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생연도, 출생지 조작, 改名 등에서 유사한 모습 보여
⊙ ‘포병전문가’ 운운하며 군사적 업적 강조
⊙ 한동근(총정치국 선전부장), 김기남(노동당 선전선동부장) 등이 김정은 우상화 앞장
柳賢洙
⊙ 36세.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 졸업.
⊙ 북한인권학생연대 사무국장 역임. 現 열린북한방송 통신부장.
⊙ 저서: 《북한자유선언》(공저), 《종북주의 왜 문제인가》.
⊙ ‘포병전문가’ 운운하며 군사적 업적 강조
⊙ 한동근(총정치국 선전부장), 김기남(노동당 선전선동부장) 등이 김정은 우상화 앞장
柳賢洙
⊙ 36세.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 졸업.
⊙ 북한인권학생연대 사무국장 역임. 現 열린북한방송 통신부장.
⊙ 저서: 《북한자유선언》(공저), 《종북주의 왜 문제인가》.
- 지난 1월 1일 근위서울류경수105탱크사단을 시찰한 김정은. 김정은 우상화는 그의 군사적 능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10년 9월 28일 제3차 조선노동당 당대표자회를 통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함을 달고 공식 등장한 김정은(金正恩)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옷차림은 물론 풍모와 얼굴에 이르기까지 김일성(金日成)과 흡사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이 김일성의 이미지에 기대어 자신의 존재를 합리화시키는 ‘정치적 상징조작(象徵操作)’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김정은이 ‘실체와는 다른 환영(幻影)을 교묘하게 조작함으로써 대중을 움직이는 이러한 상징조작’을 통해 북한의 새로운 리더가 될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서른 살도 채 안 된 김정은의 모습은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가 공개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나 스위스에서의 학창 시절 때 찍었던 사진과 비교해 상당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그가 (김일성처럼 보이기 위해) 3년여간 총 6차례의 크고 작은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늘 입고 다니는 인민복은 김일성이 입고 다녔던 스타일과 유사하며, 김일성과 비슷한 풍채를 보이기 위해 살을 일부러 찌웠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또한 속도의 차이가 있지만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우상화 사례들이 그대로 쓰였다.
우선 출생지의 조작이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소련에 머물고 있던 1940년대 초반 소련의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김일성과 같은 ‘백두산 혈통’을 강조하기 위해 ‘백두산 밀영(密營)’으로 고향을 바꾸어 선전했다. 이것이 1984년의 일이다. 이즈음에 김정일의 어린 시절을 알던 빨치산 출신 원로들이 상당수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북한에서는 1986년부터 김정일을 ‘위대한 영도자’라고 공개적으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1987년 2월에는 밀영에 귀틀집을 마련해 성지로 만들었다.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9년 1월 평안북도 창성에 김정은의 ‘사적지’가 완공됐다. 원래는 김정일이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에게 선물한 집이었는데, 2007년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로써 김일성의 만경대 고향집, 김정일의 백두산 밀영에 이어 김정은의 창성 고향집이 ‘혁명의 성지’, ‘마음의 고향’ 등으로 불리게 된다. 고영희는 재일교포 출신이며, 김정은은 그의 이복형 김정남처럼 평양의 고위층 전용병원인 봉화진료소에서 태어났다.
“天出名將은 다 월요일에 태어났다”
둘째는 출생연도와 관련된 우상화이다. 김정일의 출생연월일은 1942년 2월 16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982년 발표된 것인데, 그 전에는 1941년 2월 16일생으로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조선중앙TV는 1981년과 1982년 2월 초순경 2년 연속 ‘지도자 동지의 40회 생일을 맞이하여’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김정일의 태어난 해를 한 해 늦춘 이유는 김일성의 생일과 ‘꺾이는 해’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5주년, 10주년이 되는 해를 ‘꺾이는 해(정주년)’로 부르는데, 이때는 생일 축하행사를 더 크게 한다.
김정은의 출생년은 종래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 등에 의해 1983년생(일부 북한 소식통은 1984년이라고 주장)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1982년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12년생인 김일성이 100회 생일을 맞으면 김정일은 70회, 김정은은 30회 생일이 된다. 북한이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전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김일성이 태어난 해인 1912년 4월 15일이 월요일, 김정숙이 태어난 1917년 12월 24일도 월요일,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조작된 1942년 2월 16일도 월요일이라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은 “천출명장(天出名將)들은 다 월요일에 태어났다”며 “수령님도 장군님도 월요일에 태어났다”는 식으로 우상화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는 김정은의 생일이 1월 8일로 알려져 있는데, 1982~84년 모두 1월 8일은 월요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의 생일도 월요일인 1982년 1월 4일이나 1월 11일 등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父子 모두 改名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김정일의 어릴 때 이름은 김유라였다. 소련의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러시아식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불린 것이다. 그가 다녔던 남산고급중학교 교원의 증언에 의하면 학교 출석부에도 ‘김유라’로 올랐다. 하지만 학교 졸업을 얼마 앞두고 김정일은 “이제 내 이름은 김유라가 아니라 김정일로 고쳤으니 앞으로 김정일로 불러달라”고 했다고 한다.
김정일이라는 이름의 한자 표기도 처음에는 ‘正一’로 썼다가 뒤에 어머니인 김정숙의 ‘정(正)’과 김일성의 ‘일(日)’을 합성해서 ‘正日’로 바꾼다. 이는 김정일 자신이 김일성과 김정숙의 유일한 적자임을 드러내고자 한 것인데, 그의 이복동생 ‘평일(平一)’과 ‘영일(英一)’은 모두 ‘한 일(一)’자를 쓰고 있다. ‘正日’로 바꾼 것은 1980년 10월이다.
김정은도 처음에는 김정운(金正雲)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다 2009년 10월부터 ‘김정은’으로 공식 표기됐다. 일각에서는 후지모토 겐지가 ‘은’을 ‘운’으로 잘못 발음한 것이 오해의 원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열린북한방송의 북한 소식통에 의하면 2009년 당시에도 상당수의 북한 간부 역시 ‘김정운’으로 알고 있었다. ‘운(雲)’이 북한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쓰이기 때문에 수령의 은덕을 상징하는 ‘은(恩)’으로 바꾸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유사점이 또 하나 있다. 김정일의 사망 이후 그의 큰아들인 김정남은 물론 김정은의 동복(同腹) 형인 김정철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이들이 권력의 ‘곁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김정일에게도 그가 권력을 잡은 뒤 20여 년 동안 외곽을 떠돌아야만 했던 ‘곁가지’가 있었다. 계모 김성애가 낳은 이복동생 김평일이 그 주인공이다. 그 역시 김정일의 영원한 곁가지로서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장의(葬儀)위원회 명단에서 빠졌다. 김정일의 장의위원회에서 다른 두 아들이 빠진 사실은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은 문학예술의 천재”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되어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에 대한 우상화 작업 역시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이는 북한에서 교원이었던 탈북자 장모(여)씨가 2010년 7월 하나원에서 밝힌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김정은이 언제 주민들 사이에 알려졌느냐”는 질문에 “김정은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2009년) 3월 초였던 것 같다”며 “저희 학교 부교장이 교원들만 모아놓고 포치(전파)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부교장은 청년대장 김 대장 동지께서 곧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아직 학생들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말했고 두 달 후인 지난해 5월에 들어서야 김정은의 찬양가인 ‘발걸음’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까지 ‘김 대장’의 업적이 모두 퍼졌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9세 생일 때 선물로 선사된 노래 ‘발걸음’은 2009년경부터 그의 찬양가로 둔갑되어 보급되기 시작했다. 가사 중의 일부가 ‘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인데, 여기서의 김 대장은 김정은을 가리킨다.
비슷한 시기에 A4 용지 반 장 정도 되는 크기의 종이를 50장 정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김정은 위대성 교양자료>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김정은이 김정일의 선군(先軍)혁명사상을 가장 완벽하게 체현하고 이를 전당(全黨)과 전군(全軍), 온 사회에 철저히 구현하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선군사상으로 북한을 정치강국에 이어 군사강국, 핵(核)대국으로 지구 우에 우뚝 서게 하기 위해 불면불휴(不眠不休)의 노고를 다 바치고 있다.
둘째, 김정은은 문학예술의 천재다. 그가 직접 지도하여 창작 완성한 작품이 가극 <강선의 저녁노을>, <은하수>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넜다’는 김일성 우상화 내용처럼 여기에도 김정은이 이미 세 살 때부터 총을 잡고 표적판을 명중시켰다는 식의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2009년 당 대표자회 이후 김정일의 건강악화로 인해 김정은 우상화 작업의 속도가 빨라졌다. 이 과정에서 이성적인 방법도 많이 사용됐다. 그가 후계자로 내정된 후 쌓은 업적들을 선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다. ▲전연군단(휴전선 인근 부대)에서 1년간 힘든 군복무를 하고 ▲김일성 군사종합대학 포병학부를 나온 ‘포(砲)사격의 귀재’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 관련 학부 졸업 등을 통해 CNC(컴퓨터수치제어)를 개발하게 됐고 이것이 기술혁신으로 이어져 인민생활을 향상시켰다는 선전 등이 그것이다.
“김일성 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후계자 수업”
김정일 사후(死後)에는 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감성과 이성을 모두 자극하는 방향에서 우상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최대한 빨리 김정은 체제가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1일 오전 0시30분 조선중앙TV에서는 김정은을 위한 찬양노래인 ‘발걸음’을 뮤직비디오 형태로 제작해 처음 방영했다. 음악이 흐르는 화면에는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축포야회(불꽃놀이)’, ‘CNC(컴퓨터수치제어)’ 기계들, 인공위성 발사, 열병식 등 군사 훈련의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신년공동사설에서는 “청년들은 ‘조선청년행진곡’을 높이 부르며 강성대국 건설에서 위훈을 떨치자”고 강조하며 새롭게 ‘조선청년행진곡’이라는 노래도 띄우고 있다.
또한 북한의 대남(對南)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월 5일 김정은을 ‘사상이론의 천재’로 칭송하면서 그가 “16세에 김일성 주석의 업적을 다룬 논문을 썼다”고 주장하며 “16세에 군사전략가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김일성의 영군술(領軍術)과 그 업적에 대한 다방면적이고도 종합적인 논문을 대작으로 완성해 만 사람의 경탄과 존경을 불러일으켰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우상화 선전과 관련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군(軍)과 관련된 것들이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이후 북한 매체들은 “그가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본격적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며 “특히 인공위성 자료와 GPS 수신기 좌표를 이용해 작전지도를 만드는 등 포병 전문가로서 명성을 날렸다”고 강조했다.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지 두 달 만인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을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올해 1월 8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는 김정은이 2009년 4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당시 ‘위성관제 종합지휘소’를 찾은 모습과 탱크에 직접 타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미사일 발사 당일 “적들이 (위성)요격으로 나오면 진짜 전쟁을 하자고 결심을 하고 왔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김정일 사후 바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지위를 갖게 된 김정은의 군사적 능력을 포장해 그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한국에 대한 도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정은 우상화의 주역들
2010년 초까지 김정은 우상화 작업의 총책은 당시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이었던 최익규가 맡고 있었다. 인민군 총정치국 선전부장인 한동근 상장(上將)이 그의 참모장 격이었다. 이들이 김정은의 공식 등장 이전까지 우상화 작업을 맡아 ‘발걸음’이나 <김정은 위대성 교양자료> 등을 제작·보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선전과 영화창작 분야에서 김정일이 후계자로 부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최익규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는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0년 초 해임됐다.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강연회, 집회 등이 군부(軍部)와 보위(保衛)기관을 중심으로 제일 먼저 진행됐기 때문에 김정은 우상화 과정에서 한동근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금도 총정치국 선전부장으로 건재하다. 이는 김정은이 군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총정치국에서 주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공식 등장한 김정은 우상화 사업과 관련한 일련의 선전·선동 작업에 노동당과 인민군 총정치국의 베테랑 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있다. 우선 김기남 노동당 비서(김정일 장례위원회 서열 8위)는 당 대표자회에서 선전선동부장으로 임명되어 김정은 시대 선전 활동의 총책임을 맡았다. 당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책임주필로 김기룡이 임명됐다. 지난 1월 5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친필 답신을 거론하면서 ‘백두산형 장군(김정일)의 명필체’라고 찬양했다. 글씨체마저 김정일과 동일시해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0년 2월 22일에는 문화상에서 해임됐던 강능수가 노동당 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번 김정일 장례위원회에서 서열 33위로 올라섰다. 그가 선전 전문가란 점에서 앞으로 김정은 우상화에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정은 ‘大將’의 의미
원래 김정일의 후계자는 김정은이 아니라 지금은 마카오에 머물고 있는 김정남이었다.
김정일의 처조카였던 이한영에 의하면 김정남은 어려서부터 생일이 되면 소련 육해공군 원수복(元帥服)을 입고 명예위병대를 사열한 뒤 김정일의 손을 잡고 오락실에 들어갔다. 그의 계급은 매년 생일마다 올라갔는데, 세 살 때 소장(少將), 네 살 때 중장(中將), 다섯 살에 상장, 여섯 살에 대장(大將), 일곱 살에 원수(元帥), 여덟 살 때는 대원수(大元帥)로 올랐다. 김정일이 계급을 올려주고 계급장을 군복에 달아준 것이다. 그래서 여덟 살 이후 관저의 수행원들은 그를 ‘대원수 동지’라고 불렀다.
물론 김정남은 그의 어머니 성혜림의 사망과 개혁개방에 대한 김정일과의 입장 차이, 2001년 디즈니랜드 방문을 위한 일본 밀입국 사실이 노출되는 사건 등으로 후계자의 지위에서 낙마한다.
후지모토 겐지에 의하면 김정은 역시 어려서부터 이러한 대장 놀이를 했다. 이렇게 김정일은 자신의 아들들이 어렸을 때부터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했다. 특히 정권 유지에 가장 필요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군대의 소중함을 가르쳤다.
2010년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은 진짜 ‘대장’이 됐다. 군대를 중요시하는 북한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했다고 선전해 왔으며, 대장 칭호 수여는 김정은을 선군지도자로 내세우기 위한 상징적 조치였다. 김정일이 주체사상을 체계화하여 김일성의 후계자가 됐듯이 김정은은 선군사상을 체계화하여 후계자의 지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2009년 4월 개정된 북한 헌법에 선군사상이 새롭게 명기된 것 역시 같은 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수령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는 사상 이론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둘째 영도 방법적으로 준비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고매한 덕성을 가져 북한 주민들이 진심으로 따를 수 있는 풍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상 이론적으로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대장 지위를 갖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선군사상의 이론화 작업을 완성 발전시켜 수령의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과 같은 시기에 대장이 된 그의 고모 김경희나 전(前) 인민무력부장 최현(崔賢)의 아들 최룡해(崔龍海) 노동당 비서, 그리고 김정일의 장례기간에 최초로 대장 계급장을 달고 군복 차림으로 등장한 장성택(張成澤) 등의 경우는 다른 의미이다.
영결식 모습 통해 ‘孝子’ 이미지 부각
민간인이었던 그들에게 대장 칭호를 수여한 것은 김정은 시대를 위한, 김정은 후계체제 완성을 위한 준비다. 특히 김경희와 그의 남편 장성택은 김정일의 대리인으로서 김정은의 후견을 위한 조치로 대장 계급장을 단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의 정세가 어떤 상황으로 흘러갈지는 많은 변수가 있어 알 수 없지만, 당분간 그들이 리영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김정각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과 함께 김정은 1인 지배체제의 구축을 위한 보좌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2월 28일 김정일의 영결식 장면에서 검은색 코트를 입은 김정은은 장성택, 김기남, 최태복의 앞에 섰다. 그리고 영구차 건너편에는 리영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군부 인물이 섰다. 우 쪽의 당 인사들과 좌 쪽의 군인들이 김정은을 보좌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김정은은 금수산기념궁전을 나오고 들어가는 30여 분간 맨손으로 영구차의 사이드미러를 시종 잡고 있었다. 그 추운 영하의 날씨에서도 그가 맨손으로 나선 것은 왜일까? 그것은 물론 김정은이 김정일 수령에게 극진한 효성을 보이는 충성스러운 후계자이자 아들이라는 것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함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상화 작업은 김정은이 북한의 권력을 놓을 때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의 해가 밝았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을 ‘21세기의 태양’, ‘인민의 영도자’, ‘친어버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등 김정일과 동급으로 호칭하며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우상화의 노력 속에 과연 김정은은 김정일이 없는 북한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서른 살도 채 안 된 김정은의 모습은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가 공개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나 스위스에서의 학창 시절 때 찍었던 사진과 비교해 상당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그가 (김일성처럼 보이기 위해) 3년여간 총 6차례의 크고 작은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가 늘 입고 다니는 인민복은 김일성이 입고 다녔던 스타일과 유사하며, 김일성과 비슷한 풍채를 보이기 위해 살을 일부러 찌웠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또한 속도의 차이가 있지만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우상화 사례들이 그대로 쓰였다.
우선 출생지의 조작이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소련에 머물고 있던 1940년대 초반 소련의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김일성과 같은 ‘백두산 혈통’을 강조하기 위해 ‘백두산 밀영(密營)’으로 고향을 바꾸어 선전했다. 이것이 1984년의 일이다. 이즈음에 김정일의 어린 시절을 알던 빨치산 출신 원로들이 상당수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북한에서는 1986년부터 김정일을 ‘위대한 영도자’라고 공개적으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1987년 2월에는 밀영에 귀틀집을 마련해 성지로 만들었다.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9년 1월 평안북도 창성에 김정은의 ‘사적지’가 완공됐다. 원래는 김정일이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에게 선물한 집이었는데, 2007년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로써 김일성의 만경대 고향집, 김정일의 백두산 밀영에 이어 김정은의 창성 고향집이 ‘혁명의 성지’, ‘마음의 고향’ 등으로 불리게 된다. 고영희는 재일교포 출신이며, 김정은은 그의 이복형 김정남처럼 평양의 고위층 전용병원인 봉화진료소에서 태어났다.
“天出名將은 다 월요일에 태어났다”
둘째는 출생연도와 관련된 우상화이다. 김정일의 출생연월일은 1942년 2월 16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982년 발표된 것인데, 그 전에는 1941년 2월 16일생으로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조선중앙TV는 1981년과 1982년 2월 초순경 2년 연속 ‘지도자 동지의 40회 생일을 맞이하여’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김정일의 태어난 해를 한 해 늦춘 이유는 김일성의 생일과 ‘꺾이는 해’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5주년, 10주년이 되는 해를 ‘꺾이는 해(정주년)’로 부르는데, 이때는 생일 축하행사를 더 크게 한다.
김정은의 출생년은 종래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 등에 의해 1983년생(일부 북한 소식통은 1984년이라고 주장)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1982년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12년생인 김일성이 100회 생일을 맞으면 김정일은 70회, 김정은은 30회 생일이 된다. 북한이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전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김일성이 태어난 해인 1912년 4월 15일이 월요일, 김정숙이 태어난 1917년 12월 24일도 월요일,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조작된 1942년 2월 16일도 월요일이라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은 “천출명장(天出名將)들은 다 월요일에 태어났다”며 “수령님도 장군님도 월요일에 태어났다”는 식으로 우상화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는 김정은의 생일이 1월 8일로 알려져 있는데, 1982~84년 모두 1월 8일은 월요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의 생일도 월요일인 1982년 1월 4일이나 1월 11일 등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父子 모두 改名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김정일의 어릴 때 이름은 김유라였다. 소련의 하바롭스크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러시아식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불린 것이다. 그가 다녔던 남산고급중학교 교원의 증언에 의하면 학교 출석부에도 ‘김유라’로 올랐다. 하지만 학교 졸업을 얼마 앞두고 김정일은 “이제 내 이름은 김유라가 아니라 김정일로 고쳤으니 앞으로 김정일로 불러달라”고 했다고 한다.
김정일이라는 이름의 한자 표기도 처음에는 ‘正一’로 썼다가 뒤에 어머니인 김정숙의 ‘정(正)’과 김일성의 ‘일(日)’을 합성해서 ‘正日’로 바꾼다. 이는 김정일 자신이 김일성과 김정숙의 유일한 적자임을 드러내고자 한 것인데, 그의 이복동생 ‘평일(平一)’과 ‘영일(英一)’은 모두 ‘한 일(一)’자를 쓰고 있다. ‘正日’로 바꾼 것은 1980년 10월이다.
김정은도 처음에는 김정운(金正雲)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다 2009년 10월부터 ‘김정은’으로 공식 표기됐다. 일각에서는 후지모토 겐지가 ‘은’을 ‘운’으로 잘못 발음한 것이 오해의 원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열린북한방송의 북한 소식통에 의하면 2009년 당시에도 상당수의 북한 간부 역시 ‘김정운’으로 알고 있었다. ‘운(雲)’이 북한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쓰이기 때문에 수령의 은덕을 상징하는 ‘은(恩)’으로 바꾸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유사점이 또 하나 있다. 김정일의 사망 이후 그의 큰아들인 김정남은 물론 김정은의 동복(同腹) 형인 김정철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이들이 권력의 ‘곁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김정일에게도 그가 권력을 잡은 뒤 20여 년 동안 외곽을 떠돌아야만 했던 ‘곁가지’가 있었다. 계모 김성애가 낳은 이복동생 김평일이 그 주인공이다. 그 역시 김정일의 영원한 곁가지로서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장의(葬儀)위원회 명단에서 빠졌다. 김정일의 장의위원회에서 다른 두 아들이 빠진 사실은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은 문학예술의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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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과 김정은이 2009년 4월 26일 원산농업대학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세운 기념비.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께서 주체 98(2009)년 4월 26일 보아주신 느티나무’라고 새겨져 있다. |
김정은의 9세 생일 때 선물로 선사된 노래 ‘발걸음’은 2009년경부터 그의 찬양가로 둔갑되어 보급되기 시작했다. 가사 중의 일부가 ‘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인데, 여기서의 김 대장은 김정은을 가리킨다.
비슷한 시기에 A4 용지 반 장 정도 되는 크기의 종이를 50장 정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김정은 위대성 교양자료>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김정은이 김정일의 선군(先軍)혁명사상을 가장 완벽하게 체현하고 이를 전당(全黨)과 전군(全軍), 온 사회에 철저히 구현하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선군사상으로 북한을 정치강국에 이어 군사강국, 핵(核)대국으로 지구 우에 우뚝 서게 하기 위해 불면불휴(不眠不休)의 노고를 다 바치고 있다.
둘째, 김정은은 문학예술의 천재다. 그가 직접 지도하여 창작 완성한 작품이 가극 <강선의 저녁노을>, <은하수>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넜다’는 김일성 우상화 내용처럼 여기에도 김정은이 이미 세 살 때부터 총을 잡고 표적판을 명중시켰다는 식의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2009년 당 대표자회 이후 김정일의 건강악화로 인해 김정은 우상화 작업의 속도가 빨라졌다. 이 과정에서 이성적인 방법도 많이 사용됐다. 그가 후계자로 내정된 후 쌓은 업적들을 선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다. ▲전연군단(휴전선 인근 부대)에서 1년간 힘든 군복무를 하고 ▲김일성 군사종합대학 포병학부를 나온 ‘포(砲)사격의 귀재’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 관련 학부 졸업 등을 통해 CNC(컴퓨터수치제어)를 개발하게 됐고 이것이 기술혁신으로 이어져 인민생활을 향상시켰다는 선전 등이 그것이다.
“김일성 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후계자 수업”
김정일 사후(死後)에는 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감성과 이성을 모두 자극하는 방향에서 우상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최대한 빨리 김정은 체제가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1일 오전 0시30분 조선중앙TV에서는 김정은을 위한 찬양노래인 ‘발걸음’을 뮤직비디오 형태로 제작해 처음 방영했다. 음악이 흐르는 화면에는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축포야회(불꽃놀이)’, ‘CNC(컴퓨터수치제어)’ 기계들, 인공위성 발사, 열병식 등 군사 훈련의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신년공동사설에서는 “청년들은 ‘조선청년행진곡’을 높이 부르며 강성대국 건설에서 위훈을 떨치자”고 강조하며 새롭게 ‘조선청년행진곡’이라는 노래도 띄우고 있다.
또한 북한의 대남(對南)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월 5일 김정은을 ‘사상이론의 천재’로 칭송하면서 그가 “16세에 김일성 주석의 업적을 다룬 논문을 썼다”고 주장하며 “16세에 군사전략가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김일성의 영군술(領軍術)과 그 업적에 대한 다방면적이고도 종합적인 논문을 대작으로 완성해 만 사람의 경탄과 존경을 불러일으켰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우상화 선전과 관련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군(軍)과 관련된 것들이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이후 북한 매체들은 “그가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본격적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며 “특히 인공위성 자료와 GPS 수신기 좌표를 이용해 작전지도를 만드는 등 포병 전문가로서 명성을 날렸다”고 강조했다.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지 두 달 만인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을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올해 1월 8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하시어>는 김정은이 2009년 4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당시 ‘위성관제 종합지휘소’를 찾은 모습과 탱크에 직접 타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미사일 발사 당일 “적들이 (위성)요격으로 나오면 진짜 전쟁을 하자고 결심을 하고 왔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김정일 사후 바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지위를 갖게 된 김정은의 군사적 능력을 포장해 그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한국에 대한 도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정은 우상화의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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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우상화에 앞장서고 있는 김기남 노동당 비서(선전선동부장)와 김기룡 《노동신문》 책임주필. |
선전과 영화창작 분야에서 김정일이 후계자로 부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최익규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는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0년 초 해임됐다.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강연회, 집회 등이 군부(軍部)와 보위(保衛)기관을 중심으로 제일 먼저 진행됐기 때문에 김정은 우상화 과정에서 한동근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금도 총정치국 선전부장으로 건재하다. 이는 김정은이 군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총정치국에서 주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공식 등장한 김정은 우상화 사업과 관련한 일련의 선전·선동 작업에 노동당과 인민군 총정치국의 베테랑 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있다. 우선 김기남 노동당 비서(김정일 장례위원회 서열 8위)는 당 대표자회에서 선전선동부장으로 임명되어 김정은 시대 선전 활동의 총책임을 맡았다. 당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책임주필로 김기룡이 임명됐다. 지난 1월 5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친필 답신을 거론하면서 ‘백두산형 장군(김정일)의 명필체’라고 찬양했다. 글씨체마저 김정일과 동일시해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0년 2월 22일에는 문화상에서 해임됐던 강능수가 노동당 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번 김정일 장례위원회에서 서열 33위로 올라섰다. 그가 선전 전문가란 점에서 앞으로 김정은 우상화에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정은 ‘大將’의 의미
원래 김정일의 후계자는 김정은이 아니라 지금은 마카오에 머물고 있는 김정남이었다.
김정일의 처조카였던 이한영에 의하면 김정남은 어려서부터 생일이 되면 소련 육해공군 원수복(元帥服)을 입고 명예위병대를 사열한 뒤 김정일의 손을 잡고 오락실에 들어갔다. 그의 계급은 매년 생일마다 올라갔는데, 세 살 때 소장(少將), 네 살 때 중장(中將), 다섯 살에 상장, 여섯 살에 대장(大將), 일곱 살에 원수(元帥), 여덟 살 때는 대원수(大元帥)로 올랐다. 김정일이 계급을 올려주고 계급장을 군복에 달아준 것이다. 그래서 여덟 살 이후 관저의 수행원들은 그를 ‘대원수 동지’라고 불렀다.
물론 김정남은 그의 어머니 성혜림의 사망과 개혁개방에 대한 김정일과의 입장 차이, 2001년 디즈니랜드 방문을 위한 일본 밀입국 사실이 노출되는 사건 등으로 후계자의 지위에서 낙마한다.
후지모토 겐지에 의하면 김정은 역시 어려서부터 이러한 대장 놀이를 했다. 이렇게 김정일은 자신의 아들들이 어렸을 때부터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했다. 특히 정권 유지에 가장 필요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군대의 소중함을 가르쳤다.
2010년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은 진짜 ‘대장’이 됐다. 군대를 중요시하는 북한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했다고 선전해 왔으며, 대장 칭호 수여는 김정은을 선군지도자로 내세우기 위한 상징적 조치였다. 김정일이 주체사상을 체계화하여 김일성의 후계자가 됐듯이 김정은은 선군사상을 체계화하여 후계자의 지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2009년 4월 개정된 북한 헌법에 선군사상이 새롭게 명기된 것 역시 같은 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수령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는 사상 이론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둘째 영도 방법적으로 준비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고매한 덕성을 가져 북한 주민들이 진심으로 따를 수 있는 풍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상 이론적으로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대장 지위를 갖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선군사상의 이론화 작업을 완성 발전시켜 수령의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과 같은 시기에 대장이 된 그의 고모 김경희나 전(前) 인민무력부장 최현(崔賢)의 아들 최룡해(崔龍海) 노동당 비서, 그리고 김정일의 장례기간에 최초로 대장 계급장을 달고 군복 차림으로 등장한 장성택(張成澤) 등의 경우는 다른 의미이다.
영결식 모습 통해 ‘孝子’ 이미지 부각
민간인이었던 그들에게 대장 칭호를 수여한 것은 김정은 시대를 위한, 김정은 후계체제 완성을 위한 준비다. 특히 김경희와 그의 남편 장성택은 김정일의 대리인으로서 김정은의 후견을 위한 조치로 대장 계급장을 단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의 정세가 어떤 상황으로 흘러갈지는 많은 변수가 있어 알 수 없지만, 당분간 그들이 리영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김정각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과 함께 김정은 1인 지배체제의 구축을 위한 보좌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2월 28일 김정일의 영결식 장면에서 검은색 코트를 입은 김정은은 장성택, 김기남, 최태복의 앞에 섰다. 그리고 영구차 건너편에는 리영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군부 인물이 섰다. 우 쪽의 당 인사들과 좌 쪽의 군인들이 김정은을 보좌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김정은은 금수산기념궁전을 나오고 들어가는 30여 분간 맨손으로 영구차의 사이드미러를 시종 잡고 있었다. 그 추운 영하의 날씨에서도 그가 맨손으로 나선 것은 왜일까? 그것은 물론 김정은이 김정일 수령에게 극진한 효성을 보이는 충성스러운 후계자이자 아들이라는 것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함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상화 작업은 김정은이 북한의 권력을 놓을 때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의 해가 밝았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을 ‘21세기의 태양’, ‘인민의 영도자’, ‘친어버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등 김정일과 동급으로 호칭하며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우상화의 노력 속에 과연 김정은은 김정일이 없는 북한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