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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교수의「책 읽어 주는 남자」-「큐브와 聖堂」

神을 잊은 유럽은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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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웨이겔, 베이직 북스, 202쪽

李相敦 중앙大 법대 교수〈sdlee51@hotmail.com〉
神을 잊은 유럽
  얼마 전 파리에서 무슬림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국내외 언론은 「프랑스가 이민자들에게 평등한 대우를 하지 않아서 그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파리 사태는 앞으로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질 현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전기를 쓴 미국의 종교문제 전문가 조지 웨이겔이 2005년 초에 펴낸 이 책은 꼭 읽어 볼 만하다.
 
  책은 저자가 1997년 여름에 파리 외곽의 라데팡스에 세워진 그랑 아쉬(La Grande Arche)를 보고 느낀 바를 술회하면서 시작한다.
 
  미테랑 前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맞아 이 초현대식 건축물을 세웠는데, 거의 40층에 달하는 거대한 사각형 아치는 「큐브(Cube)」로 불리기도 한다. 아치의 안쪽 허공이 노트르담 성당이 통째로 들어갈 정도로 넓은 것이 자랑인 이 건물을 보고 저자는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神(신)을 배제한 큐브가 대표하는 문화와 노트르담 성당이 대표하는 기독교 문화 중 어느 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더욱 잘 보장하는가」하고.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유럽 언론은 미국이 종교집단에 의해 이끌려 가고 있다면서 冷笑(냉소)를 보냈다. 이라크를 두고 미국과 유럽이 갈등을 빚자, 정치학자 로버트 케이건은 군사력이 없는 유럽은 유화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인은 화성에서 왔고, 유럽인은 금성에서 왔다』고 비유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저자는 대서양을 사이에 둔 갈등의 뿌리는 좀더 깊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선 기독교가 번성하고 있지만, 폴란드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한 유럽은 無神論的(무신론적) 휴머니즘에 빠져 있는데, 유럽통합의 구심점인 프랑스가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유럽 헌법 초안을 준비할 당시 프랑스의 지도자들은 유럽 헌법에서 神을 언급하는 것은 괴이한 것이며, 유럽인들은 세속적 체제에서 살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7만 단어나 되는 유럽 헌법에 神이나 기독교에 관한 언급이 한 번도 안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늘날 西유럽에는 기독교 혐오증이 만연해서 성당에 나가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경향마저 있다. 유럽의 문화사를 가르칠 때에도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곧바로 데카르트와 칸트로 넘어가고,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1968년 新左派 혁명을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팽배해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적 뿌리가 기독교에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아예 무시된 것이다.
 
 
 
 유럽의 인구 감소는 미국에 대한 위협
 
  하지만 요한 바오로 2세가 지적했듯이, 유럽이란 기독교에 근거한 문화적·역사적 관념이며, 神을 배제한 유럽은 지리적·경제적 단위에 불과한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유럽의 많은 문제, 즉 9·11 테러를 미국의 自作劇(자작극)으로 믿는 非합리성, 장례의식마저 사라져 버린 狂的(광적)인 물질주의, 근로의식 상실과 그로 인한 생산성 감소, 출산 기피로 인한 급격한 인구감소 등은 모두 기독교를 버린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런 유럽의 문제가 미국에 대한 위협요소로 작용하는 데 심각성이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유럽의 인구감소라고 지적한다. 유럽의 저조한 출산율은 「인구학적 자살」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은 北아프리카와 터키 등지로부터 무슬림 노동자를 수입했다. 1970년대 이후 西유럽에 합법적으로 이주한 무슬림만 2000명이 넘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그대로 갖고 유럽에 정착해서 오늘날 유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수십 년 내에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선 젊은 세대의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니, 유럽의 판도가 바뀌는 셈이다. 무슬림들은 기독교의 3位1體論(삼위일체론)을 혐오하며, 기독교를 쇠퇴해 가는 종교로 보고 있다.
 
  저자는 유럽인들이 택한 無神論的 휴머니즘이 결국 非휴머니즘적 神政(신정)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때가 되면 로마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은 이슬람 사원으로 변모해 있을 것이고,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이슬람 박물관이 돼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큐브가 대표하는 문화와 성당이 대표하는 문화 중 어떤 것이 진정으로 인권과 共同善(공동선)을 증진하며 정당한 다원주의를 보호하는가」 하고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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