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말특집] 세계일주 취재 - 항공여행의 모든 것 : 월간조선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기차와 배를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80일이 걸렸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872년이다. 그로부터 130여 년이 흐른 지금 일반 여행객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필자는 지난 4월 4박5일 동안 비행기를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서울에서 출발,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현지에 체류한 시간을 뺀 순수 비행시간은 33시간, 비행 거리는 총 2만5997km였다.

인천공항發(발) 파리行(행) 대한항공(KE901편)의 출발시각은 오후 1시20분. 승무원은 기장 2명, 부기장 1명, 객실 승무원 14명 등 총 17명이었다. 이번 비행의 총 책임자는 林栽豊(임재풍) 기장이다.

탑승 항공기는 B747-400 기종으로 1969년 보잉사가 최초로 개발했다. 동체가 워낙 커서 ‘점보’라는 별명이 붙었다. 5만6000파운드 추력 엔진 4개(최대 추력 22만4000파운드)가 장착돼 있고, 주날개 양쪽 끝에 윙렛(Winglet)이 장착돼 있다. 윙렛은 비행 중 날개 끝에서 공기 저항을 유발하는 소용돌이 현상을 감소시켜 비행 성능을 향상시켜 준다.

대한항공은 이 기종을 1989년 서울~도쿄~LA 구간에 처음 투입했고, 현재는 국제선 주력기로 운영하고 있다. B747-400 기종의 2008년 도입 가격은 대당 2억6800만 달러(한화 약 3450여 억원)이다. 보유 대수는 여객기 22대, 화물기 22대 등 총 44대. 대한항공 측은 “이 기종의 특징이자 날개의 핵심 부분인 연장수직날개 부분은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설계·제작해 수출한 것으로, 보잉사가 기체 역학상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요 부품을 해외에 발주한 첫 사례”라고 소개했다.

기장 주재하에 비행 前 브리핑

인천發 파리행 대한항공 KE901편에서 승객 탑승 1시간30분 전 기장 주재로 비행 계획과 주의할 점 등을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B747-400의 좌석 수는 330~400석이다. 같은 기종인데도 좌석 수가 다른 이유는 항공사의 필요에 따라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늘리는 개조 작업을 하기 때문. 필자가 탑승한 KE901편은 일등석 12석, 비지니스석 61석, 일반석 262석 등 총 335석이었다. 임 기장은 “스위스에어의 경우 총 좌석의 절반이 일등석”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116개 도시에 취항하는 대한항공 운항 125대 항공기의 스케줄 관리부터 항로, 이착륙, 비행 시간, 기상 상태, 연료량 등의 운항 상황을 24시간 체크·점검·통제하는 곳은 통제센터다. 김포공항 근처의 대한항공 공항동 본사에 위치한 통제센터에서는 140여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안전운항을 위한 정보를 수시로 조종사들에게 제공한다.

항로 주변에는 군데군데 구름 모양의 노란색 원과 흰색 빗금이 표시돼 있었는데, 이는 雷雨(뇌우) 지역과 난기류 지역을 표시한 것이다. 항공기의 항로는 같은 노선이라 해도 기상 조건에 따라 조금씩 변경된다고 한다.

비행계획서 작성도 통제센터의 몫이다. 조종사와 승무원 명단이 포함된 스케줄이 한 달 단위로 짜여 통제센터로 넘어오면, 통제센터는 선정 항로와 연료량, 기상 조건, 비행 시간 등이 담긴 운항계획서를 만들어 이륙 4시간 전 조종사에게 전달한다.

정각 낮 12시 기내 일등석실에 전 승무원이 운집한 가운데 임재풍 기장이 주재하는 브리핑이 열렸다.

임 기장은 먼저 빠진 승무원이 없는지 점검했고, 비행 고도와 비행 시간, 날씨 상황, 탑승 승객 수를 차례로 열거한 후 약 10분의 브리핑을 마쳤다.

이때부터 승무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각자 정해진 포지션에 따라 기내식을 챙겼고, 몇몇은 객실과 화장실에 생수와 칫솔, 면도기 등 서비스 용품을 비치했다.

대한항공 공항동 본사에 위치한 항공기 통제센터. 대한항공 소유 125대 항공기의 비행현황과 스케줄을 관리하는 곳이다.

경기침체로 좌석의 절반 비어

그 시각 조종석에서는 임 기장과 兪元善(유원선) 부기장이 연료와 엔진 상태 등 각종 계기판을 점검하며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空士(공사) 출신의 임 기장은 “31년째 조종석에 앉지만 매번 이착륙 때는 긴장된다”고 말했다.

요즘 여객기에는 자동항법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들은 수동으로 이착륙을 한다. 그 이유를 묻자 임 기장은 “비상사태 시 안전운항을 위해 기량을 축적해 놓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1년 경력의 베테랑 승무원 엄태훈씨.

낮 12시50분이 되자 승객들이 하나 둘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날 승객은 총 좌석 335석의 절반도 안되는 156명. 올해 21년 경력의 嚴泰焄(엄태훈) 사무장은 “경기 침체로 승객이 많이 줄었다”며 울상이었다.

오후 1시20분, 비행기가 이륙해야 할 시각인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종석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중국 영공에 유럽으로 가는 항공기가 많이 몰려 안전운항을 위해 대기 중이니 양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비행기는 출발 예정 시각보다 40분 늦은 오후 2시에 출발했다. 스타트라인에서 출력을 올린 점보기는 맹렬한 속도로 활주로를 달리며 가속하기 시작했다.

항공기가 정지 상태에서 이륙할 때까지의 활주 거리는 3155m, 이륙 최대 중량은 390t이다. 임 기장의 설명에 의하면 B747-400의 경우 이륙 시 속도는 시속 330km라고 했다. 승객 150여 명과 수화물, 기체 무게를 합치면 250여t이나 되는 초대형 물체가 시속 330km로 달리다 대지를 박차고 비상하기 시작했다.

B747-400 연료비 시간당 700만원

비행 전후 안전점검을 하는 격납고.

항공기 운항 중 연료가 가장 많이 소모되는 때는 순간 고출력이 필요한 이륙 순간이다. 250t이 넘는 항공기가 대지를 박차 오를 때 순간 고출력을 내기 위해 엔진을 풀가동하면서 많은 연료가 투입된다. 여객기의 연료 소모량은 항공기 기종이나 운항 중량, 기후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B747-400의 경우 인천~파리 구간은 11만3400kg, 서울~뉴욕 구간은 14만5200kg 정도가 소모된다고 한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인천~LA 구간을 운항하는 B747-400의 경우 50갤런짜리 드럼으로 무려 864드럼이 소모된다고 한다. 1드럼은 대략 200L로, 중형 승용차의 연료 탱크 용량이 66L이므로 승용차 2618대 분의 연료가 소모되는 셈.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8400만원 정도다. LA까지 평균 12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당 700만원의 연료비가 드는 셈이다.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비행거리가 가장 긴 인천~상파울루 구간은 비행시간이 23시간30분 정도 되는데, 이 구간을 비행하기 위해서는 1700드럼이라는 어마어마한 연료가 소모된다. 임 기장은 “B747-400 점보기의 최대 연료 탑재량은 1146드럼”이라고 했다.

항공기는 연료량을 정확히 계산해 탑재하는 것이 생명이다. 만약 계산에 착오가 생겨 연료가 남을 경우 착륙 시 중량을 덜고 하강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체에 남아 있는 연료를 안전지역에 분사하거나 선회 비행을 하여 소모해야 하는 등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여객기가 운항 중 기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기체에 문제가 생겨 비상 착륙을 할 경우 탑재한 연료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엄청나다고 한다.

여객기는 10여 분 후 순항고도인 1만 피트 상공에 진입했고,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임 기장은 기내방송을 통해 “비행기의 속도가 시속 920km, 1만 피트 상공을 비행 중이며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이륙 후 1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알렸다.

기내식 하루 5만5000개 소비

대한항공 기내식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비빔밥. 북엇국이 곁들여졌다.

엄 사무장은 “파리에서 연결선을 타야 할 70여 명의 고객들 걱정에 속이 탄다”고 했다. 이들이 연결선을 놓치면 다음 비행기를 타거나 최악의 경우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비행기는 제 궤도에 올라 구름 위를 날고 있었지만 엄 사무장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이륙 30분 후 점심 기내식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메뉴는 비빔밥과 프랑스식 스테이크였다. 食前酒(식전주)로 와인과 발사믹 소스의 조개 관자가 나왔고, 전채 요리로 이탈리안 드레싱에 오렌지와 올리브를 곁들인 새우 샐러드가 나왔다.

기내식은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에서 조리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각각 하루 평균 1만5000食(식)과 4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기내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5만5000식의 기내식을 조리하기 위해 110명의 전문 조리사가 1500여 종의 메뉴를 만든다. 이를 위해 하루 소요되는 재료는 평균 육류 2t, 어패류 2t, 과일 2t, 야채 2t, 식용류 300kg, 치즈 25kg, 기타 식재 10t 등 어마어마한 양이다.

대한항공 측은 1년에 4회 기내식 메뉴를 변경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기내식으로 비빔밥과 비빔국수를 개발해 1998년과 2006년 ‘기내식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머큐리상을 수상했다.

식사 때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제공되는 와인은 두 종류의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그리고 샴페인 등 총 5가지로, 모두 프랑스産(산)이었다. 엄 사무장은 “와인은 노선별로 고객의 입맛을 고려해 취항 국가에서 생산된 와인을 주로 서비스한다”고 설명했다. 미주 노선은 캘리포니아 와인과 칠레 와인을, 이탈리아 노선은 이탈리아 레드 와인을, 호주 노선은 호주 와인을 서비스한단다.

기내에서 41종의 와인 제공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 서비스되고 있는 와인 종류들.

와인을 따라 준 승무원은 “일등석에는 일등석에만 서비스되는 12종의 최상급 와인을 포함해 전 좌석에 41종의 와인이 제공된다”고 귀띔했다. 샤토 레오빌 푸와페레는 일등석에만 서비스되는 대한항공 대표 와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표 와인이 샤토 스미스 오라피트이며, 현재 일등석 12종, 비즈니스석 11종, 일반석 6종 등 총 29종의 와인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와인 마니아들을 위해 5종의 와인을 기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론 지방 샤토네프-뒤-파프 지역에서 생산된 세네쇼 2006, 이탈리아의 토속적인 맛과 프랑스의 부드럽고 우아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몬비 콜리 2005, 프로미스 2006, 로스탈 카즈 2004, 아마로네 2006 등이다.

어느새 비행기는 북유럽 지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파리 시간으로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일등석을 담당하던 李玹定(이현정) 사무장이 다가왔다. 손에는 파리 미술관 가이드북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필자에게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마드리드행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는 문화예술 전담 승무원이 있다는 말씀 들어보셨어요?”라며 웃었다.

필자가 탑승했던 파리行 KE901편의 비즈니스석.

문화예술 전담 승무원은 객실 승무원 중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선정,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들에 한해 문화예술 가이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서비스 제도다. 대한항공에는 현재 150명의 문화예술 전담 승무원이 현지의 문화ㆍ예술에 대한 각종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은 루브르 박물관의 한국어 안내서비스 후원도 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어의 위상을 높여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으며 조만간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러시아의 에르미타주박물관에도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글로벌 환경 개선을 위해 현재 몽골과 중국 사막에서 각각 지난 2004년과 2007년부터 나무 심기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미국 대도시인 L.A. 시민들에게 푸름을 선사하는 도심녹화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지난해 중국 쓰촨성 대지진 지역에 구호품을 전달하는 등 글로벌 수송 기업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펼쳐가고 있다.

승무원들의 세계

B747-400의 일등석은 버튼을 누르면 좌석이 평면으로 펼쳐져 침대가 된다.

승무원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2007년 작고) 작품이다. 페레가 유일하게 항공사 유니폼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우아한 색상과 부드러운 느낌을 추구했으며 동과 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고 있다. 이 디자인은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대한항공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1969년 출범 이후 모두 10차례 승무원 유니폼을 바꿨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는 기장, 부기장 합쳐 2300여 명이고, 객실 승무원은 4800명(남 승무원 500명)이다. 이들은 컴퓨터로 처리되는 스케줄표에 따라 근무하게 돼 노선은 물론 함께 비행할 승무원도 매번 바뀐다.

조종사들의 경우 여객기 화물기 구분 없이 항공기는 다르더라도 늘 같은 기종을 조종하게 돼 있다. 기종을 바꾸고자 할 때는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실전이나 다름없는 시뮬레이터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또 모든 조종사들은 기종 변경에 상관없이 6개월마다 의무적으로 정기훈련(시뮬레이션)과 지상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교육을 위해 7대의 시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오후 4시, 대부분의 승객이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고 있었다. 이때는 객실 승무원들도 교대로 휴식을 취하거나 잠깐씩 눈을 붙인다. 휴식 장소는 비행기 꼬리 날개 부분에 위치한 벙커다.

벙커는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천장이 낮았고, 협소한 공간에 4개의 2층 침대가 놓여 있었다. 계단이 가팔라 오르내리는 데도 힘들었다.

객실 승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조종사들도 교대로 휴식을 취한다. 대한항공은 비행 거리가 8시간 미만인 노선에는 두 명의 조종사가, 8~12시간 노선에는 세 명, 12시간 이상 노선에는 네 명의 조종사가 배정돼 교대로 근무한다. 기장 부기장 구분은 어깨 위의 견장에 표시된 줄 수로 하는데 기장은 4줄, 부기장은 3줄이다.

조종사들은 객실에 지정 좌석이 있는데, 기장은 일등석에, 부기장은 비즈니스석에 좌석이 있다. 조종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조종사들을 위해 조종석 뒤편에 조종사용 벙커가 마련돼 있으며 2층 침대가 하나 설치돼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는 현재 총 2334명(내국인 2000명, 외국인 334명)이며, 이 중 기장이 1141명(내국인 839명, 외국인 302명), 부기장이 1193명(내국인 1161명, 외국인 32명)이다.

조종사 모자라 외국인 조종사 채용

장거리 비행은 보통 3박4일 일정으로 가는데, 운항이 적은 노선의 경우 현지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 4박5일 일정으로 가기도 한다. 이럴 때 가족을 동반해 현지에서 여행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종사들의 연봉은 부기장 초임이 8000만~9000만원, 기장 초임이 1억1000만~1억2000만원 수준이다. 고참 기장들의 경우 최대 연봉은 2억원에 육박한다. 몸이 불편해 비행휴가를 해도 연봉은 2년 동안 유지된다. 또 55세 정년을 마치고 60세까지 촉탁직으로 연장근무를 해도 연봉에 변화가 없다.

그러나 조종사가 되면 달력에서 빨간색(휴일)은 지워야 하고, 불규칙적인 시차에 신체 리듬이 무너질 수 있는 우려도 감수해야 한다. 안전운항을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 및 체력 상태를 체크하는 신체검사도 받아야 하고, 각종 교육과 테스트 과정도 거쳐야 한다.

조종사는 과거엔 공군 출신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항공대 부설 비행교육원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社內(사내)에 조종훈련 과정을 두고 자체에서 조종사를 양성해 왔으나 2003년 10월 항공대 부설 비행교육원에 위임했다. 이후 이곳 비행교육원을 거쳐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종사가 150여 명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부터 사내에 교육 과정을 두어 조종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25대의 항공기로 39개국 116개 도시를 운항하고 있으며, 2014년까지 보잉사의 B787과 에어버스사의 A380 등 38대의 첨단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조종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편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조종사들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

오후 6시 무렵, 일반석에 탔던 외국인 승객들이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으로 대거 옮겨 왔다. 연결편을 탈 승객을 먼저 내리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출발이 40분이나 지연된 만큼 7시가 넘어서야 도착할 것으로 알았는데 드골 공항 착륙 시간이 예상 외로 빨랐다. 엄태훈 사무장이 그 수수께끼를 풀어 주었다. 대한항공 지정 활주로가 아닌 다른 활주로에 착륙했다는 것. 드골 공항에는 A(북쪽) 활주로와 B(남쪽) 활주로가 있는데, 대한항공 지정 활주로인 B의 경우 A에 비해 터미널과 멀어서 연결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늦을 염려가 있었다.

결국 엄 사무장이 임재풍 기장과 의논해 드골 공항 관제탑에 특별 요청을 했고, 드골 공항 측이 이를 받아들여 20분 가까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

단명으로 끝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숙소인 하얏트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은 여객 터미널에서 10여 분 거리인 공항 단지 내에 있었다. 가는 길에 보니 도롯가에 초음속(SST) 여객기인 콩코드기가 전시돼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협력, 개발하여 세계 항공업계에 속도혁명을 몰고 왔던 콩코드기는 그 속도만큼이나 몰락도 빨랐다. 1969년 첫 비행에 성공할 당시 이 비행기는 좌석(100여 석)만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기존 점보기의 두 배였다. 속도(마하 2)는 물론 고도(2만m 이상), 연료 소모량, 소음·공해, 항공료 등에서 타 여객기의 추종을 불허했다.

속도는 초음속이나 경제성이 없는 데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동체를 가늘게 만들다 보니 객실 폭이 좁아 승무원들의 서비스에도 한계가 있었다. 속도 경쟁력 때문에 각국에서 74대를 주문했으나 오일 쇼크와 공해, 소음 문제로 논란이 일면서 모두 발주를 취소했다.

결국 1976년 16대 생산으로 이 기종은 더 이상 주문이 없어 생산라인이 문을 닫았다. 1990년 말까지 런던 히드로 공항과 파리 드골 공항, 미국 뉴욕의 JFK 공항과 워싱턴 덜레스 공항(D.C)에 취항했으나 2000년 7월 드골 공항에서 일어난 사고로 운항이 중단됐다. 이륙 3분 만에 주날개 내 연료탱크에 불이 붙으면서 추락한 이 사고로 114명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타이어가 펑크 나면서 그 파편이 연료탱크에 박혀 발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결과 콩코드기의 연료탱크가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결함이 밝혀져 콩코드기는 2003년 11월 모든 취항노선의 운항이 중단됐다.

우아한 새 모양을 닮아 한때 ‘항공 여행의 로망’이었던 콩코드기의 몰락은 차세대 항공기 개발과 항공산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 셈이 됐다. 즉 항공산업이 스피드를 추구하여 취항지 간 비행시간을 단축할 것인가, 아니면 스피드는 지금과 비슷하되 항공기 몸체를 확대하여 안락한 비행을 추구할 것인가의 경쟁이었다.

‘스피드’ 경쟁에서 ‘안락함’ 경쟁 시대로

파리 숙소에서 아침식사 후 인터뷰에 응한 조종사들. 왼쪽부터 유인성 부기장, 김익서 기장, 임재풍 기장.

극단적으로 스피드화를 추구하던 콩코드가 몰락하면서 이제 민항기의 발전방향은 운항속도는 지금과 비슷하되 안락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세계 민항공기 제조 양대 산맥인 유럽의 에어버스사와 미국의 보잉사가 최첨단 항공기인 A380과 B787로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수퍼 점보기인 A380은 500~800석 규모의 복층 구조로 B747 점보기 두 대를 합쳐 놓은 크기다. 내부에 샤워실, 카지노, 스낵바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하늘 위의 5성호텔로 불린다. 대당 가격이 3억2740만~3억3750만 달러(2008년 기준)로 B747-400보다 1억 달러 정도 비싸다. 반면 B787은 240~290석 규모의 단층 구조로 기존의 B747-400(복층)보다 작고 아담한 크기다. 하지만 연료 효율이 좋아 장거리 비행에 편하다. 가격은 대당 1억7160만~2억550만 달러(2008년 기준)이다.

호텔에 도착, 짐을 푸니 밤 8시가 지나 있었다. 승무원들은 이곳에서 이틀을 묵은 후 4월 6일 오후 서울로 돌아간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2시쯤 된 시각이라 저녁에 뭔가 이벤트가 없나 했는데 모두 취침 모드였다.

필자도 별 수 없이 침대에 누웠지만 낮밤이 바뀐 탓에 잠이 오지 않았다. 혼자서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몇 번 하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였다.

호텔 1층에 있는 식당에 내려가 승무원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호텔 뷔페식이었는데, 대한항공 승무원들을 위해 라면에 밥과 김치가 있었다.

승무원들은 남녀 공히 “이 일을 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며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두세 접시씩 비웠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기내에서 이것저것 물어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몇몇 여승무원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장거리 비행 후에는 항상 일찍 잠자리에 드나요.

“비행 중 기내에서 늘 긴장하고 있으니까 숙소에 오면 바로 곯아떨어질 때가 많지요. 저 같은 경우 세계 어딜 가나 해 뜨면 깨고 어두워지면 자는 습관을 들여 시차를 극복하고 있거든요.”(엄태훈 사무장)

시차 극복 노하우

대한항공의 문화예술 승무원 이현정씨.

시차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각자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 노하우를 들려 달라고 부탁했다. 대부분 엄 사무장처럼 현지 시간에 맞춘다는 대답이 많았다. 낮에 호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근처 공원 등을 산책하며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저녁에 잠이 온다는 것이 노하우였다.

유인선 부기장은 “한국에 들어오면 바로 적응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 시간에 맞춰 생활한다”고 말했다.

―오늘같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뭘 하죠.

“저는 軍(군)에 있을 때부터 사진에 취미를 붙여 관광 삼아 이곳저곳 다니며 촬영을 합니다. 전 세계 풍물을 담아내는 게 꿈이지요.”(임재풍 기장)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화가들이 살았던 마을을 여행하고, 좀 빠듯하다 싶을 때는 시내 미술관이나 화랑의 전시회를 둘러봅니다.”(이현정 사무장)

시내에 나가 관광 겸 쇼핑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승무원이 많았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세계 곳곳의 맛집들은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발굴한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승객 중에는 아예 승무원들이 많이 가는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 지정 숙소는 승무원들에게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친분이 있는 동료라도 스케줄이 같지 않으면 얼굴 보기 힘든 곳이 승무원 세계라 우연히 이런 곳에서 마주치면 더없이 반갑다고 한다. 이날도 하루 먼저 여객기로 들어와 오후 1시에 화물기로 돌아가는 金益瑞(김익서) 기장이 아침을 함께했다. 그는 오전 9시가 되자 “비행 전 3시간 정도는 숙면을 취해야 컨디션이 좋다”며 방으로 돌아갔다.

장거리 비행이 끝나면 승무원들은 하루나 이틀 현지에서 휴식을 취한다. 대한항공의 파리 숙소인 하얏트 호텔 로비에서 승무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KLM과 한몸이 된 에어프랑스

오전 10시쯤 되어 승무원들은 각자 흩어졌고 필자는 오후 1시35분 파리發(발)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드골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에 탑승할 항공기는 에어프랑스의 AF006편으로 B777-300ER 기종이다.

에어프랑스는 전 세계 106개국 258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으며, 한국과는 1983년 유럽 항공사 중 최초로 취항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2004년에는 유럽 항공사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던 네덜란드 항공사 KLM과 합병했다. 이후 유럽시장 점유율 1위, 매출액과 여객수송 부문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B777-300ER은 대한항공이 올 5월 말에 신규 도입할 여객기로 B747-400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훨씬 아늑하고, 비즈니스석인데도 마치 일등석에 탄 기분이었다. 300석 규모의 좌석이 꽉 찼는데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좌석이 180도 평면으로 펼쳐져 수면을 취하는 데도 편안했다. 이 여객기의 가격은 2008년 기준 2억8650만 달러다.

에어프랑스 기내 서비스의 특징은 와인과 치즈를 원 없이 제공한다는 점. 비즈니스석은 키가 180cm는 되어 보이는 여승무원이 담당했는데, 그녀는 점심 식사 후 내내 와인 병을 들고 다니며 원하는 승객에게 서비스를 했다. 출발 전 서울에서 만난 에르베 물랭 에어프랑스 한국 지점장은 “유럽은 아시아 문화와 달라 가만히 앉아 있는 승객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장신의 여승무원은 “플리즈”만 외쳐도 귀를 쫑긋 세우고 달려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활짝 웃었다.

파리~뉴욕 항로는 5846km, 5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스카이팀 멤버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는 스카이팀 멤버다. 스카이팀은 한진그룹 趙亮鎬(조양호) 회장의 주도로 에어프랑스, 아에로 멕시코, 델타항공 등이 2000년 창설한 항공 동맹체. 창설멤버를 비롯해 체코항공, 알리탈리아항공, 콘티넨탈항공, KLM 네덜란드항공, 노스웨스트항공, 아에로플로트항공, 남방항공 등 11개 정회원사와 에어 유로파, 코파항공, 케냐항공 등 3개 준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항공 동맹은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항공사들 간에 상호보완 협조 관계를 맺은 조직이다. 스카이팀과 더불어 원월드와 스타 얼라이언스가 세계 3대 항공 동맹체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21개 항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스타 얼라이언스 회원사다.

항공동맹체 결성으로 승객들은 표준화된 서비스를 누리고 있고, 항공사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임으로써 매출이 극대화되는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승객 입장에서는 우선 항공편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마일리지 적립과 이용이 자유로워졌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 세계 905개 도시를 취항하는 1만6787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는데, 어느 항공편을 이용하더라도 마일리지가 동일하게 적립된다. 이 마일리지로 회원 항공사의 보너스 항공권과 다양한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회원사 연결편을 이용할 때는 미리 탑승권이 제공돼 환승지에서 별도의 수속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회원사들은 항공기 연료와 부품을 공동 구매하고, 발권·영업 사무소를 통합 운영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뉴욕의 대한항공 터미널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4시. 터미널은 작고 아담했지만 붐비지도 않거니와 입국 절차도 간단하고 빨랐다. 대한항공 뉴욕지사에 근무하는 노태래 부장은 “대한항공 전용 여객터미널이라 IBA(국제선 도착 빌딩) 쪽으로 입국하는 것보다 입국이 훨씬 쉽고 편하다”고 했다.

대한항공 전용 여객터미널은 JFK 공항의 IBA 서쪽 건물 중앙에 연건평 3418㎡(3층) 규모로 위치하고 있었다. 에어프랑스, 일본항공(JAL), 루프트한자 등의 여객터미널이 같은 건물에 도열해 있는데, 전체 건물은 대한항공을 포함한 네 개 항공사가 공동투자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노태래 부장은 “JFK공항에 취항하는 세계 80개 항공사 중 외국(미국 제외) 항공사가 자체 터미널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는 14개뿐”이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항공에 이어 대한항공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규모는 일본의 세 배라고 한다.

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40여 분 만에 뉴욕주와 롱아일랜드주 경계에 있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뉴욕 숙소인 힐튼 롱아일랜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는 이틀 후 필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스무 명의 승무원이 하루 전날 도착해 묵고 있었다.

호텔은 시내 접근성이 좀 떨어진다는 것 외에는 나무랄 것이 없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대한항공 승무원들을 위한 전용 식당과 인터넷방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객실 승무원인 李永鎭(이영진) 사무장과 李炫周(이현주)씨를 만났다. 노태래 부장의 안내로 이들과 함께 호텔에서 멀지 않은 존스비치로 드라이브를 한 후 뉴저지州(주)에서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팰리세이즈 파크에 나가 저녁식사를 했다.

다음날 아침 20석 규모의 식당은 자리가 없어서 인터넷방까지 사용해야 할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하루 늦게 도착한 다른 여객기의 승무원들 때문이었다. 이곳 역시 밥과 김치가 준비돼 있었다.

“언니 큰일 났어!”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뉴욕 숙소인 힐튼 롱아일랜드 호텔에 마련된 승무원 전용 식당.

식사 후 차를 마시는 승무원들에게 비행 중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 좀 들려달라고 하니 객실 승무원 鄭硏燮(정연섭)씨가 보따리를 풀었다.

“시골 출신 후배 때문에 생긴 해프닝입니다. 하루는 이 친구가 다급하게 달려와 ‘언니, 큰일 났어! 위독한 환자가 발생했어’ 하며 숨 넘어가는 소리로 말하는 거예요. 저는 ‘승객이 급체나 고혈압으로 쓰러진 모양’이라고 단정하고 사무장님께 보고했죠. 셋이 함께 그 승객에게 갔는데 너무나 멀쩡한 거예요. 그분은 ‘승무원에게 닥터 페이퍼 하나 갖다 달라고 했더니 놀라서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더라’는 겁니다. 음료수 이름인 닥터 페이퍼를 닥터 페이징(의사 호출)으로 들은 후배 때문에 일어난 촌극이었죠.”

미혼인 정씨는 “승객 중에는 신혼여행 갔다가 싸우고 서먹해져 오는 커플도 가끔 있어서 화해의 카운슬러가 되기도 한다”며 웃었다. 그녀는 “비행기 안에 있으면 세상사가 다 보인다”며 위기의 순간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승무원은 오감이 발달해야 해요. LA에서 서울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객실을 도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더군요. 주변 분들을 살펴보니 잠자는 것 같은 한 남자 승객이 심장 발작 때문에 토까지 했더군요. 시애틀에 비상 착륙하여 응급조치를 했죠.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뉴욕 JFK 공항 건너편에 자리한 대한항공 뉴욕 JFK 화물터미널은 대한항공 화물기로 수송되는 물건들의 뉴욕 지역 보관소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오가는 화물은 이곳을 거쳐 필요한 곳으로 배달된다. 8만998㎡의 부지에 1만7480㎡ 규모의 창고와 연건평 5471㎡ 규모의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사무실은 에어프랑스 등 외국 항공사에 임대를 줬다.

JFK 화물터미널 투자비용 전액 해외에서 조달

대한항공 뉴욕화물운송지점의 정광극 지점장.

이 터미널은 공항당국이 제공한 부지에 대한항공이 民官(민관) 합작 방식의 사회간접자본을 유치하고 공채를 발행하는 등 투자비용 전액을 해외에서 조달했다. 대한항공은 2000년부터 2025년까지 25년 동안의 임차 기간이 끝나면 이 시설을 뉴욕시에 기증하게 된다.

가로 197m, 세로 92m 규모의 창고는 비행기 3대가 동시에 하역 작업을 할 수 있으며, 화물처리 능력은 연 20만t 수준이다. 첨단 자동화 설비로 가동되고 있어 거대한 건물에 상근 직원은 28명에 불과하다. 대한항공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 3명을 제외한 나머지 25명은 현지인이다.

화물터미널의 생명은 안전이다. 鄭光克(정광극) 뉴욕화물운송 지점장은 “안전한 관리를 위해 건물 곳곳에 64대의 CCTV가 설치돼 24시간 감시하고 있고, 신속한 인도를 위해 가비지(가로 1.5m 세로 1m 정도의 철제 상자)에 넣어 컴퓨터화된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란색의 가비지가 수백 개 쌓여 있는 창고 한편으로 필자를 안내했다. 빌딩처럼 쌓여 있는 가비지 앞 컴퓨터에서 현장 직원이 숫자를 입력하자 가비지 하나가 컨베이어 시스템에 실려 나오듯 운반되어 왔다. 고유번호가 입력되어 있어 직원이라도 어디에 어떤 화물이 들어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없는 구조였다.

터미널 물동량의 30~40%는 한국이 채우고, 중국, 일본, 동남아 등이 나머지를 채운다. 정광극 뉴욕화물운송 지점장은 “한국의 경우, 수입 물량은 미동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의류, 패션잡화 등 최종 소비재와 전자 제품이 주류를 이루며, 수출 물량은 첨단 장비 및 기계·설비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때마침 삼성코닝의 기계 설비가 한국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이날 창고에는 동남아에서 온 꽃과 과일, 프랑스에서 온 랍스터 등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터미널 내에는 이런 生物(생물)을 보관하는 냉장·냉동 시설도 갖추어져 있었다.

대한항공은 4년째 국제항공화물수송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세계 항공수송 통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07년 국제항공 화물을 총 94억9800만t-km(각 항공 편당 수송 t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값의 합계)를 수송해 2004년 이후 4년 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뉴욕 JFK 화물 터미널은 화물수송 실적에서 JFK 국제선 화물량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정 지점장은 “대한항공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공항 위탁경영을 통해 공항시설 현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우즈베키스탄항공에 A300-600 화물기 두 대를 5년간 임대할 예정인데, 이 화물기는 나보이를 중심으로 유럽과 동남아 화물을 실어 나름으로써 우즈베키스탄의 화물항공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보이를 新(신)물류 중심지로 만들려는 대한항공의 노력은 지난 5월 11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李明博(이명박) 대통령과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간 정상 회담 공동성명에서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나보이 공항 국제 물류센터와 나보이 산업ㆍ경제 특구 잠재력이 결합될 경우 항공ㆍ도로ㆍ철도 복합 운송체계를 갖춘 최적의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는 데 양국이 의견을 함께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항공기 및 주요부품 제작

비행을 마치고 나오는 조종사들. 왼쪽이 강철혁 기장이다.

저녁 9시50분. 다음날 0시50분 KE086편을 타고 한국으로 떠날 대한항공 승무원 19명과 함께 호텔을 출발했다. JFK 공항 대한항공 전용 여객터미널에 도착한 것이 오후 10시50분. 출국 수속을 마치고 3층에 있는 라운지에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0시30분 1등석과 비즈니스석은 여전히 좌석이 많이 비었지만 이코노미석은 꽉 찬 것 같았다. 유난히 동남아 쪽 승객이 많았다. 객실 승무원 徐玉明(서옥명) 사무장이 “인천을 거쳐 동남아로 가는 연결선 승객이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해 주었다.

오늘은 조종사가 4명, 이착륙은 姜喆赫(강철혁) 기장이 담당한다고 한다. 기상 상태가 양호해 인천까지 13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대한항공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으니 올해가 우리나라 민항 40주년 되는 해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항공기의 정비와 개조는 물론 개발·제조와 부품 설계·생산·수출까지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군용 헬기인 500MD와 산림청과 소방방재청 등에서 사용하는 민간용 500D 헬기도 생산했다. 또 F-5 제공호 전투기와 UH-60 헬기를 비롯해 자체 설계·개발한 5인승 경항공기 창공-91 등 500여 대를 제작했다.

항공기 정비와 개조,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부서는 항공우주사업본부다. 필자는 세계일주 취재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곳을 취재했는데, 대지 73만㎡(21만 평 규모)에 건물 면적이 31만㎡에 이르는 기지는 대형 조선소를 연상케 했다.

센터 내에는 대형 여객기와 화물기 정비 및 개조가 가능한 격납고와 부품 제조 공장, 자재 창고 등이 단지를 이루고 있다. 현장 투입 인력이 협력사 직원까지 합쳐 4000여 명(대한항공 직원 2550여 명)에 이른다.

대한항공의 부산 테크센터 내 항공기부품 생산 현장. 하늘을 나는 5성급 호텔로 불리는 A380 여객기의 일부 부품도 이곳에서 제조됐다.

차세대 항공기 설계·제작에도 참여

金世漢(김세한) 부본부장은 “대한항공을 여객기와 화물기만 운항하는 회사로 아는 분들은 이곳을 보고 항공기 관련 산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테크센터는 항공기 정비와 개조는 물론 개발ㆍ제조, 부품 설계ㆍ생산ㆍ수출을 담당하는 곳인데,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성능이 업그레이드되거나 여객기에서 화물기로 변신한 항공기가 3800대에 이릅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미국의 보잉, 유럽의 에어버스, 브라질의 엠브레어 등 세계 유수의 민간 항공기 제작에 들어가는 모듈(부분품)을 설계ㆍ생산하고 있습니다.”

위성체와 발사체, 무인항공기 연구개발 사업도 진행 중인데, 이 분야는 R&D센터인 대전의 대한항공기술연구원이 전담하고 있단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사업본부와 정비 본부 중정비 공장으로 분리 운영되어 오던 테크센터를 지난 3월 항공우주사업본부로 통합했다.

테크센터 내에는 대형 여객기 두 대가 들어갈 수 있는 격납고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마침 보잉사의 B747-400과 에어버스의 A300-600 항공기에 대한 중정비가 한창이었다. 정비를 마친 항공기는 塗裝(도장) 작업을 거쳐 출고된다.

도장 격납고에서는 미국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소유 B747 여객기의 도장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군용기공장 기술1팀장 이현수 부장은 “항공기 한 대를 도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종에 따라 보통 6.5~10.5일이고, 비용은 대당 3억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페인트 양이 평균 200갤런(1t) 정도라고 한다.

민항기 제조공장은 정밀부품 제작 라인과 복합소재 가공 라인으로 나뉘어 있었다. 생산라인에는 대한항공이 설계부터 참여한 에어버스사의 차세대 항공기 A350을 비롯해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인 B787과 B747-8에 들어갈 모듈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항기 제조공장 趙貞浩(조정호) 팀장은 “이미 출시된 B787의 경우 12호기에 들어갈 모듈이고, 2011년에 출시될 B747-8은 5월에 1호기 모듈을 납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모듈을 납품하면 보통 2년5개월 후에 완제품 비행기가 출고된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B787 외에도 ‘하늘을 나는 5성급 호텔’로 불리는 A380 등 차세대 여객기의 주요 구조물을 생산하는데,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6년에는 보잉사로부터 최우수협력업체상을 수상했다. 김세한 부본부장은 “국내 엔지니어들의 수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독자적으로 비행기를 개발 제조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며 “다만 신형 여객기 개발은 시장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대형사의 공동 개발에 참여하며 내공을 쌓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야간비행

1등석 객실 승무원 정연섭씨.

0시50분. 비행기가 이륙했다.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빡빡한 일정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3시간쯤 잤을까. 강철혁 기장이 교대를 하고 객실에 앉아 있었다. 공사 24기인 그는 공군 수송기를 15년 몰다 1991년 중령으로 예편한 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그는 벌써 16년째 태평양을 넘나들고 있는데, 올해로 기장만 11년째라고 한다.

그는 “야간 운항이 더 편하다”면서 “내가 이번 비행의 이착륙 기장인데, 인천공항이 활주로가 길고 직선이라서 이착륙하기 가장 편한 공항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인천 다음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의 창이, 일본의 나리타 순이고, 최악의 공항은 활주로도 짧고 곡선형인 뉴욕의 JFK 공항이라고 했다.

그는 오래전에 무게 중심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다며 그 사례를 소개했다.

“베트남 호찌민에 가는 중이었어요. 보통 착륙할 때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 꼬리 부분의 연료는 비행 중 다 사용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는지 연료 공급이 안되는 거예요. 방법은 홍콩에 중간 착륙하거나 목적지인 호찌민까지 가거나 둘 중 하나였죠. 책임 기장은 이럴 때 판단을 잘해야 하는데, 저는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대신 무게 중심을 위해 일반석에 있던 승객과 서비스 물품을 모두 일등석 쪽으로 몰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죠.”

비행기는 이제 날짜 변경선을 지날 것이다. 서옥명 사무장이 다가와 “잠이 안 오면 눈이라도 감고 계세요”라고 말한다. 그래야 덜 피곤하다는 것이다.

새벽 3시5분. 기상 조건이 좋아 비행기는 예정 시간보다 빨리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승객들이 내리고, 조종사들마저 떠난 터미널 출구에 객실 승무원들이 모였다. 이영진 사무장이 오늘 비행 중 문제는 없었는지, 승객들이 놓고 간 물건은 없는지 등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자리였다.

이로써 필자의 여행도 끝이 났다. 승무원들에게 “수고 많았다”는 인사를 전하는데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기자님, 그런 살인적인 스케줄은 저희도 소화해 본 적이 없어요. 코피 안 나는 것만도 다행이네요.”⊙

필자가 탑승했던 뉴욕發 인천행 KE086편의 객실 승무원들. 맨 왼쪽이 이영진 사무장이다.

▣ 여객기 편명은 어떻게 결정되나

신생 항공사가 설립되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로부터 각기 다른 코드를 부여받는다. IATA는 항공권 예약과 비행 스케줄 작성에 쓰이는 두 자리 영문 약자를, ICAO는 운항이나 관제용으로 사용되는 세 자리 영문 약자를 부여한다.

두 단체가 영문 약자를 부여할 때는 항공사의 요청을 먼저 고려한다. 희망하는 약자를 다른 항공사가 사용 중일 경우 다른 약자를 놓고 항공사와 협의해 결정한다.

1969년에 설립된 대한항공은 IATA 코드를 ‘KOREAN AIR LINES’의 약자인 ‘KA’나 ‘KL’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KA’는 홍콩의 드래곤에어가, ‘KL’은 네덜란드 KLM이 사용하고 있어서 ‘KE’로 등록했다.

1988년에 설립된 아시아나항공은 IATA에 ‘AA’를, ICAO에 ‘AAR’을 신청했다. 이 중 IATA코드인 ‘AA’는 이미 미국 아메리칸항공이 쓰고 있어서 고심하던 중 때마침 호주의 한 항공사가 반납한 ‘OZ’가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판단 아래 ‘OZ’로 결정했다고 한다.

IATA 코드 뒤에 붙는 숫자의 기준은 항공사마다 다르다. 대한항공은 숫자만 보고도 노선, 항공편, 입·출국 등을 알 수 있도록 구분지었다. KE0001~4999, KE8000~9999까지는 自社(자사) 항공편이고, KE5000~7999까지는 타 항공사와 공동 운항편, KE001~KE099까지는 미주 노선, KE900~KE949까지는 구주 노선, KE600~KE699까지는 동남아 및 홍콩 마카오 노선이다. 마지막 숫자가 홀수일 때는 출국편, 1이 더해진 짝수일 때는 귀국편이다. 예를 들면 KE011편은 인천→LA 노선이고, KE012편은 LA→인천 노선이다.

▣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에도 시대별 유행 코드가

대한항공 설립 40주년을 맞아 현직 승무원들이 역대 유니폼을 입고 기념 촬영한 모습.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은 1970년대 초에는 가수 尹福姬(윤복희)씨가 몰고 온 미니 스커트 열풍이 반영됐고, 1970년대 중반부터는 세련되고 지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스카프가 등장했다. 1980년대에는 프로패셔널한 느낌의 재킷과 중간 길이의 스커트 스타일로 바뀌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처음으로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을 외국 디자이너인 미국의 조이스 딕슨에게 의뢰했다.

이 중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것은 디자이너 김동순씨가 디자인한 감색 유니폼이다. 빨강, 감색, 흰색의 대한항공 로고가 프린트된 커다란 리본이 인상적이었던 이 유니폼은 여행사마다 세워져 있던 승무원 김우영씨 사진 때문에 사람들의 뇌리에 더욱 오랫동안 남아 있다.

知的(지적)인 아름다움으로 승무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김씨는 대한항공 3대 스마일 퀸으로 뽑힌 후에도 10여 년 동안 평범한 승무원으로 근무하다 2007년 퇴직했다. 현재는 사설 승무원 교육원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김우영씨 못지않게 유명한 여승무원 출신 스타는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임원급(상무)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하다 정년 퇴직한 이택금씨다. 이씨는 1972년 한국외대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공채 14기로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33년 동안 근무했다. 이씨가 승무원 시절 비행한 시간은 총 2만6214시간으로, 지구를 무려 524바퀴나 돈 거리에 해당한다.

항공업계 첫 여성 과장, 첫 수석부장, 첫 여성 이사 등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산 그녀는 2006년 퇴임 후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저서 <여자로 태어나 대기업에서 별 따기>를 발간했다.

▣ 민항기 조종사가 되려면

우선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4년간 생도 생활을 한 후 군 조종사로 10년 이상 복무한 후 민간 항공사로 진출할 수 있다. 이 경우 군용기와 민항공기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비행교육원에서 위탁 교육하고 있는 조종훈련생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항공대 부설 비행교육원은 제주도에 교육장이 있다.

두 번째는 항공대나 한서대 항공운항과에 입학해 4년 교육과정을 밟는다. 이 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 ROTC 장교로 입대하거나 해군항공대, 육군항공대에 입대하는 등 80% 정도가 군 조종사로 입대하는데, 이 역시 의무 복무 기간은 10년이다. 복무가 끝나면 희망에 따라 항공사에 지원할 수 있다.

항공운항과 학생 중 일부는 군 조종사를 거치지 않고 민간 항공사에 취업하기도 한다. 대학 2학년 재학 중 사업용·계기비행조종사 과정에 응시해 합격하면 남은 재학 기간 중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과 계기비행 면장을 취득, 졸업과 동시에 항공사 부기장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4년제 일반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공군조종장학생 제도가 있다. 대상은 1~3학년 학생인데, 합격자는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 후에는 공군 소위로 임관해 조종 훈련을 받는다.

지난해부터는 공군 사관후보생도 조종 병과를 통해 조종 특기생을 뽑고 있다. 대상은 만 20~27세의 4년제 대학 졸업자.

마지막으로 항공대 부설 비행교육원에 입학해 대한항공 부조종사 양성 과정을 밟는 코스가 있다. 이 경우 2년여 동안 비행 교육을 받아야 하고, 실습비로 발생하는 3억여 원의 학비를 항공사 입사 후 10년(4년 거치 뱅크 론) 동안 갚아 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4년제 대학 졸업생이면 전공 불문하고 지원이 가능하다.

[인터뷰] 에르베 물랭 에어프랑스-KLM 한국지점장

“우리는 한국 항공사의 서비스 배우는 중”

에르베 물랭 에어프랑스-KLM 한국 지사장.

―지난해 9월에 부임하셨는데, 근무지로서 한국은 어떻습니까.

“여기에 오기 전 태국과 일본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아시아 문화에 익숙합니다.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다른 점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쉽다는 것이더군요. 업무 처리도 대단히 빠르고, 서비스에 대한 센스도 있어요. 한국의 서비스 수준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고, 한국 승객들은 항공사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아주 높아요. 그 기대 수준에 맞추기 위해 에어프랑스도 서비스 스탠더드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 문화가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고 봅니까.

“한국 사람들이 김치를 좋아하는 만큼 프랑스 사람들은 치즈를 좋아합니다. 이 둘은 냄새가 나고 오랫동안 발효시킨 음식이라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닮은 점이 많아요. 프랑스 사람들은 갈등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이야기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일본 사람들과 달리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서 문제를 해결하더군요.”

―한국에 취항하는 다른 외국 항공사와 비교할 때 에어프랑스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다른 유럽 항공사들에 비해 편수를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어프랑스와 KLM이 합병해 같은 회사로 운항하고 있고, 대한항공과도 공동 운항편이 잘 편성돼 있습니다.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KLM이 들어오니 하루 세 편이 제공되는 셈이죠.

두 번째는 파리의 드골 공항과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유럽 항공사 중 한국에 가장 먼저 취항한 두 개의 항공사가 손을 잡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이죠. 외환위기라는 힘든 시기도 있었고, 지금도 어려운 상황인데 저희는 매일 운항하고 있습니다.”

―한국 고객 유치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외국 항공사를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부분이 언어 문제입니다. 언어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어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합니다. 서울발 기내에는 통역 전담 승무원이 동행합니다. 파리에 도착하면 승객들의 換乘(환승)이나 출입국을 도와드리는 한국어 안내 서비스도 하고 있어요. 한국 승객을 위해 컵라면과 김치도 준비하는 등 최선을 다해 모시려 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협력관계를 맺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타 항공사와 달리 에어프랑스는 홍보가 적습니다. 저희는 홍보에 쓰는 비용을 고객들에게 투자하고자 노력해 왔지요. 스카이팀에 합류함으로써 서비스가 일원화되고, 고객 만족도를 올리는 것이 에어프랑스의 목표입니다.”

―한국 항공사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면.

“유럽과 미주에서 볼 수 없는 서비스의 스탠더드입니다. 몇 년 전 우리는 ‘아시아 톱 5에 들어가자’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아시아 전체의 서비스 수준이 높아 아시아에서 순위 안에 들어도 그 수준은 상당한 것이었죠. 한국 항공사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알아두면 좋은 항공의학 상식

“기내에서 탄산음료, 땅콩, 껌은 금물”

항공의료센터 권영환 내과 전문의.

대한항공은 서울 공항동 본사에 세계 최초로 종합병원 규모의 항공의료센터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5명의 항공의학 전문의와 70여 명의 의료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승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위한 각종 진료 상담 및 처방은 물론 승무원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항공의료센터의 權寧煥(권영환) 내과 전문의를 만나 편안한 항공 여행을 위한 항공 의학 상식을 들었다.

―비행기를 타면 왜 목이 타고 피부가 건조해집니까.

“대기는 고도가 상승할수록 수증기 양이 줄어 외기를 끌어들여 객실로 공급할 때 압축, 가온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로 인해 수분이 제거되면서 피부나 목 등의 점막이 건조한 증상을 느끼게 됩니다. 기내에서는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워터 스프레이나 보습제 등으로 수분을 공급하고, 수시로 물이나 주스 등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이 뻑뻑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나요.

“평소 눈이 뻑뻑한 분은 미리 인공 눈물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 기내에서는 렌즈보다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내에서 책을 보거나 모니터를 통해 영화를 감상할 때 30분 정도 시청하면 5분 정도는 먼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쉬는 게 좋습니다.”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행 전부터 수면 패턴을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할 경우 수면유도제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많이 마시는 분들이 있는데, 술은 숙면에 방해가 되니 마시지 않는 것이 좋아요.”

―시차 적응을 잘하기 위해 기내에서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입니까.

“동쪽으로 여행하는 경우에는 하루에 한 시간씩 일찍 자서 일찍 일어나고, 서쪽의 경우 하루 한 시간씩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나도록 해 미리 생체 시계를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착해서는 며칠 동안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 동안 밝은 빛에 노출되면 생체시계를 자극해 현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기내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왜 그렇습니까.

“점보기 순항 고도는 3만2000~4만 피트(약10~12km)입니다. 이때의 기내 기압은 8000피트 높이로 맞춰져 있지만 기압과 수분이 지상보다는 낮습니다. 때문에 기내에서 승객들은 약간의 탈수 상태에 빠지게 되어 지상에서보다 훨씬 빨리 취하게 되죠. 알코올의 이뇨효과로 인해 체내 수분을 잃게 돼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귀가 유난히 아픈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한다든지 사탕을 먹으면 도움이 됩니다. 또 엄지와 검지로 코를 막고 입을 다문 후 가볍게 코를 풀 듯이 숨을 내쉬는 발살바(Valsalva)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아요. 유아의 경우 젖을 먹이거나 인공 젖꼭지를 빨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내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소화가 안돼 불편한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습니까.

“비행기가 안전한 고도에서 순항 중일 때는 통로를 걸으며 몸을 움직여 주십시오. 탄산음료는 소화에 도움이 안되니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땅콩이나 스낵류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껌을 씹으면 공기가 유입돼 배가 더부룩해지니 씹지 마십시오.”

그는 즐거운 항공 여행을 위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임신부는 출산 예정 4주 이내, 신생아는 생후 2주 이내 항공여행을 금하고 있으며, 최근 복부, 흉부 내나 안과적 수술을 받은 환자는 최소 10~14일 이후에나 여행이 가능합니다. 혈색소가 8.5 이하인 경우 비행 중 산소 공급이 필요하고, 폐질환자인 경우 비행 고도에서는 지상에서보다 산소 공급이 더 많이 필요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