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5월 8일에 제1차 美蘇공동위원회가 무기휴회에 들어가자 우익정파들은 전국적으로 독립전취 국민대회를 열고 미소공위 재개를 촉구하면서 자주정부 수립을 촉구했다. 서울의 국민대회에서는 民主議院 의장대리 金奎植이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했다고 보도되어 물의를 빚었다.
民主議院 창설의 산파역을 했던 굿펠로 대령은 5월 24일에 귀국하면서, “소련대표단이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면 南韓단독정부 수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國정부는 6월 6일에 새로운 <對韓政策>을 확정하여 맥아더 사령부에 통달했다. 그것은 (1)南韓행정의 ‘한국인화’와 (2)선거를 통한 입법자문기관의 설립이었다. ‘한국인화’ 정책에서 특별히 강조한 것은 日本의 항복 이후에 귀국한 李承晩이나 金九 등을 은퇴시키라는 것이었다.
6월 2일에 지방순회강연을 재개한 李承晩은 전라북도 井邑에서 “남쪽만에서라도 임시정부 또는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것이 유명한 ‘정읍발언’이다.
6월 10, 11일 이틀 동안 열린 獨促國民會 전국대표자대회는 李承晩을 총재, 金九와 金奎植을 부총재로 추대했는데, 이 대회를 계기로 李承晩은 우익세력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申翼熙가 휘하의 政治工作隊을 이끌고 李承晩그룹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李承晩은 6월 29일에 친위세력이 될 민족통일총본부를 설치했다.
金九는 일본에서 봉안해온 李奉昌, 尹奉吉, 白貞基 세 열사의 유골을 7월 7일에 국민장으로 효창공원에 안장했다.
1. “李承晩과 金九를 은퇴시키라”
1946년 5월의 제1차 미소공동위원회 무기휴회는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가능성이 최종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1) 그러한 사정을 북한의 조선노동당 고위당료였던 박병엽(朴炳燁)은 “미소공위의 무기휴회로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형성된 미국, 소련 주축의 연합동맹군 협동체제가 깨어지고 대립체제로 180도 전환된 것이었다. 이는 당시의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였다. 전후처리의 마지막 단계에 와서 양국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고 이것이 대립의 이유였다. 미소공위의 결렬은 냉전체제의 서막이었다”고 확언했다.2) 그것은 흔히 미소냉전의 시발이라고 일컬어지는 1947년 3월의 트루먼 독트린 선포보다 10개월이나 앞서는 시점이었다.
“전향하는 인민黨員, 共産黨員들 많아”
이승만은 광주(光州)에서 귀경한 이튿날인 5월 11일에 민주의원회의에 참석한 다음 그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소공위가 무기휴회된 것과 관련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련측은 한인의 단결력을 숙지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소련측의 단독행위로 인하야 (미소공위가) 무기휴회되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된 일이다. 지금 미국 국무성과 하지 중장도 소련측의 단독행동에 대하야는 아직 별 대책이 없다고 하며, 오직 전 세계의 여론과 미국 공론의 동향을 보아 어느 시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런 시기에 한인들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여 민족간의 불행한 충돌이 없어야 한다.”
이승만은 이어 지방순회의 소감으로 “전국 동포들의 사상은 민족적으로 통일성이 완전히 보이며, 민중은 하루바삐 우리 정부가 서기를 바라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상적으로 민주진영으로 전향하는 인민당원, 공산당원도 많았다”고 말하고, 지방의 요청도 있고 하여 다시 며칠뒤에 예정한대로 지방순회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3)
5월 12일 오후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주최의 독립전취 국민대회에는 독촉국민회, 한국민주당, 신한민족당, 조선민주당, 반탁전국학련 등 100여개의 우파 정당 및 사회단체와 각 종교단체에서 동원한 10여만의 군중이 운집했다. “신탁통치는 절대 반대다”, “38선을 철폐하라” 등의 기치를 내건 대회는 이승만, 김구, 김규식(金奎植)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소련을 규탄하는 〈대회선언〉과 “미소공위 정회의 책임을 규명하야 국제여론의 심판을 구함”, “자주정부의 자율적 수립을 촉진하야 민의의 귀일을 기함” 등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4)
이날 미군정부는 흥분한 군중에 의한 불상사를 염려하여 행사에 뒤이은 가두시위를 금지했다. 그러나 대회 주최자들은 이를 무시했다. 대회가 끝나자 일부 참가자들은 소련영사관과 조선공산당 당사 앞으로 몰려가 미소공위 휴회에 대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흥분한 시위대는 이어 《조선인민보(朝鮮人民報)》, 《자유신문(自由新聞)》, 《중앙신문(中央新聞)》 세 좌익 신문사를 습격하여 사옥과 인쇄시설 등을 파괴했다. 이 일로 독촉국민회 부회장이자 대회책임자인 오하영(吳夏英) 등 세 사람이 검거되었다.5)
國民大會에서 金奎植이 單獨政府 수립 주장
그런데 이날 있었던 일 가운데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민주의원 의장대리 김규식의 연설 내용이었다. 김규식은 미소공위가 무기휴회된 경위를 설명하고 나서 “이제 우리는 양국의 협력을 기대할 것 없다. 우리 민족이 일치단결하여 우리 손으로 정부를 만들어 열국에 자랑해야 한다. 38선이 급히 터지면 북측 친구들이 와서 우리를 못 견디게 할 것이므로 38선을 그대로 두고 38이남에서 한인만으로서 정부를 만들면 그 정부는 대구에 있든지 제주도에 있든지 통일정부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6)
좌익 정파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민주주의민족전선은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국민대회에서 “개회전일부터 반소 반공 반민주의 선전을 전주로 하고 개최 후 일체 언설을 이 점에 집중시켜 테러를 직접 선동하였다”고 규탄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특히 민족적 전율을 느끼게 하는 것은 김규식 박사의 남조선 단독정부 수립 계획의 발표”라고 질타했다. 그것은 “조선에서 친일파, 민족반역자, 대지주, 자본가의 이익을 테러로 옹호하면서 민족분열을 내분으로 인도하고 극소수의 이익을 위한 정권이라도 세워 보려는 가공가증(可恐可憎)의 음모”라는 것이었다.7)
김규식은 좌익 그룹의 비판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공식으로 부인했다.8)
그러나 이때의 일을 한민당의 지략가 김준연(金俊淵)은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어서 눈여겨볼 만하다. 그에 따르면, 5월 12일의 서울운동장 국민대회에서 김규식은 “우리 정부수립 문제는 2주간만 기다리자!”라고 말했다. 군중은 퍽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규식의 발언은 까닭이 있었다. 미소공위가 결렬되던 5월 8일 밤에 미국 대표 한 사람이 김규식을 찾아가서 바로 정부를 조직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김준연은 “이 미국대표는 미소공위의 사업은 절망적이라고 보고 소련의 협력 없이 정부를 조직할 수밖에 없겠다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라고 썼다.9)
또 한 사람의 우파 민족주의 정치지도자였던 안재홍(安在鴻)도 뒷날 “5월 12일의 국민대회에서 김규식 박사는 일시 남조선만에서라도 정통정권 수립 가능의 이론을 발표한 바도 있었으나…”라고 김규식이 같은 발언을 한 것처럼 술회했다.10)
한편 이승만은 미소공위의 휴회로 중지했던 지방순회의 일환으로 5월 17일에 수원을 다녀왔다. 수원 방문 때에는 제1관구 경찰청장 장택상(張澤相)이 안내했다.11) 이어 5월 19일에는 독촉국민회 인천지부 주최로 인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독립전취 인천시민대회에 다녀왔다. 프란체스카와 굿펠로(Preston M. Goodfellow), 임영신(任永信), 이기붕(李起鵬) 비서 등이 동행했고, 경기도 지사 구자옥(具磁玉)과 장택상이 안내했다. 6만여명이 모인 시민대회는 이승만 환영회로 이어졌다.12)
國務部 極東局이 즉시 선거 주장해
미소공위가 무기휴회에 들어가자 미국정부는 새로운 대한정책을 준비했다. 그리고 미소협상에서 지금까지 현지 미군사령부가 임의로 행사하던 권한도 본국정부의 주도로 넘어갔다.13)
미국정부에서 새로운 대한정책 수립을 위한 본격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5월 22일의 국무부, 전쟁부〔육군부〕, 해군부의 3부장관회의였다. 국무부의 점령지역담당 차관보 힐드링 (John R. Hilldring) 장군은, 국무부 극동국은 미소공위은 앞으로 아무런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남한에서 즉시 선거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선거는 전국적 정부를 위한 것은 아니고 독일에서 실시한 것보다는 더 고위급의 정치 기관(political office)을 구성하기 위한 선거라고 말했다. 힐드링 장군은 김구를 지지하는 것이 말을 잘못 쓴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김구가 한국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계속 지지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나쁜 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희망은 우리지역에서 어떤 정치행동을 고무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그것은 완전히 좌절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번즈(James F. Byrnes) 장관은 누가 선거를 실시하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힐드링 장군은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군정부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14)
서울의 미군정부는 한결 구체적인 계획을 제안했다. 정치고문 랭던(William R. Langdon)은 미소공위 대표로 와 있는 데이어(Charles W. Thayer)와 공동으로 5월 24일에 번즈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남한 점령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전 한국에 걸쳐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에서 실시했던 것과 거의 다름없는 통일전선 정책을 강요하려고 기도해 왔다는 것이 이제 명백해졌다”고 단정하고, 만일에 그러한 정책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면 그것은 한반도 전체에 대한 소련의 지배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呂運亨은 즉시독립 원하나…”
두 사람의 보고서는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지배하는 민주주의민족전선과 인민당, 공산당 및 그 밖의 두 군소정당을 제외한 모든 그룹이 하지 장군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여운형(呂運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인민당 당수이면서 민족전선의 의장인 여운형조차도 자신은 신탁통치보다 즉시독립을 원하나 공산주의자들의 압력 때문에 마음에 없이 신탁통지를 지지해 왔다고 인정했다. 나아가 그는 최소한 두 사람의 조선인민당 중앙집행위원이 공산당 당원증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더 이상 당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미소공위가 휴회한 뒤에 ‘좌익을 매우 흔들어 놓은’ 사건 세 가지가 발생했다고 적었다. 첫째는 여운형의 동생 여운홍(呂運弘)을 필두로 중앙집행위원 장권(張權), 박한주(朴漢柱) 등 10여명의 간부를 포함한 94명이 연서로 정식 탈당 수속을 하고 인민당을 탈당한 사실이었다. 이들은 5월 26일에 여운홍의 집에서 “애국적 좌익정당”을 자처하면서 사회민주당 결성준비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8월 3일에 이르러 이승만, 엄항섭(嚴恒燮), 미군정부의 버치(Leonard Birch) 중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종로 YMCA 회관에서 결성식을 거행했다.15) 둘째는 공산당의 몇몇 간부가 연루된 대규모의 위조지폐 사건이 공산당의 당사 빌딩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공산당은 위조지폐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드세게 저항했다.16) 셋째는 “미소공위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소련쪽이 잘못했다고 믿는 상태에서 휴회로 들어간 것”이었다.
보고서는 이 세 사건은 민주주의민족전선에 충격을 주어 민족전선의 중요 멤버들을 동요시켰고, 여운형은 민주의원 의장대리 김규식에게 개인적인 교섭을 제의해 왔다고 적었다.
랭던과 데이어 보고서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제의였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의 관여 없이 애국적 정당들의 만족할 만한 연합이 이루어진다면 하지 장군은 모스크바 결정에 따른 통일 임시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비행정적인 한국인 내각과 그의 최고권위하에서 규칙과 법률을 제정할 입법기관을 창설하여 그들의 참여를 증진시킬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李承晩의 協助를 거절하기는 어렵다”
보고서는 끝으로 이승만과 김구를 배제하라는 국무부의 지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미군당국이 이승만과 김구와 같은 보수적인 인사들만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국내로부터의 여론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우리는 대체로 김구를 무시해 왔는데, 그는 자신의 부적절한 정치적 언행으로 말미암아 정치무대에서 거의 탈락되었다. 반대로 이승만은 통일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규합하는 데 협조적이었고, 그의 추종자들로 하여금 과격한 반연합국 시위에 휩쓸리지 않도록 견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동시에 그는 러시아인들에 대해서도 융화적인 태도를 취해 왔고, 그의 많은 추종자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촉구해 왔다. 하지 장군은 딱히 이승만이 장래의 임시정부에서 없어서는 안된다거나 바람직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그가 민주 인사 가운데에서 국민적으로 알려진 지도자의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제 그의 협조를 거절하기는 어렵다. …”17)
랭던은 본국에서 근무할 때에는 국무부의 다른 극동문제담당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승만에 대하여 호의적이지 않았다. 1942년의 3·1절을 기하여 이승만이 한미협회와 재미한족연합위원회와 공동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한인자유대회(The Korean Liberty Conference)를 참관하고도 랭던은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썼었다(《月刊朝鮮》2007년 6월호, <美-日戰爭으로 슬픔의 눈물은 끝났다!> 참고).
그러나 해방된 한국에서 이승만의 존재는 설화적인 권위에서나, 국제정치에 대한 통찰력에서나, 대중선동력에서나, 그리고 이른바 정치술수에서나, 그야말로 족탈불급이었다. 그러한 사정은 1946년 들어 군정청 공보부가 주기적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공보부는 3월 16일에서 21일까지와 22일에서 29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서 각 정당 및 인물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했다. 1차조사에서는 1,908명이, 2차조사에서는 2,269명이 질문에 응했는데, “다음의 인물 가운데 누가 한국인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가장 열심히 일하겠는가?”라는 질문에 1차조사에서는 이승만 32%, 김구 22%, 김규식 9%, 여운형 13%, 박헌영 10%, 김일성 3%였고, 2차조사에서는 이승만 30%, 김구 20%, 김규식 8%, 여운형 15%, 박헌영 11%, 김일성 2%로 나타났다.18)
歸國하는 굿펠로는 南韓單獨政府 수립 주장
1월초에 한국에 와서 하지 장군의 정치고문으로서 민주의원 창설에 산파역을 했던 굿펠로 대령은 5월 24일에 귀국했다.
굿펠로는 서울을 떠나기에 앞서 외신기자들과 회견했는데, 국내신문에는 AP통신 특파원 로버츠 기자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로버츠는 굿펠로가 “한국인은 능히 자치를 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행정기구를 한국인에게 인도할 시기는 이미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그리고 미소공위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세인의 이목을 생각하더라도 소련이 한국 통일 임시정부 문제를 교섭하기 위하여 미소공위 재개를 제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굿펠로는 또 “한국에 총선거가 실시된다면 나의 관측으로는 90%는 민주주의가 차지하고 10%는 공산주의가 차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도 썼다.19)
한편《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존스턴(Richard J.H. Johnston) 특파원은 굿펠로 대령의 기본적인 성과는 민주의원의 조직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존스턴은 굿펠로가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자치정부의 업무를 한국인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한국인은 자치정부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될 수 있는 대로 빠른 시일 안에 지방선거를 실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또 “만일 미소공동위원회의 소련대표단이 빨리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미국은 남한 단독정부의 수립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썼다.20) 미 국무부는 이 기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번즈 국무장관은 랭던에게 이 기사에 대한 논평을 보내라고 타전했다.21)
農業國에서 産業國으로 발전해야
굿펠로가 떠나고 사흘 뒤인 5월 27일에 돈암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승만은 뜻밖의 담화를 발표하여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내에 잠겨 있는 모든 자원을 개발함으로써 국제무역권에 참가하여 농업국으로부터 산업국으로 발전 향상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미국전문가의 관측에 의하면 조선의 생사업(生絲業)은 기술적으로 노력하면 1950년에는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우수하여 동양에서 으뜸을 차지할 수 있고, 광업도 동양의 2대 광산의 하나가 조선에 매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동양 2대 광산의 하나란 문제의 운산(雲山) 광산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굿펠로 씨도 이 방면에 대하여 많은 자료를 가지고 귀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불원하여 미국에서 시사평론으로 유명하고 실업방면에도 권위자의 한 사람인 올리버(Robert T. Oliver) 박사가 도쿄(東京)를 거쳐 서울에 올 것인데, 한미협상에 대하여 공헌이 많을 줄 안다”라고 올리버의 한국방문 사실을 알렸다. 이승만의 개인 고문으로서 헌신적으로 일해 온 시러큐스 대학교(Syracuse University) 교수 올리버는 이승만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이승만은 그러면서 “지금 미국으로서는 여러가지 정확한 조사와 계획이 되어 있으나 우리 정부가 아직도 수립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마치 기초조사가 웬만큼 진행된 듯이 비쳤다.22) 그것은 운산 광산 채굴권을 미국 정상배에게 팔아먹었다는 소련의 《프라우다(Pravda)》지와 북한당국을 포함한 좌익들의 비난에 대한 반격이기도 했다. 이승만의 이러한 담화에 대해 좌익 그룹은 격렬히 반박했다. 민주주의민족전선은 “대체 이 박사는 누가 부여한 권능을 가지고 조선의 광업권을 정부가 서기도 전에 미국의 기업회사에 팔았으며, 또다시 무역권의 부여를 함부로 말하는가? … 이 박사가 무슨 봉건전제군주와 같은 권능에의 환상을 가지고 국사를 농단하려는 데 우리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담화를 발표했다.23)
하지는 이승만의 이 기자회견 내용을 굿펠로에게 알리면서 사실여부를 물었다.24)
美國政府의 새로운 <對韓政策>
국무부가 작성하여 전쟁부와 해군부의 동의를 얻어 6월 6일에 확정된 새로운 <대한정책(Policy for Korea)>은 바로 맥아더 사령부에 통달되었다.25)
<대한정책>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기본 목표가, 첫째 외국의 지배로부터 독립되고 국제연합의 회원국자격이 있는 자치적인 한국을 수립하고, 둘째 그렇게 수립된 국민정부가 한국인민의 자유롭게 표현된 의사를 충분히 대표하는 민주정부가 되도록 보장하며, 셋째 독립 민주 국가에 필요한 건전한 경제와 적절한 교육제도를 수립하도록 한국인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언명하고, 그러한 목표의 실현 방안으로 다음 두 가지를 훈령했다. 그것이 새로운 <대한정책>의 핵심이었다. 그것은 “전민족적 임시 한국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은 남한 행정에 대한 한국인의 참여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한국인화(Koreanization)’ 정책이었다. 그것은 (1) 미군점령지역 전체, 각 도, 각 지방 행정기관의 되도록 많은 책임있는 직위에 능력 있는 한국인들을 기용하고, (2) 광범한 선거 절차를 통하여 현재의 남조선 대한국민대표 민주의원을 대체할 입법자문기관을 설립하는 일이었다. 이 입법자문기관으로 하여금 임시 한국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미군사령관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개혁의 기초로 사용할 법률 초안을 작성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랭던과 데이어가 제안한 내용을 국무부가 수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정책문서는 ‘한국인화’ 훈령과 관련하여 “어떠한 한국인도 그의 정치적 소속 때문에 임명직이나 선거직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으면서도, 그러나 “일반적인 정책으로서 미군사령관은 일본 지배 기간에 한국 안에 있던 지도자들이 선정되는 것을 고무해야 하고, 일본의 항복 이후에 귀국한 한국 지도자들의 자발적인 정계은퇴를 어떤 방법으로든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것은 물론 이승만이나 김구 그룹을 배제시킬 것을 노골적으로 지시한 것이었다. <대한정책>은 그러면서 “만일 최근 한국의 정치적 논쟁에서 태풍의 눈이 되어 온 몇몇 인사들이 일시적으로 정치무대에서 은퇴한다면, 미국과 소련 당국 사이의 합의뿐만 아니라 남한의 여러 파벌들 사이의 합의도 크게 촉진될 것이다” 하고 덧붙였다.26)
이처럼 이승만에 대해 비판적인 미국무부 관리들은 이승만이 소련의 기피인물이라는 이유 때문에 한국정계에서 은퇴시켜야 된다고 훈령한 것이다.
2. 井邑發言으로 獨立政府 수립 촉구
이승만은 미소공위가 무기휴회됨으로써 중단했던 지방순회를 6월 2일부터 재개했다. 그는 6월 2일 오전 8시30분발 열차로 전라북도 정읍(井邑)으로 향했다. 프란체스카와 이기붕 비서가 동행했다.
“南方만이라도 臨時政府 혹은 委員會 같은 것을 조직해야…”
정읍에 도착한 이승만은 3일 아침에 지방유지들을 접견하고 독촉국민회 주최의 환영연설회에 참석했다. 이 연설회에서 이승만은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자율정권 수립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것이 유명한 ‘정읍발언’이었다.
“이제 우리는 무기휴회된 공위가 재개될 기색도 보이지 않으며 통일정부를 고대하나 여의케 되지 않으니, 우리는 남방만이라도 임시정부 혹은 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하야 38이북에서 소련이 철퇴하도록 세계공론에 호소하여야 될 것이니, 여러분도 결심하여야 될 것이다. 그리고 민족통일기관 설치에 대하여 지금까지 노력하여 왔으나 이번에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 통일기관을 귀경한 후 즉시 설치하게 되었으니, 각 지방에 있어서도 중앙의 지시에 순응하여 조직적으로 활동하여 주기 바란다.”27)
강연을 마치고 정읍을 출발한 이승만은 오후 3시반쯤에 전주(全州)에 도착했다.28) 이승만은 이튿날 기자들을 만나 정읍발언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일문일답을 나누었다.
“어제 정읍에서 연설한 가운데 남조선만의 정부 운운의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남조선 단독정부 수립을 의미하는 것인가?”
“내 생각으로 말한 것인데, 남방에서만이라도 무슨 조직이 있기를 일반민중이 희망하고 있다.”
“이번에 귀경하여 민족통일기관을 설치한다 하였는데, 그 구성은 어떠한가?”
“작년 10월에는 72개 단체를 합동해서 통일을 형성하였던 것인데, 그 뒤에 새 단체가 생겨서 원만한 결과를 보지 못하므로 부득이하여 다시 협의적으로 통일전선의 성취를 희망한다.”29)
右翼政派들도 單獨政府 수립 반대
이승만의 정읍발언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민주주의민족전선과 공산당, 조선인민당, 신민당 등 좌익 정파들과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 전국농민조합총연맹(전농), 부녀총동맹(부총) 등 좌익단체들은 일제히 “반동거두 이승만은 조급한 정권욕과 광포한 팟쇼이념을 더 참을 수 없어 다시 이러한 폭언을 토한 것이다”라는 등 극한적인 언사로 이승만을 공격했다.30)
좌익 그룹뿐만이 아니었다. 한독당 선전부장 엄항섭은 “요즘 항간에는 단독정부 수립설이 유포되고 있으나 우리 당으로서는 이에 찬성할 수 없다. 38선의 장벽이 연장되는 한 경제상 파멸과 민족이 격리되어 역사적인 큰 비극을 자아내고 있음은 민족통일에도 큰 방해라 아니할 수 없다. 앞으로 이 상태가 그대로 계속되는 때에는 한국민족 자체의 생존을 위하여 그대로 방관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담화를 발표했다.31) 신한민족당 선전부장 김희섭(金喜燮)도 “남조선 단독정부수립을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32)
그러자 한국민주당은 6월 7일에 선전부장 함상훈(咸尙勳) 명의로 이승만을 옹호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함상훈은 “이승만 박사의 민족통일기관 설치 운운의 연설을 일부에서는 무슨 역적질이나 한 것 같이 선전하니,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첫째로 좌우가 분열된 것은 독립촉성중앙협의회에서 공산당이 탈퇴하고 그 뒤에 공산당쪽에서 독립 대신에 신탁통치를 받고 소련의 연방이 되기를 희망한 때문이며, 둘째로 정권욕에서 나왔다고 하나 누구나 자주정권 수립을 희망하는 것은 사실인데 왜 공산당은 미리부터 이 통일기관에 참여할 생각을 가지지 않느냐는 것이었다.33)
6월 4일 오전 10시부터 전주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이승만 환영강연회에는 전주 시민들과 인근 군민 5만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도 이승만은 정읍에서 한 연설과 같은 내용의 연설을 했다. 강연을 마친 이승만은 전북 미군정관과 회담을 나누고, 오후 2시부터는 전주지방 유지들을 접견했다.34) 이승만은 전주에서 하룻밤을 자고 6월 5일 오전 9시에 이리(裡里)로 향했다.
하지는 李承晩이 과대망상에 빠졌다고
이승만의 정읍발언은 사전에 하지 장군과 상의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리에 도착한 이승만은 오후 6시쯤에 하지와 전화로 요담했다. 하지로부터 책망을 받은 듯 이승만은 기자들에게 “미소공위가 계속 토의할 희망이 보이지 아니함에 일반민중이 초조하여 지금은 남조선만이라도 정부가 수립되기를 고대하며 혹은 선동하는 중이다. 나의 관찰로는 조만간 무엇이든지 될 것이니, 아직 인내하고 기다려서 경거망동이 없기를 바란다” 하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35)
이승만이 정읍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바로 그날 올리버 박사는 서울에 도착했다. 올리버는 이튿날 하지 장군과 군정장관 러치(Archer L. Lerch) 장군의 연락을 받고 군정청을 방문했다. 올리버는 이때의 대화 내용을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두 사람은 나와 이야기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나를 만나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두 사람 다 내가 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크게 해로울 수도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승만이 과대망상으로 거의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하지는 어떤 정신과 의사에게 이승만과 다소 은밀하게 인터뷰를 하게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승만이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때에는 매우 유쾌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공적인 회합에서는 아주 난폭한 사람이 되어 소련과 한국 공산주의자들을 비난함으로써 자기네의 직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올리버의 비망록에 따르면 “하지는 이 박사의 군정부에 대한 유용한 역할이 거의 끝나지 않았는가 생각하며, 자기는 이 박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함으로써 그를 ‘몰락’시켜야 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는 올리버에게 진지하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당신을 한국에 오게 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당신이 이 박사를 통제해 줄 수 있기 바란다.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의 생애는 끝났고, 그는 이미 우리가 한국의 통일을 위하여 소련과 합의에 도달해야 할 기회도 망쳐버렸는지 모른다. 이 박사는 한국 정치가들 가운데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한 그는 한국정부에서 어떠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36)
올리버의 이러한 기술은 이승만의 반공주의 언행과 국무부의 이승만 배제 훈령 사이에서 하지 장군이 난처해하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69%가 “이승만이 최고의 정치지도자”라고 응답
6월 5일 오전 11시에 이리공업학교에서 열린 환영강연회에는 7만명의 군중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승만은 “우리는 오직 자주독립만을 원한다. 이에 3천만은 이 길을 향하야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하고 역설했다.37)
이튿날 오전 9시에 이리를 출발한 이승만은 보리가 익어 가는 김제평야를 거쳐 오전 11시에 군산(群山)에 도착했다. 군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환영연설회에는 군산부민, 옥구(沃溝)군민 등 20여만명의 군중이 모였다. 김제 만경평야를 본 소감으로 연설을 시작한 이승만은 임진왜란 때의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정신을 가지고 나아가자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공산 극렬분자에 대해서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손을 잡고 말리기 바란다. 미소회담을 기대했으나 소련의 고집으로 무기휴회가 되었다. 우리는 냉정히 참고 참되 끝이 아니 날 때에는 내가 명령을 내릴 터이니, 이때는 죽음으로 독립을 찾아야 한다.”38)
이승만은 이제 “내가 명령을 내릴 터이니…”와 같은 언사를 공공연히 구사함으로써 그의 대중강요형 지도자의 풍모를 자연스럽게 과시했다.
이승만의 정읍발언이 크게 파문을 일으키고 있던 6월 7일과 9일 사이에 군정청 공보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승만의 지지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서울 시민 1,049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것인데, 좌익정파들의 맹렬한 비난과는 반대로 많은 응답자들이 이승만의 정읍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 발언이 정치적 통일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겠느냐는 문항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58%, “아니다”가 28%, “무응답”이 14%였고, 이승만이 미군정부의 반공식적인 대변인이냐는 문항에 대해 “그렇다”가 24%, “아니다”가 59%, “무응답”이 17%였으며, 이승만의 활동이 정치적 통일에 기여할 것이냐는 문항에 “그렇다”가 46%, “아니다”가 36%, “무응답”이 18%였다. 그리고 이승만이 최고의 정치지도자이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무려 69%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대답했다.39)
獨立促成國民會 전국대표대회에서 회중 휘어잡아
6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서울 정동예배당에서 열린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제2차 전국대표대회는 이승만의 지방 순회강연 성과를 반영한 듯 열기에 넘쳤다. 회의는 전국대표 1,163명(道21명, 府16명, 郡116명, 邑面712명, 町294명, 面5명, 島1명)과 내빈 및 방청인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회의 첫날은 6·10만세운동 기념일이어서 특별순서도 마련되었다. 회장 이시영(李始榮)의 개회사에 이어 이승만과 김구와 김규식 세 사람의 훈화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모두 사정이 있어서 불참했고, 한국독립당의 안재홍과 신익희(申翼熙)의 축사와 격려사가 있었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는 배은희(裵恩希·전북대표), 김철수(金喆壽·경남대표), 정해준(鄭海駿·전북대표) 세 사람을 임시의장으로 선출하고, “우리 운동은 정당 정파를 초월한 순수한 국민운동임을 선언함” 등 3개항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틀째 회의에는 이승만과 김구도 참석하여 연설을 했는데, 한 시간에 걸친 이승만의 이날 연설은 그의 대중조작 솜씨를 남김없이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지방 순회에서 있었던 일부터 화두로 삼았다.
“여러분이 이 자리에 모인 목적은 오직 독립 회복뿐이라고 믿는다. 내가 두어 차례 남한 각 고을을 다녀보니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살려 놓아야만 하겠다는 것이 민성이었다. 모든 동포들이 나를 반가이 맞아주었고, 어떤 지방에 가니 팔십노인이 수십리 길을 걸어와서 나를 붙들고 반가워서 눈물을 흘리면서 묻는 말이 ‘언제나 독립이 되느냐?’고 하기에 나는 그 노인에게 말하기를 ‘언제고 우리가 합해서 뭉치면 독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일이다. 우리 삼천만이 뭉쳐서 국권을 찾기 위하여 합심합력하고 나가면 국권을 회복하여서 독립을 하게 되나니, 그리되면 우리끼리 돌라앉아서 나라 살림살이를 의논하여 공의대로 해 나가면 잘살 수 있다. 어떤 정당에서는 독립도 되기 전에 토지와 물건을 균배하라는 둥 떠들고 있으나, 지금 우리 것을 우리가 갖지 못하고 외국인의 손에 두고 있는데 어떻게 균배하는가. 먼저 우리는 나라를 찾은 후에 모양과 색채는 그때 결정하자.”
“한손을 드는 것을 보니 절반쯤 각오가 드는 모양”
이승만은 이어 자신의 독촉국민회 총재 추대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이 독립을 속히 해 보겠다고 신탁을 반대하고 이 국민회를 만들어서 얼마 전부터 나에게 총재의 책임을 맡아달라 하니 고마우나, 나는 이것을 경망히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친히 알고자 하는 것은 이 대표회 석상에서 몇 사람이나 내가 총재 되기를 원하는가 하는 것이니, 거수하여 표시하시오.”
참석자들은 일제히 손을 들었다.
“만일 이것이 여러분의 원이라면 피하고자 하지도 않고, 통일의 긴요함을 느끼는 만치 내가 마정방종(摩頂放踵·온몸을 바쳐 남을 위해 희생함)할지라도 모든 단체와 협의해서 통일을 이루도록 힘써 볼 터이나, 나는 다만 명의만 가지고 일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내가 허락할 수 없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총재 명령에 복종하겠습니다.”
이승만은 다짐하듯 다시 물었다.
“여러분이 내 지휘를 받아서 ‘죽자!’ 하면 다 같이 한 구덩이에 들어가서 같이 죽을 각오가 있소?”
그의 이 말에 장내에서는 “예” 하는 대답과 열광적인 박수소리가 함께 울려 나왔다.
“그런 각오가 있는 사람은 어디 손을 들어보시오.”
이승만은 회중을 완전히 그의 손안에 휘어잡고 있었다. 회중은 일제히 손을 들었다.
“한손을 드는 것을 보니 한 절반쯤 각오가 드는 모양이야.”
이 말에 회중은 웃으면서 모두 두 손을 들었다.
“옳지. 전심전력으로 독립운동에 나서겠단 말이지.”
그는 만족한 얼굴이었다. 장내는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흥분한 대표 가운데에는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닦는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극적 제스처로 독촉국민회의 총재직 취임을 수락한 이승만은 엄숙하게 말했다.
“통일을 속성하려면 각 정당과 사회단체를 통괄하는 총본부를 설치하여 전 민족이 동일한 보조를 취해야만 될 터이니, 이를 위하야 사지(死地)라도 피하지 않고 복종할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알고자 하오.”
회중은 일제히 다시 손을 들었다.
이승만은 김구와 김규식과의 유대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구 주석과 김규식 박사와는 절대로 협의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니 우리 세 사람의 합동에 대하야는 걱정하지 말고, 다만 각 지방에서도 우리와 같이 협동하야 진행하면 될 것이다.”
이승만은 끝으로 통일을 방해하는 자들을 단호히 척결할 맹약을 요구했다.
“만일 이와 같이 통일을 이루어 놓은 뒤에 임원 중에서나 혹 중요 인도자 중에서 통일을 방해하는 이가 있으면 나는 이것을 즉시 파면할 것이나, 또 무슨 사회단체나 정당이 새로 생겨서 민족통일을 방해한다면 이것은 어떠한 방법으로 조처할 것인가?”
참석자들은 일제히 손을 들면서 “우리가 진압하고, 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외쳤다.
이승만은 흡족했다.
“그러면 이것이 우리가 맹약하는 것이니 절대로 준행해야만 될 것이오.”
“뭉치면 李博士 하나요 나누어 놓으면 三千萬…”
이승만이 자리에 돌아와 앉자 부총재로 추대된 김구가 등단했다.
“여러분들이 독립을 찾아보겠다고 교통도 불편한 이때에 불원천리하고 이렇게 모였으니 우리나라는 여러분들의 그 열렬한 애국심의 결정으로 독립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깊이 결심하여야 할 것은 해방은 연합군의 힘으로 되었으나 독립은 우리 힘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이란 거저 헐값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독립을 하려면 먼저 우리 민족이 뭉쳐야 한다. 어떻게 뭉치느냐 하면 이 박사를 중심으로 뭉치자. 그래서 뭉치면 이 박사 하나요 나누어 놓으면 삼천만이 되도록 하자.”
김구의 말이 여기에 이르자 장내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일었다. 김구는 이처럼 자신이 제2인자임을 공식으로 천명한 것이다. 김구는 긴 박수가 끝나기를 기다려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박사와 김 박사와 나 세 사람은 단결해 있다. 여러분이 우리 세 사람을 총재, 부총재로 있게 하는 한 우리 세 사람은 퇴축(退縮)하지 않고 여러분과 같이 운동할 것을 굳게 맹세한다. 삼각산이 무너지면 무너졌지 우리 세 사람의 단결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니 여러분들은 안심하고 우리 세 사람과 같이 단결하여 가지고 삼천만인이 한덩어리가 되어 독립을 찾아서 우리도 남과 같이 한번 살아보자.”40)
회의는 정식으로 이승만을 총재, 김구와 김규식을 부총재로 추대했다. 그러자 이승만은 다시 등단하여 “여러분이 열렬한 정신으로 이 자리에서 독립운동 총사령부를 설치하면 나는 낡아진 목숨을 바쳐 여러분과 함께 이 총사령부 제1선에서 독립운동을 하겠다” 하고 열변을 토했다.41)
오후 2시에 속개한 회의는 “1. 미소공위가 최단기간 내에 속개되지 않고 이대로 천연될 때에는 3천만의 총의로 통일정권 수립을 촉진할 것을 결의함” 등 3개항의 <결의문>과 <연합국과 미소공위에 보내는 메시지>를 채택하고 폐회했다.42)
3. 右翼勢力 중심체로 民族統一總本部 설치
이승만은 독촉국민회 제2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하여 우익 그룹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이때의 일을 미군사령부 정보참모부(G-2)는 이승만의 ‘작은 쿠데타(minor coup d’etat)가 성공했다고 평했다.43)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945년 12월에 임시정부 내무부의 산하조직으로 발족하여 반탁운동 과정에서 급격히 성장한 정치공작대(政治工作隊)가 독촉국민회 지방대표자대회를 계기로 이승만 진영으로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정치공작대는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계기로 미군정부로부터 해체 압력을 받고 있었고, 또 실제로는 내무부장 신익희의 개인 조직처럼 됨으로써 한국독립당 인사들로부터도 견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승만과 신익희의 협력관계는 이보다 앞서 3월 1일에 독촉국민회 산하의 청년행동대로 독촉국민회청년대가 조직될 때부터 나타났다. 독촉국민회청년대는 이승만의 지방순회 때에 경호를 맡는 등으로 ‘이승만 친위부대’ 역할을 했다. 조직역량이 뛰어난 신익희와 정치공작대가 독촉국민회 지방대표대회에서 이승만 진영에 가담함으로써44) 이승만은 김구로 하여금 “뭉치면 이 박사 하나요 나누어 놓으면 삼천만이 되도록 하자”고 외치게 할 만큼 명분에서나 실제에서나 월등한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에 김구가 한 “뭉치면 이 박사 하나요…”라는 말은 뒤에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말이 되었다. 신익희는 6월 13일에 열린 독촉국민회 제1회 중앙상무집행위원회에서 이시영(李始榮) 위원장 아래 오하영(吳夏英)과 함께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오전 10시부터 운현궁(雲峴宮)에서 열린 이날의 집행위원회 회의는 인선문제로 오후 6시까지 장시간 계속되었는데, 정치공작대원들은 11개 집행부서 가운데 조직부장과 차장, 조사부장과 차장, 선전부 등의 요직을 차지했다.45)
民族統一總本部 설치를 발표
독촉국민회 전국대표대회에 참가한 지방대표들로부터 민족통일총본부 결성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은 이승만은 6월 2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직접 작성한 관계 문서와 부서 책임자 명단 등을 발표했다. 민통총본부는 정읍에서 밝힌 이승만의 새로운 건국운동을 실천할 전국조직이 될 것이었다.
통일총본부 설치의 취지를 천명하는 <민족통일선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광복대업을 완성하기에 민족통일이 가장 필요하니, 현시국의 정세와 총민의의 요망을 순응하여 민족통일총본부를 설립하고, 이로써 대한민족이 다시 통일됨을 자에 선언한다.
본부의 주의는 다음과 같으니,
안으로는 동족단결을 장려하여 파당적 구별이나 분열적 행동이 없기를 함께 도모하며, 밖으로는 연합우방들과 협동공작을 취하여 대업을 속성함.
금후부터는 모든 정당이나 단체가 다 전 민족의 공의를 존중하여 통일전선에 장애가 되거나 방해하는 폐가 없기를 기대함.
단 민주의원과 비상국민회의는 정당과 단체를 초월한 기관이므로 예외로 하고 그 밖의 기성 각 정당과 단체는 그 주의와 주장을 물론하고 다 총본부와 연락하여 통일을 실행함.
단기 4279년 6월 29일.”
이처럼 이승만은 미국식 민주정치의 한 양식인 ‘선서’나 ‘서약’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다소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민주의원과 비상국민회의는 함께 민족통일총본부의 관련 단체에서 제외한다고 선언문에서까지 언급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새로 구성된 민족통일총본부의 부서는 다음과 같았다.
총재 : 이승만, 부총재 : 김구
협의원 : 이시영(李始榮), 조성환(曺成煥), 오하영(吳夏英), 김성수(金性洙), 이범석(李範奭), 윤보선(尹潽善), 김동원(金東元), 허정(許政), 방응모(方應謨), 이묘묵(李卯默), 김순애(金淳愛) 노마리아(盧馬利亞).
정경부 : 김병노(金炳魯), 김상덕(金尙德), 이윤영(李允榮).
노농부 : 고창일(高昌一), 장자일(張子一), 전진한(錢鎭漢).
선전부 : 홍성하(洪性夏), 장석영(張錫英), 김선량(金善亮).
청년부 : 김철수(金喆壽), 김효석(金孝錫), 김 산(金 山), 박용만(朴容萬).
부녀부 : 박현숙(朴賢淑), 박승호(朴承浩), 임영신(任永信), 황신덕(黃信德).
단 지방에 계신 유력한 인사는 교섭이 끝나는 대로 추후 선정 발표함.46)
김규식이 부총재에서 제외된 것은 여운형과 함께 좌우합작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규식 대신에 김규식의 부인 김순애를 협의원에 포함시켰다. 협의원으로 선정된 광복군 참모장 이범석은 6월 4일에 광복군 500명과 함께 귀국해 있었다.47)
“獨促中協 계승한 民意 총괄기관”
이승만은 <민족통일선언>과 민족통일총본부 부서를 발표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작년에 귀국한 뒤에 민족통일을 목표로 72개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가 주의 주장을 초월하고 광복사업에 합력코자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고 내외국에 반포한 뒤에 각 도 각 군에서 동성향응으로 조직이 진전되던바, 내가 석달동안 병중에 있을 적에 다소 정객들이 경향에 출몰하여 모략적 수단으로 몇몇 단체를 만들어 분열상태를 이루게 된 고로 이를 조정하려면 자연 분규가 생길 염려가 있으므로 간섭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터인데, 이번에 남도 각처 심방시에 이러한 내정을 더욱 상세히 알게 되었으며, 따라서 보통 요구하는 것이, 즉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그런즉 이것은 정치단체도 아니요 정부의 명의나 색태나 권위를 취하지 않으며 또는 새 단체를 이루어서 여러 단체 중에 하나가 되거나 모든 단체 위에 최고 기관이 되는 것도 아니며, 다만 기왕에 착수하여 그때에 존재한 72개 단체 좌우익을 물론하고 다 참가하여 이루었던 민족통일을 완성하려는 단순한 민의총괄 기관이니, 모든 단체나 개인이 각각 애국적 정신과 희생적 결심으로 광복대업만을 위하여 본부를 전민족 통일의 중심기관으로 인정하여 본부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조국광복과 건설에 다소간 공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48)
요컨대 민족통일총본부는 그가 귀국 직후에 결성했던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계승한 민의총괄기관이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성격이 모호하게 발족한 민족통일총본부는 우익단체들의 상설연락기구인 애국단체연합회를 흡수하여 이승만의 친위조직으로 급속히 세력을 강화해 나갔다. 애국단체연합회는 5월 12일의 독립전취 국민대회가 끝나자 5월 14일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회합하여 국민대회 청산회의를 열고 상설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여 조직된 것이었다. 이들은 민통총본부가 발족하자 적극 지지하면서 7월 15일에 전국애국단체대표자회의를 열고 민통총본부로 합류하기로 결의하고 연합회를 해체했다.49)
曺奉岩이 朴憲永에게 장문의 批判 편지 써
민족통일총본부 설치에 대한 이승만의 발표와 관련하여 민주의원과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에게 민주의원의 함상훈은 한마디로 “민주의원은 최고 정무의원이고 민족통일총본부는 국민운동의 총본부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비상국민회의 부의장 최동오(崔東旿)는 “민족통일총본부 설치에 관해서는 사전에 별 이야기는 없었다. 직접 연락관계가 없더라도 일해 감에 따라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민족통일총본부는 국민운동에 관한 기관이라고 알고 있다”라고 조금 뜨악하게 말했다.50)
좌익 정파들은 이승만과 김구를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주의민족전선의 이강국(李康國)은 “이 박사 김구씨를 중심으로 하는 민족통일 운운은 민족분열을 초래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이 박사나 김구씨는 자신을 위해서나 민족을 위해서나 벌써 당연히 물러나 앉아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51) 인민당은 “민족분열의 최고책임자로 낙인 찍힌 이 박사가 또 그 잔당들과 더불어 ‘민족통일총본부’라는 명칭을 띠고 나와 진지한 통일공작의 파괴를 기도하고 민중을 기만하고 있음은 언론자유가 악용된 적례(適例)이다”라고 극언했다.52) 또한 조선공산당은 서기국 명의로 이승만, 김구, 이시영 세 사람을 거명하면서 이들이 민족통일총본부를 설치한 것은 “또다시 한 가지 죄악을 범한 것이다”라고 질타하고, “반연합국, 반소련의 수괴이며 모든 분열, 테러, 혼란의 총책임자, 노팟쇼 광신자 이승만을 국외로 추방하자!”라고 매도했다.53)
공산당의 이러한 격렬한 반응은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을 계기로 미군정부가 5월 18일에 공산당기관지 《해방일보(解放日報)》를 폐간시키는 등 공산당에 대하여 일련의 강경조치를 취하는 데 따른 위기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선공산당은 때마침 민주주의민족전선 인천지부장인 공산당원 조봉암(曺奉岩)이 박헌영(朴憲永)에게 보내는 장문의 비판 편지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등 우익신문에 자세히 보도됨으로써 큰 타격을 입었다.54) 이 편지는 미군 CIC가 인천 민족전선 사무실을 수색할 때에 압수된 것이었다. 조봉암은 6월 11일에 인천 CIC에 체포되었다가 열흘 뒤에 석방되었는데, 그는 석방된 이튿날 인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미소공위 재개촉진 인천시민대회에서 “현재 조선민족은 공산당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등 5개항으로 된 공산당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55)
“테러의 魁首라 하였으니 否定치 않는다”
민통총본부의 설치에 대한 공산당의 비판성명에 대하여 이승만보다도 더 격분한 것은 김구였다. 김구는 7월 4일에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것은 귀국한 뒤에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뭉뚱그려 국민들에게 발표한 메시지였다. 그는 먼저 좌우익의 논란에 관하여 “나의 흉중에는 좌니 우니 하는 것은 개념조차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언명했다.
“건국강령의 요소에 있어서는 좌니 우니 라는 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이미 국제 공약에서 약속된 것이다. 인류 5천년 역사를 통하여 봉건적 악폐에 시달려 온 우리로서야 누가 또다시 압박자와 착취자의 집단체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동경하고 구가할 것이냐? … 좌니 우니 하는 것은 민족자멸의 근원이 될지니 생각할수록 오중(五中 : 오장)이 찢어질 듯하다.”
김구는 이어 감상적인 소회를 토로했다.
“내가 일찍이 조국의 광복을 위하야 만리이역에서 풍진천석(風塵天石)을 무릅쓰고 동서에 구치(驅馳)하고 남북에 유락(流落)한 것이 어언 30여년이오, 천령(賤齡)이 칠십유일세(七十有一歲)이다. 조모(朝暮)의 여생을 모르는 나로서 어찌 3천만의 중망을 저버리고 일생의 고절(孤節)을 버릴 배냐.”
그러고 나서 김구는 공산당의 성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7월 1일에 공산당 서기국에서 《조선인민보》를 통하여 ‘분열 책임자를 추방하라’는 제하에 나를 테러의 괴수라 하였으니, 나는 이것을 볼 때에 과연 국중에 우국의 지사와 혁명의 투사가 얼마나 있는가를 십분 생각하여 보았다. 적이 납항(納降·항복)하던 전날까지 적의 진두에 서서 성전(聖戰)이라고 찬양하고 적의 전승을 위하여 충(忠)을 맹세하고, 청년학도를 일으켜 전지로 내몰고, 적의 주구가 되어 적의 기관에 암약하며 적을 위하고 동포를 고압하던 자와, 적이 납항하고 연합군이 진주할 때까지 적의 통치기관인 총독부에 출입한 자는 모두 애국자이며 사상가이며 정치가이다.”
이러한 주장은 여운형 그룹과 일부 공산주의자들의 행적에 대한 김구의 불신감을 토로한 것이었다. 그는 ‘테러의 괴수’라고 한 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론했다.
“나를 테러의 괴수라 하였으니 이것은 자신이 부정치 않는다. 이달 6일에 우리 민족 전체가 경의를 다하여 봉장(奉葬)케 된 세 열사 가운데 윤봉길, 이봉창 양 의사의 의거는 김구가 사주하였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공표된 것이다. 나는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서는 이 이상의 방법이라도 취하였을 것이다. 만일 이것이 우리나라의 독립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조건이 된다면 나는 오늘이라도 단에서 내리어 동포 앞에 솔직히 사의를 표하려고 한다. 친애하는 동포여! 절역(絶域)에서 전전할 때에 고국의 산하를 바라보면서 그리운 동포를 연상할 때에 어찌 오늘과 같은 경우를 뜻하였으랴! 동포여! 반성할지어다. 동포여! 단결하지어다.”56)
그것은 배신감과 울분이 융합된 처연한 성명이었다.
孝昌公園에 國民葬으로 안장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세 열사의 국민장은 7월 7일 오후 2시부터 효창공원에서 장엄하게 거행되었다. 장례식에는 이승만, 김구, 오세창(吳世昌), 이시영 등 우익 민족주의 진영 인사들뿐만 아니라 여운형과 공산당 대표 등 좌익인사들도 참석하여 추도객은 5만여명에 이르렀다.57) 이날의 장례식 광경을 김구는 다음과 같이 자세히 적어 놓았다.
“장례식에 임하여 봉장위원회(奉葬委員會) 책임자들이 묏자리를 널리 구하였으나 여의치 못하여, 결국 내가 직접 잡아 놓은 용산 효창원 안에 매장하였다. 그것은 서울(漢城) 역사 이래 처음 보는 장례식이었다. 미군정 간부들도 전부 참석하였으며, 미국 군인도 호위차 같이 출동하겠다는 것을 이것만은 중지시켰다. 그러나 조선인 경관은 물론 지방 각지에 산재한 육-해군 경비대까지 집합하고, 각 정당 단체와 교육기관이며 각 공장 부문 일반 인사들이 총출동하여 태고사로부터 효창원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어, 전차 자동차 등 각종 차량과 일반 보행까지 일시 정지하였다. 슬픈 곡조를 연주하는 음악대를 선두로 사진반 기자는 사이사이에 늘어섰고, 그 다음은 제전을 드리는 화봉대(花峰隊), 창공에 흩날리는 만장대(輓章隊)가 따랐고, 그 뒤 여학생대가 3의사 상여를 모시니, 옛날 국왕 인산(因山) 때 이상으로 공전의 대성황을 이루었다.
장지에는 제일 앞머리에 안 의사의 유골을 봉안할 자리를 비워 놓고, 그 아래로 세 의사의 유골을 차례로 모셨다. 당일 임석한 유가족의 애도하는 눈물과 각 사회단체의 추도문 낭독으로 해는 빛을 잃은 듯하였다. 사진반 촬영으로 장례식을 마쳤다.”58)
이때에 맨 앞머리에 써 놓은 안중근의 빈 무덤은 아직도 주인의 유골을 찾지 못하고 있다.⊙
1) 박명림,《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Ⅱ)》, 나남출판, 1996, p. 240~241. 2)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 선인출판사, 2010, pp. 55~56.
3) 《朝鮮日報》1946년 5월12일자, <鄭重한 態度를 取하자>. 4) 《東亞日報》1946년 5월13일자, <獨立戰取國民大會盛大히 進行>. 5) 《駐韓美軍史(2)》(History of the United States Armed Forces in Korea), (이하 HUSAFIK 2), 돌베개影印版, 1988, pp. 157~158. ;《朝鮮人民報》1946년 5월14일자, <言論機關等襲擊>. 6) 《大東新聞》1946년 5월14일자, <注目되는 金奎植博士의 爆彈演說> ;《現代日報》1946년 5월14일자, <金奎植氏遂態度表明, 怪!單獨政權樹立力說> ;《朝鮮人民報》1946년 5월15일자, <社說: 戰慄할 單獨政權說>. 7) 《朝鮮人民報》1946년 5월15일자, <統一民主政府냐 分裂專制政府냐>. 8) 《東亞日報》1946년 5월17일자, <金奎植博士談, 單獨政府는 浪說>. 9) 金俊淵,《獨立路線》, 時事時報社出版局, 1947, p. 126.
10) 安在鴻選集刊行委員會編,《民世安在鴻選集(2)》, <民政長官을 辭任하고>, 知識産業社, 1983, p. 271. 11) 《東亞日報》1946년 5월18일자, <李博士水原에>. 12) 《朝鮮日報》1946년 5월20일자, <大韓獨立戰取仁川國民大會> ;《東亞日報》1946년 5월21일자, <李博士仁川獨立戰取國民大會서 熱辯>. 13) 전상인, <한국의 국가, 그 생성과 역사적 추이>,《사회비평》제5호, 나남, 1991, p. 394. 14)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이하 FRUS) 1946, vol. Ⅷ,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1, pp. 681~682. 15) 심지연,《人民黨硏究》,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1991, pp. 95~100. 16) 閔丙薰, <精版社僞造紙幣事件>,《轉換期의 內幕》, 朝鮮日報社, 1982, pp. 248~266 ; 金敬蘭,《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 연구》, 誠信女子大學校碩士學位論文, 1999, 참조.
17) Langdon to Byrnes, May 24, 1946, FRUS 1946, vol. Ⅷ, pp. 685~689. 18) 전상인, <1946년경 남한주민의 사회의식>,《고개숙인 수정주의: 한국현대사회의 역사사회학》, 전통과 현재, 2001, p. 70. 19) 《東亞日報》1946년 5월25일자, <晩時之歎 잇는 行政機構의 引渡> ;《서울신문》1946년 5월25일자, <「共委」再開를 確信>. 20) The New York Times, May 24, 1946, “Goodfellow Ends His Work in Korea, Political Adviser to Hodge Leaves Today”. 21) Byrnes to Langdon, May 25, 1946, FRUS 1946, vol. Ⅷ, p. 689.
22) 《東亞日報》1946년 5월28일자, <産業國으로 再建設>. 23) 《朝鮮人民報》1946년 5월29일자, <李博士의 專制君主夢>.24) Hodge to Goodfellow, May 30, 1946 ;《大韓民國史資料集(28) 李承晩關係書翰資料集 1(1944~1948)》, 國史編纂委員會, 1996, p. 81. 25) Hilldring to the Operations Division, War Department, Jun. 6, 1946, FRUS 1946, vol. Ⅷ, pp. 692~699. 26) op. cit., pp. 698~699.
27) 《朝鮮日報》1946년 6월5일자, <李承晩博士講演要旨> ;《서울신문》1946년 6월5일자, <南方만의 臨時政府 혹은 委員會組織이 必要> ;《自由新聞》1946년 6월5일자, <李承晩博士井邑서 重大講演>. 28) 《自由新聞》1946년 6월4일자, <李承晩博士, 井邑서 全州로>. 29) 《서울신문》1946년 6월6일자, <單獨政府樹立民衆希望에 同感>. 30) 《朝鮮人民報》1946년 6월6일자, <自律政府樹立의 面을 쓰고 나오는 南朝鮮單獨政府樹立의 陰謀를 紛碎하자!>. 31) 《서울신문》1946년 6월5일자, <單獨政府樹立說에 우리黨은 贊成不能>. 32) 《朝鮮人民報》1946년 6월6일자, <絶對로 反對>.
33) 《朝鮮日報》1946년 6월8일자, <韓國民主黨咸宣傳部長談話發表>. 34) 《中央新聞》1946년 6월6일자, <李博士 全州서도 講演, 記者會見>. 35) 《서울신문》1946년 6월8일자, <南朝鮮政府問題, 李承晩博士 힋다시 言及>. 36)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A Personal Narrative, Panmun Book Company LTD, 1998, p. 32. 37) 《東亞日報》1946년 6월9일자, <李承晩博士, 裡里서 獅子吼>. 38) 《大東新聞》1946년 6월8일자, <李博士群山서 熱論> ;《東亞日報》1946년 6월 9일자, <群山서도 講演>.
39) G-2 Periodical Report, no. 277(1946.7.13), p. 2.
40) <大韓獨立促成國民代表大會會議錄摘要>《梨花莊所藏 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四) 建國期文書 2》, 延世大學校現代韓國學硏究所, 1998, pp. 1~6 ; 康晉和編,《大韓民國建國十年誌》, 建國紀念事業會, 1956, pp. 288~289 ;《大東新聞》1946년 6월15,16일자, <李博士總裁就任辭> ;《東亞日報》1946년 6월12일자, <統一되어야 獨立한다>. 41) 《朝鮮日報》1946년 6월12일자, <李博士를 總裁推戴>. 42) 《東亞日報》1946년 6월12일자, <國民代表會議第二日盛況>. 43) G-2 “Summury of Recent Information Concerning the National Society for Rapid Realization of Independence”, 1946.9.28., incl. #3 to G-2 Weekly Summury, no. 56. 44) 박진희, <해방직후 정치공작대의 조직과 활동>,《역사와 현실》제21호, 역사비평사, 1996, pp. 197~203 ; 정병준,《우남 이승만 연구》, 역사비평사, 2005, p. 562.
45) 《朝鮮日報》1946년 6월15일자, <大韓獨立促成國民會> ;《大東新聞》1946년 6월17일자, <獨促國民會中央執行部選定>. 46) <民族統一宣言>《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四)》, pp. 19~26. 47) 《朝鮮日報》1946년 6월5일자, <李範奭將軍과 갓치 光復軍五百歸國>; 《東亞日報》1946년 6월6일자, <李範奭將軍入京>.
48) 《大東新聞》1946년 6월30일자, <民族統一總本部成立>. 49) 이상훈, <해방후 대한독립촉성국민회의 국가건설운동>,《學林》第三十輯, 延世大史學硏究會, 2009, pp. 31~32. 50) 《서울신문》1946년 6월30일자, <民主議院側見解>, <非常國民會議側見解>. 51) 《서울신문》1946년 6월30일자, <民戰側見解>. 52) 《朝鮮人民報》1946년 7월1일자, <李博士 물러서라>. 53) 共産黨書記局, <分裂責任者를 追放하라, 李承晩, 金九, 李始榮等은 테로魁首>, 《朝鮮人民報》1946년 7월1일자. 54) 《朝鮮日報》1946년 5월7~8일자, <朴憲永동무에게> ;《東亞日報》1946년 5월7~9일자, <尊敬하는 朴동무에게> ;《大東新聞》1946년 5월7~10일자, <仁川重要幹部의 朴憲永에게보내는 警告文>. 55) 《東亞日報》1946년 6월26일자, <非共産政府를 세우자> ;《大東新聞》1946년 6월26일자, <仁川曺奉岩氏의 聲明書>.
56) 《大東新聞》1946년 7월6일자, <祖國光復爲핸 「테로魁首」도 좋다> ;《東亞日報》1946년 7월7일자, <入國後金總理最初聲明>. 57) 《東亞日報》1946년 6월23일자, <三烈士追悼式>. 58) 도진순 주해,《백범일지》, 돌베개, 1997, pp. 413~414.
民主議院 창설의 산파역을 했던 굿펠로 대령은 5월 24일에 귀국하면서, “소련대표단이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면 南韓단독정부 수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國정부는 6월 6일에 새로운 <對韓政策>을 확정하여 맥아더 사령부에 통달했다. 그것은 (1)南韓행정의 ‘한국인화’와 (2)선거를 통한 입법자문기관의 설립이었다. ‘한국인화’ 정책에서 특별히 강조한 것은 日本의 항복 이후에 귀국한 李承晩이나 金九 등을 은퇴시키라는 것이었다.
6월 2일에 지방순회강연을 재개한 李承晩은 전라북도 井邑에서 “남쪽만에서라도 임시정부 또는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것이 유명한 ‘정읍발언’이다.
6월 10, 11일 이틀 동안 열린 獨促國民會 전국대표자대회는 李承晩을 총재, 金九와 金奎植을 부총재로 추대했는데, 이 대회를 계기로 李承晩은 우익세력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申翼熙가 휘하의 政治工作隊을 이끌고 李承晩그룹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李承晩은 6월 29일에 친위세력이 될 민족통일총본부를 설치했다.
金九는 일본에서 봉안해온 李奉昌, 尹奉吉, 白貞基 세 열사의 유골을 7월 7일에 국민장으로 효창공원에 안장했다.
1. “李承晩과 金九를 은퇴시키라”
1946년 5월의 제1차 미소공동위원회 무기휴회는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가능성이 최종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1) 그러한 사정을 북한의 조선노동당 고위당료였던 박병엽(朴炳燁)은 “미소공위의 무기휴회로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형성된 미국, 소련 주축의 연합동맹군 협동체제가 깨어지고 대립체제로 180도 전환된 것이었다. 이는 당시의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였다. 전후처리의 마지막 단계에 와서 양국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고 이것이 대립의 이유였다. 미소공위의 결렬은 냉전체제의 서막이었다”고 확언했다.2) 그것은 흔히 미소냉전의 시발이라고 일컬어지는 1947년 3월의 트루먼 독트린 선포보다 10개월이나 앞서는 시점이었다.
“전향하는 인민黨員, 共産黨員들 많아”
이승만은 광주(光州)에서 귀경한 이튿날인 5월 11일에 민주의원회의에 참석한 다음 그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소공위가 무기휴회된 것과 관련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소련측은 한인의 단결력을 숙지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소련측의 단독행위로 인하야 (미소공위가) 무기휴회되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된 일이다. 지금 미국 국무성과 하지 중장도 소련측의 단독행동에 대하야는 아직 별 대책이 없다고 하며, 오직 전 세계의 여론과 미국 공론의 동향을 보아 어느 시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런 시기에 한인들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여 민족간의 불행한 충돌이 없어야 한다.”
이승만은 이어 지방순회의 소감으로 “전국 동포들의 사상은 민족적으로 통일성이 완전히 보이며, 민중은 하루바삐 우리 정부가 서기를 바라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상적으로 민주진영으로 전향하는 인민당원, 공산당원도 많았다”고 말하고, 지방의 요청도 있고 하여 다시 며칠뒤에 예정한대로 지방순회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3)
5월 12일 오후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주최의 독립전취 국민대회에는 독촉국민회, 한국민주당, 신한민족당, 조선민주당, 반탁전국학련 등 100여개의 우파 정당 및 사회단체와 각 종교단체에서 동원한 10여만의 군중이 운집했다. “신탁통치는 절대 반대다”, “38선을 철폐하라” 등의 기치를 내건 대회는 이승만, 김구, 김규식(金奎植)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소련을 규탄하는 〈대회선언〉과 “미소공위 정회의 책임을 규명하야 국제여론의 심판을 구함”, “자주정부의 자율적 수립을 촉진하야 민의의 귀일을 기함” 등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4)
이날 미군정부는 흥분한 군중에 의한 불상사를 염려하여 행사에 뒤이은 가두시위를 금지했다. 그러나 대회 주최자들은 이를 무시했다. 대회가 끝나자 일부 참가자들은 소련영사관과 조선공산당 당사 앞으로 몰려가 미소공위 휴회에 대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흥분한 시위대는 이어 《조선인민보(朝鮮人民報)》, 《자유신문(自由新聞)》, 《중앙신문(中央新聞)》 세 좌익 신문사를 습격하여 사옥과 인쇄시설 등을 파괴했다. 이 일로 독촉국민회 부회장이자 대회책임자인 오하영(吳夏英) 등 세 사람이 검거되었다.5)
國民大會에서 金奎植이 單獨政府 수립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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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6년의 군정청 警察수뇌. 오른쪽에서부터 趙炳玉 경무부장, 러치 軍政長官, 張澤相 제1관구 경찰청장. |
좌익 정파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민주주의민족전선은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국민대회에서 “개회전일부터 반소 반공 반민주의 선전을 전주로 하고 개최 후 일체 언설을 이 점에 집중시켜 테러를 직접 선동하였다”고 규탄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특히 민족적 전율을 느끼게 하는 것은 김규식 박사의 남조선 단독정부 수립 계획의 발표”라고 질타했다. 그것은 “조선에서 친일파, 민족반역자, 대지주, 자본가의 이익을 테러로 옹호하면서 민족분열을 내분으로 인도하고 극소수의 이익을 위한 정권이라도 세워 보려는 가공가증(可恐可憎)의 음모”라는 것이었다.7)
김규식은 좌익 그룹의 비판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공식으로 부인했다.8)
그러나 이때의 일을 한민당의 지략가 김준연(金俊淵)은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어서 눈여겨볼 만하다. 그에 따르면, 5월 12일의 서울운동장 국민대회에서 김규식은 “우리 정부수립 문제는 2주간만 기다리자!”라고 말했다. 군중은 퍽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규식의 발언은 까닭이 있었다. 미소공위가 결렬되던 5월 8일 밤에 미국 대표 한 사람이 김규식을 찾아가서 바로 정부를 조직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김준연은 “이 미국대표는 미소공위의 사업은 절망적이라고 보고 소련의 협력 없이 정부를 조직할 수밖에 없겠다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라고 썼다.9)
또 한 사람의 우파 민족주의 정치지도자였던 안재홍(安在鴻)도 뒷날 “5월 12일의 국민대회에서 김규식 박사는 일시 남조선만에서라도 정통정권 수립 가능의 이론을 발표한 바도 있었으나…”라고 김규식이 같은 발언을 한 것처럼 술회했다.10)
한편 이승만은 미소공위의 휴회로 중지했던 지방순회의 일환으로 5월 17일에 수원을 다녀왔다. 수원 방문 때에는 제1관구 경찰청장 장택상(張澤相)이 안내했다.11) 이어 5월 19일에는 독촉국민회 인천지부 주최로 인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독립전취 인천시민대회에 다녀왔다. 프란체스카와 굿펠로(Preston M. Goodfellow), 임영신(任永信), 이기붕(李起鵬) 비서 등이 동행했고, 경기도 지사 구자옥(具磁玉)과 장택상이 안내했다. 6만여명이 모인 시민대회는 이승만 환영회로 이어졌다.12)
國務部 極東局이 즉시 선거 주장해
미소공위가 무기휴회에 들어가자 미국정부는 새로운 대한정책을 준비했다. 그리고 미소협상에서 지금까지 현지 미군사령부가 임의로 행사하던 권한도 본국정부의 주도로 넘어갔다.13)
미국정부에서 새로운 대한정책 수립을 위한 본격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5월 22일의 국무부, 전쟁부〔육군부〕, 해군부의 3부장관회의였다. 국무부의 점령지역담당 차관보 힐드링 (John R. Hilldring) 장군은, 국무부 극동국은 미소공위은 앞으로 아무런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남한에서 즉시 선거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선거는 전국적 정부를 위한 것은 아니고 독일에서 실시한 것보다는 더 고위급의 정치 기관(political office)을 구성하기 위한 선거라고 말했다. 힐드링 장군은 김구를 지지하는 것이 말을 잘못 쓴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김구가 한국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계속 지지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나쁜 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희망은 우리지역에서 어떤 정치행동을 고무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그것은 완전히 좌절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번즈(James F. Byrnes) 장관은 누가 선거를 실시하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힐드링 장군은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군정부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14)
서울의 미군정부는 한결 구체적인 계획을 제안했다. 정치고문 랭던(William R. Langdon)은 미소공위 대표로 와 있는 데이어(Charles W. Thayer)와 공동으로 5월 24일에 번즈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남한 점령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전 한국에 걸쳐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에서 실시했던 것과 거의 다름없는 통일전선 정책을 강요하려고 기도해 왔다는 것이 이제 명백해졌다”고 단정하고, 만일에 그러한 정책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면 그것은 한반도 전체에 대한 소련의 지배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呂運亨은 즉시독립 원하나…”
두 사람의 보고서는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지배하는 민주주의민족전선과 인민당, 공산당 및 그 밖의 두 군소정당을 제외한 모든 그룹이 하지 장군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여운형(呂運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인민당 당수이면서 민족전선의 의장인 여운형조차도 자신은 신탁통치보다 즉시독립을 원하나 공산주의자들의 압력 때문에 마음에 없이 신탁통지를 지지해 왔다고 인정했다. 나아가 그는 최소한 두 사람의 조선인민당 중앙집행위원이 공산당 당원증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더 이상 당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보고서는 미소공위가 휴회한 뒤에 ‘좌익을 매우 흔들어 놓은’ 사건 세 가지가 발생했다고 적었다. 첫째는 여운형의 동생 여운홍(呂運弘)을 필두로 중앙집행위원 장권(張權), 박한주(朴漢柱) 등 10여명의 간부를 포함한 94명이 연서로 정식 탈당 수속을 하고 인민당을 탈당한 사실이었다. 이들은 5월 26일에 여운홍의 집에서 “애국적 좌익정당”을 자처하면서 사회민주당 결성준비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8월 3일에 이르러 이승만, 엄항섭(嚴恒燮), 미군정부의 버치(Leonard Birch) 중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종로 YMCA 회관에서 결성식을 거행했다.15) 둘째는 공산당의 몇몇 간부가 연루된 대규모의 위조지폐 사건이 공산당의 당사 빌딩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공산당은 위조지폐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드세게 저항했다.16) 셋째는 “미소공위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소련쪽이 잘못했다고 믿는 상태에서 휴회로 들어간 것”이었다.
보고서는 이 세 사건은 민주주의민족전선에 충격을 주어 민족전선의 중요 멤버들을 동요시켰고, 여운형은 민주의원 의장대리 김규식에게 개인적인 교섭을 제의해 왔다고 적었다.
랭던과 데이어 보고서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제의였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의 관여 없이 애국적 정당들의 만족할 만한 연합이 이루어진다면 하지 장군은 모스크바 결정에 따른 통일 임시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비행정적인 한국인 내각과 그의 최고권위하에서 규칙과 법률을 제정할 입법기관을 창설하여 그들의 참여를 증진시킬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李承晩의 協助를 거절하기는 어렵다”
보고서는 끝으로 이승만과 김구를 배제하라는 국무부의 지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미군당국이 이승만과 김구와 같은 보수적인 인사들만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국내로부터의 여론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우리는 대체로 김구를 무시해 왔는데, 그는 자신의 부적절한 정치적 언행으로 말미암아 정치무대에서 거의 탈락되었다. 반대로 이승만은 통일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규합하는 데 협조적이었고, 그의 추종자들로 하여금 과격한 반연합국 시위에 휩쓸리지 않도록 견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동시에 그는 러시아인들에 대해서도 융화적인 태도를 취해 왔고, 그의 많은 추종자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촉구해 왔다. 하지 장군은 딱히 이승만이 장래의 임시정부에서 없어서는 안된다거나 바람직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그가 민주 인사 가운데에서 국민적으로 알려진 지도자의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제 그의 협조를 거절하기는 어렵다. …”17)
랭던은 본국에서 근무할 때에는 국무부의 다른 극동문제담당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승만에 대하여 호의적이지 않았다. 1942년의 3·1절을 기하여 이승만이 한미협회와 재미한족연합위원회와 공동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한인자유대회(The Korean Liberty Conference)를 참관하고도 랭던은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썼었다(《月刊朝鮮》2007년 6월호, <美-日戰爭으로 슬픔의 눈물은 끝났다!> 참고).
그러나 해방된 한국에서 이승만의 존재는 설화적인 권위에서나, 국제정치에 대한 통찰력에서나, 대중선동력에서나, 그리고 이른바 정치술수에서나, 그야말로 족탈불급이었다. 그러한 사정은 1946년 들어 군정청 공보부가 주기적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공보부는 3월 16일에서 21일까지와 22일에서 29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서 각 정당 및 인물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했다. 1차조사에서는 1,908명이, 2차조사에서는 2,269명이 질문에 응했는데, “다음의 인물 가운데 누가 한국인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가장 열심히 일하겠는가?”라는 질문에 1차조사에서는 이승만 32%, 김구 22%, 김규식 9%, 여운형 13%, 박헌영 10%, 김일성 3%였고, 2차조사에서는 이승만 30%, 김구 20%, 김규식 8%, 여운형 15%, 박헌영 11%, 김일성 2%로 나타났다.18)
歸國하는 굿펠로는 南韓單獨政府 수립 주장
1월초에 한국에 와서 하지 장군의 정치고문으로서 민주의원 창설에 산파역을 했던 굿펠로 대령은 5월 24일에 귀국했다.
굿펠로는 서울을 떠나기에 앞서 외신기자들과 회견했는데, 국내신문에는 AP통신 특파원 로버츠 기자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로버츠는 굿펠로가 “한국인은 능히 자치를 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행정기구를 한국인에게 인도할 시기는 이미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그리고 미소공위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세인의 이목을 생각하더라도 소련이 한국 통일 임시정부 문제를 교섭하기 위하여 미소공위 재개를 제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굿펠로는 또 “한국에 총선거가 실시된다면 나의 관측으로는 90%는 민주주의가 차지하고 10%는 공산주의가 차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도 썼다.19)
한편《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존스턴(Richard J.H. Johnston) 특파원은 굿펠로 대령의 기본적인 성과는 민주의원의 조직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존스턴은 굿펠로가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자치정부의 업무를 한국인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한국인은 자치정부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될 수 있는 대로 빠른 시일 안에 지방선거를 실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또 “만일 미소공동위원회의 소련대표단이 빨리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미국은 남한 단독정부의 수립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썼다.20) 미 국무부는 이 기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번즈 국무장관은 랭던에게 이 기사에 대한 논평을 보내라고 타전했다.21)
農業國에서 産業國으로 발전해야
굿펠로가 떠나고 사흘 뒤인 5월 27일에 돈암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승만은 뜻밖의 담화를 발표하여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내에 잠겨 있는 모든 자원을 개발함으로써 국제무역권에 참가하여 농업국으로부터 산업국으로 발전 향상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미국전문가의 관측에 의하면 조선의 생사업(生絲業)은 기술적으로 노력하면 1950년에는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우수하여 동양에서 으뜸을 차지할 수 있고, 광업도 동양의 2대 광산의 하나가 조선에 매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동양 2대 광산의 하나란 문제의 운산(雲山) 광산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굿펠로 씨도 이 방면에 대하여 많은 자료를 가지고 귀국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불원하여 미국에서 시사평론으로 유명하고 실업방면에도 권위자의 한 사람인 올리버(Robert T. Oliver) 박사가 도쿄(東京)를 거쳐 서울에 올 것인데, 한미협상에 대하여 공헌이 많을 줄 안다”라고 올리버의 한국방문 사실을 알렸다. 이승만의 개인 고문으로서 헌신적으로 일해 온 시러큐스 대학교(Syracuse University) 교수 올리버는 이승만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이승만은 그러면서 “지금 미국으로서는 여러가지 정확한 조사와 계획이 되어 있으나 우리 정부가 아직도 수립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마치 기초조사가 웬만큼 진행된 듯이 비쳤다.22) 그것은 운산 광산 채굴권을 미국 정상배에게 팔아먹었다는 소련의 《프라우다(Pravda)》지와 북한당국을 포함한 좌익들의 비난에 대한 반격이기도 했다. 이승만의 이러한 담화에 대해 좌익 그룹은 격렬히 반박했다. 민주주의민족전선은 “대체 이 박사는 누가 부여한 권능을 가지고 조선의 광업권을 정부가 서기도 전에 미국의 기업회사에 팔았으며, 또다시 무역권의 부여를 함부로 말하는가? … 이 박사가 무슨 봉건전제군주와 같은 권능에의 환상을 가지고 국사를 농단하려는 데 우리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담화를 발표했다.23)
하지는 이승만의 이 기자회견 내용을 굿펠로에게 알리면서 사실여부를 물었다.24)
美國政府의 새로운 <對韓政策>
국무부가 작성하여 전쟁부와 해군부의 동의를 얻어 6월 6일에 확정된 새로운 <대한정책(Policy for Korea)>은 바로 맥아더 사령부에 통달되었다.25)
<대한정책>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기본 목표가, 첫째 외국의 지배로부터 독립되고 국제연합의 회원국자격이 있는 자치적인 한국을 수립하고, 둘째 그렇게 수립된 국민정부가 한국인민의 자유롭게 표현된 의사를 충분히 대표하는 민주정부가 되도록 보장하며, 셋째 독립 민주 국가에 필요한 건전한 경제와 적절한 교육제도를 수립하도록 한국인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언명하고, 그러한 목표의 실현 방안으로 다음 두 가지를 훈령했다. 그것이 새로운 <대한정책>의 핵심이었다. 그것은 “전민족적 임시 한국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은 남한 행정에 대한 한국인의 참여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한국인화(Koreanization)’ 정책이었다. 그것은 (1) 미군점령지역 전체, 각 도, 각 지방 행정기관의 되도록 많은 책임있는 직위에 능력 있는 한국인들을 기용하고, (2) 광범한 선거 절차를 통하여 현재의 남조선 대한국민대표 민주의원을 대체할 입법자문기관을 설립하는 일이었다. 이 입법자문기관으로 하여금 임시 한국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미군사령관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개혁의 기초로 사용할 법률 초안을 작성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랭던과 데이어가 제안한 내용을 국무부가 수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정책문서는 ‘한국인화’ 훈령과 관련하여 “어떠한 한국인도 그의 정치적 소속 때문에 임명직이나 선거직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으면서도, 그러나 “일반적인 정책으로서 미군사령관은 일본 지배 기간에 한국 안에 있던 지도자들이 선정되는 것을 고무해야 하고, 일본의 항복 이후에 귀국한 한국 지도자들의 자발적인 정계은퇴를 어떤 방법으로든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것은 물론 이승만이나 김구 그룹을 배제시킬 것을 노골적으로 지시한 것이었다. <대한정책>은 그러면서 “만일 최근 한국의 정치적 논쟁에서 태풍의 눈이 되어 온 몇몇 인사들이 일시적으로 정치무대에서 은퇴한다면, 미국과 소련 당국 사이의 합의뿐만 아니라 남한의 여러 파벌들 사이의 합의도 크게 촉진될 것이다” 하고 덧붙였다.26)
이처럼 이승만에 대해 비판적인 미국무부 관리들은 이승만이 소련의 기피인물이라는 이유 때문에 한국정계에서 은퇴시켜야 된다고 훈령한 것이다.
2. 井邑發言으로 獨立政府 수립 촉구
이승만은 미소공위가 무기휴회됨으로써 중단했던 지방순회를 6월 2일부터 재개했다. 그는 6월 2일 오전 8시30분발 열차로 전라북도 정읍(井邑)으로 향했다. 프란체스카와 이기붕 비서가 동행했다.
“南方만이라도 臨時政府 혹은 委員會 같은 것을 조직해야…”
정읍에 도착한 이승만은 3일 아침에 지방유지들을 접견하고 독촉국민회 주최의 환영연설회에 참석했다. 이 연설회에서 이승만은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자율정권 수립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것이 유명한 ‘정읍발언’이었다.
“이제 우리는 무기휴회된 공위가 재개될 기색도 보이지 않으며 통일정부를 고대하나 여의케 되지 않으니, 우리는 남방만이라도 임시정부 혹은 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하야 38이북에서 소련이 철퇴하도록 세계공론에 호소하여야 될 것이니, 여러분도 결심하여야 될 것이다. 그리고 민족통일기관 설치에 대하여 지금까지 노력하여 왔으나 이번에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 통일기관을 귀경한 후 즉시 설치하게 되었으니, 각 지방에 있어서도 중앙의 지시에 순응하여 조직적으로 활동하여 주기 바란다.”27)
강연을 마치고 정읍을 출발한 이승만은 오후 3시반쯤에 전주(全州)에 도착했다.28) 이승만은 이튿날 기자들을 만나 정읍발언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일문일답을 나누었다.
“어제 정읍에서 연설한 가운데 남조선만의 정부 운운의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남조선 단독정부 수립을 의미하는 것인가?”
“내 생각으로 말한 것인데, 남방에서만이라도 무슨 조직이 있기를 일반민중이 희망하고 있다.”
“이번에 귀경하여 민족통일기관을 설치한다 하였는데, 그 구성은 어떠한가?”
“작년 10월에는 72개 단체를 합동해서 통일을 형성하였던 것인데, 그 뒤에 새 단체가 생겨서 원만한 결과를 보지 못하므로 부득이하여 다시 협의적으로 통일전선의 성취를 희망한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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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承晩의 井邑발언을 비판한 1946년 6월 5일자 《朝鮮人民報》지면. |
右翼政派들도 單獨政府 수립 반대
이승만의 정읍발언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민주주의민족전선과 공산당, 조선인민당, 신민당 등 좌익 정파들과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 전국농민조합총연맹(전농), 부녀총동맹(부총) 등 좌익단체들은 일제히 “반동거두 이승만은 조급한 정권욕과 광포한 팟쇼이념을 더 참을 수 없어 다시 이러한 폭언을 토한 것이다”라는 등 극한적인 언사로 이승만을 공격했다.30)
좌익 그룹뿐만이 아니었다. 한독당 선전부장 엄항섭은 “요즘 항간에는 단독정부 수립설이 유포되고 있으나 우리 당으로서는 이에 찬성할 수 없다. 38선의 장벽이 연장되는 한 경제상 파멸과 민족이 격리되어 역사적인 큰 비극을 자아내고 있음은 민족통일에도 큰 방해라 아니할 수 없다. 앞으로 이 상태가 그대로 계속되는 때에는 한국민족 자체의 생존을 위하여 그대로 방관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담화를 발표했다.31) 신한민족당 선전부장 김희섭(金喜燮)도 “남조선 단독정부수립을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32)
그러자 한국민주당은 6월 7일에 선전부장 함상훈(咸尙勳) 명의로 이승만을 옹호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함상훈은 “이승만 박사의 민족통일기관 설치 운운의 연설을 일부에서는 무슨 역적질이나 한 것 같이 선전하니,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첫째로 좌우가 분열된 것은 독립촉성중앙협의회에서 공산당이 탈퇴하고 그 뒤에 공산당쪽에서 독립 대신에 신탁통치를 받고 소련의 연방이 되기를 희망한 때문이며, 둘째로 정권욕에서 나왔다고 하나 누구나 자주정권 수립을 희망하는 것은 사실인데 왜 공산당은 미리부터 이 통일기관에 참여할 생각을 가지지 않느냐는 것이었다.33)
6월 4일 오전 10시부터 전주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이승만 환영강연회에는 전주 시민들과 인근 군민 5만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도 이승만은 정읍에서 한 연설과 같은 내용의 연설을 했다. 강연을 마친 이승만은 전북 미군정관과 회담을 나누고, 오후 2시부터는 전주지방 유지들을 접견했다.34) 이승만은 전주에서 하룻밤을 자고 6월 5일 오전 9시에 이리(裡里)로 향했다.
하지는 李承晩이 과대망상에 빠졌다고
이승만의 정읍발언은 사전에 하지 장군과 상의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리에 도착한 이승만은 오후 6시쯤에 하지와 전화로 요담했다. 하지로부터 책망을 받은 듯 이승만은 기자들에게 “미소공위가 계속 토의할 희망이 보이지 아니함에 일반민중이 초조하여 지금은 남조선만이라도 정부가 수립되기를 고대하며 혹은 선동하는 중이다. 나의 관찰로는 조만간 무엇이든지 될 것이니, 아직 인내하고 기다려서 경거망동이 없기를 바란다” 하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35)
이승만이 정읍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바로 그날 올리버 박사는 서울에 도착했다. 올리버는 이튿날 하지 장군과 군정장관 러치(Archer L. Lerch) 장군의 연락을 받고 군정청을 방문했다. 올리버는 이때의 대화 내용을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두 사람은 나와 이야기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나를 만나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두 사람 다 내가 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크게 해로울 수도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승만이 과대망상으로 거의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하지는 어떤 정신과 의사에게 이승만과 다소 은밀하게 인터뷰를 하게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승만이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때에는 매우 유쾌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공적인 회합에서는 아주 난폭한 사람이 되어 소련과 한국 공산주의자들을 비난함으로써 자기네의 직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올리버의 비망록에 따르면 “하지는 이 박사의 군정부에 대한 유용한 역할이 거의 끝나지 않았는가 생각하며, 자기는 이 박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함으로써 그를 ‘몰락’시켜야 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는 올리버에게 진지하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당신을 한국에 오게 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당신이 이 박사를 통제해 줄 수 있기 바란다.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의 생애는 끝났고, 그는 이미 우리가 한국의 통일을 위하여 소련과 합의에 도달해야 할 기회도 망쳐버렸는지 모른다. 이 박사는 한국 정치가들 가운데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한 그는 한국정부에서 어떠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36)
올리버의 이러한 기술은 이승만의 반공주의 언행과 국무부의 이승만 배제 훈령 사이에서 하지 장군이 난처해하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69%가 “이승만이 최고의 정치지도자”라고 응답
6월 5일 오전 11시에 이리공업학교에서 열린 환영강연회에는 7만명의 군중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승만은 “우리는 오직 자주독립만을 원한다. 이에 3천만은 이 길을 향하야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하고 역설했다.37)
이튿날 오전 9시에 이리를 출발한 이승만은 보리가 익어 가는 김제평야를 거쳐 오전 11시에 군산(群山)에 도착했다. 군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환영연설회에는 군산부민, 옥구(沃溝)군민 등 20여만명의 군중이 모였다. 김제 만경평야를 본 소감으로 연설을 시작한 이승만은 임진왜란 때의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정신을 가지고 나아가자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공산 극렬분자에 대해서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손을 잡고 말리기 바란다. 미소회담을 기대했으나 소련의 고집으로 무기휴회가 되었다. 우리는 냉정히 참고 참되 끝이 아니 날 때에는 내가 명령을 내릴 터이니, 이때는 죽음으로 독립을 찾아야 한다.”38)
이승만은 이제 “내가 명령을 내릴 터이니…”와 같은 언사를 공공연히 구사함으로써 그의 대중강요형 지도자의 풍모를 자연스럽게 과시했다.
이승만의 정읍발언이 크게 파문을 일으키고 있던 6월 7일과 9일 사이에 군정청 공보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승만의 지지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서울 시민 1,049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것인데, 좌익정파들의 맹렬한 비난과는 반대로 많은 응답자들이 이승만의 정읍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 발언이 정치적 통일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겠느냐는 문항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58%, “아니다”가 28%, “무응답”이 14%였고, 이승만이 미군정부의 반공식적인 대변인이냐는 문항에 대해 “그렇다”가 24%, “아니다”가 59%, “무응답”이 17%였으며, 이승만의 활동이 정치적 통일에 기여할 것이냐는 문항에 “그렇다”가 46%, “아니다”가 36%, “무응답”이 18%였다. 그리고 이승만이 최고의 정치지도자이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무려 69%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대답했다.39)
獨立促成國民會 전국대표대회에서 회중 휘어잡아
6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서울 정동예배당에서 열린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제2차 전국대표대회는 이승만의 지방 순회강연 성과를 반영한 듯 열기에 넘쳤다. 회의는 전국대표 1,163명(道21명, 府16명, 郡116명, 邑面712명, 町294명, 面5명, 島1명)과 내빈 및 방청인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회의 첫날은 6·10만세운동 기념일이어서 특별순서도 마련되었다. 회장 이시영(李始榮)의 개회사에 이어 이승만과 김구와 김규식 세 사람의 훈화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모두 사정이 있어서 불참했고, 한국독립당의 안재홍과 신익희(申翼熙)의 축사와 격려사가 있었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는 배은희(裵恩希·전북대표), 김철수(金喆壽·경남대표), 정해준(鄭海駿·전북대표) 세 사람을 임시의장으로 선출하고, “우리 운동은 정당 정파를 초월한 순수한 국민운동임을 선언함” 등 3개항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틀째 회의에는 이승만과 김구도 참석하여 연설을 했는데, 한 시간에 걸친 이승만의 이날 연설은 그의 대중조작 솜씨를 남김없이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이승만은 지방 순회에서 있었던 일부터 화두로 삼았다.
“여러분이 이 자리에 모인 목적은 오직 독립 회복뿐이라고 믿는다. 내가 두어 차례 남한 각 고을을 다녀보니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살려 놓아야만 하겠다는 것이 민성이었다. 모든 동포들이 나를 반가이 맞아주었고, 어떤 지방에 가니 팔십노인이 수십리 길을 걸어와서 나를 붙들고 반가워서 눈물을 흘리면서 묻는 말이 ‘언제나 독립이 되느냐?’고 하기에 나는 그 노인에게 말하기를 ‘언제고 우리가 합해서 뭉치면 독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일이다. 우리 삼천만이 뭉쳐서 국권을 찾기 위하여 합심합력하고 나가면 국권을 회복하여서 독립을 하게 되나니, 그리되면 우리끼리 돌라앉아서 나라 살림살이를 의논하여 공의대로 해 나가면 잘살 수 있다. 어떤 정당에서는 독립도 되기 전에 토지와 물건을 균배하라는 둥 떠들고 있으나, 지금 우리 것을 우리가 갖지 못하고 외국인의 손에 두고 있는데 어떻게 균배하는가. 먼저 우리는 나라를 찾은 후에 모양과 색채는 그때 결정하자.”
“한손을 드는 것을 보니 절반쯤 각오가 드는 모양”
이승만은 이어 자신의 독촉국민회 총재 추대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이 독립을 속히 해 보겠다고 신탁을 반대하고 이 국민회를 만들어서 얼마 전부터 나에게 총재의 책임을 맡아달라 하니 고마우나, 나는 이것을 경망히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친히 알고자 하는 것은 이 대표회 석상에서 몇 사람이나 내가 총재 되기를 원하는가 하는 것이니, 거수하여 표시하시오.”
참석자들은 일제히 손을 들었다.
“만일 이것이 여러분의 원이라면 피하고자 하지도 않고, 통일의 긴요함을 느끼는 만치 내가 마정방종(摩頂放踵·온몸을 바쳐 남을 위해 희생함)할지라도 모든 단체와 협의해서 통일을 이루도록 힘써 볼 터이나, 나는 다만 명의만 가지고 일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내가 허락할 수 없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총재 명령에 복종하겠습니다.”
이승만은 다짐하듯 다시 물었다.
“여러분이 내 지휘를 받아서 ‘죽자!’ 하면 다 같이 한 구덩이에 들어가서 같이 죽을 각오가 있소?”
그의 이 말에 장내에서는 “예” 하는 대답과 열광적인 박수소리가 함께 울려 나왔다.
“그런 각오가 있는 사람은 어디 손을 들어보시오.”
이승만은 회중을 완전히 그의 손안에 휘어잡고 있었다. 회중은 일제히 손을 들었다.
“한손을 드는 것을 보니 한 절반쯤 각오가 드는 모양이야.”
이 말에 회중은 웃으면서 모두 두 손을 들었다.
“옳지. 전심전력으로 독립운동에 나서겠단 말이지.”
그는 만족한 얼굴이었다. 장내는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흥분한 대표 가운데에는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닦는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극적 제스처로 독촉국민회의 총재직 취임을 수락한 이승만은 엄숙하게 말했다.
“통일을 속성하려면 각 정당과 사회단체를 통괄하는 총본부를 설치하여 전 민족이 동일한 보조를 취해야만 될 터이니, 이를 위하야 사지(死地)라도 피하지 않고 복종할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알고자 하오.”
회중은 일제히 다시 손을 들었다.
이승만은 김구와 김규식과의 유대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구 주석과 김규식 박사와는 절대로 협의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니 우리 세 사람의 합동에 대하야는 걱정하지 말고, 다만 각 지방에서도 우리와 같이 협동하야 진행하면 될 것이다.”
이승만은 끝으로 통일을 방해하는 자들을 단호히 척결할 맹약을 요구했다.
“만일 이와 같이 통일을 이루어 놓은 뒤에 임원 중에서나 혹 중요 인도자 중에서 통일을 방해하는 이가 있으면 나는 이것을 즉시 파면할 것이나, 또 무슨 사회단체나 정당이 새로 생겨서 민족통일을 방해한다면 이것은 어떠한 방법으로 조처할 것인가?”
참석자들은 일제히 손을 들면서 “우리가 진압하고, 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외쳤다.
이승만은 흡족했다.
“그러면 이것이 우리가 맹약하는 것이니 절대로 준행해야만 될 것이오.”
“뭉치면 李博士 하나요 나누어 놓으면 三千萬…”
이승만이 자리에 돌아와 앉자 부총재로 추대된 김구가 등단했다.
“여러분들이 독립을 찾아보겠다고 교통도 불편한 이때에 불원천리하고 이렇게 모였으니 우리나라는 여러분들의 그 열렬한 애국심의 결정으로 독립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깊이 결심하여야 할 것은 해방은 연합군의 힘으로 되었으나 독립은 우리 힘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이란 거저 헐값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독립을 하려면 먼저 우리 민족이 뭉쳐야 한다. 어떻게 뭉치느냐 하면 이 박사를 중심으로 뭉치자. 그래서 뭉치면 이 박사 하나요 나누어 놓으면 삼천만이 되도록 하자.”
김구의 말이 여기에 이르자 장내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일었다. 김구는 이처럼 자신이 제2인자임을 공식으로 천명한 것이다. 김구는 긴 박수가 끝나기를 기다려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박사와 김 박사와 나 세 사람은 단결해 있다. 여러분이 우리 세 사람을 총재, 부총재로 있게 하는 한 우리 세 사람은 퇴축(退縮)하지 않고 여러분과 같이 운동할 것을 굳게 맹세한다. 삼각산이 무너지면 무너졌지 우리 세 사람의 단결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니 여러분들은 안심하고 우리 세 사람과 같이 단결하여 가지고 삼천만인이 한덩어리가 되어 독립을 찾아서 우리도 남과 같이 한번 살아보자.”40)
회의는 정식으로 이승만을 총재, 김구와 김규식을 부총재로 추대했다. 그러자 이승만은 다시 등단하여 “여러분이 열렬한 정신으로 이 자리에서 독립운동 총사령부를 설치하면 나는 낡아진 목숨을 바쳐 여러분과 함께 이 총사령부 제1선에서 독립운동을 하겠다” 하고 열변을 토했다.41)
오후 2시에 속개한 회의는 “1. 미소공위가 최단기간 내에 속개되지 않고 이대로 천연될 때에는 3천만의 총의로 통일정권 수립을 촉진할 것을 결의함” 등 3개항의 <결의문>과 <연합국과 미소공위에 보내는 메시지>를 채택하고 폐회했다.42)
3. 右翼勢力 중심체로 民族統一總本部 설치
이승만은 독촉국민회 제2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하여 우익 그룹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이때의 일을 미군사령부 정보참모부(G-2)는 이승만의 ‘작은 쿠데타(minor coup d’etat)가 성공했다고 평했다.43)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945년 12월에 임시정부 내무부의 산하조직으로 발족하여 반탁운동 과정에서 급격히 성장한 정치공작대(政治工作隊)가 독촉국민회 지방대표자대회를 계기로 이승만 진영으로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정치공작대는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계기로 미군정부로부터 해체 압력을 받고 있었고, 또 실제로는 내무부장 신익희의 개인 조직처럼 됨으로써 한국독립당 인사들로부터도 견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승만과 신익희의 협력관계는 이보다 앞서 3월 1일에 독촉국민회 산하의 청년행동대로 독촉국민회청년대가 조직될 때부터 나타났다. 독촉국민회청년대는 이승만의 지방순회 때에 경호를 맡는 등으로 ‘이승만 친위부대’ 역할을 했다. 조직역량이 뛰어난 신익희와 정치공작대가 독촉국민회 지방대표대회에서 이승만 진영에 가담함으로써44) 이승만은 김구로 하여금 “뭉치면 이 박사 하나요 나누어 놓으면 삼천만이 되도록 하자”고 외치게 할 만큼 명분에서나 실제에서나 월등한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에 김구가 한 “뭉치면 이 박사 하나요…”라는 말은 뒤에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말이 되었다. 신익희는 6월 13일에 열린 독촉국민회 제1회 중앙상무집행위원회에서 이시영(李始榮) 위원장 아래 오하영(吳夏英)과 함께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오전 10시부터 운현궁(雲峴宮)에서 열린 이날의 집행위원회 회의는 인선문제로 오후 6시까지 장시간 계속되었는데, 정치공작대원들은 11개 집행부서 가운데 조직부장과 차장, 조사부장과 차장, 선전부 등의 요직을 차지했다.45)
民族統一總本部 설치를 발표
독촉국민회 전국대표대회에 참가한 지방대표들로부터 민족통일총본부 결성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은 이승만은 6월 2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직접 작성한 관계 문서와 부서 책임자 명단 등을 발표했다. 민통총본부는 정읍에서 밝힌 이승만의 새로운 건국운동을 실천할 전국조직이 될 것이었다.
통일총본부 설치의 취지를 천명하는 <민족통일선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광복대업을 완성하기에 민족통일이 가장 필요하니, 현시국의 정세와 총민의의 요망을 순응하여 민족통일총본부를 설립하고, 이로써 대한민족이 다시 통일됨을 자에 선언한다.
본부의 주의는 다음과 같으니,
안으로는 동족단결을 장려하여 파당적 구별이나 분열적 행동이 없기를 함께 도모하며, 밖으로는 연합우방들과 협동공작을 취하여 대업을 속성함.
금후부터는 모든 정당이나 단체가 다 전 민족의 공의를 존중하여 통일전선에 장애가 되거나 방해하는 폐가 없기를 기대함.
단 민주의원과 비상국민회의는 정당과 단체를 초월한 기관이므로 예외로 하고 그 밖의 기성 각 정당과 단체는 그 주의와 주장을 물론하고 다 총본부와 연락하여 통일을 실행함.
단기 4279년 6월 29일.”
이처럼 이승만은 미국식 민주정치의 한 양식인 ‘선서’나 ‘서약’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다소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민주의원과 비상국민회의는 함께 민족통일총본부의 관련 단체에서 제외한다고 선언문에서까지 언급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새로 구성된 민족통일총본부의 부서는 다음과 같았다.
총재 : 이승만, 부총재 : 김구
협의원 : 이시영(李始榮), 조성환(曺成煥), 오하영(吳夏英), 김성수(金性洙), 이범석(李範奭), 윤보선(尹潽善), 김동원(金東元), 허정(許政), 방응모(方應謨), 이묘묵(李卯默), 김순애(金淳愛) 노마리아(盧馬利亞).
정경부 : 김병노(金炳魯), 김상덕(金尙德), 이윤영(李允榮).
노농부 : 고창일(高昌一), 장자일(張子一), 전진한(錢鎭漢).
선전부 : 홍성하(洪性夏), 장석영(張錫英), 김선량(金善亮).
청년부 : 김철수(金喆壽), 김효석(金孝錫), 김 산(金 山), 박용만(朴容萬).
부녀부 : 박현숙(朴賢淑), 박승호(朴承浩), 임영신(任永信), 황신덕(黃信德).
단 지방에 계신 유력한 인사는 교섭이 끝나는 대로 추후 선정 발표함.46)
김규식이 부총재에서 제외된 것은 여운형과 함께 좌우합작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규식 대신에 김규식의 부인 김순애를 협의원에 포함시켰다. 협의원으로 선정된 광복군 참모장 이범석은 6월 4일에 광복군 500명과 함께 귀국해 있었다.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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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통일총본부 설치를 보도한 1946년 6월 30일자 《大東新聞》지면. |
“獨促中協 계승한 民意 총괄기관”
이승만은 <민족통일선언>과 민족통일총본부 부서를 발표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작년에 귀국한 뒤에 민족통일을 목표로 72개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가 주의 주장을 초월하고 광복사업에 합력코자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고 내외국에 반포한 뒤에 각 도 각 군에서 동성향응으로 조직이 진전되던바, 내가 석달동안 병중에 있을 적에 다소 정객들이 경향에 출몰하여 모략적 수단으로 몇몇 단체를 만들어 분열상태를 이루게 된 고로 이를 조정하려면 자연 분규가 생길 염려가 있으므로 간섭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터인데, 이번에 남도 각처 심방시에 이러한 내정을 더욱 상세히 알게 되었으며, 따라서 보통 요구하는 것이, 즉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그런즉 이것은 정치단체도 아니요 정부의 명의나 색태나 권위를 취하지 않으며 또는 새 단체를 이루어서 여러 단체 중에 하나가 되거나 모든 단체 위에 최고 기관이 되는 것도 아니며, 다만 기왕에 착수하여 그때에 존재한 72개 단체 좌우익을 물론하고 다 참가하여 이루었던 민족통일을 완성하려는 단순한 민의총괄 기관이니, 모든 단체나 개인이 각각 애국적 정신과 희생적 결심으로 광복대업만을 위하여 본부를 전민족 통일의 중심기관으로 인정하여 본부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조국광복과 건설에 다소간 공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48)
요컨대 민족통일총본부는 그가 귀국 직후에 결성했던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계승한 민의총괄기관이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성격이 모호하게 발족한 민족통일총본부는 우익단체들의 상설연락기구인 애국단체연합회를 흡수하여 이승만의 친위조직으로 급속히 세력을 강화해 나갔다. 애국단체연합회는 5월 12일의 독립전취 국민대회가 끝나자 5월 14일에 독촉국민회 회의실에서 회합하여 국민대회 청산회의를 열고 상설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여 조직된 것이었다. 이들은 민통총본부가 발족하자 적극 지지하면서 7월 15일에 전국애국단체대표자회의를 열고 민통총본부로 합류하기로 결의하고 연합회를 해체했다.49)
曺奉岩이 朴憲永에게 장문의 批判 편지 써
민족통일총본부 설치에 대한 이승만의 발표와 관련하여 민주의원과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에게 민주의원의 함상훈은 한마디로 “민주의원은 최고 정무의원이고 민족통일총본부는 국민운동의 총본부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비상국민회의 부의장 최동오(崔東旿)는 “민족통일총본부 설치에 관해서는 사전에 별 이야기는 없었다. 직접 연락관계가 없더라도 일해 감에 따라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민족통일총본부는 국민운동에 관한 기관이라고 알고 있다”라고 조금 뜨악하게 말했다.50)
좌익 정파들은 이승만과 김구를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주의민족전선의 이강국(李康國)은 “이 박사 김구씨를 중심으로 하는 민족통일 운운은 민족분열을 초래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이 박사나 김구씨는 자신을 위해서나 민족을 위해서나 벌써 당연히 물러나 앉아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51) 인민당은 “민족분열의 최고책임자로 낙인 찍힌 이 박사가 또 그 잔당들과 더불어 ‘민족통일총본부’라는 명칭을 띠고 나와 진지한 통일공작의 파괴를 기도하고 민중을 기만하고 있음은 언론자유가 악용된 적례(適例)이다”라고 극언했다.52) 또한 조선공산당은 서기국 명의로 이승만, 김구, 이시영 세 사람을 거명하면서 이들이 민족통일총본부를 설치한 것은 “또다시 한 가지 죄악을 범한 것이다”라고 질타하고, “반연합국, 반소련의 수괴이며 모든 분열, 테러, 혼란의 총책임자, 노팟쇼 광신자 이승만을 국외로 추방하자!”라고 매도했다.53)
공산당의 이러한 격렬한 반응은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을 계기로 미군정부가 5월 18일에 공산당기관지 《해방일보(解放日報)》를 폐간시키는 등 공산당에 대하여 일련의 강경조치를 취하는 데 따른 위기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선공산당은 때마침 민주주의민족전선 인천지부장인 공산당원 조봉암(曺奉岩)이 박헌영(朴憲永)에게 보내는 장문의 비판 편지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등 우익신문에 자세히 보도됨으로써 큰 타격을 입었다.54) 이 편지는 미군 CIC가 인천 민족전선 사무실을 수색할 때에 압수된 것이었다. 조봉암은 6월 11일에 인천 CIC에 체포되었다가 열흘 뒤에 석방되었는데, 그는 석방된 이튿날 인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미소공위 재개촉진 인천시민대회에서 “현재 조선민족은 공산당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등 5개항으로 된 공산당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55)
“테러의 魁首라 하였으니 否定치 않는다”
민통총본부의 설치에 대한 공산당의 비판성명에 대하여 이승만보다도 더 격분한 것은 김구였다. 김구는 7월 4일에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것은 귀국한 뒤에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뭉뚱그려 국민들에게 발표한 메시지였다. 그는 먼저 좌우익의 논란에 관하여 “나의 흉중에는 좌니 우니 하는 것은 개념조차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언명했다.
“건국강령의 요소에 있어서는 좌니 우니 라는 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이미 국제 공약에서 약속된 것이다. 인류 5천년 역사를 통하여 봉건적 악폐에 시달려 온 우리로서야 누가 또다시 압박자와 착취자의 집단체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동경하고 구가할 것이냐? … 좌니 우니 하는 것은 민족자멸의 근원이 될지니 생각할수록 오중(五中 : 오장)이 찢어질 듯하다.”
김구는 이어 감상적인 소회를 토로했다.
“내가 일찍이 조국의 광복을 위하야 만리이역에서 풍진천석(風塵天石)을 무릅쓰고 동서에 구치(驅馳)하고 남북에 유락(流落)한 것이 어언 30여년이오, 천령(賤齡)이 칠십유일세(七十有一歲)이다. 조모(朝暮)의 여생을 모르는 나로서 어찌 3천만의 중망을 저버리고 일생의 고절(孤節)을 버릴 배냐.”
그러고 나서 김구는 공산당의 성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7월 1일에 공산당 서기국에서 《조선인민보》를 통하여 ‘분열 책임자를 추방하라’는 제하에 나를 테러의 괴수라 하였으니, 나는 이것을 볼 때에 과연 국중에 우국의 지사와 혁명의 투사가 얼마나 있는가를 십분 생각하여 보았다. 적이 납항(納降·항복)하던 전날까지 적의 진두에 서서 성전(聖戰)이라고 찬양하고 적의 전승을 위하여 충(忠)을 맹세하고, 청년학도를 일으켜 전지로 내몰고, 적의 주구가 되어 적의 기관에 암약하며 적을 위하고 동포를 고압하던 자와, 적이 납항하고 연합군이 진주할 때까지 적의 통치기관인 총독부에 출입한 자는 모두 애국자이며 사상가이며 정치가이다.”
이러한 주장은 여운형 그룹과 일부 공산주의자들의 행적에 대한 김구의 불신감을 토로한 것이었다. 그는 ‘테러의 괴수’라고 한 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론했다.
“나를 테러의 괴수라 하였으니 이것은 자신이 부정치 않는다. 이달 6일에 우리 민족 전체가 경의를 다하여 봉장(奉葬)케 된 세 열사 가운데 윤봉길, 이봉창 양 의사의 의거는 김구가 사주하였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공표된 것이다. 나는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서는 이 이상의 방법이라도 취하였을 것이다. 만일 이것이 우리나라의 독립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조건이 된다면 나는 오늘이라도 단에서 내리어 동포 앞에 솔직히 사의를 표하려고 한다. 친애하는 동포여! 절역(絶域)에서 전전할 때에 고국의 산하를 바라보면서 그리운 동포를 연상할 때에 어찌 오늘과 같은 경우를 뜻하였으랴! 동포여! 반성할지어다. 동포여! 단결하지어다.”56)
그것은 배신감과 울분이 융합된 처연한 성명이었다.
孝昌公園에 國民葬으로 안장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세 열사의 국민장은 7월 7일 오후 2시부터 효창공원에서 장엄하게 거행되었다. 장례식에는 이승만, 김구, 오세창(吳世昌), 이시영 등 우익 민족주의 진영 인사들뿐만 아니라 여운형과 공산당 대표 등 좌익인사들도 참석하여 추도객은 5만여명에 이르렀다.57) 이날의 장례식 광경을 김구는 다음과 같이 자세히 적어 놓았다.
“장례식에 임하여 봉장위원회(奉葬委員會) 책임자들이 묏자리를 널리 구하였으나 여의치 못하여, 결국 내가 직접 잡아 놓은 용산 효창원 안에 매장하였다. 그것은 서울(漢城) 역사 이래 처음 보는 장례식이었다. 미군정 간부들도 전부 참석하였으며, 미국 군인도 호위차 같이 출동하겠다는 것을 이것만은 중지시켰다. 그러나 조선인 경관은 물론 지방 각지에 산재한 육-해군 경비대까지 집합하고, 각 정당 단체와 교육기관이며 각 공장 부문 일반 인사들이 총출동하여 태고사로부터 효창원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어, 전차 자동차 등 각종 차량과 일반 보행까지 일시 정지하였다. 슬픈 곡조를 연주하는 음악대를 선두로 사진반 기자는 사이사이에 늘어섰고, 그 다음은 제전을 드리는 화봉대(花峰隊), 창공에 흩날리는 만장대(輓章隊)가 따랐고, 그 뒤 여학생대가 3의사 상여를 모시니, 옛날 국왕 인산(因山) 때 이상으로 공전의 대성황을 이루었다.
장지에는 제일 앞머리에 안 의사의 유골을 봉안할 자리를 비워 놓고, 그 아래로 세 의사의 유골을 차례로 모셨다. 당일 임석한 유가족의 애도하는 눈물과 각 사회단체의 추도문 낭독으로 해는 빛을 잃은 듯하였다. 사진반 촬영으로 장례식을 마쳤다.”58)
이때에 맨 앞머리에 써 놓은 안중근의 빈 무덤은 아직도 주인의 유골을 찾지 못하고 있다.⊙
1) 박명림,《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Ⅱ)》, 나남출판, 1996, p. 240~241. 2) 박병엽 구술, 유영구-정창현 엮음,《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 선인출판사, 2010, pp. 55~56.
3) 《朝鮮日報》1946년 5월12일자, <鄭重한 態度를 取하자>. 4) 《東亞日報》1946년 5월13일자, <獨立戰取國民大會盛大히 進行>. 5) 《駐韓美軍史(2)》(History of the United States Armed Forces in Korea), (이하 HUSAFIK 2), 돌베개影印版, 1988, pp. 157~158. ;《朝鮮人民報》1946년 5월14일자, <言論機關等襲擊>. 6) 《大東新聞》1946년 5월14일자, <注目되는 金奎植博士의 爆彈演說> ;《現代日報》1946년 5월14일자, <金奎植氏遂態度表明, 怪!單獨政權樹立力說> ;《朝鮮人民報》1946년 5월15일자, <社說: 戰慄할 單獨政權說>. 7) 《朝鮮人民報》1946년 5월15일자, <統一民主政府냐 分裂專制政府냐>. 8) 《東亞日報》1946년 5월17일자, <金奎植博士談, 單獨政府는 浪說>. 9) 金俊淵,《獨立路線》, 時事時報社出版局, 1947, p. 126.
10) 安在鴻選集刊行委員會編,《民世安在鴻選集(2)》, <民政長官을 辭任하고>, 知識産業社, 1983, p. 271. 11) 《東亞日報》1946년 5월18일자, <李博士水原에>. 12) 《朝鮮日報》1946년 5월20일자, <大韓獨立戰取仁川國民大會> ;《東亞日報》1946년 5월21일자, <李博士仁川獨立戰取國民大會서 熱辯>. 13) 전상인, <한국의 국가, 그 생성과 역사적 추이>,《사회비평》제5호, 나남, 1991, p. 394. 14)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이하 FRUS) 1946, vol. Ⅷ, Government Printing Office, 1971, pp. 681~682. 15) 심지연,《人民黨硏究》,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1991, pp. 95~100. 16) 閔丙薰, <精版社僞造紙幣事件>,《轉換期의 內幕》, 朝鮮日報社, 1982, pp. 248~266 ; 金敬蘭,《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 연구》, 誠信女子大學校碩士學位論文, 1999, 참조.
17) Langdon to Byrnes, May 24, 1946, FRUS 1946, vol. Ⅷ, pp. 685~689. 18) 전상인, <1946년경 남한주민의 사회의식>,《고개숙인 수정주의: 한국현대사회의 역사사회학》, 전통과 현재, 2001, p. 70. 19) 《東亞日報》1946년 5월25일자, <晩時之歎 잇는 行政機構의 引渡> ;《서울신문》1946년 5월25일자, <「共委」再開를 確信>. 20) The New York Times, May 24, 1946, “Goodfellow Ends His Work in Korea, Political Adviser to Hodge Leaves Today”. 21) Byrnes to Langdon, May 25, 1946, FRUS 1946, vol. Ⅷ, p. 689.
22) 《東亞日報》1946년 5월28일자, <産業國으로 再建設>. 23) 《朝鮮人民報》1946년 5월29일자, <李博士의 專制君主夢>.24) Hodge to Goodfellow, May 30, 1946 ;《大韓民國史資料集(28) 李承晩關係書翰資料集 1(1944~1948)》, 國史編纂委員會, 1996, p. 81. 25) Hilldring to the Operations Division, War Department, Jun. 6, 1946, FRUS 1946, vol. Ⅷ, pp. 692~699. 26) op. cit., pp. 698~699.
27) 《朝鮮日報》1946년 6월5일자, <李承晩博士講演要旨> ;《서울신문》1946년 6월5일자, <南方만의 臨時政府 혹은 委員會組織이 必要> ;《自由新聞》1946년 6월5일자, <李承晩博士井邑서 重大講演>. 28) 《自由新聞》1946년 6월4일자, <李承晩博士, 井邑서 全州로>. 29) 《서울신문》1946년 6월6일자, <單獨政府樹立民衆希望에 同感>. 30) 《朝鮮人民報》1946년 6월6일자, <自律政府樹立의 面을 쓰고 나오는 南朝鮮單獨政府樹立의 陰謀를 紛碎하자!>. 31) 《서울신문》1946년 6월5일자, <單獨政府樹立說에 우리黨은 贊成不能>. 32) 《朝鮮人民報》1946년 6월6일자, <絶對로 反對>.
33) 《朝鮮日報》1946년 6월8일자, <韓國民主黨咸宣傳部長談話發表>. 34) 《中央新聞》1946년 6월6일자, <李博士 全州서도 講演, 記者會見>. 35) 《서울신문》1946년 6월8일자, <南朝鮮政府問題, 李承晩博士 힋다시 言及>. 36) Robert T. Oliver, Syngman Rhee and American Involvement in Korea 1942-1960: A Personal Narrative, Panmun Book Company LTD, 1998, p. 32. 37) 《東亞日報》1946년 6월9일자, <李承晩博士, 裡里서 獅子吼>. 38) 《大東新聞》1946년 6월8일자, <李博士群山서 熱論> ;《東亞日報》1946년 6월 9일자, <群山서도 講演>.
39) G-2 Periodical Report, no. 277(1946.7.13), p. 2.
40) <大韓獨立促成國民代表大會會議錄摘要>《梨花莊所藏 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四) 建國期文書 2》, 延世大學校現代韓國學硏究所, 1998, pp. 1~6 ; 康晉和編,《大韓民國建國十年誌》, 建國紀念事業會, 1956, pp. 288~289 ;《大東新聞》1946년 6월15,16일자, <李博士總裁就任辭> ;《東亞日報》1946년 6월12일자, <統一되어야 獨立한다>. 41) 《朝鮮日報》1946년 6월12일자, <李博士를 總裁推戴>. 42) 《東亞日報》1946년 6월12일자, <國民代表會議第二日盛況>. 43) G-2 “Summury of Recent Information Concerning the National Society for Rapid Realization of Independence”, 1946.9.28., incl. #3 to G-2 Weekly Summury, no. 56. 44) 박진희, <해방직후 정치공작대의 조직과 활동>,《역사와 현실》제21호, 역사비평사, 1996, pp. 197~203 ; 정병준,《우남 이승만 연구》, 역사비평사, 2005, p. 562.
45) 《朝鮮日報》1946년 6월15일자, <大韓獨立促成國民會> ;《大東新聞》1946년 6월17일자, <獨促國民會中央執行部選定>. 46) <民族統一宣言>《雩南李承晩文書 東文篇(十四)》, pp. 19~26. 47) 《朝鮮日報》1946년 6월5일자, <李範奭將軍과 갓치 光復軍五百歸國>; 《東亞日報》1946년 6월6일자, <李範奭將軍入京>.
48) 《大東新聞》1946년 6월30일자, <民族統一總本部成立>. 49) 이상훈, <해방후 대한독립촉성국민회의 국가건설운동>,《學林》第三十輯, 延世大史學硏究會, 2009, pp. 31~32. 50) 《서울신문》1946년 6월30일자, <民主議院側見解>, <非常國民會議側見解>. 51) 《서울신문》1946년 6월30일자, <民戰側見解>. 52) 《朝鮮人民報》1946년 7월1일자, <李博士 물러서라>. 53) 共産黨書記局, <分裂責任者를 追放하라, 李承晩, 金九, 李始榮等은 테로魁首>, 《朝鮮人民報》1946년 7월1일자. 54) 《朝鮮日報》1946년 5월7~8일자, <朴憲永동무에게> ;《東亞日報》1946년 5월7~9일자, <尊敬하는 朴동무에게> ;《大東新聞》1946년 5월7~10일자, <仁川重要幹部의 朴憲永에게보내는 警告文>. 55) 《東亞日報》1946년 6월26일자, <非共産政府를 세우자> ;《大東新聞》1946년 6월26일자, <仁川曺奉岩氏의 聲明書>.
56) 《大東新聞》1946년 7월6일자, <祖國光復爲핸 「테로魁首」도 좋다> ;《東亞日報》1946년 7월7일자, <入國後金總理最初聲明>. 57) 《東亞日報》1946년 6월23일자, <三烈士追悼式>. 58) 도진순 주해,《백범일지》, 돌베개, 1997, pp. 413~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