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산업부에서 유통·식품업계를 몇 년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갑을(甲乙)관계가 이 정도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업종도 드물다는 것이었다.
대형백화점이라 해도 바이어나 MD는 주로 20~30대의 대리·과장급인데 그들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유통업계는 대기업 정직원이라도 임금수준이 높지 않고 업무강도는 매우 높다. 이직이 많은 이유다. 그렇다 보니 ‘갑의 권력’을 가진 유통업체 직원들이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각 업체는 강도 높은 윤리강령을 만들었지만, 비리는 공공연했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홈쇼핑업체들이 크게 성장하자 이 같은 현상은 더 확대됐다.
기자들은 주로 대기업을 취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출입 초기엔 그들의 ‘힘들다’는 엄살을 조금은 믿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통업계 직원들은 “소비자들을 위해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단가 낮추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라고 호소했고, 식품업계 직원들은 “단가를 후려치려는 유통업계 직원들에게 우리는 영원한 을(乙)”이라고 호소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대리점주와 이야기를 하다 깜짝 놀랐다. 대기업 영업사원들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들뻘 되는 영업직원들의 압 박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그 내용은 현재 밝혀진 남양유업 직원의 폭언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제품을 판매하는 식품업체는 온전한 갑일까.
알고 보니 대부분 대형유통업체에는 을, 대리점에는 갑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었다. 남양유업도 대형할인점에는 을이라는 얘기다.
식품업체 한 직원은 “마트 MD에게서 연락이 오면 또 어떤 요구를 할까 싶어 모골이 송연하다”며 “마트에서 요구하는 1+1행사나 세일행사 요구에 일일이 응하기가 너무 힘들고, 거부하면 납품 안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늘 가시방석”이라고 털어놨다. 물고 물리는 갑을관계는 언제, 어떻게 종식될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함께 고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때다.⊙
대형백화점이라 해도 바이어나 MD는 주로 20~30대의 대리·과장급인데 그들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유통업계는 대기업 정직원이라도 임금수준이 높지 않고 업무강도는 매우 높다. 이직이 많은 이유다. 그렇다 보니 ‘갑의 권력’을 가진 유통업체 직원들이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각 업체는 강도 높은 윤리강령을 만들었지만, 비리는 공공연했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홈쇼핑업체들이 크게 성장하자 이 같은 현상은 더 확대됐다.
기자들은 주로 대기업을 취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출입 초기엔 그들의 ‘힘들다’는 엄살을 조금은 믿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통업계 직원들은 “소비자들을 위해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단가 낮추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라고 호소했고, 식품업계 직원들은 “단가를 후려치려는 유통업계 직원들에게 우리는 영원한 을(乙)”이라고 호소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대리점주와 이야기를 하다 깜짝 놀랐다. 대기업 영업사원들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들뻘 되는 영업직원들의 압 박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그 내용은 현재 밝혀진 남양유업 직원의 폭언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제품을 판매하는 식품업체는 온전한 갑일까.
알고 보니 대부분 대형유통업체에는 을, 대리점에는 갑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었다. 남양유업도 대형할인점에는 을이라는 얘기다.
식품업체 한 직원은 “마트 MD에게서 연락이 오면 또 어떤 요구를 할까 싶어 모골이 송연하다”며 “마트에서 요구하는 1+1행사나 세일행사 요구에 일일이 응하기가 너무 힘들고, 거부하면 납품 안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늘 가시방석”이라고 털어놨다. 물고 물리는 갑을관계는 언제, 어떻게 종식될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함께 고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