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당근 수확이 한창인 제주도 밭에서 난데없이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뭔데? 뭔데?’ 하며 몰려든 이들도 다함께 ‘깔깔’ 거리며 웃는다. ‘도대체 뭐가 있어 이리 웃나?’ 하여 들여다보니 꼭 사람을 닮은 당근들이 줄줄이 밭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요염하게 다리를 꼰 당근 처녀부터 사내의 ‘그것’을 달고 나온 무 총각까지. 사람 꼴을 하고 나온 것들이 꼭 마치 누가 일부러 만들어놓은 듯하다.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들처럼 자연도 사람을 닮아가려나 보다. 가을걷이로 바쁜 농가에 잠시 웃고 쉬어가라는 하늘의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