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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꽃 〈2〉 파초와 김동명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사진 :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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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祖國)을 언제 떠났노,
  파초(芭蕉)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情熱)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김동명, 〈파초〉

 
김동명의 생가 앞 뜰에 심어진 파초.
  파초(芭蕉)는 남국(南國) 식물이다. 고려 때 중국을 통해 이 땅에 들어왔다고 한다. 선비들은 집에 매화(梅) 소나무(松) 대나무(竹) 배롱나무(木百日紅) 가운데 한두 가지를 반드시 심고 마음을 다스렸다. 파초를 뜰 아래나 창가에 심어 놓은 선비들도 있었다. ‘기다림’을 상징하는 파초는 귀했다. 선비들의 파초 사랑은 남달라 파초를 보면 자리를 펴고 앉아 파초 잎에 시를 쓰기도 했다. 임금 옆에서 시녀들이 들고 있다 더위를 식혀 주는 부채가 파초선이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화염산의 불을 끌 때 사용한 것도 파초선이었다. 도교(道敎)에서 신선들이 아끼는 8가지 가운데 하나가 파초였다고도 한다. 파초가 생명력이 강해 갈갈이 찢기거나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김동명의 생가 내부.
  강원도 강릉시 사천해수욕장 근처에 초허(超虛) 김동명(金東鳴·1900~1968)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다. 생가 앞 작은 뜰에 파초 한 그루가 해풍에 휘날린다. 시 〈파초〉처럼(1938년·《월간조선》의 전신인 잡지 《조광》을 통해 발표). 김동명은 보들레르(Baudelaire, C. P.)의 시집 《악의 꽃》에 감명받아 시인이 됐지만 〈파초〉(1938)와 〈하늘〉(1948)에서 보이는 시들은 단순한 전원시가 아니었다. 심층에 파초의 꽃말처럼 민족의 독립을 기다리는 우국(憂國)이었다.⊙
 
담양 소쇄원안에 심어진 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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