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에 무슨 일이 : 월간조선

이명박(李明博) 대통령이 다니는 강남의 대형교회 소망교회가 2011년을 소망스럽지 못하게 시작했다. 새해 첫 주일예배 직후 교회 내에서 벌어진 담임목사와 부(副)목사 간의 폭력사태 때문이다. 서로 맞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경찰이 두 부목사를 현장 연행했다가 풀어줬고, 이 중 한 명에게는 담임목사를 때린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교인들이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하나님이 아닌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태를 바라보는 신도들은 동요했고, 교회 주변에는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만 무성했다. 장로(長老)들 중에는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뉘어 폭로에 가까운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 대형교회에서 종종 발생하는 집안싸움이지만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라 세인의 관심도 집중됐다. 사건 직후 담임목사는 전치 4주 진단, 부목사들은 2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사건 1주일이 지난 1월 9일 소망교회를 찾았다. 새해 두 번째 주일예배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되는 2부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20분 전에 도착한 본당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만석이었다. 이 교회 신도로 알려진 몇몇 유명인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중에는 대통령의 형님이면서 이 교회 장로를 지낸 한나라당 이상득(李相得) 의원도 있었다.

폭력사태는 氷山의 一角

소망교회 초창기 멤버로 장로와 권사를 각각 맡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

이날 예배는 김지철(金枝喆) 담임목사가 입원 중인 관계로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 주승중 교수가 대신했다. 그는 이 교회 협동목사(다른 곳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목회활동을 하는 목사)다.

“참담하고 애통함으로 주님께 간구합니다. 주님, 죄송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 저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상상할 수조차 없는 불의한 일로 담임목사님의 마음과 몸이 심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목사님의 상한 마음을 치유하여 주시고, 영혼의 기쁨과 회복을 앞당기시어 이전보다 더욱 건강하고 담대한 모습으로 하나님 말씀을 교회와 세상에 전파할 수 있도록 은혜를 허락하여 주소서.”

‘참회의 기도’는 담임목사의 회복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어 시작된 설교의 주제는 ‘애통하는 공동체’였다.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고도 회개할 줄 모르는 성도, 눈물이 없는 성도들이 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읍소(泣訴)에 가까운 목사의 설교가 끝났을 때 여기저기서 신도들이 훌쩍거렸다.

예배가 끝난 후 아직도 눈에 눈물이 가득한 중년의 한 여신도에게 “담임목사가 다쳐서 속상하냐”고 묻자 잔뜩 경계한 표정을 짓더니 “이건 만행”이라며 쏟아지는 눈물을 훔쳤다. 반면 예배당 밖에서 만난 초로(初老)의 한 남성 신도에게 “오늘 목사의 설교를 들은 신도 중 우는 이들이 꽤 있더라”고 했더니 “최근 몇 년 동안 감동적인 설교를 듣지 못해서 그렇다”는 싸늘한 답변이 돌아왔다. 한 남성 장로는 “담임목사 설교만 듣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설교를 들었다”며 노골적으로 담임목사의 설교 능력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담임목사에 대한 교회 신도들의 평가는 이렇듯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도들 간에 담임목사 지지파와 비지지파가 있음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현장에서 만난 몇몇 장로들은 ‘분쟁’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했으며, 상대 진영을 맹렬히 비난했다. 상대 얘기만 나오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망각한 채 극도로 흥분했다. 쉽게 봉합될 갈등이 아니었다.

이 분위기를 교계 언론의 한 기자에게 전하니 “소망교회 내부 갈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폭력사태는 곪을 대로 곪은 환부(患部)가 터져 화산처럼 분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폭력과 명예훼손 건으로 교인끼리 고소·고발한 사건만도 수십 건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소망교회는 1977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7명의 교인으로 시작해 등록 교인 7만의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지난해 헌금(270여억원)과 부대사업 수익(26억9000만원)을 합한 올해 예산이 297억원에 이르는 부자교회이기도 하다. 이 교회에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폭력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소망교회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추적해 보았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측 장로들이 공개한 2011년 소망교회 예산안과 담임목사와 원로목사의 연간 사례비 내역표.

김지철 목사파 vs 곽선희 목사파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소망교회 하면 쉽게 떠올리는 인물이 있다. 교회를 창립, 오늘날의 거대 교회로 키운 곽선희(郭善熙) 목사다. 그는 교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종교계 지도자’로 칭송받아 왔다. 그는 뛰어난 설교와 넘치는 카리스마로 신도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은 스타 목사다.

그런데 교회 내부 깊숙이 돋보기를 들이대니 그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소망교회 갈등의 뿌리는 곽선희 목사의 잘못된 승계 과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온도 차는 있었지만 김지철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가 유일하게 한목소리를 내는 부분이었다.(참고로 기자는 이번 소망교회 폭력사태로 드러난 담임목사 지지 신도와 그렇지 않은 신도를 편의상 지지파와 반대파로 구분함을 밝힌다. 지지파는 반대파에 대해 ‘곽선희 목사파’라는 표현을 썼지만 반대파는 자신들이 곽선희 목사와 무관하게 담임목사를 반대하는 신도들이므로 옳은 표현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한국 기독교의 신화로 불리는 곽선희 초대 소망교회 목사.

곽선희 목사는 은퇴 후 소망교회 원로목사로 있으면서 아들인 곽요셉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분당 예수소망교회에서 설교를 계속하고 있다. 그가 교회법에 따라 소망교회를 김지철 목사에게 승계한 것은 2003년 10월이다. 기독교는 목사건 장로건 70세가 되면 은퇴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

신도들은 차기 담임목사로 부임하는 김지철 목사를 썩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곽선희 목사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다고 판단, 흡족해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김지철 목사 반대파에 서 있는 한 장로의 이야기다.

“김지철 목사는 애초에 원로목사(곽선희)가 차기 담임목사 후보로 추천한 분이 아니었어요. 원로목사께서는 두 명의 다른 후보를 추천한 후 그중에 한 분을 당회(堂會)의 투표로 최종 선출하도록 했죠. 그렇게 해서 연세대 교수로 있던 한 목사가 2년 예정의 담임목사 승계 수업인 동사목사(同事牧師)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었어요. 승계하기로 한 날짜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이라 원로목사는 다른 후보를 급하게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아들인 곽요셉 목사가 장신대 스승이라며 김지철 목사를 추천했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원로목사는 김지철 목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김지철 목사는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거쳐 독일 튀빙겐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장신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곽요셉 목사의 천거로 소망교회 2대 담임목사가 됐다. 김 목사와 곽요셉 목사는 장신대에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지철 목사 반대 측 장로의 말이다.

“곽요셉 목사는 미국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오신 분입니다. 총회 헌법상 해외 교단에서 오신 분들은 장신대(서울)나 서울장신대(경기도 광주)에서 청목(請牧·타교단에서 목회를 하기 위해 해당 교단의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과정을 이수한 후 노회(老會·장로교에서 입법·사법의 역할을 담당하는 중추적 기관으로 지역 내 각 교회에서 파송된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다)에서 인정을 받아야 국내 교단에서 목사로 활동할 수 있지요. 곽요셉 목사는 청목을 위해 1년 동안 장신대에 다녔고, 그때 김지철 목사에게 강의를 들으면서 사제지간이 된 것으로 압니다.”

곽요셉 목사는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 졸업 후 풀러신학교에서 선교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주 한인장로회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현지에서 활동하다 아버지인 곽선희 목사의 부름을 받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분당에 있는 예수소망교회 담임목사로 있다.

‘변칙세습’한 곽선희 목사에 신도들 실망

곽선희 목사에 이어 2대 담임목사로 소망교회를 이끌고 있는 김지철 목사.

김지철 목사가 소망교회에서 동사목사 생활을 시작한 것이 2003년 1월이다. 반대파들은 “김지철 목사의 경우 교회 의결기관인 당회 투표 과정도 없이 곧바로 후임 목사로 선정돼 동사목사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회는 담임목사와 부목사, 시무 장로들로 구성된 장로교 의결기관이다.

한 장로는 “엄밀히 말해 원로목사께서 당시 당회 결의 없이 김지철 목사를 후임으로 결정한 것은 불법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지철 목사에 대해서는 장로들도 아는 게 없었어요. 그만둔 동사목사의 경우 전에 부목사로 있었기 때문에 다들 잘 알았죠. 김지철 목사는 소망교회와 인연이 없던 분인 데다 목회 경험이 없는 분이라 많은 장로들이 낯설어했습니다. 원로목사께서도 그냥 ‘일류대학 나오고 장신대 교수로 있으니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싶어요.”

당시 장로들 중에는 ‘설교도 들어본 적이 없고, 여러 가지 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목사’라며 은근히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장로교의 경우 보통 부목사 출신 중에 후임을 정하고, 1~3년 동안 동사목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신도들이 낯설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장로들은 불만이 있어도 곽선희 목사가 정한 일이라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쯤 해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곽선희 목사는 후임 목사를 왜 그렇게 촉박하게 서둘러서 결정했느냐 하는 점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지파와 반대파 모두의 이야기를 들었고, 핵심 내용은 일치했다. 양측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일부 신도들은 휴대폰 문자로 김지철 목사의 부상 상태를 알리며 분개했다.

2002년은 곽선희 목사가 안수(按手)를 받은 지 40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갖기 위해 소망교회 장로들이 모였다. 대형교회들이 부자 세습 논란에 휩싸여 있을 무렵이었다. 곽 목사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데다 아들인 곽요셉 목사가 부목사로 재임하고 있어서 소망교회 역시 세인의 주목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모인 장로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곽선희 목사가 당회의에서 “소망교회는 세습하지 않는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곽 목사는 은퇴 후 본인의 거취 문제까지 결정해 발표했다. 소망교회 근처에 조그만 기념교회를 지어 노후를 보내고자 한 것. 장로들은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며 “목사께서 여전히 건강하고 말씀도 좋으니 설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작은 기념교회를 하나 지어 주자”는 데 뜻을 모았다. 정성껏 헌금을 해서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신도들은 초대 목사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헌금에 동참했고, 짧은 시간 수십억 원의 헌금이 모였다.

곽선희 목사는 이 돈으로 분당에 교회를 세웠는데, 소망교회와의 거리나 규모 면에서 누가 봐도 기념교회는 아니었다. 이 교회가 아들 곽요셉 목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분당 예수소망교회다. 장로들은 교회를 짓는 데 수백억 원의 돈이 들어갔으며, 그중 일부는 교회 돈이라 엄밀하게 말하면 ‘변칙세습’이라고 했다. 이 일로 곽선희 목사에게 실망한 장로와 신도들이 꽤 되었고, 교회 안팎으로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동사목사까지 그만두어 소문은 더욱 안 좋은 쪽으로 치달았다. 동사목사가 사직한 것을 두고 표면적으로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될 것에 부담을 느껴 포기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곽선희 목사의 ‘변칙세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여전히 같은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떠나온 곳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소망교회 정도면 자정 능력이 있으니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봐 달라”는 당부만 했다.

소망교회 내부 갈등은 곽선희 목사에 대한 신뢰감과 존경심에 균열이 가면서 조금씩 싹이 튼 것으로 보인다. 김지철 목사 지지파들은 “당시 곽선희 목사의 ‘변칙세습’을 도운 장로들이 지금도 교회에 있다”고 말했고, 반대파들은 “이것은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의 세력다툼이 아니다”라며 “전임(前任) 목사에게 전폭적으로 충성했던 이가 현 담임목사에게 충성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갈등의 시작은 ‘사모의 외출’로부터

사태 1주일 후인 1월 9일 주일예배는 김지철 담임목사의 부재에 따라 협동목사인 주승중 장신대 교수의 설교로 진행되었다.

곽선희 목사 시절 싹튼 갈등은 동사목사가 된 지 채 1년이 안되어 담임목사가 된 김지철 목사 초기부터 자라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갈등은 김 목사의 부인이 교회 일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김 목사 부인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교육 상담 업무를 맡은 것이 문제였다. 반대파 장로는 “교회 사역은 공적인 부분인데 사적 관계인 부인에게 맡겼다”며 “김 목사는 공과 사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이다.

“그 일은 원래 교회에서 사례비(월급)를 받는 부목사가 해 오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목사가 담임이 되자마자 그 부목사에게 ‘그 일은 신학을 공부한 집사람이 잘할 수 있다’며 압력을 넣었어요. 결국 2년 동안 목사 사모가 그 일을 맡아서 하다 당회에서 문제를 삼자 그만두었지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목사 부인이 오기 전까지 예비부부 교육을 담당한 이는 이번 폭력사태에 연루된 조모(여성) 부목사였다. 이 부목사는 소망교회 창립 신도의 여동생이다. 한 장로에 따르면 “조모 부목사의 언니와 형부는 소망교회 초기 ‘삼일기도회’에 참여한 7인 중 한 명이며 이들의 아파트에서 기도회가 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부목사가 한 일을 목사 부인이 맡은 것에 대해 김 목사 측 장로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했다. 그의 주장이다.

“조 부목사가 담당했다가 중단된 상태였고, 조 부목사에게 다시 맡아서 하겠느냐고 물었으나 바쁘다고 사양해 사모가 하게 되었습니다. 사모가 가정 사역을 오래 한 데다 상담 분야에 뛰어나 맡게 한 것이지 조 부목사를 밀어내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곽선희 목사가 다져 놓은 교회 정서를 담임목사가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이 장로에 따르면 곽선희 목사는 부인이 교회 일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 때문에 신도들 중에는 부인 얼굴도 모르는 이가 많았다고 한다. 이 장로는 “처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였는데, 애초부터 김 목사를 못마땅하게 여긴 장로들이 당회의에서 문제로 삼는 등 악의적으로 소문을 냈다”고 말했다.

교회 내에 김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가 있다는 사실이 표면화된 것은 2004년 초였다. 역시 목사 부인 문제 때문이었다. 반대파 장로의 이야기다.

“2004년 목사 사모가 목사안수를 받기 위해 노회에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게 가짜여서 문제가 됐습니다. 목사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전임 전도사 경력이 필요한데, 신대원(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사모는 전도사 시무 경력이 없었어요. 그래서 경찰서 경목(警牧)으로 시무했다는 허위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 목사안수를 청원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원로목사께서 ‘취임 초기에 목사 사모가 안수를 받으면 교인들 보기에 좋지 않으니 철회하라’고 만류한 것으로 알아요. 이때부터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사이가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신도들 사이에 괴문서 괴편지 떠돌아

이 무렵 교회 신도들 사이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괴문서가 돌아다녔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한 인터넷 매체에도 폭로 기사 형식을 취한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보다 못한 김 목사 지지파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선 인터넷 매체를 찾아가 실명이 아니면 글을 쓸 수 없도록 조처했고, 5명의 집사가 실명을 내걸고 ‘주 안에서 사랑하는 소망교회 성도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신도들에게 보냈다. A4 용지 20여 매 분량의 이 편지에는 담임목사, 원로목사, 장로, 권사, 성도 등에게 보내는 당부의 글과 함께 목사 부인의 안수 문제에 대한 해명과 경위도 자세히 담겨 있었다.

김 목사 지지파인 한 장로는 “경목실을 통해 안수받는 방법은 전임 경력이 없는 사역자가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노회의 관행이기 때문에 허위 경력서라 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모는 신대원 졸업 후 교회와 학교, 가정 사역 등에서 9년여의 경력을 쌓았습니다. 다만 전임 경력이 없어 고민하던 중 파트타임 경력의 사역자가 경찰서 경목실이나 병원 원목실을 통해 안수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그 방법으로 청원한 것입니다. 이건 불법이 아니에요. 불법이었다면 경목실에서 경력서 자체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 겁니다.”

소망교회 정서상 부담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목사안수 절차를 밟은 것은 목사고시 합격 후 5년 이내에 안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해를 넘기면 다시 목사고시를 봐야 할 형편이었던 것이다.

김 목사 부인은 곽선희 목사의 요청대로 청목을 철회했다. 노회의 목사 안수 절차는 보통 5단계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서류제출 과정인 1단계에서 중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일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관계가 나빠진 까닭은 뭘까. 김 목사 측 장로의 설명이다.

“사모 목사안수는 개인적인 일이어서 당회 결의 없이 조용히 진행되었고, 1단계 서류제출 과정에서 철회했기 때문에 청목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담임목사와 원로목사 1단계 심사를 한 노회 관계자 등 손에 꼽을 만큼 적었지요. 그런데 그 내용이, 그것도 심하게 왜곡된 채 누군가에 의해 인터넷 매체에 실렸고, 괴문서로 떠돌았습니다. 괴문서를 작성한 그 누군가는 사모의 목사안수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었을까요.”

김 목사 부인 안수 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반대파 장로 한 사람이 ‘사모가 제출한 경목 경력서는 허위이기 때문에 사문서 위조’라며 형사 고발을 했기 때문. 김 목사 측 장로는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판명 났을 뿐 아니라 사모가 청목한 사실이 누구 입을 통해 외부로 알려졌는지 더욱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로와 집사들은 김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로 노선을 더욱 분명히 그으며 서신 전쟁을 벌였다. 그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서로를 고소·고발하는 일이 끝없이 이어졌다.

‘교회의 국회’ 당회 의석 확보 싸움

2006년 이후 제기돼 이미 종결되거나 아직까지 진행 중인 당회 내 민·형사 소송만 20건에 이르렀다. 이 중 부목사 관련 소송이 6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로 연임 청원으로 빚어진 갈등 때문이었다.

소망교회를 잘 아는 한 교회법 전문가는 “담임목사가 당회의 세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생긴 송사(訟事)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장로교에서 당회는 국회와 같은 기관입니다.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면 인사권, 재정권 등 많은 권한을 갖게 되지만 당회의 결의 없이는 집행이 불가능하죠. 여당이 국회의석을 많이 확보해야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안정되듯이 담임목사도 교회를 안정되게 끌고 가려면 당회 의석에 자기 라인의 사람을 많이 앉혀야 합니다.

당회원 중 장로는 임기가 70세까지 정해져 있고, 부목사는 비정규직이라 매년 당회로부터 연임 청원을 받아야 연장 근무와 더불어 당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자기 라인의 부목사는 당회에서 연임(連任) 청원을 부결시켰는데도 교구를 배정하고, 전임 목사 라인의 부목사는 당회에서 가결했는데도 교구를 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리를 해 왔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부목사나 장로들이 소송을 낸 겁니다.”

이제 전임 목사 시절에 들어온 부목사는 거의 나가고 몇 명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중 두 명이 이번 폭력사태에 연루된 최모(남성) 부목사와 조모 부목사다. 지난해 이미 해임된 최 부목사는 올해 부목사 명단에서조차 빠졌고, 조 부목사는 18개 교구 중 어디에도 배정되지 않았다. 보직 해임된 것이다.

조 부목사는 지난 연말 당회의에서 연임 청원이 가결됐는데도 교구를 배정받지 못했다. 반면 연임 청원이 거절된 또다른 조모 부목사는 노른자위 교구를 배정받았다. 이번 폭력사태는 지난해 해임된 최 부목사와 올해 교구 배정을 받지 못한 조 부목사가 불만을 품고 당회장(담임목사)실에 항의하러 갔다가 빚어졌다.

이 교회법 전문가는 “세계 장로교 중 한국만 당회장이나 장로가 종신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교회 내에 국회의원을 뽑아서 이들이 신도들 입장을 대변하도록 하는 대의정치는 장 칼뱅이 만들었습니다. 장로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칼뱅은 장로의 임기를 1년으로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수시로 갈아치웠죠.

미국은 당회장이나 장로의 임기를 3년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장로와 당회장의 임기를 70세까지 정한 곳은 한국밖에 없어요. 당회장과 장로의 임기가 길다 보니 교회 부패가 누적될 수밖에 없지요. 장로들이야 명예직이고 물질적인 것과 거리가 있는 분들이지만 담임목사는 사리사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변칙적으로 장로교를 운영하는 곳은 담임목사가 부패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지요. 당회가 견제한다고 하지만 만날 싸우기만 하다 끝날 뿐입니다.”

목사가 용공분자?

담임목사 쪽 부목사가 해임된 사례도 있다. 2006년 반대파 장로 14인은 김지철 목사를 상대로 연임 청원 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냈다. 이념적으로 사상이 의심된다며 홍모 부목사의 연임 청원을 금지하는 소송이었다. 소송을 제기한 반대파 장로 측은 “2006년 여름 청년부 600명이 곤지암 수련관에서 4박5일 동안 수련회를 가졌는데 주제가 ‘통일’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교회에서 통일 수련회를 갖는다는 것부터가 의심스러웠습니다. 초청된 강사들도 보수 쪽에서 보면 좌쪽으로 치우친 사람이 많았고, 찬양을 하는데 스크린에 가사와 함께 인공기가 펄럭이고 북한군이 전진하는 장면이 상영됐습니다. 김일성 배지를 비롯해 북한 관련 자료도 전시하고요. 행사를 이끈 부목사가 장신대 재학 시절 운동권이었다는 정보까지 입수돼 사상이 심히 의심스러웠습니다. 그해 10월 당회의에서 연임 청원을 부결시켰지요. 그런데도 담임목사가 내보내지 않아 1년여 동안 버티다 그만두었지요.”

김 목사 지지파 장로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 부목사를 용공(容共)분자로 몰아 방출시켰다”고 반박했다. 장로의 말이다.

“북한의 사역(使役)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준비한 몇몇 자료만 보고 용공분자로 몰았습니다. 저쪽에서 판단력이 어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위험한 설교를 했다고 비판했는데, 당시 청년수련회에는 30~40대 신도들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당회 내 소송 중에는 이와 비슷한 건이 하나 더 있었다. 2009년 일부 장로들이 김지철 목사를 ‘이념 문제와 간첩 혐의에 대해 조사해 달라’며 국정원에 의뢰한 건이다. 국정원은 자료 불충분으로 내사 없이 종결지었다.

김 목사가 좌파라는 소문은 일부 신도들 사이에서도 떠돌았다. 그가 좌파 정서가 강한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아버지가 어린 시절 월북(혹은 납북)했다는 소문이었다. 김 목사 측 장로는 말도 안된다는 듯 “허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소장(訴狀)을 보니 저는 노동당 핵심당원으로 되어 있더군요. 저나 목사님 부친의 고향이 이북입니다. 목사님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자란 것으로 압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였어요. 그리고 조부(祖父)가 성동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김건호 목사님이셨습니다. 새문안교회 장로 중에 그분을 기억하는 분이 있습니다.”

담임목사와 원로목사 사례비 공개

2011년도 소망교회 교구편성표. 소망교회는 교구가 총 18지구로 나뉘어 있다.

2009년 4월에는 21명의 장로들이 김지철 목사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예산을 절차에 따라 사용하지 않았고, 담임목사가 2003년 부임한 이후 자신의 사례비를 스스로 인상하여 부당이익을 취하였다’는 게 소장 내용이었다.

소송을 제기한 21명 중 한 사람인 모 장로는 “김 목사는 2003년 초 연(年) 사례비(연봉) 8600여만원을 받기로 하고 동사목사로 왔는데, 당회도 모르게 그해 말부터 대폭 인상해 1억원이 넘는 사례비를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김 목사 측 장로는 아예 소망교회 담임목사와 원로목사의 사례비 내역서를 공개했다. 2003~2008년에 수급한 내용을 항목별로 정리한 도표였다. 이 도표에 따르면 김 목사는 동사목사 생활을 한 10개월 동안 연 사례비 8640만원을 받았고, 함께 목회를 한 곽선희 담임목사는 1억4430만원을 수령했다. 그리고 그가 담임목사가 되고 난 뒤부터는 원로목사가 된 곽선희 목사와 똑같이 1억1730만원을 받았고, 해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인상되다 2006년 이후 1억4500여만원으로 동결됐다.

김 목사 측 장로의 설명이다.

“2003년 1월에 온 김 목사께서 받기로 한 연간 사례비는 동사목사에 준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동사목사 사례비는 주임목사 수준에 맞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 사례비를 담임목사가 된 후에도 받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호봉이 높았던 곽선희 목사 수준에 맞출 수도 없었지요. 당시 원로목사와 재정 담당 장로가 협의해서 정한 금액이 1억1730만원인 것으로 압니다. 서슬 퍼런 원로목사가 지키고 서 있던 시절인데 스스로 사례비를 올리다니 말도 안되는 얘기지요.”

김지철 담임목사는 현재도 곽선희 원로목사와 똑같은 사례비를 받고 있다. 김 목사 측 장로는 “원로목사께서는 예수소망교회에서 설교하고 있지만 사례비는 우리가 주고 있다”며 “설립자에 대한 예의와 존경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담임목사에게 힘을 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옥 여사, 이번 사태 파악 위해 권사 4명 청와대 초청

김 목사의 배임(背任) 혐의 건은 그해 9월 ‘증거 불충분에 의한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됐다. 김 목사 반대파 장로는 “검찰이고 경찰이고 모두 돈으로 매수를 해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폭력사건도 경찰은 담임목사 측 말만 듣고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쪽으로 몰고 갔습니다. 수사가 공정하지 않았어요.”

이 장로는 “곽선희 목사 시절부터 강남경찰서는 소망교회의 관리 대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 5일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예장(대한예수교장로회) 서울강남노회 신년하례식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강남 노회 소속 교회들의 목사와 장로 외에 강남구청장, 강남경찰서장, 수서경찰서장 등이 참석했지요. 폭력사건 직후라 목사 측 장로가 일어나 ‘교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담임목사가 많이 다쳤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말미에 ‘이명박 대통령이 김지철 목사에게 위로전화를 했다’고,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건을 맡은 강남경찰서장이 와 있으니 들으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음날인 1월 6일에는 영부인 김윤옥(金潤玉) 여사가 이번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과거 권사 생활을 함께 했던 여신도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그런데 4명의 여자 권사들이 가는 자리에 이학주 목사가 동행해 들어갔다. 그러곤 김 여사에게 “담임목사가 두 부목사에게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요지의 상황 보고를 했다고 한다. 김 목사 반대파 장로는 “여성 권사들만 초청한 자리에 담임목사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이학주 목사가 따라 들어간 것은 의도적이었다”며 비난했다.

김 목사 측 장로는 “경호 문제로 주일에도 교회에 못 나오는 이명박 대통령을 담임목사가 한 달에 한두 번 청와대에 들어가서 예배를 봤다”며 “그때마다 이학주 목사가 담임목사를 보필해 들어간 관계로 이번에는 권사님들을 안내하기 위해 동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로는 “대통령과 김지철 목사는 깊이 신뢰하는 관계”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가 대통령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곽선희 목사, 인터뷰 요청에 응답 안해

양측 장로들의 주장대로라면 소망교회 갈등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었다. 은퇴했지만 여전히 존경받고 있는 곽선희 목사가 나서지 않으면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기자는 곽선희 목사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전갈을 넣었으나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 담임목사 시절부터 언론과의 접촉을 사양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좀 아쉬웠다. 김 목사 반대 측 장로에게 “교회 내부 갈등이 폭력사태까지 불러왔다면 이쯤 해서 곽선희 목사가 나서서 중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원로목사께서는 절대 나서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김지철 담임목사를 반대하는 것이지 곽선희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저들은 ‘이번 사태의 근원이 교회를 세습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싸움에 있는 것’으로 몰아 본질을 흐려 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원로목사가 나서면 정말로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거예요. 잘은 모르겠지만 원로목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목사와 장로 혹은 장로와 장로 간의 끝없는 싸움이었다. 그래서인지 문득 평신도들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했다. 김 목사 반대파 장로들에게 물으니 “소망교회 전체 신도가 100이라면 10 대 10의 대결 속에 나머지 80은 중립일 것”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김지철 목사의 설교에 실망한 신도들이 많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장로들이 주장하는 대로 신도들도 양갈래로 나뉘어 있는지 궁금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해 보는 방법으로 약식 설문조사를 해 보기로 했다. 통화 대상은 2011년도 소망교회 교구편성표에 나와 있는 교구별 구역장과 권찰이었다. 기자는 총 20여 명의 신도와 통화했고, 모두에게 다음 세 가지 질문을 공통적으로 던졌다. 첫째, 곽선희 목사와 김지철 목사의 설교를 비교해 달라(단 2003년 이후 등록한 신도에 한해서는 현재 담임목사의 설교에 만족하느냐로 바꿨다), 둘째, 교회 내부가 김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져 있다고 생각하느냐, 셋째,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이었다.

통화 결과 20명 중 5명은 김지철 담임목사 시절 새로 등록한 신도였고, 나머지 15명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소망교회를 다닌 충성도가 높은 신도들이었다.

장로나 집사보다 세련된 평신도

우선 김지철 목사 시절 등록한 5명의 대답은 유사했다. 대부분 현 담임목사의 설교에 만족한다고 했고, 교회 내 폭력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한 김지철 목사가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믿고 있었다. 이들은 곽선희 목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이유로 언급하기를 꺼렸다.

나머지 15명의 답변은 제각각인 가운데, 설교와 파벌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유사성을 보였다. 먼저 설교의 경우 “곽선희 목사는 예화를 많이 들어 쉽고 재미있는 반면, 김지철 목사는 성경 말씀 위주로 분석하는 스타일이어서 둘 다 좋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20년 가까이 다닌다는 한 구역장은 “곽선희 목사님 설교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처음에는 김지철 목사님 설교가 딱딱하고 재미없었는데 자꾸 듣다 보니 그 나름의 감동이 있더라”고 답했다. 반면 자신을 30대 중반이라고 소개한 한 신도는 “곽선희 목사의 설교에는 감동이 있고, 김지철 목사의 설교에는 깊이가 있는데, 나는 김 목사님 설교가 더 좋다”고 말했다.

이들 중 어느 한쪽의 설교가 싫다고 답한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교회 내 파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런 거에 신경쓰지 않고 신앙 생활에만 집중한다”는 답이 많았다. 주일 교사로 활동한다는 한 젊은 신도는 “젊은 분들은 김지철 목사를 지지하고 나이 많은 분들은 곽선희 목사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며 “신도들 중에는 곽선희 목사가 복귀하기 위해서 장로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꽤 있다”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20년 넘게 교회를 다녔다는 나이 지긋한 신도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이라며 “설사 내가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그 나라 국민이라면 믿고 따라야 국가가 혼란스럽지 않고 발전하는 것 아니냐”라고 답했다.

이번 폭력사태에 대한 질문에는 “하나님께 부끄럽고 죄스럽다”는 답변과 “담임목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한 젊은 신도는 “누가 때리고 맞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그날이 주일예배를 보는 날이고, 담임목사는 하나님 말씀을 전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담임목사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도 있었고, “소망교회의 가장 큰 어른인 곽선희 목사님께서 한 말씀 해 주시면 그간의 갈등이 봄눈 녹듯이 사라질 것 같다”고 소망하는 이도 있었다.

참고로 이번에 통화한 사람은 주로 낮에 모임을 갖는 교구 모임이어서인지 주부들이었고, 남성은 한 사람도 없었음을 밝혀 둔다.

모두 여성들이어서일까. 신도들은 흥분하는 법 없이 차분하게 답했고, 피해자든 가해자든 상처 입은 사람을 걱정했다. 평신도들이 오히려 장로나 집사들보다 편견 없고 세련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편 오랫동안 교회와 목사들을 집중 취재해 온 한 작가는 “대한민국에는 소망교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교회나 여의도순복음교회, 수원중앙침례교회처럼 승계 자체가 아름답고 감동적인 곳도 많다”며 “교회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니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