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말 현재 골프장 입장객은 64만3674명. 작년 同기간보다 12% 증가
李 健 實
1946년 부산 출생. 고려大 불문과 졸업. 조선일보 체육부 차장, 스포츠조선 체육부장·부국장 역임. 스포츠조선에 「SC골프칼럼」 280회 연재.
李 健 實
1946년 부산 출생. 고려大 불문과 졸업. 조선일보 체육부 차장, 스포츠조선 체육부장·부국장 역임. 스포츠조선에 「SC골프칼럼」 280회 연재.
三多島에서 四多島로
- 넓은 호수와 스코틀랜드 풍의 항아리 벙커를 자랑하는 하이랜드 코스 2번 홀.
제주도가 바뀌고 있다. 돌, 바람, 여자의 三多島(삼다도)에 골프장을 하나 더얹어 四多島가 돼 가고 있다. 제주도에 등록돼 있는 道內(도내) 골프장은 2003년 12월15일 현재 무려 36개다.
이 수는 국내에서 최다골프장을 갖고 있는 경기도(106개)에 이어 전국 2위다.
1.845km2의 면적에 54만7000명이 사는 섬 안에 이렇게 많은 골프장이 들어서는 이유는 뭘까?
국제자유도시를 선언하면서 「동북아 관광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지작업일까, 아니면 사계절 라운드를 내세운 「골프 파라다이스」를 만들 참인가. 그도 아니면「회원권 장사」를 위한 것인가.
2003년 11월29일 아침, 이 궁금증을 안고 제주로 날아갔다. 먼저 도청에 들렀다. 골프장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건설국 지방정책과는 3층에 있었다. 그곳에서 보여준 골프장 현황은 꽤 복잡했다.(도표 참조)
개장한 곳이 오라CC(36홀) 등 10곳, 착공승인을 받은 곳이 블랙스톤 리조트(27홀) 등 11곳,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이행 중인 곳이 프라자CC(18홀) 등 10곳, 예정자로 지정받은 곳이 제주리조트(36홀) 등 5곳이었다. 담당 康允趙(강윤조)씨는 골프장 건설의 행정절차를 설명해 주었다.
『골프장을 지으려면 먼저 부지를 확보한 뒤 사업예정자로 지정받아야 하고, 그 다음 국토이용변경허가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는 착공승인을 받아 준공·개장하는 4단계 과정을 밟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4개 그룹으로 갈라 놓았단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개장할 골프장은 착공승인을 받은 11곳. 이 골프장들은 나름대로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가 2004년 중 시범라운드를 거쳐 오픈하거나 2005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건설이 짓고 있는 엘리시안CC(36홀)는 지난 11월 말 현재 58.5%의 공정을 보이고 있고 천미개발이 착공한 라온GC(27홀)는 56%, 로드랜드CC(27홀)는 37.4%, 롯데의 서귀포CC(36홀)는 31.3%, 블랙스톤(27홀)은 18.9%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6곳도 레이아웃이 한창이다.
신설 골프장 회원권은 1억원에도 구입 못해
―화산섬에 이렇게 많은 골프장이 들어서도 괜찮습니까.
『이젠 끝났습니다. 滿員前夜(만원전야)니까요. 제주도에선 전체 임야의 5% 이내에서 골프장을 지을 수 있습니다. 임야가 정확히 91만8610㎡이니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은 4만5930㎡이지요. 그런데 현재 등록돼 있는 36개 골프장이 이미 4만2420㎡(92%)을 잡아먹었으니 남은 건 3510㎡, 즉 106만 평밖에 안 됩니다. 앞으로 18홀짜리 골프장 3곳만 들어서면 정원초과입니다』
姜桂炳(강계병) 지역계획담당 사무관의 답은 간단했다.
제주도 골프장의 회원가가 오르는 이유를 알 만했다. 국세청이 2002년 8월1일자로 발표한 기준시가에 따르면 나인브릿지CC(18홀)가 3억2400만원, 핀크스GC(27홀) 2억2500만원, 레이크힐스CC(27홀) 2억700만원으로, 4년 이내 개장한 신설 골프장들이 「톱 3」를 휩쓸었다.
제주도의 골프장 원조인 오라CC(36홀·1979년 8월 개장)가 7200만원, 제주CC(18홀·1986년 4월)가 5400만원인 사실에서 세대 차이를 실감한다.
특히 나인브릿지는 2003년 2월1일 기준시가(2억5200만원)에 비해 6개월 만에 다시 7200만원이 뛰어올랐고 핀크스도 1년 전(1억8000만원)에 비해 4500만원 껑충했다. 그러나 기준시가는 회원권을 사고팔 때 과세의 기준일 뿐 회원권의 眞價(진가)는 분양이 마감된 후 시중에서 거래되는 時勢(시세)로 결판난다.
초원회원권거래소의 시세표에 따르면 2003년 12월4일 현재 나인브릿지는 3억8000만원, 핀크스는 3억원, 레이크힐스는 2억3000만원이다. 모두가 국세청의 기준시가보다 2300만~7500만원 올라 있다. 그렇다고 제주도의 골프장이 다 오른 건 아니다. 파라다이스CC와 제주CC는 2002년 2월1일보다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도로 깎였다.
―기준시가가 뒷걸음질하는 이유는 뭡니까.
『퇴장할 때가 됐다는 거지요. 오래된 골프장은 코스도 그렇지만 부대시설에서 신설 골프장에 비해 많이 밀립니다. 육지에서 오는 골퍼들도 한번 밟았던 코스보다는 새로운 곳을 찾게 마련이지요. 손님이 줄면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요』
그러다 보니 요즘 1억원을 갖고 제주도의 신설 골프장 회원권을 넘보는 건 염치없는 짓이 됐다. 현재 공사 중인 LG엘리시안은 2002년 9월 창립회원권을 1억3000만원에 마감했고, 로드랜드는 1억5000만원, 라온GC는 1억2000만원, 블랙스톤은 1억7700만원에 분양을 마쳤다.
―신설 골프장의 분양가가 왜 이렇게 비쌉니까.
梁八珍(양팔진) 정책과장이 나섰다.
『이제 제주도에는 더 이상 골프장 엔트리가 없지 않습니까. 여기에다 신설 골프장들은 코스 외에도 콘도나 호텔, 승마장, 요트장 등 부대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그만큼 돈을 들였으니 비싸게 받으려고 하겠지요』
이들은 종래의 코스 라운드에서 벗어나 週 5일제 근무의 확산에 따른 가족이나 회사동료 등 단체여행객과 휴양 차 놀러오는 실버 세대를 타깃으로 골프도 치고 숙식도 제공받는 리조트 운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부문의 선두주자는 5년 전 개장한 핀크스GC(남제주군 안덕면 상천리)다.
「문화가 있는 골프장」이란 컨셉트로 시공한 핀크스는 코스의 설계는 전미골프장설계가협회장인 테오도르 G 로빈손에게 맡기고 클럽하우스를 국제적 명성의 在日동포 건축가 이타미준(伊丹潤·한국명 庾東龍·66)에게 맡겼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포도호텔이다.
제주도의 초가지붕에 한라산의 능선과 바다의 물결이 얹혀 있는 듯한 이 건물은 클럽하우스라기보다는 한 폭의 그림이다. 분위기도 일본 最古(최고)의 바둑 타이틀전인 혼인보(本因坊)가 열렸을 만큼 조용하고 아늑하다. 객실 26개, 스위트룸의 하루 숙박비는 200만원이다.
그래도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다. 회원은 50%를 깎아 주니까. 이 골프장은 2002년 4월 인근 초지에서 심층 고온천도 발굴해 냈다. 깊이 2001.3m까지 내려가 섭씨 70도의 나트륨과 칼슘, 마그네슘이 혼합된 탄산수소천을 찾아냈다. 골프 치고 온천하고 포도호텔에서 1박 하면 神仙(신선)이 따로 없단다. 韓日 여자 프로골프 국가대항전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국내 최초 美 LPGA투어 유치 골프장도
리조트 골프장 가운데 나인브릿지CC(남제주군 안덕면 광평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2001년 8월에 개장한 이 골프장은 철저한 익스클루지브 클럽이다. 회원 동반 없이는 비회원은 출입금지다. 손님이 없어 골프장을 놀렸으면 놀렸지 아무나 입장시켜 돈을 벌 욕심은 내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이처럼 품격을 찾다 보니 입장수입이 빤하다. 2002년에는 58억원 적자였단다. 그러나 모기업인 CJ는 「세계 100大 골프장 진입」이란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서 처음으로 미국 LPGA투어도 유치했다. 2002년 10월31일부터 사흘간 CJ나인브릿지 클래식을 열어 안시현(19·코오롱)이란 신데렐라를 탄생시킨 것도 바로 이 곳이다. 500여 명의 회원들도 골프장의 노력에 동참, 연회비(Annual Due)를 500만원씩 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입회절차도 까다롭다. 서류검사를 거친 뒤 심사위원들과 동반 라운드를 통해 가입여부가 결정된다. 지금까지 이 심사에서 약 50명이 중도하차했다. 그런 탓에 골프장은 적자를 보면서도 회원권 가격은 엄청 올랐다. 1억5000만원이었던 창립회원권이 지금 3억8000만원이 됐다.
콘도는 196평짜리가 5개고 56평짜리가 67개다. 나인브릿지는 「9개의 다리」를 뜻하지만 코스의 다리는 실제 8개뿐이고 마지막 하나는 회원과 클럽을 연결하는 「마음의 다리」란다.
해발 640m로 바람이 센 게 흠. 지난번 LPGA투어에 애니카 소렌스탐이 불참한 것도 바람 때문이란 후문이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불어 닥쳤을 때 김진표 부총리가 골프를 쳤다가 곤욕을 치른 것도 이곳이다.
『현재 제주도 골프장은 나인브릿지와 핀크스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짓고 있는 골프장들의 모기업이 LG나 롯데, 한화 등 재벌급들이어서 이 판도는 언제 바뀔지 모릅니다. 블랙스톤은 개인기업이라 알 수 없지만…』
姜桂炳 사무관은 겁 없이 1억7700만원에 회원모집을 한 이 리조트에 대해 궁금해했다. 필자는 블랙스톤 리조트의 현장인 북제주군 한림읍 금악리로 향했다.
날씨는 잔뜩 찌푸렸다. 한 20분간 달리니 사방에 오름들이 버티고 서 있다. 이정표를 보고 5분여쯤 돌아 들어가니 팽나무 숲 속에서 불도저와 트랙터 소리가 요란했다. 원용권(60) 회장은 작업 인부들과 함께 돌을 나르고 있었다.
『제주도의 돌과 나무는 하나하나가 보물입니다. 이런 걸 불도저로 밀어 버리면 다시는 회복시킬 수가 없지요. 힘들지만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회장은 이 골프장을 제주도의 냄새가 그대로 배어 있는 토속적인 리조트로 만들고 싶어 했다.
―이 리조트에는 골프코스와 콘도 외에도 승마트랙과 마리나 클럽까지 짓는다던데….
『이제 골프만 치려고 제주도에 오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조랑말도 타고 낚시도 하면서 인생을 즐겨야지요. 그래서 저는 이 리조트를 「가보고 싶은 곳」에서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 각오입니다』
해발 200m의 골프코스는 삼면이 오름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코스 둘레에는 팽나무 숲이 포진해 있다. 콘도는 55평형 45세대와 80평형 7세대가 있다. 골프코스를 따라 축조된 승마트랙은 너비 20m에 전장 2.4km. 馬舍는 돌담 안쪽에 지어져 있다. 그는 골프와 승마를 「靜中動(정중동)의 조화」라고 표현했다.
신설 골프장 가운데는 이밖에도 나름대로의 독특한 아이템을 가진 새내기가 많다. 로드랜드GC(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는 골프와 빌리지, 항공, 렌터카, 골프백 택배를 한데 묶은 원스톱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고, EPGA 간판스타 몽고메리가 설계한 라온GC(북제주군 한경면 저지리)는 「눈이나 안개로 인해 라운드가 불가능할 경우 여행경비 일체를 반환하는 머니백 개런티(Money Back Guarantee)」를 약속하고 있다. 정회원에 한해 5년간이란 단서를 붙여서.
『공항에서 양주 한 병만 사도 캐디피는 빠진다』
필자는 내친 걸음에 제주도 관광협회도 들렀다. 연간 골프 이용객의 현황을 알고 싶어서였다.
2003년 10월 말 현재 골프장 입장객은 64만3674명. 전년도 同기간(57만6084명)보다 12% 증가한 수였다. 그런데 외국인(4만3848명)이 전년도 同 기간(6만1119명)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외국인이 줄어든 이유가 뭡니까.
남상민 사무국장이 답했다.
『부킹 난 때문이지요.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골프를 치러오는데 부킹이 안 되니 어떻게 옵니까. 여행사들도 어쩔 도리가 없지요. 특히 육지 손님들이 몰리는 10월부터 2월까지는 아예 외국인 단체는 포기하고 있습니다』
―2003년의 골프관광 수입은 어떻습니까.
『2002년에는 입장수입 2809억원에다 고용효과 20억원을 합쳐 대략 2830억원 정도였는데, 2003년은 아직 계산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전년도보다 10% 정도는 늘었을 것 같습니다. 입장객 수가 늘었으니까』●
이 수는 국내에서 최다골프장을 갖고 있는 경기도(106개)에 이어 전국 2위다.
1.845km2의 면적에 54만7000명이 사는 섬 안에 이렇게 많은 골프장이 들어서는 이유는 뭘까?
국제자유도시를 선언하면서 「동북아 관광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지작업일까, 아니면 사계절 라운드를 내세운 「골프 파라다이스」를 만들 참인가. 그도 아니면「회원권 장사」를 위한 것인가.
2003년 11월29일 아침, 이 궁금증을 안고 제주로 날아갔다. 먼저 도청에 들렀다. 골프장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건설국 지방정책과는 3층에 있었다. 그곳에서 보여준 골프장 현황은 꽤 복잡했다.(도표 참조)
개장한 곳이 오라CC(36홀) 등 10곳, 착공승인을 받은 곳이 블랙스톤 리조트(27홀) 등 11곳,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이행 중인 곳이 프라자CC(18홀) 등 10곳, 예정자로 지정받은 곳이 제주리조트(36홀) 등 5곳이었다. 담당 康允趙(강윤조)씨는 골프장 건설의 행정절차를 설명해 주었다.
『골프장을 지으려면 먼저 부지를 확보한 뒤 사업예정자로 지정받아야 하고, 그 다음 국토이용변경허가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는 착공승인을 받아 준공·개장하는 4단계 과정을 밟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4개 그룹으로 갈라 놓았단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개장할 골프장은 착공승인을 받은 11곳. 이 골프장들은 나름대로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가 2004년 중 시범라운드를 거쳐 오픈하거나 2005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건설이 짓고 있는 엘리시안CC(36홀)는 지난 11월 말 현재 58.5%의 공정을 보이고 있고 천미개발이 착공한 라온GC(27홀)는 56%, 로드랜드CC(27홀)는 37.4%, 롯데의 서귀포CC(36홀)는 31.3%, 블랙스톤(27홀)은 18.9%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6곳도 레이아웃이 한창이다.
신설 골프장 회원권은 1억원에도 구입 못해
―화산섬에 이렇게 많은 골프장이 들어서도 괜찮습니까. 『이젠 끝났습니다. 滿員前夜(만원전야)니까요. 제주도에선 전체 임야의 5% 이내에서 골프장을 지을 수 있습니다. 임야가 정확히 91만8610㎡이니 골프장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은 4만5930㎡이지요. 그런데 현재 등록돼 있는 36개 골프장이 이미 4만2420㎡(92%)을 잡아먹었으니 남은 건 3510㎡, 즉 106만 평밖에 안 됩니다. 앞으로 18홀짜리 골프장 3곳만 들어서면 정원초과입니다』
姜桂炳(강계병) 지역계획담당 사무관의 답은 간단했다.
제주도 골프장의 회원가가 오르는 이유를 알 만했다. 국세청이 2002년 8월1일자로 발표한 기준시가에 따르면 나인브릿지CC(18홀)가 3억2400만원, 핀크스GC(27홀) 2억2500만원, 레이크힐스CC(27홀) 2억700만원으로, 4년 이내 개장한 신설 골프장들이 「톱 3」를 휩쓸었다.
제주도의 골프장 원조인 오라CC(36홀·1979년 8월 개장)가 7200만원, 제주CC(18홀·1986년 4월)가 5400만원인 사실에서 세대 차이를 실감한다.
특히 나인브릿지는 2003년 2월1일 기준시가(2억5200만원)에 비해 6개월 만에 다시 7200만원이 뛰어올랐고 핀크스도 1년 전(1억8000만원)에 비해 4500만원 껑충했다. 그러나 기준시가는 회원권을 사고팔 때 과세의 기준일 뿐 회원권의 眞價(진가)는 분양이 마감된 후 시중에서 거래되는 時勢(시세)로 결판난다.
초원회원권거래소의 시세표에 따르면 2003년 12월4일 현재 나인브릿지는 3억8000만원, 핀크스는 3억원, 레이크힐스는 2억3000만원이다. 모두가 국세청의 기준시가보다 2300만~7500만원 올라 있다. 그렇다고 제주도의 골프장이 다 오른 건 아니다. 파라다이스CC와 제주CC는 2002년 2월1일보다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도로 깎였다.
―기준시가가 뒷걸음질하는 이유는 뭡니까.
『퇴장할 때가 됐다는 거지요. 오래된 골프장은 코스도 그렇지만 부대시설에서 신설 골프장에 비해 많이 밀립니다. 육지에서 오는 골퍼들도 한번 밟았던 코스보다는 새로운 곳을 찾게 마련이지요. 손님이 줄면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요』
그러다 보니 요즘 1억원을 갖고 제주도의 신설 골프장 회원권을 넘보는 건 염치없는 짓이 됐다. 현재 공사 중인 LG엘리시안은 2002년 9월 창립회원권을 1억3000만원에 마감했고, 로드랜드는 1억5000만원, 라온GC는 1억2000만원, 블랙스톤은 1억7700만원에 분양을 마쳤다.
―신설 골프장의 분양가가 왜 이렇게 비쌉니까.
梁八珍(양팔진) 정책과장이 나섰다.
『이제 제주도에는 더 이상 골프장 엔트리가 없지 않습니까. 여기에다 신설 골프장들은 코스 외에도 콘도나 호텔, 승마장, 요트장 등 부대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그만큼 돈을 들였으니 비싸게 받으려고 하겠지요』
이들은 종래의 코스 라운드에서 벗어나 週 5일제 근무의 확산에 따른 가족이나 회사동료 등 단체여행객과 휴양 차 놀러오는 실버 세대를 타깃으로 골프도 치고 숙식도 제공받는 리조트 운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부문의 선두주자는 5년 전 개장한 핀크스GC(남제주군 안덕면 상천리)다.
「문화가 있는 골프장」이란 컨셉트로 시공한 핀크스는 코스의 설계는 전미골프장설계가협회장인 테오도르 G 로빈손에게 맡기고 클럽하우스를 국제적 명성의 在日동포 건축가 이타미준(伊丹潤·한국명 庾東龍·66)에게 맡겼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포도호텔이다.
제주도의 초가지붕에 한라산의 능선과 바다의 물결이 얹혀 있는 듯한 이 건물은 클럽하우스라기보다는 한 폭의 그림이다. 분위기도 일본 最古(최고)의 바둑 타이틀전인 혼인보(本因坊)가 열렸을 만큼 조용하고 아늑하다. 객실 26개, 스위트룸의 하루 숙박비는 200만원이다.
그래도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다. 회원은 50%를 깎아 주니까. 이 골프장은 2002년 4월 인근 초지에서 심층 고온천도 발굴해 냈다. 깊이 2001.3m까지 내려가 섭씨 70도의 나트륨과 칼슘, 마그네슘이 혼합된 탄산수소천을 찾아냈다. 골프 치고 온천하고 포도호텔에서 1박 하면 神仙(신선)이 따로 없단다. 韓日 여자 프로골프 국가대항전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국내 최초 美 LPGA투어 유치 골프장도리조트 골프장 가운데 나인브릿지CC(남제주군 안덕면 광평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2001년 8월에 개장한 이 골프장은 철저한 익스클루지브 클럽이다. 회원 동반 없이는 비회원은 출입금지다. 손님이 없어 골프장을 놀렸으면 놀렸지 아무나 입장시켜 돈을 벌 욕심은 내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이처럼 품격을 찾다 보니 입장수입이 빤하다. 2002년에는 58억원 적자였단다. 그러나 모기업인 CJ는 「세계 100大 골프장 진입」이란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서 처음으로 미국 LPGA투어도 유치했다. 2002년 10월31일부터 사흘간 CJ나인브릿지 클래식을 열어 안시현(19·코오롱)이란 신데렐라를 탄생시킨 것도 바로 이 곳이다. 500여 명의 회원들도 골프장의 노력에 동참, 연회비(Annual Due)를 500만원씩 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입회절차도 까다롭다. 서류검사를 거친 뒤 심사위원들과 동반 라운드를 통해 가입여부가 결정된다. 지금까지 이 심사에서 약 50명이 중도하차했다. 그런 탓에 골프장은 적자를 보면서도 회원권 가격은 엄청 올랐다. 1억5000만원이었던 창립회원권이 지금 3억8000만원이 됐다.
콘도는 196평짜리가 5개고 56평짜리가 67개다. 나인브릿지는 「9개의 다리」를 뜻하지만 코스의 다리는 실제 8개뿐이고 마지막 하나는 회원과 클럽을 연결하는 「마음의 다리」란다.
해발 640m로 바람이 센 게 흠. 지난번 LPGA투어에 애니카 소렌스탐이 불참한 것도 바람 때문이란 후문이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불어 닥쳤을 때 김진표 부총리가 골프를 쳤다가 곤욕을 치른 것도 이곳이다.
『현재 제주도 골프장은 나인브릿지와 핀크스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짓고 있는 골프장들의 모기업이 LG나 롯데, 한화 등 재벌급들이어서 이 판도는 언제 바뀔지 모릅니다. 블랙스톤은 개인기업이라 알 수 없지만…』
姜桂炳 사무관은 겁 없이 1억7700만원에 회원모집을 한 이 리조트에 대해 궁금해했다. 필자는 블랙스톤 리조트의 현장인 북제주군 한림읍 금악리로 향했다.
날씨는 잔뜩 찌푸렸다. 한 20분간 달리니 사방에 오름들이 버티고 서 있다. 이정표를 보고 5분여쯤 돌아 들어가니 팽나무 숲 속에서 불도저와 트랙터 소리가 요란했다. 원용권(60) 회장은 작업 인부들과 함께 돌을 나르고 있었다.
『제주도의 돌과 나무는 하나하나가 보물입니다. 이런 걸 불도저로 밀어 버리면 다시는 회복시킬 수가 없지요. 힘들지만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회장은 이 골프장을 제주도의 냄새가 그대로 배어 있는 토속적인 리조트로 만들고 싶어 했다.
―이 리조트에는 골프코스와 콘도 외에도 승마트랙과 마리나 클럽까지 짓는다던데….
『이제 골프만 치려고 제주도에 오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조랑말도 타고 낚시도 하면서 인생을 즐겨야지요. 그래서 저는 이 리조트를 「가보고 싶은 곳」에서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 각오입니다』
해발 200m의 골프코스는 삼면이 오름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코스 둘레에는 팽나무 숲이 포진해 있다. 콘도는 55평형 45세대와 80평형 7세대가 있다. 골프코스를 따라 축조된 승마트랙은 너비 20m에 전장 2.4km. 馬舍는 돌담 안쪽에 지어져 있다. 그는 골프와 승마를 「靜中動(정중동)의 조화」라고 표현했다.
신설 골프장 가운데는 이밖에도 나름대로의 독특한 아이템을 가진 새내기가 많다. 로드랜드GC(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는 골프와 빌리지, 항공, 렌터카, 골프백 택배를 한데 묶은 원스톱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고, EPGA 간판스타 몽고메리가 설계한 라온GC(북제주군 한경면 저지리)는 「눈이나 안개로 인해 라운드가 불가능할 경우 여행경비 일체를 반환하는 머니백 개런티(Money Back Guarantee)」를 약속하고 있다. 정회원에 한해 5년간이란 단서를 붙여서.
『공항에서 양주 한 병만 사도 캐디피는 빠진다』필자는 내친 걸음에 제주도 관광협회도 들렀다. 연간 골프 이용객의 현황을 알고 싶어서였다.
2003년 10월 말 현재 골프장 입장객은 64만3674명. 전년도 同기간(57만6084명)보다 12% 증가한 수였다. 그런데 외국인(4만3848명)이 전년도 同 기간(6만1119명)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외국인이 줄어든 이유가 뭡니까.
남상민 사무국장이 답했다.
『부킹 난 때문이지요.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골프를 치러오는데 부킹이 안 되니 어떻게 옵니까. 여행사들도 어쩔 도리가 없지요. 특히 육지 손님들이 몰리는 10월부터 2월까지는 아예 외국인 단체는 포기하고 있습니다』
―2003년의 골프관광 수입은 어떻습니까.
『2002년에는 입장수입 2809억원에다 고용효과 20억원을 합쳐 대략 2830억원 정도였는데, 2003년은 아직 계산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전년도보다 10% 정도는 늘었을 것 같습니다. 입장객 수가 늘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