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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중국 정부의 탈북 여성 강제 북송

“中 정부의 탈북 여성 강제 북송은 중국 국내법과 국제법 위반”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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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맘연합회, 중국 내 탈북 여성 실태 조사해 발표
⊙ 탈북 여성 강제 북송 과정에서 중국 공안이 구타, 강간, 강제 낙태 증언
⊙ 탈북 여성들의 중국인 남편들 설문조사, 95%가 ‘아내 위해 남북한 통일 원한다’
중국 공안에 잡혀 북한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한 탈북소녀 최양의 부모와 탈북자들이 2019년 5월 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조선DB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국가 간 국경의 벽이 높아졌다. 그 바람에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도 전면 중단되다시피 했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입국한 탈북자는 총 195명이다. 적은 수이지만 여성 비중은 여전히 높다. 72%, 131명이다. 중국 내에 몸을 숨기고 있는 탈북 여성들은 한국 입국 루트가 막힌 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을 탈출한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는 자세히 모른다. 이들이 중국을 떠돌며 어떤 일을 겪는지, 공안에 발각된 후 북송되기까지 어떤 취급을 받는지 그동안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도대체 몇 명이나 중국 대륙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불법 이민자로 본다. 난민이 아니다. 북한을 탈출한 직후부터 탈북민들이 도망자로 살아야 하는 이유다. 탈북 여성 대부분이 매매혼 혹은 인신매매에 말려드는 사정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의 증언으로 서서히 알려졌다.
 
  통일맘연합회(이하 통일맘) 김정아 회장도 매매혼을 통해 중국 남성과 가정을 이루었다가 한국 입국에 성공한 경우다. 통일맘은 탈북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돕는 모임이다. 탈북 여성들이 겪었고, 겪고 있는 일을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영국 의회에서, 같은 해 10월엔 미국 백악관과 유엔 미국대표부에서 탈북 여성 문제를 증언했다.
 
 
  최초로 중국인 남편들 설문조사
 
지난해 5월 21일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왼쪽)가 탈북작가 지현아씨(가운데)와 함께 영국 옥스퍼드 유니온 토론클럽에서 탈북 여성들의 인권 피해를 증언하는 모습. 통일맘연합회는 탈북 여성과 그 자녀들이 겪는 일을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사진=통일맘연합회 제공
  지난해 9월 아사(餓死) 상태로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탈북 여성 한성옥씨도 중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중국에서 가정을 이뤘던 경우다. 이 모자의 애처로운 죽음이 중국 내 탈북 여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들은 곧 잊혔다. 지난 3년여간, 많은 중요한 일이 묻혔듯 말이다.
 
  통일맘은 지난 10월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강제 북송의 실태를 조사하는 설문조사를 했다.
 
  통일맘 측은 중국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 여성 221명에게 그들이 처한 상황을 물었다. 탈북 여성과 결혼한 후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중국인 남편 300명에게는 상황 인식을 물었다. 비대면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탈북 여성의 중국인 배우자들을 대상으로 300명 규모의 설문조사를 한 건 이번이 거의 최초다. 통일맘은 설문 결과를 분석해 지난 10월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는 중국 내 그리고 한국에 입국한 탈북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당연한 결과지만 중국에 있는 탈북 여성들은 무엇보다 중국 공안에 발각돼 강제로 북한으로 보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中 공안이 탈북 여성 강제 낙태
 
  이번 설문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중국 공안의 범죄 행위 가능성이다. 강제 북송을 위해 탈북 여성들을 끌고 가는 과정에서 구타와 강간, 강제 낙태 등의 범죄가 자행됐다는 답이 나왔다. 221명의 응답자 중 2명은 공안에게 ‘구타를 직접 당했다’고 답했고 4명은 ‘다른 여성이 구타나 강간을 당하는 걸 봤다’고 답했다. 34명은 ‘구타나 강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답했다. 중국인 남편들도 같은 증언을 했다. 응답자 300명 중 35명이 ‘탈북 여성이 구타당하는 걸 목격했다’고 답했다. ‘구타, 성추행, 강간당했다는 걸 들어본 적이 있다’는 답은 81명이 했다. 아내가 강제 북송되는 과정에서 중국인 남편 본인이나 다른 가족들이 공안에게 구타를 당했거나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대답은 105명에게서 나왔다. 임신한 여성을 강제로 낙태시키는 걸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엔 중국인 남편 4명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들어봤다고 답한 중국인 남편은 77명이었다. 탈북 여성이 출산한 아이를 죽이는 걸 봤다는 답도 2명이 했다. 68명은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어봤다고 답했다.
 
  둘째, 중국인 남편들의 강제 북송과 통일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 조사기관을 불문하고 이들에게 의견을 물은 조사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이들 중 대다수(275명, 92%)는 ‘탈북민 강제 북송이 부당하다’고 답했다. 사실 아무리 비밀 보장을 약속했다 하더라도 중국 국적인 이들이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답을 하기는 어려웠을 터다. 그럼에도 대다수가 강제 북송이 부당하다는 답을 했다는 건 그만큼 이들이 강한 문제의식을 느꼈다는 뜻이다. 한국에 살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도 큰 몫을 했을 터다.
 
  중국인 남편들의 대다수(295명, 98%)가 ‘남북한 통일을 원한다’고 답한 점도 이채롭다. 남북한 통일 후에 어느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묻자 ‘남한에서 살고 싶다’는 답이 159명(53%)에게서 나왔다. 남한에서 살기 원하는 이유로는 ‘복지 제도’ ‘자녀 교육’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답이 나왔다. 중국인 남편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원한다는 얘기가 된다. 중국인 남편들의 85%(256명)는 ‘남한에 있는 동안 통일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이 강제 북송 막아야
 
  셋째, 탈북 여성들과 중국인 남편들은 강제 북송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역할을 기대했다. 한국, 중국, 북한 중 한국이 자신들을 도울 수 있다고 답했다. 중국에 있는 탈북 여성의 51%(112명)가 ‘한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탈북 여성 중 39%(85명)가 ‘북한이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도 눈에 띈다.
 
  이들이 중국 정부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법령도 지키지 않고 있다. 1980년에 제정된 중국의 국적법을 예로 들어보자. 탈북 여성들과 관련된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4조, 부모 쌍방 혹은 일방이 중국 공민이고, 본인이 중국에서 출생하였으면, 중국 국적을 보유한다.
 
  제5조, 부모 쌍방 혹은 일방이 중국 공민이면 본인이 외국에서 출생하였어도 중국 국적을 보유한다. 다만, 부모 쌍방 혹은 일방이 중국 공민이면서 외국에 거주하며 본인 출생과 동시에 외국 국적을 보유하는 경우에는 중국 국적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제6조, 부모가 무(無)국적 혹은 국적 불명이지만 중국에 장기 거주하고 본인이 중국에서 출생한 경우에는 중국 국적을 보유한다.
 
  제7조, 외국인 혹은 무국적인이 자발적으로 중국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아래 조건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비준 신청하여 허가를 받아 중국 국적에 가입할 수 있다. ① 중국인의 가까운 친족인 경우 ② 중국에서 장기 거주한 경우 ③ 그 밖에 합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혈통주의를 중심으로 하되, 출생지주의를 보완한 국적법이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라도 중국인이면 어디서 태어났든 중국인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중국인이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장기 거주하며 낳은 경우엔 아이는 중국 국적을 받는다.
 
  제4조대로라면 탈북 여성이 중국인 남편과 낳은 아이는 중국 국적을 받을 수 있다. 제5조는 조금 민감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만약 탈북 여성이 중국인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채 강제 북송됐을 경우, 태어난 아이는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에 의해 강제 낙태를 당하거나 출생 직후 죽임을 당하는 아이가 중국인이고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제7조대로라면 중국인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탈북 여성은 중국 국적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현실에서 적용된 적은 사실상 없다.
 
 
 
사법부가 약한 중국

 
  중국 국적법 제4~7조를 주장하면서 살펴봐야 할 중국의 몇 가지 법적 상황이 있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탈북 여성과 중국인의 결혼을 중국 정부가 결혼으로 인정하는지이다. 1994년 2월 1일 공포된 중국의 혼인등기관리조례를 보면, 남녀가 혼인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경우 결혼증을 발급해준다. 탈북 여성과 중국 남성은 서류상 절차 없이 사실혼으로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법령에선 결혼이 아닌 단순 동거로 볼 수 있다. 제한된 범위에서라도 사실혼을 인정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사실혼에 대한 법적 보호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의 법이라 해도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성(省)정부가 중앙정부의 법률에 유보 조항이나 예외 조항을 다는 식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폐지했지만 한때 중국 정부는 한 가정에 한 자녀만 허용했다. 그런데 이때도 소수민족 자치구에선 두 자녀를 허용하기도 했다. 중앙정부가 정한 법이 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셋째, 중국은 사법부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삼권분립이 안 되어 있는 탓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모 한국 기업이 민사 재판을 진행해 중국 인민법원에서 승소한 적이 있다. 한국의 유수 로펌이 대리했다.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재판 결정대로 배상은 받지 못했다. 법원 결정문이 현실에서 결정적인 힘이 없어서다. 법원이 결정하면 강제 집행을 할 수 있는 한국이나 대부분의 법치국가와 다른 점이다. 법원이 무언가를 결정해도 행정부에서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중국 국적법 제4~7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문에 주목해야 한다. ‘가까운 친족’이라는 표현을 썼다. 친족에는 배우자, 혈족, 인척이 있다. 한국과 중국 둘 다 같다. 통상 중국 국적법에서 친족이라고 하면 넓어봤자 6촌이다. 한국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8촌 이내를 친족으로 본다.
 
  이 법령에서 지칭하는 ‘가까운 친족’을 4촌 이내로 본다면 중국인의 배우자도 친족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결혼이 인정되는 경우에서다. 그런데 다음 표현을 보자 ‘신청하면 허가를 받아 중국 국적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신청해도 허가가 반드시 되는 건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중국이 엄연히 명시되어 있는 자국 법령을 어기고 있는 건 사실이다.
 
 
  탈북민은 불법 이민자 아닌 ‘난민’
 
2019년 4월 30일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탈북자 가족,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가진 후 중국대사관에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우편함에 넣었다. 사진=조선DB
  통일맘은 중국은 왜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할까. 중국은 자국 내 탈북자들이 ‘난민’이 아닌 ‘불법 이민자’라고 주장한다. 강제 북송하며 내세운 명분이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두고 북한과 두 가지 협정을 맺었다. 1960년 체결한 ‘중북 탈주자 범죄인 상호인도협정’과 1986년에 체결한 ‘변경지역 국가 안전 및 사회 안전을 위한 의정서’다. 이 두 가지 협정을 내세워 중국 내 탈북자들을 주기적으로 수색·체포한 뒤 북한으로 강제로 보내고 있다.
 
  중국이 ‘난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2013년 출입국법을 개정했다. 난민들이 난민 신청 기간 중 중국 내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결국 중국은 북한과의 이해관계 등 외부적 요인 때문에 중국 국적법 같은 자국의 법령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법 위반 중인 중국

 
  중국은 국제법도 어기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북한인권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냈다. COI는 ‘중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강제송환하는 정책을 철저히 실행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 난민법과 인권법에 명시된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 준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어기고 있는 국제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탈북자 북송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위반이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은 국제법상 최초로 난민에 대한 정의를 내린 협약이다. ‘1951년 협약’이라고도 불린다. 중국은 1982년에 가입했다. 1951년 협약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난민 문제를 다루기 위해 처리됐다. 난민 발생의 원인이 된 사건에 두고 시간 제약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67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Protocol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가 체결된다. ‘1967년 의정서’라고도 불린다. 역시 중국은 이 의정서도 비준했다.
 
  1951년 협약 제33조 1항은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명시했다. ‘농 르풀망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이라고도 불린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혹은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개인의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가나 영역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난민을 송환하는 걸 금지하는 원칙이다. 비호국 내 혹은 국경에 있는 비호신청인에게도 난민 지위가 결정되기 전까지 적용된다. 비호신청인이란 스스로 난민이라 주장하지만, 난민 여부가 아직 심사되지 않은 신청자를 뜻한다.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어길 수 있는 유일한 예외 상황을 협약의 제33조 2항은 이렇게 규정했다. ‘난민이 현재 살고 있는 국가의 안보에 위협이 되거나, 특정 중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아 해당 지역사회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 한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
 
  둘째,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정식 명칭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CRC)’이다. 18세 미만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 등을 담은 국제적인 약속이다. 1989년 11월 20일,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했다. 대한민국은 1991년 11월 20일, 북한은 1990년 9월 21일에 비준했다. 중국도 물론 비준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7조 2항은 아동의 체포, 억류, 구금은 법에 의해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 꼭 필요한 최단 기간 동안만 행해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엔 아이도 예외가 없다. 2017년 11월 중국 선양에서 은신 중이던 네 살짜리 아이가 공안에 발각되어 구금됐다. 2019년 4월엔 역시 선양 외곽에서 은신 중이던 탈북자 7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이들 중엔 아홉 살 난 최모양이 있었다. 부모가 먼저 한국에 입국해 있다가 딸을 데려오려고 시도한 경우다. 국제적인 여론이 들끓자 중국 정부는 이들을 장기간 구금 상태에 뒀다.
 
  한국 내 탈북자 가운데, 3000여 명이 미성년 자녀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태어나 무국적자로 살다 한국에 들어온 경우다. 이들은 ‘중도입국 탈북자 청소년’, 혹은 ‘제3국 출생 탈북자 청소년’이라고 불린다.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간 탈북 여성과 중국 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 입국 뒤 국적을 취득한 미성년자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중국에서 겪은 심리적 상처를 어떻게든 견뎌내며 살고 있다. 그래도 한국에 들어온 이들은 운이 좋은 경우다. 지금도 중국엔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자라고 있는 탈북 여성의 자녀들이 있다.
 
  국제기구는 15년 전 이미 중국 정부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05년 중국 내 탈북 아동에게 미칠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로 북송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중국 정부 측에 전달했다.
 
  셋째, 중국의 강제 북송은 고문방지협약에 위배된다. 정확한 명칭은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Convention against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이다. 1987년에 발효했다. 여기서 말하는 고문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고문 행위뿐 아니라, 잔혹하거나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도 속한다. 다음은 조문 중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및 강제 북송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진 폭력 행위들에 관련한 조항이다.
 
  고문방지협약 제2조는 전쟁, 정치 불안정 등 어떤 예외적인 상황도 고문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공안이 강제 북송 과정에서 탈북 여성을 구타하거나 성적으로 유린하는 사례가 일어났다.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다. 제3조는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나라로 개인을 송환, 추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북한으로 탈북자들을 보내는 행위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란 얘기다.
 
 
  중국 정부 탈북자 정책 변화?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정책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2018년 중국 당국이 공안이 체포한 탈북자 60명 중 중국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 30명을 이례적으로 석방한 적이 있었다.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이후로 다시 북송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중국 정부가 탈북 여성들을 석방한 이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있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중국이 내부의 동요를 우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통일맘의 설문조사를 보면 대략 어떤 중국 남성이 탈북 여성과 결혼하는지 알 수 있다.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응답자의 94%(208명)가 한족이었다. 배우자의 직업을 보면 84%(185명)가 농부였다. 중국 사회의 기저를 떠받치는 계층이라 볼 수 있다.
 
  탈북 여성 1명이 강제 북송되면 그 여성과 결혼해 살던 남성과 그 가족들이 모두 고통을 당한다. 이들은 탈북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도 지불했다. 이들 입장에선 금전적인 피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이들 사이에서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퍼지는 걸 원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초로 중국인 남편들의 고통을 파악하는 데서 이번 설문조사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러시아 탈북 루트에도 이상 생겨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와 베트남이다. 4년 전까지는 러시아 탈북 루트도 존재했다. 1994년 러시아 벌목장을 이탈한 북한 벌목공들이 유엔의 난민 인정을 받아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 내 탈북민들이 현지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런데 이 절차가 2018년에 중단됐다. 미 국무부 측은 ‘미 의회가 2018년에 재승인한 북한인권법에 따라 미국은 모든 외국 정부가 해외 탈북민들의 재정착 과정을 위한 유엔난민기구(UNHCR)의 접근을 허용하도록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 의회가 2004년 채택한 북한인권법에 따라 해외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지난 5월 기준 220명이다. 거기에 2016년 북한과 러시아는 ‘북·러 불법 체류자 상호인도협정’을 체결했다. 북한 내에 러시아 불법 체류자가 있을 리 없다. 러시아 내 탈북자들을 송환하기 위한 협정이다. 이후 러시아 당국은 탈북민들이 난민 지위를 받는 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지의 탈북자 구호 관계자들이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전한 현지소식에 따르면, 협정 체결 이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탈북민 규모가 줄고 대기 기간도 길어졌다. 러시아에서 최근 15년간 난민 지원을 신청한 탈북민 300여 명 가운데 2명만 지위를 받았고, 2018년 말 현재 임시비호 지위를 가진 탈북민은 56명뿐이라고 한다. 유엔난민기구는 2019 연례 보고서에서 러시아에 난민 지위를 받아 사는 탈북민은 57명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오래전에 난민 지위를 받은 탈북자라고 한다.
 
 
  베트남 정부도 강제 북송 시도
 
2019년 9월 21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아사한 탈북 모자 한성옥, 김동진의 노제(路祭)가 열렸다. 탈북 가정에서 태어난 또래 어린이가 다섯 살 김동진군의 영정을 메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DB
  베트남에서도 2020년 초 탈북자 북송 문제가 불거졌다. 이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지난 1월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사건 경위는 이렇다. 2019년 11월 탈북민 11명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탈출하다 베트남 정부에 억류됐다. 일행 중 여성 2명이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베트남 경찰로부터 ‘중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후였다.
 
  이들이 자살 시도 후 쓰러져 있는 영상을 북한 주민 구출단체인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가 공개했다. 동영상은 미국 워싱턴과 아시아에 주재 중인 미국 외교관들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이때부터 탈북자 석방을 위해 베트남 정부와 접촉했다. “탈북자들을 중국이나 북한 측에 넘기지 말라”고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붙잡힌 11명에 이후 붙잡힌 2명까지 총 13명이 석방됐다.
 
  미국 외교관들의 노력으로 강제 북송이 미뤄졌지만, 탈북자들에게 이런 행운이 매번 따를 순 없다. 중국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유도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변하면 러시아와 베트남도 변할 수 있다. 북한과의 양자 관계를 넘어서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라는 걸 강조할 수밖에 없다.
 
  아픈 아이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한성옥씨 역시 중국에서 매매혼을 당했다. 중국에서는 안심하고 살 수 없어 한국으로 넘어왔고, 이때 가족들과 다시 헤어졌다. 어떤 하나의 사건 때문에 그녀가 사망하진 않았을 터다. 매매혼으로 중국인 남편을 만나 잘 사는 탈북 여성들도 많다. 한씨에겐 몇 번의 결정적인 순간에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이 늦었지만, 중국 땅을 떠도는 탈북 여성들과 그 가족들을 돕는 일이 곧 한성옥 모자를 후에라도 돕는 일이 아닐까. 우리는 대개 원인을 바꿔야 결과가 바뀐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시점을 바꿔보면 결과를 바꿔서 원인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남아 있는 우리의 도움으로 중국 땅을 떠도는 탈북 여성들이 평온을 찾는다면, 한성옥 모자도 비로소 안식(安息)에 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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