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모든 신경증의 핵심
⊙ 타인他人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원만한 사회생활의 핵심조건
김보연
1962년생. 가톨릭대학 의대 졸업 / 현 성가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마음의 신경과학연구회장,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법제이사, 가톨릭의과대학 외래교수
⊙ 타인他人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원만한 사회생활의 핵심조건
김보연
1962년생. 가톨릭대학 의대 졸업 / 현 성가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마음의 신경과학연구회장,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법제이사, 가톨릭의과대학 외래교수
그리스의 중심인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神殿)에는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심오한 철학적 물음은 소크라테스보다 먼저 출생한 아테네의 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Oedipus the King, Oedipus Rex)》의 주제였다.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도시 테베의 왕(王)이다. 그의 아버지는 왕 라이오스이고 어머니는 왕비(王妃) 이오카스테이다. 오이디푸스란 이름의 뜻은 ‘부은 발’인데, 라이오스 부부(夫婦)가 어린 오이디푸스를 버릴 때 발목에 못을 박아 버린 데서 따왔다.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테베 시민들에게 수수께끼를 내 맞히지 못하면 잡아먹는 괴물이었는데, 오이디푸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아침에 다리 네 다리, 오후에 두 다리, 저녁에 세 다리인 생물은 무엇인가.”
도시국가의 집단의식이 충만한 테베 시민에게 사람의 본모습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어려운 질문이었나 보다.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는 답을 맞혔고, 스핑크스를 물리친 공로로 테베의 왕이 됐다.
마음의 맹인(盲人)
《오이디푸스 왕》이 비극 중의 비극인 이유는, 주인공 자신이 재앙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함으로써 반복되는 판단착오(Hamartia)에 있을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났을 때, 의심 없이 예언자의 말을 따른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는 아들 오이디푸스를 버림으로써 자신들의 불행을 자초했다. 오이디푸스 자신도 아폴론 신전의 예언자의 말을 믿고 길러준 양부모와 고린토스를 떠났고, 길에서 만난 아버지 라이오스를 통행의 시비 끝에 살해한다. 세 번째의 충격적 비극은 친모(親母)이자 현재 자신의 아내인 이오카스테의 자살이다. 오이디푸스는 양 눈을 가졌으되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한 죄를 벌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눈을 멀게 함으로써 잘못을 책임지고 고통스런 종말을 자초한다.
《오이디푸스 왕》이 독자에게 감동과 정화(淨化)를 주는 것은 뛰어난 지혜로 왕의 자리에 오른 ‘성공한 사람’의 몰락 과정과 고통의 바닥에서 보여주는 그의 태도에 따른다. 스핑크스의 어려운 문제는 쉽게 풀었으나 자신의 문제는 볼 수 없는 마음의 맹인(Mind Blindness)인 오이디푸스의 어리석음과 오만,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의문, 신과 신탁에 지배되는 운명, 그리고 비극에서는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삶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극적 장면과 슬픔이 읽는 이의 마음을 순화하는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당시 비극 예술의 완성자로서 유명하며 비극 경연에서 우승을 수십 차례 했다. 그는 극·송가·비가·잠언 등 123편의 작품을 썼다. 그의 작품 《안티고네》는 형제와 인척간의 살육이 소재로 《오이디푸스 왕》만큼이나 처참한 비극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그는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막장 극’의 대가(大家)라 할 수 있다. 극 중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이오카스테는 남편 오이디푸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어머니와의 결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수많은 남자가 전에도 이러한 고통을 겪어 왔잖아요.”
자신의 경험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창안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 박사는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심리 발달이론과 더불어 신경증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한 가설(假說)로 이를 제시했다. 오이디푸스의 정체성과 불행의 드라마는 부모·자식 간의 애정과 경쟁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의미로 발전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보통 프로이트의 성(性) 심리 발달단계의 세 번째 단계인 유아 생식기 시기(남근기·The infantile genital phase·Phallic phase)에 나타난다. 대개 3세에서 5~6세 사이의 기간에, 아들은 아버지와 경쟁하고, 어머니를 독점하려 한다. 아버지로부터 ‘거세’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이로 발생하는 죄책감, 아버지처럼 강한 사람을 닮고 싶은 욕구, 어머니에 대한 애착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 복잡한 마음의 신경증(노이로제)을 의미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프로이트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한 1896년 이후부터 정신적 불안증세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가졌던 기억과 감정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실마리가 됐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늦는 꿈을 꾸기도 했으며, 아버지에 대해 극도의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으며, 마침내 아버지가 죽기를 바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성적 욕구를 가짐과 동시에 그녀를 사랑했다는 기억도 되살렸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완벽하게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나는 한 가지 일반적인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도 경험한 적이 있지만,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고 아버지를 질투하는 것은 초기 아동기에 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프로이트 자신의 정신분석에서 비롯했다는 점에서 이를 일반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범(凡)세계적, 보편적 현상을 강력히 주장했다. 《토템과 터부》라는 작품(1913)에서 원시시대에 흔했던, 아들이 아버지를 제거하는 사례들을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인간사에 불가피한 현상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그리스 신화(神話)에선 부자(父子)간 살육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티탄족 신(神) 크로노스가 형제에게 악행을 한 아버지 우라노스(농경의 신)의 음경을 거세한 이야기가 조르조 바사리(16세기)의 그림으로 남아 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신분석의 대부분의 지식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이는 모든 신경증의 핵심을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1924)》에서 6~7세의 잠복기(Latency)에 콤플렉스가 성공하지 못해 파괴되거나 해체돼 사라진다는 견해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동들은 여성의 생식기를 보고 자신도 거세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아버지와의 경쟁을 외면(억압)하고, 어머니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며, 아버지에 대한 동일시(Identification)로 대치된다고도 했다. 아버지의 권위는 아동의 심리적 자아(自我)로 투입돼 아버지의 태도에 비례해 초자아(超自我)의 핵심을 이루게 되며, 근친상간을 금하고, 성욕동 대상(libidinal object)에 집착하지 않도록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아동에게, 그의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 적대감, 공포와 욕망이 있다는 그의 주장은 서구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프로이트 개인의 상상, 경험과 성격, 범세계적 현상인지에 대한 의문, 정신분석학적 의미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마음의 신경과학 이론
필자는 뇌신경 인지(認知) 발달 및 인간관계 경험의 관점에서 평론가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을 설명하고자 한다.
얼마 전 미국의 강의 프로인 테드(TED)에서 레베카 색스(Rebecca Saxe)라는 젊은 심리학자가 ‘타인의 마음 읽기’라는 강의를 한 것을 보았다. ‘마음의 원리(Theory of mind)’는 자기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마음의 신경과학 이론이다. 이 강의에서 색스는 잘 알려진 ‘샐리&앤 테스트(Sally and Anne Test)’를 수정·소개했다.
“샐리와 앤은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다. 샐리가 인형을 유모차에 뉘어 놓고 잠시 나간 동안 앤은 인형을 상자 안에 감추어 놓았다. 샐리가 돌아왔다. 샐리는 어디서 인형을 찾아볼까요?”
5세 이상의 아동과 성인은 샐리가 유모차에서 찾아본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앤이 인형을 상자 안에 감춘 것을 샐리가 모르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5세 미만의 아동들은 샐리가 상자 안에서 인형을 찾는다고 대답한다. 이 아동들은 아직 타인의 마음에 대한 이해력이 미숙해서 자신의 입장에서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샐리-앤 테스트는 사회적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로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느냐를 검사하는 심리학적 실험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사람들 사이에서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때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전통적으로 성-심리 발달에서 다루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아동 발달 과정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이 고려돼야 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아동이 대상 관계(삼각관계)와 성적 정체성의 발달, 자아와 초자아의 발달, 반대 성의 부모를 동일시하면서 콤플렉스가 해결되는 것은 자기 감각(Sense of self)이 정교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피아제(Piaget)는, 인지 발달론에서 3세에서 7세 사이의 아동은 환상 및 상징적 사고를 하는데 인형, 로봇 장난감, 소꿉장난 같은 놀이와 언어에서 이를 잘 관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화,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 산타클로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 시기의 대표적 상징이다. 생각의 연상은 가능하나 논리적인 관계는 알 수 없고, 사회화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게 특징이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알지 못해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 세계의 사건과 경험을 내부 세계의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현실과 상상을 혼동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자기 주제를 모르는 아동’ ‘철없는 아동’이며 자기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자식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관계에서의 자신을 파악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정신화의 의미
논리적인 생각은 추리적 논리를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바로 예측하는 생각이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 타인의 마음을 추론하는 능력, 이것을 정신의학에서는 정신화(Mentalization)라 일컫는다. 논리적 사고와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도 포함한다. 공감도 우리의 뇌 안에서는 논리적 추론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과거 경험에서 감정의 패턴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자폐증 아동들은 공감 능력이 결핍돼 있다. 이 때문에 정신화 능력은 특히 인격장애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연계되는 주제이다.
프로이트는 1897년 히스테리의 병인(病因)으로 지목했던 유아기의 ‘유혹이론(Seduction Theory)’을 포기했다. 환자가 자신에게 이야기해 준 것들이, 환자가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서다. 이런 여러 과정을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정신분석학의 중요 개념으로 탄생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상담란에 게재된 익명의 사례를 소개한다.
〈저를 생각해 보니 어려서부터 아버지 자리를 대신해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아버지를 불편하게 여기고, 아버지가 잘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응석을 부리지 못했으며, 비난받을까 염려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보다 저를 더 의지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고 저는 항상 의젓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버지와 굉장히 친하게 술도 같이 마시고 바둑도 두고 친한 친구처럼 잘 지냅니다. 저는 권위자에 대한 감정이 극복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아버지가 권위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보호를 받는 저의 위치에 서게 됨으로써 제가 편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대인관계에서 불편해질 때는 대부분 그 사람이 저의 윗사람으로 인식될 때이고, 그럴 때는 내가 또 어릴 때의 그 관계를 반복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글쓴이는 어려서 아버지처럼 권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불편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도 과거의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개인과 가정의 경험과 문화에 따라 큰 차이가 있고 다양하며,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딸)의 3자 이상의 다양한 조합에서 발생하는 관계의 문제로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생활과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할 아버지는 낮에는 잘 없다가 밤에만 나타나는 낯선 남자인 경우가 많다. 그 낯선 남자는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낸 자신을 떼어놓는 남자로서 공포와 두려움,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전통적 개념의 남성 가장(家長)은 가족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왔다. 가장의 권위가 우세할수록 나머지 구성원들의 두려움과 죄책감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강한 권위를 행사하는 아버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약한 아들과 엄마, 혹은 딸과 엄마의 연합적 대항을 종종 경험하기도 한다.
인지 발달을 통해 사회성 성장
한편, 사회와 인간관계를 강조한 1950년대 정신의학자 설리번은 같은 성을 가진 자식에 대한 부모의 강한 공감(Empathy)은 직접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나타나고, 반대 성을 가진 자식에 대해서는 유연하며 사랑스런 태도로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부모와 부정적인 부모가 나뉘면 자식은 다른 한쪽에 반감을 가지게 되는데, 청소년기의 반감에 대해 한 부모가 민감하게 반응하면 악순환이 발생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소위 말하는 오이디푸스 증오와 죄책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동은 신경 인지 발달을 통해 사회성이 발달하며, 자연스럽게 부모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이해력 등을 바탕으로 부모와의 관계를 해석하고 문제를 풀어나간다. 비로소 자신과 타인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지면서 ‘오이디푸스 왕’이 행한 결말처럼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는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한다.⊙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테베 시민들에게 수수께끼를 내 맞히지 못하면 잡아먹는 괴물이었는데, 오이디푸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아침에 다리 네 다리, 오후에 두 다리, 저녁에 세 다리인 생물은 무엇인가.”
도시국가의 집단의식이 충만한 테베 시민에게 사람의 본모습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어려운 질문이었나 보다.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는 답을 맞혔고, 스핑크스를 물리친 공로로 테베의 왕이 됐다.
마음의 맹인(盲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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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디푸스 왕》이 비극 중의 비극인 이유는, 주인공 자신이 재앙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함으로써 반복되는 판단착오(Hamartia)에 있다. 사진은 연극 〈오이디푸스 왕〉의 한 장면이다. |
《오이디푸스 왕》이 독자에게 감동과 정화(淨化)를 주는 것은 뛰어난 지혜로 왕의 자리에 오른 ‘성공한 사람’의 몰락 과정과 고통의 바닥에서 보여주는 그의 태도에 따른다. 스핑크스의 어려운 문제는 쉽게 풀었으나 자신의 문제는 볼 수 없는 마음의 맹인(Mind Blindness)인 오이디푸스의 어리석음과 오만,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의문, 신과 신탁에 지배되는 운명, 그리고 비극에서는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삶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극적 장면과 슬픔이 읽는 이의 마음을 순화하는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당시 비극 예술의 완성자로서 유명하며 비극 경연에서 우승을 수십 차례 했다. 그는 극·송가·비가·잠언 등 123편의 작품을 썼다. 그의 작품 《안티고네》는 형제와 인척간의 살육이 소재로 《오이디푸스 왕》만큼이나 처참한 비극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그는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막장 극’의 대가(大家)라 할 수 있다. 극 중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이오카스테는 남편 오이디푸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어머니와의 결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수많은 남자가 전에도 이러한 고통을 겪어 왔잖아요.”
자신의 경험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창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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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1924)》에서 6~7세의 잠복기(Latency)에 콤플렉스가 파괴되거나 해체돼 사라진다는 견해도 있다고 주장했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보통 프로이트의 성(性) 심리 발달단계의 세 번째 단계인 유아 생식기 시기(남근기·The infantile genital phase·Phallic phase)에 나타난다. 대개 3세에서 5~6세 사이의 기간에, 아들은 아버지와 경쟁하고, 어머니를 독점하려 한다. 아버지로부터 ‘거세’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이로 발생하는 죄책감, 아버지처럼 강한 사람을 닮고 싶은 욕구, 어머니에 대한 애착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 복잡한 마음의 신경증(노이로제)을 의미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프로이트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한 1896년 이후부터 정신적 불안증세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가졌던 기억과 감정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실마리가 됐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늦는 꿈을 꾸기도 했으며, 아버지에 대해 극도의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으며, 마침내 아버지가 죽기를 바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성적 욕구를 가짐과 동시에 그녀를 사랑했다는 기억도 되살렸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완벽하게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나는 한 가지 일반적인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도 경험한 적이 있지만,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고 아버지를 질투하는 것은 초기 아동기에 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프로이트 자신의 정신분석에서 비롯했다는 점에서 이를 일반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범(凡)세계적, 보편적 현상을 강력히 주장했다. 《토템과 터부》라는 작품(1913)에서 원시시대에 흔했던, 아들이 아버지를 제거하는 사례들을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인간사에 불가피한 현상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그리스 신화(神話)에선 부자(父子)간 살육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티탄족 신(神) 크로노스가 형제에게 악행을 한 아버지 우라노스(농경의 신)의 음경을 거세한 이야기가 조르조 바사리(16세기)의 그림으로 남아 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신분석의 대부분의 지식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이는 모든 신경증의 핵심을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1924)》에서 6~7세의 잠복기(Latency)에 콤플렉스가 성공하지 못해 파괴되거나 해체돼 사라진다는 견해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동들은 여성의 생식기를 보고 자신도 거세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아버지와의 경쟁을 외면(억압)하고, 어머니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며, 아버지에 대한 동일시(Identification)로 대치된다고도 했다. 아버지의 권위는 아동의 심리적 자아(自我)로 투입돼 아버지의 태도에 비례해 초자아(超自我)의 핵심을 이루게 되며, 근친상간을 금하고, 성욕동 대상(libidinal object)에 집착하지 않도록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아동에게, 그의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 적대감, 공포와 욕망이 있다는 그의 주장은 서구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프로이트 개인의 상상, 경험과 성격, 범세계적 현상인지에 대한 의문, 정신분석학적 의미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마음의 신경과학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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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제는, 3세에서 7세 사이의 아동은 환상 및 상징적 사고를 하며 인형, 로봇 장난감, 소꿉장난 같은 놀이 과정과 언어생활에서 잘 관찰할 수 있다고 자신의 인지 발달론에서 주장했다. |
얼마 전 미국의 강의 프로인 테드(TED)에서 레베카 색스(Rebecca Saxe)라는 젊은 심리학자가 ‘타인의 마음 읽기’라는 강의를 한 것을 보았다. ‘마음의 원리(Theory of mind)’는 자기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마음의 신경과학 이론이다. 이 강의에서 색스는 잘 알려진 ‘샐리&앤 테스트(Sally and Anne Test)’를 수정·소개했다.
“샐리와 앤은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다. 샐리가 인형을 유모차에 뉘어 놓고 잠시 나간 동안 앤은 인형을 상자 안에 감추어 놓았다. 샐리가 돌아왔다. 샐리는 어디서 인형을 찾아볼까요?”
5세 이상의 아동과 성인은 샐리가 유모차에서 찾아본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앤이 인형을 상자 안에 감춘 것을 샐리가 모르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5세 미만의 아동들은 샐리가 상자 안에서 인형을 찾는다고 대답한다. 이 아동들은 아직 타인의 마음에 대한 이해력이 미숙해서 자신의 입장에서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샐리-앤 테스트는 사회적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로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느냐를 검사하는 심리학적 실험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사람들 사이에서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때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전통적으로 성-심리 발달에서 다루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아동 발달 과정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이 고려돼야 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아동이 대상 관계(삼각관계)와 성적 정체성의 발달, 자아와 초자아의 발달, 반대 성의 부모를 동일시하면서 콤플렉스가 해결되는 것은 자기 감각(Sense of self)이 정교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피아제(Piaget)는, 인지 발달론에서 3세에서 7세 사이의 아동은 환상 및 상징적 사고를 하는데 인형, 로봇 장난감, 소꿉장난 같은 놀이와 언어에서 이를 잘 관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화,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 산타클로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 시기의 대표적 상징이다. 생각의 연상은 가능하나 논리적인 관계는 알 수 없고, 사회화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게 특징이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알지 못해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 세계의 사건과 경험을 내부 세계의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현실과 상상을 혼동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자기 주제를 모르는 아동’ ‘철없는 아동’이며 자기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자식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관계에서의 자신을 파악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정신화의 의미
논리적인 생각은 추리적 논리를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바로 예측하는 생각이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 타인의 마음을 추론하는 능력, 이것을 정신의학에서는 정신화(Mentalization)라 일컫는다. 논리적 사고와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도 포함한다. 공감도 우리의 뇌 안에서는 논리적 추론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과거 경험에서 감정의 패턴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자폐증 아동들은 공감 능력이 결핍돼 있다. 이 때문에 정신화 능력은 특히 인격장애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연계되는 주제이다.
프로이트는 1897년 히스테리의 병인(病因)으로 지목했던 유아기의 ‘유혹이론(Seduction Theory)’을 포기했다. 환자가 자신에게 이야기해 준 것들이, 환자가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서다. 이런 여러 과정을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정신분석학의 중요 개념으로 탄생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상담란에 게재된 익명의 사례를 소개한다.
〈저를 생각해 보니 어려서부터 아버지 자리를 대신해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아버지를 불편하게 여기고, 아버지가 잘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응석을 부리지 못했으며, 비난받을까 염려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보다 저를 더 의지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고 저는 항상 의젓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버지와 굉장히 친하게 술도 같이 마시고 바둑도 두고 친한 친구처럼 잘 지냅니다. 저는 권위자에 대한 감정이 극복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아버지가 권위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보호를 받는 저의 위치에 서게 됨으로써 제가 편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대인관계에서 불편해질 때는 대부분 그 사람이 저의 윗사람으로 인식될 때이고, 그럴 때는 내가 또 어릴 때의 그 관계를 반복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글쓴이는 어려서 아버지처럼 권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불편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도 과거의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개인과 가정의 경험과 문화에 따라 큰 차이가 있고 다양하며,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딸)의 3자 이상의 다양한 조합에서 발생하는 관계의 문제로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생활과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할 아버지는 낮에는 잘 없다가 밤에만 나타나는 낯선 남자인 경우가 많다. 그 낯선 남자는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낸 자신을 떼어놓는 남자로서 공포와 두려움,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전통적 개념의 남성 가장(家長)은 가족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왔다. 가장의 권위가 우세할수록 나머지 구성원들의 두려움과 죄책감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강한 권위를 행사하는 아버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약한 아들과 엄마, 혹은 딸과 엄마의 연합적 대항을 종종 경험하기도 한다.
인지 발달을 통해 사회성 성장
한편, 사회와 인간관계를 강조한 1950년대 정신의학자 설리번은 같은 성을 가진 자식에 대한 부모의 강한 공감(Empathy)은 직접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나타나고, 반대 성을 가진 자식에 대해서는 유연하며 사랑스런 태도로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부모와 부정적인 부모가 나뉘면 자식은 다른 한쪽에 반감을 가지게 되는데, 청소년기의 반감에 대해 한 부모가 민감하게 반응하면 악순환이 발생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소위 말하는 오이디푸스 증오와 죄책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동은 신경 인지 발달을 통해 사회성이 발달하며, 자연스럽게 부모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이해력 등을 바탕으로 부모와의 관계를 해석하고 문제를 풀어나간다. 비로소 자신과 타인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지면서 ‘오이디푸스 왕’이 행한 결말처럼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는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