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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위산업 50년의 산증인, 전용우 법무법인 화우 고문

“방산업체 M&A 통해 록히드마틴·보잉과 경쟁하라”

글 :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취재기획위원·군사전문기자  goms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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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7위의 무기 구매력 활용해 핵심 부품 국내 생산 유도
⊙ 민간 주도로 ROC(작전요구성능) 설정해야 세계시장 팔릴 무기 만든다
⊙ V-22 오스프리 개발처럼 ‘성실한 실패’를 용인하는 자세 필요
⊙ 보잉·에어버스 등은 자율적 품질관리… 사실상 기품원 필요 없어
⊙ 各軍 정비창 민영화하면 예산 절감하고 가동률 높일 수 있어
⊙ 방위산업은 ‘비리 관리 규제’의 대상이 아닌 ‘육성의 대상’이다
  “세계 10위의 국방 예산(53조원)과 17조원 규모의 방위력 개선비 규모에 비해 한국의 방위산업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2021년 자료를 보면, 세계 100대 방산(防産)업체 가운데 국내 방산업체는 4개(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LIG넥스원·한화)뿐이고, 50대에는 한화 한 개사뿐입니다. 우리 방위산업은 지금부터 백지상태에서 출발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전용우(田溶宇)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방산이 훌륭한 무기체계를 만들어 안보에 기여하는 게 기본이지만, 이젠 세계로 무기를 수출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야 할 때”라며 “방산업체의 규모와 수익성, 수출 규모 등 모든 부문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우리의 방산은 패러다임을 바꿔야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전 고문은 1974년 국방부 조병창(연구소)에서 M16소총 라이선스 개발에 참여하면서 방산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삼성테크윈에서 항공기 생산 담당 임원과 해외영업을 총괄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및 방산업체 CEO로 약 45년간 현업에 종사한 ‘한국 방위산업의 산증인’이다.
 

  2018년부터 법무법인 화우 고문으로 재직하는 한편, 방산업체CEO포럼 회장으로 현역 시절 전 세계 방산시장을 누빈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전 고문은 2020년 말 국방·방위 사업 분야에서 실무 경력이 풍부한 강은호(姜恩瑚) 방위사업청장이 취임하자, 방사청을 방문해 한국 방위산업의 활력을 위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은 한국의 방위산업이 출범한 지 만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1971년 11월 10일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자주국방의 목적으로 20개 예비군 사단을 무장시킬 60mm 박격포 등 기본 병기를 개발하는 ‘제1차 번개사업’을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지시한 것이 그 시초다.
 
  50주년을 맞은 한국 방위산업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전 고문의 지적대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방위사업청의 2020년 방위사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방위산업은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영업이익률이 2018년 기준 2.4%다. 제조업계 평균 7.3%의 3분의 1 수준이다. 2013~2015년 사이 3조원을 훌쩍 넘겼던 방산 수출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조원대로 추락했다. 서울 강남구 아셈센터 화우 사무실에서 전 고문을 만났다.
 
 
  ROC는 방산업체 주도로 해야 국제경쟁력 있다
 
2014년 5월 민군기술협력 박람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전용우 퍼스텍 대표(맨 오른쪽)로부터 무인기에 대한 소개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걸 방사청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 대통령, 조양호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 사진=전용우
  — 방산업계가 코로나19로 혹독한 ‘수주 보릿고개’를 맞았다. 내수와 수출 모두 초비상이다.
 
  “관(官) 주도의 방산산업은 현재 한계에 봉착해 있다. 수십 년 전 만든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먼저 군(軍) 당국이 무기나 군 장비를 계획할 때 높은 수준의 군 요구성능(ROC)을 정한 뒤 짧은 시간에 무리하게 만들라고 재촉하기가 일쑤다. 국내 기술 한계로 ROC를 충족하지 못할 때 아무도 이를 수정하려고 나서지 않는다. 혹시라도 ROC를 수정했다가 방산업체 뒤를 봐줬다며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게 두려워서다. 2017년 감사원의 방위사업청 직원에 대한 징계 요구는 31명에 달했다. 복지부동이 될 수밖에 없고, 방산업체의 사기(士氣)는 말이 아니다.”
 
  — 비현실적 ROC를 요구하면 개발기간도 오래 걸리고, 무기체계 발전추세도 반영할 수 없을 텐데.
 
  “당연하다. 현재 무기 발주에서 획득까지 15년씩이나 걸린다. 예컨대 훈련기 T-50이나 수리온(KUH)에 과도한 성능들을 추가하다 보니 개발 리스크는 높아지고 비용도 증가한다. 가격이 높아지니 해외경쟁력은 자연 떨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기체계는 개발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다. 100개 사업 가운데 1개만 실패해도 조사를 받는다. 징계는 기본이다. 실리콘밸리에선 100개를 투자해 2개를 건진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군에선 무기체계의 큰 틀만 제시하고, 디테일은 민간이 하도록 해야 한다. 민간 주도로 민과 관이 참여하는 ‘ROC위원회’를 만들어 세계시장 트렌드와 우리의 기술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해 ROC를 정해야 세계시장에서 팔릴 물건이 나온다. 지금처럼 비현실적 ROC를 정해놓고 ‘바이블’처럼 붙들고 있어선 안 된다. 미국처럼, 무기의 ROC를 최소 수준만 충족해도 생산하고, 최종적으로 목표 수준에 맞춰 개량해나가야 한다.”
 
 
  V-22 오스프리 헬기 개발 교훈
 
한미 연합상륙훈련에 참가한 미 해병대 소속 수송 헬리콥터 MV-22 오스프리가 독도함 비행갑판에서 착함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전용우 고문은 “2009~ 2010년 사이 연거푸 2번 발사에 실패한 나로호와 같은 사건이 무기개발 과정에서 벌어졌다면, 해당 사업 개발팀은 벌써 해체됐을 것”이라며 “2020년 7월 경북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추락했을 때 많은 우려가 있었는데, 미국과 같은 선진국처럼 ‘성실한 실패’는 용인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 미국의 신형 수송헬기 오스프리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자리를 잡았다.
 
  “미국은 V-22 오스프리를 개발하면서 수십조를 투입하고 개발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용인했다. 게다가 개발단계에서 잦은 추락사고로 ‘과부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럼에도 미 정부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오늘날 세계적인 명품 헬기로 탄생시켰다. 이처럼 방위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선을 다한 노력은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
 
  — 고문께선 대한항공만 2000회 이상 탑승하는 ‘전설적 항공 마일리지’를 기록하며 삼성테크윈과 KAI에서 해외영업을 총괄했다. 그때 방문했던 해외 방산업체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토요타자동차를 방문했을 때,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의 제조 철학(Toyota Way)’을 배우고 있더라. 일본 ‘토요타 제조 철학’은 현재의 방법과 제도, 시스템을 완전히 부정하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방위산업은 군의 전력 증강 못지않게 세계시장에 대한 수출로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또 다른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 보잉 등 해외 대규모 방산업체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2018년 KAI가 미 고등훈련기 사업(APT)에 응찰했을 때의 경우를 보자. 18조원 규모의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에서 KAI는 미 보잉·스웨덴 사브 연합군에게 패했다. 보잉은 10년 전에 나온 KAI의 T-50 훈련기와는 차원이 다른 T-7A 레드호크 훈련기를 만들어 사업을 따냈다. 미 공군 조종사의 요구에 맞는 ROC를 파악해 단시일 내에 훈련기를 제작해 승리를 거둔 사례다. 이처럼 방산은 ‘Time is money’가 아니라 ‘Timing is money’다.”
 
  전영우 고문은 “이제는 방위산업을 보는 시각을 ‘비리 관리 규제’의 대상에서 ‘육성의 대상’으로 모든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의 고도의 관리 노력이 필요한 항공사업의 관리체계를 벤치마킹해 우리의 내부관리 제도를 혁신하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보잉·에어버스 같은 민간 기업들은 자체 품질 기준이 높아 정부 간섭 없이 자율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우리도 방산업체가 자율적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게 되면 국방기술품질원의 검사원이 필요 없다”고 했다.
 
 
  구매력을 활용하라
 
국산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의 초도 생산품이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품질인증사격을 위해 발사되고 있다. 2021년 11월 UAE는 4조원 규모의 천궁 발사대 세트를 구입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 박근혜(朴槿惠) 정부 시절인 2013~ 2015년 사이엔 방산수출액이 3조원을 훌쩍 넘다가 이후 1조원대로 추락했는데, 왜 그런가.
 
  “그건 수요(需要) 창출 문제다. 우리의 해외 사업 수주가 연속적이 아닌 단속적(斷續的)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방산업체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군의 소요제기 단계부터 업체의 가동률을 관리한다. 즉 미국의 방위산업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하고 국가가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 ‘한국형 패트리엇’ 미사일 천궁Ⅱ가 UAE에 4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로 수출될 전망이다. 천궁 양산엔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기아 등 줄잡아 2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에 활력이 도는 느낌이다.
 
  “방산은 수출산업이 돼야 한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와 계약한 잠수함 수출이 1조원을 넘는 수준으로 최고액인데, 기존 기록을 3~4배 뛰어넘는 초대형 계약이다. 한국의 첨단 무기체계 기술력이 해외에서 인정받았다는 뜻이고, 이러한 기술집약적 무기를 팔면 방산업계에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이러한 완제품 말고도 세계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전문 품목을 늘려야 한다. 이러한 품목이 늘어날수록 해외 바이어들이 우리 안방을 노크하게 될 것이다.”
 
  전용우 고문은 “한국은 무기 수입 액수가 매년 6조 이상으로, 액수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은 세계 7위 정도 되는 무기 수입국이기 때문에 F-35를 40대 판매한 록히드마틴 등 다국적 방산업체에 충분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해외에서 사들이는 막대한 무기 구매력(buying power)을 도입 협상 때부터 적극 활용해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이 부품을 외국 업체가 구매하도록 계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 고문은 방산 수출을 위해서 ‘부품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품을 수입해서 들여오면, 수출할 때 라이선스를 다시 다 받아야 한다”라면서 “우리가 개발한 무기인데, 부품이 외산(外産)이면 T-50 고등훈련기처럼 수출의 칼자루를 우리가 쥘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국내 무기 개발 시 국산화율을 제도적으로 설정해 비록 비용(cost)이 올라가더라도 국내 기술을 반드시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며 “초기에는 비용 증대가 될 수 있지만, 무기의 사용 연한(life cycle)인 30여 년 동안엔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일본 방위산업의 국산화율은 90%다. 우리도 최소 7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핵심 품목을 반드시 국산화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기초산업 개발을 전담하는 산업자원부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했다.
 
 
 
방사청장은 무기 수출의 CEO

 
‘호주군 미래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한화디펜스의 ‘레드백’ 장갑차. 이 사업은 보병전투장갑차와 계열차량 8종 포함 총 400대, 장비 획득비만 약 5조원에 달하는 지상장비 분야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최종 후보자는 2022년 상반기 중 선정된다. 사진=한화 제공
  — 방사청 공무원들은 낮은 가격의 무기체계 도입에 골몰하는데.
 
  “공무원들이 ‘실적’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무기를 수입할 때, 단순 가격에만 집중해 도입하는 경향이 있다. 해외 무기를 수입할 때도 중요한 핵심 시스템을 한국에서 만들도록 해야 한다. 외국의 기술을 가져와 국내에서 무기를 생산하면, 한국의 무기 운용 기술력이 늘고 방산 관련 일자리도 늘 수 있다.”
 
  — 우리가 수입하는 무기의 절충교역(折衷交易·offset·우리나라가 비싼 외국 무기를 살 때 기술이전이나 국산 무기 수출 등으로 대가를 보장받는 제도) 제도를 통해 기술습득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나.
 
  “절충교역으로 기술습득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해외 방산업체와 민간 베이스 교류를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업체 나름의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을 확보해야만 한다. 기술은 모방으로는 한계가 있고, 독창성과 창의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보잉의 항공기를 사 올 때, 오프셋을 요구하는 대신에 바잉파워를 이용해 사천 지역에 정비공장을 짓게 하든지, 한국의 세컨드 티어(second tier·하청업체) 업체들과 연결해 한국에서 부품을 생산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오프셋의 효과도 내면서 우리가 기술축적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방사청장도 ‘무기 수출의 CEO’가 돼야 한다고 했다.
 
  “만약 우리가 무기 수출을 하지 않고 무기를 개발한다면 제작예산의 100%를 국방예산으로 부담해야만 한다. 무기 수출은 국방예산의 절감과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력을 민간에 파급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방위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민간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통령부터 정부 관료들이 부처의 벽을 허물고 세일즈맨으로 해외에 나가야 한다. 방사청장은 온종일 업체들과 회의하면서 수출을 위해 무엇을 도와주면 되는지를 확인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생산하는 T-50 고등훈련기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로 동남아시아에 수출됐다. 우리나라 무기를 수입하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들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수출 패키지 딜(package deal)이다. 제3세계 국가로의 수출은 국가적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여 그 나라에 필요한 민간 부문의 수요와 방산 수출을 제도적으로 연계시켜야 한다. 차관 등의 금융시스템도 여기에 포함된다. 프랑스의 경우, 무기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대신, 옵션을 더 많이 제공해 구매국의 수요를 충족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치하는 인도네시아에 라팔 전투기와 스콜펜급 잠수함, 고윈드급 초계함 등을 패키지로 제안한 것이 그 예다.”
 
 
  장기확정계약제도
 
2015년 11월 필리핀에 수출하는 국산 전투기 FA-50PH 2대가 경남 사천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필리핀 국방부는 2014년 FA-50 12대(총 4억2000만 달러 규모)를 수입하기로 했다. FA-50PH는 우리 공군에서 운용 중인 FA-50을 필리핀 요구에 맞춰 개량한 모델이다. 사진=KAI 제공
  — 현재 열악한 방산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계약은 해외처럼 ‘장기 확정 계약(life time contract)’을 통해 방산업체가 안정적으로 가동하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그래야 원가부정 및 관리노력을 근원적으로 없앨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업은 더 많은 노력을 통해 이윤창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방산기업들도 체계업체는 엔지니어링과 시스템 조립 및 A/S만 전담하고 있다. 우리도 제도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전문화시켜 전문업체 활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면, 이 업체들은 경험을 갖고 세계시장에서도 전문업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군에서 예편한 무기체계 전문가들은 국가적 자산이므로, 업체로 나가지 못하도록 한 취업제한도 서둘러 철폐해야 한다.”
 
  — 가뜩이나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방산업체들이 ‘지체상금(遲滯償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KAI는 수리온 헬기 납품 지연으로 지체상금 1689억원을 부과받았고, K2 흑표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은 1100억원의 지체상금을 통고받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정부가 지체상금을 둘러싼 불합리한 사항 등에 대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 가격 위주로 지나치게 업체의 출혈경쟁을 유도하는 관행이나 일반 사업의 3배에 달하는 과도한 지체상금은 개선돼야 한다. 개발과 양산에서 성실한 노력에는 지체상금 부과를 유예하는 제도의 확대 적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즉 성실한 노력에는 지체상금을 유예뿐만 아니라 폐지하는 기업 육성 측면에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박정희 정부는 ‘방위산업 지정제도’를 통해 유사시 병기 생산의 안정성을 확보했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그 방향과 정책이 입안되면 관련 부서와 산업계, 과학계가 총동원되는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했다.
 
  “박정희 정부 이후, 방산정책이 방위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중복투자 방지와 과당경쟁 방지라는 시장경제 원리에 중점을 둔 나머지 신생 유망 기업의 방위산업 참여가 막혔다. 기존 업체의 기득권을 보장해줌으로써 기술개발을 저해하는 요인도 발생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세계시장에 나가려 하지 않고, 국내 시장에 안주해버린 것이다.”
 
  — 2018년 기준, 국내 방산업체 가동률은 전체 84.1%에 비해 71.2%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가동률을 올릴 방안은 없을까.
 
  “가동률을 높인다는 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각 군 정비창을 외국처럼 민영화하면 예산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방산기업 가동률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방사청이 신규 무기 도입과 병행해 기존 무기의 업그레이드(upgrade)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민관 합동 국제 개발 사업을 발굴한다면 방산업체의 안정적 일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폐지한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전문화·계열화(특정 업체에 무기의 개발과 생산을 맡기는 것) 되지 못한 한국 방산 현실에서 자율경쟁 체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데 부적절하다. 부품 국산화를 통한 중견 전문 기업 육성으로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전문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고도의 전문 기술이 요구돼 수입에 의존하는 무기 부품 중 국산화가 가능한 건 정책적으로 지정·육성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쟁보다 전문 기업 육성이 우선이다. 이러면 장기적으로 부품 구매 예산을 줄이고 수출을 활성화할 수 있다.”
 
 
  제 살 뜯어 먹기식 경쟁 안 된다
 
첫 국산 전투기인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이 2021년 4월 9일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열리고 있다. KF-21은 2022년 7월경 시험비행을 거쳐 2028년부터 실전 배치된다. 사진=KAI 제공
  전용우 고문은 “정부가 나서서 유사 업종의 M&A를 통해 일원화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야 한다”며 “예컨대 한화도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자금을 유치해 미국이나 유럽의 지상장비 회사를 사냥하러 다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록히드마틴·보잉 같은 해외 업체와 경쟁하려면 규모를 키워 세계적인 업체가 되어야 한다”며 “최근 KF-21을 선뵌 항공우주산업(KAI)도 삼성·현대·대우가 합쳐 탄생한 회사”라고 했다.
 
  — 현재 우리의 방산 수준은 세계시장에서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방산업체들이 국내 작은 시장에서 제 살 뜯어 먹기식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적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국제경쟁력이 확보될 때까지 전문화·계열화를 유지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국내 작은 시장은 업체 간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업체별로 특화해 세계적인 전문 기업이 되도록 육성하여야 한다. 시장경제원리가 방산의 특수성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전문화·계열화 폐지 이후 보호되어야 할 국가안보산업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업계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졌다.”
 
  — 미국이나 유럽의 방산업체들은 어떻게 이합집산하고 있나.
 
  “미국은 정부 지원하에 50여 개 방산업체를 록히드마틴·보잉·노스럽그러먼·레이시온 등 4개로 구조조정 했다. 미국 방위산업은 이들 4개 업체와 요소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협력하는 형태다. 유럽 역시 EADS(프랑스·독일·스페인), MBDA(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소수 합작법인이 시장을 주도한다. 우리 방산업체들이 무기체계 전 영역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방위산업은 국가가 유일하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자국 산업을 배타적으로 보호 육성할 수 있는 산업이지만,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라는 시장경쟁원리가 우리의 방위산업 생태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 KAI는 경영혁신 차원에서 보잉과 에어버스의 슈퍼 티어원(1차 협력사)으로 부상해 항공기 부품을 공동개발함으로써 항공기의 생산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데, 가능한 이야기인가.
 
  “가능하다. 현대는 무기를 한 회사가 만들 수 없는 세상이다. 국제공동개발사업(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을 통해 위험과 이익을 공유해야만 한다. 한 회사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항공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는 불가능하다. 예컨대 F-35 전투기를 개발할 때도 미국 주도로 영국과 호주, 캐나다, 덴마크, 이탈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 터키 등이 통합타격전투기프로그램(JSF·Joint Strike Fighter)이란 이름으로 참가했다.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위험과 이익은 분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대통령 주관 방산 컨트롤타워 필요

 
  — 무기 해외 수출이 녹록지 않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는 T-50을 구매하면서 ‘산업협력’을, 싱가포르는 비행장 등 훈련시설과 인력 등 패키지를 요구하면서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실패했다.
 
  “이제부턴 단순히 무기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수입국에 기여하는 개념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우리도 미국에서 무기를 도입할 때, 직도입을 거쳐 면허생산, 공동생산, 국산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가. 처음부터 영원히 수입국에 완제품을 팔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은 주변이 세계 최강국과 핵무장한 북한으로 둘러싸여 있다. 최근엔 4차 산업혁명으로 로봇과 무인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등으로 전쟁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하기 위해선 세계 수준의 국방과학기술과 방산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통령이 주관하는 총괄 컨트롤타워인 ‘국방산업진흥회의’를 프랑스나 러시아처럼 정례화해 정부 전 부처가 방산 수출에 총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전용우 고문은 “토요타자동차의 제조 철학처럼 10% 개선은 어렵지만 50%의 혁신은 사고의 대전환을 통해 가능하다”며 “방산기업 입장에서 현상을 부정하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자세를 추구해야 하고, 관청은 어떻게 업체를 지원해야 변화를 이끌고 기업에 신바람을 일으킬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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