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서에서 트로트 비중은 50%이지만 음반시장에선 1%
●최고의 가곡 작곡가가 自費로 음반 내는 나라
●10代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등장… 중학생 소설가도 나오고
●문장이 안되는 10代 소설 量産
●기성세대가 고급문화에 돈을 쓰지 않는 한 低質化 막을 수 없다
●최고의 가곡 작곡가가 自費로 음반 내는 나라
●10代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등장… 중학생 소설가도 나오고
●문장이 안되는 10代 소설 量産
●기성세대가 고급문화에 돈을 쓰지 않는 한 低質化 막을 수 없다
자극과 감성의 세대
197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남매 팝 가수 카펜터즈가 불러 크게 히트했던 노래 중에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Yesterday once more)」가 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어렸을 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곤 했지. 노래가 나오면 나는 따라 불렀고 나는 기분이 좋았지…』
사회학자들이 세대 구분을 시도할 때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이 라디오를 들으며 커 온 세대와 텔레비전을 보며 자란 세대로 나누는 방법이다.
1980년 컬러 텔레비전 방송 시대의 개막 이후 자란 10대와 20대 초반의 영상세대는 기성세대들이 같은 시기에 보여준 것과는 質的(질적)으로 다른 행동 양태를 보이고 있다. 기성세대는 컴퓨터를 직업상 대하고 「부담」으로 느끼지만 영상세대에게 컴퓨터는 오락이고 생활 그 자체이다. 영상세대는 복잡하고 논리적인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하지만 10代는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그 어떤 골치 아픈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한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대표적이다. 부모세대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영상세대는 복잡한 설계 과정을 너무도 간단하게 해결한다.
영상세대는 이념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적고 개인적인 문제에 강한 관심을 보인다. 그들은 부모세대와는 비교해 TV 뉴스를 즐겨 보지 않고 신문도 거의 읽지 않는다. 기껏해야 TV프로그램 정도나 열심히 본다.
바로 이러한 영상세대가 지금 한국 사회에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몰고 오고 있다.
『10代는 독특한 재미를 따라간다』
KBS는 MBC와 SBS에 비해 보수적이고 관료적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래서 KBS는 다른 두 방송사에 비해 序列(서열)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1998년 10월 KBS에서 보기 드문 파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토요일 프라임 타임 프로그램(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을 입사 6년차인 공채 19期 金潤(김석윤·36) PD에게 맡긴 것이다. 景明喆(경명철·KBS 5기) 주간은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1980년대에 入社(입사)한 PD들이 청소년 프로그램을 맡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시대 변화에 적응력이 빠른 친구들이 맡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프로그램은 그들과 비슷한 문화적 토양 속에서 자란 친구들이 맡아야 그들의 경향과 요구 사항을 놓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어떨지 조마조마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金PD가 이 프로그램을 맡은 16개월 동안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은 20~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시간대인 토요일 오후 6시대에 최고 27%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30대 중반의 金PD는 中高生(중고생)들의 감각과 유행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 金PD는 『청소년들의 감각을 따라잡기 위해 만화책을 열심히 보는데 잘 팔리는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金PD는 10代가 주요 시청자이지만 폭넓은 세대가 보게끔 신경을 썼다. 그리고 어디서 봤음직한 아이템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金PD는 사람에게 누구나 있는 「지켜보기 심리」에 착안, 「강호동 살빼기」 같은 독특한 소재를 발굴해 10대에서 50대까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金PD는 지난 1월부터 이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고 경쟁 방송사에 비해 부진하다는 평가를 듣는 「시트콤」 재건을 위해 준비중이다. 金PD는 10代 시청자를 잡는 비결에 대해 『독특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재미가 없어도 관성적으로 시청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재미가 없으면 당장 채널을 돌린다는 것이다.
부모세대가 TV 더 많이 시청
▲ 1999년1월22일 그룹 HOT의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에 들어가기 위해 열성팬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기성세대의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는 TV가 지나치게 10代 취향 위주의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10代들이 너무 TV에 매달린다는 불평도 한다. 이는 기성세대의 선입견에 불과하다. 10代들은 학교 공부 때문에 전반적으로 부모세대에 비해 TV 接觸率(접촉률)에서 떨어진다. 「평일 저녁에 주로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대답한 부모가 65%(아버지는 73%), 중학생은 60%, 고교생은 48%였다. 이런 가운데 평일 중고생의 TV 접촉 패턴을 보면 저녁 식사 시간을 전후한 시청률이 높다.
접촉률은 낮지만 TV의 영향력은 中高生들에게 절대적이다. TV에 대한 충성度(도) 면에서 영상세대는 낮은 접촉률의 不利(약 10% 차이)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중고생들의 라디오 청취율은 극히 저조하지만 학교의 보충수업과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각인 深夜(심야) 시간대의 라디오 청취율은 거의 저녁 식사 시간대의 TV 시청률과 맞먹는다.
1999년 12월 말, MBC는 「99 MBC 10대 가수 가요제」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면서 경쟁 방송사와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시청자 전화로 최고 인기 가수를 뽑는 대신에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로 최고 인기 가요와 10대 가수를 선정했다. 그런데 갤럽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조사를 30세 이상과 미만으로 구분해서 했다는 점이다. MBC는 30세 이상과 30대 미만이 뽑은 10대 가수 10명과 최고 인기 가요를 각각 발표했는데, 두 연령층에서 공통으로 뽑힌 10대 가수는 엄정화, 조성모, 핑클이었다. 「10대 가수 가요제」를 지휘한 프로예능 1국 安祐廷(안우정) PD는 『연령 구분을 하지 않을 경우 10代들에게서 특정 가수에 몰표가 나오기 때문에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全 국민이 좋아하는 가수와 가요라는 조사의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 연령 구분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텔레비전 연출가들은 TV 프로그램이 10代 위주라는 기성세대들의 불만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밤 8시 이후의 4개 공중파 방송을 보면 10~20대 초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 HOT, 핑클, 유승준, 조성모 등은 오후 6~8시대가 생존 시간帶이다. 이 시간대는 중고생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는 시간이다.
藝能(예능) 프로그램만을 20년간 담당한 KBS TV2국 景明喆 주간은 『기성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못받아 숨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KBS의 「가요무대」 「열린음악회」 「이소라의 프로포즈」, MBC의 「가요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이 편성의 균형 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0代 호주머니 노리는 사람들
10대의 텔레비전에 대한 높은 충성도는 연예계 데뷔 연령을 20대에서 10대로 확 끌어내렸다. 1970~1980년대에도 10대들의 텔레비전 진출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의 兒役(아역) 배우역에 국한되는 수준이었다. 이러던 것이 1990년대 들어서는 10대들이 단순한 助演(조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성인들과 경쟁하는 당당한 「연예 상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댄스그룹은 대부분 10대 후반에 가요계에 데뷔했다.
친구의 애인을 빼앗아 10대들에게 「사랑이냐 우정이냐」는 화젯거리를 제공한 한솔 PCS 「I Click U」 CF 스타 김효진은 1984년생으로 이화여고 2학년이다. 중학교 때부터 10대 잡지의 모델로 활동해 온 김효진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99년 「018」 CF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0대가 주요 소비층인 상품은 10대를 광고 모델로 써야 뜬다는 것이 광고계의 定說(정설)이다. 1999년 여름 SK텔레콤은 「TTL」 광고에 중학생을 모델로 기용한 뒤 5개월 만에 가입자 1백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이동통신 시장이다. 이동통신 회사들이 주로 노리는 것은 물론 10대들의 호주머니다.
지난 2월 초 이동통신 TTL은 신문에 컬러 전면 광고를 실었다. 제목은 「비(費)가 내린다」였는데, 「수업 끝, 할인 시작! TTL 스쿨요금 탄생」이라는 副題(부제)가 붙었다.
「TTL 스쿨 요금제는 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리게 디자인된 요금제야. 학교 생활에 딱 맞춰 시간대별, 개학·방학별로 저렴하게 할인이 되거든!」
이 광고는 중고생들에게 전부 휴대폰 한 대씩을 갖게 하겠다는 발상인데, 과연 사용료를 낼 능력도 없는 10대들에게 휴대폰을 전부 보급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정말 10대들의 미래를 걱정이나 하는 건지 답답한 생각도 든다.
지난 1월 중순 열세 살짜리 쌍둥이 형제 가수가 등장했다. 오는 3월 중학생이 되는 서울 서초구에 사는 량현과 량하 형제는, 1995년에 열네 살로 데뷔한 「아이돌」 2인조와 비교해 데뷔 연령을 한 살 끌어내리는 대중가요 분야의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데뷔곡 「춤이 뭐길래」는 여자친구로부터 춤도 못춘다고 놀림을 당하던 모범생이 열심히 춤을 연습해 여자친구에게 자랑한다는 내용이다. 데뷔 앨범에는 이밖에도 「성적표」 「팝콘 러브」 등 10代 친화적인 소재와 내용을 다루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소속사인 대형AV측의 주장이다.
林權澤 감독마저…
최근 개봉된 林權澤 감독의 「춘향뎐」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20세기에 나온 영화 「춘향전」의 여주인공들은 40대부터 20대 중반이었던 데 비해 21세기 영화 「춘향뎐」에는 실제 춘향의 나이(16)와 같은 여배우 이효정을 발탁했다. 물론 상대 배우인 이몽룡役에도 실제 나이와 똑같은 조승우(19)를 기용했다. 林權澤 감독은 전례가 없는 실제 나이의 무명 배우를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살아 있는 연기를 통해 열여섯 살의 풋풋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설명했다. 林감독은 10代 배우에게 섹스 연기를 시켰다는 이유로 청소년보호법 위반 시비를 낳기도 했다.
요즘 방송가에선 「댄스그룹의 수명은 3개월」이라는 얘기를 한다. 오랜 기간 준비를 해 반짝 인기를 얻지만 그 인기란 것이 3개월을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허망한 인기의 맛을 본다. MBC 朱哲煥(주철환) PD는 『음악적 재능이 없는 아이들을 외모와 춤 실력만 보고 중고생들을 연예계로 끌어들여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 지적한다.
10代들이 어린 나이에 텔레비전에 나가 인기의 단맛을 보고 좌절하게 되면 건강한 成人(성인)으로 성장하기가 어렵다. 미성년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학교 교사, 학부모, PD가 무분별한 연예계 진출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영상세대들은 기성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유희적 인간형(호모 루덴스)을 보여준다. 연예계 스타가 그들의 偶像(우상)이며 꿈이다. 그들은 거침없이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겠다』고.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이라는 것이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니라 신체를 이용해 쉽게 돈을 버는 쪽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왜 10代는 댄스에 미치나
현재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오락기구는 단연 DDR(Dance Dance Revolution)이다. 청소년이 있는 웬만한 가정에는 2만~3만원대의 가정用 DDR이 있다. 배경음악도 인터넷을 통해 마음대로 다운받을 수 있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최고의 자랑거리는 「공부」가 아니라 「춤」이라고 한다. 영상세대들이 춤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강한 리듬의 음악을 좋아하는 연령적 특성 외에도 기성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육 상태가 좋은 데 따른 신체적인 자신감이 춤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갖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1980년 14세 한국 남자의 평균 키는 1백60cm, 25세 여성의 평균 키는 1백57cm였다. 1998년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평균 키는 1백72.8cm, 여학생은 1백60.2 cm이다. 베이비 붐 세대와 비교해 지금의 영상세대는 남자는 평균 10cm, 여자는 3cm 이상이 커져버린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시작된 케이블 방송들이 대부분 극심한 적자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음악 전문 케이블인 「M net」과 「KM tv」가 홈쇼핑 채널 등과 함께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것은 영상세대들의 지지 덕분이다.
10대의 춤에 대한 욕구는 「콜라 텍」이라는 새로운 놀이공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콜라 텍」은 말 그대로 술 대신 콜라를 마시면서 춤을 출 수 있는 10대 專用(전용) 공간이다. 나이트 클럽과 디스코 클럽이라는 성인 專用의 춤추는 공간에 대항해 이들은 맨 정신으로 당당하게 슬로 댄스曲 하나도 없이 나오는 랩과 댄스 음악에 몸을 맡긴다.
랩은 미국 대도시의 흑인 빈민가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담아 지껄이듯 노래부르던 것이 상업화되면서 全 세계로 퍼진 음악 장르이다. 랩의 특징은 현실에 대한 저항적이고 공격적인 가사를 강렬한 리듬에 실어 발산하는 데 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랩은 공격적인 메시지보다는 빠르고 강한 비트와 리듬을 중심으로 받아들여졌고 감각적인 댄스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서태지 이후 수많은 랩 댄스 그룹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랩은 한국 대중 음악의 主流(주류)로 등장하였고 사실상 음반 시장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기성세대들이 랩 댄스를 『무슨 음악이 저러냐』거나 『저건 음악이 아니다』라는 식의 고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멜로디와 和聲(화성)을 최소화하는 랩의 특성에서 볼 때 불가피한 것이다.
10~20代, 음악시장의 98.3% 차지
▲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10代가 모델로 나오지 않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 사진은 SK텔레콤의 TTL광고.
문화관광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음반시장 규모는 1997년 4천2백억원, 1998년 3천5백30억원, 1999년 3천7백~3천8백억원(추정치)이었다.
보통 댄스, 랩, 힙합을 10대 취향 음악이라고 하는데, 한국영상음반협회(RIAK)측은 음반 시장에서 10대 취향이 차지하는 비율을 80% 이상으로 추정한다. 20대가 15%를 차지하고 나머지 연령층이 전체 5%를 가지고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다. 1998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0대의 음반시장은 2천8백24억원에 이르렀다. IMF 관리체제는 음반시장 규모를 축소시킨 한편 상대적으로 불법 음반시장을 키웠다.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주요 음반 소비계층이 正品(정품) CD(콤팩트 디스크) 대신 불법 카세트테이프와 CD 불법 복사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음악관련 기관 중 어느 곳에서도 가요를 장르별로 나눠 매년 작곡 편수와 음반판매량을 집계하고 있는 곳은 없다. 현실적으로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노래들을 장르별로 구분하려는 작업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두 개의 장르가 뒤섞이거나 장르의 경계선에 걸쳐 있어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국영상음반협회(RIAK)가 매월 음반판매량(CD와 카세트 테이프) 순위를 1위에서 50위까지 발표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순위에 오른 모든 곡에 대해 나름대로 장르 구분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영상음반협회측은 댄스, 발라드, 레게 힙합, 록, 랩, 트로트, 재즈,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R&B(리듬 앤드 블루스) 등으로 구분했다. 月刊朝鮮은 1999년(1~11월)의 음반판매량을 기본 자료로로 이를 다시 장르별 집계했다. 이 결과 1위는 댄스곡으로 49.2%, 2위는 발라드로 38.9%, 3위는 레게 힙합으로 6.3%였다. 이밖에 록(Rock) 2.8%, 랩 1.1%, 재즈 0.6%,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0.4%, 트로트 0.2%, 리듬 앤드 블루스 0.1% 순이었다. 50위 이하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구성비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0.2%를 차지한 트로트 계열을 가수별로 보면 조용필, 심수봉, 패티김, 태진아, 성동일, 이미자 등이었다. 이 중 태진아만이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음반 판매량 50위 안에 들었을 뿐이다. 국민가수로 칭송받으며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당당히 서는 이미자와 조용필조차도 음반 시장에서는 겨우 이름을 올려놓는 수준이었고, 나머지 트로트 가수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음반시장에서는 보통 댄스, 레게 힙합, 랩을 찾는 연령층을 10대, 발라드와 록을 찾는 계층을 10~20대로 본다. 그렇다면 10~20대가 음반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8.3%에 이른다. 나머지 1.7%를 놓고 트로트, 재즈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음반 시장의 현주소다. 이는 10~20대 음악에 의해 다른 장르의 음악이 窒息(질식)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트로트는 한국인 정서의 50%를 차지하지만 음반시장 점유율은 1%』
金東健(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1 TV 「가요무대」는 비록 젊은 층이 시청하지는 않지만 트로트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1985년 11월4일 첫 방송이 나간 「가요무대」는 올해로 방송 15년을 맞는 長壽(장수) 프로그램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 텔레비전의 가요 프로그램은 방송사에 관계없이 斜陽勢(사양세)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가요무대」는 시청률 11~13%를 유지해, 「전국 노래자랑」(13~15%)의 뒤를 잇고 있다.
「가요무대」의 연출자인 崔公燮(최공섭) PD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출연진의 95%는 트로트 가수, 이른바 뽕짝 가수이다. 15년간 「가요무대」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는 1위가 「찔레꽃」이고, 2위가 「고향 무정」이다. 最多(최다) 출연가수는 주현미와 현철이 공동 1위고, 이미자가 3위, 설운도와 송대관이 그 뒤를 잇고 있다. KBS 內에서 가요 및 국악 전문 연출가로 평가받는 崔公燮씨는 한국인과 트로트 음악의 관계에 대해 이런 얘기를 했다.
『트로트 음악은 한국인 정서의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본다. 특히 「가요무대」에서 한국인의 80~90%는 트로트 정서를 호흡한다. 월요일마다 「가요무대」를 보는 사람들은 트로트의 리듬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트로트 음악이 음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에 그친다는 데 있다』
이미자, 나훈아, 주현미씨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트로트 가수들이 호텔에서 디너 쇼를 열 때마다 입장권은 순식간에 매진되곤 한다. 물론 이들은 트로트를 즐기는 극히 일부분의 상류계층에 국한된다. 하지만 이들이 新譜(신보)를 내면 10대들과 같은 구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요즘은 방송 출연이 뜸한 편인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는 5년간 新曲(신곡)을 내지 못한 채 밤무대나 디너쇼에서 「신사동 그 사람」과 같은 1980년대 히트곡들을 부르고 있으며, 「봉선화 연정」의 현철도 최근 2년 만에 新曲을 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은 편이다.
기성세대는 자신을 위한 투자에 인색
왜 한국인 정서의 50% 이상을 점한다는 트로트 음악이 음반시장에서는 「1%」라는 초라한 점유율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것인가. 崔公燮 PD에 따르면 「가요무대」의 主 시청자층은 「中卒(중졸) 학력의 50대 남자」이다. 이것은 트로트 정서를 공유하는 계층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앞서 유명 트로트 가수들의 디너쇼 입장권을 매진시키는 극소수의 트로트 애호가들 역시 10만원짜리 표는 사더라도 만원 한 장짜리 CD는 사지 않는다. 그럼 대다수의 트로트 팬들, 즉 「中卒 학력의 50대 남자」는 디너 쇼에도 가지 못하는데 어떤 식으로 좋아하는 뽕짝을 즐겨 들을까? 崔公燮 PD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린다.
『그들은 대부분 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2천원짜리 불법 카세트 테이프를 사서 트로트를 듣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유명 가수들이 아무리 新曲을 내도 팔리지 않는 것이다』
간신히 트로트 4인방이라는 송대관, 현철, 태진아, 설운도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의 CD는 많이 팔리는 경우가 몇만 장대가 상한선이다. 조성모와 HOT와 김건모의 음반이 出市(출시) 전에 예약 판매로 몇십만 장이 나가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인다.
KBS 景明喆 주간은 기술발전과 소득이라는 면에서 그 원인을 분석했다.
『기술의 발전이 세대간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대부분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고 LP판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新기술 적응도가 떨어진다. 또한 기성세대들은 자신을 위한 투자에 인색한 반면 10대와 20대는 자신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쓴다는 것이 세대간의 차이를 두드러지게 한다』
『PD들이 偏向을 강요한다』
베이비 붐 세대는 대부분 楊姬銀(양희은), 趙東眞(조동진), 金敏基(김민기) 등으로 대표되는 포크 음악에 빠져 20대를 보낸 세대이다. 1970년대에 명동 OB’s 캐빈에서 통키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포크 가수들 역시 요즘에 와서는 트로트 가수 못지않게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1999년 12월 楊姬銀씨는 서울 동숭동 학전 그린 극장에서 「양희은 1999」 공연을 했다. 마지막 공연날인 12월29일 그는 담담한 어조로 이런 얘기를 했다.
『요즘은 新曲을 내도 알려지는 데 5년이 걸린다. 1985년에 발표한 한계령이 최근 들어 조금씩 뜨고 있다. 14년 만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요즘 젊은 음악 기획자들은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창피한 일이지 무슨 자랑거리냐고. 하지만 우리 세대에겐 우리의 리듬이 있다고 본다』
한국포크싱어협회가 주장하는 포크 송의 음반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다. 그런데 여기에는 발라드 계열도 포함되어 있어 순수 포크 음악은 이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960~1980년대 한국 가요계의 히트곡 제조기로 불렸던 작곡가 金熙甲(김희갑)씨. 최근 국내외 공연에서 화제가 된 뮤지컬 「명성황후」의 음악을 金씨가 썼다. 「바닷가의 추억」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향수」 등 金熙甲씨가 만든 노래들은 成人 가요 분야의 古典(고전)으로 통한다. 金씨는 매스미디어가 대중을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사의 젊은 PD들이 대중에게 한 가지를 강요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좋아했던 대중 음악을 매스컴에서 너무 쉽게 버리는 것 같다. 가요에도 古典이 있다. 고전을 사랑하고 보존할 줄 알아야 한다. 가요를 담당하는 PD들이 연령별로 다양화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들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트로트와 포크 송을 들을 기회가 없다. TV는 극소수의 인기 가수에게만 제한되어 있을 뿐이다. 음반시장에서도 기성세대 취향의 음악은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그래서 자연발생적으로 서울 근교의 미사리, 장흥, 양수리 등지에 라이브 카페가 등장했다. 40~50대 이상은 차를 타고 이곳에 가야 자신이 젊은 날 좋아했던 가수를 만나고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입 소문이 나면서 아예 이곳은 라이브 카페村(촌)으로 탈바꿈했다.
라이브 카페村 가수들도 나름대로 신곡을 낸다. 그리고 손님들 앞에서 신곡을 불러보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지루해 하기 십상이다. 들어보지 않은 노래이기 때문이다. TV와 라디오를 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로 학전 그린 극장에서 있은 楊姬銀씨 공연의 副題(부제)는 「지금은 아줌마 시대」였다. 그는 12월7일부터 29일까지 총 25회 공연을 했는데 매회 공연마다 평균 2백80~3백명의 중년 여성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마지막 공연일에도 객석은 3백40명으로 터져나갔다. 오후 4시 楊姬銀씨가 마지막 공연 도중 잠시 무대 뒤에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는 일주일 이상 계속된 독감으로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런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공연 도중에 관객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봐 주십시오』
그는 컨디션이 최악의 상태였지만 안면 때문에 기자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최근에 楊姬銀씨 음반을 산 적이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는지 손을 들어봐달라고 해주세요. 제가 뒤에서 세어볼 거니까요』
『알겠어요』
『꼭입니다』
楊姬銀씨는 다시 무대에 나왔고 노래 틈틈이 두런두런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까 언급한 『내 노래는 뜨는 데 5년이 걸린다』는 말을 했고, 그리고 관객을 향해 내가 주문한 말을 했다. 이미 극장 안은 조명이 켜져 환했다.
『근간에 들어 자기 자신을 위해 음반을 사 본 사람 있으면 손을 들어보세요』
한두 명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그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기자 역시 객석의 맨 윗부분에서 재빨리 세었다. 楊姬銀씨는 여섯 명까지 세다가 멈췄는데 그 숫자는 10명을 겨우 넘는 정도였다. 계단과 무대를 빼곡하게 채운 3백40여명 중 자기 자신을 위해 CD나 카세트 테이프를 산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했다.
그는 『아주 고무적이네요. 고맙네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왜 그가 내가 주문한 「양희은씨 음반」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음반을…」이라고 바꿨는지를 알게 되었다. 만일 내가 주문한 대로 말했다면 손을 든 아줌마들이 과연 10명이나마 될지를 그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만일 그랬다면 가수와 관객이 서로 얼마나 무안했겠는가.
만일 가수가 楊姬銀이 아니고 조성모였고, 조성모가 자기 팬들 앞에서 똑같은 질문을 했다면 조성모의 팬들은 대부분 손을 들었을 것이다. 이날 공연을 보러 온 주부들은 옷차림새로 볼 때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아줌마들은 자신들이 젊은 날 좋아했던 가수의 신곡 음반을 사주지 않는다. 그 결과 포크 가수들은 아무리 좋은 新曲을 내도 시장에서 움직이지 않고 또 방송에서도 틀어줄 기회가 없는 것이다.
自費로 제작되는 한국의 가곡들
가수 楊姬銀씨는 자신의 新曲이 뜨는 데 5년 정도가 걸린다고 했는데, 歌曲(가곡) 분야로 옮겨가면 이 정도는 약과라는 생각이 든다. 가곡은 우리나라에서 불리는 노래 중, 한국을 대표하고 가장 수준 높은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른바 「뜨는」 가곡으로 불리는 「내 맘에 강물」은 한국 가곡의 2세대 작곡가로 분류되는 李秀仁(이수인·61·KBS어린이합창단 단장)씨의 작품이다. 「내 맘에 강물」은 1980년대 초반에 나왔지만 대중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曲이 세상에 나온 지 20년 만에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다는 얘기다.
현재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틀어 가곡만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KBS FM의 「정다운 가곡」이 거의 유일하다. 작곡가들이 신곡을 내도 틀어주는 방송이 없고 신문에도 한 줄이 안 나고 그러니 역시 사주는 사람도 없다. 한국 가곡이 이렇게까지 홀대를 받아도 되는 것일까? 李秀仁씨는 『가곡은 한국인의 抒情性(서정성)에 가장 가깝게 닿아 있는, 그리고 가장 오래 가는 장르』라고 말한다.
『내용이 있고 차분하게 생각하는 음악이 가곡인데, 느끼고 생각하면서 듣는 음악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사회 안정에도 좋지 않다. 시끄러운 노래도 있어야 하지만 한편에서는 시끄러움을 피해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차분한 노래가 불려야 한다. 이런 사회가 균형이 잡힌 안정적인 사회이다』
가곡은 음반시장에서 統計(통계)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음반 제작사에서도 가곡을 제작하지 않으려 한다. 李秀仁씨는 「내 맘에 강물」 「별」 「석굴암」 「고향의 노래」 등 24곡을 담아 1996년 「이수인 한국 서정 가곡선」 CD를 自費(자비)로 냈다. 한국 최고의 가곡 작곡가 겸 지휘자인 그가 음반을 自費로 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현실은 한국 가곡이 얼마나 척박한 문화적 토양 위에 서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李秀仁씨는 갈수록 대중과 멀어져 가는 歌曲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곡은 시장논리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된다. 우리 것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나서서 가곡 지원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곡은 가슴을 파고드는 호소력 면에서는 다른 장르의 음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긴 여운이 있고…』
李秀仁씨는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걱정했다. 지금처럼 10대 취향의 음악만이 판을 치는 환경에서 유년기의 10년여를 방치하면 아이들의 정서에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일부러라도 가곡과 동요를 들려주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테크노 음악의 怪力
방송 관계자들과 음악 전문가들은 일반 국민들과는 달리 랩과 댄스 음악에 대해 관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모닥불」과 「잊혀진 계절」의 작사가로 유명한 朴健浩(박건호·51)씨는 月刊朝鮮과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의 음악에 대해 이런 評을 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신세대의 자유로움이 부러울 때가 많다. 자기 표현에 적극적인 모습이 보기에 좋다』
朴健浩씨는 심지어 노래말의 언어 파괴 현상까지도 너그럽게 보아주고 있었다.
『정해진 길을 만들어놓고 가라고 하면 누구나 옆길로 새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남들이 안 쓰는 말을 쓰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다. 우리 기성세대는 그걸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로 인정해줘야 한다』
테크노 스타 이정현의 노래 「바꿔」(최준영 작사·작곡)는 2000년 초 최대의 히트곡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세상 속에 속물들이야, 바꿔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의 노래말은 16대 總選(총선)을 앞둔 시대적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10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3일 농림수산부 시무식 때는 강당에 이정현의 「바꿔」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기도 했다. 金成勳(김성훈) 장관은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취지의 신년사를 했다.
기성세대들은 지금의 영상세대들이 빠져 있는 「바꿔」와 같은 댄스 음악이 과연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어서도 추억 거리가 될 것이냐는 의구심을 갖는다. 멜로디가 없는 음악은 죽은 음악이며 그런 음악은 일시적인 유행은 될지 몰라도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기성세대들은 믿고 있다.음악평론가 康正植(강정식·44)씨는 『40대가 1970년대에 좋아했던 포크 음악에 지금도 가슴 떨리는 것처럼 지금의 10대가 40대가 되어도 힙합과 랩에서 아련한 추억을 느낄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음악에 예민한 시기인 10대들에게 지금의 댄스 음악은 평생 남을 낭만과 정서라는 얘기다. 문제는 10대들의 문화가 댄스 음악이 전부인 것처럼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
가요 對 팝송은 8 대 2
부모세대들의 댄스 음악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등장한 댄스 음악 그룹은 수십년 지속되어온 국내 음악 판도를 바꿔놓고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나이트 클럽에 가면 팝송 對(대) 가요의 비율이 7 대 3 정도였다. 가요는 사운드와 質에서 팝송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서태지 등장 이후 이런 구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이트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의 가요 對 팝의 비율이 8 대 2로 逆轉(역전)되었다.
특히 가요의 해외 시장 진출은 특기할 만하다. 한국의 댄스 음악이 홍콩과 같은 동남아의 나이트 클럽에서 자주 나온다. 물론 1980년대에도 조용필, 김연자, 계은숙과 같은 가수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成人 가요 시장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영상세대의 댄스그룹이 국내 가요 시장 장악에 만족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중국과 대만을 위시한 동남아圈으로 그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그룹 클론이 1999년 11월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중국 북경 무대에 데뷔해 1만6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중국 신문들은 이 공연을 「클론이 북경을 흔들었다」고 보도했으며 중국 CC TV는 공연실황을 특집으로 녹화방송하기도 했다. 클론은 3월부터 홍콩, 상해 등 중국 10대 도시를 돌며 1년 넘는 長期(장기) 콘서트를 갖기로 되어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HOT 역시 지난 2월 초 중국 북경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조선일보 문화부 가요전문 權赫鍾(권혁종) 기자는 『클론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댄스 그룹이 일본 시장에서는 어렵지만 적어도 漢字(한자)문화권과 동남아에서는 젊은이들에게 먹혀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문화적 사건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상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감히 꿈꾸지 못했던 음반을 통한 外貨(외화) 획득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드래곤 라자」의 성공
10대와 20대 초반의 영상세대는 출판 분야에서도 막강한 구매력을 보여, 시장 질서를 재편하였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이른바 판타지 소설이 종합일간지의 전면 컬러 광고로 실리는 일이 잦아졌다.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판타지 소설은 주로 서양의 中世(중세)와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데 얼핏 무협지 같다는 느낌을 준다. 유력 일간지의 전면 컬러 단행본 광고價는 대략 2천만~3천만원이다. 큰 출판사가 아니고서는 일간지에 단행본 광고 한번 하기 힘든 상황에서 판타지 소설이 전면 광고로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판타지 소설의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고계에 따르면 판타지 소설은 단행본 광고 물량의 15%인데, 출판사측의 실제 게재 요구량은 30% 수준이라고 한다.
대중문화의 上層(상층)을 점하고 있는 문학을 이야기하면서 기자가 판타지 소설을 먼저 꺼낸 이유는 판타지 소설의 독자가 바로 10대와 20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생 네티즌들이 판타지 소설을 많이 본다. 판타지 소설의 시초는 이우혁의 「퇴마록」이다. 그후 李榮道(이영도)의 「드래곤 라자」(황금가지)가 본격적으로 판타지 소설의 시장을 확대시켰다. 全 12권의 드래곤 라자는 현재까지 50만 권이 나갔다는 것이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도서 대여점에서의 평균 대여 횟수 50회 이상을 계산하면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드래곤 라자」를 읽은 사람은 백만이 넘는다고 한다. 「드래곤 라자」 이후 「용의 신전」 「탐그루」 등 판타지 소설들은 우후죽순처럼 나왔다. 판타지 소설 기획자들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이런 소설들은 미국에서 나온 「반지와 전주」를 텍스트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상 동물, 가상 현실 등을 여기에서 모티브를 따와 개인의 상상력을 더해 글을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판타지 소설의 主 독자층은 중고등학생 네티즌들이다. 그래서 판타지 소설은 방학이 되어야 판매율이 올라간다.
판타지 소설은 문학인가? 지금 문학계에선 이에 대한 논쟁이 진행중이다. 문학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문학평론가들은 대체적으로 판타지 소설을 「무협지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과거의 무협지와 요즘의 판타지 소설은 다른 점이 있다. 과거의 무협지는 서점에서 유통되지 못한 채 대본소에서만 읽혔고, 무협지 작가들 역시 자신의 작품들을 「문학」이라고 주장하지 못한 반면, 오늘날 판타지 소설을 쓰는 사람과 펴내는 출판사들은 판타지 소설을 자신있게 「문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판타지 소설을 문학의 本流(본류)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서서히 본류 쪽으로 편입되어 갈 것이라는 것이 판타지 소설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문학평론가 河應柏(하응백)씨는 판타지 소설에 대해 이렇게 규정한다.
『판타지 소설은 전자 오락의 대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컴퓨터 게임의 대본이 오프 라인(Off line)에서 창작품으로 둔갑했다. 게임에 익숙한 N세대 정서에 먹혀드는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판타지 소설은 「무협지의 변형」이라고 보면 된다. 17세 청소년이 나라를 구한다는 것과 같은 무협지의 구조와 똑같은 것이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에는 시간성과 공간성이 없다. 판타지 소설은 문학이 아니라 「문화 산업」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李榮道의 「드래곤 라자」와 「퓨처 워커」를 기획한 황금가지 張銀洙(장은수) 편집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현실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읽힌다.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아이들의 욕망,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은 아이들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판타지 소설은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다. 청소년들의 상상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일부에선 판타지 소설의 氾濫(범람)이 정통 소설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張銀洙 편집장은 『순수 소설이 품격 있는 다양성과 재미를 확보하지 못하는 이상 판타지 소설의 독자층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 『판타지 소설의 등장으로 문학 전체의 파이가 커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사실 인식』이라고 말했다.
문장이 안되는 소설
지금 한국 소설계는 사실상 박완서, 양귀자,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등 극소수 스타급 작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나 朴婉緖(박완서) 梁貴子(양귀자)를 제외한 30대 여성 작가의 대표주자格(격)인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씨 등은 「소설의 부흥 시대」를 주도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작가 역량이 부족하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여성 작가 트로이카로 불리는 申京淑, 孔枝泳, 殷熙京은 10만명의 고정 독자를 몰고다닌다는 평가를 받는다. 申京淑의 최근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발행 즉시 10만 부를 넘었고, 앞서 나온 「풍금이 있던 자리」 30만 부, 「깊은 슬픔」(全 2권) 60만 부를 넘었다. 孔枝泳은 「고등어」가 60만 부, 「착한 여자」가 60만 부 이상이 팔렸다. 殷熙京은 「타인에게 말걸기」가 12만 부, 「새의 선물」이 30만 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가 18만 부 이상 나갔다. 申京淑은 독자층이 10대부터 다양하고, 殷熙京은 주로 30대와 20대 독자가 많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박철화씨는 1999년 「작가 세계」 가을호에서 孔枝泳의 문학은 「독백의 과잉」이고, 申京淑은 자기방어적 대화의 不在이며, 殷熙京은 성숙의 결여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박철화씨는 특히 殷熙京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 대해 「실존의 절박함이나 진실의 아름다움을 찾기가 어렵다」고 혹평했다.
이들 3人을 제외한 신세대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다보면 글맛은커녕 문장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요즘 소설이 왜 이 모양이지」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 소설 문장이 가벼워지는가.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河應柏씨는 두 가지로 그 원인을 분석한다.
『첫째는 소설의 대량생산 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엔 全業(전업)작가가 적었지만 요즘은 全業작가가 많아졌다. 따라서 작품 한 편에 투입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대량 생산을 하다 보니 글이 가벼워지고 문장 아닌 문장이 많아지는 것이다. 둘째는 작가의 시대적 고민이 적어졌다. 1980년대의 이념 과잉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微視(미시) 욕망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작가에게 역사성과 시대성을 빼버리고 나면 사실 남는 게 없는데, 이런 바탕 위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니 그것이 뿌리 없는 상상력이 되기 쉽다』
소설의 대량 생산체제는 컴퓨터의 보급으로 가능해졌다. 컴퓨터의 자판을 치고 저장 기능을 이용하고 문장과 문단을 이리 떼고 저리 붙이고 하는 기능은 글쓰는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편리함」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 편리함만큼 컴퓨터 글쓰기는 肉筆(육필) 집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정성과 사색의 결여를 가져왔다.
컴퓨터의 보급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全 국민의 作家化(작가화)」를 야기했다. 사실 컴퓨터 글쓰기로 全 국민의 평균적인 文章力(문장력)은 높아졌지만 글 아닌 글이 책이라는 형태로 서점가에 범람하고 때로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어 독자를 기만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앞서 언급한 판타지 소설의 대량 생산 체제 역시 컴퓨터 글쓰기와 컴퓨터 통신이 없었으면 탄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한글 專用(전용)세대가 컴퓨터 글쓰기에 참여하면서 문장의 가벼움은 極(극)을 달리고 있다.
컴퓨터 통신이나 채팅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통신 언어는 정보를 몇 초라도 빨리 전달하려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따라서 전달 속도를 위해 언어 파괴를 서슴지 않으며 언어 파괴를 새로운 통신 언어로까지 간주한다. 문제는 사이버 공간 안에서의 언어 파괴 현상이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소설의 위기를 가장 현장에서 느끼는 곳은 서점이다. 서울 교보문고 朴勝圭(박승규) 영업부장 역시 소설의 극심한 침체를 걱정하는 사람이다. 朴勝圭 부장은 소설의 침체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설을 읽어줘야 할 청소년층과 대학생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설은 독자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새롭게 형성된 디지털 문화 시장이 전통적인 소설 시장에 영향을 미쳐 독자층을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은 책 읽는 재미보다 더 좋은 재미를 그들에게 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위축된 출판계가 좋은 책을 내지 못하는 것도 소설의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소설의 침체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文藝誌(문예지) 시장의 頹落(퇴락)이다. 물론 문예지의 퇴조 현상은 인터넷 시대가 오기 전부터 조짐이 나타났고 최근 들어 더욱 급속히 買氣(매기)가 얼어붙고 있을 뿐이다. 전통 문예지의 대명사이던 「창작과 비평」 「문학사상」 「현대문학」 등은 1970~1980년대만 해도 대학생들이 주요 독자층이었다. 당시 대학생들은 전공 서적 외에도 교양문예지를 최소 1~3개를 구독했었다. 그러나 현재 교양문예지는 대학생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한양대 사학과 任志炫(임지현) 교수는 지난해 말 조선일보 초청 강연에서, 『대학생들은 학술 계간지를 읽지 않는다』면서 『대신 「인물과 사상」을 많이 읽는다』고 말했다.
『학술 계간지는 대학원생들이나 겨우 읽는다. 「인물과 사상」 정도가 대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최고치인가 싶어 씁쓸하다』
문학평론가 河應柏씨는 『「인물과 사상」 같은 아웃사이더 잡지도 있어야 하지만 이것이 主流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河씨는 『대학생들이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문학동네, 작가세계 등과 같은 정통을 외면하고 아웃사이더 비평서만 편식하게 되면 사고와 가치관에 중대한 왜곡 현상을 가져오게 된다』고 우려한다.
10代 문학평론가의 등장
영상세대들은 구매력으로 문학 시장을 장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문학 분야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李榮道의 「드래곤 라자」 이후 많은 네티즌들이 컴퓨터 통신을 통해 판타지 소설 작가로 데뷔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 朴수빈양의 「신경숙 소설 비판」(「인물과 사상」 게재)을 두고 문학계 一角(일각)에서는 朴양의 어머니인 시인 노혜경(43)씨의 성향을 놓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시각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朴양의 문제의식이 비교적 정확하다는 점이다. 비록 朴양이 어려운 비평 용어나 현학적인 미사여구는 사용하지 않았어도 오히려 평이한 용어와 문장이 申京淑 소설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朴양의 등장은 10代가 연예계뿐만이 아니라 문학계에도 뛰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朴양은 12개의 도시문명을 비판한 장편소설 「나무시계 이야기」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정보 독점에서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의미하는 인터넷 시대의 개막은 10대들에게 과거 成人들의 독점적 무대였던 旣成(기성) 문화 시장에로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世代의 벽을 뛰어넘은 鄭浩承
소설과 교양 문예지가 생존 자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 詩(시)는 극소수 시인들에 의해 가까스로 순수와 상업성의 均衡(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詩 분야의 이른바 「빅 3」는 류시화-이정하-정호승이다. 순서를 류시화-이정하-정호승으로 한 이유는 이 순서대로 시집이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류시화는 현재까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70만 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50만 부)을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이정하도 「내가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을 30만 부 이상 팔았다. 그리고 鄭浩承(정호승)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등의 시집들이 평균 10만 부 정도가 팔렸다. 류시화는 출판계에서는 벌써 수년째 「마이더스의 손」으로 군림한다. 어떤 책이든 그가 編譯(편역)하거나 엮기만 해도 베스트셀러 上位(상위)에 오르고 출판사를 살린다.
문제는 류시화, 이정하, 정호승 3人이 써내는 詩의 質이다. 이들 베스트셀러 詩人들에게 가장 모욕적인 말은 「소녀 취향」이라는 평가이다. 그들은 자신의 詩集(시집)들이 고른 연령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점가에서는 10대 독자가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류시화와 이정하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류시화와 이정하의 詩集을 읽어보면 마치 詩가 한 편의 수채화처럼 부담 없이 편하게 읽혀진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기성 시인들의 시집과는 읽히는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문학평론가 河應柏씨의 세 시인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들어 보자.
『이정하의 대표작인 「우리 사는 동안에」 같은 작품에서는 언어의 압축이나 조탁미를 찾아볼 수가 없으며 문학성도 발견하기가 어렵다. 류시화씨의 시집들은 문학성과 상업성을 절묘하게 배합해 젊은 층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나 나는 류시화씨의 詩를 「落書詩(낙서시)」라고 부른다. 그의 詩는 화장실의 낙서처럼 쉽게 갈겨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높은 문학성을 갖춘 鄭浩承의 詩가 많이 팔리는 현상은 아주 바람직하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승하씨는 1999년 「작가세계」 가을호에서 시인 류시화에 대해 비판을 한 적이 있다. 이승하씨는 류시화 시인을 「독자를 얻음으로써 문단으로부터 축출되고만 시인」이라고 규정했다. 이승하씨가 분석하는 류시화씨가 독자를 얻은 이유는 이렇다. 호기심을 끌 만한 문장으로 이뤄진 긴 제목과 발간 시점, 脫현실적 夢幻的(몽환적) 분위기나 자연친화적 서정성이 1980년대 이념문학에 지친 독자들을 慰撫(위무)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현은 모호하고 비현실적이며 詩語(시어)는 지나치게 관념화돼 안개 같은 어슴푸레함을 넘어 자못 공허하다고 비판했다. 아름답기만 하고 절실하지 않으면 공감은 갈지언정 큰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10대의 구매력은 詩集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망해가는 출판사를 하루아침에 살려내는 게 10代들이다. 열림원, 푸른숲, 자음과 모음 등이 이들의 시집을 출간해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출판사로 불린다.
이런 풍토에서 시인 鄭浩承의 존재는 확실히 독보적이다. 鄭浩承의 詩는 10대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읽히고 있으며 높은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온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는 40대 이상이 아니면 정서적 交感(교감)이 어렵지만 역시 잘 팔리고 있다. 지난 1월 초 盧泰愚(노태우) 전 대통령이 교보문고에서 그의 童話集(동화집) 「항아리」를 사갔다.
컴퓨터, 패션, 만화 잡지의 强勢
문학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출판시장에서는 새로운 경향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것은 이른바 非소설 분야로 통칭되는 인문, 역사, 사회, 문명, 고고학 분야에 꾸준히 독자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서울 교보문고 朴勝圭(박승규) 영업부장은 『과거에 이런 분야의 책은 읽는 사람만 읽고 일반 대중들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전문 분야의 책이 쉽게 편집 제작됨으로써 일반 독자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잡지 시장에서도 새로운 독자층에 의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컴퓨터·만화잡지의 浮上(부상)이 그것이다. 대홍기획 조사에서도 10대들의 잡지 선호도는 부모세대와 정반대 경향을 보이고 있다. 10대들은 만화誌, 패션誌, 학생誌, 컴퓨터 과학誌, 스포츠 레저誌 순으로 주로 본다. 반면에 부모세대들은 여성종합지, 생활문화정보지, 시사교양지, 경제 경영誌를 주로 본다. 여학생이 가장 많이 보는 잡지는 단연 패션誌가 압도적이고, 그 다음이 만화誌이다. 여기서 「학생誌」는 이른바 하이틴 잡지라고 하는 연예오락지이다.
물론 컴퓨터 잡지 시장의 활황세의 원동력은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대학생 독자층이다.
1999년 1년 동안 「넷트 파워」 「PC 플레이어」 등 컴퓨터 관련 잡지가 15개가 새로 창간되었다. 「게임 매거진」 「PC 파워진」 「게임 피아」 등이 잘 팔리는 잡지인데 각각 2만~3만부가 나간다고 한다. 교보문고 국내잡지 담당 최미화씨에 따르면 컴퓨터 관련 잡지는 전반적으로 잘 팔리는데 그 중에서 「HOW PC」가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은 매월 7백 부 이상이 나간다.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1998년 말 현재 출판만화 시장의 규모는 5천5백억원. 제작시장이 1천2백억원, 판매유통 4천3백억원. 세종대 韓昌完 교수(만화애니메이션 학과)는 『만화는 저항적인 장르인데다 만화 한 컷과 한 컷을 보면서 상상력을 동원하기 때문에 10대들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10대들의 폭발적인 구매력은 외국 잡지 시장의 규모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 잡지 중에서도 특히 일본 잡지가 1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학교 2~3학년부터 일본 잡지를 사기 시작한다. 특히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들의 구매력이 일본 패션 잡지 판매를 급성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교보문고 잡지 코너에서 외국 잡지의 점유율이 1998년 20%에서 1999년 30%로 증가한 반면 국내 잡지는 1998년 80%에서 1999년 70%로 떨어졌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국내 잡지계가 획기적인 轉機(전기)를 마련하지 않는 한 외국 잡지의 점유율은 점점 커질 것으로 교보측은 전망한다.
10代, 대중문화의 내용을 바꾸다!
영상세대의 자유분방함과 재기발랄은 대중문화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영상세대의 왕성한 구매력은 문화 산업 전반을 휘어잡았을 뿐만 아니라 문화의 내용까지도 변모시켰다. 기성세대들이 1970~1980년대 팝과 록과 포크 송과 외국 영화에 빠져 있었던 데 비해 영상세대들은 팝과 록과 포크 송을 밀어내고 거기에 한국화된 댄스 음악을 올려놓았고, 영화시장에서도 「한국 영화는 볼 것이 없다」는 통념을 뒤집어 오히려 「한국 영화가 더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놓기에 이르렀다. 영상세대는 부모세대들과는 달리 미국적인 것보다는 일본적인 것을 더 부담 없이 수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팝과 록 대신 일본식 댄스 음악에 열광하는 것이나 「루스 삭스(Loose Socks)」를 따라 하고 일본 패션 잡지를 좋아하다는 것도 이런 경향의 일면을 보여준다.
일부는 일본식 「원조 교제」까지도 서슴지 않고 받아들여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10대 소녀 매춘이 사회문제가 된 것도 영상세대가 소비층으로 부각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10대 소녀가 보호 육성의 대상에서 상업주의의 판촉·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하고 싶은 것과 사야 될 물건이 많은 10대 소녀들은 고민 끝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신체를 상품화하는 戰線(전선)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술과 담배의 소비량에 있어서도 한국의 10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상세대에게 있어 글쓰기는 사색과 고민의 결과물이 아니라 흡사 速度戰(속도전)을 방불케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사색의 깊이와 지속적인 영향력보다는 전달의 속도와 순간적인 파괴력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판 문화의 輕薄化 (경박화)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한국 대중문화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화 전반이 지나치게 영상세대에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10代들에게 끊임없이 아부하고 부추기고 10代들은 무턱대고 여기에 추종하면서 과소비와 문화의 저급화를 낳고 있다.
雜技에 능한 기성세대의 자업 자득
문화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문화의 다양성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이다.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나라일수록 문화의 편중과 독식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문화 선진국에서는 10~20대 음악의 시장 점유율이 90%대를 웃돌진 않는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일인당 국민 소득이 6백 달러이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지금의 영상세대는 5천~1만 달러 시대에 자라났다. 지금 40~50대가 실질적으로 경제 활동 인구로서 소득이 높지만 문화 부문의 구매력은 없다.
대홍기획의 조사에 따르면 1998년 1년간 20대 후반 한국 남자는 취미 활동으로 고스톱·화투, 등산·산행, 포커, 장기, 낚시 등을 즐겼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향은 심화된다. 이는 한국 남성들이 취미생활의 대부분을 고스톱, 장기, 포커 등과 같은 雜技(잡기)를 하면서 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를 享有(향유)한다는 행위는 세 가지 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한다. 첫째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문화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성인이 어느 날 갑자기 클래식을 들으려 해도 어려서부터 클래식을 듣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문화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기성세대들은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어도 두 번째와 세 번째가 허락하지 않는다. 놀이 문화에 대한 학습이 절대 부족하다는 얘기다. 남성들의 경우 술 마시는 데는 돈을 펑펑 써대도 문화적 소비에는 말할 수 없이 인색하다. 주부들 역시 아이들用으로 CD는 사도 자기가 듣고 싶은 CD는 여간해서 사지 않는다. 모든 소비 활동을 자녀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문화 생산자들은 30~40대가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음반도 사고 공연도 보고 PC 통신에도 자기 생각을 글로 올려야 그들의 문화가 산다고 말한다.
기성세대들이 10代 편향에 대해 탄식만 할 뿐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갖고 소비하지 않는 가운데, 또다른 기성세대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10代에 아부하는 문화를 공급할 때 문화의 정통성과 다양성이 사라져 輕薄함만이 판치게 될 것이다. 기성세대의 문화는 기성세대가 가꿔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곤 했지. 노래가 나오면 나는 따라 불렀고 나는 기분이 좋았지…』
사회학자들이 세대 구분을 시도할 때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이 라디오를 들으며 커 온 세대와 텔레비전을 보며 자란 세대로 나누는 방법이다.
1980년 컬러 텔레비전 방송 시대의 개막 이후 자란 10대와 20대 초반의 영상세대는 기성세대들이 같은 시기에 보여준 것과는 質的(질적)으로 다른 행동 양태를 보이고 있다. 기성세대는 컴퓨터를 직업상 대하고 「부담」으로 느끼지만 영상세대에게 컴퓨터는 오락이고 생활 그 자체이다. 영상세대는 복잡하고 논리적인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하지만 10代는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그 어떤 골치 아픈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한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대표적이다. 부모세대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영상세대는 복잡한 설계 과정을 너무도 간단하게 해결한다.
영상세대는 이념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적고 개인적인 문제에 강한 관심을 보인다. 그들은 부모세대와는 비교해 TV 뉴스를 즐겨 보지 않고 신문도 거의 읽지 않는다. 기껏해야 TV프로그램 정도나 열심히 본다.
바로 이러한 영상세대가 지금 한국 사회에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몰고 오고 있다.
『10代는 독특한 재미를 따라간다』
KBS는 MBC와 SBS에 비해 보수적이고 관료적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래서 KBS는 다른 두 방송사에 비해 序列(서열)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1998년 10월 KBS에서 보기 드문 파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토요일 프라임 타임 프로그램(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을 입사 6년차인 공채 19期 金潤(김석윤·36) PD에게 맡긴 것이다. 景明喆(경명철·KBS 5기) 주간은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1980년대에 入社(입사)한 PD들이 청소년 프로그램을 맡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시대 변화에 적응력이 빠른 친구들이 맡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프로그램은 그들과 비슷한 문화적 토양 속에서 자란 친구들이 맡아야 그들의 경향과 요구 사항을 놓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어떨지 조마조마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金PD가 이 프로그램을 맡은 16개월 동안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은 20~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시간대인 토요일 오후 6시대에 최고 27%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30대 중반의 金PD는 中高生(중고생)들의 감각과 유행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 金PD는 『청소년들의 감각을 따라잡기 위해 만화책을 열심히 보는데 잘 팔리는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金PD는 10代가 주요 시청자이지만 폭넓은 세대가 보게끔 신경을 썼다. 그리고 어디서 봤음직한 아이템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金PD는 사람에게 누구나 있는 「지켜보기 심리」에 착안, 「강호동 살빼기」 같은 독특한 소재를 발굴해 10대에서 50대까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金PD는 지난 1월부터 이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고 경쟁 방송사에 비해 부진하다는 평가를 듣는 「시트콤」 재건을 위해 준비중이다. 金PD는 10代 시청자를 잡는 비결에 대해 『독특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재미가 없어도 관성적으로 시청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재미가 없으면 당장 채널을 돌린다는 것이다.
부모세대가 TV 더 많이 시청
▲ 1999년1월22일 그룹 HOT의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에 들어가기 위해 열성팬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기성세대의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는 TV가 지나치게 10代 취향 위주의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10代들이 너무 TV에 매달린다는 불평도 한다. 이는 기성세대의 선입견에 불과하다. 10代들은 학교 공부 때문에 전반적으로 부모세대에 비해 TV 接觸率(접촉률)에서 떨어진다. 「평일 저녁에 주로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대답한 부모가 65%(아버지는 73%), 중학생은 60%, 고교생은 48%였다. 이런 가운데 평일 중고생의 TV 접촉 패턴을 보면 저녁 식사 시간을 전후한 시청률이 높다.
접촉률은 낮지만 TV의 영향력은 中高生들에게 절대적이다. TV에 대한 충성度(도) 면에서 영상세대는 낮은 접촉률의 不利(약 10% 차이)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중고생들의 라디오 청취율은 극히 저조하지만 학교의 보충수업과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각인 深夜(심야) 시간대의 라디오 청취율은 거의 저녁 식사 시간대의 TV 시청률과 맞먹는다.
1999년 12월 말, MBC는 「99 MBC 10대 가수 가요제」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면서 경쟁 방송사와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시청자 전화로 최고 인기 가수를 뽑는 대신에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로 최고 인기 가요와 10대 가수를 선정했다. 그런데 갤럽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조사를 30세 이상과 미만으로 구분해서 했다는 점이다. MBC는 30세 이상과 30대 미만이 뽑은 10대 가수 10명과 최고 인기 가요를 각각 발표했는데, 두 연령층에서 공통으로 뽑힌 10대 가수는 엄정화, 조성모, 핑클이었다. 「10대 가수 가요제」를 지휘한 프로예능 1국 安祐廷(안우정) PD는 『연령 구분을 하지 않을 경우 10代들에게서 특정 가수에 몰표가 나오기 때문에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全 국민이 좋아하는 가수와 가요라는 조사의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 연령 구분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텔레비전 연출가들은 TV 프로그램이 10代 위주라는 기성세대들의 불만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밤 8시 이후의 4개 공중파 방송을 보면 10~20대 초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 HOT, 핑클, 유승준, 조성모 등은 오후 6~8시대가 생존 시간帶이다. 이 시간대는 중고생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는 시간이다.
藝能(예능) 프로그램만을 20년간 담당한 KBS TV2국 景明喆 주간은 『기성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못받아 숨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KBS의 「가요무대」 「열린음악회」 「이소라의 프로포즈」, MBC의 「가요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이 편성의 균형 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0代 호주머니 노리는 사람들
10대의 텔레비전에 대한 높은 충성도는 연예계 데뷔 연령을 20대에서 10대로 확 끌어내렸다. 1970~1980년대에도 10대들의 텔레비전 진출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의 兒役(아역) 배우역에 국한되는 수준이었다. 이러던 것이 1990년대 들어서는 10대들이 단순한 助演(조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성인들과 경쟁하는 당당한 「연예 상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댄스그룹은 대부분 10대 후반에 가요계에 데뷔했다.
친구의 애인을 빼앗아 10대들에게 「사랑이냐 우정이냐」는 화젯거리를 제공한 한솔 PCS 「I Click U」 CF 스타 김효진은 1984년생으로 이화여고 2학년이다. 중학교 때부터 10대 잡지의 모델로 활동해 온 김효진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99년 「018」 CF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0대가 주요 소비층인 상품은 10대를 광고 모델로 써야 뜬다는 것이 광고계의 定說(정설)이다. 1999년 여름 SK텔레콤은 「TTL」 광고에 중학생을 모델로 기용한 뒤 5개월 만에 가입자 1백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이동통신 시장이다. 이동통신 회사들이 주로 노리는 것은 물론 10대들의 호주머니다.
지난 2월 초 이동통신 TTL은 신문에 컬러 전면 광고를 실었다. 제목은 「비(費)가 내린다」였는데, 「수업 끝, 할인 시작! TTL 스쿨요금 탄생」이라는 副題(부제)가 붙었다.
「TTL 스쿨 요금제는 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리게 디자인된 요금제야. 학교 생활에 딱 맞춰 시간대별, 개학·방학별로 저렴하게 할인이 되거든!」
이 광고는 중고생들에게 전부 휴대폰 한 대씩을 갖게 하겠다는 발상인데, 과연 사용료를 낼 능력도 없는 10대들에게 휴대폰을 전부 보급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정말 10대들의 미래를 걱정이나 하는 건지 답답한 생각도 든다.
지난 1월 중순 열세 살짜리 쌍둥이 형제 가수가 등장했다. 오는 3월 중학생이 되는 서울 서초구에 사는 량현과 량하 형제는, 1995년에 열네 살로 데뷔한 「아이돌」 2인조와 비교해 데뷔 연령을 한 살 끌어내리는 대중가요 분야의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데뷔곡 「춤이 뭐길래」는 여자친구로부터 춤도 못춘다고 놀림을 당하던 모범생이 열심히 춤을 연습해 여자친구에게 자랑한다는 내용이다. 데뷔 앨범에는 이밖에도 「성적표」 「팝콘 러브」 등 10代 친화적인 소재와 내용을 다루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소속사인 대형AV측의 주장이다.
林權澤 감독마저…
최근 개봉된 林權澤 감독의 「춘향뎐」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20세기에 나온 영화 「춘향전」의 여주인공들은 40대부터 20대 중반이었던 데 비해 21세기 영화 「춘향뎐」에는 실제 춘향의 나이(16)와 같은 여배우 이효정을 발탁했다. 물론 상대 배우인 이몽룡役에도 실제 나이와 똑같은 조승우(19)를 기용했다. 林權澤 감독은 전례가 없는 실제 나이의 무명 배우를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살아 있는 연기를 통해 열여섯 살의 풋풋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설명했다. 林감독은 10代 배우에게 섹스 연기를 시켰다는 이유로 청소년보호법 위반 시비를 낳기도 했다.
요즘 방송가에선 「댄스그룹의 수명은 3개월」이라는 얘기를 한다. 오랜 기간 준비를 해 반짝 인기를 얻지만 그 인기란 것이 3개월을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허망한 인기의 맛을 본다. MBC 朱哲煥(주철환) PD는 『음악적 재능이 없는 아이들을 외모와 춤 실력만 보고 중고생들을 연예계로 끌어들여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 지적한다.
10代들이 어린 나이에 텔레비전에 나가 인기의 단맛을 보고 좌절하게 되면 건강한 成人(성인)으로 성장하기가 어렵다. 미성년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학교 교사, 학부모, PD가 무분별한 연예계 진출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영상세대들은 기성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유희적 인간형(호모 루덴스)을 보여준다. 연예계 스타가 그들의 偶像(우상)이며 꿈이다. 그들은 거침없이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겠다』고.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이라는 것이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니라 신체를 이용해 쉽게 돈을 버는 쪽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왜 10代는 댄스에 미치나
현재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오락기구는 단연 DDR(Dance Dance Revolution)이다. 청소년이 있는 웬만한 가정에는 2만~3만원대의 가정用 DDR이 있다. 배경음악도 인터넷을 통해 마음대로 다운받을 수 있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최고의 자랑거리는 「공부」가 아니라 「춤」이라고 한다. 영상세대들이 춤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강한 리듬의 음악을 좋아하는 연령적 특성 외에도 기성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육 상태가 좋은 데 따른 신체적인 자신감이 춤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갖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1980년 14세 한국 남자의 평균 키는 1백60cm, 25세 여성의 평균 키는 1백57cm였다. 1998년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평균 키는 1백72.8cm, 여학생은 1백60.2 cm이다. 베이비 붐 세대와 비교해 지금의 영상세대는 남자는 평균 10cm, 여자는 3cm 이상이 커져버린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시작된 케이블 방송들이 대부분 극심한 적자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음악 전문 케이블인 「M net」과 「KM tv」가 홈쇼핑 채널 등과 함께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것은 영상세대들의 지지 덕분이다.
10대의 춤에 대한 욕구는 「콜라 텍」이라는 새로운 놀이공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콜라 텍」은 말 그대로 술 대신 콜라를 마시면서 춤을 출 수 있는 10대 專用(전용) 공간이다. 나이트 클럽과 디스코 클럽이라는 성인 專用의 춤추는 공간에 대항해 이들은 맨 정신으로 당당하게 슬로 댄스曲 하나도 없이 나오는 랩과 댄스 음악에 몸을 맡긴다.
랩은 미국 대도시의 흑인 빈민가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담아 지껄이듯 노래부르던 것이 상업화되면서 全 세계로 퍼진 음악 장르이다. 랩의 특징은 현실에 대한 저항적이고 공격적인 가사를 강렬한 리듬에 실어 발산하는 데 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랩은 공격적인 메시지보다는 빠르고 강한 비트와 리듬을 중심으로 받아들여졌고 감각적인 댄스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서태지 이후 수많은 랩 댄스 그룹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랩은 한국 대중 음악의 主流(주류)로 등장하였고 사실상 음반 시장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기성세대들이 랩 댄스를 『무슨 음악이 저러냐』거나 『저건 음악이 아니다』라는 식의 고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멜로디와 和聲(화성)을 최소화하는 랩의 특성에서 볼 때 불가피한 것이다.
10~20代, 음악시장의 98.3% 차지
▲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10代가 모델로 나오지 않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 사진은 SK텔레콤의 TTL광고.
문화관광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음반시장 규모는 1997년 4천2백억원, 1998년 3천5백30억원, 1999년 3천7백~3천8백억원(추정치)이었다.
보통 댄스, 랩, 힙합을 10대 취향 음악이라고 하는데, 한국영상음반협회(RIAK)측은 음반 시장에서 10대 취향이 차지하는 비율을 80% 이상으로 추정한다. 20대가 15%를 차지하고 나머지 연령층이 전체 5%를 가지고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다. 1998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0대의 음반시장은 2천8백24억원에 이르렀다. IMF 관리체제는 음반시장 규모를 축소시킨 한편 상대적으로 불법 음반시장을 키웠다.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주요 음반 소비계층이 正品(정품) CD(콤팩트 디스크) 대신 불법 카세트테이프와 CD 불법 복사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음악관련 기관 중 어느 곳에서도 가요를 장르별로 나눠 매년 작곡 편수와 음반판매량을 집계하고 있는 곳은 없다. 현실적으로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노래들을 장르별로 구분하려는 작업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두 개의 장르가 뒤섞이거나 장르의 경계선에 걸쳐 있어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국영상음반협회(RIAK)가 매월 음반판매량(CD와 카세트 테이프) 순위를 1위에서 50위까지 발표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순위에 오른 모든 곡에 대해 나름대로 장르 구분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영상음반협회측은 댄스, 발라드, 레게 힙합, 록, 랩, 트로트, 재즈,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R&B(리듬 앤드 블루스) 등으로 구분했다. 月刊朝鮮은 1999년(1~11월)의 음반판매량을 기본 자료로로 이를 다시 장르별 집계했다. 이 결과 1위는 댄스곡으로 49.2%, 2위는 발라드로 38.9%, 3위는 레게 힙합으로 6.3%였다. 이밖에 록(Rock) 2.8%, 랩 1.1%, 재즈 0.6%,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0.4%, 트로트 0.2%, 리듬 앤드 블루스 0.1% 순이었다. 50위 이하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구성비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0.2%를 차지한 트로트 계열을 가수별로 보면 조용필, 심수봉, 패티김, 태진아, 성동일, 이미자 등이었다. 이 중 태진아만이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음반 판매량 50위 안에 들었을 뿐이다. 국민가수로 칭송받으며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당당히 서는 이미자와 조용필조차도 음반 시장에서는 겨우 이름을 올려놓는 수준이었고, 나머지 트로트 가수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음반시장에서는 보통 댄스, 레게 힙합, 랩을 찾는 연령층을 10대, 발라드와 록을 찾는 계층을 10~20대로 본다. 그렇다면 10~20대가 음반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8.3%에 이른다. 나머지 1.7%를 놓고 트로트, 재즈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음반 시장의 현주소다. 이는 10~20대 음악에 의해 다른 장르의 음악이 窒息(질식)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트로트는 한국인 정서의 50%를 차지하지만 음반시장 점유율은 1%』
金東健(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1 TV 「가요무대」는 비록 젊은 층이 시청하지는 않지만 트로트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1985년 11월4일 첫 방송이 나간 「가요무대」는 올해로 방송 15년을 맞는 長壽(장수) 프로그램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 텔레비전의 가요 프로그램은 방송사에 관계없이 斜陽勢(사양세)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가요무대」는 시청률 11~13%를 유지해, 「전국 노래자랑」(13~15%)의 뒤를 잇고 있다.
「가요무대」의 연출자인 崔公燮(최공섭) PD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출연진의 95%는 트로트 가수, 이른바 뽕짝 가수이다. 15년간 「가요무대」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는 1위가 「찔레꽃」이고, 2위가 「고향 무정」이다. 最多(최다) 출연가수는 주현미와 현철이 공동 1위고, 이미자가 3위, 설운도와 송대관이 그 뒤를 잇고 있다. KBS 內에서 가요 및 국악 전문 연출가로 평가받는 崔公燮씨는 한국인과 트로트 음악의 관계에 대해 이런 얘기를 했다.
『트로트 음악은 한국인 정서의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본다. 특히 「가요무대」에서 한국인의 80~90%는 트로트 정서를 호흡한다. 월요일마다 「가요무대」를 보는 사람들은 트로트의 리듬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트로트 음악이 음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에 그친다는 데 있다』
이미자, 나훈아, 주현미씨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트로트 가수들이 호텔에서 디너 쇼를 열 때마다 입장권은 순식간에 매진되곤 한다. 물론 이들은 트로트를 즐기는 극히 일부분의 상류계층에 국한된다. 하지만 이들이 新譜(신보)를 내면 10대들과 같은 구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요즘은 방송 출연이 뜸한 편인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는 5년간 新曲(신곡)을 내지 못한 채 밤무대나 디너쇼에서 「신사동 그 사람」과 같은 1980년대 히트곡들을 부르고 있으며, 「봉선화 연정」의 현철도 최근 2년 만에 新曲을 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은 편이다.
기성세대는 자신을 위한 투자에 인색
왜 한국인 정서의 50% 이상을 점한다는 트로트 음악이 음반시장에서는 「1%」라는 초라한 점유율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것인가. 崔公燮 PD에 따르면 「가요무대」의 主 시청자층은 「中卒(중졸) 학력의 50대 남자」이다. 이것은 트로트 정서를 공유하는 계층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앞서 유명 트로트 가수들의 디너쇼 입장권을 매진시키는 극소수의 트로트 애호가들 역시 10만원짜리 표는 사더라도 만원 한 장짜리 CD는 사지 않는다. 그럼 대다수의 트로트 팬들, 즉 「中卒 학력의 50대 남자」는 디너 쇼에도 가지 못하는데 어떤 식으로 좋아하는 뽕짝을 즐겨 들을까? 崔公燮 PD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린다.
『그들은 대부분 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2천원짜리 불법 카세트 테이프를 사서 트로트를 듣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유명 가수들이 아무리 新曲을 내도 팔리지 않는 것이다』
간신히 트로트 4인방이라는 송대관, 현철, 태진아, 설운도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의 CD는 많이 팔리는 경우가 몇만 장대가 상한선이다. 조성모와 HOT와 김건모의 음반이 出市(출시) 전에 예약 판매로 몇십만 장이 나가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인다.
KBS 景明喆 주간은 기술발전과 소득이라는 면에서 그 원인을 분석했다.
『기술의 발전이 세대간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대부분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고 LP판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新기술 적응도가 떨어진다. 또한 기성세대들은 자신을 위한 투자에 인색한 반면 10대와 20대는 자신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쓴다는 것이 세대간의 차이를 두드러지게 한다』
『PD들이 偏向을 강요한다』
베이비 붐 세대는 대부분 楊姬銀(양희은), 趙東眞(조동진), 金敏基(김민기) 등으로 대표되는 포크 음악에 빠져 20대를 보낸 세대이다. 1970년대에 명동 OB’s 캐빈에서 통키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포크 가수들 역시 요즘에 와서는 트로트 가수 못지않게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1999년 12월 楊姬銀씨는 서울 동숭동 학전 그린 극장에서 「양희은 1999」 공연을 했다. 마지막 공연날인 12월29일 그는 담담한 어조로 이런 얘기를 했다.
『요즘은 新曲을 내도 알려지는 데 5년이 걸린다. 1985년에 발표한 한계령이 최근 들어 조금씩 뜨고 있다. 14년 만이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요즘 젊은 음악 기획자들은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창피한 일이지 무슨 자랑거리냐고. 하지만 우리 세대에겐 우리의 리듬이 있다고 본다』
한국포크싱어협회가 주장하는 포크 송의 음반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다. 그런데 여기에는 발라드 계열도 포함되어 있어 순수 포크 음악은 이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960~1980년대 한국 가요계의 히트곡 제조기로 불렸던 작곡가 金熙甲(김희갑)씨. 최근 국내외 공연에서 화제가 된 뮤지컬 「명성황후」의 음악을 金씨가 썼다. 「바닷가의 추억」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향수」 등 金熙甲씨가 만든 노래들은 成人 가요 분야의 古典(고전)으로 통한다. 金씨는 매스미디어가 대중을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사의 젊은 PD들이 대중에게 한 가지를 강요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좋아했던 대중 음악을 매스컴에서 너무 쉽게 버리는 것 같다. 가요에도 古典이 있다. 고전을 사랑하고 보존할 줄 알아야 한다. 가요를 담당하는 PD들이 연령별로 다양화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들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트로트와 포크 송을 들을 기회가 없다. TV는 극소수의 인기 가수에게만 제한되어 있을 뿐이다. 음반시장에서도 기성세대 취향의 음악은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그래서 자연발생적으로 서울 근교의 미사리, 장흥, 양수리 등지에 라이브 카페가 등장했다. 40~50대 이상은 차를 타고 이곳에 가야 자신이 젊은 날 좋아했던 가수를 만나고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입 소문이 나면서 아예 이곳은 라이브 카페村(촌)으로 탈바꿈했다.
라이브 카페村 가수들도 나름대로 신곡을 낸다. 그리고 손님들 앞에서 신곡을 불러보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지루해 하기 십상이다. 들어보지 않은 노래이기 때문이다. TV와 라디오를 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로 학전 그린 극장에서 있은 楊姬銀씨 공연의 副題(부제)는 「지금은 아줌마 시대」였다. 그는 12월7일부터 29일까지 총 25회 공연을 했는데 매회 공연마다 평균 2백80~3백명의 중년 여성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마지막 공연일에도 객석은 3백40명으로 터져나갔다. 오후 4시 楊姬銀씨가 마지막 공연 도중 잠시 무대 뒤에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는 일주일 이상 계속된 독감으로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런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공연 도중에 관객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봐 주십시오』
그는 컨디션이 최악의 상태였지만 안면 때문에 기자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최근에 楊姬銀씨 음반을 산 적이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는지 손을 들어봐달라고 해주세요. 제가 뒤에서 세어볼 거니까요』
『알겠어요』
『꼭입니다』
楊姬銀씨는 다시 무대에 나왔고 노래 틈틈이 두런두런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까 언급한 『내 노래는 뜨는 데 5년이 걸린다』는 말을 했고, 그리고 관객을 향해 내가 주문한 말을 했다. 이미 극장 안은 조명이 켜져 환했다.
『근간에 들어 자기 자신을 위해 음반을 사 본 사람 있으면 손을 들어보세요』
한두 명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그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기자 역시 객석의 맨 윗부분에서 재빨리 세었다. 楊姬銀씨는 여섯 명까지 세다가 멈췄는데 그 숫자는 10명을 겨우 넘는 정도였다. 계단과 무대를 빼곡하게 채운 3백40여명 중 자기 자신을 위해 CD나 카세트 테이프를 산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했다.
그는 『아주 고무적이네요. 고맙네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왜 그가 내가 주문한 「양희은씨 음반」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음반을…」이라고 바꿨는지를 알게 되었다. 만일 내가 주문한 대로 말했다면 손을 든 아줌마들이 과연 10명이나마 될지를 그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만일 그랬다면 가수와 관객이 서로 얼마나 무안했겠는가.
만일 가수가 楊姬銀이 아니고 조성모였고, 조성모가 자기 팬들 앞에서 똑같은 질문을 했다면 조성모의 팬들은 대부분 손을 들었을 것이다. 이날 공연을 보러 온 주부들은 옷차림새로 볼 때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아줌마들은 자신들이 젊은 날 좋아했던 가수의 신곡 음반을 사주지 않는다. 그 결과 포크 가수들은 아무리 좋은 新曲을 내도 시장에서 움직이지 않고 또 방송에서도 틀어줄 기회가 없는 것이다.
自費로 제작되는 한국의 가곡들
가수 楊姬銀씨는 자신의 新曲이 뜨는 데 5년 정도가 걸린다고 했는데, 歌曲(가곡) 분야로 옮겨가면 이 정도는 약과라는 생각이 든다. 가곡은 우리나라에서 불리는 노래 중, 한국을 대표하고 가장 수준 높은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른바 「뜨는」 가곡으로 불리는 「내 맘에 강물」은 한국 가곡의 2세대 작곡가로 분류되는 李秀仁(이수인·61·KBS어린이합창단 단장)씨의 작품이다. 「내 맘에 강물」은 1980년대 초반에 나왔지만 대중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曲이 세상에 나온 지 20년 만에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다는 얘기다.
현재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틀어 가곡만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KBS FM의 「정다운 가곡」이 거의 유일하다. 작곡가들이 신곡을 내도 틀어주는 방송이 없고 신문에도 한 줄이 안 나고 그러니 역시 사주는 사람도 없다. 한국 가곡이 이렇게까지 홀대를 받아도 되는 것일까? 李秀仁씨는 『가곡은 한국인의 抒情性(서정성)에 가장 가깝게 닿아 있는, 그리고 가장 오래 가는 장르』라고 말한다.
『내용이 있고 차분하게 생각하는 음악이 가곡인데, 느끼고 생각하면서 듣는 음악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사회 안정에도 좋지 않다. 시끄러운 노래도 있어야 하지만 한편에서는 시끄러움을 피해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차분한 노래가 불려야 한다. 이런 사회가 균형이 잡힌 안정적인 사회이다』
가곡은 음반시장에서 統計(통계)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음반 제작사에서도 가곡을 제작하지 않으려 한다. 李秀仁씨는 「내 맘에 강물」 「별」 「석굴암」 「고향의 노래」 등 24곡을 담아 1996년 「이수인 한국 서정 가곡선」 CD를 自費(자비)로 냈다. 한국 최고의 가곡 작곡가 겸 지휘자인 그가 음반을 自費로 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현실은 한국 가곡이 얼마나 척박한 문화적 토양 위에 서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李秀仁씨는 갈수록 대중과 멀어져 가는 歌曲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곡은 시장논리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된다. 우리 것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나서서 가곡 지원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곡은 가슴을 파고드는 호소력 면에서는 다른 장르의 음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긴 여운이 있고…』
李秀仁씨는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걱정했다. 지금처럼 10대 취향의 음악만이 판을 치는 환경에서 유년기의 10년여를 방치하면 아이들의 정서에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일부러라도 가곡과 동요를 들려주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테크노 음악의 怪力
방송 관계자들과 음악 전문가들은 일반 국민들과는 달리 랩과 댄스 음악에 대해 관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모닥불」과 「잊혀진 계절」의 작사가로 유명한 朴健浩(박건호·51)씨는 月刊朝鮮과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의 음악에 대해 이런 評을 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신세대의 자유로움이 부러울 때가 많다. 자기 표현에 적극적인 모습이 보기에 좋다』
朴健浩씨는 심지어 노래말의 언어 파괴 현상까지도 너그럽게 보아주고 있었다.
『정해진 길을 만들어놓고 가라고 하면 누구나 옆길로 새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남들이 안 쓰는 말을 쓰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다. 우리 기성세대는 그걸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로 인정해줘야 한다』
테크노 스타 이정현의 노래 「바꿔」(최준영 작사·작곡)는 2000년 초 최대의 히트곡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세상 속에 속물들이야, 바꿔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의 노래말은 16대 總選(총선)을 앞둔 시대적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10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3일 농림수산부 시무식 때는 강당에 이정현의 「바꿔」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기도 했다. 金成勳(김성훈) 장관은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취지의 신년사를 했다.
기성세대들은 지금의 영상세대들이 빠져 있는 「바꿔」와 같은 댄스 음악이 과연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어서도 추억 거리가 될 것이냐는 의구심을 갖는다. 멜로디가 없는 음악은 죽은 음악이며 그런 음악은 일시적인 유행은 될지 몰라도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기성세대들은 믿고 있다.음악평론가 康正植(강정식·44)씨는 『40대가 1970년대에 좋아했던 포크 음악에 지금도 가슴 떨리는 것처럼 지금의 10대가 40대가 되어도 힙합과 랩에서 아련한 추억을 느낄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음악에 예민한 시기인 10대들에게 지금의 댄스 음악은 평생 남을 낭만과 정서라는 얘기다. 문제는 10대들의 문화가 댄스 음악이 전부인 것처럼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
가요 對 팝송은 8 대 2
부모세대들의 댄스 음악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등장한 댄스 음악 그룹은 수십년 지속되어온 국내 음악 판도를 바꿔놓고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나이트 클럽에 가면 팝송 對(대) 가요의 비율이 7 대 3 정도였다. 가요는 사운드와 質에서 팝송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서태지 등장 이후 이런 구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이트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의 가요 對 팝의 비율이 8 대 2로 逆轉(역전)되었다.
특히 가요의 해외 시장 진출은 특기할 만하다. 한국의 댄스 음악이 홍콩과 같은 동남아의 나이트 클럽에서 자주 나온다. 물론 1980년대에도 조용필, 김연자, 계은숙과 같은 가수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成人 가요 시장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영상세대의 댄스그룹이 국내 가요 시장 장악에 만족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중국과 대만을 위시한 동남아圈으로 그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그룹 클론이 1999년 11월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중국 북경 무대에 데뷔해 1만6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중국 신문들은 이 공연을 「클론이 북경을 흔들었다」고 보도했으며 중국 CC TV는 공연실황을 특집으로 녹화방송하기도 했다. 클론은 3월부터 홍콩, 상해 등 중국 10대 도시를 돌며 1년 넘는 長期(장기) 콘서트를 갖기로 되어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HOT 역시 지난 2월 초 중국 북경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조선일보 문화부 가요전문 權赫鍾(권혁종) 기자는 『클론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댄스 그룹이 일본 시장에서는 어렵지만 적어도 漢字(한자)문화권과 동남아에서는 젊은이들에게 먹혀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문화적 사건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상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감히 꿈꾸지 못했던 음반을 통한 外貨(외화) 획득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드래곤 라자」의 성공
10대와 20대 초반의 영상세대는 출판 분야에서도 막강한 구매력을 보여, 시장 질서를 재편하였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이른바 판타지 소설이 종합일간지의 전면 컬러 광고로 실리는 일이 잦아졌다.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판타지 소설은 주로 서양의 中世(중세)와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데 얼핏 무협지 같다는 느낌을 준다. 유력 일간지의 전면 컬러 단행본 광고價는 대략 2천만~3천만원이다. 큰 출판사가 아니고서는 일간지에 단행본 광고 한번 하기 힘든 상황에서 판타지 소설이 전면 광고로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판타지 소설의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고계에 따르면 판타지 소설은 단행본 광고 물량의 15%인데, 출판사측의 실제 게재 요구량은 30% 수준이라고 한다.
대중문화의 上層(상층)을 점하고 있는 문학을 이야기하면서 기자가 판타지 소설을 먼저 꺼낸 이유는 판타지 소설의 독자가 바로 10대와 20대 초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생 네티즌들이 판타지 소설을 많이 본다. 판타지 소설의 시초는 이우혁의 「퇴마록」이다. 그후 李榮道(이영도)의 「드래곤 라자」(황금가지)가 본격적으로 판타지 소설의 시장을 확대시켰다. 全 12권의 드래곤 라자는 현재까지 50만 권이 나갔다는 것이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도서 대여점에서의 평균 대여 횟수 50회 이상을 계산하면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드래곤 라자」를 읽은 사람은 백만이 넘는다고 한다. 「드래곤 라자」 이후 「용의 신전」 「탐그루」 등 판타지 소설들은 우후죽순처럼 나왔다. 판타지 소설 기획자들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이런 소설들은 미국에서 나온 「반지와 전주」를 텍스트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상 동물, 가상 현실 등을 여기에서 모티브를 따와 개인의 상상력을 더해 글을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판타지 소설의 主 독자층은 중고등학생 네티즌들이다. 그래서 판타지 소설은 방학이 되어야 판매율이 올라간다.
판타지 소설은 문학인가? 지금 문학계에선 이에 대한 논쟁이 진행중이다. 문학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문학평론가들은 대체적으로 판타지 소설을 「무협지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과거의 무협지와 요즘의 판타지 소설은 다른 점이 있다. 과거의 무협지는 서점에서 유통되지 못한 채 대본소에서만 읽혔고, 무협지 작가들 역시 자신의 작품들을 「문학」이라고 주장하지 못한 반면, 오늘날 판타지 소설을 쓰는 사람과 펴내는 출판사들은 판타지 소설을 자신있게 「문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판타지 소설을 문학의 本流(본류)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서서히 본류 쪽으로 편입되어 갈 것이라는 것이 판타지 소설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문학평론가 河應柏(하응백)씨는 판타지 소설에 대해 이렇게 규정한다.
『판타지 소설은 전자 오락의 대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컴퓨터 게임의 대본이 오프 라인(Off line)에서 창작품으로 둔갑했다. 게임에 익숙한 N세대 정서에 먹혀드는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판타지 소설은 「무협지의 변형」이라고 보면 된다. 17세 청소년이 나라를 구한다는 것과 같은 무협지의 구조와 똑같은 것이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에는 시간성과 공간성이 없다. 판타지 소설은 문학이 아니라 「문화 산업」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李榮道의 「드래곤 라자」와 「퓨처 워커」를 기획한 황금가지 張銀洙(장은수) 편집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현실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읽힌다.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아이들의 욕망,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은 아이들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판타지 소설은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다. 청소년들의 상상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일부에선 판타지 소설의 氾濫(범람)이 정통 소설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張銀洙 편집장은 『순수 소설이 품격 있는 다양성과 재미를 확보하지 못하는 이상 판타지 소설의 독자층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 『판타지 소설의 등장으로 문학 전체의 파이가 커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사실 인식』이라고 말했다.
문장이 안되는 소설
지금 한국 소설계는 사실상 박완서, 양귀자,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등 극소수 스타급 작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나 朴婉緖(박완서) 梁貴子(양귀자)를 제외한 30대 여성 작가의 대표주자格(격)인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씨 등은 「소설의 부흥 시대」를 주도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작가 역량이 부족하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여성 작가 트로이카로 불리는 申京淑, 孔枝泳, 殷熙京은 10만명의 고정 독자를 몰고다닌다는 평가를 받는다. 申京淑의 최근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발행 즉시 10만 부를 넘었고, 앞서 나온 「풍금이 있던 자리」 30만 부, 「깊은 슬픔」(全 2권) 60만 부를 넘었다. 孔枝泳은 「고등어」가 60만 부, 「착한 여자」가 60만 부 이상이 팔렸다. 殷熙京은 「타인에게 말걸기」가 12만 부, 「새의 선물」이 30만 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가 18만 부 이상 나갔다. 申京淑은 독자층이 10대부터 다양하고, 殷熙京은 주로 30대와 20대 독자가 많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박철화씨는 1999년 「작가 세계」 가을호에서 孔枝泳의 문학은 「독백의 과잉」이고, 申京淑은 자기방어적 대화의 不在이며, 殷熙京은 성숙의 결여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박철화씨는 특히 殷熙京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 대해 「실존의 절박함이나 진실의 아름다움을 찾기가 어렵다」고 혹평했다.
이들 3人을 제외한 신세대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다보면 글맛은커녕 문장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요즘 소설이 왜 이 모양이지」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 소설 문장이 가벼워지는가.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河應柏씨는 두 가지로 그 원인을 분석한다.
『첫째는 소설의 대량생산 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엔 全業(전업)작가가 적었지만 요즘은 全業작가가 많아졌다. 따라서 작품 한 편에 투입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대량 생산을 하다 보니 글이 가벼워지고 문장 아닌 문장이 많아지는 것이다. 둘째는 작가의 시대적 고민이 적어졌다. 1980년대의 이념 과잉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微視(미시) 욕망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작가에게 역사성과 시대성을 빼버리고 나면 사실 남는 게 없는데, 이런 바탕 위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니 그것이 뿌리 없는 상상력이 되기 쉽다』
소설의 대량 생산체제는 컴퓨터의 보급으로 가능해졌다. 컴퓨터의 자판을 치고 저장 기능을 이용하고 문장과 문단을 이리 떼고 저리 붙이고 하는 기능은 글쓰는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편리함」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 편리함만큼 컴퓨터 글쓰기는 肉筆(육필) 집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정성과 사색의 결여를 가져왔다.
컴퓨터의 보급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全 국민의 作家化(작가화)」를 야기했다. 사실 컴퓨터 글쓰기로 全 국민의 평균적인 文章力(문장력)은 높아졌지만 글 아닌 글이 책이라는 형태로 서점가에 범람하고 때로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어 독자를 기만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앞서 언급한 판타지 소설의 대량 생산 체제 역시 컴퓨터 글쓰기와 컴퓨터 통신이 없었으면 탄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한글 專用(전용)세대가 컴퓨터 글쓰기에 참여하면서 문장의 가벼움은 極(극)을 달리고 있다.
컴퓨터 통신이나 채팅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통신 언어는 정보를 몇 초라도 빨리 전달하려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따라서 전달 속도를 위해 언어 파괴를 서슴지 않으며 언어 파괴를 새로운 통신 언어로까지 간주한다. 문제는 사이버 공간 안에서의 언어 파괴 현상이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소설의 위기를 가장 현장에서 느끼는 곳은 서점이다. 서울 교보문고 朴勝圭(박승규) 영업부장 역시 소설의 극심한 침체를 걱정하는 사람이다. 朴勝圭 부장은 소설의 침체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설을 읽어줘야 할 청소년층과 대학생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설은 독자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새롭게 형성된 디지털 문화 시장이 전통적인 소설 시장에 영향을 미쳐 독자층을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은 책 읽는 재미보다 더 좋은 재미를 그들에게 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위축된 출판계가 좋은 책을 내지 못하는 것도 소설의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소설의 침체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文藝誌(문예지) 시장의 頹落(퇴락)이다. 물론 문예지의 퇴조 현상은 인터넷 시대가 오기 전부터 조짐이 나타났고 최근 들어 더욱 급속히 買氣(매기)가 얼어붙고 있을 뿐이다. 전통 문예지의 대명사이던 「창작과 비평」 「문학사상」 「현대문학」 등은 1970~1980년대만 해도 대학생들이 주요 독자층이었다. 당시 대학생들은 전공 서적 외에도 교양문예지를 최소 1~3개를 구독했었다. 그러나 현재 교양문예지는 대학생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한양대 사학과 任志炫(임지현) 교수는 지난해 말 조선일보 초청 강연에서, 『대학생들은 학술 계간지를 읽지 않는다』면서 『대신 「인물과 사상」을 많이 읽는다』고 말했다.
『학술 계간지는 대학원생들이나 겨우 읽는다. 「인물과 사상」 정도가 대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최고치인가 싶어 씁쓸하다』
문학평론가 河應柏씨는 『「인물과 사상」 같은 아웃사이더 잡지도 있어야 하지만 이것이 主流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河씨는 『대학생들이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문학동네, 작가세계 등과 같은 정통을 외면하고 아웃사이더 비평서만 편식하게 되면 사고와 가치관에 중대한 왜곡 현상을 가져오게 된다』고 우려한다.
10代 문학평론가의 등장
영상세대들은 구매력으로 문학 시장을 장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문학 분야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李榮道의 「드래곤 라자」 이후 많은 네티즌들이 컴퓨터 통신을 통해 판타지 소설 작가로 데뷔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 朴수빈양의 「신경숙 소설 비판」(「인물과 사상」 게재)을 두고 문학계 一角(일각)에서는 朴양의 어머니인 시인 노혜경(43)씨의 성향을 놓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시각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朴양의 문제의식이 비교적 정확하다는 점이다. 비록 朴양이 어려운 비평 용어나 현학적인 미사여구는 사용하지 않았어도 오히려 평이한 용어와 문장이 申京淑 소설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朴양의 등장은 10代가 연예계뿐만이 아니라 문학계에도 뛰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朴양은 12개의 도시문명을 비판한 장편소설 「나무시계 이야기」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정보 독점에서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의미하는 인터넷 시대의 개막은 10대들에게 과거 成人들의 독점적 무대였던 旣成(기성) 문화 시장에로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世代의 벽을 뛰어넘은 鄭浩承
소설과 교양 문예지가 생존 자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 詩(시)는 극소수 시인들에 의해 가까스로 순수와 상업성의 均衡(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詩 분야의 이른바 「빅 3」는 류시화-이정하-정호승이다. 순서를 류시화-이정하-정호승으로 한 이유는 이 순서대로 시집이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류시화는 현재까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70만 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50만 부)을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이정하도 「내가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을 30만 부 이상 팔았다. 그리고 鄭浩承(정호승)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등의 시집들이 평균 10만 부 정도가 팔렸다. 류시화는 출판계에서는 벌써 수년째 「마이더스의 손」으로 군림한다. 어떤 책이든 그가 編譯(편역)하거나 엮기만 해도 베스트셀러 上位(상위)에 오르고 출판사를 살린다.
문제는 류시화, 이정하, 정호승 3人이 써내는 詩의 質이다. 이들 베스트셀러 詩人들에게 가장 모욕적인 말은 「소녀 취향」이라는 평가이다. 그들은 자신의 詩集(시집)들이 고른 연령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점가에서는 10대 독자가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류시화와 이정하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류시화와 이정하의 詩集을 읽어보면 마치 詩가 한 편의 수채화처럼 부담 없이 편하게 읽혀진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기성 시인들의 시집과는 읽히는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문학평론가 河應柏씨의 세 시인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들어 보자.
『이정하의 대표작인 「우리 사는 동안에」 같은 작품에서는 언어의 압축이나 조탁미를 찾아볼 수가 없으며 문학성도 발견하기가 어렵다. 류시화씨의 시집들은 문학성과 상업성을 절묘하게 배합해 젊은 층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나 나는 류시화씨의 詩를 「落書詩(낙서시)」라고 부른다. 그의 詩는 화장실의 낙서처럼 쉽게 갈겨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높은 문학성을 갖춘 鄭浩承의 詩가 많이 팔리는 현상은 아주 바람직하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승하씨는 1999년 「작가세계」 가을호에서 시인 류시화에 대해 비판을 한 적이 있다. 이승하씨는 류시화 시인을 「독자를 얻음으로써 문단으로부터 축출되고만 시인」이라고 규정했다. 이승하씨가 분석하는 류시화씨가 독자를 얻은 이유는 이렇다. 호기심을 끌 만한 문장으로 이뤄진 긴 제목과 발간 시점, 脫현실적 夢幻的(몽환적) 분위기나 자연친화적 서정성이 1980년대 이념문학에 지친 독자들을 慰撫(위무)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현은 모호하고 비현실적이며 詩語(시어)는 지나치게 관념화돼 안개 같은 어슴푸레함을 넘어 자못 공허하다고 비판했다. 아름답기만 하고 절실하지 않으면 공감은 갈지언정 큰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10대의 구매력은 詩集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망해가는 출판사를 하루아침에 살려내는 게 10代들이다. 열림원, 푸른숲, 자음과 모음 등이 이들의 시집을 출간해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출판사로 불린다.
이런 풍토에서 시인 鄭浩承의 존재는 확실히 독보적이다. 鄭浩承의 詩는 10대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읽히고 있으며 높은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온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는 40대 이상이 아니면 정서적 交感(교감)이 어렵지만 역시 잘 팔리고 있다. 지난 1월 초 盧泰愚(노태우) 전 대통령이 교보문고에서 그의 童話集(동화집) 「항아리」를 사갔다.
컴퓨터, 패션, 만화 잡지의 强勢
문학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출판시장에서는 새로운 경향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것은 이른바 非소설 분야로 통칭되는 인문, 역사, 사회, 문명, 고고학 분야에 꾸준히 독자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서울 교보문고 朴勝圭(박승규) 영업부장은 『과거에 이런 분야의 책은 읽는 사람만 읽고 일반 대중들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전문 분야의 책이 쉽게 편집 제작됨으로써 일반 독자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잡지 시장에서도 새로운 독자층에 의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컴퓨터·만화잡지의 浮上(부상)이 그것이다. 대홍기획 조사에서도 10대들의 잡지 선호도는 부모세대와 정반대 경향을 보이고 있다. 10대들은 만화誌, 패션誌, 학생誌, 컴퓨터 과학誌, 스포츠 레저誌 순으로 주로 본다. 반면에 부모세대들은 여성종합지, 생활문화정보지, 시사교양지, 경제 경영誌를 주로 본다. 여학생이 가장 많이 보는 잡지는 단연 패션誌가 압도적이고, 그 다음이 만화誌이다. 여기서 「학생誌」는 이른바 하이틴 잡지라고 하는 연예오락지이다.
물론 컴퓨터 잡지 시장의 활황세의 원동력은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대학생 독자층이다.
1999년 1년 동안 「넷트 파워」 「PC 플레이어」 등 컴퓨터 관련 잡지가 15개가 새로 창간되었다. 「게임 매거진」 「PC 파워진」 「게임 피아」 등이 잘 팔리는 잡지인데 각각 2만~3만부가 나간다고 한다. 교보문고 국내잡지 담당 최미화씨에 따르면 컴퓨터 관련 잡지는 전반적으로 잘 팔리는데 그 중에서 「HOW PC」가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은 매월 7백 부 이상이 나간다.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1998년 말 현재 출판만화 시장의 규모는 5천5백억원. 제작시장이 1천2백억원, 판매유통 4천3백억원. 세종대 韓昌完 교수(만화애니메이션 학과)는 『만화는 저항적인 장르인데다 만화 한 컷과 한 컷을 보면서 상상력을 동원하기 때문에 10대들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10대들의 폭발적인 구매력은 외국 잡지 시장의 규모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 잡지 중에서도 특히 일본 잡지가 1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학교 2~3학년부터 일본 잡지를 사기 시작한다. 특히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들의 구매력이 일본 패션 잡지 판매를 급성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교보문고 잡지 코너에서 외국 잡지의 점유율이 1998년 20%에서 1999년 30%로 증가한 반면 국내 잡지는 1998년 80%에서 1999년 70%로 떨어졌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국내 잡지계가 획기적인 轉機(전기)를 마련하지 않는 한 외국 잡지의 점유율은 점점 커질 것으로 교보측은 전망한다.
10代, 대중문화의 내용을 바꾸다!
영상세대의 자유분방함과 재기발랄은 대중문화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영상세대의 왕성한 구매력은 문화 산업 전반을 휘어잡았을 뿐만 아니라 문화의 내용까지도 변모시켰다. 기성세대들이 1970~1980년대 팝과 록과 포크 송과 외국 영화에 빠져 있었던 데 비해 영상세대들은 팝과 록과 포크 송을 밀어내고 거기에 한국화된 댄스 음악을 올려놓았고, 영화시장에서도 「한국 영화는 볼 것이 없다」는 통념을 뒤집어 오히려 「한국 영화가 더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놓기에 이르렀다. 영상세대는 부모세대들과는 달리 미국적인 것보다는 일본적인 것을 더 부담 없이 수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팝과 록 대신 일본식 댄스 음악에 열광하는 것이나 「루스 삭스(Loose Socks)」를 따라 하고 일본 패션 잡지를 좋아하다는 것도 이런 경향의 일면을 보여준다.
일부는 일본식 「원조 교제」까지도 서슴지 않고 받아들여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10대 소녀 매춘이 사회문제가 된 것도 영상세대가 소비층으로 부각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10대 소녀가 보호 육성의 대상에서 상업주의의 판촉·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하고 싶은 것과 사야 될 물건이 많은 10대 소녀들은 고민 끝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신체를 상품화하는 戰線(전선)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술과 담배의 소비량에 있어서도 한국의 10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상세대에게 있어 글쓰기는 사색과 고민의 결과물이 아니라 흡사 速度戰(속도전)을 방불케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사색의 깊이와 지속적인 영향력보다는 전달의 속도와 순간적인 파괴력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판 문화의 輕薄化 (경박화)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한국 대중문화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화 전반이 지나치게 영상세대에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10代들에게 끊임없이 아부하고 부추기고 10代들은 무턱대고 여기에 추종하면서 과소비와 문화의 저급화를 낳고 있다.
雜技에 능한 기성세대의 자업 자득
문화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문화의 다양성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이다.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나라일수록 문화의 편중과 독식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문화 선진국에서는 10~20대 음악의 시장 점유율이 90%대를 웃돌진 않는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일인당 국민 소득이 6백 달러이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지금의 영상세대는 5천~1만 달러 시대에 자라났다. 지금 40~50대가 실질적으로 경제 활동 인구로서 소득이 높지만 문화 부문의 구매력은 없다.
대홍기획의 조사에 따르면 1998년 1년간 20대 후반 한국 남자는 취미 활동으로 고스톱·화투, 등산·산행, 포커, 장기, 낚시 등을 즐겼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향은 심화된다. 이는 한국 남성들이 취미생활의 대부분을 고스톱, 장기, 포커 등과 같은 雜技(잡기)를 하면서 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를 享有(향유)한다는 행위는 세 가지 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한다. 첫째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문화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성인이 어느 날 갑자기 클래식을 들으려 해도 어려서부터 클래식을 듣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문화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기성세대들은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어도 두 번째와 세 번째가 허락하지 않는다. 놀이 문화에 대한 학습이 절대 부족하다는 얘기다. 남성들의 경우 술 마시는 데는 돈을 펑펑 써대도 문화적 소비에는 말할 수 없이 인색하다. 주부들 역시 아이들用으로 CD는 사도 자기가 듣고 싶은 CD는 여간해서 사지 않는다. 모든 소비 활동을 자녀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문화 생산자들은 30~40대가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음반도 사고 공연도 보고 PC 통신에도 자기 생각을 글로 올려야 그들의 문화가 산다고 말한다.
기성세대들이 10代 편향에 대해 탄식만 할 뿐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갖고 소비하지 않는 가운데, 또다른 기성세대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10代에 아부하는 문화를 공급할 때 문화의 정통성과 다양성이 사라져 輕薄함만이 판치게 될 것이다. 기성세대의 문화는 기성세대가 가꿔야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