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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테마株, 누가 어떻게 돈을 버는가

안철수 멘토 정문술씨 9월 보유주식 전량 팔아 400억 현금화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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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앞두고 절대우위 후보 없는 상황은 테마주에 가장 큰 호재… 작전세력 날뛴다
⊙ 바른손(문재인 테마주) 1170%, 안랩(안철수 테마주) 1000% 주가 상승했지만
    개미들은 1조원 이상 손실
⊙ 대표적 테마주인 미래산업(안철수)·아가방(박근혜)·우리들생명과학(문재인) 경영진,
    주가 고점에 수십~수백만 주 팔아치워
최근 대선과 관련된 정치테마주의 주가는 후보의 움직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테마주(株)는 주식투자자들에겐 ‘뜨거운 감자’다. ‘테마’라는 근거가 사실상 희박한 줄 알면서도 다들 단기간에 이익을 보는데 나만 끼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특히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증시가 정치테마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개미투자자들은 테마주와 관련해 1조5000억여 원의 손해를 봤고, 지난해 말부터 테마주 시세조종(=작전)을 주도하다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검찰에 넘겨진 투자자만 100명이 넘는다. 금감원 측도 올해 초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구성하면서 “역대 테마주가 이렇게 많았던 적이 없고, 이렇게 많은 투자자가 테마주로 몰렸던 적이 없다”고 혀를 찰 정도다.
 
  특히 10월 초 현재 기준으로 140개가 넘는 정치테마주가 난립하며 일반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는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9월 주식 전량매도로 4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겨가자 투자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사람들은 정치테마주를 왜 찾을까
 
  정치테마주가 증시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16대 대선. 행정수도 이전 테마주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이후 17대 대선 때는 대운하사업 수혜주나 건설수혜주, 저탄소녹색성장 관련산업 수혜주가 폭등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특정 후보의 정책과 관련된 정책수혜주가 주로 정치테마주로 분류됐었다. 미국에서도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군수사업이나 담배산업 종목이 수혜를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정치테마주의 성격이 변질돼 정책수혜주보다는 특정 후보와의 인맥에 따른 종목이 널뛰는 현상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나경원 테마주로 분류된 한창과 박원순 테마주로 분류된 휘닉스컴이다.
 
  한창의 경우 대표이사가 나경원 후보와 대학동기라는 이유로, 휘닉스컴 역시 대표이사가 박원순 후보와 고등학교 동기로 동아리 활동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3배, 5배로 폭등했다가 선거 후 원래의 주가 수준으로 폭락했다. 금번 18대 대선과 관련되어 부상한 정치테마주는 아예 모든 종목이 주요 대선 후보와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얘기다. “우스갯소리로 후보의 사돈의 팔촌이 사외이사로라도 있는 기업이면 테마주로 분류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변종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는 세 후보의 주요 정책이 테마로 부상할 만한 무게감이 없고 더욱이 정책의 차별화가 선명하지 않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안 교수는 “주식의 가치는 기업의 미래 기대이익이 그 위험성에 비해 더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대선 후보가 집권했을 때 인맥으로 인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걸 가정하는 것이며, 이를 굳이 합리화하자면 정경유착에 따른 이익 증가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정 후보가 당선이 되면 정경유착으로 인해 해당 기업이 호황을 맞을 것이고, 주가는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동생이 대주주로 있는 EG, 대주주가 문재인 후보를 밀고 있다고 소문난 우리들제약을 비롯해 대부분의 현재 대선테마주가 이런 식이다.(표1 참조)
 
  실제로 지난 10월 11일 김성주 대성그룹 회장이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되자 대성 관계사들은 바로 다음 날인 12일 주식시장에서 급등세를 이어갔다. 12일 대성홀딩스는 가격제한폭인 상한가(8760원)로 거래를 마쳤으며, 대성산업과 대성에너지, 대성합동지주도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1년 반 만에 상한가를 기록한 이들 주식은 다른 호재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대선테마만으로 급등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우준 부장은 “테마주에 손대는 개인투자자들 역시 테마 자체가 황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빠른 정보를 갖고 빨리 움직여서 조금이나마 이익을 얻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투자자들이 실시간 SNS를 많이 활용하게 되면서 이런 자만심이나 착각에 빠져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테마주 투자의 심리를 분석했다.
 

 
  정치테마주 투자는 도박
 
  지난달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정치테마주로 분류된 종목 131개 중 테마주의 가격 급변동에 따른 손실의 99%를 개인들이 떠안았고 그 액수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9월 19일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개미투자자들은 ‘개미지옥’에 빠져들었다. 써니전자와 우성사료 등 안철수 테마주가 20일부터 일주일간 일제히 급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출마선언 직전까지는 상승세를 타던 주가가 출마선언과 함께 기대감 등 호재가 소진되면서 떨어졌다. 작전세력들이 그동안 물량을 사들이며 개인투자자들의 추격매수를 유도했다가 출마선언 후 물량을 털고 나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테마주 투자는 도박”이라는 데 뜻을 같이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정치테마주가 모두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인물과 관계있는 테마주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의 얘기다. “정치테마주와 관련해 아가방과 예림당 등 기존 저평가된 기업들이 이슈와 맞물리면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일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런 기업들은 사실 누가 선거에서 표를 얻든 바뀌지 않아요. 인물과 관련된 근간의 테마주는 근거 없는, 이른바 ‘도박’의 영역입니다. 회사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견실한 정치테마주라면 장기적으로 기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인물테마주는 실패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진투자증권 조병문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 차원에서 테마주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펀더멘털(기본)이 아닌 단순 이슈로 움직이는 종목은 견실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정치테마주를 많이 사들이고 있고 조언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을 낼 생각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정치테마주에 대한 분석을 자제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최근 정치테마주에 대해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 초 테마주특별조사반을 구성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를 특별조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정호준 민주통합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치테마주 중 가장 많은 불공정거래 혐의자를 낳은 정치테마주는 바른손이었다. 18명(중복 포함)이 검찰 고발되거나 수사기관에 통보됐다. 바른손은 지난해 9월부터 문재인 대선 후보 테마주로 인식되면서 900원대였던 주가가 불과 5개월여 만에 1만1950원까지 무려 1170% 이상 치솟았다.
 
  이어 박근혜 테마주로 주가가 1년여 만에 660% 가량 급등했던 아가방컴퍼니가 15명, 안철수 테마주로 구분되며 주가가 10여개월 만에 1000% 이상 치솟은 안랩이 1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쌍방울, EG, 우리들생명과학, 마크로젠, 대유에이텍, 대현 순으로 검찰 고발 및 수사기관 통보 조치된 불공정거래 혐의자가 많았다.
 
시세조종이란

  시세조종이란 주가조작 혹은 작전으로도 불리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거나 혹은 고정시키거나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일부 거래자들이 사전에 주가를 높이고 일정 수준에서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일반투자자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팔아서 높은 부당이익을 얻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주식을 ‘작전주’라고 하고 이러한 거래를 꾀하는 당사자들을 ‘작전세력’이라고 한다. 작전세력에는 보통 대주주나 큰손(자산 보유자), 펀드매니저나 증권사 직원 등 증권브로커가 포함된다.
 
  시세조종에는 두 사람 이상이 미리 가격과 물량을 짜고 매매해 가격을 올리는 경우, 시장에서 고가주문을 여러 번 반복해서 내 주가를 끌어올리는 실제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등이 있다. 또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허위표시 등에 의한 시세조종도 있다.
 
  우리나라 증권거래법 제188조의 4에서는 시세조종을 중요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증권거래법 제207조의 2에 따라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를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이익 또는 회피손실액의 3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징역형을 받았다고 해서 벌금을 면제받지는 않으며, 불공정행위로 징역형을 받으면 10년간 법인의 대표·이사·감사 등을 맡지 못한다.
 
  21시간 ‘작전’으로 19억원 부당이익 챙겨
 
  특히 최근 기승을 부리는 정치테마주의 문제점은 대선 이후를 기대하는 ‘비교적 합리적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후보의 행동과 관련해 단기에 시세차익을 얻고 나가는 ‘단타’가 기승을 부리며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정치인 테마 작전주의 특징으로 ▲일반 테마주 시세조종이 비교적 중장기에 걸쳐 이뤄지는 반면 정치인 테마주는 물량매집과 시세견인, 이익실현이 동시에 이뤄지고 단기간에 모든 과정이 종료된다는 점 ▲소수계좌에 의한 10회 이내 대규모 물량소진주문 ▲정보유포를 위해 SNS 등 매체 이용 등을 들었다. 다음은 금감원이 최근 적발한 사례들이다.
 
  [사례1] 일반투자자 A씨는 친누나와 사촌동생, 친구 등 6명을 끌어들여 EG 시세조종에 착수했다. 12월 14일 정오경 EG 주가가 상한가에 오르자 31만1991주를 매수주문하며 상한가를 유지시켰다. 또 오후에 16만4012주의 허위매수주문을 넣는 등 매수세가 계속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또 장 종료 후 시간 외에 추가로 31만2636주의 허위매수주문을, 다음 날 장 개시 전 시간 외에 10만 주 이상을 매수주문했다. 이처럼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 같은 기대감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준 뒤, 15일 장 개시 후 209억원의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총 19억원의 이익을 취했다. 최초 시세조종에 개입한 지 21시간24분만이다. A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EG는 물론 안랩(053800) 등 52개 종목(21개 종목은 테마주)에 대해 2010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2조9869억원의 매수주문을 내고, 9395억원어치를 매수해 총 40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사례2] 일반투자자 B씨는 안랩 등 정치테마주 30개 종목에 대해 2011년 8월 1일부터 2012년 1월 13일까지 401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 B씨는 전체 매도 물량의 최대 20배에 달하는 매수주문을 내기도 했고, 특히 상한가 시점에서 대량 매수주문을 내 상한가를 유지시키는 ‘상한가 굳히기’ 주문도 274회에 달했고, 총 매수액은 무려 2676억원이었다. B씨는 총 54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사례3] 일반투자자 C씨는 솔고바이오 주식 8만여 주를 매수한 후 4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9개의 필명을 만들고, 포털사이트와 증권사이트 등에 “솔고바이오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친밀한 관계이며, 근시일 내 기업 인수합병(M&A) 대상”이라는 내용의 글을 여러 사람이 올린 것처럼 유포했다. 이후 C씨는 지속적으로 매수주문을 내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후 71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수백억 번 안철수 후보의 멘토, “도덕적 해이의 극치”
 
‘안철수의 멘토’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은 테마주로 주가가 오른 시점에 주식을 전량 매도, 400억여 원을 획득했다.
  문제는 단순히 돈만 보고 달려드는 작전세력뿐만 아니라 실제로 테마주에 편승해 이득을 보는 ‘후보 주변인’들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창립자 정문술씨와 안철수 후보의 관계(박스 기사 참조) 때문에 안철수 테마주로 꼽혀온 미래산업. 정문술 전 대표는 9월 14일 보유주식 2254만 주, 부인의 139만 주를 모두 매각해 약 400억원어치의 주식을 현금화했다. 미래산업의 대표 권순도 사장과 권국정 이사도 각각 60만 주, 14만2000주를 팔았다. 이 때문에 미래산업 주가는 14일 하한가인 1765원까지 떨어졌고, 이후 3일 동안 하한가로 거래를 마치는 등 지분 매각 직전보다 40% 이상 주가가 폭락했다. 미래산업 주가는 올 초만 해도 300원대였지만,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며 한때 2000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래산업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이미 상당한 손실을 입은 상태다. 정문술씨는 이에 대해 “테마주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으며, 재산은 향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정문술씨와 미래산업 경영진의 행위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투자자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노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정문술씨의 뜻이야 어쨌든 이번 사건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래산업 사건 이후 정치테마주 투자자들의 분노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서울대 경제학부 안동현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테마주에 흔들리는 시장도 문제지만, 테마주에 편승해 대주주나 경영진이 고가에서 보유주식을 매도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행위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안 교수는 “자신들의 주식 매도가 거품붕괴를 촉발할 것이란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이 같은 행위는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측도 “아직 법적인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는 투자자들에게 위해를 끼치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조항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철수와 정문술은

  현재 75세인 정문술씨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중앙정보부 부이사관으로 재직하다 1983년 반도체장비사업체 미래산업을 설립했다. 후배 벤처기업인들과 교류하며 미래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벤처리더스클럽을 창립하는 등 IT산업을 이끌어 ‘벤처 1세대’로 불리는 그는 1999~2000년에는 거대 포털사이트 라이코스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후 2001~2003년 한국과학기술원 이사로 재직했으며 2009~2010년에는 카이스트 이사장을 지냈다.
 
  안철수 후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정문술 석좌교수’로 근무했다. 일반인에겐 이름마저 생소한 ‘정문술 석좌교수’란 정문술씨가 1997년 석좌교수기금 5억원을 내놓으며 생긴 이름이다. 카이스트에는 건물이나 프로그램에 기탁자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정문술 석좌교수 외에도 100억원을 기탁했던 독지가 오이원씨의 이름을 따 젊은 조교수를 지원하는 이원조교수 제도 등이 있다. 2011년부터는 실명 대신 ‘카이스트 지정석좌교수’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정문술씨는 2001년에는 카이스트에 사재 300억원을 기탁, 카이스트 내 ‘정문술빌딩’을 만들고 바이오시스템학과를 신설하며 카이스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2008년까지 벤처기업인이었던 안철수를 학계로 이끈 사람이 바로 정문술씨인 셈이다. 안철수는 이를 기반으로 2011년에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스카우트됐다.
 
  정문술과 안철수는 2000년대 초반 벤처업계에서 각각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05년 초. 정문술과 안철수는 연초 이사회에서 각각 미래산업과 안철수연구소의 최고경영자직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이는 후배 양성을 위한 ‘벤처 1세대의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미담으로 포장됐다. 이때부터 안철수 후보는 정문술씨를 단순한 선배 기업인이 아닌 ‘멘토’로 여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안랩이 펴낸 사사(社史)에 정문술씨는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썼다. <견실한 경영철학을 가진 CEO만큼이나 함께 호흡하는 직원들도 건강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이제 갓 10년이 넘은 이 기업이 앞으로도 우리나라 IT벤처산업의 역할 모델로 이바지하리라 믿는다. 아울러 차세대 성장동력인 지식정보 분야의 리더로서 선도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패기 있는 청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정치테마주 작전세력과 대선 후보 관련 없을까?
 
한 증권사 업장에서 테마주 투자로 손해를 본 투자자가 실의에 빠져 있다.
  테마주 불법거래 단속에 나서고 있는 금융감독원 테마주특별조사반 하은수 반장의 이야기다.
 
  ―테마주는 어떻게 선정하고 관리합니까.
 
  “금감원 조사국이나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주시하다 움직임이 이상하면 우리에게 넘겨줍니다. 역대 어떤 선거에서도 이렇게 많은 테마주가 있었던 적이 없고, 투자자가 이렇게 많았던 적이 없어요.”
 
  ―테마주가 횡행하는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아 자금이 갈 곳이 별로 없고, 대선 후보 3명 중 누구도 절대우위가 없는 만큼 테마주가 난립할 여지가 많습니다. 또 SNS가 일상화되면서 작전세력의 활동범위가 넓어진 것도 그 이유라고 봅니다. 그런데 사실 테마주를 살펴보면 테마라고 할 근거도 어이없는 것이 많고 실적도 대부분 좋지 않습니다. 솔직히 대선테마주에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몰립니까.
 
  “재미를 봤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5년 전 대선 당시 대운하나 건설관련주를 샀다가 재미를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그야말로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원래 돈 번 사람 이야기만 떠돌지 않습니까.”
 
  ―어쨌든 주가가 오르는데, 투자 잘해서 돈을 벌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문제는 그 타이밍을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작전세력이 결정한다는 겁니다. 이미 적발된 작전세력 외에도 대주주도 주가변동의 원인이죠.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오르더라도 그 회사의 가치는 대주주가 제일 잘 압니다. 대주주 스스로도 주가가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고 오르면 팔 준비만 하고 있는 거죠. 개미투자자가 이를 인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은수 반장의 말에 따르면 “조사 결과 정치테마주 131개 종목 중 64개사의 대주주가 고점에서 자신의 주식을 처분했다”고 한다. 회사 가치는 뻔한데 테마로 주가가 오른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대주주이고, 그들은 웬만큼 올랐을 때 알고 바로 처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의 김욱 대표는 지난 2월 62만 주를 매도해 주가가 28.8%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고, 우리들생명과학도 지난 3월 이승열 대표를 포함한 대주주들이 200만 주를 팔아치워 4000원대였던 주가가 2000원대로 하락했다. 정문술씨가 거액을 챙겨서 비난을 받고 있지만 비단 정씨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개미투자자들이 대주주 배만 불려준 셈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어떤 회사의 대주주나 경영진이 후보와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고 이득을 얻었다면, 그 대주주는 해당 이득을 어떻게 여길까라는 궁금증이었다. 어떻게든 후보에게 ‘보답’이 가지 않을까. 취재중 정치권 관계자로부터 “테마주를 이용해 자금을 마련하는 후보 주변 인물들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귀띔을 들었다. 그는 “금감원에서 검찰로 이송한 정치테마주 주가조작 사건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번 국감에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통보한 사건의 기소율은 지난 2009년 80.9%에 달했지만 2010년 76.8%, 지난해 34.9%로 떨어졌고 올해 8월 말까지는 13.5%에 불과했다. 이와 더불어 금융감독원에 불공정거래행위가 접수돼 최종 수사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평균 306일이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전세력의 실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테마주가 후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자신의 개인적 인연으로 인한 테마주 난립으로 개미투자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면 후보들은 이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하지 않을까. 후보들은 무관심한 것일까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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