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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湖南향우회의 실체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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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 정당’ 따라 사분오열… 湖南정서 대표하는 전국 조직 사실상 없어
⊙ 2006년 첫 ‘전국호남향우회’ 결성… 2010년 새누리와 민주당 지지파로 분열
⊙ 현재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중앙회(약칭 중앙회),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약칭 총연합회),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박광태의 호남향우회)로 세 곳이 전국조직 주장
⊙ 중앙회, 20대 총선 새누리당 예비후보 13명 공동총재로 위촉
⊙ 총연합회, ‘회장 선출 방식’ 문제로 분열 위기 직면
⊙ 朴光泰의 ‘호남향우회’ 부회장·사무총장은 ‘安哲秀당’에 발기인으로 참여
1990년 7월 21일, 서울시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입장하는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 전국의 호남향우회는 한때 ‘김대중’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2015년 12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천정배(千正培) 의원의 ‘국민회의(가칭)’ 당사에서 ‘호남향우회’ 회원 29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에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라도에서 태어나 죄송하다. 선거 때마다 더불어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더더욱 죄송하다”며 “1000만 출향 호남 향우를 대표하는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주요 임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통합수권야당’ 건설에 선봉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인사는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의 ▲총회장-이용훈 ▲공동회장-최순모, 이종천(차기 총회장 내정자) ▲서울시연합회장-유상두(전임 총회장) ▲상임부회장-이석의 등 29명이다. 이 중 22명이 천 의원에게 ‘입당 원서’를 냈다.
 
  이와 관련, 이석의 상임부회장은 “임원들이 물꼬를 터 주면 전국에서 탈당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갤럽이 1월 5일부터 3일간 전국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지지 정당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호남 지역 응답자 중 41%는 안철수(安哲秀) 의원의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지지정당을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답한 사람은 19%였고, ‘국민회의’ 지지율은 1%에 불과했다. ‘호남 민심’을 언급하면서 천정배 의원에게 간 이들과 실제 호남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 셈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호남향우회’를 정말 수많은 ‘호남 출향민’을 대표하는 곳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金大中 대통령 만들기’ 위해 ‘하나’로 뭉쳤던 기억
 
  전국에 산재한 ‘호남향우회’는 1950년대 이후 각지의 호남 출향민들이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만든 단체다. 당초 이들은 읍·면·동별로 ‘향우회’를 만들었지만, 단체 규모가 커지면서 시·군·구별, 시·도별 향우회를 조직했다.
 
  동향 출신들끼리 모인 곳은 ‘재경고흥향우회’ ‘재경장흥향우회’와 같이 지명을 앞세운다. 이들보다 회원 범위가 넓은 조직은 ‘재경광주전남향우회’ ‘재경전북도민회’다. ‘인천호남향우회’의 경우와 같이 ‘호남’이란 명칭을 쓴 곳은 광주·전남·전북 출향민들이 모인 단체다.
 
  앞서 언급한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는 “전국에 1400여 개의 조직을 갖고 있다” “월 2만원 이상 회비를 내는 회원만 20만명에 달한다”고 선전했다. 전국의 각급 호남향우회를 총망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들에 따르면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는 전국 정당 규모의 막강한 조직인 셈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같은 ‘호남’이라고 해도 권역별 정서가 다르다. 각 향우회 구성원이 서로 ‘호남인’이라는 동질감을 공유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지 않다는 얘기다.
 
  광주·전남과 전북의 경우 사람들의 기질과 정서가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광주·전남 안에서도 광주권, 목포권, 여수권의 정서가 또 다르다. 전북의 경우엔 전주권, 군산권, 남원권 등의 말씨와 특성이 다르다. 바꿔 말하면 ‘호남’이란 이름만으로 이들이 하나로 모이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국의 호남향우회들은 개별 활동을 하는 점조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단체가 전국의 1400여 개 호남향우회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실제 《월간조선》이 2011년에 이를 취재했을 때 대다수의 지역 호남향우회는 ‘전국 조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인들이 이들을 ‘단일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때문이다. ‘김대중’은 이들에게 매우 특별한 구심점 역할을 했다. 1970~90년대 이들은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방대한 조직이 끈끈한 결속력을 과시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고려대교우회’ ‘해병대전우회’와 함께 소위 ‘대한민국 3대 마피아’란 별칭까지 얻었다.
 
 
  1970~97년 수도권 전입 인구의 40%가 호남 출신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전·현직 임원 29명이 지난해 12월 30일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회의 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탈당임원 중 22명은 이날 국민회의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전국의 호남향우회들은 ‘1300만 호남 향우’란 말을 즐겨 쓴다. 이는 광주 150만명, 전남 200만명, 전북 150만명 등 호남 거주민 500만명과 출향민 800만명을 합한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그만큼 전국에 전라도 사람들이 흩어져 있다는 걸 강조하는 표현이다.
 
  조상현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연구원이 2012년에 낸 〈1980년대 이전 호남향우회의 성격 검토〉란 논문에 따르면 호남 출향민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살고 있다. 다음은 논문의 관련 부분이다.
 
  〈1960~1970년대 서울로 유입되는 인구의 출신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전라도 지역의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 자료의 경우 서울로 들어온 약 51만명 가운데 호남 지역 출신이 29%라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영남 지역 출신은 24.1%에 불과하였다.
 
  또한 1970~1997년 기간에는 수도권 순 전입 인구 약 800만명 가운데 호남 출신이 37.6%이고, 영남 출신이 28.4%를 차지하였다. 서울 유입 인구의 절대 수치로 보나, 인구대비 수치로 보나 호남 사람이 압도적이었다고 하겠다.〉
 
  호남 사람들은 그동안 ‘김대중 당’을 찍어 왔고, 그의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대체로 야당 지지 성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따라 호남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수도권의 각종 선거에선 여야 후보들이 항상 접전을 치른다. 승패를 가르는 득표율 차이는 커야 5% 안팎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호남 사람들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호남향우회’를 무시할 수 없다. 야당 입장에선 자신들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향우회가 여당 쪽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만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19대 총선 때 몇몇 지역구에서 겪은 ‘뼈아픈 패배’를 다시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 호남향우회는 ‘계륵’ 같은 존재”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2015년 12월 17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1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 지역 주민들은 안 의원의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국민회의에 각각 41%, 19%, 1%의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2년 4월 총선 당시 ‘후보 단일화’를 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박빙의 싸움이 벌어진 ▲서울 은평을 ▲서울 서대문을 ▲경기 의정부을 ▲경기 평택을 ▲경기 안산 단원갑 등 수도권의 5개 지역에서 새누리당에 근소한 차이로 졌다. 호남향우회 조직을 기반으로 한 ‘정통민주당’이 민주통합당 지지표를 일부 가져갔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재오(李在五)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지난 19대 총선 때 가까스로 천호선(千皓宣) 정의당 후보를 누르고 5선 고지에 올랐다. 당시 이재오 의원은 서울 은평을에서 6만1779표(48.37%)를 받은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보다 불과 1459표(1.14%) 많은 6만3238표(49.51%)를 얻어 가까스로 당선했다. 이문용 정통민주당 후보의 득표 수는 2692표(2.1%)다.
 
  여당 쪽에선 호남향우회의 일부라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애쓴다. 서울 지역구에서 재선을 준비하는 의원실 관계자는 “새누리당에 호남향우회는 ‘계륵’과 같다”고 표현했다. 공들인 만큼 돌아오는 이익은 없지만,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까운 존재란 얘기다.
 
  현재 4월 총선에 나가기 위해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서 뛰는 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도 이렇게 말했다.
 
  “도봉갑엔 영남 출신이 22%, 충청도 출신이 23%, 호남 출신은 40%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호남향우회의 영향력이 셀 수밖에 없죠. 선거에 나가려면 몇 명 모이지도 않는 동창회니 뭐니 다 찾아다니는데, 야당 지지자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해서 호남향우회를 무시하는 건 낙선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북’ 출신인 걸 강조하면서 호남향우회를 제 쪽으로 끌어당길 방법을 여러모로 강구하고 있습니다.”
 
 
 
2006年 사실상 최초의 ‘전국호남향우회’ 결성

 
임향순 총재가 이끄는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중앙회는 대체로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모인 곳으로, 이번 총선에 나가려는 호남 출신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을 ‘공동 총재’로 위촉했다.
  전국의 호남향우회는 각자의 고장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전국의 ‘호남향우회’를 뭉치게 할 구심점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들이 하나로 뭉칠 일은 없었다.
 
  2000년 9월 당시 전국 시·군 호남향우회장 30명이 처음으로 ‘전국 조직’을 만들기 위해 ‘전국호남향우회 연합회’를 결성했지만, 이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연합회란 ‘머리’만 있을 뿐 ‘몸통’ 역할을 할 지역 조직이 이를 받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의 호남향우회가 재차 하나로 뭉친 계기는 2006년 7월 12일 ‘광명시장 호남 비하 발언 파문’이다. 이효선(李孝善) 당시 광명시장은 백재현 전임 시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퇴임 직전 인사(人事)를 두고 “형평성을 잃은 잘못된 인사”라며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욕을 먹는다”고 얘기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 경기도호남향우회 연합회는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경기도의 31개 호남향우회 회장단은 같은 달 26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효선 광명시장은 시장 직에서 사퇴하고, 대한민국을 떠날 것을 권고한다”며 “한나라당이 이 시장을 출당시키지 않을 경우 850만 출향 호남인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국 시·도 호남향우회 회원 5000여 명은 소위 ‘이효선 광명시장의 호남 모독 망언 규탄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어서 전국적인 규모의 호남향우회를 결성했다. 같은 해 10월 재경전북도민회를 제외한 전국 호남향우회가 회원으로 참여해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김대중 정부 때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임향순 당시 재경광주전남향우회 회장을 총재로 추대했다.
 
 
  2010年 이후 각자 ‘정통’ 자처… ‘지지 선언’ 남발
 
1998년 2월 25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전국의 호남향우회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구심점을 잃었다.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는 발족 3년 만에 두 조직으로 갈라졌다. 일부 시·도 회장들이 연임을 시도하던 임향순 총재의 ‘친여 행보’에 반발한 것이다. 임 총재는 2007년 12월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할 당시 세무사 156명과 함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친야 성향의 지역 회장들은 2009년 12월 정기총회장에서 ‘임향순 총재 추대’를 무산시키기 위해 집단 퇴장했다. 임향순 총재를 지지하는 지역 회장들과 대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임 총재를 다시 추대했다. 이에 퇴장한 지역 회장들은 자신들이 ‘정통’이라면서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총연합회)’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조직을 만들고, 유상두 서울시 연합회장을 ‘총회장’으로 추대했다.
 
  임향순 총재 측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단체명을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중앙회’라고 바꿨다.
 
  정치색 때문에 반목한 두 단체는 선거 때마다 서로 다른 정당과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2011년 10월 2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총연합회는 박원순(朴元淳) 후보 사무실을 방문해 “박원순 파이팅!”을 외치면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4일 뒤, 중앙회는 “선거에 호남향우회 간판을 걸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건 온당치 않은 처사”라고 지적하면서 “엄정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중앙회와 총연합회는 ‘지지 선언 경쟁’을 펼쳤다. 당초 유상두 회장을 비롯한 총연합회 임원들은 2012년 8월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정세균 의원을 밀었다. 하지만 그해 12월 대선 때는 “전국 16개 시·도 호남향우회 소속 1300만 향우들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을 결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중앙회는 박근혜(朴槿惠)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임향순 대표총재는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소통분과 위원장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野圈 개편 따라 분열 위기 맞은 총연합회

 
  지금도 중앙회는 ‘친(親)새누리당’ 성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 나가려는 수도권 지역 입후보자 중 호남 출신들에게 ‘공동 총재’란 직함을 줬다. 공동 총재 명단에 있는 인사들은 이성헌(李性憲), 정양석(鄭亮碩), 안형환(安亨奐) 전 의원을 비롯한 13명으로 전부 새누리당 소속이다.
 
  이에 대해 임향순 중앙회 총재는 “야당 인사들이 요청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 우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면서 “예를 들어 전남 장흥 출신인 임종석(任鍾晳)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같은 야당 인사도 우리는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총연합회는 분열 위기에 처했다. 일차적인 이유는 ‘총회장 선출 방식’ 때문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2015년 11월 15일 《중앙선데이》의 기사 중 일부다.
 
  〈원조 호남향우회로 전통적인 야당 성향의 전국 조직임을 자부해 온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도 최근 내홍을 겪고 있다. (중략) 지난 12일 이종천 제주도 호남향우회 연합회장을 추대했지만 당초 경선에 출마하려고 했던 허영 인천시호남향우회 연합회장 지지자들과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중략) 허영 회장은 “앞으로 제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잘못하면 총연합회도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지지 정당’이 다르다는 점도 ‘분열의 씨앗’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은 원래부터 ‘천정배 지지파’였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들에 따르면 천 의원은 3년 동안 총연합회의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이용훈 총회장, 이종천 차기 총회장 내정자, 최순모 공동 회장 등은 지난해 4월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천정배 의원 유세에 나선 바 있다. 바꿔 말하면 이들의 탈당은 천정배 의원이 ‘신당 창당’을 주창할 때부터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란 얘기다.
 
  한편 《인천일보》에 따르면 ‘탈당파’와 경쟁 관계에 있던 허영 인천호남향우회 회장은 1월 10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인천 서구·강화을 지역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조기종 인천호남향우회 사무총장은 “천정배당, 박주선(朴柱宣)당, 박준영(朴晙瑩)당, 안철수당에서 유혹을 많이 했지만, 허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앙회 측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허영 회장 측과 ‘천정배 국민회의’를 지지하는 이종천 차기 총회장 측이 사실상 갈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韓光玉 측근이 주도하는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
 
박광태 전 광주광역시장이 회장으로 있는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는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의 측근인 박차광 사무총장이 설립ㆍ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안철수’ 혹은 ‘박원순’을 지지하는 또 다른 호남향우회도 있다. 박광태(朴光泰) 전 광주광역시장이 ‘통합 총회장’을 맡은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2014년 11월 발족)다.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에 따르면 이 단체엔 ▲김상현(金相賢) ▲정균환(鄭均桓) 등 옛 정치인들이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단체 설립·운영을 주도한 인물은 박차광 사무총장이다. 박 사무총장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의 측근으로, 현재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자문위원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박 사무총장이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이와 관련해 그가 단체 사이트에 게시한 ‘사무총장 경과보고’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전략) 호남향우회 중앙회가 사분오열되어 향우회 본연의 목적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기득권만 주장한 몇몇 분들의 이해관계로 전락한 나머지 모든 향우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었습니다. (중략) 그리하여 마침내 사분오열된 향우회를 하나로 통합하여 단합된 모습으로 새출발하기로 하고 수차례 모임 끝에 의견을 한데 모아 통합향우회 중앙회를 발족하게 되었으며 전국 각 시·도연합회가 하나가 되어 명실공히 통합된 모습으로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하여 통합된 향우회 중앙회 회장으로 박광태 전 광주광역시장을 추대하였습니다.”
 
 
  중앙회와 총연합회는 朴光泰 측에 합류한 적 없어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의 김기태 부회장, 박차광 사무총장은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박차광 사무총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임향순 총재의 중앙회와 이용훈 총회장의 총연합회는 ‘통합 향우회’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임향순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회원들이 제게 ‘그동안 총연합회는 야당 편만 들었는데, 통합 호남향우회의 정치 노선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박광태 전 시장을 2014년 7월에 만나 이를 확인했습니다. 저와 둘이 만난 그 자리에서 박 전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호남 사람을 홀대한다’ ‘문재인은 문제가 있다’ ‘광주 사람들은 박원순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이 얘기를 우리 회장단에게 전달했더니 모두 “새로 만들 ‘통합 호남향우회’는 최소한 ‘정치적 중립’을 표방해야 한다”며 박 전 시장 측과의 ‘통합’을 반대했습니다.”
 
  총연합회의 이용훈 총회장은 박광태 전 시장 측과 합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우리는 그런 거 인정 안 해요! 그런 건 저한테 묻지도 마세요! 그런 건 향우회도 아니에요. 우리는요, 전국에 조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 사람(박광태 전 시장)이 아는 유지들하고 만든 것이지, 지역 조직이 없잖아요. 자기들이 뭣 때문에 전국이란 말을 쓰고, 중앙회란 말을 쓰고. 그걸 왜 만들었느냐? 그 이유가 뭐냐는 거죠. 그것이 탄생하기 전에 그래도 우리 ‘호남의 어른’ 권노갑 고문께서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랬는데 취임식을 하고 그랬더라고요.”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의 주요 인사들의 전체적인 정서는 문재인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거부’다. 이는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옛 정치인들의 면면, 박광태 회장과 박차광 사무총장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관련 기사 중 일부를 추린 것이다.
 
  〈박광태/호남향우회 중앙회 회장
 
  “(호남) 정서가 좀 다르지 않냐, 이렇게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면 문재인 대표에 대한 거부감입니다.”〉—2015년 11월 11일 《TV조선》
 
  〈광주시장을 지냈던 박광태 호남향우회 중앙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광주·전남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회원들까지 탈당하라고 난리”라며 “일단 문재인 대표와 친노를 물러나게 한 다음 대선 때는 다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2015년 12월 30일 《조선일보》
 
  〈박차광/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 사무총장
 
  “비전이 없는데 투표하고 싶은 생각이 누가 있겠어요. (연말) 행사들이 많잖아요. (문 대표에 대한) 성토가 더 많을 거라고 봅니다.”〉—2015년 11월 16일 《MBN》
 
  현재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의 김기태 부회장(전 전남도의원), 박차광 사무총장 등 일부 인사들은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추진하는 ‘국민의당’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직선거법상 향우회의 ‘공개 지지’는 不法
 
  호남 사람 중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안철수)’을 지지하는 사람이 다수다. 상대적으로 소수이지만 새누리당 지지자도 있다. 이 밖에 ‘국민회의(천정배)’ ‘통합신당(박주선)’ ‘신민당(박준영)’을 응원하는 호남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활동하는 건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국 호남향우회’들이 ‘전체 호남 출향민’을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것이다. 이들은 크고 작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등장해서 “1000만 출향 향우를 대표하는 우리 향우회는 ○○당과 ○○○ 후보를 지지한다”는 식의 성명을 발표했다. 여러 갈래인 ‘호남의 민심’을 왜곡·전달해 왔다고 얘기할 수 있다.
 
  참고로 공직선거법 87조는 ‘향우회·종친회·동창회, 산악회 등 동호인회, 계모임 등 개인 간의 사적모임의 경우 ▲단체 명의 ▲그 대표의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만든 박광태 전 시장의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의 경우엔 선거와 관련해서 아직 이렇다 할 ‘정치 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 하지만 언론에선 마치 이들이 ‘전국 호남 향우’를 대표하는 단체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고, 회장과 사무총장이 ‘단체 직함’을 달고 여러 차례 ‘정치적 발언’을 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향우회의 활동은 ▲고향 발전 ▲지역 봉사 ▲장학 사업 등으로 정치와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중앙회’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 등이 전국의 호남향우회를 대표하는 조직이라고 자부한다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정치판을 맴돌 게 아니라 향우회 본연의 활동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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