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체의 두 배인 호텔 객실수 13萬, 종업원이 4만명인 MGM호텔, 약 20만 대의 슬롯 머신, 낮은 범죄율, 도박과 섹스와 폭력의 관리術, 중국인이 최대 고객,「메뉴」의 진상…
강원도 태백 카지노 단지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도박을 관리할 줄 아는 미국인과 도박에 지배당하는 한국인의 차이 ●『라스베이거스에 와서 돈 따겠다는 사람이 가장 미련한 사람』 ●『먼저 갬블(Gamble·노름)과 게임(Game·오락,경기)을 구별할 필요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갬블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것이랍니다. 요즘 우리도 카지노 손님들을 갬블러(Gambler·도박꾼)라고 부르지 않고 게이머(Gamer)라고 부르지요. 語感의 차이가 종국에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라스베이거스 상공회의소 공보관
강원도 태백 카지노 단지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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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최고의 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Las Vegas)」는 스페인語로 草原(초원·Meadow)이라는 뜻이다. 면적은 서울(605㎢)의 3분의 1 정도 되는 214㎢. 사막 한 가운데에서 金鑛(금광)과 銀鑛(은광)으로 시작해 賭博(도박·카지노)의 도시로 이름을 얻은 이곳이 지금은 연간 250억 달러(1999년)의 관광 수입을 올리는 세계 최대의 興行(흥행) 도시가 되었다. 大韓民國이 같은 기간 벌어들인 관광수입(58억9000만 달러)보다 네 배가 넘는 규모이다.
지난 한 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관광객은 3400만여 명. 매일 1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비행기로, 자동차로 사막을 가로질러 이곳으로 몰려드는 셈이다. 게다가 市 전체 인구는 매월 5000명씩 증가한다. 20세기 초 거주민 25명이 전부였던 이곳이 한 세기를 지내는 동안 인구 130만명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는 국제 관광 도시로 변모하게 된 비밀은 무엇일까.
지난 3월20일 낮,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旅裝(여장)을 푼 기자는 라스베이거스로 가기 위해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을 찾았다. 지도상으로 약 450㎞ 정도, 버스로는 6시간 반이 걸린다.
한 시간이 걸리는 비행기보다 느린 만큼 요금도 3분의 1 수준(왕복 48달러)이다. 표를 사면서 『라스베이거스』라고 행선지를 밝히자 『굿 럭』이라는 인사말이 돌아왔다.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돈을 따는 데 없어서는 안될 運(운)을 빌어주는 게 관례가 되어 있는 것이다.
버스 외곽 전체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Casino) 광고로 새빨갛게 도배한 이 차에는 동양인이라곤 기자뿐이었고 흑인, 멕시칸, 히스패닉(南美系)들과 그리고 한 명의 바싹 여윈 백인 영감 등 열댓 명이 앉았다. 미국에서 고속버스 여행이란 下層民(하층민)과의 조우를 의미한다.
모하비 사막을 가로질러 간다는 사실 때문에 앞자리에 앉아 전망을 보려 했던 기자는 「老弱者席」이란 팻말을 철저하게 지키는 승객들의 분위기에 밀려 함부로 앉을 수가 없었다. 운전기사에게 신분을 말하고 양해를 구하자 그는 上衣(상의)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VIP」라는 표찰을 기자의 옷깃에 달아 주고 제일 앞자리에 앉게 해 주었다.
「세븐」이란 영화의 老형사役으로 인상이 깊은 흑인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과 사촌간이라는 운전기사 넬리 프리먼씨는 자기를 월남전에 참전한 하사관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직업군인으로 轉役(전역)하자 국가에서 마련해 준 직업이 버스 운전기사였고 그는 이 직업을 사랑한다고 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그는 차내 마이크를 통해 승객들에게 이 버스가 경유할 곳과 시간 등을 참으로 자상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7년간 단 한번도 사고를 내지 않은 본인의 차에 탑승한 여러분은 행운입니다』라며 농담 섞인 안내방송을 하는 통에 버스 안의 승객들은 금방 환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欲望이란 이름의 도시
한 시간쯤 달리자 버스는 로스앤젤레스 외곽으로 빠져 나가면서 사막지대로 들어섰다. 캘리포니아州와 네바다州의 동남부 4분의 1 이상이 사막성 지대이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동쪽 끝에서부터 멕시코 국경까지 약 11만㎢의 넓이로 대한민국의 남반부 국토만한 사막이 존재하는 셈이다. 미국 서부 네바다州의 풍경은 서부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면 전혀 낯설지 않다.
사막의 풍경은 아름답다. 태양빛의 각도에 따라 음영이 달라져 갈색 계통의 풍경이 변화해가는데 가히 환상적이다. 기름기 흐르는 아스팔트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300여 종이 넘는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다. 잘못하다간 생명도 건지지 못할 大自然과 첨단 文明이 아슬아슬하게 맞붙어 있는 곳이 미국 대륙이란 실감을 하게 한다. 밤이면 사막 거북과 방울뱀과 코요테(북미産 늑대)가 어슬렁거리고 서부 개척시대에 주인으로부터 도망간 노새들이 代를 이어 생존하며 이제는 野生化(야생화)되어 대낮부터 떼지어 다니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캘리포니아州와 네바다州는 모두 1850년대에 불어닥친 골드러시를 통해 개척된 곳이다. 1848년 캘리포니아의 한 농가에서 金이 발견되자 이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록키 산맥과 태평양 연안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불과 일년 만에 캘리포니아에는 10만여 명이 몰려들었고 이듬해인 1850년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한 州로 가입하게 된다. 인접한 콜로라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지역에서도 금, 은, 구리, 납의 발견과 함께 州가 성립하여 1870년대에는 이른바 광산 왕국이 출현하기까지 했다. 미국 極서부 지역 개척의 계기는 이처럼 金을 캐내어 富者가 되겠다는 欲望(욕망)을 원천으로 삼는다.
대한민국보다 넓은 땅을 개간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동양식 사고방식으로는 秦始皇(진시황)같은 超독재자의 힘을 빌어야 했을 것이다. 秦始皇은 强制力(강제력)을 동원해 萬里長城(만리장성)을 쌓았지만 지금은 이끼 덮인 석조물로 역사의 剝製(박제)가 되어 있는 반면, 개개인의 욕망이 모여 이루어진 캘리포니아와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은 都市로서의 생명이 무한하게 꿈틀거린다. 미국 문화의 원천은 禁慾을 강조하고 富를 경시해 온 동양의 儒敎문화권과 반대로 인간의 欲望과 富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통제하려는 데서 출발한다. 달에서도 보이는 萬里長城과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은 이런 면에서 좋은 대조가 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州 동남쪽의 모하비 사막 한쪽의 盆地(분지)에 세워진 도시이다. 1829년 스페인 탐험대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 지역은 1855년 모르몬 敎徒(교도)들이 인근한 유타州 솔트레이크 시티에 처음 정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라스베이거스는 대륙횡단 철도가 이곳에 驛을 개설한 1905년 3월15일을 탄생일로 삼는다. 대륙횡단 철도가 캘리포니아에서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유타州로 향하는데, 인구도 없는 이곳에 驛이 세워지게 된 것은 순전히 물 때문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한 증기기관차가 라스베이거스 부근에 이르면 물이 다 떨어져 증기가 고갈된다. 盆地인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임에도 이곳을 둘러싼 높은 산에서 내린 빗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풍부한 지하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지하수가 기차 역을 건설하게 만든 것이다.
罪惡의 都市
라스베이거스의 중심가는 네 개의 권역(郡과 유사한 개념인 카운티 및 시티) 중 1909년에 가장 먼저 생긴 클락(Clack) 카운티와 라스베이거스市(City of Las Vegas)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총인구는 3321명. 이 무렵까지만 해도 네바다州는 미국에서 가장 별볼일 없는 고장이었다고 한다.
버스가 사막을 가로지르며 달리던 도중 운전기사가 도로 표지판을 주의해서 보라고 한다. 「고스트 타운(GHOST TOWN)」이란 푯말이 창 밖으로 지나갔다. 「유령 마을」이다.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골드러시 때 모여든 사람들이 금을 다 캐고 난 뒤 집이며 가구들을 그대로 남겨둔 채 떠나버려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마을이 되었어요. 지금도 영화촬영하러 사람들이 저 동네를 이용하곤 해요』
영화 이야기가 실마리가 된 듯 버스 기사는 『지금 달리고 있는 네바다州 15번 국도에서 「매드 맥스」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러셀 웨폰」의 주인공으로 친숙해진 배우 멜 깁슨은 이 영화에서 황량한 사막 가운데로 뻗은 도로를 질주한다. 그는 이 영화로 스타가 되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사막은 사하라 사막처럼 고운 모래가 아닌 돌과 흙 그리고 덤불의 범벅이다. 사막 기후의 특징 중 하나인 强風은 이곳에서도 목격된다. 지평선 끝까지 직선으로 뻗은 도로에서 운전하는 일이 쉬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막을 횡단할 때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풍이 몰아치면 버스도 비행기 요동 못지않게 흔들거린다. 시속 80마일(약 120㎞)로 달리는 버스가 흔들거리면 승객들도 불안해 하며 좌석의 손잡이를 꽉 잡을 정도이다. 요동치는 핸들을 틀어쥐고 바람과 싸우며 운전하는 버스 기사가 마치 파도와 싸우며 항해하는 선장의 모습처럼 보였다. 길 옆에는 커다란 컨테이너를 매단 트레일러가 뒤집어져 있었다. 바람에 쓰러진 것이다.
버스 기사는 사막을 횡단할 때, 특히 산 밑을 지날 때는 핸들을 잘 쥐어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 온 바람이 맞은편의 산을 타고 올라가 한 바퀴 회전해서 다시 몰아치는 渦流(와류·Turbulence)에 걸려들면 큰 트레일러조차 뒤집힌다는 것이다.
1909년 클락 카운티와 라스베이거스市가 생겨나긴 했지만 金鑛도 아닌 銀鑛으로 겨우 생활을 잇는 사람들뿐이었다. 광부들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술과 도박과 賣春(매춘)뿐. 신 시티(Sin City·죄악의 도시)란 惡名을 얻어야 했다. 텐트村으로 마을의 명맥을 잇던 라스베이거스市는 1911년 상공회의소를 세우면서 암암리에 賭博業(도박업)을 主業으로 삼게 된다.
賭博의 합법화
1929년 세계적인 경제공황을 맞은 미국 정부가 후버 댐 건설 공사를 시작하자 라스베이거스는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게되었다. 라스베이거스 부근을 흐르던 콜로라도 강을 막아 건설하려던 이 댐은 1931년 후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되었다. 이 공사는 5128명의 부상자와 98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면서 1936년 루스벨트 대통령 때에 완공되었다. 콜로라도 강을 막은 높이 221.4m(소양강 댐은 123m), 바닥 폭 201.4m에 660만t의 콘크리트가 사용된 이 댐은 17개의 발전기에 의해 시설용량 134만kw를 자랑한다. 지금도 콘크리트 둑 속에는 발견하지 못한 사망자의 시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후버 댐이 건설되는 5년 동안 버스로 25분 거리의 라스베이거스市는 도처에서 몰려 든 노동자들로 북적거렸다. 경제공황 속에 이 지역만은 일자리와 돈이 몰려들었다.
이 무렵 라스베이거스市는 오늘날 세계 최대의 관광수입을 올리는 도시로 만드는 중요한 제도를 구축했다. 라스베이거스에 6주 이상만 체류하면 누구든 자유롭게 離婚(이혼)·再婚(재혼)할 수 있다는 婚姻自由法(혼인자유법)과 함께 도박을 합법화한 것이다. 이 혼인자유법은 당시 미국의 다른 州에서 강력하게 이혼을 억제하던 추세에 역행한 것으로 도박의 합법화와 함께 오늘날 라스베이거스를 경쟁력 있는 州로 만든 독특한 제도가 되었다.
도박의 합법화는 外地에서 몰려 든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不道德(부도덕)한 법이었지만 주민들의 교육과 행정을 책임져야 하는 州정부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도박과 무기 산업은 特權(특권·Privilege) 산업으로 분류한다. 특권 산업이란 「害惡(해악)이 명백하지만 이 산업으로 인한 이익이 公益(공익)으로 환원되어 합목적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산업」이라고 정의된다. 작은 害惡보다 公益에 기여하는 정도가 괄목할 만큼 크다면 이를 정부차원에서 허용한다는 實利的인 法정신이다.
네바다州의 카지노 산업은 미국의 특권 산업 정책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되었다. 네바다州가 처음 도박을 합법화한 이래 지금은 하와이州와 유타州를 제외한 48개 주에서 도박을 합법화하고 있다.
1997년 8월부터 일년간 네바다 주립 라스베이거스 대학(UNLV)에서 호텔 경영학을 공부한 동아일보 편집국 문화부의 趙誠夏(조성하) 차장은 당시 네바다州가 특권 산업을 어떻게 합목적적으로 관리하게 되었는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도박에서 얻은 수익금을 공익을 위해 잘 쓸 수 있도록 네바다州 정부는 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완성한 것이 「네바다 도박 감독 위원회(NGCB·Navada Gaming Control Board)」입니다』
은행 감독원과 유사한 NGCB는 카지노 기업들의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동시에 초창기에 관여했던 마피아를 몰아내는 데도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라스베이거스는 「투명한 도박 산업시설」이 모여든 지역이란 셈이다.
다시 1930년대로 돌아가 보자. 1936년 후버 댐이 완공되면서 라스베이거스는 또 하나의 소득을 건진다. 길이 185km, 둘레 884km에 면적이 6만5000㎢나 되는, 대한민국 국토의 절반에 해당되는 거대한 호수(Lake Mead·미드 湖)가 그것이다. 록키 산맥에서 출발한 콜로라도 강물이 유타州와 애리조나州를 거쳐 네바다州의 경계를 흐르다 후버 댐을 만나 이뤄낸 거대한 호수는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제2차대전중에는 방위산업체와 함께 넬리스 공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도로가 개설되고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세계大戰 직후인 1947년 1월 갱 출신의 사업가 벅시 시걸(本名 벤자민 시걸)에 의해 세워진 호텔 플라밍고(Flamingo)는 현대식 도박장인 카지노(Casino)의 효시였다.
지금은 공포의 대상이지만 1951년 네바다州 모하비 사막에서 벌인 핵폭탄 폭발 실험도 라스베이거스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당시 미국 도처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기 위해 검은 안경만을 준비한 채 자동차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몰려 들었다고 한다.
객실 12만5000개의 「호텔 都市」
1950년대에 리조트 빌딩과 함께 여덟 개의 유명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휴양 도시, 도박의 도시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라스베이거스는 1960년도에 인구 12만7016명을 기록하며 성장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 한국인 배낭여행가 金燦三(김찬삼·74)씨가 이곳을 방문했다. 기자보다 40여년 전에 라스베이거스를 본 金燦三씨는 여행기에다가 「이혼과 재혼이 빈번한 라스베이거스」란 제목으로 이렇게 기록해 두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순 도박으로 발달한 도시다. 생판 모르는 사람끼리 눈들이 빨갛게 되어 돈을 따겠다는 꼴들이 어딘가 야박해 보인다. 여기서는 가지가지 희비극이 벌어진다. 일확천금으로 벼락부자가 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재산을 모두 잃어 자살까지 한다. 어쨌든 시장에 가는 주부나 학교 가는 어린이들까지 파칭코를 하는 판이니 도박의 도시답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고장의 독특한 것은 自治州의 법률로 된 이혼 및 재혼법이다. 여기서는 이혼한 뒤 며칠 만에 재혼할 수 있다. 그러니까 悖倫兒(패륜아)들은 여기 같이 놀러 왔던 아내와 이혼하고 며칠 뒤에 딴 여자와 결혼할 수 있는 고장이다>
라스베이거스를 한 번 더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미국 최대의 富豪 하워드 휴즈에 의해서였다. 기벽이 심했던 이 富豪는 1965년 말 라스베이거스의 데저트 인 (Desert Inn)호텔 꼭대기 층인 펜트 하우스에 방을 잡았다.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당시 호텔측은 新年 특수로 방이 모자라자 하워드 휴즈에게 방을 비워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발끈한 하워드 휴즈가 호텔을 사 버리고 말았다는 것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전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하워드 휴즈가 1966년 한 해 동안 300만 달러를 동원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중 절반인 여섯 개와 리조텔 및 토지를 매입한 것만은 사실로 확인된다.
1969년에 인터내셔널 호텔(지금은 라스베이거스 힐튼 호텔)이 개관하면서 유명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와 바바라 스트라이센드가 개관 공연을 가졌다. 다른 호텔에서도 이에 질세라 프랭크 시네트라 등 당대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쇼를 계속 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1960년대는 연예산업의 붐을 가져온 시대로도 기록된다. 1970년 당시 라스베이거스 인구는 27만3288명으로 지난 10년간 두 배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1973년에는 MGM(지금의 벨리스 호텔)이 당시로선 세계 최대 규모인 21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을 개관했다. 이때부터 라스베이거스에는 세계 최대 호텔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6억10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건설비용이 투입된 미라지(Mirage) 호텔이 문을 열었고 1990년에는 객실 4032개를 자랑하는 엑스칼리버(Excalibur) 호텔이 세계 최대의 기록을 更新(갱신)했다. 1993년엔 세계 수준의 호텔 세 개가 거의 동시에 문을 열었다. 보물섬이란 뜻의 트래저 아일랜드(Treasure Island)호텔과 룩소(Luxor) 및 MGM 호텔. 이 중 MGM 호텔은 10억 달러가 투입된 객실 5005개의 규모로 또다시 세계 최대의 호텔 기록을 깼다. MGM 호텔의 종업원수는 4만명. 객실 하나당 8명의 직원들이 생계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이후 연이어 들어서는 호텔들로 기자가 방문한 2000년 3월 현재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 19개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라스베이거스市 내의 호텔 객실수는 작은 호텔과 콘도미니엄까지 합쳐 총 12만5000개. 8월에 알라딘 호텔이 개장하게 되면 객실수는 13만개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대한민국內 모든 호텔과 콘도미니엄 객실수(6만9340개)의 두 배에 가깝다.
「호텔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이지만 기자가 도착하는 날에는 이름 있는 호텔 중 어느 한 곳도 방이 없었다. 각 호텔에서 운영하는 컨벤션 센터(Convention Center 集會場)가 수많은 회합들로 가득차는 시기여서 방도 덩달아 매진되어버린 것이다.
이 도시는 機動性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1963년 문을 연 맥카렌(McCarran) 국제공항을 포함, 전국 어느 州와도 연결되는 도로망을 갖추고 있어 자동차와 비행기 및 기차로 쉽게 접근하게 되어 있다.
경제잡지 포춘 1999년 가을호는 라스베이거스를 「어떤 비지니스도 할 수 있는 도시」로 꼽았다. 中小기업(Small Business)의 천국으로 묘사한 언론도 있었다. 상업환경이 최고급에 속하는 라스베이거스는 법인세와 주민세를 받지 않는 州로도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인구는 계속 증가중이며 미국에서 애리조나州의 피닉스(Phoenix) 다음으로 20세기에 급성장한 도시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기적 같은 현상의 발단이 도박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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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태운 빨간색 그레이하운드는 석양을 뒤로 한 채 사막을 가로지르다 支線(지선)도로로 들어와 조그마한 驛에 정차했다. 길가에 「히스토릭(HISTORIC) 66」이라고 쓰여진 이색적인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1900년대 초까지 라스베이거스로 접근할 수 있었던 유일한 도로가 바로 이 66번 국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역사적인 66번」이란 푯말을 붙였다는 것이다. 광산시대의 흔적들이 유일한 역사적 유물로 남아 있는 한적한 驛이지만 정차해 있는 화물열차는 보통 100칸은 넘을 성싶게 긴 貨車(화차) 대열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덩치가 느껴지는 광경이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곧 어둠이 내려 앉았다. 멀리 지평선 한쪽이 벌겋게 불타오르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아니라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유흥가」 라스베이거스. 야밤에 사막에서 본 라스베이거스는 어둠 속에 떠 있는 네온사인 덩어리 같았다. 文明이란 自然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自由 意志의 表象(표상)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욕망에 의해 탄생하고 성장하는 라스베이거스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도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7시 반, 그레이하운드가 도착한 곳은 옛날에 번성했던, 지금은 가난한 흑인들이 주로 모여사는 다운타운의 한구석이었다. 종점 터미널 로비에서도 슬롯 머신(Slot Machine·동전을 넣고 레버를 당겨 회전하는 그림 무늬가 맞으면 규정된 배율의 동전이나 현금이 나오는 기계로 확률에 의존하는 게임)이 설치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공항 로비에도 슬롯 머신은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 이 기계에 맞닥뜨린 관광객들이라면 호주머니의 25센트짜리 동전 한 닢을 무심코 집어넣고 기계를 돌려보게 된다.
기자는 터미널 건너편의 하루 28달러짜리 방에서 라스베이거스의 첫 밤을 보냈다(기자는 라스베이거스에 체류하는 동안 네 번이나 숙소를 옮겨야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都心(도심)은 밤새 불타오르는 文明의 城이었다.
첫날 밤, 기자는 짐을 풀고 都心으로 가는 시내 버스를 탔다. 1달러 25센트를 내니 다섯 시간 동안 무료로 탈 수 있는 표를 내주었다. 약 3㎞의 거리를 가서 내린 곳은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지인 클락 카운티. 밀집한 모든 호텔들은 일층 로비를 오락장으로 열어 두고 있어 카메라 플래시가 필요없을 정도로 밝은데다 사람들의 물결로 가득찼다. 평일에도 이 정도니 주말이면 대단할 것이다.
방을 예약하기 위해 시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 호텔을 찾았다. 고대 그리스 神殿을 본딴 고딕 양식의 거대한 건물은 아래에서 올려 비추는 조명에 그 위용이 대단하다. 객실수 2471개의 이 거대한 호텔도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중간 규모일 뿐이다. 일층의 거대한 카지노 오락장 곳곳에서 동전 넣는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당첨되어 동전이 쏟아지는 소리로 분주했다. 간간이 환호성도 터지곤 했다.
슬롯 머신 앞에서 돈을 잃고 펑펑 우는 사람은 없어도 돈을 따고 기뻐하는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전체에 약 20만 대가 깔려 있다는 슬롯 머신은 호텔 수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를 먹여 살리는 孝子인 셈이다.
각종 전자음과 동전 쏟아지는 소리가 뒤범벅된 오락장의 인파를 헤치고 걸어가다 보면 녹색 융단이 깔린 바카라(Baccarat·두 장의 카드로 9를 만드는 게임) 테이블과 블랙 잭(Black Jack·두 장 이상의 카드로 21을 만드는 게임) 테이블들이 나온다. 카드 게임을 위한 이곳엔 넥타이를 맨 正裝한 딜러들이 손님들에게 능숙한 솜씨로 카드를 돌리는 중이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도박들은 슬롯 머신, 바카라, 블랙 잭, 룰렛(Roulette·딜러가 38개의 숫자가 적힌 원판 위에 구슬을 던져 넣고 어떤 숫자에 떨어질까를 알아 맞히는 게임으로 최고 36배까지 걸 수 있다), 포커(Poker·트럼프 다섯 장으로 겨루는 게임), 크랩스(Craps·주사위 두 개를 던져 눈금의 합계로 승부를 거는 게임), 키노(Keno·용지 위에 1∼40, 그 아래에 41∼80까지 숫자가 적혀 있다. 기계가 20개의 숫자를 뽑는 가운데 이것과 맞아떨어지게 하는 게임) 등이다.
호텔 카지노 한편에는 텔레비전을 여러 대 설치하고 NBA 농구경기와 미식 축구 등 스포츠 채널을 계속 방영하는 곳도 있다. 이곳은 스포츠 도박사들이 모이는 곳이다. 물론 경마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종목이다.
라스베이거스 시내의 모든 호텔들은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로 북적이는 로비를 갖고 있다. 호텔이 돈을 버는 것은 방을 빌려 주어서가 아니라 카지노를 운영하기 때문이란 느낌이 들게 됐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으면 카지노 오락장엔 빈 자리가 약간 남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기자는 이날부터 5일간 네 곳의 호텔과 라스베이거스 시청 및 상공회의소, 韓人會(한인회) 등을 찾아다니며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의 비밀을 캐 보았다.
슬롯 머신에서 딸 확률은 97.4%라는데…
슬롯 머신이 즐비한 카지노로 들어선 기자는 100달러 지폐를 꺼냈다. 동전으로 바꾸려다 기계를 살펴보니 모든 기계마다 지폐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도 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런 기계의 한 대당 가격은 3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관광객의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을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슬롯 머신에도 이 철칙은 적용되고 있었다. 누구나 쉽게 자리에 앉아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지폐든, 동전이든, 신용카드든. 성질 급한 사람조차 즉석에서 참가할 수 있게 해주는 「퀵 서비스」 시스템이었다.
100달러로 할 수 있는 슬롯 머신은 몇 가지 종류가 있다. 5센트짜리, 25센트짜리, 그리고 1달러짜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5센트는 배당금이 상대적으로 작아 별 인기가 없다. 크게 당첨되어야 800달러. 벌 때는 작은 돈이 아니지만 도박장에서는 사람들의 기대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상금이 1000달러라고 해도 별 기대를 갖지 않는다. 여자들은 25센트짜리 슬롯 머신에 앉아 기계를 돌리지만 비교적 씀씀이가 큰 남자들은 1달러짜리 기계 앞에 많이 앉는다.
25센트짜리 기계 앞에 앉았다. 100달러를 넣으니 숫자가 400개로 변했다. 기계를 400번 돌리는 동안 한 번은 큰 게 터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완전히 바닥 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불과 30분쯤 되었을 때 기자는 다 털린 채 빈 손으로 앉아 있어야 했다.
기계가 돈을 버는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다. 25센트로 400번을 돌리게 되어 있지만 막상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되지 않는다. 한 번에 여러 개씩 베팅하면 확률이 높아지는 대각선 방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한 번에 세 개 혹은 네 개씩 베팅한다.
30분 동안 몇 차례에 걸쳐 기계가 돈을 잃고 동전을 토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딴 돈은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다시 베팅하는 데 투입되고, 영특한 기계는 이를 미끼로 나머지 돈까지 다 빨아 먹고 시치미를 떼는 것이다.
100달러를 이 기계에 넣지 않았다면 귀국하는 길에 좋은 선물이라도 몇 개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감이 들지만 사람들은 자동차로 혹은 비행기로 돈을 싸들고 이곳으로 몰려든다. 도박의 매력은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집중하게 만들고, 딸 경우 補償(보상)이 즉시 現金(현금)으로 들어온다는 점과 이 현금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슬롯 머신은 189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기계 유통업을 하던 스물아홉 살 된 찰스 페이(Charles Fey)라는 사람에 의해 탄생했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 설치된 약 20만 대 가량의 슬롯 머신 중 80%를 공급하고 있는 ITG(International Gaming Technology)社는 이론적으로 투입된 돈의 97.4%를 돌려주게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토니 코프만 같은 사람은 도박 전문서적을 써내어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그의 책에 의하면 이 확률은 사실이긴 하지만 기계의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의 확률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100만 달러를 투입해서 97만400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기자는 돈을 잃었지만 돈을 딴 사람들도 많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가 연합해서 각 호텔마다 몇 대의 슬롯 머신을 선정, 이것을 호텔끼리 연결하여 라스베이거스 전체 호텔이 참여하는 방식인 「메가 박스(Mega Box)」게임은 듣는 이로 하여금 흥분을 감추지 못하게 만든다. 각 호텔의 슬롯 머신 중 일부를 홀 중앙에 몰아 놓고 이것만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하는데, 기계에 처음 제공되는 상금이 자그마치 700만 달러(우리 돈으로 약 8억원)이다. 한 번에 3달러씩 넣고 기계를 돌리는데 올해 2월6일 데저트 인 호텔에서 근무하는 「신디」라는 호스티스가 근무를 마친 뒤 15달러를 투입했다가 3400만 달러(약 380억원)를 터뜨렸다.
八字 고친 사람들
라스베이거스의 텔레비전 방송은 연일 이 게임을 홍보한다. 광고 문구는 「당신의 인생을 바꿔 보시라(Change Your Life)」. 이 게임의 상금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다. 투입된 돈들이 전부 상금으로 올려지기 때문이다. 세 개의 바퀴에 그려진 그림들 중 「메가 박스」로 표시된 그림 셋이 일치되는 순간 승리자가 탄생한다. 상금은 세금 30%를 뗀 뒤 20년 상환조건으로 勝者(승자)에게 지급된다. 처음 700만 달러에서 시작한 상금이 3400만 달러에 이르렀을 때 당첨된 신디는 그야말로 八字(팔자)를 고친 것이다. 그녀는 승리하자마자 언론을 불러 대대적으로 인터뷰를 했다. 이것도 라스베이거스의 주민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지금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일확천금을 한 사람들은 책을 만들 정도로 많지만 그들의 후일담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의문사가 가장 많았는데 이것 역시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상금 지급은 중단된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호스티스 신디는 처음부터 언론의 조명을 끌어들여 자신의 신변보호를 강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번에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메가 박스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한다. 호텔마다 대여섯 대씩만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네바다 주립 라스베이거스 대학교(UNLV)의 카지노학과를 이수해야 하는 호텔 경영학과 학생들은 이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매년 계 모임도 갖는다. 이들은 「메가 박스」 게임의 상금이 통상 3000만 달러가 넘어설 때 잘 터진다는 확률을 알고 있어 3000만 달러가 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계원들이 1000달러 가량의 돈을 추렴해 대표에게 준다. 대표는 아침 일찍 나가 줄을 섰다가 이 돈을 퍼부어가며 기계를 돌리지만 아직 한번도 성공한 적은 없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많은 돈을 딴 한국인들의 이야기도 제법 들렸다. 1980년대에 이곳에서 블랙 잭으로 몇십만 달러를 거머쥔 한 在美교포는 로스앤젤레스까지 호텔측이 제공하는 리무진을 타고 돌아갔다. 가는 도중 그는 리무진 운전기사에게 차 가격을 물어 본 뒤 전화로 호텔측과 흥정하여 즉석에서 이 차를 샀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한 교포는 1970년대에 라스베이거스에 이주하여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다가 도박에 빠졌다고 했다. 도박에 빠져 있는 동안 도장 운영도 실패하게 되었고 종국에는 가족에게 빈번한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도박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교포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하여 성실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흑인폭동으로 다시 한번 큰 피해를 본 뒤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다. 지금은 도박을 끊었지만 『사람이 도박에 빠지니 그렇게 추하게 될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도박으로 八字가 좋아진 사람도 있겠지만 정반대가 된 사람도 많다. 특히 거액을 딴 사람들일수록 종국에는 패가망신한다고 한다. 약 10여 년 전 한국인 沈모씨는 이곳 호텔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다가 10만 달러를 횡재하는 大運을 만났다고 한다.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그녀는 이 돈으로 계속 도박에 손을 댔다가 완전히 망해 버리고 말았다.
스타 더스트 호텔의 趙祥鎬(조상호·52)씨는 호텔 카지노 부사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1976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은 그는 성공한 한국인에 속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패가망신하고 있었다.
『제 손님 중 한 분이 얼마 전에 여기서 바카라를 했는데 4만 달러를 땄다고 자랑을 해요. 그래서 「땄으면 그 돈으로 쇼핑이나 하고 그만하라」고 일러 주었지만 계속 하더군요. 몇 달 뒤에 다시 만났기에 제가 「사흘 만에 다 털렸지?」하고 물었더니 「어떻게 잘 아느냐」고 놀라더군요. 뻔해요. 따고 나면 다음날 일부만 갖고 다시 합니다. 처음엔 1만 달러를 들고 내려왔겠지요. 이걸 하루 만에 다 잃고 나면 다시 1만 달러를 들고 다음날 내려와 하는 겁니다. 이것도 다 잃게 되지요. 그럼 화가 나서 갖고 있던 2만 달러를 다 들고 내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다 털리는 거죠. 도박은 오락으로 해야 하는 겁니다. 욕심에 사로잡히면 결국 다 잃게 되지요』
貴賓들 중엔 華僑가 最多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운영하는 모든 호텔들은 몇만 달러씩 들고 들어오는 손님을 貴賓(귀빈)으로 모신다. 최고의 귀빈들은 주로 中國의 華僑(화교)들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20% 정도가 외국인이고 이들 외국인의 절반 정도가 중국인(그 다음이 일본인)이라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큰손인가를 짐작하게 해 준다. 1993년에 이곳에서 세계 최대 호텔을 지었던 MGM은 입구를 거대한 사자의 입으로 만들었다.
서양인의 입장에서 보면 웅장하고 거대한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중국인들의 입장에서는 호랑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호텔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중국인들은 「호텔 문이 재수가 없어서」라고 한 마디씩 했고 이 말들이 호텔측으로 하여금 정문을 새로 개축하게 만들었으니 중국인들의 위력이 실감난다. 음력 설인 舊正(구정) 때면 라스베이거스는 온통 「謹賀新年」 같은 중국式 인사말이 호텔 각 정문에 도배가 된다고 한다. 중국인 없이는 라스베이거스도 없는 것이다.
권투로 숨진 비운의 복서 金得九(김득구) 선수가 1982년 11월13일 마지막 WBA 세계 라이트급 타이틀 매치를 치른 곳도 이곳의 시저스 팰리스 호텔 특설 링이었다. 무하마드 알리에서 조지 포먼에 이르기까지 내로라 하는 권투선수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시합을 가졌다. 최근에는 레슬링 타이틀 매치가 자주 열린다. 인구가 100만명이 조금 넘는 도시에서 세계적인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 이면엔 카지노 호스트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고 한다.
카지노 호스트란 도박장에 손님을 유치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각 호텔 카지노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巨額(거액)을 들고 올 손님들을 찾아내 게임을 하도록 장소 및 편의를 제공한다.
카지노 호트스들은 세계적인 쇼를 유치한 뒤 일등석 표를 자신의 단골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여 도박장으로 초대한다. 물론 가족들을 데리고 올 경우에도 무료제공이다. 가족들이 쇼를 보며 즐기는 동안 카지노에 와서 도박 한판을 벌이라는 이야기다.
카지노 호스트란 직업은 라스베이거스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라고 한다. 年俸(연봉)도 몇만 달러씩 되지만 큰손들이 한판을 벌인 뒤 털리고 나면 이들에게 호텔측이 제공하는 개평(다 잃은 사람에게 조금 돌려 주는 돈)에서도 일부를 챙길 수 있어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일반 관광객이 볼 수 있는 일층의 거대한 카지노 룸은 쇼윈도 같은 곳이라 보면 된다. 거의 모든 호텔은 2층에 특별한 방들을 갖고 있다. 포커, 블랙 잭, 바카라 등을 할 수 있는 곳인데 그들끼리의 큰 판을 벌이려는 사람들로 방들이 꽉 찬다. 호텔 객실 2층을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일층과 이층 사이엔 또다른 층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어느 호텔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이곳을 잠깐 들러 보았다. 방마다 짙은 담배연기가 차분하게 깔린 조명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녹색 융단 위에 깔린 카드를 펼쳐 보며 돈으로 바꾼 칩(Chip)들을 몇 박스(한 박스당 1만 달러)씩 쌓아 놓고 무더기로 베팅하는 모습들은 지독한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더 실감나는 장면들이었다.
도박하는 心理
판돈이 무제한인 게임도 있는지 물었더니 공식적으로는 不法이라고 한다. 非공식적으로는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판돈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세계적인 도박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1960년대엔 무제한 판돈이 성행했다고 한다. 이 게임에서 호텔측을 대표한 딜러들이 손님에게 져버려 하루아침에 호텔 주인이 몇 번씩 바뀌기도 했다는,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런 믿지 못할 이유로 하여 라스베이거스의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카지노에는 어느 테이블이건 판돈 제한이 게시되어 있다. 「20달러부터 2000달러까지」 식이다. 한 번에 거는 돈이 이 정도인데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을 싸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이들을 위해 특별 방을 설치해 놓은 곳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이다.
무제한 베팅式인 포커 게임을 텍사스式이라고 한다. 포커를 하는 사람들은 이 게임이야말로 「포커의 꽃」이라고 한다. 각 선수들은 두 장의 카드를 받은 뒤 나머지 다섯 장의 카드를 보이도록 펴 두면서 돈을 건다. 이 중 다섯 장으로 제일 높은 카드를 만들어 이기는 게임인데 남의 패를 잘 읽어야 이길 수 있다.
포커 게임은 처음 두 장을 받은 상대방의 눈빛과 인상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표정을 잘 읽는 高手(고수)들은 자기 패를 보지도 않고 베팅할 정도다. 오죽하면 영어로 「포커 페이스(Poker Face·무표정한 얼굴)」란 말이 辭典(사전)에 실려 있을까.
훈련을 시키면 무엇이든 해낸다는 개(犬)에게 포커를 가르쳤더니 게임할 때마다 돈을 잃었다고 한다. 알고 봤더니 패가 잘 들어오면 스스로 꼬리를 흔들어 상대방에게 戰力(전력)을 노출시켰기 때문이라나.
포커 게임의 묘미는 두 장의 카드를 쥔 순간 상대방을 기죽이기 위한 베팅에서부터 시작한다. 기가 죽은 상대방은 처음에 걸었던 판돈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 치밀성과 과감성이 요구되는 이 도박은 전쟁이나 투기성 있는 사업과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이야말로 도박이 레크리에이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포커만큼 순식간에 운명이 바뀌는 도박도 드물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는 매년 세계 포커 대회를 열고 이를 텔레비전으로 중계까지 한다. 상금은 100만 달러.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 자리한 작은 호텔 버버리 코스트의 副社長 마이클 金(金武永·66)씨는 이 업계에서만 40년간을 일해 온 라스베이거스의 터줏대감이다. 金부사장은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도박이란 돈과 관련 있는 오락입니다. 돈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식히는 데는 이만한 오락보다 더 좋은 게 없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때 독서가 좋듯이 사업가들에게는 카지노가 좋은 법입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文民的인 문화 속에 살고 있어서 商民的 문화 속에서 돈 버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라스베이거스가 카지노 사업으로 돈을 버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기자가 구경했던 특별 게임 룸들은 모두 손님들의 動態(동태)를 살펴보기 위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詐欺(사기) 도박사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어느 손님이 얼마나 땄는지를 살피는 목적도 포함된다. 詐欺 도박사들은 버린 카드 빼내오기, 카드 골라오기, 두 번 돌리기 등으로 상대방을 속이는데 그 손재주가 肉眼(육안)으로는 거의 분간이 안 갈 정도라는 것이다. 호텔측은 한 손님이 이상하게 계속 돈을 딸 경우 녹화된 테이프를 돌려 사기 도박을 하는지도 감시한다고 기자를 안내한 호텔 지배인은 설명해 주었다.
사진 촬영은 금지
익명을 보장한다는 조건하에 또다른 한 호텔의 지배인은 자신의 방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를 보여 주었다. 화면에는 현재 이 호텔에서 카지노에 참가하는 손님들의 성적표가 올라오고 있었다. 누가 얼마나 따고 있고 누가 얼마나 잃고 있는지 이름 옆에 +, - 표시와 금액이 적혀 있었다. 다른 디렉토리에는 과거의 경력도 나온다. 예를 들어 제임스 콜먼(JAMES COLMAN)이란 이름을 치자 그가 이 호텔에서 몇 차례 게임을 했으며 몇 번이나 돈을 따고 잃었는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금년 들어 이 호텔 카지노에서만 각각 3만2900달러, 2700달러씩 따간 한국인으로 여겨지는 이름도 보였다.
기자를 안내하는 외국인에게 호텔측의 손님 관리 요령을 좀더 물어 보았다.
―돈을 딴 손님들에게는 어떤 정책이 준비되어 있나?
『다음에 다시 와서 또 즐기라고 모든 배려를 다한다』
―호텔측이 손해를 보게 되면 딜러에게 책임이 떨어지나?
『딜러들의 잘못이 아니라 손님의 運이 좋은 것이다. 딜러들은 승률이 50%가 넘는다. 그럼에도 손님이 따게 되면 그만큼 손님의 운이 좋은 것이다. 이것을 두고 딜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호텔측이 계속 잃을 수도 있을 텐데.
『호텔이 잃었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수십년간 라스베이거스市는 많은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갖고 있다. 딴 사람은 반드시 다시 오게 되어 있고, 언젠가는 그 이상의 돈을 쓰고 갈 것이란 믿음이 있으니까. 단, 우리로서는 최대한 친절하고 즐겁게 이들을 대우해 주었을 때 한해서이다』
친철함과 관련해서 기자는 작은 해프닝의 주인공이 되어 카지노 업계의 친절함을 경험한 바 있었다. 카지노 내부를 구경하던 기자는 거구의 請願警察(청원경찰)이 앳되어 보이는 젊은 백인남자에게 재빨리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남자는 잘 되어야 열아홉 살 정도였다. 州법에 의하면 카지노는 21세 미만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호텔측은 적발될 경우 벌금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이 법을 지키려 한다.
청원경찰은 청년에게 다가서더니 『익스큐즈 미 서』라며 신분증을 요구했다. 대화가 오가는 도중 청원경찰은 막내 동생뻘도 안되어 보이는 남자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하자 끝까지 「서(Sir)」라는 경어를 붙이며 州법을 설명하고 카지노 밖으로 나가도록 했다.
기자가 이런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카메라를 들어 올리자 또다른 「私服」이 기자 앞을 가로막았다. 갑자기 주변에서 슬롯 머신을 하며 웃던 사람들의 표정도 굳어지기 시작했다. 기자는 마른 침을 삼켜야 했다. 「私服」은 자신의 보안 경찰 신분증을 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곳은 법에 의해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 그래요? 모든 카지노가 다 그렇습니까.
『물론입니다, 선생님』
의도적인지 몰라도 기자를 위압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서(Sir)』라고 깍듯이 예의를 지켰다. 덕분에 기자는 얼굴이 붉어지는 대신 이들로부터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카지노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어떤 모멸감도 주지 않으려 했다. 카지노 문 밖에서 기자의 신분을 알게 된 뒤에도 이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진 촬영은 안됩니다. 구경은 하셔도 좋습니다. 다시 들어오시려면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 주십시오, 선생님』이었다. 다시 들어갔지만 기자는 이때부터 행동을 집중 감시당해야만 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모든 호텔이 內規(내규)로 이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市당국조차 이를 승인한 상태라고 한다. 이유를 알아보니 역시 손님을 위한 배려라고 했다.
『생각해 보시오. 거액을 들고 와 도박하는 모습이 찍히면 이걸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소』
도박의 名言들
라스베이거스를 도박의 도시로 인식시키는 데 한몫하는 것은 도박과 관련한 책을 판다는 점일 것이다. 기자는 토니 커프만, 잭 킹, 빌 존스, 아밀로 슬림, 도일 브론슨, 브라이언 코펠만, 지미 카이지르 등 내로라 하는 도박士들이 쓴 책을 보았다. 토니 커프만(58)과 지미 카이지르는 현재 각 종목별로 돈 따는 비결이란 책을 펴 내 편의점에서까지 팔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머무는 동안 미국 도박사들의 名言을 몇 마디씩 수첩에 옮겨 적어 보았다.
▲꾼들이 기억하는 것은 돈을 많이 딴 판이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뼈아픈 고배를 마셨을 때이다. 이 순간은 이상할 만큼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잭 킹).
▲羊(양)의 털은 여러 번 깎을 수 있지만 껍질은 단 한 번밖에 못 벗긴다(상대방의 돈을 모두 따려 하지 말라는 의미의 충고-아밀로 슬림).
▲무제한 게임에서 이기는 비결은 상대방의 돈을 모두 걸게 만드는 것이다(도일 브론슨).
▲포커의 철칙, 상대방이 보여주는 패를 우습게 보지 말라(브라이언 코펠만).
▲여러 사람이 모인 포커판에서 시작한 지 30분 만에 봉이다 싶은 놈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 봉이라는 증거다(브라이언 코펠만).
▲인생은 결정적인 한순간을 위해 사는 것(파파 월렌다이).
▲지갑에 있는 돈을 몽땅 칩으로 바꾸는 짓은 하지 말라. 포커판과 슬롯 머신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지갑 속의 돈은 한 번 나가면 다시 채워지기 어렵다(지미 카이지르).
▲도박(Gamble)은 엄연한 직업이라고 천하의 도박사들은 말한다. 그들은 일확천금의 망상을 갖지 않는다. 단지 인건비만 건진다고 생각할 뿐이다. 시간당 한 건이면 충분하다. 패가 좋을 때면 왕창 긁어 오고, 패가 나쁠 땐 몸을 사리고, 요행수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토니 커프만).
바늘에 실 가듯 따라 다니는 賣春業
라스베이거스를 상상할 때면 쭉 빠진 미녀들의 술 서비스와 포커판에서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그렇고 그런 여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정작 라스베이거스에 와서는 좀 색다른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우선 카지노를 다녀봐도 쭉 빠진 미녀들이 서빙을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 50代는 넘어 보일 노년층 여인들이 미니 스커트를 입고 서빙을 하곤 했다. 한두 군데가 아니라 일류 호텔 카지노 업장은 거의 모두가 이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洪旼植(홍민식·63)씨와 文英三(문영삼·60)씨는 5·16 혁명 직후 金鍾泌 공화당 의장에 의해 탄생된 예그린 악단 멤버로 해외 순회 공연을 하다 1965년경 라스베이거스에 정착해 지금까지 살고 있는 교민 1세대들이다. 이들은 라스베이거스의 이면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사정에도 아주 밝다. 기자가 호텔을 다니며 의아해 했던 문제들은 이분들이 많은 설명을 해 주었다. 지금도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호스티스들이 할머니 같다는 기자의 놀람에 대해 이렇게 해명해 주었다.
『라스베이거스는 나이가 들수록 살기 좋은 곳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해고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週 5일 노동에 정년까지 직책이 보장되어 있어 나이가 많다고 해서 경영주가 마음대로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없는 겁니다. 호스티스들은 시간당 5달러 정도를 버는 하급직 급료 수준이 보장된 직업이지만 팁을 합산하면 무시 못하는 직종입니다. 그러니 옮기고 싶지 않은 것이죠. 호텔측으로서는 이것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법이 버티고 있는 한 단 한 명도 다른 직종으로 옮기질 못합니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최고령 호스티스는 70세가 넘은 할망구입니다. 이런 할망구가 실크 스타킹에 미니 스커트를 입고 술을 따르니 술맛이 안 난다고 손님들이 야단이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어요』
세계 최고급 호텔에서 세계 최고령 할머니 호스티스를 보게 된다는 점도 라스베이거스가 갖는 또 다른 기록일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를 상징하던 賣春業 혹은 섹스 산업은 사라졌을까. 눈을 부라리고 찾아 봐도 호객행위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던 기자의 눈에 사흘째 되던 밤에야 비로소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 권역 내에서 매춘은 불법이었다. 실상 어느 나라나 이것을 합법적으로 보장하지 않지만 이곳은 특히 엄하게 단속하고 있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라스베이거스市 당국은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들을 모조리 市 밖으로 내쫓아 버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 本性이 변하지 않는 한,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라스베이거스 당국은 튀어나오는 부분을 기막히게 통제해 두고 있었다.
우선, 18세 이하라면 부모의 동행 없이 번화가로 나오지 못하게 법을 정했다. 그리고 이 지역 內에서는 우리네 거리의 물물교환용 벼룩시장 무료 가판대 같은 신문 진열대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해 두고 매춘업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여성들이 사용하게 허가해 주었다. 이른바 「옐로 페이지」라는 섹스 광고지가 신문 진열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이다. 무료이고, 기자는 이미 成年이므로 당당하게 집어서 살펴보았더니 요란한 사진과 전화번호가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섣부른 관광객들은 이들과 한 번 즐기려다 곤란한 경우를 많이 당한다고 교포 유학생 출신의 배순익(26)씨가 귀띔해 주었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일종의 「스트립 걸」이라고 한다. 전화 통화를 하면 스트립 쇼를 하는 「바」까지 안내하는 여자들이 있고, 손님이 원할 경우 손님의 숙소까지 찾아와 손님 앞에서 「스트립 쇼」를 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 접촉하는 선을 넘어서는 경우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두 사람이 합의하에 일을 저지르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곳곳에서 몰래 감시하는 경찰의 눈을 따돌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도 수 백 달러를 건네 주어야 할 만큼 비싸다고 한다.
이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아주 특별한 「메뉴」가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는 거미처럼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메뉴」
라스베이거스의 요모조모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러나 모르는 사람들은 감쪽같이 속고 지나갈 수 있는 것이 이 「메뉴」에 관한 것이다. 기자는 「메뉴」에 관해 취재하기 위해 택시 기사와 흥정을 해야 했다.
라스베이거스의 거의 모든 택시 기사들은 자신들의 사물함에 한 권당 5달러씩 받고 손님들에게 파는 「메뉴」를 갖고 있다. 표지에는 「유서 깊은 치킨 랜치(Historic Chicken Ranch)」라는 제목 옆에 「메뉴」라고 씌어 있었다. 「랜치」가 牧場(목장) 혹은 農場(농장)이란 뜻이니 「치킨 랜치」란 양계장쯤 될 것이다.
기자가 구해 본 이 메뉴는 네 장으로 되어 있다. 사진은 한 장도 없고 오직 글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은 「치킨 랜치의 전설」이란 부분과 구체적인 메뉴판으로 편집되어 있다.
우선 메뉴판을 보면 식사 전에 식욕을 돋우기 위해 제공되는 에피타이저(前菜)와 랜치 스페셜, 디저트, 음료, 본 메뉴 등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코스마다 요리 이름 대신 희한한 문구가 채워져 있다. 에피타이저 코스에는 마사지, 교환 마사지, 가슴 마사지, 란제리 쇼, 거품 목욕, 프랑스식 오일 마사지 등이다. 물론 코스가 진행될수록 선택할 수 있는 요리(?)들은 다양하고 농도도 진해진다.
바가지가 심한 식당일수록 메뉴판에 가격을 표시하지 않듯이 이 메뉴판도 가격이 없었다. 기자는 메뉴판을 구해 들고 갈등한 끝에 택시 기사와 다시 흥정을 했다. 조선시대에 기자란 직업이 있었다면 百問而不如一見(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은 기자의 몫이었을 것이다. 가 보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기자는 왕복 200달러란 巨金을 들여 택시를 탔다.
야밤에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벗어난 택시는 1시간 20여 분을 달려갔다. 차 안에서 메뉴 책자에 소개된 「치킨 랜치의 전설」을 읽어보니 천박한 賣春업종 운영자들조차 얼마나 정성들여 관광객들을(물론 신체 건강한 남성에 한해서만) 유치하려 애쓰는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치킨 랜치의 전설 - 치킨 랜치는 텍사스가 州로 승격될 무렵 아름다운 콜로라도 강 부근에서 탄생했다. 남북전쟁 당시에는 이 지역이 농부와 목동과 군인 그리고 일반인들의 휴식처로 제공되었다. 치킨 랜치는 경제 공황을 맞아 어렵게 살아 남았다. 세계 제2차대전 때에는 산 안토니오 지역과 라 그랑제 지역의 군사기지에서 근무하던 戰士들이 고객이었다. 텍사스에서 태어난 린든 존슨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방문하여 치킨 랜치의 명성은 全 세계로 퍼져 갔으며 미국 남서부의 역사에 기록되었을 정도다.
그러면 어떤 여성들이 이곳에서 거주하고 또 떠나고 할까. 그들은 대부분 결혼생활이나 가족 부양의 책임을 끝내고 여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아름답고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130년 동안이나 법적인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평화롭게 지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1973년에 마빈 진들러라는 휴스턴 텔레비전 방송 기자에 의해 시작된 군중 시위로 인해 정부의 압력이 치킨 랜치에 가해졌다. 이로써 텍사스에서의 치킨 랜치의 역사는 막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1978년에 치킨 랜치의 역사를 말해 주는 「가장 좋은 텍사스의 창녀촌」이란 뮤지컬이 전국적으로 공연되었고 버트 레이놀즈와 돌리 패튼은 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텍사스에서 치킨 랜치가 문을 닫게 되자 진취적인 자본가가 네바다州 라스베이거스 인근에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하여 매월 100만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여기서는 현재 현금과 수표와 카드를 취급하지만 치킨은 취급하지 않는다.
1982년 이후 지금의 치킨 랜치는 北캐롤라이나에서 생물학 교사로 일했던 러셀 리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거실에 들어서면 당신이 만나는 여성들은 우아하게 치장하고 에로틱한 분위기로 안내해 줄 것이다. 그녀들이 걸친 이브닝 가운들은 모두가 네바다州 의상실에서 특별히 마련된 것들이다. 택시 기사에게 우리에 관해 물으면 그들은 언제나 당신을 우리들에게 모셔다 주고 또 당신의 숙소까지 모셔 갈 것이다>
치킨 랜치로 가는 길
달리는 택시 안에서 실내등을 켜고 읽은 이런 내용은 기자를 감동시켰다. 세상에 어느 창녀촌이 이런 역사를 갖고 있을까.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니 모두 사실이라고 한다(독자들 중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일이 있다면 기자처럼 순진한 바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내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근사한 마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분명히 한국의 이름난 홍등가보다 더 화려하고 멋들어지게 해 두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홍등가를 보게 될 기대감에 구경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다.
택시는 어둠 속을 쉬지 않고 달려갔다. 달밤에 「죽음의 계곡(Death Velly)」이란 사막을 달리는 손님이 창녀촌을 향한다고 생각하자 喜劇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돈을 벌게 된 운전기사는 신이 난 모양으로 기자의 온갖 질문에 응해 주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많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일본인이고 한국인이 그 뒤를 잇는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20년을 살며 자식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이런 일은 교육상 별로 害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자녀들이 이런 사안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둠 속에 펼쳐진 고속도로에는 차량도 거의 없었다. 가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늑대가 달려들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1시간20분 가량을 달렸으니 서울에서 대전 정도되는 거리이다.
가는 도중 운전기사는 계속해서 기자의 의향을 확인했다.
『가서 하고(?) 나올 거냐』는 것이었다. 취재한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얼마냐고 묻자 한 200달러 정도 된다고 했다. 왕복 택시비를 합치면 400달러가 날아가는 것이다. 지갑 속 사정을 더듬어 보았다. 아슬아슬 하지만 돈을 아껴 쓴다면 가능한 액수란 생각이 기자의 理性을 마비시켰다.
한참을 달려 새벽 한 시가 넘었을 때 택시는 파럼(Pahrump)이란 푯말이 붙은 마을로 접어들었다. 말이 마을이지 황량한 사막에 수백m마다 한 채씩 집이 있는 곳이었다. 입구에서 약 10분을 달려 속도를 줄이는데 기자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남북전쟁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古家 한 채가 전부였다.
황량한 벌판이 모두 주차장이겠지만 택시 기사는 차를 돌려 문 앞으로 몰았다. 이미 거기엔 대여섯 대의 차량이 와 있었다. 거대한 리무진까지.
아무렴 어떠랴. 기자의 속마음엔 200달러만 지불하면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솔직히 조금은 있었다.
밖에서 보니 집은 童話 속의 그림 같은 느낌이었다. 운전기사가 나무 울타리에 달린 벨을 누르자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현관에 올라서니 한눈에 날건달이란 생각이 들 정도의 우락부락한 백인 남자가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지극히 계산된 친절함이 어색하게 묻어 나왔다.
거실로 들어서자 오른쪽엔 작은 소파들이 놓여 있었고 대기중인 운전기사들이 멀뚱멀뚱하게 기자를 쳐다보았다. 돈 많은 동양인 한 놈이 또 왔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기념품까지 파는 창녀촌
왼쪽으로 난 거실은 아주 넓고 아늑했다. 대형 소파가 앉기에도 황송할 만큼 멋지게 차려져 있었는데 날더러 이곳에 앉으라고 한 것은 문을 열어 준 건달 같은 사내였다. 그는 보안관 배지 비슷한 것을 가슴에 달고 있었고 허리에는 권총 벨트를 매고 있었다. 거실을 둘러보니 치킨 랜치를 디자인한 모자와 셔츠 등 기념품도 팔고 있었다. 기념품을 파는 창녀촌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기자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잠시 후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백인부터 황인, 그리고 흑인에 이르기까지 3大 인종의 여성들이 기자 앞에 도열했다. 안내서에 쓰인 대로 이브닝 드레스를 걸치고 나왔는데 세어 보니 모두 열 세명이었다. 그러니까 이들이 기자가 방문한 시점에 손님을 받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던 여자들인 셈이었다.
이들은 차례로 자신의 이름을 한 번씩 말하고는 멀뚱멀뚱 기자만을 쳐다 보았다. 기자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얼 하라는 건지 알 수 없었으니까. 건너편에서 지켜보던 덩치 큰 건달이 『골라 봐』라고 했다.
취재하러 왔는데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이쯤에서 돌아가야 하는데 일어설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일단 가격부터 물어봐야지.
『얼만데요?』
기자의 이 질문이 여자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싹 가시게 만들었다. 날건달은 기자를 어이없게 쳐다보더니 「뭐 저런 게 다 있나」하는 투로 『갓 뎀』이라더니 『방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이래 저래 한 여자를 선택하고 나니 그녀는 기자를 데리고 복도로 들어섰다. 밖에서 볼 때 별로 큰 집은 아니라고 느꼈지만 복도에 들어서자 이 집의 용량은 대단히 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기엔 좁은 복도 양 옆으로 방문들이 촘촘했다. 미국에서 이처럼 좁은 복도와 작은 방을 본 적이 있었을까.
방에 들어선 뒤 기자는 비로소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홍등가는 홍등가일 따름이다. 더블 침대 하나, 작은 화장대와 서랍장 하나. 용산 전자상가에서 10만원 미만에 살 수 있는 저품질 카세트 오디오 한 대, 비디오와 텔레비전 한 대, 그리고 손수건 한 장만한 세면대가 전부였다. 나머지 공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자신을 실리아라고 소개한 여성은 기자를 침대에 앉혀 놓고 그야말로 봉 잡았다는 표정을 숨기려 애쓰면서 메뉴를 소개했다. 그녀가 부르는 메뉴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었는데 들어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액수였다.
예를 들어 안마(마사지)가 300달러, 그러니 그 이후의 코스엔 더 높은 가격이 붙는 게 당연했다. 코스마다 가격을 모두 불러달라고 하여 들어 보니 이곳에 와서 즐기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라면 차비를 제외하고 최소한 500달러는 있어야 했다. 택시 기사가 말했던 200달러는 순전한 거짓말이었다.
자칫 기자와 만리장성을 쌓을 뻔한 실리아를 달래면서 『운전기사가 200달러라고 해서 돈을 적게 가져왔는데 호텔에 가서 다시 돈을 가져오겠다』고 하며 방을 나왔다. 하지만 웬만한 관광객들이라면 그 먼 거리를 달려가서 조금 비싸다고 그냥 나올 수는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곳으로 올 때의 친절한 운전기사는 돌아올 때는 없었다. 그는 화가 잔뜩 난 사람으로 바뀌어 기자에게 택시 요금을 더 달라고 조르면서 한 시간 반을 달려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다. 이들은 손님을 유치하는 代價(대가)로 치킨 랜치라는 곳에서 팁을 두둑히 받게 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왕복 택시비 200달러에 50달러를 더 얹어 주고는 호텔 앞에서 내렸더니 새벽 세시가 넘었다. 카지노에서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골수분자들이 아직도 기계와 결투를 하고 있었다. 5달러짜리 「메뉴」에 적힌 「치킨 랜치의 전설」을 생각하니 웃음이 터졌다. 인간이 인간을 유혹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치킨 랜치는 리얼리티를 살려내 역사와 접목시키고 과장한 뒤 현대적 감각으로 포장했지만 그 속은 더도 덜도 아닌 창녀촌이었다. 이런 윤락가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주민과 당국의 容認(용인)도 한몫하고 있었다. 이런 분석 끝에 내린 결론은 인간을 유혹해 돈을 버는 사업을 배우려면 라스베이거스에 와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250달러를 지불한 대가였다.
가족을 즐겁게 해주는 흥행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장과 매춘업소를 가 본 기자는 마지막으로 쇼를 관람하기로 했다. 호텔마다 대형 네온사인 간판을 내걸고 각종 쇼를 선전하고 있었다. 대형 호텔들은 매일 저녁 수십 가지의 쇼를 공연한다. 원맨 쇼, 마술 쇼, 서커스, 코미디, 연극, 권투, 킥복싱, 레슬링 등. 식사를 하면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쇼가 다 열리는 셈이었다. 사람만 즐겁게 할 수 있는 쇼라면 어떤 장르도 가리지 않는 곳이 라스베이거스이다.
코미디나 원맨 쇼는 고급 영어를 해독해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옆 사람이 웃을 때 따라 웃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기자는 시저스 팔레스 호텔의 마술 쇼를 예약해 두었다.
저녁 7시에 시작된다기에 15분 전에 내려 갔더니 입구에는 벌써 열댓 명의 손님들이 로마 병정 차림의 巨軀(거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마술 쇼 단원이었는데 기다리는 손님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임무를 다하는 중이었다. 농담도 재치 있게 받아 넘기면서 작은 마술을 현장에서 보여주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시간이 다 되자 입구가 열리면서 먼저 도착한 스물다섯 명이 들어가게 되었다. 입구는 로마 시대의 城 아래에 마련된 지하통로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벽돌 한 장 한 장마다 치밀한 마감질로 다듬어져 匠人 정신이 느껴질 정도였다. 구석 구석으로 눈길이 닿는 곳마다 경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해골이나 로마 시대의 유물을 모조품으로 장식했고 벽엔 진짜 횃불이 펄럭이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호텔 경영자는 로마시대를 잘 구현해 내는 실내 장식 분야의 大家를 찾아내 비싼 임금을 지불해 가며 이 정도의 효과를 얻고자 했을 것이다.
마술 쇼는 로마 시대의 식당가에서 시작되었다. 음식을 나르는 웨이터와 호스티스들은 모두 로마시대의 복장으로 통일되어 있었고 손님들을 즐겁게 해 주는 마술사는 정말 예쁘다고 생각되는 여자였다. 그녀가 연출하는 마술이 진짜가 아님을 모든 관객들은 알지만 어떻게 속이는가를 추리하는 데 즐거움이 있었다.
그녀와 다른 마술사들이 펼치는 기술들은 한국의 마술사들도 할 수 있는 기술들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마술사들은 왜 한국의 마술사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까. 기자는 마술 쇼를 보면서 내내 우리 사회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곡마단의 마술사들을 떠올려 보았다.
마술 쇼는 식사를 마친 뒤 세 개의 방을 통과하면서 각기 다른 종류의 마술을 즐기도록 고안되어 있었다. 세 시간 만에 끝난 이 쇼를 보면서 75달러가 조금도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개 쇼가 좋으면 음식이 나쁠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이 두 가지 모두 質的인 차이가 거의 없었다. 물론 손님에 대한 단원들의 친절함도 최상급이었다.
가족과 함께 와 보았으면 하는 희망이 기자에게도 솟아날 정도였으니 이 쇼는 성공한 셈이다. 실제로 기자와 같은 팀의 관객 중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세 팀이나 되었다. 그 중 한 팀은 결혼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 전체가 이곳에 왔다고 한다.
호텔 수입의 70%가 카지노에서 발생
라스베이거스 상공회의소에서 만난 트리쉬 윌리엄슨(女·32) 공보담당관은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은 카지노에서 수입의 70%를 벌어들이고 숙박업에서 20%, 음식과 쇼에서 10% 정도 이익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한 호텔이 하루에 얼마나 벌어 들이죠?
『구체적인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시저스 팔리스나 벨라지오 같은 일류 호텔들은 하루 매상이 최소 100만 달러가 되어야 겨우 마진을 지키게 됩니다. 그러니까 MGM 같은 곳은 더 하겠지요?』
각 호텔들이 카지노로부터 매일 70만 달러 이상씩을 벌어들인다는 이야기다. 이런 호텔들이 자그마치 서른 개쯤 되니 하룻밤에 2100만 달러씩 버는 셈이다. 한국의 순진한 호텔 영업은 방을 팔아 수익의 70%를 남기고 식당 영업에서 20%, 연회장 貸與業(대여업)으로 10%를 벌고 있으니 차원이 다르다.
그녀는 네바다 州 정부의 수입원 중 60∼70%가 카지노에서 거둬들인 세금이라고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害惡을 끼치는 도박이지만 公益에 괄목할 만한 기여를 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사업이었다.
우리의 경우 태백市의 카지노 단지 조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계획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네바다 州정부가 처음 도박을 합법화하고 라스베이거스를 도박의 도시로 건설할 당시 어떤 반대에 부딪쳤고 어떻게 이를 극복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진 기자는 금방 무안해져야 했다. 그녀는 이런 대답을 해 주었다.
『그 때엔 반대고 뭐고 할 주민들이 없었거든요. 시민단체도 당연히 없었지요』
강원도 東江 댐 공사가 무산되다시피 하고 태백市의 카지노 단지 조성이 소리 소문도 없이 조용히 진행되어야 하는 우리와 다른 점은 주민과 시민단체의 有無에 있었던가 보다. 기자에게 그녀는 한 수 가르치듯 이런 말도 해 주었다.
『먼저 갬블(Gamble·노름)과 게임(Game·오락,경기)을 구별할 필요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갬블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것이랍니다. 요즘 우리도 카지노 손님들을 갬블러(Gambler·도박꾼)라고 부르지 않고 게이머(Gamer)라고 부르지요. 語感(어감)의 차이가 종국에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미국인들의 이혼 사유 중 약 60%가 배우자의 賭癖(도벽) 때문이라고 한다. 공보담당관 트리쉬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州정부가 앞장서서 카지노 사업을 독려해 온 이유는 마땅히 다른 산업기반시설도 없었다는 점 이외에 公益性이 너무나 지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범죄율이 낮은 도시
기자가 시내를 둘러 본 소감을 『의외로 평온하다』고 말하면서 범죄율을 묻자 그녀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어떻게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말해 주었다.
『풍부한 재정으로 경찰 공무원들을 고급화시킨 것이 첫 번째 이유가 될 겁니다. LA같이 인구가 많고 공무원들의 대우가 비교적 좋지 못한 곳에서는 경찰력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지요. 우리의 경우, 경찰 공무원에 대한 대우나 근무환경이 아주 좋습니다. 이것이 범죄 발생을 낮추게 된 첫번째 원인이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카지노로부터 얻은 수익금 때문입니다.
또 다른 요인을 꼽으라면 호텔 업주들이 수익금의 일부를 자체 경비 시스템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큐리티 가드(Security Guard·일종의 請願警察)를 고용해 카지노 내부를 샅샅이 경비토록 함으로써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지요. 특히 이들 시큐리티 가드와 경찰 간의 연계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시큐리티 가드들은 현장 체포권은 없지만 진압권을 갖고 있기도 하지요.
관광도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범죄율이 낮아야 한다는 데 호텔측이나 市 당국이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어요』
―마피아들의 개입이 지금도 있다고들 하는데요.
『1980년대 초에 시작된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는 州정부로 하여금 중앙정부로부터의 財政 독립을 유도했지요. 이때 네바다 州정부는 「NGCB(네바다 게임 감독 위원회)」를 통해 탈세와 조직범죄 등을 박멸하게 됩니다. 범죄가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면 州정부의 수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거든요. 이후 마피아가 개입하는 일은 사라졌지요』
유흥가와 범죄 조직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로 알고 있는 기자로서는 의외로 교과서 같은 답을 들은 셈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읽은 공보담당관은 이런 말로 기자를 설득했다.
『현금 보유를 가장 많이 한 사람들이 이곳에 머무는 관광객들입니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강도에게 몇 십만 달러씩 털렸다는 소식이 들리면 누가 라스베이거스를 다시 찾겠습니까』
―한국인들은 얼마나 옵니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본토에서 오는 한국인들은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많지 않아요. 교포나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제법 되지만』
한국에서도 탄광촌을 再개발하여 카지노 단지를 만들려고 하는데, 필요한 助言을 부탁했더니 그녀는 이런 말을 해 주었다.
『한국을 가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그곳에서 오신 분들을 만난 적은 있습니다. 태백이란 곳에서 카지노 단지를 건설한다는데, 무엇보다 주민과 당국이 협조를 통해 카지노에 대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갖게 하는 것이 첩경일 겁니다. 폐광촌의 지역개발에 가장 효율적인 산업은 이것 말고 딱히 다른 게 없을 것이니까요』
『돈 따지 않는 것이 돈 따는 비결』
이곳의 약 8000여 명 정도되는 한국 교민들은 미국의 다른 州처럼 열성적인 宗敎활동을 하면서 생활하는 것과는 달리 비교적 조용하게 지내는 편이다. 마지막 날 밤늦은 시각에 교민 洪旼植씨, 文英三씨, 丁漢洙(53)씨, 蔡洙榮(49) 등 네 분이 기자를 위해 蔡씨 집으로 모였다. 20년 이상 이곳에서 살아 온 이들은 교민 중 고참급에 속한다. 현재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식당가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이들은 오랫동안 호텔과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한 경험담을 기자에게 들려 주었다. 이 분들의 이야기를 이름 없이 소개한다.
―카지노에서 한국인들은 어떤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까.
『중국인들은 도박을 즐길 줄 압니다. 그런데 토종 한국인들은 성질이 급해요. 조금 잃었다고 생각되면 막 갖다 지릅니다. 그리곤 결국 다 잃어 버리는 것이죠』
『한국 카지노 세계에서 유명한 모씨가 여기서 큰 판에 참가한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실망했어요. 왜 한국 사람들은 남을 인식하려는지 모르겠어요. 자기 자리에 쌓아 둔 칩들을 남들이 어떻게 봐주는지, 자기가 크게 베팅하는 걸 남들이 어떻게 봐 주는지 자꾸만 주위를 둘러 보는 겁니다. 한국 사람은 과시 욕구가 참 많아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스트였던 「로라 崔」란 여자가 한국에 들어가 도박빚을 받아 오려다 검찰에 적발된 사건이 난 후로는 한국에서 거물들이 이곳을 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국인들은 귀빈 대열에 끼지 못하지요. 최근에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참 많이 왔어요. 한국 유학생들도 돈을 펑펑 쓰는 걸 종종 봅니다. 株式투자로 성공하니 그 돈으로 여기서 도박을 하는 모양인데 국내에 카지노가 있다면 그 돈은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지는 않겠지요』
―이곳에 와서 돈을 따는 비결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돈을 많이 따지 않는 게 돈을 따는 비결입니다. 제 친구 동생 하나는 27년 전 이곳에서 일하면서 버스 보이(Busboy·테이블의 접시를 나르는 일로 팁이 짭짤한 직업)를 했어요. 그 아이가 7달러를 걸어서 3800달러를 딴 적이 있어요. 그때 돈으로 큰 돈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차도 샀으니까요. 그런데 그후 7년 동안 단 돈 1달러도 집으로 가져 온 적이 없었습니다. 도박은 돈을 따면 안됩니다. 그 순간부터 즐길 수가 없게 되거든요』
『한 7~8년 전 뉴욕 식당에서 일하던 한국 여자 한 사람은 여기 와서 5달러로 3500달러를 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일 년쯤 뒤엔 집 다 날리고, 이혼 당하고, 나중엔 병을 얻어 죽고 말았지요. 여기 와서 돈을 따 가겠다는 사람만큼 미련한 사람이 없어요. 가장 미련한 사람들에 한국 사람이 속해요. 필사적이거든요. 물론 그 중에는 몇 만 달러씩 따 가는 사람도 있지만 종국에는 다 잃는다고 보면 됩니다』
노인들의 天國
―한국인에게 도박은 적성에 맞지 않는 모양입니다.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니까 집안 들어먹는 사람이 많지요. 하지만 한국도 도박장을 개설하고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여기 와서 돈을 흘리고 가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 것이죠』
―주민으로서 이곳에서 살아 보니 어떻습니까.
『도박에 안 빠지면 생활비가 참 적게 드는 도시입니다. 세금도 적은 데다가 동네에서 조금 걸어 가면 호텔들이 나오지요. 카지노 손님들을 위해 이곳 호텔들은 24시간 운영되고 아침 정식이 1달러 99센트예요. 노인들은 아침 6시면 일어나 호텔 식당엘 가곤 합니다. 계란 프라이에 오렌지와 베이컨이 나오고 커피는 무한대니까요』
『은퇴한 뒤의 생활이 참 좋아요. 연금도 나오고 하급직이지만 1주일에 5일 동안 이렇게 친구들과 일을 하고, 토요일엔 낚시, 일요일엔 골프장을 다닐 수 있어요. 무엇보다 호텔이 24시간 문을 여니까 우리 같이 늙어서 잠이 안 오면 아무 곳이나 갈 수 있으니 좋고, 오락으로 하는 도박이어서 치매 방지에도 좋고, 기후도 건조하니 신경통 걱정이 없지요』
―하지만 길거리 곳곳에 매춘업을 알리는 옐로 페이지가 돌아다니고 치킨 랜치 같은 윤락가가 유명해져 곤란하지 않습니까.
『지금 한국의 서울에서 한 여자 경찰서장이 미아리 윤락가를 없앤다고 하는데요, 잘못 처리하면 그 동네만 깨끗해질 뿐 다른 동네 가정집까지 파고 들 겁니다. 인간 본성을 죽이려 들면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게 세상 이치 아닙니까. 없애려 하지 말고 市 밖으로 몰아내 주어서 그들도 살게 해 주어야 할 겁니다』
―범죄가 거의 없다는데 사실입니까.
『옛날에 비하면 늘었지요. 마피아가 설칠 때는 좀도둑이 없었어요.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렸으니까. 요즘은 컨벤션 시즌이 되면 LA에서 소매치기와 창녀들이 몰려 와요. 경찰은 초비상이 걸려 거리마다 사복형사들이 깔리지요. 다른 도시에 비하면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호텔마다 쇼를 참 잘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무얼 배워야 할까요.
『예그린 악단에도 있어 보고 무대 장치를 해 봐서 아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직업을 천하게 여기는 풍토가 강했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무대 장치가나 쇼 기획가나 대단한 부자들입니다. 능력을 인정받아 부자가 되는 풍토가 만들어지면 한국도 나아지겠지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라스베이거스 맥카렌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기자는 이 도시가 왜 성공하고 있는지를 되짚어 보았다.
인생을 즐긴다는, 우리에겐 죄책감이 먼저 일어날 표현들과, 賣春業조차 적당히 용인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발판으로 이용하는 세계 최강국의 관광도시. 5일간 기자가 만나 본 미국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갖지 못한 여유가 아니었을까. 그 여유란 物質의 풍요함에서 온 것일까, 思想의 건강함에서 온 것일까.
物質이라면 所有的 思考에서 연유한 것일 터이다. 所有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生産과 分配로 나뉘어진다. 제대로 된 생산과 제대로 된 분배란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 분배를 중히 여기면 생산이 타격을 입어 그 집단은 구제불능으로 전락하고, 반대로 생산을 중히 여기면 분배의 모순이 생겨 계급 혁명의 원료가 제공된다. 흔히 자본가와 노동자로 세상을 나누는 思想의 基底(기저)에는 이런 所有的 관념이 지배적이다. 所有的 관념이 지배적인 사회는 상호간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계급투쟁이란 악순환을 반복한다.
민중을 위한다고 나서는 정치 지도자가 등장하면 그 나라의 대기업과 상공업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기업과 경영주만 중시하는 정치 지도자가 등장하면 民亂을 자초하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에서 오래 살면 살수록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지고 쉽게 화를 잘 내는 성미로 변하기 마련이다.
오늘날의 라스베이거스를 이뤄낸 미국인들의 여유로움이 思想의 건강함에서 나왔다면 그것은 삶의 樣式을 가름하는 存在的 思考에서 연유한 것일 터이다.
이 세상을 存在的 관점에서 보면 創造(창조)와 享有(향유)로 나눌 수 있다. 創造物을 서로 나누어 즐기는 것이 享有이다. 기자가 열심히 취재해서 기사를 쓰는 행위가 創造하는 과정이고, 수많은 독자가 읽어줄 때의 享有하는 과정은 잠시 후 기자에게 정신적인 격려로 돌아와 기자의 삶을 강화시킨다.
安哲秀라는 사람이 백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創造이고, 이를 무료로 인터넷에 올려 누구나 쓸 수 있게 한 것이 享有하는 삶이다. 염가로 봉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창조하는 사람은 인생을 즐길 줄 안다. 오늘의 라스베이거스가 있게 된 것은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사람이란 창조적인 사람이다. 우리에게도 재능 있는 人才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기자가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지 못한 존재가 라스베이거스에는 있었다. 그곳에서는 창조적인 일을 하는,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그 노고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여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줄 아는 경영주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창조적인 직원들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면 할수록 훗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창조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삶을 즐기게 한다. 즐거우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그만큼 돈은 더 벌리게 되어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거리를 5일 동안 걸어 다니며 기자가 찾았던 성공의 비결은 이것이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던 기자는 우리 곡마단의 마술사를 떠올렸다. 우리는 왜 그들을 세계적인 마술사로 성공시키지 못한 채 뒷골목으로 몰아내야 했을까. 그들도 라스베이거스의 부유한 마술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개척해간 창조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면서….
회색 스모그가 자욱한 김포공항에 착륙한 뒤 기자가 받아 본 신문은 現代 그룹의 후계자 문제가 일면 톱으로 올라와 있었다. 거론되는 이름 속에서 정작 現代 자동차를 만들고 이끌었던 전문경영인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기자는 귀국한 것이다.●
지난 한 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관광객은 3400만여 명. 매일 1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비행기로, 자동차로 사막을 가로질러 이곳으로 몰려드는 셈이다. 게다가 市 전체 인구는 매월 5000명씩 증가한다. 20세기 초 거주민 25명이 전부였던 이곳이 한 세기를 지내는 동안 인구 130만명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는 국제 관광 도시로 변모하게 된 비밀은 무엇일까.
지난 3월20일 낮,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旅裝(여장)을 푼 기자는 라스베이거스로 가기 위해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을 찾았다. 지도상으로 약 450㎞ 정도, 버스로는 6시간 반이 걸린다.
한 시간이 걸리는 비행기보다 느린 만큼 요금도 3분의 1 수준(왕복 48달러)이다. 표를 사면서 『라스베이거스』라고 행선지를 밝히자 『굿 럭』이라는 인사말이 돌아왔다.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돈을 따는 데 없어서는 안될 運(운)을 빌어주는 게 관례가 되어 있는 것이다.
버스 외곽 전체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Casino) 광고로 새빨갛게 도배한 이 차에는 동양인이라곤 기자뿐이었고 흑인, 멕시칸, 히스패닉(南美系)들과 그리고 한 명의 바싹 여윈 백인 영감 등 열댓 명이 앉았다. 미국에서 고속버스 여행이란 下層民(하층민)과의 조우를 의미한다.
모하비 사막을 가로질러 간다는 사실 때문에 앞자리에 앉아 전망을 보려 했던 기자는 「老弱者席」이란 팻말을 철저하게 지키는 승객들의 분위기에 밀려 함부로 앉을 수가 없었다. 운전기사에게 신분을 말하고 양해를 구하자 그는 上衣(상의)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VIP」라는 표찰을 기자의 옷깃에 달아 주고 제일 앞자리에 앉게 해 주었다.
「세븐」이란 영화의 老형사役으로 인상이 깊은 흑인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과 사촌간이라는 운전기사 넬리 프리먼씨는 자기를 월남전에 참전한 하사관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직업군인으로 轉役(전역)하자 국가에서 마련해 준 직업이 버스 운전기사였고 그는 이 직업을 사랑한다고 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그는 차내 마이크를 통해 승객들에게 이 버스가 경유할 곳과 시간 등을 참으로 자상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7년간 단 한번도 사고를 내지 않은 본인의 차에 탑승한 여러분은 행운입니다』라며 농담 섞인 안내방송을 하는 통에 버스 안의 승객들은 금방 환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欲望이란 이름의 도시 한 시간쯤 달리자 버스는 로스앤젤레스 외곽으로 빠져 나가면서 사막지대로 들어섰다. 캘리포니아州와 네바다州의 동남부 4분의 1 이상이 사막성 지대이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동쪽 끝에서부터 멕시코 국경까지 약 11만㎢의 넓이로 대한민국의 남반부 국토만한 사막이 존재하는 셈이다. 미국 서부 네바다州의 풍경은 서부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면 전혀 낯설지 않다.
사막의 풍경은 아름답다. 태양빛의 각도에 따라 음영이 달라져 갈색 계통의 풍경이 변화해가는데 가히 환상적이다. 기름기 흐르는 아스팔트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300여 종이 넘는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다. 잘못하다간 생명도 건지지 못할 大自然과 첨단 文明이 아슬아슬하게 맞붙어 있는 곳이 미국 대륙이란 실감을 하게 한다. 밤이면 사막 거북과 방울뱀과 코요테(북미産 늑대)가 어슬렁거리고 서부 개척시대에 주인으로부터 도망간 노새들이 代를 이어 생존하며 이제는 野生化(야생화)되어 대낮부터 떼지어 다니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캘리포니아州와 네바다州는 모두 1850년대에 불어닥친 골드러시를 통해 개척된 곳이다. 1848년 캘리포니아의 한 농가에서 金이 발견되자 이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록키 산맥과 태평양 연안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불과 일년 만에 캘리포니아에는 10만여 명이 몰려들었고 이듬해인 1850년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한 州로 가입하게 된다. 인접한 콜로라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지역에서도 금, 은, 구리, 납의 발견과 함께 州가 성립하여 1870년대에는 이른바 광산 왕국이 출현하기까지 했다. 미국 極서부 지역 개척의 계기는 이처럼 金을 캐내어 富者가 되겠다는 欲望(욕망)을 원천으로 삼는다.
대한민국보다 넓은 땅을 개간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동양식 사고방식으로는 秦始皇(진시황)같은 超독재자의 힘을 빌어야 했을 것이다. 秦始皇은 强制力(강제력)을 동원해 萬里長城(만리장성)을 쌓았지만 지금은 이끼 덮인 석조물로 역사의 剝製(박제)가 되어 있는 반면, 개개인의 욕망이 모여 이루어진 캘리포니아와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은 都市로서의 생명이 무한하게 꿈틀거린다. 미국 문화의 원천은 禁慾을 강조하고 富를 경시해 온 동양의 儒敎문화권과 반대로 인간의 欲望과 富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통제하려는 데서 출발한다. 달에서도 보이는 萬里長城과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은 이런 면에서 좋은 대조가 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州 동남쪽의 모하비 사막 한쪽의 盆地(분지)에 세워진 도시이다. 1829년 스페인 탐험대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 지역은 1855년 모르몬 敎徒(교도)들이 인근한 유타州 솔트레이크 시티에 처음 정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라스베이거스는 대륙횡단 철도가 이곳에 驛을 개설한 1905년 3월15일을 탄생일로 삼는다. 대륙횡단 철도가 캘리포니아에서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유타州로 향하는데, 인구도 없는 이곳에 驛이 세워지게 된 것은 순전히 물 때문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한 증기기관차가 라스베이거스 부근에 이르면 물이 다 떨어져 증기가 고갈된다. 盆地인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임에도 이곳을 둘러싼 높은 산에서 내린 빗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풍부한 지하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지하수가 기차 역을 건설하게 만든 것이다.
罪惡의 都市 라스베이거스의 중심가는 네 개의 권역(郡과 유사한 개념인 카운티 및 시티) 중 1909년에 가장 먼저 생긴 클락(Clack) 카운티와 라스베이거스市(City of Las Vegas)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총인구는 3321명. 이 무렵까지만 해도 네바다州는 미국에서 가장 별볼일 없는 고장이었다고 한다.
버스가 사막을 가로지르며 달리던 도중 운전기사가 도로 표지판을 주의해서 보라고 한다. 「고스트 타운(GHOST TOWN)」이란 푯말이 창 밖으로 지나갔다. 「유령 마을」이다.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골드러시 때 모여든 사람들이 금을 다 캐고 난 뒤 집이며 가구들을 그대로 남겨둔 채 떠나버려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마을이 되었어요. 지금도 영화촬영하러 사람들이 저 동네를 이용하곤 해요』
영화 이야기가 실마리가 된 듯 버스 기사는 『지금 달리고 있는 네바다州 15번 국도에서 「매드 맥스」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러셀 웨폰」의 주인공으로 친숙해진 배우 멜 깁슨은 이 영화에서 황량한 사막 가운데로 뻗은 도로를 질주한다. 그는 이 영화로 스타가 되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사막은 사하라 사막처럼 고운 모래가 아닌 돌과 흙 그리고 덤불의 범벅이다. 사막 기후의 특징 중 하나인 强風은 이곳에서도 목격된다. 지평선 끝까지 직선으로 뻗은 도로에서 운전하는 일이 쉬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막을 횡단할 때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풍이 몰아치면 버스도 비행기 요동 못지않게 흔들거린다. 시속 80마일(약 120㎞)로 달리는 버스가 흔들거리면 승객들도 불안해 하며 좌석의 손잡이를 꽉 잡을 정도이다. 요동치는 핸들을 틀어쥐고 바람과 싸우며 운전하는 버스 기사가 마치 파도와 싸우며 항해하는 선장의 모습처럼 보였다. 길 옆에는 커다란 컨테이너를 매단 트레일러가 뒤집어져 있었다. 바람에 쓰러진 것이다.
버스 기사는 사막을 횡단할 때, 특히 산 밑을 지날 때는 핸들을 잘 쥐어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 온 바람이 맞은편의 산을 타고 올라가 한 바퀴 회전해서 다시 몰아치는 渦流(와류·Turbulence)에 걸려들면 큰 트레일러조차 뒤집힌다는 것이다.
1909년 클락 카운티와 라스베이거스市가 생겨나긴 했지만 金鑛도 아닌 銀鑛으로 겨우 생활을 잇는 사람들뿐이었다. 광부들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술과 도박과 賣春(매춘)뿐. 신 시티(Sin City·죄악의 도시)란 惡名을 얻어야 했다. 텐트村으로 마을의 명맥을 잇던 라스베이거스市는 1911년 상공회의소를 세우면서 암암리에 賭博業(도박업)을 主業으로 삼게 된다.
賭博의 합법화 1929년 세계적인 경제공황을 맞은 미국 정부가 후버 댐 건설 공사를 시작하자 라스베이거스는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게되었다. 라스베이거스 부근을 흐르던 콜로라도 강을 막아 건설하려던 이 댐은 1931년 후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되었다. 이 공사는 5128명의 부상자와 98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면서 1936년 루스벨트 대통령 때에 완공되었다. 콜로라도 강을 막은 높이 221.4m(소양강 댐은 123m), 바닥 폭 201.4m에 660만t의 콘크리트가 사용된 이 댐은 17개의 발전기에 의해 시설용량 134만kw를 자랑한다. 지금도 콘크리트 둑 속에는 발견하지 못한 사망자의 시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후버 댐이 건설되는 5년 동안 버스로 25분 거리의 라스베이거스市는 도처에서 몰려 든 노동자들로 북적거렸다. 경제공황 속에 이 지역만은 일자리와 돈이 몰려들었다.
이 무렵 라스베이거스市는 오늘날 세계 최대의 관광수입을 올리는 도시로 만드는 중요한 제도를 구축했다. 라스베이거스에 6주 이상만 체류하면 누구든 자유롭게 離婚(이혼)·再婚(재혼)할 수 있다는 婚姻自由法(혼인자유법)과 함께 도박을 합법화한 것이다. 이 혼인자유법은 당시 미국의 다른 州에서 강력하게 이혼을 억제하던 추세에 역행한 것으로 도박의 합법화와 함께 오늘날 라스베이거스를 경쟁력 있는 州로 만든 독특한 제도가 되었다.
도박의 합법화는 外地에서 몰려 든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不道德(부도덕)한 법이었지만 주민들의 교육과 행정을 책임져야 하는 州정부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도박과 무기 산업은 特權(특권·Privilege) 산업으로 분류한다. 특권 산업이란 「害惡(해악)이 명백하지만 이 산업으로 인한 이익이 公益(공익)으로 환원되어 합목적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산업」이라고 정의된다. 작은 害惡보다 公益에 기여하는 정도가 괄목할 만큼 크다면 이를 정부차원에서 허용한다는 實利的인 法정신이다.
네바다州의 카지노 산업은 미국의 특권 산업 정책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되었다. 네바다州가 처음 도박을 합법화한 이래 지금은 하와이州와 유타州를 제외한 48개 주에서 도박을 합법화하고 있다.
1997년 8월부터 일년간 네바다 주립 라스베이거스 대학(UNLV)에서 호텔 경영학을 공부한 동아일보 편집국 문화부의 趙誠夏(조성하) 차장은 당시 네바다州가 특권 산업을 어떻게 합목적적으로 관리하게 되었는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도박에서 얻은 수익금을 공익을 위해 잘 쓸 수 있도록 네바다州 정부는 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완성한 것이 「네바다 도박 감독 위원회(NGCB·Navada Gaming Control Board)」입니다』
은행 감독원과 유사한 NGCB는 카지노 기업들의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동시에 초창기에 관여했던 마피아를 몰아내는 데도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라스베이거스는 「투명한 도박 산업시설」이 모여든 지역이란 셈이다.
다시 1930년대로 돌아가 보자. 1936년 후버 댐이 완공되면서 라스베이거스는 또 하나의 소득을 건진다. 길이 185km, 둘레 884km에 면적이 6만5000㎢나 되는, 대한민국 국토의 절반에 해당되는 거대한 호수(Lake Mead·미드 湖)가 그것이다. 록키 산맥에서 출발한 콜로라도 강물이 유타州와 애리조나州를 거쳐 네바다州의 경계를 흐르다 후버 댐을 만나 이뤄낸 거대한 호수는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제2차대전중에는 방위산업체와 함께 넬리스 공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도로가 개설되고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세계大戰 직후인 1947년 1월 갱 출신의 사업가 벅시 시걸(本名 벤자민 시걸)에 의해 세워진 호텔 플라밍고(Flamingo)는 현대식 도박장인 카지노(Casino)의 효시였다.
지금은 공포의 대상이지만 1951년 네바다州 모하비 사막에서 벌인 핵폭탄 폭발 실험도 라스베이거스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당시 미국 도처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기 위해 검은 안경만을 준비한 채 자동차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몰려 들었다고 한다.
객실 12만5000개의 「호텔 都市」 1950년대에 리조트 빌딩과 함께 여덟 개의 유명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휴양 도시, 도박의 도시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라스베이거스는 1960년도에 인구 12만7016명을 기록하며 성장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 한국인 배낭여행가 金燦三(김찬삼·74)씨가 이곳을 방문했다. 기자보다 40여년 전에 라스베이거스를 본 金燦三씨는 여행기에다가 「이혼과 재혼이 빈번한 라스베이거스」란 제목으로 이렇게 기록해 두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순 도박으로 발달한 도시다. 생판 모르는 사람끼리 눈들이 빨갛게 되어 돈을 따겠다는 꼴들이 어딘가 야박해 보인다. 여기서는 가지가지 희비극이 벌어진다. 일확천금으로 벼락부자가 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재산을 모두 잃어 자살까지 한다. 어쨌든 시장에 가는 주부나 학교 가는 어린이들까지 파칭코를 하는 판이니 도박의 도시답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고장의 독특한 것은 自治州의 법률로 된 이혼 및 재혼법이다. 여기서는 이혼한 뒤 며칠 만에 재혼할 수 있다. 그러니까 悖倫兒(패륜아)들은 여기 같이 놀러 왔던 아내와 이혼하고 며칠 뒤에 딴 여자와 결혼할 수 있는 고장이다>
라스베이거스를 한 번 더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미국 최대의 富豪 하워드 휴즈에 의해서였다. 기벽이 심했던 이 富豪는 1965년 말 라스베이거스의 데저트 인 (Desert Inn)호텔 꼭대기 층인 펜트 하우스에 방을 잡았다.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당시 호텔측은 新年 특수로 방이 모자라자 하워드 휴즈에게 방을 비워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발끈한 하워드 휴즈가 호텔을 사 버리고 말았다는 것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전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하워드 휴즈가 1966년 한 해 동안 300만 달러를 동원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중 절반인 여섯 개와 리조텔 및 토지를 매입한 것만은 사실로 확인된다.
1969년에 인터내셔널 호텔(지금은 라스베이거스 힐튼 호텔)이 개관하면서 유명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와 바바라 스트라이센드가 개관 공연을 가졌다. 다른 호텔에서도 이에 질세라 프랭크 시네트라 등 당대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쇼를 계속 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1960년대는 연예산업의 붐을 가져온 시대로도 기록된다. 1970년 당시 라스베이거스 인구는 27만3288명으로 지난 10년간 두 배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1973년에는 MGM(지금의 벨리스 호텔)이 당시로선 세계 최대 규모인 21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을 개관했다. 이때부터 라스베이거스에는 세계 최대 호텔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6억10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건설비용이 투입된 미라지(Mirage) 호텔이 문을 열었고 1990년에는 객실 4032개를 자랑하는 엑스칼리버(Excalibur) 호텔이 세계 최대의 기록을 更新(갱신)했다. 1993년엔 세계 수준의 호텔 세 개가 거의 동시에 문을 열었다. 보물섬이란 뜻의 트래저 아일랜드(Treasure Island)호텔과 룩소(Luxor) 및 MGM 호텔. 이 중 MGM 호텔은 10억 달러가 투입된 객실 5005개의 규모로 또다시 세계 최대의 호텔 기록을 깼다. MGM 호텔의 종업원수는 4만명. 객실 하나당 8명의 직원들이 생계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이후 연이어 들어서는 호텔들로 기자가 방문한 2000년 3월 현재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 19개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라스베이거스市 내의 호텔 객실수는 작은 호텔과 콘도미니엄까지 합쳐 총 12만5000개. 8월에 알라딘 호텔이 개장하게 되면 객실수는 13만개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대한민국內 모든 호텔과 콘도미니엄 객실수(6만9340개)의 두 배에 가깝다.
「호텔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이지만 기자가 도착하는 날에는 이름 있는 호텔 중 어느 한 곳도 방이 없었다. 각 호텔에서 운영하는 컨벤션 센터(Convention Center 集會場)가 수많은 회합들로 가득차는 시기여서 방도 덩달아 매진되어버린 것이다.
이 도시는 機動性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1963년 문을 연 맥카렌(McCarran) 국제공항을 포함, 전국 어느 州와도 연결되는 도로망을 갖추고 있어 자동차와 비행기 및 기차로 쉽게 접근하게 되어 있다.
경제잡지 포춘 1999년 가을호는 라스베이거스를 「어떤 비지니스도 할 수 있는 도시」로 꼽았다. 中小기업(Small Business)의 천국으로 묘사한 언론도 있었다. 상업환경이 최고급에 속하는 라스베이거스는 법인세와 주민세를 받지 않는 州로도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인구는 계속 증가중이며 미국에서 애리조나州의 피닉스(Phoenix) 다음으로 20세기에 급성장한 도시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기적 같은 현상의 발단이 도박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슬롯 머신이 孝子 산업 기자를 태운 빨간색 그레이하운드는 석양을 뒤로 한 채 사막을 가로지르다 支線(지선)도로로 들어와 조그마한 驛에 정차했다. 길가에 「히스토릭(HISTORIC) 66」이라고 쓰여진 이색적인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1900년대 초까지 라스베이거스로 접근할 수 있었던 유일한 도로가 바로 이 66번 국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역사적인 66번」이란 푯말을 붙였다는 것이다. 광산시대의 흔적들이 유일한 역사적 유물로 남아 있는 한적한 驛이지만 정차해 있는 화물열차는 보통 100칸은 넘을 성싶게 긴 貨車(화차) 대열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덩치가 느껴지는 광경이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곧 어둠이 내려 앉았다. 멀리 지평선 한쪽이 벌겋게 불타오르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아니라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유흥가」 라스베이거스. 야밤에 사막에서 본 라스베이거스는 어둠 속에 떠 있는 네온사인 덩어리 같았다. 文明이란 自然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自由 意志의 表象(표상)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욕망에 의해 탄생하고 성장하는 라스베이거스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도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7시 반, 그레이하운드가 도착한 곳은 옛날에 번성했던, 지금은 가난한 흑인들이 주로 모여사는 다운타운의 한구석이었다. 종점 터미널 로비에서도 슬롯 머신(Slot Machine·동전을 넣고 레버를 당겨 회전하는 그림 무늬가 맞으면 규정된 배율의 동전이나 현금이 나오는 기계로 확률에 의존하는 게임)이 설치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공항 로비에도 슬롯 머신은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 이 기계에 맞닥뜨린 관광객들이라면 호주머니의 25센트짜리 동전 한 닢을 무심코 집어넣고 기계를 돌려보게 된다.
기자는 터미널 건너편의 하루 28달러짜리 방에서 라스베이거스의 첫 밤을 보냈다(기자는 라스베이거스에 체류하는 동안 네 번이나 숙소를 옮겨야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都心(도심)은 밤새 불타오르는 文明의 城이었다.
첫날 밤, 기자는 짐을 풀고 都心으로 가는 시내 버스를 탔다. 1달러 25센트를 내니 다섯 시간 동안 무료로 탈 수 있는 표를 내주었다. 약 3㎞의 거리를 가서 내린 곳은 라스베이거스의 중심지인 클락 카운티. 밀집한 모든 호텔들은 일층 로비를 오락장으로 열어 두고 있어 카메라 플래시가 필요없을 정도로 밝은데다 사람들의 물결로 가득찼다. 평일에도 이 정도니 주말이면 대단할 것이다.
방을 예약하기 위해 시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 호텔을 찾았다. 고대 그리스 神殿을 본딴 고딕 양식의 거대한 건물은 아래에서 올려 비추는 조명에 그 위용이 대단하다. 객실수 2471개의 이 거대한 호텔도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중간 규모일 뿐이다. 일층의 거대한 카지노 오락장 곳곳에서 동전 넣는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당첨되어 동전이 쏟아지는 소리로 분주했다. 간간이 환호성도 터지곤 했다.
슬롯 머신 앞에서 돈을 잃고 펑펑 우는 사람은 없어도 돈을 따고 기뻐하는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전체에 약 20만 대가 깔려 있다는 슬롯 머신은 호텔 수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를 먹여 살리는 孝子인 셈이다.
각종 전자음과 동전 쏟아지는 소리가 뒤범벅된 오락장의 인파를 헤치고 걸어가다 보면 녹색 융단이 깔린 바카라(Baccarat·두 장의 카드로 9를 만드는 게임) 테이블과 블랙 잭(Black Jack·두 장 이상의 카드로 21을 만드는 게임) 테이블들이 나온다. 카드 게임을 위한 이곳엔 넥타이를 맨 正裝한 딜러들이 손님들에게 능숙한 솜씨로 카드를 돌리는 중이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도박들은 슬롯 머신, 바카라, 블랙 잭, 룰렛(Roulette·딜러가 38개의 숫자가 적힌 원판 위에 구슬을 던져 넣고 어떤 숫자에 떨어질까를 알아 맞히는 게임으로 최고 36배까지 걸 수 있다), 포커(Poker·트럼프 다섯 장으로 겨루는 게임), 크랩스(Craps·주사위 두 개를 던져 눈금의 합계로 승부를 거는 게임), 키노(Keno·용지 위에 1∼40, 그 아래에 41∼80까지 숫자가 적혀 있다. 기계가 20개의 숫자를 뽑는 가운데 이것과 맞아떨어지게 하는 게임) 등이다.
호텔 카지노 한편에는 텔레비전을 여러 대 설치하고 NBA 농구경기와 미식 축구 등 스포츠 채널을 계속 방영하는 곳도 있다. 이곳은 스포츠 도박사들이 모이는 곳이다. 물론 경마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종목이다.
라스베이거스 시내의 모든 호텔들은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로 북적이는 로비를 갖고 있다. 호텔이 돈을 버는 것은 방을 빌려 주어서가 아니라 카지노를 운영하기 때문이란 느낌이 들게 됐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으면 카지노 오락장엔 빈 자리가 약간 남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기자는 이날부터 5일간 네 곳의 호텔과 라스베이거스 시청 및 상공회의소, 韓人會(한인회) 등을 찾아다니며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의 비밀을 캐 보았다.
슬롯 머신에서 딸 확률은 97.4%라는데… 슬롯 머신이 즐비한 카지노로 들어선 기자는 100달러 지폐를 꺼냈다. 동전으로 바꾸려다 기계를 살펴보니 모든 기계마다 지폐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도 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런 기계의 한 대당 가격은 3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관광객의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을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슬롯 머신에도 이 철칙은 적용되고 있었다. 누구나 쉽게 자리에 앉아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지폐든, 동전이든, 신용카드든. 성질 급한 사람조차 즉석에서 참가할 수 있게 해주는 「퀵 서비스」 시스템이었다.
100달러로 할 수 있는 슬롯 머신은 몇 가지 종류가 있다. 5센트짜리, 25센트짜리, 그리고 1달러짜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5센트는 배당금이 상대적으로 작아 별 인기가 없다. 크게 당첨되어야 800달러. 벌 때는 작은 돈이 아니지만 도박장에서는 사람들의 기대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상금이 1000달러라고 해도 별 기대를 갖지 않는다. 여자들은 25센트짜리 슬롯 머신에 앉아 기계를 돌리지만 비교적 씀씀이가 큰 남자들은 1달러짜리 기계 앞에 많이 앉는다.
25센트짜리 기계 앞에 앉았다. 100달러를 넣으니 숫자가 400개로 변했다. 기계를 400번 돌리는 동안 한 번은 큰 게 터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완전히 바닥 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불과 30분쯤 되었을 때 기자는 다 털린 채 빈 손으로 앉아 있어야 했다.
기계가 돈을 버는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다. 25센트로 400번을 돌리게 되어 있지만 막상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되지 않는다. 한 번에 여러 개씩 베팅하면 확률이 높아지는 대각선 방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한 번에 세 개 혹은 네 개씩 베팅한다.
30분 동안 몇 차례에 걸쳐 기계가 돈을 잃고 동전을 토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딴 돈은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다시 베팅하는 데 투입되고, 영특한 기계는 이를 미끼로 나머지 돈까지 다 빨아 먹고 시치미를 떼는 것이다.
100달러를 이 기계에 넣지 않았다면 귀국하는 길에 좋은 선물이라도 몇 개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감이 들지만 사람들은 자동차로 혹은 비행기로 돈을 싸들고 이곳으로 몰려든다. 도박의 매력은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집중하게 만들고, 딸 경우 補償(보상)이 즉시 現金(현금)으로 들어온다는 점과 이 현금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슬롯 머신은 189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기계 유통업을 하던 스물아홉 살 된 찰스 페이(Charles Fey)라는 사람에 의해 탄생했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 설치된 약 20만 대 가량의 슬롯 머신 중 80%를 공급하고 있는 ITG(International Gaming Technology)社는 이론적으로 투입된 돈의 97.4%를 돌려주게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토니 코프만 같은 사람은 도박 전문서적을 써내어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그의 책에 의하면 이 확률은 사실이긴 하지만 기계의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의 확률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100만 달러를 투입해서 97만400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기자는 돈을 잃었지만 돈을 딴 사람들도 많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가 연합해서 각 호텔마다 몇 대의 슬롯 머신을 선정, 이것을 호텔끼리 연결하여 라스베이거스 전체 호텔이 참여하는 방식인 「메가 박스(Mega Box)」게임은 듣는 이로 하여금 흥분을 감추지 못하게 만든다. 각 호텔의 슬롯 머신 중 일부를 홀 중앙에 몰아 놓고 이것만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하는데, 기계에 처음 제공되는 상금이 자그마치 700만 달러(우리 돈으로 약 8억원)이다. 한 번에 3달러씩 넣고 기계를 돌리는데 올해 2월6일 데저트 인 호텔에서 근무하는 「신디」라는 호스티스가 근무를 마친 뒤 15달러를 투입했다가 3400만 달러(약 380억원)를 터뜨렸다.
八字 고친 사람들 라스베이거스의 텔레비전 방송은 연일 이 게임을 홍보한다. 광고 문구는 「당신의 인생을 바꿔 보시라(Change Your Life)」. 이 게임의 상금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다. 투입된 돈들이 전부 상금으로 올려지기 때문이다. 세 개의 바퀴에 그려진 그림들 중 「메가 박스」로 표시된 그림 셋이 일치되는 순간 승리자가 탄생한다. 상금은 세금 30%를 뗀 뒤 20년 상환조건으로 勝者(승자)에게 지급된다. 처음 700만 달러에서 시작한 상금이 3400만 달러에 이르렀을 때 당첨된 신디는 그야말로 八字(팔자)를 고친 것이다. 그녀는 승리하자마자 언론을 불러 대대적으로 인터뷰를 했다. 이것도 라스베이거스의 주민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지금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일확천금을 한 사람들은 책을 만들 정도로 많지만 그들의 후일담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의문사가 가장 많았는데 이것 역시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상금 지급은 중단된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호스티스 신디는 처음부터 언론의 조명을 끌어들여 자신의 신변보호를 강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번에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메가 박스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한다. 호텔마다 대여섯 대씩만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네바다 주립 라스베이거스 대학교(UNLV)의 카지노학과를 이수해야 하는 호텔 경영학과 학생들은 이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매년 계 모임도 갖는다. 이들은 「메가 박스」 게임의 상금이 통상 3000만 달러가 넘어설 때 잘 터진다는 확률을 알고 있어 3000만 달러가 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계원들이 1000달러 가량의 돈을 추렴해 대표에게 준다. 대표는 아침 일찍 나가 줄을 섰다가 이 돈을 퍼부어가며 기계를 돌리지만 아직 한번도 성공한 적은 없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많은 돈을 딴 한국인들의 이야기도 제법 들렸다. 1980년대에 이곳에서 블랙 잭으로 몇십만 달러를 거머쥔 한 在美교포는 로스앤젤레스까지 호텔측이 제공하는 리무진을 타고 돌아갔다. 가는 도중 그는 리무진 운전기사에게 차 가격을 물어 본 뒤 전화로 호텔측과 흥정하여 즉석에서 이 차를 샀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한 교포는 1970년대에 라스베이거스에 이주하여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다가 도박에 빠졌다고 했다. 도박에 빠져 있는 동안 도장 운영도 실패하게 되었고 종국에는 가족에게 빈번한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도박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교포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하여 성실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흑인폭동으로 다시 한번 큰 피해를 본 뒤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다. 지금은 도박을 끊었지만 『사람이 도박에 빠지니 그렇게 추하게 될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도박으로 八字가 좋아진 사람도 있겠지만 정반대가 된 사람도 많다. 특히 거액을 딴 사람들일수록 종국에는 패가망신한다고 한다. 약 10여 년 전 한국인 沈모씨는 이곳 호텔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다가 10만 달러를 횡재하는 大運을 만났다고 한다.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그녀는 이 돈으로 계속 도박에 손을 댔다가 완전히 망해 버리고 말았다.
스타 더스트 호텔의 趙祥鎬(조상호·52)씨는 호텔 카지노 부사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1976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은 그는 성공한 한국인에 속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패가망신하고 있었다.
『제 손님 중 한 분이 얼마 전에 여기서 바카라를 했는데 4만 달러를 땄다고 자랑을 해요. 그래서 「땄으면 그 돈으로 쇼핑이나 하고 그만하라」고 일러 주었지만 계속 하더군요. 몇 달 뒤에 다시 만났기에 제가 「사흘 만에 다 털렸지?」하고 물었더니 「어떻게 잘 아느냐」고 놀라더군요. 뻔해요. 따고 나면 다음날 일부만 갖고 다시 합니다. 처음엔 1만 달러를 들고 내려왔겠지요. 이걸 하루 만에 다 잃고 나면 다시 1만 달러를 들고 다음날 내려와 하는 겁니다. 이것도 다 잃게 되지요. 그럼 화가 나서 갖고 있던 2만 달러를 다 들고 내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다 털리는 거죠. 도박은 오락으로 해야 하는 겁니다. 욕심에 사로잡히면 결국 다 잃게 되지요』
貴賓들 중엔 華僑가 最多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운영하는 모든 호텔들은 몇만 달러씩 들고 들어오는 손님을 貴賓(귀빈)으로 모신다. 최고의 귀빈들은 주로 中國의 華僑(화교)들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20% 정도가 외국인이고 이들 외국인의 절반 정도가 중국인(그 다음이 일본인)이라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큰손인가를 짐작하게 해 준다. 1993년에 이곳에서 세계 최대 호텔을 지었던 MGM은 입구를 거대한 사자의 입으로 만들었다.
서양인의 입장에서 보면 웅장하고 거대한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중국인들의 입장에서는 호랑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호텔 카지노에서 돈을 잃은 중국인들은 「호텔 문이 재수가 없어서」라고 한 마디씩 했고 이 말들이 호텔측으로 하여금 정문을 새로 개축하게 만들었으니 중국인들의 위력이 실감난다. 음력 설인 舊正(구정) 때면 라스베이거스는 온통 「謹賀新年」 같은 중국式 인사말이 호텔 각 정문에 도배가 된다고 한다. 중국인 없이는 라스베이거스도 없는 것이다.
권투로 숨진 비운의 복서 金得九(김득구) 선수가 1982년 11월13일 마지막 WBA 세계 라이트급 타이틀 매치를 치른 곳도 이곳의 시저스 팰리스 호텔 특설 링이었다. 무하마드 알리에서 조지 포먼에 이르기까지 내로라 하는 권투선수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시합을 가졌다. 최근에는 레슬링 타이틀 매치가 자주 열린다. 인구가 100만명이 조금 넘는 도시에서 세계적인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 이면엔 카지노 호스트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고 한다.
카지노 호스트란 도박장에 손님을 유치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각 호텔 카지노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巨額(거액)을 들고 올 손님들을 찾아내 게임을 하도록 장소 및 편의를 제공한다.
카지노 호트스들은 세계적인 쇼를 유치한 뒤 일등석 표를 자신의 단골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여 도박장으로 초대한다. 물론 가족들을 데리고 올 경우에도 무료제공이다. 가족들이 쇼를 보며 즐기는 동안 카지노에 와서 도박 한판을 벌이라는 이야기다.
카지노 호스트란 직업은 라스베이거스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라고 한다. 年俸(연봉)도 몇만 달러씩 되지만 큰손들이 한판을 벌인 뒤 털리고 나면 이들에게 호텔측이 제공하는 개평(다 잃은 사람에게 조금 돌려 주는 돈)에서도 일부를 챙길 수 있어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일반 관광객이 볼 수 있는 일층의 거대한 카지노 룸은 쇼윈도 같은 곳이라 보면 된다. 거의 모든 호텔은 2층에 특별한 방들을 갖고 있다. 포커, 블랙 잭, 바카라 등을 할 수 있는 곳인데 그들끼리의 큰 판을 벌이려는 사람들로 방들이 꽉 찬다. 호텔 객실 2층을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일층과 이층 사이엔 또다른 층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어느 호텔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이곳을 잠깐 들러 보았다. 방마다 짙은 담배연기가 차분하게 깔린 조명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녹색 융단 위에 깔린 카드를 펼쳐 보며 돈으로 바꾼 칩(Chip)들을 몇 박스(한 박스당 1만 달러)씩 쌓아 놓고 무더기로 베팅하는 모습들은 지독한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더 실감나는 장면들이었다.
도박하는 心理 판돈이 무제한인 게임도 있는지 물었더니 공식적으로는 不法이라고 한다. 非공식적으로는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판돈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세계적인 도박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1960년대엔 무제한 판돈이 성행했다고 한다. 이 게임에서 호텔측을 대표한 딜러들이 손님에게 져버려 하루아침에 호텔 주인이 몇 번씩 바뀌기도 했다는,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런 믿지 못할 이유로 하여 라스베이거스의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카지노에는 어느 테이블이건 판돈 제한이 게시되어 있다. 「20달러부터 2000달러까지」 식이다. 한 번에 거는 돈이 이 정도인데 이것보다 더 많은 돈을 싸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이들을 위해 특별 방을 설치해 놓은 곳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이다.
무제한 베팅式인 포커 게임을 텍사스式이라고 한다. 포커를 하는 사람들은 이 게임이야말로 「포커의 꽃」이라고 한다. 각 선수들은 두 장의 카드를 받은 뒤 나머지 다섯 장의 카드를 보이도록 펴 두면서 돈을 건다. 이 중 다섯 장으로 제일 높은 카드를 만들어 이기는 게임인데 남의 패를 잘 읽어야 이길 수 있다.
포커 게임은 처음 두 장을 받은 상대방의 눈빛과 인상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표정을 잘 읽는 高手(고수)들은 자기 패를 보지도 않고 베팅할 정도다. 오죽하면 영어로 「포커 페이스(Poker Face·무표정한 얼굴)」란 말이 辭典(사전)에 실려 있을까.
훈련을 시키면 무엇이든 해낸다는 개(犬)에게 포커를 가르쳤더니 게임할 때마다 돈을 잃었다고 한다. 알고 봤더니 패가 잘 들어오면 스스로 꼬리를 흔들어 상대방에게 戰力(전력)을 노출시켰기 때문이라나.
포커 게임의 묘미는 두 장의 카드를 쥔 순간 상대방을 기죽이기 위한 베팅에서부터 시작한다. 기가 죽은 상대방은 처음에 걸었던 판돈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 치밀성과 과감성이 요구되는 이 도박은 전쟁이나 투기성 있는 사업과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이야말로 도박이 레크리에이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포커만큼 순식간에 운명이 바뀌는 도박도 드물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는 매년 세계 포커 대회를 열고 이를 텔레비전으로 중계까지 한다. 상금은 100만 달러.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 자리한 작은 호텔 버버리 코스트의 副社長 마이클 金(金武永·66)씨는 이 업계에서만 40년간을 일해 온 라스베이거스의 터줏대감이다. 金부사장은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도박이란 돈과 관련 있는 오락입니다. 돈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식히는 데는 이만한 오락보다 더 좋은 게 없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때 독서가 좋듯이 사업가들에게는 카지노가 좋은 법입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文民的인 문화 속에 살고 있어서 商民的 문화 속에서 돈 버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라스베이거스가 카지노 사업으로 돈을 버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기자가 구경했던 특별 게임 룸들은 모두 손님들의 動態(동태)를 살펴보기 위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詐欺(사기) 도박사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어느 손님이 얼마나 땄는지를 살피는 목적도 포함된다. 詐欺 도박사들은 버린 카드 빼내오기, 카드 골라오기, 두 번 돌리기 등으로 상대방을 속이는데 그 손재주가 肉眼(육안)으로는 거의 분간이 안 갈 정도라는 것이다. 호텔측은 한 손님이 이상하게 계속 돈을 딸 경우 녹화된 테이프를 돌려 사기 도박을 하는지도 감시한다고 기자를 안내한 호텔 지배인은 설명해 주었다.
사진 촬영은 금지 익명을 보장한다는 조건하에 또다른 한 호텔의 지배인은 자신의 방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를 보여 주었다. 화면에는 현재 이 호텔에서 카지노에 참가하는 손님들의 성적표가 올라오고 있었다. 누가 얼마나 따고 있고 누가 얼마나 잃고 있는지 이름 옆에 +, - 표시와 금액이 적혀 있었다. 다른 디렉토리에는 과거의 경력도 나온다. 예를 들어 제임스 콜먼(JAMES COLMAN)이란 이름을 치자 그가 이 호텔에서 몇 차례 게임을 했으며 몇 번이나 돈을 따고 잃었는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금년 들어 이 호텔 카지노에서만 각각 3만2900달러, 2700달러씩 따간 한국인으로 여겨지는 이름도 보였다.
기자를 안내하는 외국인에게 호텔측의 손님 관리 요령을 좀더 물어 보았다.
―돈을 딴 손님들에게는 어떤 정책이 준비되어 있나?
『다음에 다시 와서 또 즐기라고 모든 배려를 다한다』
―호텔측이 손해를 보게 되면 딜러에게 책임이 떨어지나?
『딜러들의 잘못이 아니라 손님의 運이 좋은 것이다. 딜러들은 승률이 50%가 넘는다. 그럼에도 손님이 따게 되면 그만큼 손님의 운이 좋은 것이다. 이것을 두고 딜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호텔측이 계속 잃을 수도 있을 텐데.
『호텔이 잃었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수십년간 라스베이거스市는 많은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갖고 있다. 딴 사람은 반드시 다시 오게 되어 있고, 언젠가는 그 이상의 돈을 쓰고 갈 것이란 믿음이 있으니까. 단, 우리로서는 최대한 친절하고 즐겁게 이들을 대우해 주었을 때 한해서이다』
친철함과 관련해서 기자는 작은 해프닝의 주인공이 되어 카지노 업계의 친절함을 경험한 바 있었다. 카지노 내부를 구경하던 기자는 거구의 請願警察(청원경찰)이 앳되어 보이는 젊은 백인남자에게 재빨리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남자는 잘 되어야 열아홉 살 정도였다. 州법에 의하면 카지노는 21세 미만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호텔측은 적발될 경우 벌금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이 법을 지키려 한다.
청원경찰은 청년에게 다가서더니 『익스큐즈 미 서』라며 신분증을 요구했다. 대화가 오가는 도중 청원경찰은 막내 동생뻘도 안되어 보이는 남자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하자 끝까지 「서(Sir)」라는 경어를 붙이며 州법을 설명하고 카지노 밖으로 나가도록 했다.
기자가 이런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카메라를 들어 올리자 또다른 「私服」이 기자 앞을 가로막았다. 갑자기 주변에서 슬롯 머신을 하며 웃던 사람들의 표정도 굳어지기 시작했다. 기자는 마른 침을 삼켜야 했다. 「私服」은 자신의 보안 경찰 신분증을 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곳은 법에 의해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 그래요? 모든 카지노가 다 그렇습니까.
『물론입니다, 선생님』
의도적인지 몰라도 기자를 위압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서(Sir)』라고 깍듯이 예의를 지켰다. 덕분에 기자는 얼굴이 붉어지는 대신 이들로부터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카지노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어떤 모멸감도 주지 않으려 했다. 카지노 문 밖에서 기자의 신분을 알게 된 뒤에도 이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진 촬영은 안됩니다. 구경은 하셔도 좋습니다. 다시 들어오시려면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 주십시오, 선생님』이었다. 다시 들어갔지만 기자는 이때부터 행동을 집중 감시당해야만 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모든 호텔이 內規(내규)로 이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市당국조차 이를 승인한 상태라고 한다. 이유를 알아보니 역시 손님을 위한 배려라고 했다.
『생각해 보시오. 거액을 들고 와 도박하는 모습이 찍히면 이걸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소』
도박의 名言들 라스베이거스를 도박의 도시로 인식시키는 데 한몫하는 것은 도박과 관련한 책을 판다는 점일 것이다. 기자는 토니 커프만, 잭 킹, 빌 존스, 아밀로 슬림, 도일 브론슨, 브라이언 코펠만, 지미 카이지르 등 내로라 하는 도박士들이 쓴 책을 보았다. 토니 커프만(58)과 지미 카이지르는 현재 각 종목별로 돈 따는 비결이란 책을 펴 내 편의점에서까지 팔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머무는 동안 미국 도박사들의 名言을 몇 마디씩 수첩에 옮겨 적어 보았다.
▲꾼들이 기억하는 것은 돈을 많이 딴 판이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뼈아픈 고배를 마셨을 때이다. 이 순간은 이상할 만큼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잭 킹).
▲羊(양)의 털은 여러 번 깎을 수 있지만 껍질은 단 한 번밖에 못 벗긴다(상대방의 돈을 모두 따려 하지 말라는 의미의 충고-아밀로 슬림).
▲무제한 게임에서 이기는 비결은 상대방의 돈을 모두 걸게 만드는 것이다(도일 브론슨).
▲포커의 철칙, 상대방이 보여주는 패를 우습게 보지 말라(브라이언 코펠만).
▲여러 사람이 모인 포커판에서 시작한 지 30분 만에 봉이다 싶은 놈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 봉이라는 증거다(브라이언 코펠만).
▲인생은 결정적인 한순간을 위해 사는 것(파파 월렌다이).
▲지갑에 있는 돈을 몽땅 칩으로 바꾸는 짓은 하지 말라. 포커판과 슬롯 머신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지갑 속의 돈은 한 번 나가면 다시 채워지기 어렵다(지미 카이지르).
▲도박(Gamble)은 엄연한 직업이라고 천하의 도박사들은 말한다. 그들은 일확천금의 망상을 갖지 않는다. 단지 인건비만 건진다고 생각할 뿐이다. 시간당 한 건이면 충분하다. 패가 좋을 때면 왕창 긁어 오고, 패가 나쁠 땐 몸을 사리고, 요행수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토니 커프만).
바늘에 실 가듯 따라 다니는 賣春業 라스베이거스를 상상할 때면 쭉 빠진 미녀들의 술 서비스와 포커판에서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그렇고 그런 여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정작 라스베이거스에 와서는 좀 색다른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우선 카지노를 다녀봐도 쭉 빠진 미녀들이 서빙을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 50代는 넘어 보일 노년층 여인들이 미니 스커트를 입고 서빙을 하곤 했다. 한두 군데가 아니라 일류 호텔 카지노 업장은 거의 모두가 이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洪旼植(홍민식·63)씨와 文英三(문영삼·60)씨는 5·16 혁명 직후 金鍾泌 공화당 의장에 의해 탄생된 예그린 악단 멤버로 해외 순회 공연을 하다 1965년경 라스베이거스에 정착해 지금까지 살고 있는 교민 1세대들이다. 이들은 라스베이거스의 이면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사정에도 아주 밝다. 기자가 호텔을 다니며 의아해 했던 문제들은 이분들이 많은 설명을 해 주었다. 지금도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호스티스들이 할머니 같다는 기자의 놀람에 대해 이렇게 해명해 주었다.
『라스베이거스는 나이가 들수록 살기 좋은 곳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해고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週 5일 노동에 정년까지 직책이 보장되어 있어 나이가 많다고 해서 경영주가 마음대로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없는 겁니다. 호스티스들은 시간당 5달러 정도를 버는 하급직 급료 수준이 보장된 직업이지만 팁을 합산하면 무시 못하는 직종입니다. 그러니 옮기고 싶지 않은 것이죠. 호텔측으로서는 이것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법이 버티고 있는 한 단 한 명도 다른 직종으로 옮기질 못합니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최고령 호스티스는 70세가 넘은 할망구입니다. 이런 할망구가 실크 스타킹에 미니 스커트를 입고 술을 따르니 술맛이 안 난다고 손님들이 야단이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어요』
세계 최고급 호텔에서 세계 최고령 할머니 호스티스를 보게 된다는 점도 라스베이거스가 갖는 또 다른 기록일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를 상징하던 賣春業 혹은 섹스 산업은 사라졌을까. 눈을 부라리고 찾아 봐도 호객행위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던 기자의 눈에 사흘째 되던 밤에야 비로소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 권역 내에서 매춘은 불법이었다. 실상 어느 나라나 이것을 합법적으로 보장하지 않지만 이곳은 특히 엄하게 단속하고 있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라스베이거스市 당국은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들을 모조리 市 밖으로 내쫓아 버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 本性이 변하지 않는 한,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라스베이거스 당국은 튀어나오는 부분을 기막히게 통제해 두고 있었다.
우선, 18세 이하라면 부모의 동행 없이 번화가로 나오지 못하게 법을 정했다. 그리고 이 지역 內에서는 우리네 거리의 물물교환용 벼룩시장 무료 가판대 같은 신문 진열대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해 두고 매춘업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여성들이 사용하게 허가해 주었다. 이른바 「옐로 페이지」라는 섹스 광고지가 신문 진열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이다. 무료이고, 기자는 이미 成年이므로 당당하게 집어서 살펴보았더니 요란한 사진과 전화번호가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섣부른 관광객들은 이들과 한 번 즐기려다 곤란한 경우를 많이 당한다고 교포 유학생 출신의 배순익(26)씨가 귀띔해 주었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일종의 「스트립 걸」이라고 한다. 전화 통화를 하면 스트립 쇼를 하는 「바」까지 안내하는 여자들이 있고, 손님이 원할 경우 손님의 숙소까지 찾아와 손님 앞에서 「스트립 쇼」를 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 접촉하는 선을 넘어서는 경우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두 사람이 합의하에 일을 저지르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곳곳에서 몰래 감시하는 경찰의 눈을 따돌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도 수 백 달러를 건네 주어야 할 만큼 비싸다고 한다.
이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아주 특별한 「메뉴」가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는 거미처럼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메뉴」 라스베이거스의 요모조모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러나 모르는 사람들은 감쪽같이 속고 지나갈 수 있는 것이 이 「메뉴」에 관한 것이다. 기자는 「메뉴」에 관해 취재하기 위해 택시 기사와 흥정을 해야 했다.
라스베이거스의 거의 모든 택시 기사들은 자신들의 사물함에 한 권당 5달러씩 받고 손님들에게 파는 「메뉴」를 갖고 있다. 표지에는 「유서 깊은 치킨 랜치(Historic Chicken Ranch)」라는 제목 옆에 「메뉴」라고 씌어 있었다. 「랜치」가 牧場(목장) 혹은 農場(농장)이란 뜻이니 「치킨 랜치」란 양계장쯤 될 것이다.
기자가 구해 본 이 메뉴는 네 장으로 되어 있다. 사진은 한 장도 없고 오직 글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은 「치킨 랜치의 전설」이란 부분과 구체적인 메뉴판으로 편집되어 있다.
우선 메뉴판을 보면 식사 전에 식욕을 돋우기 위해 제공되는 에피타이저(前菜)와 랜치 스페셜, 디저트, 음료, 본 메뉴 등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코스마다 요리 이름 대신 희한한 문구가 채워져 있다. 에피타이저 코스에는 마사지, 교환 마사지, 가슴 마사지, 란제리 쇼, 거품 목욕, 프랑스식 오일 마사지 등이다. 물론 코스가 진행될수록 선택할 수 있는 요리(?)들은 다양하고 농도도 진해진다.
바가지가 심한 식당일수록 메뉴판에 가격을 표시하지 않듯이 이 메뉴판도 가격이 없었다. 기자는 메뉴판을 구해 들고 갈등한 끝에 택시 기사와 다시 흥정을 했다. 조선시대에 기자란 직업이 있었다면 百問而不如一見(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은 기자의 몫이었을 것이다. 가 보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기자는 왕복 200달러란 巨金을 들여 택시를 탔다.
야밤에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벗어난 택시는 1시간 20여 분을 달려갔다. 차 안에서 메뉴 책자에 소개된 「치킨 랜치의 전설」을 읽어보니 천박한 賣春업종 운영자들조차 얼마나 정성들여 관광객들을(물론 신체 건강한 남성에 한해서만) 유치하려 애쓰는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치킨 랜치의 전설 - 치킨 랜치는 텍사스가 州로 승격될 무렵 아름다운 콜로라도 강 부근에서 탄생했다. 남북전쟁 당시에는 이 지역이 농부와 목동과 군인 그리고 일반인들의 휴식처로 제공되었다. 치킨 랜치는 경제 공황을 맞아 어렵게 살아 남았다. 세계 제2차대전 때에는 산 안토니오 지역과 라 그랑제 지역의 군사기지에서 근무하던 戰士들이 고객이었다. 텍사스에서 태어난 린든 존슨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방문하여 치킨 랜치의 명성은 全 세계로 퍼져 갔으며 미국 남서부의 역사에 기록되었을 정도다.
그러면 어떤 여성들이 이곳에서 거주하고 또 떠나고 할까. 그들은 대부분 결혼생활이나 가족 부양의 책임을 끝내고 여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아름답고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130년 동안이나 법적인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평화롭게 지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1973년에 마빈 진들러라는 휴스턴 텔레비전 방송 기자에 의해 시작된 군중 시위로 인해 정부의 압력이 치킨 랜치에 가해졌다. 이로써 텍사스에서의 치킨 랜치의 역사는 막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1978년에 치킨 랜치의 역사를 말해 주는 「가장 좋은 텍사스의 창녀촌」이란 뮤지컬이 전국적으로 공연되었고 버트 레이놀즈와 돌리 패튼은 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텍사스에서 치킨 랜치가 문을 닫게 되자 진취적인 자본가가 네바다州 라스베이거스 인근에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하여 매월 100만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여기서는 현재 현금과 수표와 카드를 취급하지만 치킨은 취급하지 않는다.
1982년 이후 지금의 치킨 랜치는 北캐롤라이나에서 생물학 교사로 일했던 러셀 리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거실에 들어서면 당신이 만나는 여성들은 우아하게 치장하고 에로틱한 분위기로 안내해 줄 것이다. 그녀들이 걸친 이브닝 가운들은 모두가 네바다州 의상실에서 특별히 마련된 것들이다. 택시 기사에게 우리에 관해 물으면 그들은 언제나 당신을 우리들에게 모셔다 주고 또 당신의 숙소까지 모셔 갈 것이다>
치킨 랜치로 가는 길 달리는 택시 안에서 실내등을 켜고 읽은 이런 내용은 기자를 감동시켰다. 세상에 어느 창녀촌이 이런 역사를 갖고 있을까.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니 모두 사실이라고 한다(독자들 중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일이 있다면 기자처럼 순진한 바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내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근사한 마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분명히 한국의 이름난 홍등가보다 더 화려하고 멋들어지게 해 두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홍등가를 보게 될 기대감에 구경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다.
택시는 어둠 속을 쉬지 않고 달려갔다. 달밤에 「죽음의 계곡(Death Velly)」이란 사막을 달리는 손님이 창녀촌을 향한다고 생각하자 喜劇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돈을 벌게 된 운전기사는 신이 난 모양으로 기자의 온갖 질문에 응해 주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많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일본인이고 한국인이 그 뒤를 잇는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20년을 살며 자식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이런 일은 교육상 별로 害가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자녀들이 이런 사안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둠 속에 펼쳐진 고속도로에는 차량도 거의 없었다. 가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늑대가 달려들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1시간20분 가량을 달렸으니 서울에서 대전 정도되는 거리이다.
가는 도중 운전기사는 계속해서 기자의 의향을 확인했다.
『가서 하고(?) 나올 거냐』는 것이었다. 취재한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얼마냐고 묻자 한 200달러 정도 된다고 했다. 왕복 택시비를 합치면 400달러가 날아가는 것이다. 지갑 속 사정을 더듬어 보았다. 아슬아슬 하지만 돈을 아껴 쓴다면 가능한 액수란 생각이 기자의 理性을 마비시켰다.
한참을 달려 새벽 한 시가 넘었을 때 택시는 파럼(Pahrump)이란 푯말이 붙은 마을로 접어들었다. 말이 마을이지 황량한 사막에 수백m마다 한 채씩 집이 있는 곳이었다. 입구에서 약 10분을 달려 속도를 줄이는데 기자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남북전쟁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古家 한 채가 전부였다.
황량한 벌판이 모두 주차장이겠지만 택시 기사는 차를 돌려 문 앞으로 몰았다. 이미 거기엔 대여섯 대의 차량이 와 있었다. 거대한 리무진까지.
아무렴 어떠랴. 기자의 속마음엔 200달러만 지불하면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솔직히 조금은 있었다.
밖에서 보니 집은 童話 속의 그림 같은 느낌이었다. 운전기사가 나무 울타리에 달린 벨을 누르자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현관에 올라서니 한눈에 날건달이란 생각이 들 정도의 우락부락한 백인 남자가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지극히 계산된 친절함이 어색하게 묻어 나왔다.
거실로 들어서자 오른쪽엔 작은 소파들이 놓여 있었고 대기중인 운전기사들이 멀뚱멀뚱하게 기자를 쳐다보았다. 돈 많은 동양인 한 놈이 또 왔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기념품까지 파는 창녀촌 왼쪽으로 난 거실은 아주 넓고 아늑했다. 대형 소파가 앉기에도 황송할 만큼 멋지게 차려져 있었는데 날더러 이곳에 앉으라고 한 것은 문을 열어 준 건달 같은 사내였다. 그는 보안관 배지 비슷한 것을 가슴에 달고 있었고 허리에는 권총 벨트를 매고 있었다. 거실을 둘러보니 치킨 랜치를 디자인한 모자와 셔츠 등 기념품도 팔고 있었다. 기념품을 파는 창녀촌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기자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잠시 후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백인부터 황인, 그리고 흑인에 이르기까지 3大 인종의 여성들이 기자 앞에 도열했다. 안내서에 쓰인 대로 이브닝 드레스를 걸치고 나왔는데 세어 보니 모두 열 세명이었다. 그러니까 이들이 기자가 방문한 시점에 손님을 받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던 여자들인 셈이었다.
이들은 차례로 자신의 이름을 한 번씩 말하고는 멀뚱멀뚱 기자만을 쳐다 보았다. 기자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얼 하라는 건지 알 수 없었으니까. 건너편에서 지켜보던 덩치 큰 건달이 『골라 봐』라고 했다.
취재하러 왔는데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이쯤에서 돌아가야 하는데 일어설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일단 가격부터 물어봐야지.
『얼만데요?』
기자의 이 질문이 여자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싹 가시게 만들었다. 날건달은 기자를 어이없게 쳐다보더니 「뭐 저런 게 다 있나」하는 투로 『갓 뎀』이라더니 『방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이래 저래 한 여자를 선택하고 나니 그녀는 기자를 데리고 복도로 들어섰다. 밖에서 볼 때 별로 큰 집은 아니라고 느꼈지만 복도에 들어서자 이 집의 용량은 대단히 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기엔 좁은 복도 양 옆으로 방문들이 촘촘했다. 미국에서 이처럼 좁은 복도와 작은 방을 본 적이 있었을까.
방에 들어선 뒤 기자는 비로소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홍등가는 홍등가일 따름이다. 더블 침대 하나, 작은 화장대와 서랍장 하나. 용산 전자상가에서 10만원 미만에 살 수 있는 저품질 카세트 오디오 한 대, 비디오와 텔레비전 한 대, 그리고 손수건 한 장만한 세면대가 전부였다. 나머지 공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자신을 실리아라고 소개한 여성은 기자를 침대에 앉혀 놓고 그야말로 봉 잡았다는 표정을 숨기려 애쓰면서 메뉴를 소개했다. 그녀가 부르는 메뉴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었는데 들어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액수였다.
예를 들어 안마(마사지)가 300달러, 그러니 그 이후의 코스엔 더 높은 가격이 붙는 게 당연했다. 코스마다 가격을 모두 불러달라고 하여 들어 보니 이곳에 와서 즐기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라면 차비를 제외하고 최소한 500달러는 있어야 했다. 택시 기사가 말했던 200달러는 순전한 거짓말이었다.
자칫 기자와 만리장성을 쌓을 뻔한 실리아를 달래면서 『운전기사가 200달러라고 해서 돈을 적게 가져왔는데 호텔에 가서 다시 돈을 가져오겠다』고 하며 방을 나왔다. 하지만 웬만한 관광객들이라면 그 먼 거리를 달려가서 조금 비싸다고 그냥 나올 수는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곳으로 올 때의 친절한 운전기사는 돌아올 때는 없었다. 그는 화가 잔뜩 난 사람으로 바뀌어 기자에게 택시 요금을 더 달라고 조르면서 한 시간 반을 달려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다. 이들은 손님을 유치하는 代價(대가)로 치킨 랜치라는 곳에서 팁을 두둑히 받게 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왕복 택시비 200달러에 50달러를 더 얹어 주고는 호텔 앞에서 내렸더니 새벽 세시가 넘었다. 카지노에서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골수분자들이 아직도 기계와 결투를 하고 있었다. 5달러짜리 「메뉴」에 적힌 「치킨 랜치의 전설」을 생각하니 웃음이 터졌다. 인간이 인간을 유혹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치킨 랜치는 리얼리티를 살려내 역사와 접목시키고 과장한 뒤 현대적 감각으로 포장했지만 그 속은 더도 덜도 아닌 창녀촌이었다. 이런 윤락가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주민과 당국의 容認(용인)도 한몫하고 있었다. 이런 분석 끝에 내린 결론은 인간을 유혹해 돈을 버는 사업을 배우려면 라스베이거스에 와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250달러를 지불한 대가였다.
가족을 즐겁게 해주는 흥행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장과 매춘업소를 가 본 기자는 마지막으로 쇼를 관람하기로 했다. 호텔마다 대형 네온사인 간판을 내걸고 각종 쇼를 선전하고 있었다. 대형 호텔들은 매일 저녁 수십 가지의 쇼를 공연한다. 원맨 쇼, 마술 쇼, 서커스, 코미디, 연극, 권투, 킥복싱, 레슬링 등. 식사를 하면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쇼가 다 열리는 셈이었다. 사람만 즐겁게 할 수 있는 쇼라면 어떤 장르도 가리지 않는 곳이 라스베이거스이다.
코미디나 원맨 쇼는 고급 영어를 해독해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옆 사람이 웃을 때 따라 웃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기자는 시저스 팔레스 호텔의 마술 쇼를 예약해 두었다.
저녁 7시에 시작된다기에 15분 전에 내려 갔더니 입구에는 벌써 열댓 명의 손님들이 로마 병정 차림의 巨軀(거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마술 쇼 단원이었는데 기다리는 손님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임무를 다하는 중이었다. 농담도 재치 있게 받아 넘기면서 작은 마술을 현장에서 보여주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시간이 다 되자 입구가 열리면서 먼저 도착한 스물다섯 명이 들어가게 되었다. 입구는 로마 시대의 城 아래에 마련된 지하통로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벽돌 한 장 한 장마다 치밀한 마감질로 다듬어져 匠人 정신이 느껴질 정도였다. 구석 구석으로 눈길이 닿는 곳마다 경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해골이나 로마 시대의 유물을 모조품으로 장식했고 벽엔 진짜 횃불이 펄럭이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호텔 경영자는 로마시대를 잘 구현해 내는 실내 장식 분야의 大家를 찾아내 비싼 임금을 지불해 가며 이 정도의 효과를 얻고자 했을 것이다.
마술 쇼는 로마 시대의 식당가에서 시작되었다. 음식을 나르는 웨이터와 호스티스들은 모두 로마시대의 복장으로 통일되어 있었고 손님들을 즐겁게 해 주는 마술사는 정말 예쁘다고 생각되는 여자였다. 그녀가 연출하는 마술이 진짜가 아님을 모든 관객들은 알지만 어떻게 속이는가를 추리하는 데 즐거움이 있었다.
그녀와 다른 마술사들이 펼치는 기술들은 한국의 마술사들도 할 수 있는 기술들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마술사들은 왜 한국의 마술사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까. 기자는 마술 쇼를 보면서 내내 우리 사회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곡마단의 마술사들을 떠올려 보았다.
마술 쇼는 식사를 마친 뒤 세 개의 방을 통과하면서 각기 다른 종류의 마술을 즐기도록 고안되어 있었다. 세 시간 만에 끝난 이 쇼를 보면서 75달러가 조금도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개 쇼가 좋으면 음식이 나쁠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이 두 가지 모두 質的인 차이가 거의 없었다. 물론 손님에 대한 단원들의 친절함도 최상급이었다.
가족과 함께 와 보았으면 하는 희망이 기자에게도 솟아날 정도였으니 이 쇼는 성공한 셈이다. 실제로 기자와 같은 팀의 관객 중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세 팀이나 되었다. 그 중 한 팀은 결혼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 전체가 이곳에 왔다고 한다.
호텔 수입의 70%가 카지노에서 발생 라스베이거스 상공회의소에서 만난 트리쉬 윌리엄슨(女·32) 공보담당관은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은 카지노에서 수입의 70%를 벌어들이고 숙박업에서 20%, 음식과 쇼에서 10% 정도 이익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한 호텔이 하루에 얼마나 벌어 들이죠?
『구체적인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시저스 팔리스나 벨라지오 같은 일류 호텔들은 하루 매상이 최소 100만 달러가 되어야 겨우 마진을 지키게 됩니다. 그러니까 MGM 같은 곳은 더 하겠지요?』
각 호텔들이 카지노로부터 매일 70만 달러 이상씩을 벌어들인다는 이야기다. 이런 호텔들이 자그마치 서른 개쯤 되니 하룻밤에 2100만 달러씩 버는 셈이다. 한국의 순진한 호텔 영업은 방을 팔아 수익의 70%를 남기고 식당 영업에서 20%, 연회장 貸與業(대여업)으로 10%를 벌고 있으니 차원이 다르다.
그녀는 네바다 州 정부의 수입원 중 60∼70%가 카지노에서 거둬들인 세금이라고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害惡을 끼치는 도박이지만 公益에 괄목할 만한 기여를 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사업이었다.
우리의 경우 태백市의 카지노 단지 조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계획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네바다 州정부가 처음 도박을 합법화하고 라스베이거스를 도박의 도시로 건설할 당시 어떤 반대에 부딪쳤고 어떻게 이를 극복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진 기자는 금방 무안해져야 했다. 그녀는 이런 대답을 해 주었다.
『그 때엔 반대고 뭐고 할 주민들이 없었거든요. 시민단체도 당연히 없었지요』
강원도 東江 댐 공사가 무산되다시피 하고 태백市의 카지노 단지 조성이 소리 소문도 없이 조용히 진행되어야 하는 우리와 다른 점은 주민과 시민단체의 有無에 있었던가 보다. 기자에게 그녀는 한 수 가르치듯 이런 말도 해 주었다.
『먼저 갬블(Gamble·노름)과 게임(Game·오락,경기)을 구별할 필요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갬블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것이랍니다. 요즘 우리도 카지노 손님들을 갬블러(Gambler·도박꾼)라고 부르지 않고 게이머(Gamer)라고 부르지요. 語感(어감)의 차이가 종국에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미국인들의 이혼 사유 중 약 60%가 배우자의 賭癖(도벽) 때문이라고 한다. 공보담당관 트리쉬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州정부가 앞장서서 카지노 사업을 독려해 온 이유는 마땅히 다른 산업기반시설도 없었다는 점 이외에 公益性이 너무나 지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범죄율이 낮은 도시 기자가 시내를 둘러 본 소감을 『의외로 평온하다』고 말하면서 범죄율을 묻자 그녀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어떻게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말해 주었다.
『풍부한 재정으로 경찰 공무원들을 고급화시킨 것이 첫 번째 이유가 될 겁니다. LA같이 인구가 많고 공무원들의 대우가 비교적 좋지 못한 곳에서는 경찰력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지요. 우리의 경우, 경찰 공무원에 대한 대우나 근무환경이 아주 좋습니다. 이것이 범죄 발생을 낮추게 된 첫번째 원인이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카지노로부터 얻은 수익금 때문입니다.
또 다른 요인을 꼽으라면 호텔 업주들이 수익금의 일부를 자체 경비 시스템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큐리티 가드(Security Guard·일종의 請願警察)를 고용해 카지노 내부를 샅샅이 경비토록 함으로써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지요. 특히 이들 시큐리티 가드와 경찰 간의 연계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시큐리티 가드들은 현장 체포권은 없지만 진압권을 갖고 있기도 하지요.
관광도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범죄율이 낮아야 한다는 데 호텔측이나 市 당국이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어요』
―마피아들의 개입이 지금도 있다고들 하는데요.
『1980년대 초에 시작된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는 州정부로 하여금 중앙정부로부터의 財政 독립을 유도했지요. 이때 네바다 州정부는 「NGCB(네바다 게임 감독 위원회)」를 통해 탈세와 조직범죄 등을 박멸하게 됩니다. 범죄가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면 州정부의 수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거든요. 이후 마피아가 개입하는 일은 사라졌지요』
유흥가와 범죄 조직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로 알고 있는 기자로서는 의외로 교과서 같은 답을 들은 셈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읽은 공보담당관은 이런 말로 기자를 설득했다.
『현금 보유를 가장 많이 한 사람들이 이곳에 머무는 관광객들입니다. 이들이 길거리에서 강도에게 몇 십만 달러씩 털렸다는 소식이 들리면 누가 라스베이거스를 다시 찾겠습니까』
―한국인들은 얼마나 옵니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본토에서 오는 한국인들은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많지 않아요. 교포나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제법 되지만』
한국에서도 탄광촌을 再개발하여 카지노 단지를 만들려고 하는데, 필요한 助言을 부탁했더니 그녀는 이런 말을 해 주었다.
『한국을 가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그곳에서 오신 분들을 만난 적은 있습니다. 태백이란 곳에서 카지노 단지를 건설한다는데, 무엇보다 주민과 당국이 협조를 통해 카지노에 대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갖게 하는 것이 첩경일 겁니다. 폐광촌의 지역개발에 가장 효율적인 산업은 이것 말고 딱히 다른 게 없을 것이니까요』
『돈 따지 않는 것이 돈 따는 비결』 이곳의 약 8000여 명 정도되는 한국 교민들은 미국의 다른 州처럼 열성적인 宗敎활동을 하면서 생활하는 것과는 달리 비교적 조용하게 지내는 편이다. 마지막 날 밤늦은 시각에 교민 洪旼植씨, 文英三씨, 丁漢洙(53)씨, 蔡洙榮(49) 등 네 분이 기자를 위해 蔡씨 집으로 모였다. 20년 이상 이곳에서 살아 온 이들은 교민 중 고참급에 속한다. 현재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식당가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이들은 오랫동안 호텔과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한 경험담을 기자에게 들려 주었다. 이 분들의 이야기를 이름 없이 소개한다.
―카지노에서 한국인들은 어떤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까.
『중국인들은 도박을 즐길 줄 압니다. 그런데 토종 한국인들은 성질이 급해요. 조금 잃었다고 생각되면 막 갖다 지릅니다. 그리곤 결국 다 잃어 버리는 것이죠』
『한국 카지노 세계에서 유명한 모씨가 여기서 큰 판에 참가한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실망했어요. 왜 한국 사람들은 남을 인식하려는지 모르겠어요. 자기 자리에 쌓아 둔 칩들을 남들이 어떻게 봐주는지, 자기가 크게 베팅하는 걸 남들이 어떻게 봐 주는지 자꾸만 주위를 둘러 보는 겁니다. 한국 사람은 과시 욕구가 참 많아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스트였던 「로라 崔」란 여자가 한국에 들어가 도박빚을 받아 오려다 검찰에 적발된 사건이 난 후로는 한국에서 거물들이 이곳을 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국인들은 귀빈 대열에 끼지 못하지요. 최근에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참 많이 왔어요. 한국 유학생들도 돈을 펑펑 쓰는 걸 종종 봅니다. 株式투자로 성공하니 그 돈으로 여기서 도박을 하는 모양인데 국내에 카지노가 있다면 그 돈은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지는 않겠지요』
―이곳에 와서 돈을 따는 비결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돈을 많이 따지 않는 게 돈을 따는 비결입니다. 제 친구 동생 하나는 27년 전 이곳에서 일하면서 버스 보이(Busboy·테이블의 접시를 나르는 일로 팁이 짭짤한 직업)를 했어요. 그 아이가 7달러를 걸어서 3800달러를 딴 적이 있어요. 그때 돈으로 큰 돈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차도 샀으니까요. 그런데 그후 7년 동안 단 돈 1달러도 집으로 가져 온 적이 없었습니다. 도박은 돈을 따면 안됩니다. 그 순간부터 즐길 수가 없게 되거든요』
『한 7~8년 전 뉴욕 식당에서 일하던 한국 여자 한 사람은 여기 와서 5달러로 3500달러를 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일 년쯤 뒤엔 집 다 날리고, 이혼 당하고, 나중엔 병을 얻어 죽고 말았지요. 여기 와서 돈을 따 가겠다는 사람만큼 미련한 사람이 없어요. 가장 미련한 사람들에 한국 사람이 속해요. 필사적이거든요. 물론 그 중에는 몇 만 달러씩 따 가는 사람도 있지만 종국에는 다 잃는다고 보면 됩니다』
노인들의 天國 ―한국인에게 도박은 적성에 맞지 않는 모양입니다.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니까 집안 들어먹는 사람이 많지요. 하지만 한국도 도박장을 개설하고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여기 와서 돈을 흘리고 가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 것이죠』
―주민으로서 이곳에서 살아 보니 어떻습니까.
『도박에 안 빠지면 생활비가 참 적게 드는 도시입니다. 세금도 적은 데다가 동네에서 조금 걸어 가면 호텔들이 나오지요. 카지노 손님들을 위해 이곳 호텔들은 24시간 운영되고 아침 정식이 1달러 99센트예요. 노인들은 아침 6시면 일어나 호텔 식당엘 가곤 합니다. 계란 프라이에 오렌지와 베이컨이 나오고 커피는 무한대니까요』
『은퇴한 뒤의 생활이 참 좋아요. 연금도 나오고 하급직이지만 1주일에 5일 동안 이렇게 친구들과 일을 하고, 토요일엔 낚시, 일요일엔 골프장을 다닐 수 있어요. 무엇보다 호텔이 24시간 문을 여니까 우리 같이 늙어서 잠이 안 오면 아무 곳이나 갈 수 있으니 좋고, 오락으로 하는 도박이어서 치매 방지에도 좋고, 기후도 건조하니 신경통 걱정이 없지요』
―하지만 길거리 곳곳에 매춘업을 알리는 옐로 페이지가 돌아다니고 치킨 랜치 같은 윤락가가 유명해져 곤란하지 않습니까.
『지금 한국의 서울에서 한 여자 경찰서장이 미아리 윤락가를 없앤다고 하는데요, 잘못 처리하면 그 동네만 깨끗해질 뿐 다른 동네 가정집까지 파고 들 겁니다. 인간 본성을 죽이려 들면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게 세상 이치 아닙니까. 없애려 하지 말고 市 밖으로 몰아내 주어서 그들도 살게 해 주어야 할 겁니다』
―범죄가 거의 없다는데 사실입니까.
『옛날에 비하면 늘었지요. 마피아가 설칠 때는 좀도둑이 없었어요.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렸으니까. 요즘은 컨벤션 시즌이 되면 LA에서 소매치기와 창녀들이 몰려 와요. 경찰은 초비상이 걸려 거리마다 사복형사들이 깔리지요. 다른 도시에 비하면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호텔마다 쇼를 참 잘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무얼 배워야 할까요.
『예그린 악단에도 있어 보고 무대 장치를 해 봐서 아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직업을 천하게 여기는 풍토가 강했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무대 장치가나 쇼 기획가나 대단한 부자들입니다. 능력을 인정받아 부자가 되는 풍토가 만들어지면 한국도 나아지겠지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라스베이거스 맥카렌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기자는 이 도시가 왜 성공하고 있는지를 되짚어 보았다.
인생을 즐긴다는, 우리에겐 죄책감이 먼저 일어날 표현들과, 賣春業조차 적당히 용인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발판으로 이용하는 세계 최강국의 관광도시. 5일간 기자가 만나 본 미국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갖지 못한 여유가 아니었을까. 그 여유란 物質의 풍요함에서 온 것일까, 思想의 건강함에서 온 것일까.
物質이라면 所有的 思考에서 연유한 것일 터이다. 所有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生産과 分配로 나뉘어진다. 제대로 된 생산과 제대로 된 분배란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 분배를 중히 여기면 생산이 타격을 입어 그 집단은 구제불능으로 전락하고, 반대로 생산을 중히 여기면 분배의 모순이 생겨 계급 혁명의 원료가 제공된다. 흔히 자본가와 노동자로 세상을 나누는 思想의 基底(기저)에는 이런 所有的 관념이 지배적이다. 所有的 관념이 지배적인 사회는 상호간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계급투쟁이란 악순환을 반복한다.
민중을 위한다고 나서는 정치 지도자가 등장하면 그 나라의 대기업과 상공업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기업과 경영주만 중시하는 정치 지도자가 등장하면 民亂을 자초하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에서 오래 살면 살수록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지고 쉽게 화를 잘 내는 성미로 변하기 마련이다.
오늘날의 라스베이거스를 이뤄낸 미국인들의 여유로움이 思想의 건강함에서 나왔다면 그것은 삶의 樣式을 가름하는 存在的 思考에서 연유한 것일 터이다.
이 세상을 存在的 관점에서 보면 創造(창조)와 享有(향유)로 나눌 수 있다. 創造物을 서로 나누어 즐기는 것이 享有이다. 기자가 열심히 취재해서 기사를 쓰는 행위가 創造하는 과정이고, 수많은 독자가 읽어줄 때의 享有하는 과정은 잠시 후 기자에게 정신적인 격려로 돌아와 기자의 삶을 강화시킨다.
安哲秀라는 사람이 백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創造이고, 이를 무료로 인터넷에 올려 누구나 쓸 수 있게 한 것이 享有하는 삶이다. 염가로 봉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창조하는 사람은 인생을 즐길 줄 안다. 오늘의 라스베이거스가 있게 된 것은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사람이란 창조적인 사람이다. 우리에게도 재능 있는 人才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기자가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지 못한 존재가 라스베이거스에는 있었다. 그곳에서는 창조적인 일을 하는,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그 노고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여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줄 아는 경영주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창조적인 직원들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면 할수록 훗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창조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삶을 즐기게 한다. 즐거우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그만큼 돈은 더 벌리게 되어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거리를 5일 동안 걸어 다니며 기자가 찾았던 성공의 비결은 이것이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던 기자는 우리 곡마단의 마술사를 떠올렸다. 우리는 왜 그들을 세계적인 마술사로 성공시키지 못한 채 뒷골목으로 몰아내야 했을까. 그들도 라스베이거스의 부유한 마술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개척해간 창조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면서….
회색 스모그가 자욱한 김포공항에 착륙한 뒤 기자가 받아 본 신문은 現代 그룹의 후계자 문제가 일면 톱으로 올라와 있었다. 거론되는 이름 속에서 정작 現代 자동차를 만들고 이끌었던 전문경영인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기자는 귀국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