의서를 받은 세종문화회관 홍보 마케팅팀은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만들어놓은 ‘서울시의회 세종문화회관 사장 관련 해명자료’를 보내준다고 했다. 해명자료를 보니 내부고발자 보호 관련 건, 삼청각 웨딩업체 선정과정의 건, 지방 출장 시 사장의 일정과 비용 사용 건,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건에 대한 내용밖에 없었다.
해명자료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내부고발자 보호 관련 건
<제보자는 관리자급 계약직원으로 관리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평가에 따라 재계약하기에는 부적정한 것으로 판단되어 계약 만료된 것임. 즉 제보자는 해고된 것이 아니며 제보문제와 관계없이 관리자로서의 업무능력 평가에 따른 정해진 절차를 거쳐 계약이 만료된 것임.
또한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에서는 무기명으로 제보를 받았기 때문에 제보자를 알 수 없었으며 피제보자가 제보자를 알게 된 과정은 알 수 없음.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에서는 이 내용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조사하였으며 제보자 보호 의무는 충실히 지켜졌음. 이 사안은 현재 서울시 조사담당관실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
△삼청각 웨딩업체 선정과정의 건
<삼청각 웨딩업체 선정은 공개입찰과 외부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임. 삼청각 웨딩업체 대표는 퇴사한 직원의 어머니가 대표로 등록되어 있으나 입찰 및 선정 과정에서는 퇴사한 직원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음. 또한 이 업체는 웨딩전문가 2명을 삼청각에 상주시키는 등 직원을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로 ‘페이퍼컴퍼니’나 ‘유령업체’는 아님.>
△지방 출장 시 사장의 일정과 비용 사용 건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틀간(1박2일)의 제주도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 행사에 참여하였음. 세종 사장은 6월 3일 회관 업무 관계로 뒤늦게 출발하여 오후 8시30분에 제주공항에 도착하였고 행사장인 해비치 리조트에는 오후 10시30분에 도착하였음. 따라서 6월 3일에는 개최된 개막식 행사에는 참석할 수 없었음. 행사장 도착 당일에는 강진 아트홀 박혜숙 전문위원 및 세종문화회관 직원과 지방공연장 교류 방안에 대한 논의의 자리를 가졌음. 다음 날인 6월 4일에는 오전 9시부터 마포아트센터 김보성 대표이사 등과 연계 공연 현안을 논의하였고, 대학로 공연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진 후 아트마켓 전시장을 참관하였음. 또한 당일 오전 12시에는 서울지역 문예회관 대표 간담회에 참석하였음. 6월 4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였으며 아시테지 한국본부 김숙희 이사장의 요청으로 세미나장 로비에서 7월에 개최되는 공동주최행사 홍보마케팅 공동협력 방안을 논의하였으며, 논의가 끝난 후 다시 세미나에 참석하였음. 세미나가 끝난 후 오후 5시부터 제주지역 문화예술 관계자 간담회가 있었으며, 심규호 제주국제대 중문과 교수, 김상철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만나 지방 전통문화 현황, 국악공연, 중국 관광객 현황 등을 논의하는 등 출장기간 중 개인일정에 활용한 바 없음. 출장 시 사용한 400여만원은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비롯한 세종문화회관 10명의 출장비로 사장 개인의 판공비가 아닌 항공료, 해비치 행사 참가비, 체재비, 공연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비 등으로 사용한 것임. 또한 이 비용은 예년과 비교 시 과대한 비용 사용은 아님.>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건
<세종문화회관을 대상으로 지난 6/11(화)부터 6/13(목)까지 실시한 감사원 감사는 비정규직의 공무직 전환과 관련된 내용이었음. 특히 이번 감사는 세종문화회관뿐만이 아니라 서울시 산하 모든 투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였으며 세종문화회관은 수감기간 동안 지적사항이나 특이사항이 없었음. 이러한 수감결과는 세종문화회관 감사실에서 서울시 감사담당관에게도 보고한 사항임. 이처럼 세종문화회관이 특별히 최근 인사문제가 불거져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것은 없음.>
답변이 부실하다고 생각해 7월 11일과 12일 연이어 세종문화회관에 질의서에 대한 정식 답변서를 요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공식 답변서는 받을 수 없습니까.
“(박 사장에게) 보고했는데 우리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가 어려운 입장입니다.”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의회와의 관계도 있고, 웨딩업체 선정 건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에서 조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질의서에 대한 공식 답변은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저희 입장은 시간을 두고 나중에 공식적으로 밝히겠다는 것입니다.”
—나중이 언제입니까.
“시의원들이 질러놓은 상황이라 바로 정면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 말씀을 공식적인 답변으로 판단해도 됩니까.
“네.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을 하자면 (보도) 시기를 좀 늦춰주셨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