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 184명 가운데 20명 이상이 범포항계”
⊙ 대통령실 인사담당은 경북 출신
⊙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인사정책관실 과장 모두 포항 출신
⊙ 대통령실 인사담당은 경북 출신
⊙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인사정책관실 과장 모두 포항 출신
- 불법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있는 창성동 청사.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이명박(李明博) 정권 사조직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불법사찰을 주도한 사람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씨. 그는 지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가 직속상관에게 알리지 않고 직보(直報)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사퇴) 등 두 명이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 모임인 ‘영포목우회(영일-포항)’ 멤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이상득(李相得) 의원의 보좌관 출신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 라인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박영준 국무차장은 포항 출신이 아니지만, 포항이 지역구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16년 동안 역임한 탓에 실질적인 ‘포항’ 세력으로 간주된다.
민주당 등 야당은 박영준 차장이 ‘영포회의 실질적인 배후’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야당은 이명박 정권의 창업공신 가운데 한 명인 박영준 차장이 ‘영포목우회’라는 사조직을 통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7·28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은 당력을 총동원하여 영포목우회 의혹을 정권적 차원의 비리인 ‘게이트’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박영준 차장과 한나라당 등 여권은 “영포회가 이명박 정권의 사조직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영포회는 포항 출신 공무원들의 단순 친목 모임일 뿐이다”라고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억울하다는 광고 실은 영포목우회
특히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영포목우회는 야당 측의 주장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영포목우회는 지난 7월 5일 <문화일보>에 불법 민간인 사찰 문제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광고를 실었다. 영포목우회는 이 광고에서 “불법 민간인 사찰의 주체로 지목되는 이인규 지원관과 이영호 비서관은 영포회와 무관하다”며 “경솔한 방법과 잘못된 내용으로 포항시민의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포목우회 고문으로 알려진 이상득 의원도 7월 13일 기자들과 만나 “영포회란 포항 출신으로 열심히 공부해 공직자가 된 사람끼리 만든 친목단체”라며 “혹시 그중에 한두 명 잘못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니 곧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포목우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나 불법 민간인 사찰을 영포회가 주도했다는 의혹엔 실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영포회의 성격에 관한 부분이다. 영포회는 ‘포항·영일 출신 5급 이상 중앙부처 공무원 모임’ 으로 지난 1985년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영포목우회 관계자는 다른 지역 모임처럼 일정 자격 이상 되는 포항 출신들이 서로 친목을 도모하자고 만든 비정기적인 모임일 뿐이라고 했다. 실제 서울에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 출신 공무원 모임이 있다. 이런 지역 모임은 어느 직급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지역 모임의 회원이 되어 알음알음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TK 출신인 청와대 관계자의 얘기다.
“영포회 같은 지역 모임은 매우 흔합니다. 저도 직급이 어느 정도 되자 자동적으로 저희 고향 친목회의 회원이 됐더군요. 고향 선배 한 명이 ‘너도 이제 회원이 됐으니 저녁 모임에 나오라’고 하더군요. 제가 만약 싫다며 안 나가면 그뿐입니다. 영포회도 실제 그런 성격임에 틀림없어요. 언론에 나와 있는 영포회원은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단순히 포항 출신인 5급 이상 공무원들을 모두 지칭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영포회 측 주장에 일리가 있습니다.”
“회원, 비회원 구분이 느슨한 모임”
영포목우회 문제가 불거지게 된 계기가 된 이인규 국무총리실 지원관과 이영호 청와대 비서관이 영포회 소속이냐 하는 것도 불확실하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1997년 당시 영포목우회 회원수첩에 따르면, 이인규 지원관은 회원이 아니었다. 이 지원관은 당시 노동부 5급이어서 급수는 되지만 결정적으로 포항 출신이 아닌 영덕 출신이라 영포회에 가입할 수 없다. 영덕은 영일·포항과 인접해 있긴 하다.
또 이영호 비서관은 고향이 포항이고 5급 이상이지만, 영포회원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영포회를 아는 한 관계자는 “이영호와 같은 정무직 공무원은 영포회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호씨는 은행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공무원이 됐다. 이 관계자는 “현재 영포회원이라고 언론에 돌고 있는 자료는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모 언론사가 입수했다고 하는 영포회원 명단은 실제 회원 명단이 아닙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통해 5급 이상 되는 영일·포항 출신 공무원 명단을 모두 영포회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자격은 되지만 모임에 나오지 않는 사람을 회원이라고 할 수 있나요?”
총리실 관계자의 얘기도 영포회 측과 비슷하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박영준 차장, 이인규 지원관, 이영호 비서관 중에서 실제 영포회원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지역 모임들처럼 영포회는 회원과 비회원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동향 친목모임이에요. 물론 포항을 매개로 해서 뭉쳐 있는 건 맞지만, 이들이 영포회라는 꽉 짜인 조직을 근거로 회원들끼리 몰려다니며 집단적으로 권력을 행사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영포회가 어떤 조직이며 영포회원들이 자신들끼리 어떻게 권력을 배분하고 행사했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진 건 없다. 하지만 현재 영포회가 야당과 언론의 포화를 받고 있는 건, 실제 포항 출신 공무원들이 이명박 정권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의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 때부터 포항 출신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는 184명이었는데, 이 중 20명이 포항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일·포항뿐만 아니라 영덕·울진을 포함하고 박영준 차장처럼 칠곡 출신이지만 범(汎)포항계인 인사까지 집어넣으면 수가 더 늘어나겠죠. 영포회 측에서 누구누구는 우리 회원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회원 가입 규칙에 어긋난다는 얘기지 그 사람이 포항 출신으로 이 정권에서 혜택을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경기도 출신인 청와대 관계자의 얘기다.
“영포회 측은 이인규씨가 영덕 출신이라며 영포회가 아니라고 하죠. 맞아요. 하지만 이인규 지원관은 포항고를 나왔어요. 이인규 지원관이 박영준 차장이나 포항 출신 이영호 비서관과 인연을 맺은 게 뭣 때문이겠습니까? 영덕 출신이지만 어쨌든 포항을 매개로 서로 끌어 주고 올려 준 것 아니겠어요?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포항 출신이고 이상득 의원의 분신 같은 존재인 박영준 차장이 범포항계인데 주목을 안 받을 수가 없죠.”
이명박 캠프에 대거 포진한 뒤 공직에 임용
이명박 정권 들어 포항 출신 공직자들은 누가, 얼마나 잘나갔을까?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6월 현재 포항 출신 5급 이상 중앙부처 공무원은 모두 125명. 이들이 지난 2007년 대선 전과 현재 어떤 직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 인물 DB를 통해 확인해 봤다.
이들 가운데 원래부터 각 부처 공직자 출신으로서 장관급 등 최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는 없다. 이상득 의원, 최시중(崔時仲) 방송통신위원장, 포항이 지역구인 이병석(李秉錫) 의원, 봉화·양양의 강석호(姜碩鎬) 의원, 박승호(朴承浩) 포항시장 등 정무직 인사들은 많다. 이들은 나쁜 의미로 쓰는 ‘배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배경’이 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영포회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 정권의 실세 중 실세인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포회 중 직급상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지난해 사망한 권종락 외교부 1차관이다. 권 전 차관은 노무현 정권 때는 한직(閑職)으로 떠돌다가 이명박 후보 캠프에 들어갔고, 이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에서 활동했다. 정권 출범과 더불어 2008년 외교부 차관으로 일하다 2010년 순직했다. 2008년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된 이병욱 전 차관도 이 정권 들어 차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대선 전까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초대 원장, 세종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를 지내다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장식 전 포항시장은 이례적인 인사로 주목을 끌었다. 민선 2, 3대 포항시장을 지내고 지난 2006년 한나라당 경북지사 후보에 출마했던 그는 2008년 3월 차관급인 공무원연수원장이 됐다.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공직을 떠났던 인사가 다시 공직으로 돌아온 것이다. 포항 정권에 포항 출신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알제리 대사를 지낸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총재는 포항 출신에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인수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자문을 했고 2009년 한국국제협력단 총재가 됐다.
현 정권 출범과 더불어 포항 출신 대거 대통령실에
직급은 이들만큼 높지 않지만, 포항 출신 공무원 가운데 실세 그룹에 속하는 인물들이 있다. 차차기 경찰청장으로 점쳐지는 이강덕 부산지방경찰청장이 그중 한 명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지난 2008년 경무관으로 대통령실에 파견됐다. 대통령실 파견은 그 자체가 특혜이고, 승진 0순위다. 그런 자리에 포항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포항 출신 경찰이 간 것이다. 그는 2009년 대통령실 치안비서관이 되면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민간 기업에 근무하다 졸지에 청와대 인사담당이 된 뒤 대개 기자 출신이 가는 춘추관장을 맡고 있는 이상휘씨, 이영호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의 경력도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함께 확 달라진 경우다.
법제처의 한명수 부이사관은 포항고 출신으로 2007년 대선 전까지 법제처에서 일하다 지난 2008년 청와대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으로 파견됐다. 이강덕 부산청장과 함께 이 정권 들어 청와대에 입성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황명석 과장도 대선 후 대통령실·경제수석실을 거쳐 정무수석실에 파견돼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감사원의 금만수 공공기관 감사국 제2과 과장은 2009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심학봉 현 대통령실 행정관(서기관)은 산자부 출신으로 2008년 3월부터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관세청에는 최상질 인천세관 심사국장이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윤태영 대외경제협력관이 최고위직이다. 그는 대선 후 대통령실에 파견됐다가 2009년 2월 기획재정부 FTA 국내대책본부 지원대책단 단장으로 고위공무원이 됐다. 이 밖에 이형철 예산실 민간사업관리과 과장, 최상대 복지예산과 과장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문희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이 고위공무원이다. 본적이 경북 영일군인 그는 2010년 교원대 사무국장이 되면서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했다. 김문택 인재정책기획과장, 김익로 서울대 교무처 학사과장, 조낙현 서기관 등이 포항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경력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이들은 대부분 이 정권 들어 대통령실로 ‘발탁’됐다. 평소에도 포항 출신이 대통령실에 갈 수야 있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포항 출신 여럿이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영포회를 배경으로 한 특혜성 인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것 외에는 달리 분석할 길이 없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노동부 조재정 기조실장
보건복지부에는 이명찬 보건의료정책실 건강보험정책관(이사관), 김두수 감사담당관이 있다. 김두수 감사담당관은 2009년 1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노동부에서는 조재정 기획조정실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고, 부산대 출신인 그는 이 정부 들어 행정고시 선배 기수를 제치고 노동부의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했다. 최준섭 서울지방노동청장은 대선 전 노동부 국장으로 한국노동교육원에 파견됐다가 지난 2008년 노동부 국제협력관으로 복귀한 후, 지난 2008년 9월 경인지방노동청장(고위공무원)으로 승진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이상진 포항지방해양항만청장이 포항 출신이다. 대선 전 국토해양부 해사안전정책 팀장이었던 그는 대선 후 해사안전정책 과장을 거쳤다. 손태락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은 대선 후인 2009년 승진했다. 이수호 지역발전위원회 서기관, 김철문 부이사관 등이 있다.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김성렬 인사정책관은 고려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고위공무원이다. 최관섭 인사정책관실 과장도 포항고, 고려대 출신이다. 공무원 인사 라인을 포항고·고려대 출신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비록 영포회는 아니지만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경북 청도 출신인 김명식씨다. 특정 지역 출신이 인사 라인을 모두 장악하고 있으니 편중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더구나 영포회는 그 중심 중의 중심이어서 정권이 끝날 때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
불법사찰을 주도한 사람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씨. 그는 지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가 직속상관에게 알리지 않고 직보(直報)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사퇴) 등 두 명이 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 모임인 ‘영포목우회(영일-포항)’ 멤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이상득(李相得) 의원의 보좌관 출신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 라인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박영준 국무차장은 포항 출신이 아니지만, 포항이 지역구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16년 동안 역임한 탓에 실질적인 ‘포항’ 세력으로 간주된다.
민주당 등 야당은 박영준 차장이 ‘영포회의 실질적인 배후’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야당은 이명박 정권의 창업공신 가운데 한 명인 박영준 차장이 ‘영포목우회’라는 사조직을 통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7·28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은 당력을 총동원하여 영포목우회 의혹을 정권적 차원의 비리인 ‘게이트’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박영준 차장과 한나라당 등 여권은 “영포회가 이명박 정권의 사조직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영포회는 포항 출신 공무원들의 단순 친목 모임일 뿐이다”라고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억울하다는 광고 실은 영포목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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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2010년 7월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자신이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빚고 있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과정에 개입했다는 야당측 주장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
영포목우회 고문으로 알려진 이상득 의원도 7월 13일 기자들과 만나 “영포회란 포항 출신으로 열심히 공부해 공직자가 된 사람끼리 만든 친목단체”라며 “혹시 그중에 한두 명 잘못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니 곧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포목우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나 불법 민간인 사찰을 영포회가 주도했다는 의혹엔 실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영포회의 성격에 관한 부분이다. 영포회는 ‘포항·영일 출신 5급 이상 중앙부처 공무원 모임’ 으로 지난 1985년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영포목우회 관계자는 다른 지역 모임처럼 일정 자격 이상 되는 포항 출신들이 서로 친목을 도모하자고 만든 비정기적인 모임일 뿐이라고 했다. 실제 서울에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 출신 공무원 모임이 있다. 이런 지역 모임은 어느 직급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지역 모임의 회원이 되어 알음알음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TK 출신인 청와대 관계자의 얘기다.
“영포회 같은 지역 모임은 매우 흔합니다. 저도 직급이 어느 정도 되자 자동적으로 저희 고향 친목회의 회원이 됐더군요. 고향 선배 한 명이 ‘너도 이제 회원이 됐으니 저녁 모임에 나오라’고 하더군요. 제가 만약 싫다며 안 나가면 그뿐입니다. 영포회도 실제 그런 성격임에 틀림없어요. 언론에 나와 있는 영포회원은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단순히 포항 출신인 5급 이상 공무원들을 모두 지칭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영포회 측 주장에 일리가 있습니다.”
“회원, 비회원 구분이 느슨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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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국무총리실 지원관, 이영호 청와대 비서관. |
또 이영호 비서관은 고향이 포항이고 5급 이상이지만, 영포회원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영포회를 아는 한 관계자는 “이영호와 같은 정무직 공무원은 영포회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호씨는 은행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공무원이 됐다. 이 관계자는 “현재 영포회원이라고 언론에 돌고 있는 자료는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모 언론사가 입수했다고 하는 영포회원 명단은 실제 회원 명단이 아닙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통해 5급 이상 되는 영일·포항 출신 공무원 명단을 모두 영포회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자격은 되지만 모임에 나오지 않는 사람을 회원이라고 할 수 있나요?”
총리실 관계자의 얘기도 영포회 측과 비슷하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박영준 차장, 이인규 지원관, 이영호 비서관 중에서 실제 영포회원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지역 모임들처럼 영포회는 회원과 비회원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동향 친목모임이에요. 물론 포항을 매개로 해서 뭉쳐 있는 건 맞지만, 이들이 영포회라는 꽉 짜인 조직을 근거로 회원들끼리 몰려다니며 집단적으로 권력을 행사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영포회가 어떤 조직이며 영포회원들이 자신들끼리 어떻게 권력을 배분하고 행사했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진 건 없다. 하지만 현재 영포회가 야당과 언론의 포화를 받고 있는 건, 실제 포항 출신 공무원들이 이명박 정권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의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 때부터 포항 출신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는 184명이었는데, 이 중 20명이 포항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일·포항뿐만 아니라 영덕·울진을 포함하고 박영준 차장처럼 칠곡 출신이지만 범(汎)포항계인 인사까지 집어넣으면 수가 더 늘어나겠죠. 영포회 측에서 누구누구는 우리 회원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회원 가입 규칙에 어긋난다는 얘기지 그 사람이 포항 출신으로 이 정권에서 혜택을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경기도 출신인 청와대 관계자의 얘기다.
“영포회 측은 이인규씨가 영덕 출신이라며 영포회가 아니라고 하죠. 맞아요. 하지만 이인규 지원관은 포항고를 나왔어요. 이인규 지원관이 박영준 차장이나 포항 출신 이영호 비서관과 인연을 맺은 게 뭣 때문이겠습니까? 영덕 출신이지만 어쨌든 포항을 매개로 서로 끌어 주고 올려 준 것 아니겠어요?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포항 출신이고 이상득 의원의 분신 같은 존재인 박영준 차장이 범포항계인데 주목을 안 받을 수가 없죠.”
이명박 캠프에 대거 포진한 뒤 공직에 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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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목우회 고문으로 알려진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이들 가운데 원래부터 각 부처 공직자 출신으로서 장관급 등 최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는 없다. 이상득 의원, 최시중(崔時仲) 방송통신위원장, 포항이 지역구인 이병석(李秉錫) 의원, 봉화·양양의 강석호(姜碩鎬) 의원, 박승호(朴承浩) 포항시장 등 정무직 인사들은 많다. 이들은 나쁜 의미로 쓰는 ‘배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배경’이 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영포회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 정권의 실세 중 실세인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포회 중 직급상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지난해 사망한 권종락 외교부 1차관이다. 권 전 차관은 노무현 정권 때는 한직(閑職)으로 떠돌다가 이명박 후보 캠프에 들어갔고, 이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에서 활동했다. 정권 출범과 더불어 2008년 외교부 차관으로 일하다 2010년 순직했다. 2008년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된 이병욱 전 차관도 이 정권 들어 차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대선 전까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초대 원장, 세종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를 지내다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장식 전 포항시장은 이례적인 인사로 주목을 끌었다. 민선 2, 3대 포항시장을 지내고 지난 2006년 한나라당 경북지사 후보에 출마했던 그는 2008년 3월 차관급인 공무원연수원장이 됐다.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공직을 떠났던 인사가 다시 공직으로 돌아온 것이다. 포항 정권에 포항 출신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알제리 대사를 지낸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총재는 포항 출신에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인수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자문을 했고 2009년 한국국제협력단 총재가 됐다.
직급은 이들만큼 높지 않지만, 포항 출신 공무원 가운데 실세 그룹에 속하는 인물들이 있다. 차차기 경찰청장으로 점쳐지는 이강덕 부산지방경찰청장이 그중 한 명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지난 2008년 경무관으로 대통령실에 파견됐다. 대통령실 파견은 그 자체가 특혜이고, 승진 0순위다. 그런 자리에 포항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포항 출신 경찰이 간 것이다. 그는 2009년 대통령실 치안비서관이 되면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민간 기업에 근무하다 졸지에 청와대 인사담당이 된 뒤 대개 기자 출신이 가는 춘추관장을 맡고 있는 이상휘씨, 이영호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의 경력도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함께 확 달라진 경우다.
법제처의 한명수 부이사관은 포항고 출신으로 2007년 대선 전까지 법제처에서 일하다 지난 2008년 청와대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으로 파견됐다. 이강덕 부산청장과 함께 이 정권 들어 청와대에 입성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황명석 과장도 대선 후 대통령실·경제수석실을 거쳐 정무수석실에 파견돼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감사원의 금만수 공공기관 감사국 제2과 과장은 2009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심학봉 현 대통령실 행정관(서기관)은 산자부 출신으로 2008년 3월부터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관세청에는 최상질 인천세관 심사국장이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윤태영 대외경제협력관이 최고위직이다. 그는 대선 후 대통령실에 파견됐다가 2009년 2월 기획재정부 FTA 국내대책본부 지원대책단 단장으로 고위공무원이 됐다. 이 밖에 이형철 예산실 민간사업관리과 과장, 최상대 복지예산과 과장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문희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이 고위공무원이다. 본적이 경북 영일군인 그는 2010년 교원대 사무국장이 되면서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했다. 김문택 인재정책기획과장, 김익로 서울대 교무처 학사과장, 조낙현 서기관 등이 포항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경력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이들은 대부분 이 정권 들어 대통령실로 ‘발탁’됐다. 평소에도 포항 출신이 대통령실에 갈 수야 있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포항 출신 여럿이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영포회를 배경으로 한 특혜성 인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것 외에는 달리 분석할 길이 없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노동부 조재정 기조실장
보건복지부에는 이명찬 보건의료정책실 건강보험정책관(이사관), 김두수 감사담당관이 있다. 김두수 감사담당관은 2009년 1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노동부에서는 조재정 기획조정실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고, 부산대 출신인 그는 이 정부 들어 행정고시 선배 기수를 제치고 노동부의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했다. 최준섭 서울지방노동청장은 대선 전 노동부 국장으로 한국노동교육원에 파견됐다가 지난 2008년 노동부 국제협력관으로 복귀한 후, 지난 2008년 9월 경인지방노동청장(고위공무원)으로 승진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이상진 포항지방해양항만청장이 포항 출신이다. 대선 전 국토해양부 해사안전정책 팀장이었던 그는 대선 후 해사안전정책 과장을 거쳤다. 손태락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은 대선 후인 2009년 승진했다. 이수호 지역발전위원회 서기관, 김철문 부이사관 등이 있다.
공무원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김성렬 인사정책관은 고려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고위공무원이다. 최관섭 인사정책관실 과장도 포항고, 고려대 출신이다. 공무원 인사 라인을 포항고·고려대 출신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비록 영포회는 아니지만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경북 청도 출신인 김명식씨다. 특정 지역 출신이 인사 라인을 모두 장악하고 있으니 편중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더구나 영포회는 그 중심 중의 중심이어서 정권이 끝날 때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