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북한은 4월 13일, 이른바 은하3호 로켓(실은 장거리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이 실용위성이라고 주장하는 ‘ 광명성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3호는 발사 2분 후 서해상에 추락했다.
북한은 왜 자꾸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를 하고 핵실험을 거듭하려는 것일까.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원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4월 4일 신라호텔에서 이 문제에 관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 가운데,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의 발표 내용을 옮긴다.
안드레이 란코프
⊙ 48세. 레닌그라드 국립대 학사, 박사.
⊙ 호주 국립대 한국사 교수. 국민대 교수.
⊙ 저서: 《스탈린에서 김일성까지: 북한의 형성, 1945-1960》 《북한의 위기: 1956년의
탈(脫)스탈린주의 실패》 《DMZ 이북: 북한의 일상생활에 관한 에세이집》 등.
북한은 4월 13일, 이른바 은하3호 로켓(실은 장거리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이 실용위성이라고 주장하는 ‘ 광명성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3호는 발사 2분 후 서해상에 추락했다.
북한은 왜 자꾸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를 하고 핵실험을 거듭하려는 것일까.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원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4월 4일 신라호텔에서 이 문제에 관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 가운데,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의 발표 내용을 옮긴다.
안드레이 란코프
⊙ 48세. 레닌그라드 국립대 학사, 박사.
⊙ 호주 국립대 한국사 교수. 국민대 교수.
⊙ 저서: 《스탈린에서 김일성까지: 북한의 형성, 1945-1960》 《북한의 위기: 1956년의
탈(脫)스탈린주의 실패》 《DMZ 이북: 북한의 일상생활에 관한 에세이집》 등.
- 북한이 ‘은하3호’로켓이라고 주장하는 대포동 2호가 평북 철산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4월 13일 발사된 ‘은하3호’는 2분여 만에 서해상에 추락했다.
오늘은 (로켓) 발사 문제보다 조금 더 넓게 북한을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북한의 정책 논리에 우선해서 분석해 보려고 한다.
북한 정치를 보는 언론에서 흔히, 북한이 비합리주의적 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세상에서 북한만큼 자신의 이익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이해하고, 국제관계를 잘 활용하는 정권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비합리주의적인 것처럼 보이는 북한 행위에는 논리가 있다. 내가 볼 때 북한이 직면한 제일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은 남한이다. 북한의 제일 큰 문제는 남한이 있다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남한의 경제적 성공이다. 많은 사람은 북한이 장차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배우고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혁과 개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 남한 때문이다. 중국에서 공산당 정권이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중국’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중국이 있었더라면―남한처럼 공산주의 중국보다 인구가 더 많고 생활수준이 훨씬 더 높은 지역이 있었더라면―중국에서 개혁과 개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북한의 정치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요인은 커다란 남북 격차이다. 세계를 보면, 남북한 격차만큼 1인당 소득 격차가 심한 이웃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물론 북한의 통계는 비공개이지만, 북한의 1인당 소득은 500달러 내지 2000달러로 추정된다. 나 개인적으로는 500~600달러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2만 달러이다. 바꿔 말하면, 15~30배 정도 차이가 있다.
남한이 더 잘산다는 것이 북한에선 정치문제
가령, 북한이 정말 개혁과 개방을 시작했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북한 주민들이 남한 생활에 대해 많이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남한이 비교적 잘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짐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잘은 모를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잘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날마다 고깃국에 쌀밥을 먹으면 최고로 잘사는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정말로 남한이 얼마나 잘사는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개혁과 개방은 말 그대로 개방이니까, 외국 투자가 많이 들어갈 것이고, 투자와 정보가 같이 들어갈 것인데, 특히 남쪽이 잘살고 있다는, 남한 생활에 대한 지식이 확산될 것이다. 정부에 대한 공포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중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못했다. 왜? 중국 사람들은 미국이 잘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보다 더 잘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 주민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과는 다른 국가이기 때문이다. 다른 민족이 사는 나라다. 중국은 미국과 통일할 수 없다. 북한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성공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광복 이전에 북한보다 어렵게 살던 지역이 지상천국과 같은 나라가 되었다. 또 우리도 이 나라의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돼지고기를 매일 먹고 현대 쏘나타를 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너무 매력적인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되지 않을까. 통일되더라도, 한동안 남북 격차는 남을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아주 매력적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북한 간부들의 문제도 있다. 북한 간부들의 논리는 이럴 것이다. ‘우리가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체제가 무너지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동유럽이나 소련에서는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도 공산당 출신 엘리트들이 그대로 실권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렇게 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주도하는 적화통일을 이룩했더라면 남한의 엘리트들을 어떻게 처리했을 것인지 알고 있다. (남한 당국으로부터) 대를 이어 성분이 나쁘고 토대가 나쁘다고 간주되고, 차별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핵무기 없는 북한이란 상상 못 해
많은 사람은 북한이 적화통일을 목표로 한다거나, 경제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거나, 또는 정상국가가 되고자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돌연 붕괴가 아닌) 자연사(自然死)이다. 체제 유지이다.
이것은 그들에 대한 분석력이 약해서 하는 생각이 아니다. 세계 역사에서 정치적 자살을 한 엘리트가 있었나? 자신의 권력과 특권을 포기한 엘리트가 있었나? 별로 생각할 수 없다. 북한 엘리트들이 생각하기에, 개혁과 개방은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체제가 무너지면 우리도 미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악순환이다. 악순환은 무엇인가. 그들은 경제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효율성이 너무 낮은, 시대착오적인 경제체제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외부로부터 조건이 없는 지원을 받아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자기 힘으로 경제를 살리지 못하니까.
다른 길은 무엇일까. 물론 핵무기이다. 미사일 개발이다. 대안이 없다. 현인택 교수 말처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는 같은 패키지로 볼 수 있다. 같이 보아야 한다. 핵무기를 왜 필요로 하나? 한편으로는 억제력 때문이다. 그들은 정녕,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특히 리비아의 사례가 아주 흥미롭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약속을 믿었던 카다피는 지금 어디에 있나? 그 가족은 어떻게 되었나?
북한 측은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카다피의 교훈에서 배운 것이 무엇이냐. 핵무기를, 핵 억제력을 포기한 독재자는 자신의 죽임뿐만 아니라 자기 가족까지 죽이는 사람이다.
북한은 그러면서 협박 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미국,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로부터―지원을 얻는 방법은 핵무기를 이용하는 길뿐이다. 핵무기가 없는 북한은 가치가 없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불가피하게 핵을 유지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
북한 엘리트에게 주민은 중요치 않아
유감스럽지만 지금 북한이 택하는 전략은, 북한의 정책 결정권자들, 북한 정치 엘리트들의 장기 이익에 잘 맞는 정책이다. 대안이 보이지 않는 전략이다. 물론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비극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주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가 볼 때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정권 때와 비슷하게 같은 정책을 취할 것이다. 김정은은 생존을 위한 기본 원칙으로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본다.
첫째, 중국을 모방하지 말고, 개혁과 개방을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주민들을―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을―겁먹게 만들어야 한다. 정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수용소에서 살아야 한다.
셋째,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것을 이용해서 세계로부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양보를 조건 없이 획득하는 정책이다.
또 아주 중요한 것이 있다. 지금 북한은 자발적 시장의 시대이다. 가능하면,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화 세력을 통제, 탄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하지는 않는다. 아주 위험하다. 장마당을 너무 많이 압력하면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튀니지처럼.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 정책을 취하더라도 김정은 정권이 10년, 20년, 어쩌면 30년까지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경우 아래에서의 변화가 심할 것이다. 지금 중요한 사실은 북한의 시장화다. 북한은 사실상 국가사회주의 경제가 아니다. 이미 자발적인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이다. 평균적인 북한 가족은, 그 소득 구조를 보면, 국가에서 나오는 배급과 월급보다 장마당에서 더 돈을 번다.
북한에선 지금 외부에 대한 지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 원래 없었던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다. 장기적으로 말하면 이 같은 변화는 북한 체제, 정권의 기반을 보이지 않게 약화시키고, 파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 문제는 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중국은 북한의 국내 안정 해치는 압력 넣지 않을 것”
김정은은 어느 정도 운이 좋은 독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웃나라들은 사실상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 물론 이웃나라들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북한에 심각한 국내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여, 북한에 많은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북한의 국내 안정 유지가 더 중요한 목표다. 바꿔 말하면, 중국은 북한의 국내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압력을 넣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합의를 깨면서 돌연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문제는 설명하기 어렵다. 어쩌면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의 대립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외무성과 인민군 사이의 대립 같은 식으로….
하지만 나름 어떤 논리가 있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북한은 올해 여름이나 가을쯤 제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농축 우라늄을 많이 생산했을 경우, 우라늄 핵실험을 함으로써, 북한은 자신이 미사일 개발도 잘하고, 핵실험도 잘하고, 우라늄 농축도 잘하는 위험한 존재임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그 대신에 원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올해 말까지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북한 정치를 보는 언론에서 흔히, 북한이 비합리주의적 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세상에서 북한만큼 자신의 이익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이해하고, 국제관계를 잘 활용하는 정권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비합리주의적인 것처럼 보이는 북한 행위에는 논리가 있다. 내가 볼 때 북한이 직면한 제일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은 남한이다. 북한의 제일 큰 문제는 남한이 있다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남한의 경제적 성공이다. 많은 사람은 북한이 장차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배우고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혁과 개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 남한 때문이다. 중국에서 공산당 정권이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중국’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중국이 있었더라면―남한처럼 공산주의 중국보다 인구가 더 많고 생활수준이 훨씬 더 높은 지역이 있었더라면―중국에서 개혁과 개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북한의 정치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요인은 커다란 남북 격차이다. 세계를 보면, 남북한 격차만큼 1인당 소득 격차가 심한 이웃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물론 북한의 통계는 비공개이지만, 북한의 1인당 소득은 500달러 내지 2000달러로 추정된다. 나 개인적으로는 500~600달러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2만 달러이다. 바꿔 말하면, 15~30배 정도 차이가 있다.
남한이 더 잘산다는 것이 북한에선 정치문제
가령, 북한이 정말 개혁과 개방을 시작했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북한 주민들이 남한 생활에 대해 많이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남한이 비교적 잘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짐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잘은 모를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잘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날마다 고깃국에 쌀밥을 먹으면 최고로 잘사는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정말로 남한이 얼마나 잘사는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개혁과 개방은 말 그대로 개방이니까, 외국 투자가 많이 들어갈 것이고, 투자와 정보가 같이 들어갈 것인데, 특히 남쪽이 잘살고 있다는, 남한 생활에 대한 지식이 확산될 것이다. 정부에 대한 공포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중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못했다. 왜? 중국 사람들은 미국이 잘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보다 더 잘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 주민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과는 다른 국가이기 때문이다. 다른 민족이 사는 나라다. 중국은 미국과 통일할 수 없다. 북한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성공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광복 이전에 북한보다 어렵게 살던 지역이 지상천국과 같은 나라가 되었다. 또 우리도 이 나라의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돼지고기를 매일 먹고 현대 쏘나타를 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너무 매력적인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되지 않을까. 통일되더라도, 한동안 남북 격차는 남을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아주 매력적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북한 간부들의 문제도 있다. 북한 간부들의 논리는 이럴 것이다. ‘우리가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체제가 무너지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동유럽이나 소련에서는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도 공산당 출신 엘리트들이 그대로 실권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렇게 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주도하는 적화통일을 이룩했더라면 남한의 엘리트들을 어떻게 처리했을 것인지 알고 있다. (남한 당국으로부터) 대를 이어 성분이 나쁘고 토대가 나쁘다고 간주되고, 차별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핵무기 없는 북한이란 상상 못 해
많은 사람은 북한이 적화통일을 목표로 한다거나, 경제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거나, 또는 정상국가가 되고자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돌연 붕괴가 아닌) 자연사(自然死)이다. 체제 유지이다.
이것은 그들에 대한 분석력이 약해서 하는 생각이 아니다. 세계 역사에서 정치적 자살을 한 엘리트가 있었나? 자신의 권력과 특권을 포기한 엘리트가 있었나? 별로 생각할 수 없다. 북한 엘리트들이 생각하기에, 개혁과 개방은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체제가 무너지면 우리도 미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악순환이다. 악순환은 무엇인가. 그들은 경제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효율성이 너무 낮은, 시대착오적인 경제체제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외부로부터 조건이 없는 지원을 받아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자기 힘으로 경제를 살리지 못하니까.
다른 길은 무엇일까. 물론 핵무기이다. 미사일 개발이다. 대안이 없다. 현인택 교수 말처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는 같은 패키지로 볼 수 있다. 같이 보아야 한다. 핵무기를 왜 필요로 하나? 한편으로는 억제력 때문이다. 그들은 정녕,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특히 리비아의 사례가 아주 흥미롭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약속을 믿었던 카다피는 지금 어디에 있나? 그 가족은 어떻게 되었나?
북한 측은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카다피의 교훈에서 배운 것이 무엇이냐. 핵무기를, 핵 억제력을 포기한 독재자는 자신의 죽임뿐만 아니라 자기 가족까지 죽이는 사람이다.
북한은 그러면서 협박 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미국,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로부터―지원을 얻는 방법은 핵무기를 이용하는 길뿐이다. 핵무기가 없는 북한은 가치가 없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불가피하게 핵을 유지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
북한 엘리트에게 주민은 중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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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5일 김정일 사망 100일을 맞아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김정은 등 북한지도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 주민들을 도외시한 정치엘리트들의 장기이익에 맞는 정책이다. |
내가 볼 때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정권 때와 비슷하게 같은 정책을 취할 것이다. 김정은은 생존을 위한 기본 원칙으로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본다.
첫째, 중국을 모방하지 말고, 개혁과 개방을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주민들을―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을―겁먹게 만들어야 한다. 정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수용소에서 살아야 한다.
셋째,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것을 이용해서 세계로부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양보를 조건 없이 획득하는 정책이다.
또 아주 중요한 것이 있다. 지금 북한은 자발적 시장의 시대이다. 가능하면,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화 세력을 통제, 탄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하지는 않는다. 아주 위험하다. 장마당을 너무 많이 압력하면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튀니지처럼.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 정책을 취하더라도 김정은 정권이 10년, 20년, 어쩌면 30년까지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경우 아래에서의 변화가 심할 것이다. 지금 중요한 사실은 북한의 시장화다. 북한은 사실상 국가사회주의 경제가 아니다. 이미 자발적인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이다. 평균적인 북한 가족은, 그 소득 구조를 보면, 국가에서 나오는 배급과 월급보다 장마당에서 더 돈을 번다.
북한에선 지금 외부에 대한 지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 원래 없었던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다. 장기적으로 말하면 이 같은 변화는 북한 체제, 정권의 기반을 보이지 않게 약화시키고, 파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 문제는 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중국은 북한의 국내 안정 해치는 압력 넣지 않을 것”
김정은은 어느 정도 운이 좋은 독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웃나라들은 사실상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 물론 이웃나라들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북한에 심각한 국내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여, 북한에 많은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북한의 국내 안정 유지가 더 중요한 목표다. 바꿔 말하면, 중국은 북한의 국내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압력을 넣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합의를 깨면서 돌연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문제는 설명하기 어렵다. 어쩌면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의 대립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외무성과 인민군 사이의 대립 같은 식으로….
하지만 나름 어떤 논리가 있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북한은 올해 여름이나 가을쯤 제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농축 우라늄을 많이 생산했을 경우, 우라늄 핵실험을 함으로써, 북한은 자신이 미사일 개발도 잘하고, 핵실험도 잘하고, 우라늄 농축도 잘하는 위험한 존재임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그 대신에 원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올해 말까지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