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幕]「386 간첩단」사건과 主思派 - (인터뷰) 公安검찰의 대부 高永宙 변호사 : 월간조선

高永宙(고영주·57) 변호사는 과거 검찰內에서 대표적인 公安(공안)통이었다. 부림사건, 三民鬪(삼민투) 사건, 민중교육 사건·한총련 사건 등 1980~1990년대의 굵직굵직한 공안사건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런 경력들이 業報(업보)가 되었을까? 그는 결국 서울남부지검장을 끝으로 지난 1월 옷을 벗어야 했다. 그는 여전히 공안 일을 하고 있다.

諸成鎬(제성호) 중앙大 교수 등이 이끄는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現 집권세력이 「민주화운동」으로 둔갑시키는 과거 공안사건들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을 돕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高永宙 변호사는 학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 이번 국정원의 「386간첩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민호씨 등 관련자들이 간첩으로서 어떤 정보들을 탐지했고, 그것을 「기밀」로 볼 수 있느냐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아 우려됩니다. 자칫 「장민호 등이 간첩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건 간첩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입니다.

예전에는 기밀로 취급되던 것들이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이 과거에는 기밀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지만, 이제는 엄격하게 해석하는 추세입니다. 기밀성에 따라 간첩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밀탐지 여부에만 관심을 가지면,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한 것 가지고 간첩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검찰, 새 사실 발굴 어려워』

―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오늘날 간첩의 위험성은 「기밀 탐지」여부보다는, 反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아 국내에 지하당을 구축하고, 동조자를 포섭하는 데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국가보안법상의 反국가단체구성죄 등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공안당국에서 容共(용공)조작이라도 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풍조가 문제입니다』

― 장민호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검찰이 국정원에서 수사한 내용 이상의 것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검찰에서 送致(송치)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과거 서경원 사건 때 「북한이 서경원씨를 통해 金大中씨에게 돈을 보냈다」는 사실은 검찰이 안기부 수사기록을 검토하다가, 그를 추궁해서 밝혀낸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관들이 관련자와 연루자들을 추적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캐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과거 「반공의 철옹성」이던 한국이 이젠 간첩수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좌경화된 이유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左派(좌파)의 도전이 없는 상태에서 右派(우파)가 도덕성을 지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에 본격화되기는 하지만, 左派들의 도전은 1950년대, 196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때부터 꾸준히 노력해서 국민들의 의식을 돌려 놓았습니다』

고영주 변호사는 1996년 연세大 사태 후 한총련 이적규정을 이끌어 냈다. 사진은 당시 연대大 앞에서 시위하는 한총련 학생들.

『부림사건 관련자는 공산주의 지지자들』

― 1980년대에 마르크스 - 레닌주의나 金日成주의에 입각한 좌익세력이 확산됐습니다. 공안 당국에서는 그들을 가리켜 「左傾(좌경)」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左傾이란 말은 左로 조금 기울었다는 표현입니다. 그 때문에 국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덜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요.

『당시 「좌경」이라는 표현만 가지고도 공안기관들은 「容共조작」이라는 욕을 먹었습니다. 집권세력이 신뢰를 잃은 상황 아래서, 국민들은 이념문제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빨갱이」를 「빨갱이」라고 부르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1981년 「부림사건」을 담당하셨죠.

『부림사건은 부산지역의 운동권 인사들이 대규모 의식화 서클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적발된 사건입니다.

당시 변호인 가운데 한 명이었던 盧武鉉 대통령이 「부림사건을 계기로 인권과 정치에 눈을 떴다」고 말할 정도로, 오늘에 와서는 부림사건이 대단한 민주화운동이었던 것처럼 얘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림사건 관련자들은 명백한 공산주의 지지자들이었습니다』

― 그렇게 단정하는 근거가 있습니까.

『당시 제가 조사했던 사람 가운데 하나는 「검사가 왜 공산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느냐? 당신은 역사의 발전법칙도 모르느냐?」면서, 「공산주의 사회가 되면 당신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 그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공산주의 사회라고 그 안에 모순이 없겠느냐?」, 「역사발전 단계에 따라 사회가 변하는 것이라면, 공산주의 이후에는 어떤 사회가 오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직 공산주의 사회도 되지 않았는데, 다음 사회를 논하는 것은 언어의 遊戱(유희)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확신에 찼던 공산주의 지지자들을 「민주인사」라니 속이 미어집니다』

― 부림사건 당시 盧武鉉 대통령이 변호사 가운데 하나였는데, 혹시 기억나십니까.

『함께 법정에 선 적이 있었겠죠. 하지만 법정에서는 검사 對 변호인으로 만나는 것이고, 상대 변호인들이 여러 명이었기 때문에 변호사 개개인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盧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는 하기 어려웠던 5共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공안검사를 하면서 갈등은 없었습니까.

『한편으로는 운동권 학생들의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공산주의가 代案(대안)이 될 수는 없다. 체제內에서 개선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체제를 고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경세력에게 맞서기에 바빴습니다. 공안검사로서 제 역할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총련 利敵규정 이끌어 내

― 변호사님이 수사했던 三民鬪 사건 등의 경우 관련자들은 「실체가 없는 容共조작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실체가 없을 리가 있습니까. 容共조작 운운하는 것은 좌익들의 법정투쟁 전술일 뿐입니다. 그들이 주장했던 「민중민주주의」라는 표현은 이미 1970년대 민청학련 사건에서 나타났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1980년대 초 고려大에서 나온 「일보전진」이라는 문건을 보니, 민중민주주의를 설명하면서 「자유민주주의는 가짜 민주주의고, 민중민주주의가 진짜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니 민중민주주의는 곧 인민민주주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의미하는 표현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학생운동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지 않았는데, 「일보전진」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상 利敵(이적)표현물 혐의로 처벌하기 시작했습니다』

― 1997년 제5기 한총련을 국가보안법상의 利敵단체로 규정하는 법원판결을 이끌어 냈다고 들었습니다.

『한총련은 생길 때부터 利敵단체였습니다. 그들이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노선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른바 「100만 대학생」을 대표한다는 조직을 利敵단체로 규정할 경우, 그에 대한 반발로 검찰이 먼저 날아갈 판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총련內 조국통일위원회나 정책위원회 등 핵심세력만을 利敵 단체로 규정해 처벌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1997년 연세大 사태를 계기로 한총련의 문제점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판단, 한총련을 利敵단체로 규정하고 조직원들을 처벌하게 됐습니다』

― 한총련은 그 前身(전신)인 全大協 시절부터 그 利敵性이 변치 않아 왔습니다. 그럼에도 「매년 제○기 한총련은 利敵단체다」라는 식으로 법원의 판결을 새로 받아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가보안법상의 利敵단체 규정을 적용하려면 「利敵性」과 「團體性」이 모두 충족돼야 합니다. 대학 총학생회들의 연합체인 한총련의 경우, 「利敵性」은 그대로 인정되지만, 단체 구성원들이 매년 바뀌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血稅를 국가에 危害를 끼쳤던 자들이 나눠 가져』

― 金大中 정권 이래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공안기능이 현저히 약화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안 부문은 「우리가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사명감, 명예가 없으면 일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金大中 정권 이후 공안 부문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 명예도 자부심도 사라졌습니다.

경찰에서 「이제 對共(대공)부서는 밀려난 노친네들 차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래서야 누가 간첩을 잡겠습니까』

― 검찰을 떠난 것도 공안 부문 홀대 때문이었습니까.

『盧武鉉 정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3월 검찰 인사 때, 광주高檢(고검) 차장검사에서 대구高檢 차장검사로 수평이동했습니다. 승진에서 누락된 것이죠.

그때 문득 「옛날 부림사건 수사 때, 피의자가 언젠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던 것이 이것을 의미하는구나.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던 예언은 틀렸는데, 내가 왜 검찰을 떠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때 떠나면 마치 인사 불만 때문에 검찰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것 같아 그대로 머물렀습니다. 지난 1월 검찰을 떠난 것은 「서울남부지검장까지 했으니, 지금 그만두면 구차하게 그만둔다는 소리는 안 듣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 과거 공안사건 관련자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명예회복되고, 보상까지 받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로서는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사람들에게 명예회복과 보상을 해 달라는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겠지요.

하지만 국민의 血稅(혈세)를 국가에 危害(위해)를 끼쳤던 자들이 나누어 가지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 꼭 좌익이 아니더라도, 「북한과의 체제경쟁은 이미 끝난 것 아니냐」, 「때가 어느 땐데 이념 얘기, 간첩 얘기를 하느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산주의는 거대한 사기극』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거나, 공산주의에 대해 무지하거나, 아니면 그가 이미 공산주의자여서 우리를 속이는 것입니다.

공산주의는 한마디로 사회적 弱者(약자)를 이용해 권력을 잡기 위한 거대한 사기극입니다. 그건 장애인이나 어린이를 앞세워 앵벌이를 하는 것과 다름없는 비열한 행위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크고 작은 사기사건이 얼마나 많이 일어납니까? 그런 작은 거짓말에도 사람들이 쉽게 속아 넘어가는데, 정교한 선전이론과 실천이론으로 다듬어진 공산주의라는 거대한 사기극에는 얼마나 잘 넘어가겠습니까?』

―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습니까.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委는 제성호 교수, 김광동 박사, 이동호 북한민주화포럼 사무국장 등 여러분들이 「과거사委나 민주화보상委에서 다루는 사건들의 실체를 조명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좌익이념에 속아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조금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알고 있는 좌익들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