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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 물들다 〈마지막 회〉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의 문장들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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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으니 특별히 권태로울 것도 없었다
⊙ 갑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겪어버렸다고, 늙어버렸다고, 지금 죽는다 해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2024년 10월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 한강은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수상 소감부터 밝혔다. 사진=조선DB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4)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3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뒤로 2016년 맨부커상 수상으로 이미 주목받은 바 있는 《채식주의자》와 역사적 트라우마 속에서도 나아가는 인간의 존엄을 그린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작가의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안다고 말할 수도, 모른다고 말할 수도 없는 기묘하고 미묘한 이야기 《흰》이 2위부터 5위까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소년이 온다》의 문장들…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기자는 《소년이 온다》(2014)의 문장을 더듬어 보았다. 이 소설은 한강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이며 깊은 울림”(뉴욕타임스),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가디언),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찬사를 선사한 작품이다.
 
  《소년이 온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의무를 피하고 싶어 너는 주저한다. (…)
 
  어떤 그림자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고통들을 오래 견딘 것 같았어. 손톱 아래마다 진한 보랏빛 상처가 있던, 옷이 젖어 있던 몸들의 혼이었을까. 그들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 끝에 닿을 때마다 끔찍한 고통의 기척이 저릿하게 전해져 왔어. (…)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한강 작가는 “무덥고 습했던 여름 끝에 가로수 아래를 걷다가, 잘 마른 깨끗한 홑청 같은 바람이 얼굴과 팔에 감기는 감각에 놀라며 동호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소설 속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매일같이 합동분향소에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한다.
 
  ‘그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동호, 이런 아침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동호’를 떠올리며 한강 작가는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되새기고,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이들에게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검열과에서 삭제한 대사들이 배우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면 저 사내들은 일어설까. 날렵하게 무대로 올라가 배우들을 덮칠까. (…)
 
  각자 간단한 유서를 써서 주소를 적고는 찾기 쉽도록 셔츠 앞주머니에 넣었습니다. (…)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땅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 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리라고. (…)
 
  당신의 선택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쪽이었다. (…)
 
  여덟살 묵었을 때 네가 그랬는디.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 암것도 아닌 그말이 듣기 좋아서 나는 네가 시인이 될라는가 속으로 생각했는디. (…)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 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

 

  소설은 국가의 무자비함을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강 작가는 이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광주 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 등 여러 역사 자료와 관련 영화를 참고했다고 설명한다.
 
 
  《채식주의자》의 문장들…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2007)는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 상상력의 강렬한 결합을 정교한 구성과 강렬한 흡인력 있는 문체로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뉴욕타임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가디언), “일시에 마음을 빼앗긴 수준 높은 작품”(아사히신문)이라는 해외 서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데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40만 부(10월 15일 현재)가 더 제작되었다. 출판도시 파주의 인쇄 공장은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부터 거대한 인쇄기 두 대를 쉴 틈 없이 돌리고 있다고 한다.
 
  《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각각으로 보면 독립적인 작품으로 읽힐 수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의 시각에서 보면 세 조각 퍼즐이 정교하게 맞춰져 있다. 두 번째에 실린 〈몽고반점〉은 ‘태고의 순수성과 원초적 미를 되찾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집착과 탐색을 다룬 뛰어난 예술소설’이라는 심사평으로 이미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당시 심사위원 7인 전원이 대상 수상 찬성에 손을 들었다. 이 상이 9년 후에 노벨문학상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으리라.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첫 번째 중편 〈채식주의자〉에서는 남편이, 두 번째 중편 〈몽고반점〉에서는 형부가, 마지막 〈나무 불꽃〉에서는 언니가 화자로 등장한다. 한강은 세 인물을 통해 인간 본질에 대해 쉼 없이 질문하며 ‘고통’에 대해 천착한다.
 
  〈내 기대에 걸맞게 그녀는 평범한 아내의 역할을 무리 없이 해냈다. (…)
 
  그 책들이란 대부분 표지를 열어보기도 싫을 만큼 따분해 보이는 것들이었다. (…)
 
  애초에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으니 특별히 권태로울 것도 없었다. (…)
 
  나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어떤 분노와 설득도 그녀를 움직일 수 없었다. 내 손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
 
  이대로, 좀 이상한 여자와 산다 해도 나쁠 것 없겠다고 나는 가끔 생각했다. (…)
 
  저 여자가 왜 우는지 나는 몰라. 왜 내 얼굴을 삼킬 듯이 들여다보는지도 몰라. 왜 떨리는 손으로 내 손목의 붕대를 쓰다듬는지도 몰라.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 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어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 쉬게 할 수 없어.〉

 
한국인으로는 처음 맨부커상을 받은 지난 2016년 5월 17일 오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판매대에 비치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다. 사진=조선DB
  두 번째 중편 〈몽고반점〉의 화자는 예술가인 형부다. 그는 자신의 비디오 작품에 매너리즘을 느낀다. 어느 날 목욕을 하고 옷을 입는 어린 아들을 보면서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았네”라고 중얼거린다. 이에 아내가 “영혜는 스무 살까지 남아 있었는데…”라고 하자 영혼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한 영감을 받는다. 그 순간 “여인의 엉덩이 가운데에서 푸른 꽃이 열리는” 이미지가 그의 머리를 때린다.
 
  형부는 여인의 알몸에, 특히 “작고 푸른 꽃잎 같은 점”을 엉덩이 가운데 찍으며 전율과 함께 발기를 경험한다. 그것은 결혼한 이후, 특히 삼십대 중반을 지나서는 거의 처음 느끼는 강렬한 성욕이었다.
 
  그러니까 2년 전 여름의 초입, 처제는 그의 집에서 손목을 그었다. 처제가 딱할 만큼 말라 있었으므로, 그녀를 심하게 나무란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의 장인이 우격다짐으로 입안에 고깃덩어리를 밀어 넣은 것은 부조리극의 한 장면처럼 믿기지 않았다. 고깃덩어리를 뱉어낸 뒤 과도를 치켜들고 그녀는 가족들의 눈을 차례로 쏘아보았다. 마침내 그녀의 손목에서 피가 솟구쳤을 때, 그는 홑이불을 찢어 그 자리를 묶은 뒤 허깨비 같은 그녀의 몸을 둘러업었다.
 
  마지막 중편 〈나무 불꽃〉의 화자는 언니(인혜)다. 영혜는 이혼을 당하고 인혜는 남편을 내친다. 영혜를 돌보는 것은 오롯이 인혜 몫이다. 영혜는 육식을 거부한다. 급기야 음식 자체를 거부한다. 나무가 되겠다고 하며 산속을 헤매는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그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짓무른 잎사귀에서 흐르는 것 같은 초록빛 즙이 그녀의 음부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향긋하면서도 씁쓸한 풀 냄새가 점점 아릿해서 그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이 절정의 직전에 가까스로 몸을 빼냈을 때, 그는 자신의 성기가 온통 푸르죽죽하게 물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것인지 그의 것인지 모를 싱그러운 즙으로 그의 아랫도리와 허벅지까지 시퍼런 풀물이 들어 있었다. (…)
 
  널 삼켜서 녹여서, 내 혈관 속을 흐르게 하고 싶다. (…)
 
  갑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겪어버렸다고, 늙어버렸다고, 지금 죽는다 해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
 
  그녀는 베란다 난간 너머로 번쩍이는 황금빛 젖가슴을 내밀고, 주황빛 꽃잎이 분분히 박힌 가랑이를 활짝 벌렸다. 흡사 햇빛이나 바람과 교접하려는 것 같았다. (…)
 
  오랫동안 혼자여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시선으로, 차창을 두드리는 세찬 빗줄기를 바라본다. (…)
 
  직접 본 것도 아닌 그 모습이 어떻게 그토록 명확한 풍경으로 떠올랐는지 그녀는 알 수 없다. (…)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 그녀가 본 광경은 상식과 이해의 용량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 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락한 가건물과 웃자란 풀들 앞에서 그녀는 단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소설은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는 과정을 충격적으로 그리고 있다.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다른 생명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 무해한 존재를 그린다.
 
  〈그렇게 끝났다. 그날 이후 그들의 삶은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
 
  이제는 저쯤의 미친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
 
  환자들은 사람과 사람의 육체가 지켜야 할 적당한 간격을 무시하고, 시선을 들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을 무시한다. (…)
 
  낮고 긴장한, 애써 침착을 가장한 그의 낯익은 목소리가 무딘 칼처럼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
 
  용서하고 용서받을 필요조차 없어. 난 당신을 모르니까. (…)
 
  그녀는 이미 깨달았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은 마치 오래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
 
  저 껍데기 같은 육체 너머, 영혜의 영혼은 어떤 시공간 안으로 들어가 있는 걸까.〉

 
 
  ‘모든 남성이 읽었으면 싶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특별전’이 국회도서관 1층 중앙홀에서 열렸다. 오는 12월 13일까지 열리는 특별 전시는 국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강 작가의 소설, 원서, 번역서(영어·불어 등 28개 국어), 오디오북, 영상자료 등 약 100권을 선보였다. 사진=조선DB
  《채식주의자》는 대개 가장 내밀한 공간인 ‘집’을 매개로 상처의 성찬이 거행된다. 공간의 층위에서 트라우마의 탐색담은 집 안에서 집 밖으로 향하는 확산형이요, 심리의 층위에서 그것은 상징적 기원의 안쪽으로 휘어드는 수렴형이다. 마침내 병원은 고통스러운 집이요, 묘지가 된다. 모순어법처럼 들리는 서사의 뫼비우스적 구조를 따라가면서 인물들은 타인이 대신 앓은 나의 상처를 비로소 보게 된다.(허윤진 문학평론가)
 
  《채식주의자》는 2010년부터 일본·중국·프랑스 등에서 꾸준히 번역·출간되었고, 지금까지 40개국 이상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지난 10월 25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초연된 《채식주의자》가 원작인 연극 〈라 베제타리아나(La Vegetariana)〉는 밀라노·토리노를 거쳐 프랑스 파리·투르·툴루즈·샹베리·몽펠리에 등에서 관객들을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국내에서는 2009년 개봉됐었다. 임우성 감독이 연출한 장편 영화는 배우 채민서, 김현성, 김여진이 출연해 그해 ‘선댄스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됐었다.
 
  국내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채식주의자》 리뷰를 읽어보았다. 충격적 소재여서인지 그만큼 다양한 생각들이 자유롭게 분출되어 있었다.
 
  〈이 시대에 읽어야 하는 책. 모든 남성이 읽었으면 싶다.(글쓴이 db***)/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긴 했는데 읽고 나서 잔상 때문에 좀 힘들었어요. 우울감 있으신 분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읽기 좀 거북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충격적이었어요. 전 지인들에게도 보지 말라고 했어요.(ko***)/ 이 강렬하고 파격적인 이야기에 내 가슴이 오그라들고 오감이 다 살아 움직임을 느꼈다. 1부에 심장이 쪼그라들고, 2부에 오만 감각이 돋아나오고, 3부에 이어지는 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읽으며 소리 내어 울어버렸다.(fr***)〉
 

  그냥, 남성과 여성을 떠나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넓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떨까 싶다.
 
  한편, 지난 10월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채식주의자》를 경기도 일부 학교가 유해 도서로 지정, 폐기한 것 등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날 국감에서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성교육 유해 도서 공문을 내려보냈는데 이건 보수 기독교 단체와 국민의힘에서 유해 도서라고 주장하는 책을 찍어내라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따졌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경기도교육청이 발송한 공문에 ‘성교육 도서 처리 결과 도서 목록 제출’ ‘심각한 경우 폐기 가능’ 등의 문장이 담긴 것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임태희 교육감은 “《채식주의자》를 읽어봤는데 깊은 사고 속에서 쓰인 깊은 사고가 들어 있는 작품”이라면서도 “교육적으로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이해 간다. 내 아이라면 고등학교 졸업 후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모국어로 읽는 사치
 
2011년 11월 다섯 번째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을 펴냈을 당시의 소설가 한강.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을 ‘번역’이라는 엄숙한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고 모국어로 직접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사치처럼 느껴져 이 상황에 적응하기가 낯선 것도 사실이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튀르키예의 작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에 빠져든 기억이 새롭다. 그의 연작들이 수많은 독자로 하여금 세상의 지평선을 넓혔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자로서, 다른 나라의 독자들도 그들의 모국어로 번역된 한강의 작품을, 더 나아가 우리나라 여러 작가의 훌륭한 작품을 광수집하며 즐기는 K-문학 시대의 도래를 꿈꿔본다.
 
  〈‘나는 존재하느라 으깨어진 것 같아요’라는 뒤라스의 독백을 기억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계속 으깨어지며 나아가고 싶다. 그 으깨어짐이 내 삶을 끝까지 관통해 주기를 빌고 있다.〉(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 당시 한강의 수상 소감)
 
  우리는 한강 작가의 으깨어짐에 기대는 단단한 축복을 오래도록 누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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