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 세계 최대의 보일러 기업 - 귀뚜라미그룹 崔鎭玟 회장 : 월간조선

『崔鎭玟(최진민)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귀뚜라미보일러를 아십니까?』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할 분 또한 거의 없을 것이다. 도시지역은 물론이고 농촌 구석구석까지 보일러를 쓰지 않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고, 귀뚜라미보일러는 전국의 보일러 시장을 寡占(과점)하고 있는 업계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귀뚜라미그룹의 창업자이자 오너인 崔鎭玟 회장(61)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어디에고 얼굴을 내밀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어떤 언론매체와도 아직까지 직접 인터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간혹 일간신문에 귀뚜라미보일러와 관련, 이름이 등장한 적이 몇 번 있을 뿐이다.

귀뚜라미그룹은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수익성이 높은 알짜배기 기업으로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귀뚜라미는 연간 100만대의 보일러를 만드는 세계 최대의 전문 중소기업으로, 2001년 말 현재, 전국 가스보일러 시장의 55%, 기름보일러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을 만큼 알짜 중의 알짜 기업으로 손꼽힌다. 그 단적인 증거가 月刊朝鮮 8월호에 나와 있다.

月刊朝鮮이 (주)휘스코 앤드 비즈파크라는 기업평가 회사에 의뢰해 지난 4년간 외부감사를 받는 8418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 「한국의 50大 알짜배기 기업」을 뽑은 결과, 귀뚜라미그룹의 귀뚜라미가스보일러(주)와 귀뚜라미보일러(주) 두 개 회사가 각각 5위와 8위에 랭크된 것이다(月刊朝鮮 2002년 8월호 「한국의 50大 알짜배기 기업」 참조).

가스보일러만 전문으로 만드는 귀뚜라미가스보일러는 2001년 기준 당기매출액이 988억원, 순익이 236억원에 이르렀고, 기름보일러를 만드는 母企業(모기업) 귀뚜라미보일러(주)는 621억원 매출에 156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매출액 對比(대비) 순익률이 25%에 가까운 우량기업.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익률이 17~18% 선이다.

빚이 적어야 좋게 나타나는 안정성에서 귀뚜라미보일러(주)는 1위, 귀뚜라미가스보일러는 4위로 조사됐으며, 수익성에서는 귀뚜라미가스보일러가 2위, 귀뚜라미보일러(주)가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알짜기업이라 외형보다 실속이 더 튼튼하다. 귀뚜라미보일러(주)의 1999~2001년 3년간 자기자본비율을 보면 90.3%, 92.4%, 88.7%이며, 귀뚜라미가스보일러의 경우, 87.6%, 87.5%, 86.1%이다. 부채비율이 10%臺(대)밖에 안 된다는 계산이다. 부채비율이 200% 이내에만 들어도 「우량기업」 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다. 그러니 이 회사의 재무구조가 얼마나 좋은지 알 만하다. 물론 금융기관 차입금은 한 푼도 없다.

귀뚜라미그룹에는 이 두 회사말고도 회사가 다섯 개 더 있다. 판매와 사후관리(A/S)를 전담하는 (주)귀뚜라미보일러, 전기·純銅(순동)보일러를 만드는 (주)귀뚜라미(로켓트보일러의 後身), 보일러 부품전문회사인 귀뚜라미정밀공업(주), 중국 현지 법인인 천진귀뚜라미보일러유한공사, 귀뚜라미랜드(한탄강골프장) 등이다.

보일러 관련, 다섯 개 기업의 매출액은 2001년의 경우, 4370억원, 경상이익 1068억원, 순익 733억원이다. 매출액 對比(대비) 순익률은 16.8%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아주 우수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재무구조는 초일류급이다. 자산 7098억원에 부채 1451억원이다. 자기자본이 5647억원으로 자기자본비율이 80%에 육박한다.

다만 판매전문인 (주)귀뚜라미보일러와 2000년에 개장한 한탄강컨트리클럽은 회사의 특성상 자기자본비율이 30~40%선이다. 이것도 다른 기업에 비한다면 높은 수준이다.

자기자본비율보다 더 입을 벌어지게 하는 것은 社內留保額(사내유보액)의 규모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비용을 빼고난 후, 여러 가지 형태의 이익금을 잉여금 형태로 社內에 留保한다. 기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거나, 난관에 처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립하는 돈이다. 當期(당기)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이 돈으로 주식배당을 할 수도 있다. 자산을 再평가할 때, 이 잉여금이 얼마냐에 따라 기업의 실제가치가 평가된다. 이것이 많을수록 좋은 회사다.

귀뚜라미가스보일러의 社內留保額은 납입자본금의 66.4배다. 귀뚜라미보일러는 54.4배다. 이것은 무슨 의미냐 하면, 예컨대 지금 이 시점에서 액면가 5000원 짜리 주식을 공개한다고 하자. 株價(주가)란 그 회사의 안정성, 수익성뿐 아니라, 성장성까지 따져 매겨지는 것이지만, 장래의 가치인 성장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귀뚜라미가스보일러의 주식은 주당 33만원, 귀뚜라미보일러는 27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나머지 세 개 회사의 유보율도 위 두 개 회사와 엇비슷하다. 이익이 나도 오너인 崔鎭玟 회장이 배당금으로 받아가지 않고 대부분을 社內에 留保해 놓고 있는 것이다.

서울방송의 대주주, 時價총액 1000억원

귀뚜라미그룹 일곱 개 회사는 모두 非공개 기업이다. 형식은 주식회사지만 오너인 崔鎭玟 회장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주식 지분 100%가 모두 崔회장과 崔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 서울방송(SBS)의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구방송(TBC)의 지배주주다. iTV로 잘 알려진 인천방송의 지분도 1.13%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崔鎭玟 회장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객관적으로 그의 재산을 알 수 있는 지표는 많지 않다. 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서울방송의 경우, 株價가 주당 3만8000원대(2002년 11월 현재)로, 時價(시가)총액이 1조원이다. 崔鎭玟 회장의 지분만 계산하면 1000억원이다.

1994년부터 대구방송(TBC) 주식 11%를 갖고 있는데, 중간에 채권으로 확보한 지분이 30%여서 41%를 가진 사실상 대구방송의 社主다. 이것도 時價로 따지면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공익법인인 문화재단은 개인의 재산이 아니지만 개인 재산의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근거자료는 될 수 있다. 현재 귀뚜라미 측이 밝힌 문화재단의 재산 평가액은 1114억원이다.

최근 대주주 持分(지분)에 관한 정보제공업체인 「에퀴터블 (www.equitible.co. kr)」이 上場(상장), 登錄(등록) 주식의 주가와 非上場(비상장) 주식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발표한 「2002년 한국의 100大富豪(부호)」 가운데 崔鎭玟 회장은 2440억원을 보유, 2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2」 참조). 이는 주식의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주식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한다면 崔회장의 재산은 이보다 몇 배 많고 순위도 훨씬 앞설 것으로 보인다.

23위만 하더라도 대단하다. 崔회장보다 앞선 순위의 면면들을 보면, 현재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는 경제계의 주역들임을 알 수 있다. 바로 앞 순서대로 逆(역)으로 올라가면, 金澤辰(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朴文德(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 許昌秀(허창수) LG건설 회장, 鄭在恩(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 崔泰源(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 具本俊(구본준) LG필립스 사장, 鄭相永(정상영) 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 洪羅喜(홍라희) 호암미술관장, 愼昌宰(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鄭夢根(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李在賢(이재현) 제일제당 회장, 徐慶培(서경배) 태평양 사장, 姜榮中(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具本茂(구본무) LG그룹 회장, 李明熙(이명희) 신세계 회장, 李在鎔(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 辛格浩(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鄭夢九(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辛東柱(신동주) 롯데알미늄 이사, 辛東彬(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李健熙(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주로 대그룹의 오너들이거나 그 二世(이세)들이다.

「신생보일러」 창업, 마포 주공아파트에 보일러 납품

오로지 보일러로 한 우물만 파서 巨富(거부)를 이룩한 崔鎭玟 회장. 그는 『세상에 드러나기가 싫다』며 2002년 10월, 11월 두 달에 걸친 기자의 집요한 인터뷰 요청을 끝까지 거부했다. 몇 번 만나서 졸랐지만 결국은 인터뷰에 실패했다. 朝鮮日報 데이터베이스에 올라 있는 개인 신상정보를 참조하고 주변을 취재해서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崔회장은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필자와 식사를 한번 하고, 한탄강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같이 쳤다. 그가 필자에게 준 인상은 소박하고 격의 없는 활달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필자 일행에게 부인과 딸을 소개해 주는가 하면, 家族史(가족사)에 대해 스스럼없이 털어놓아 필자 일행을 놀라게 했다. 골프가 끝난 후, 필자 일행과 고스톱을 치는 데 동참해 돈을 따갔다. 고스톱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겉치레를 싫어해서 골프장에서는 일꾼 복장을 하고, 공장에서는 작업복 차림이어서 그의 얼굴을 잘 모르는 사람은 회장을 만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귀뚜라미그룹의 본사 건물도 겉으로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서울 강서구청 네거리 서쪽 코너에 있는 건물은 3층짜리. 건물 앞에 귀뚜라미 마크를 단 A/S 차량들이 늘어서 있어 겨우 건물의 정체를 알아볼 정도다. 알짜기업의 사옥이라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는다. 평소 崔회장이 머물고 있는 삼각지 로터리 근처의 귀뚜라미문화재단 건물도 층수는 높지만 건평은 몇백 평 규모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도무지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崔鎭玟 회장은 1941년 경북 청도군 각남면 일곡동 348번지에서 최재춘씨와 이난기씨의 4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나 대구工高와 청구大(영남大의 前身)를 나왔다. 아버지는 청도군청의 과장을 지낸 지방유지여서 어렸을 때는 비교적 유복하게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日帝(일제) 때 東京제대를 다니던 장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아버지가 일찍 病死(병사)하는 바람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어렵게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던 1962년 「신생보일러」를 창업, 국내 최초의 아파트인 주택공사의 마포아파트에 보일러를 공급하기 시작한 崔회장은 사업 초기에는 재산을 여러 번 들어먹는 고생을 했다. 1970년대 경제성장에 따라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고, 1980년대 중반까지 사업을 크게 번창시킬 수 있었다. 세계 경제를 강타한 오일쇼크 이후, 정부의 主炭從油(주탄종유), 主油從炭(주유종탄)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잠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바꿨다가, 기름보일러를 다시 연탄보일러로 고치는 일이 잦아 투자비가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감한 成果給制 도입으로 勞組문제 해결

그의 사업이 최대의 고비를 맞은 것은 1987년 6·29 선언에 따른 심각한 勞使(노사)분규였다. 勞組(노조)가 강경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파업을 계속하는 바람에 제품이 생산되지 않아 회사가 도산 위기에 놓일 지경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崔鎭玟 회장이 짜낸 아이디어가 小社長制(소사장제)다. 부품별로 팀을 짜서 책임자를 선정하고 일정량 이상 생산하는 잉여 생산품을 종업원들에게 주는 일종의 성과급제를 실시한 것이다. 예컨대 필요한 제품이 열 개인데, 열두 개를 만들 경우, 두 개를 종업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주는 것이다.

그러자 능률이 대폭 향상됐다.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급여가 높아지는 셈이니까 그럴 만했다. 종업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일했다. 만일 한 사람이라도 일을 게을리하면 일정 기간 內에 제품이 나오지 않으므로 종업원 스스로가 나서서 서로 일을 독려하게 됐다. 결국은 종업원들 손으로 자신들의 勞組를 해체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회사를 분야별로 잘게 쪼갰다. 대형 회사 하나로 운영할 경우, 종업원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勞組의 힘이 강해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매출액에 비해 회사의 수가 많은 것이다.

2002년은 귀뚜라미보일러가 탄생한 지 40돌이 되는 해. 귀뚜라미는 가스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주축으로 냉난방 보일러, 다목적 보일러, 심야전기 보일러, 심야전기 온수기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가 히트 친 것은 여러 가지 기계장치를 통 하나에 집어넣어 단순화한 데 있다. 특수구조의 소용돌이 순환펌프가 보일러에 內裝(내장)되어 별도의 순환펌프를 구입하거나 설치할 필요가 없게 한 것이다.

귀뚜라미는 보일러 자체뿐 아니라 핵심 부품들을 직접 개발, 제조, 판매 및 A/S까지 일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A/S를 위해 1000여 명의 일반사원 외에 전국 360여 개의 영업망에 2000여 명의 A/S 요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어디서나 지역번호 없이 1588-9000번으로 연락하면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일러는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단순한 불편뿐 아니라, 가스폭발이나 질식사고 등 인명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을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소비자 아이디어로 「귀뚜라미」로 商號 변경

「귀뚜라미」라는 商號(상호)도 사후관리를 철저히 한 덕분에 생긴 부산물이었다. 본래 기름이나 연탄이 떨어지기 직전에 경고음(알람)이 나도록 했는데, 한번은 어떤 여자 고객이 전화를 걸어와 『거기 귀뚜라미 소리 나게 하는 보일러 회사죠?』라며 A/S를 요청하더라는 것. 여기서 힌트를 얻어 商號를 「귀뚜라미」로 정했다는 것이 崔鎭玟 회장의 회고다.

귀뚜라미보일러의 主力제품은 「거꾸로 타는 보일러」다. 일반 보일러는 버너가 밑에 있어 불꽃이 한 번만 열교환기를 통과하면 가열되나, 거꾸로 타는 보일러는 버너가 위에 있어 불꽃이 내려갈 때 한 번, 올라갈 때 또 한 번 등 같은 열량으로 두 번 데워 주는 효과를 낳아 열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이다.

거꾸로 타는 보일러는 연소가스를 원활히 배출해 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연료가스를 열교환기 안으로 밀어 주는 送風(송풍)밸브 외에 연소된 가스를 열교환기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힘있게 당겨 주는 排風(배풍)밸브를 부착한 덕이다. 送風밸브는 연료가스를 열교환기 안으로 밀어 주는 역할 외에 열교환기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연소가스를 힘있게 밀어 주는 이중역할을 하게 되고, 排風밸브는 밀려 나오는 연소가스를 힘있게 연통으로 배출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만일 연소가스가 열교환기에 남아 있으면 새 가스가 주입되더라도 불완전연소의 가능성이 커진다. 연소가스가 잘 빠지지 않고 역류현상이라도 발생하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가스배출 기능은 중요한 것이다.

고장 여부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고장 진단 램프」도 특출한 아이디어의 산물. 불필요한 A/S를 최소화하기 위해 低수위, 수온조절, 가스누출, 점화불능, 과열감시, 연소상태 불량, 지진감지, 수온감지불량 등 10여 가지를 자가진단한다. 문제가 생기면 룸 컨트롤에 있는 자가진단 램프가 깜박이게 되고 소비자는 전화로 도움을 받아 보일러를 再가동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원적외선을 이용해 각종 신진대사 촉진 및 피로회복 등 건강증진 효과가 있는 「건강난방기」, 온수전용으로 일반적으로 온수를 많이 사용하는 미용실·식당 등에서 항상 적정량의 온수를 사용할 수 있는 「저장식 전기 온수기」, 벽걸이형 「전기 컨벡터」와 「방사형 전기난로」 등도 시판하고 있다. 전기 컨벡터는 실내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면 내장된 히터로 가열하여 다시 위로 올려 보내는 對流(대류)난방 방식. 放射(방사)형 전기난로는 최첨단 기술인 알루미늄 放熱板(방열판)이 내장되어 열을 직접 그리고 항상 일정하게 放射해 난방하는 난로다.

40년간 오직 보일러 한 분야에만 매달려 연간 100여만 대의 보일러를 생산, 판매하며 560여 개의 발명특허와 지적소유권을 보유한 귀뚜라미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 삼아 99%의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부품국산화와 생산합리화로 원가를 절감, 지난 10여 년간 단 한 번도 보일러값을 인상한 적이 없는 것도 이 회사의 자랑이다.

東歐, 러시아, 중국, 일본에서 「품질 認證」받아

귀뚜라미의 실력은 해외에서도 알아줘 현재 해외 보일러 시장의 주축인 중국, 러시아, 東歐(동구) 등에서 「유럽 認證(인증)」, 「중국 認證」, 「러시아 認證」을 받았고, 기술국가인 일본에서도 「일본 認證」을 받을 만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중국은 귀뚜라미보일러를 天津(천진)에 유치, 공장을 차리게 만들었다. 기온이 낮은 지역이 많아 보일러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天津귀뚜라미유한공사는 1999년 준공, 연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도 120개의 대리점이 있으며 공장內에 A/S 교육장을 만들어 365일 연중무휴로 서비스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귀뚜라미는 이를 발판 삼아 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성과 등에 힘입어 귀뚜라미보일러는 「건국 50주년 50大 히트상품」의 하나로 선정됐으며, KS 톱 10 가스보일러-기름보일러 선정(이상 한국표준협회 주관), 21세기 한국을 이끌고 갈 50大 기업 선정(月刊朝鮮 주관), 4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한국능률협회 주관)를 차지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물량 면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不動(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120년 전통의 독일 비스만보일러나 일본의 最强(최강) 초푸社 등의 보일러 생산량이 1일 600대 내외에 불과하나, 귀뚜라미는 하루 3000대가 넘는다. 품질도 약간만 보완하면 일본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제패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보일러 기술자들의 증언이다.

崔鎭玟 회장은 지금까지 보일러라는 한 우물만 파 왔다. 그런 그가 방송사의 持分(지분)을 갖게 된 것도 보일러와 관계가 있다.

현재 그가 가진 서울방송(SBS)의 주식 10%는 尹世榮(윤세영) 서울방송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율이다. 1992년 정부가 民放(민방)을 허가할 때, 취득한 것이다. 보일러 기술자가 웬 방송사냐고 물었더니, 그 이유가 걸작이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일반 국민인 만큼 보일러는 광고를 많이 해야 하는 제품이다. 그런데 방송사가 효과 높은 광고시간을 배정해 주지 않더라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사의 주인이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지배주주로 신청했다가 아무래도 방송사 운영에는 자신이 없어서 대주주로 신청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수백억원 수입 보장된 회원제 골프장을 퍼블릭으로 변경

골프장은 尹世榮 서울방송 회장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한번은 尹회장이 崔회장에게 골프장을 운영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묻더라는 것. 이 의사타진은 사연이 있었다. 강원도 철원군이 처음으로 골프장 한 곳을 허가해 줬는데, 사업자가 자금사정으로 허가기간 내에 골프장을 건설할 수 없게 되자, 철원군수가 나서서 철원 태생인 尹世榮 회장에게 『철원 출신으로 가장 출세한 당신이 기왕에 태영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 지역 골프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새 골프장을 운영할 형편이 못 되는 尹회장은 이것을 崔회장에게 넘긴 것. 崔회장이 거절하자, 尹회장은 『그러면 인사치레로 현장에 한번 가서 보기만 해달라. 그래 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안 한다고 하면 될 게 아니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현장을 답사해 본 崔회장은 尹회장에게 자신이 해보겠다고 예상 외의 답변을 했다. 너무 아름다운 한탄강 주변의 경치에 홀딱 반했기 때문이다. 그때가 1996년. 그로부터 4년 동안 700여억원을 들여 18홀짜리 골프장을 완공했다.

崔鎭玟 회장의 특이함이 여기서 또 한 번 발휘됐다. 회원제 골프장을 철원군에 부탁해서 퍼블릭 골프장으로 바꾼 것이다. 회원제로 해서 300명의 회원에게 2억원씩 분양한다면 600억원의 목돈이 들어온다. 실제 많은 골프장들이 그런 식으로 미리 회원권을 분양해서 그 돈으로 공사를 하고 운영한다. 그런데 그는 반대로 대중 골프장으로 허가를 바꾼 것이다. 철원군수가 崔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회원제를 퍼블릭으로 바꿔 달라고 청탁한 사람은 아마 세계에서 崔회장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한 것은 골프장을 사업 개념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 사회에 대한 봉사의 개념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린피도 주중엔 7만8000원, 주말엔 10만원 정도다. 서울 근교 골프장의 절반밖에 안 되는 국내 최저가다. 그리고 社內(사내) 대리급 이상 직원들에게 골프채 한 세트씩을 사주고 연습장 레슨비까지 대주며 골프를 시작하도록 권유했다.

보일러 기술書 일곱 권을 직접 쓴 기술자

崔鎭玟 회장은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보일러 기술자다. 그것도 수백 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최고급 전문가다. 그래선지 그는 「회장」이라는 호칭보다 「보일러 박사」로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 실제로 그는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명함에도 「귀뚜라미보일러 會長工學博士崔鎭玟」이라고 會長과 工學博士라는 단어를 나란히 새겨 갖고 다닌다.

보일러에 관한 저서만 일곱 권. 난방, 가스보일러, 기름보일러, 배관실무, 아프터서비스 기술, 자연과학과 보일러, 보일러 고장의 진단 및 수리에 관한 책을 직접 썼다. 수원공업전문大 건축설비과 산학교수, 인천기능大 배관과 산학교수로 후학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그가 보람있어 하는 일이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을 봐도 GE의 前 회장 잭 웰치, 삼성전자 尹鍾龍(윤종용) 부회장, 陳大濟(진대제) 사장, POSCO 劉常夫(유상부) 회장 등 모두 工學(공학) 전공자들이다.

그만큼 그는 기술자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명예를 중시하고, 봉사와 베풂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혜도 갖춰야 한다고 평소 강조하는 CEO(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장사꾼과 장돌뱅이論. 장사꾼은 나와 남이 모두 이익이 가게 하는 사람이고, 장돌뱅이는 남몰라라 하고 내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라는 것.

그는 그가 주장하듯 「장사꾼」답게 여러가지 좋은 일을 많이 한다. 1984년 1억3000만원의 재산으로 출발한 「귀뚜라미문화재단(이사장 崔鎭玟)」은 崔회장의 지속적인 출연으로 현재 자산이 1114억원으로 불어나 있다. 최근 에퀴터블 미디어가 2001년 결산기준으로 공익재단의 자산규모를 조사한 결과가 나왔다(「표 3」 참조). 여기서 귀뚜라미문화재단은 6위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를 감안하면 이 순위는 대단히 높은 것이다.

이 재단은 지난 18년간 전국 287개 市ㆍ軍 지역의 불우한 중고등학생 2만3000여명에게 200여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을 비롯, 학술·문화예술·불우이웃 등에 활발한 지원사업을 펼쳐 오고 있다. 중고교생과는 별도로 대학 및 대학원 학생들에게 연간 2억원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6800명의 전국 소년소녀가장들에게 37억원의 학비 및 생활보조비를 지급했으며, 중고육상연맹 주관 육상대회 기록 유망주에게 장학금으로 매년 6000만원씩, 골프 특기생에게 연 2500만원씩 주고 있다.

특히 1995년부터 한국공학학림원에 의뢰, 工學분야의 기술발전과 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학자 및 경영인 세 명을 뽑아 시상금으로 年평균 2억원을 희사하고 있으며, 농업발전에 기여한 농민후계자 등에게도 시상금을 내고 있다. 최근의 예로 2002년 11월7일의 「세계농업기술상」 수상자 11명은 귀뚜라미문화재단으로부터 9200만원의 상금과 함께 8박9일간의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 농업국을 돌아보는 특전을 받았다.

『사업가는 권력을 좇아서는 안 된다』

회사는 중소기업이지만 사회봉사활동은 「재벌급」이라는 말을 듣는 활동으로 崔회장은 2001년 이웃돕기 유공자 표창식에서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崔鎭玟 회장은 평소 『기업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기업활동을 펼쳐 돈을 벌어야 하며 돈을 벌게 해준 사회에 기여하고 이웃에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한다.

崔鎭玟 회장은 2002년 봄, 고려大 공과대의 초청을 받아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공학도가 경영자가 되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特講(특강)을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식경제시대를 맞은 현대에 있어서도 모든 산업의 母體(모체)는 기계공학』이라고 설파, 학생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는 권력·돈·명예 중에서 한 가지만 택해야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創業(창업)은 물론 守成(수성)하기도 쉽다고 했으며, 모든 성공은 도덕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全斗煥前 대통령과 같은 대구工高 출신이면서 5共 때 주변의 정치 入門(입문) 권유를 뿌리친 것도 「사업가는 권력을 좇아서는 안 된다」는 그의 이 같은 생활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특혜를 받는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그가 대구工高 동창회장을 맡은 것도 5共 정권이 끝난 후였고, 全斗煥前 대통령과도 全前 대통령이 백담사에 있을 때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崔鎭玟 회장은 귀뚜라미 부녀봉사단장이기도 한 부인 金美惠 여사와 사이에 2남(誠桓, 榮桓) 3녀(秀永, 惠永, 聞徑)를 뒀다. 장녀 秀永은 귀뚜라미문화재단과 한탄강컨트리클럽에서 일하고 있고, 연세大를 나온 장남 誠桓은 최근 軍에서 제대해 현재 귀뚜라미보일러의 A/S담당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차녀 惠永과 차남 榮桓은 미국 유학 중이며, 막내딸 聞徑은 이화女大 재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