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함·율곡이이함으로 구성된 기동전단 기동을 2박3일간 취재
⊙ 폭풍우 속 獨島 일주 기동… 日本 해상보안청 선박 12해리까지 접근할 때도
⊙ 전투지휘실은 이지스함의 ‘심장’… 적 발사 미사일 20기 교전 순위 정해 격추시켜
⊙ 링스헬기는 잠수함에 공포의 존재… 디핑소나에 탐지되면 ‘독안에 든 쥐’ 신세
⊙ 은하3호 미사일 낙하지점 오차 15m에 불과…
⊙ 폭풍우 속 獨島 일주 기동… 日本 해상보안청 선박 12해리까지 접근할 때도
⊙ 전투지휘실은 이지스함의 ‘심장’… 적 발사 미사일 20기 교전 순위 정해 격추시켜
⊙ 링스헬기는 잠수함에 공포의 존재… 디핑소나에 탐지되면 ‘독안에 든 쥐’ 신세
⊙ 은하3호 미사일 낙하지점 오차 15m에 불과…
지난 8월 30일, 기자는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의 해상 기동 작전 항해에 2박3일간 동승 취재할 기회를 잡았다. 해군은 《월간조선》에 제7기동전단 소속 이지스구축함의 작전 항해에 탑승 취재를 허용했다. 특히 일본의 독도(獨島) 영유권 주장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독도 경계 임무 현장을 취재하게 된 것이다.
율곡이이함은 2012년 6월, 하와이에서 열린 림팩(RIMPAC·환태평양훈련) 실사격 훈련에서 최고의 전투 지휘함으로 인정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12일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세종대왕함과 함께 90여초 만에 탐지해 주변국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진해기지에 도착하니 우뚝 솟은 마스트 아래 함교가 모습을 드러냈고, 함교 사이로 이지스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스파이 레이더(SPY-1D)가 눈에 들어왔다. 스파이 레이더 등으로 구성된 이지스(Aegis) 전투체계는 1000여 개의 탄도탄 또는 대공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해 그중 20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전투체계다.
세종대왕함과 함께 작전 수행
율곡이이함은 이지스 2번함으로 세종대왕함에 이어 2011년 6월 첫 작전에 배치됐다. 율곡이이함은 길이 166m, 폭 21.4m, 만재배수량 약 1만t으로, 사거리 36km의 5인치 주포 1문과 근접방어무기인 골키퍼(30mm 7연장), 함대함(해성), 함대공(SM-2), 함대지(해성2 순항미사일) 등 120여 기의 미사일과 장거리 대잠어뢰로 무장하고 있다. 또 해상작전용 아구스타 MK99 슈퍼링스 헬기 2대를 탑재하고 있다.
2010년 2월 창설한 제7기동전단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배치돼 해상교통로 보호, 대북 대비태세 유지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5년 제주민군복합항이 건설되면 제주에도 배치돼 제주 남방해역 보호 임무를 수행한다.
제7기동전단은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급 구축함 3척과 대형구축함 6척 등 최신예 군함으로 구성됐다.
진해기지에 ‘북한 경비정’도 보였다. 해군작전사령부 정훈과장 최종일(崔鍾一) 대위(해사 57기)는 “영화 ‘NLL-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의 제작 지원을 위해 북한 경비정으로 위장한 함정”이라며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하는 것보다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 함포도 북한식(式)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진해기지에 정박 중인 율곡이이함은 출항 준비로 부산했다. 오늘 기동은 이지스 1번함인 세종대왕함과 함께 출항한다. 오늘 작전은 지휘관인 남동우(南同木右) 제72전대장(대령・해사 41기)이 율곡이이함에 승함함에 따라, 율곡이이함이 기함(旗艦)이 돼 세종대왕함을 지휘하게 된다. 기함이란 지휘관이 타고 있는 배를 말하며, 대개 지휘관의 지위를 상징하는 기(旗)가 달려 있다.
기자가 율곡이이함 2층으로 올라가니 승조원들은 먼저 출항하는 율곡이이함을 세종대왕함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두 전함의 충돌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고무 펜더(fender)를 걷고, 흑인 레게 스타일의 머리처럼 홋줄을 치렁치렁 장식한 ‘터그 보트’ 두 척이 율곡이이함의 함수와 함미를 끌어 회전시키고 있었다. 정각 오후 2시, “현 시각을 기해 당직을 현문에서 함교(艦橋)로 전환한다”는 함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최종일 대위는 “율곡이이함이 출항 준비를 마치고 항해로 전환하면서 당직을 ‘정박 당직’에서 ‘항해 당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모든 함정은 예정 임무 15분 전에 함내 방송을 통해 임무를 고지(告知)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 이후 출입문 관리 엄격
율곡이이함의 통로는 미로(迷路)였다. 함내에서는 탈영(脫營)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율곡이이함의 해치커버(hatch cover)는 3단계로 개방되도록 설계됐다. 최종일 대위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해치 출입문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고 있다”며 “승조원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출입문의 기밀(氣密)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전을 책임지는 남동우 전대장과 유근종(兪斤鍾) 함장(대령·해사 44기)이 기자 일행을 맞았다. 기자가 승함한 시각은 점심시간. ‘필사즉생(必死則生)’이라고 쓴 휘호가 걸린 사관실에 30여 명의 장교가 테이블 주위에 앉았다. 유근종 함장은 “해군은 영국 해군의 전통을 따라 군용 식판을 사용하지 않고 접시를 사용한다”면서 “작전을 총괄하는 남동우 대령이 저보다 선임이지만, 배 안에서는 함장(선장)이 최고의 권한을 갖기 때문에 식사 자리도 전대장보다 상급자 자리에 앉는다”며 웃었다.
조리병 이민호 일병은 “함정은 한 번 출항하면 장기간 작전을 하기 때문에 조리사에게 음식 솜씨가 없으면 승조원들은 ‘지옥’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새벽 4시에 일어나 승조원 식당에서 만든 반찬을 받고, 추가로 한두 가지 반찬을 더 만들어 간부들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함정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엄금 사항이다. 부함장 겸 작전부장인 이동우(李東佑) 중령(해사 46기)이 “함정의 위치노출 등 보안을 위해 휴대전화를 회수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기자 일행은 졸지에 2박3일 동안 외부와 통신이 차단당하는 신세가 됐다.
“협수로 통과가 신경 쓰여”
율곡이이함이 진해기지를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기자는 함교(브릿지)로 올라갔다. 함교에서는 당직사관과 수명자(受命者)만 이야기할 수 있어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적에게 죽음을, 해군에 승리를, 조국에 영광을’이라는 구호가 눈에 들어왔다.
함교에는 해도(海圖)에 따라 배의 침로(針路·배가 나가는 방향)를 조정하는 방위환(方位環)이 함교 정중앙에 있었고, 당직사관·조타장 등이 복명복창(復命復唱)을 해 가며 배를 운항하고 있었다.
진해와 거제의 남해상은 전어잡이가 한창이었다. 출입금지선인 방책선(防柵線) 좌우로 전어잡이 배 수십 척이 눈에 띄었다. 전방 550야드(약 500m) 지점에 이지스 3번함인 서애유성룡함(DDG-993)이 항구로 진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서애유성룡함이 율곡이이함을 지나가면서 승조원들이 함 좌현에 도열해 “필승” 하고 경례를 올렸다. 율곡이이함 좌현의 승조원들도 답례로 경례를 했다. 대함(對艦) 경례였다. 해상에서도 육상처럼 상급자를 만나면 경례를 하는 것이 해군의 오랜 전통이라고 했다. 제72전대장 남동우 대령이 탑승한 율곡이이함이 서애유성룡함보다 서열이 높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좌현에 잠수함도 들어온다”고 외쳤다. 209급 잠수함 ‘이억기함’이었다. 바닷속에서 숨죽이고 다니던 잠수함이 기지에서 부상(浮上)한 모습을 보니 편안해 보였다. 최종일 대위는 “진해기지에서 우리가 보유한 이지스구축함 3척을 모두 보게 된 셈”이라고 했다.
함교에서 바라본 바다 위의 섬들은 보석처럼 빛났다. 거제를 향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던 대죽도(大竹島)와 중죽도(中竹島)며 저도(猪島)는 거가대교가 지나면서 하나가 됐다. 한때 중죽도에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소문 때문에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까지 보물찾기가 파도처럼 휩쓸고 간 적이 있다.
이동우 부함장은 “진해항은 십이간지(十二干支)에 해당하는 동물 이름을 가진 섬들이 많다”며 “협수로(狹水路) 통과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당직사관은 협수로 통과를 위해 배의 좌우현에 견시(見視·바다 위에 있는 지형지물을 보면서 배를 조종하는 항법)를 증강하고 항해를 위한 작전인원을 배치했다. 시정(視程·목표물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최대 거리)이 좋지 않을 때는 레이더를 통해 항해하지만, 날씨가 좋을 때면 함교와 50m 거리에 있는 함수의 좌우 견시를 통해 위험물이나 소리, 깃발 표시 등을 파악하며 항해한다.
율곡이이함은 디젤과 가스를 혼합한 가스터빈 4기를 장착하고 있다. 기관전령수 김현정 하사가 가스터빈의 추진력을 높이면서 냉각기의 온도를 체크했다. 측심수가 “현 수심은 11m”라고 외쳤다. 율곡이이함은 12.8노트(시속 23km)의 ‘저속’으로 협수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착함 방식도 유럽과 미국이 달라
1시간 정도 걸려 진해 협수로를 빠져나가자, 율곡이이함이 동해를 향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작전용 링스헬기 탑재!” 함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착함 관련 요원들에게 준비하라는 호출이었다.
거제도 해상을 지나면서 함교 너머로 멸치잡이 어선들이 득실댔다. 당직사관은 모든 스테이션의 인원과 장비를 체크했다. 또다시 “황천(荒天·비바람이 심한 날씨) 경고!”라는 방송이 나왔다. 1m 이상의 너울(바람에 일어난 물결)이 일고 있었다. 동해상에는 태풍 ‘도라지’가 있어 장파와 너울이 밀려오고 있었다.
해상작전용 아구스타 MK99 슈퍼링스 헬기가 가덕도 상공을 지나 율곡이이함으로 향하고 있었다. 관제탑에 해당하는 통제실로 이동했다. 소화요원들이 만일의 화재에 대비해 함미의 헬기 갑판에서 헬기 이송장치를 체크하며 헬기 착함을 준비하고 있었다. 함미의 모든 안전 난간대도 로터에 걸릴까 옆으로 뉘었다. 헬기 착함용 갑판에는 하픈 그리드(harpen grid)라는 원형 모양의 격자철망이 있었다. 착함할 때 헬기가 고리를 걸어 바다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헬기는 착륙을 위해 레이더의 유도를 받는다. 함정에 접근하면 전투지휘실(CCC) 장교가 타워 관제장교에게 헬기 통제권을 넘긴다. 함재 헬기들이 갑판에 착함하는 방식도 유럽과 미국이 다르다고 한다. 미군은 함미 꼬리부분으로 진입해 착함하는 반면, 유럽은 함정의 측면으로 진입해 착함한다고 한다.
율곡이이함의 관제탑은 첨단 관제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관제탑은 진해 대잠헬기 전대에서 날아오는 링스헬기에 함정의 침로와 바람 등의 정보를 통신으로 전달했다.
율곡이이함이 시속 23노트(시속 43km)의 속도로 순항하고 있었다. 링스헬기에서 조종사가 “YULGOK, this is LYNX, position at 5 miles from you”라고 하자, 관제장교가 “wind 270 degree, my course 300”이라고 했다. 2마일 전방에 도달하자, 링스헬기가 “two mile on final, request landing”이라고 착함 요청을 하자, 관제장교가 “clear to land”라고 했다. 착함 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작살 모양의 앵커를 바닥에 걸고 着艦
헬기가 나타나 순식간에 함미로 접근했다. 진행하는 함정 오른쪽 측면으로 접근한 헬기는 오른쪽으로 나란히 이동하더니 ‘하픈 그리드’에 작살 모양의 앵커(닻)를 걸고 사뿐히 내려앉았다. 1단계 착륙이 완료된 것이다.
소화복을 입은 착함 요원들이 잽싸게 바람을 피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달려가 링스헬기 네 군데 연결점을 고리로 연결해 갑판 데크에 고정시켰다. 그 순간,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하픈 그리드를 물고 있던 앵커가 튀어올랐다. 2단계 착함이 완료된 것이다.
소화요원 백현재 일병은 “헬기 이착함 시에는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며 “헬기 이착함 과정에는 안전 고리를 링스에 연결해 갑판에 고정시키는 임무 등 여러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많은 요원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고 했다. 착함과 동시에 링스헬기에 재급유(再給油)를 했다. 최종일 대위는 “링스헬기는 야간 임무 출격을 위해 착함과 동시에 항공유를 가득 채워 두어야 한다”고 했다.
율곡이이함은 대잠 헬기 2대를 탑재하고 있어 헬기 격납고 2동(棟)을 보유하고 있다. 링스헬기를 헬기 격납고에 넣기 위해 요원들이 매달렸다. 날개를 접기 위해 ‘ㄷ자형’ 고무래 같이 생긴 기구를 이용해 4개의 로터를 2개로 접어 앞으로 정렬시켰다. 그 다음, ‘헬기 이송 장치’를 이용해 격납고에 헬기를 넣기 위해 요원 7~8명이 달려들어 헬기를 격납고에 넣었다.
백현재 일병은 “과거 헬기 이송장치가 없는 함들은 배의 흔들림에 따라 헬기를 격납고에 넣는 일이 대단히 위험했다”며 “이지스함은 헬기 이송장치와 이동용 레일까지 완비돼 있어 편리하고 안전하다”고 했다.
5년차 링스헬기 파일럿인 김철진 대위(사후 101기)는 “헬기 착함은 유체(流體) 위에 착륙하는 일이라 고난도의 숙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대위는 “첫 여성 대잠헬기 조종사로 양기진 대위가 탄생한 이래 여군들은 헬기 조종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위는 “물리학적으로 기동하는 헬기는 엔진을 끈 함정에 착륙하는 것보다 적정한 속도로 항진하는 함정에 착륙하는 게 더 안전하다”며 “조종사는 헬기가 최소한의 양력을 형성하면서 배의 시정, 풍속(풍향 포함), 운항속도, 침로 등을 고려해 착함하게 된다”고 했다.
현재 우리 해군은 올 1월 대잠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군 함정에 배치되는 다목적 해상작전헬기로 링스 와일드캣(AW-159)을 선정하고, 8대를 2018년까지 작전에 배치하기로 했다.
김철진 대위는 “링스헬기는 잠수함에는 공포의 존재”라며 “링스헬기는 의심되는 표적을 향해 디핑 소나(dipping sonar)를 여러 심도(深度)로 나눠 쏘기 때문에 수상함이 놓칠 수 있는 잠수함을 정확하게 찾아내 공격한다”고 했다.
이동우 중령은 “P-3C와 수상함이 잠수함을 식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링스헬기는 최종적으로 식별해 공격까지 마무리한다”며 “링스헬기에 탐지된 잠수함은 독안에 든 쥐 신세”라고 했다. 이 중령은 “홍상어처럼 사거리가 20km인 대잠어뢰도 있지만, 대개 함정이 보유한 어뢰는 사거리가 3~4km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더 긴 사거리를 가진 적 잠수함에 취약하다”며 “그러나 링스헬기를 탑재하면 그만큼 함정의 생존성(生存性)은 높아지게 된다”고 했다.
취약시간 틈타 ‘예인소나’를 투하
저녁 6시 무렵, 사관실에서 남동우 전대장에게 8월 31일의 기동계획을 물었다. 남 대령은 “기상이 좋다면 링스헬기가 독도 경비 해경함에 이착함하는 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며 “독도 유사시 해경과의 합동작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제7기동전단은 동해와 남해, 서해를 돌며 축구의 ‘리베로’처럼 독도와 이어도를 포함해 우리 해상영토 수호에 나서고 있다.
기상담당관 오환철 상사가 “내일 임무해역의 시정은 2마일, 바람은 35노트, 파고는 3~4m로 예상되고 태풍의 영향으로 폭풍우가 예상된다”고 하자, 남 대령은 “최소 시정 3마일 이상 돼야 링스헬기가 뜰 수 있을 텐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율곡이이함은 한국형 아스록(ASROC)인 홍상어 대잠어뢰를 싣고 있다. 국내에선 대잠어뢰인 청상어(경어뢰)와 백상어(중어뢰)가 개발된 상태지만 모두 물속으로 쏘는 방식이었다. 최대 사거리 20km인 홍상어는 소리보다 늦을 수밖에 없는 기존어뢰의 한계를 넘어선 무기로 적 잠수함이 있는 바다 위로 곧장 날아간 뒤 물속으로 들어가 목표를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홍상어는 ‘비행하는 어뢰’로 불린다.
오후 8시가 지난 시각, 이동우 중령은 “율곡이이함은 야간 취약시간을 고려해 수시로 대잠 활동을 전개한다”며 “예인소나(TAS·Towed Array Sanar)를 예인한다”고 했다. 예인소나는 수동소나의 일종이다. 율곡이이함은 DSQS-21 B2M 함수소나, SQR-220k 흑룡예인소나를 장착하고 있고, 전자전 장비로 소나타 전자전 장비인 SLQ-200(v)k, SLQ-261k와 양쪽 측면으로 어뢰기만탄(TACM)도 갖추고 있다.
이동우 중령은 “예인소나는 링스헬기의 디핑 소나보다 소리를 듣는 음역대가 광범위해 잠수함을 잡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율곡이이함은 하루 서너 차례 ‘취약 시간’을 파악해 예인소나를 무작위로 바다에 투입한다. 여군 통제관의 “타스 투입!”이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10여 명의 승조원이 검은색 소방호스 모양의 예인소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총 1000m가 넘는 길이의 예인소나를 필요한 수심(水深)으로 내려 끌고가면서 잠수함의 소리를 찾는 것이다.
함내를 이동하는 중, 폭뢰가 눈에 띄었다.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 ‘패트맨’을 연상시키는 뚱뚱한 폭뢰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이 중령은 “폭뢰는 해상전에서 필수적인 무기체계는 아니다”며 “적 잠수함에 대한 위협용으로 폭뢰를 투하한 후 전술적 회피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안개에 휩싸인 獨島
8월 31일 아침, 율곡이이함은 포항 인근 해상을 지나갔다. 야간에는 기동 속도를 늦추는 바람에 롤링(rolling)이 더 심하다고 한다. 1만t이 넘는 함정이라지만,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샤워실 칸막이에 갇힌 물들이 갈 곳을 몰라 이리저리 춤을 췄다.
임무교대를 알리는 여성 부사관의 방송에 이층침대 위에서 퍼뜩 눈을 떴다. 조타사 강효선 하사의 목소리였다. 새벽부터 배의 롤링이 심해지고 날씨는 폭풍우로 바뀌었다. 약간의 두통이 느껴졌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아침 링스헬기가 해경정에 이착함 훈련을 하면서 독도 인근을 통과하는 날이다.
최종일 대위가 “시정불량, 우천으로 독도 관측 불가”라고 기자에게 통보했다. 독도는 7마일 전방에 위치해 있었다. 최 대위는 “맑은 날이라면 시정이 10~12마일 정도가 돼 충분히 독도를 관측할 수 있다”고 했다. 독도 앞바다까지 와서 독도를 못 보고 가는 마음이 못내 서운했다. 전방에 분명히 독도의 동도(東島)와 서도(西島)가 버티고 있음에도 눈에는 보이지 않다니! 그때 이동우 중령이 격실로 찾아와 “전대장님이 오전 8시30분경 우리 함의 침로를 변경해 독도에 근접 기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독도에 대한 시각 검색을 위해 섬 가까이 가기로 한 것이다.
이동우 중령을 따라 함교로 올라갔다. 파도가 높아 함교에서 바라보기에 함수가 치솟았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비가 세차게 함교 윈도를 때리는 바람에 와이퍼가 부지런히 움직였다. 율곡이이함 옆으로 세종대왕함이 순항하고 있었다.
이동우 중령은 “이지스함을 통해 가끔 P-3C 등 일본 대잠초계기가 식별되고 있고, 러시아의 정찰기들도 포착된다”며 “이지스함 도입 이후 공군과 더욱 밀접한 합동작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공군이 보지 못하는 곳을 움직이는 이지스함 레이더가 다 포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율곡이이함과 독도와의 거리는 6.2마일, 동도와 서도가 합쳐져 하나로 보였다. 독도 해경정(5000t급)이 이곳 경비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율곡이이함은 2마일 거리를 두고 독도를 우측으로 돌아 동해로 나가기로 했다. 독도는 늘 너울과 파도가 심해 파고(波高)가 보통 2.5~3m에 달한다고 한다.
파고가 갑자기 높아지자 변침 명령이 떨어졌다. “오른편 전타!” “오른쪽 3도 더 틀어!” “현재 3600야드(3.3km)!” 이동우 중령이 “독도를 4000야드(3.6km) 이내로 통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더 근접하면 바다 수심의 상태를 파악할 수 없어 곤란하다”고 했다.
7광구 한·중·일 영토분쟁 가능성
안개 속에 독도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기자는 좌현의 견시로 나갔다. 견시 중인 병사들은 우의를 입은 채 망원경으로 독도 일대를 경계하고 있었다. 독도의 생활시설인 유인등대, 선착장, 저수탱크, 송신탑 등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좌현 견시병 김정민 일병은 “2인 1조로 좌·우현 경계를 담당한다”며 “한 사람은 고정 망원경으로, 다른 한 사람은 망원경으로 감시한다”고 했다. 이지스함의 건조로 기동전단을 꾸려 우리의 해양영토를 지킬 정도의 군사력을 갖췄다는 사실에 흐뭇했다.
율곡이이함은 동쪽에서 서쪽을 바라보며 항진했다. 그때 전대장 남동우 대령이 함교로 올라오며 “초계함(FF) 시대에는 함교의 시대로 눈으로 보고 지휘하는 전투를 했었다”며 “한국형 구축함 시대를 열면서 더 멀리 보고 있고, 이지스함이 그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주변국들은 해양중시 정책으로 급속히 해군력을 팽창하고 있고, 우리 해군과의 전력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2012 제인함정연감(Jane's Fighting Ship)》에 따르면, 한국은 1000t 이상 함정 37척, 총 t수는 10.6만t을 보유 중인 데 비해, 중국은 218척(64.3만t), 일본은 70척(31.6만t)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해군의 대중 전력은 16%, 대일 전력은 33%에 불과하다.
특히 독도, 이어도와 달리 한・중・일 3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7광구는 우리 해군력의 질적 증강을 더욱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중국해에 위치한 7광구는 천연가스의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로 추정되는 등 막대한 자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둘러싼 해양경계 획정에 대한 세 나라의 입장이 매우 첨예한 상황이다. 3국의 갈등이 심해질 경우 해양분쟁의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남동우 대령은 “해군 전력 증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회가 먼저 나서 연구용역 예산을 반영할 정도로 공론화되고 있는 실정이며 국방부, 합참, 육·공군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해군은 함정 등 전력의 특성상 계획부터 건조, 실전배치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신속한 정책 결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율곡이이함의 심장, ‘전투지휘실’
8월 31일 오전 11시20분, 방송으로 “대공·대잠 팀워크 훈련 실시 예정!”이란 멘트가 나왔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가려 하자, “전투지휘실(CCC)은 사진촬영과 취재 메모가 불가한 지역”이라고 했다.
전투지휘실은 이지스함의 ‘심장’이다. 전투지휘실에 들어서자, 중앙의 대형 대공화면에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비행체 100여 대가 나타났다. 푸른 조명에 60여 명의 요원이 단 하나의 표적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레이더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온통 알 수 없는 숫자와 부호들이 나타났다.
‘이지스함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SPY-1D 위상배열레이더는 3차원 다기능 레이더다. 마하 8 이상의 스피드로 움직이는 전투기와 탄도미사일 등의 비행표적 1000여 개를 동시에 탐지, 추적해 20개의 표적을 동시에 요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율곡이이함은 미국의 이지스함과 유사하게 해성2 순항미사일을 통해 1000km에 달하는 강력한 지상타격 능력도 갖추고 있다. 동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이다. 눈앞에서 이지스함의 주특기 임무인 대공전 훈련상황이 펼쳐졌다.
오전 11시25분, 적 미확인 비행물체 두 대가 지속적으로 우리 영공으로 남하하자, 율곡이이함은 전투배치에 들어갔다.
“100마일 전방 NLL, 미확인 비행물체 접촉! 비행속도 60NM, 적기로 판단됨!” 전탐사의 보고가 카랑카랑하게 들렸다. 율곡이이함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포착됐고, 이 물체는 곧바로 적기로 식별돼 추적에 들어간 것이다.
“공군에 항공기 요청!” “총원 전투배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전투지휘실 요원들은 일제히 “총원 전투배치”라고 함성을 질렀다. 항해 레이더도 바쁘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율곡이이함은 60NM으로 남하하는 비행물체에 대해 일루미네이션(조사기)을 실시했다.
오전 11시32분, 전투지휘실은 적기에서 발사한 공대함 미사일에 대응해 수직발사관을 통해 SM-2 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 화면상에 SM-2 미사일 1기가 적의 공대함 미사일로 접근하는 모습이 표시됐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1분 후, 또 다른 적기가 발사한 공대함 미사일에 대응해 SM-2 미사일 1기가 발사됐고, ‘교전’ 상황이 벌어졌다.
오전 11시34분, 미사일 교전 결과에 따라 2기의 적 발사 공대함 미사일이 우리 SM-2 미사일에 ‘격추 완료’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남동우 전대장은 “적의 항공기도 미사일 사정권 내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요격에 들어간다”며 “이지스 시스템은 각종 무장 간 상충이 되지 않도록 교전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설정해 공격한다”고 했다.
율곡이이함이 미사일과 교전하는 사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SM-2 미사일을 비롯한 대공방어 무기들이 요격준비에 들어갔다. 이동우 중령은 “원거리 SM-2, 중거리는 RAM, 근거리는 골키퍼(30mm 7연장의 근접방어체계)로 방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적 로미오급 잠수함 접촉”
대공 목표물을 제거하자, 율곡이이함은 대잠전으로 전환했다. 오전 11시37분, “적 로미오급 잠수함 접촉”이라는 긴박한 음성이 들렸다. 11시37분, 링스헬기가 이함을 위한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11시39분, “현 해역에서 우군 잠수함 활동 결과, 우군 잠수함 없음”이라는 보고가 있자, 즉각 링스헬기 출격 지시가 떨어졌다.
남동우 전대장은 “적 잠수함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대잠초계기와 링스헬기를 투입해 잠수함을 잡아 낸다”며 “대잠세력들이 마치 적 잠수함을 독안에 든 쥐처럼 가둬 놓고 잡는 전법”이라고 했다. 링스 헬기가 적 잠수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도착해 신속히 디핑 소나를 투입, 잠수함 탐색에 들어갔다. 그 순간 잠수함 탐지 수중 통신기를 이용, 잠수함과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고 고속 북상 항해를 시작하자 적성으로 선포 후 탑재한 어뢰를 이용, 공격에 들어갔다. 잠시 후 링스로부터 잠수함 격침 보고가 올라오자 “상황 끝, 전투배치 해제!”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남동우 전대장은 “미군은 전투정보실을 CIC(Aegis Combat Information Center)라고 부르지만, 우리군은 CCC(Combat Command Center)라고 부른다”고 했다.
유근종 함장은 “이지스함을 운용해 보면 3척 추가 건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면서 “우리가 미 해군 또는 타군과 연합 내지 합동작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이지스함 덕분”이라고 했다. 유 함장은 “특히 이지스함 도입 이후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보유한 공군과 전술 토의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작전의 외연이 넓어졌다”며 “육상에 레이더 기지를 보유한 공군은 레이더 사각지대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동 레이더를 보유한 해군 이지스함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남동우 대령은 기자가 “SM-3 탄도탄 요격을 할 수 있는 미사일을 왜 보유하지 못하는가”라고 묻자, “우리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는 하층방어이기 때문에 현재 종말단계에서 떨어지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데, 그러면 잔해가 우리 영토 영해에 떨어지게 돼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SM-3를 보유해 비행단계에서 요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도 탄도탄 요격 작전을 수행하는 함정은 알레이버크급(DDG)이 아닌 타이곤데로가급(CG) 이지스구축함으로, 보유 함정 가운데 3분의 1만 탄도탄 요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대령은 “현재 우리 이지스구축함에는 최신 스파이레이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수함 근무 빼고는 禁女성역 깨져
유근종 함장은 “예전에 초계함(PCC) 이상 조수기(정수시설)를 보유해 함장실에만 24시간 물이 나와 ‘특권’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며 “지금은 수병들 공간에도 조수기가 설치돼 24시간 더운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율곡이이함엔 PX도 있다. 컵라면과 아이스크림, 과자 등이 가득했다. 술은 팔지 않는다. 장병들은 오후 5시 일과를 마치면 함내 피트니스센터를 애용한다.
함장인 유근종 대령은 “율곡이이함은 30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는데, 그중 10%가 여군”이라며 “남녀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라 신경이 쓰이지만, 단단한 팀워크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율곡이이함에는 23명의 여군이 탑승하고 있다.
유 대령은 “현재 해군은 여성들에게 거의 모든 전투함을 개방하고 있다”며 “잠수함 근무를 제외하고는 고속정 정장으로도 임무를 수행 중이다”고 했다.
유 함장은 “여군에 대한 복지가 남군보다 좋은 편”이라며 “여군들의 침실에는 화장실과 세탁실을 비롯해 자물쇠 장치 등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했다. 게다가 남군은 24명이 침실을 함께 사용하는 데 비해 여군은 6명 또는 15명이 침실을 같이 사용한다고 했다.
레이더와 통신기 정비를 담당하는 김그림 하사는 “대학 때 부사관학과를 졸업했고, 아무래도 기계를 다루는 일이다 보니 남자들보다 업무처리가 더딘 편”이라면서도 “여군들이 남군보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이 해군에는 많다”고 했다. 강민주 하사는 “부모님께서 처음엔 위험하다고 걱정하셨지만 지금은 오히려 격려해 주신다”고 했다.
“은하3호도 요격할 수 있을 것 같아”
북한이 2012년 12월 12일 오전 9시49분50초쯤 장거리 미사일 은하3호를 기습 발사하자 서해에 배치된 세종대왕함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아 발사체를 탐지했고, 오전 9시51분20초쯤 이 발사체가 장거리 미사일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또 율곡이이함과 서애류성룡함도 궤도추적 및 분리체 위치 등을 정확히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세종대왕함은 지난 2012년 4월 13일에도 54초 만에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을 탐지·추적했었다.
당시 율곡이이함에서 작전관으로 북한 미사일을 탐지했던 김창성(金昌星) 중령(해사 49기)은 “우리 해군은 2012년 12월 8일 북한의 기만전술에도 불구하고 서·남해상에 이지스구축함 3척을 작전 배치해 3척의 이지스함 모두 북한 미사일을 탐지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특히 북한 미사일 잔해의 낙하지점을 정확히 계산해, 궤적의 한계치와 최종 소실위치, 자유낙하 존을 체크해 P-3C와 링스헬기를 동원해 찾고 소해함(청해진함)으로 건져 올렸던 것”이라고 했다.
—북한 미사일을 처음으로 탐지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날짜로 2012년 12월 12일이라 잊히지도 않는다. 미사일을 포착한 순간, 심벌이 화면에 떴고, 즉각 지휘부에 전파했다. 당시 서해상에 있던 세 척의 이지스함이 동시에 미사일을 탐지했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할 수 있을까, 운영하는 장교로서도 무릎을 칠 정도였다.”
—추진체까지 인양한 것에 대해 해군 지휘부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나.
“이지스함이 제 역할을 해 낸 것에 대해 작전에 참가한 장교로서 무척이나 보람을 느꼈다. 기함인 세종대왕함에서 이함한 헬기가 추진체를 발견했을 때 쾌감은 더 말할 수 없었다. 미사일 추진체의 자유낙하 지점을 정확하게 계산해 청해진함의 해난구조대(SSU)에 통보해 주었는데, 우리가 불러준 위치와 인양위치의 오차가 반경 15m밖에 나지 않았다. 만약,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이 날아왔더라도 우리가 탄도탄 요격 능력만 갖추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선 날아가는 ‘은하3호’ 로켓을 요격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미국의 반응은 어땠나.
“이지스함을 운용한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작전을 해 낸 것에 대해 격찬했다. 림팩 훈련에서 탄도탄 훈련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이지스의 종주국 미국보다 더 신속하게 탐지를 해 낸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지스의 유용성과 가치를 북한이 한껏 높여 준 셈이다.”
그때 마침, 텔레비전에서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6건의 공사를 진행하는 등 시설확충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김 중령은 “아마도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추가 건설하기 위한 공사일 것 같다”며 “저 뉴스를 보았으니 이젠 편안한 잠은 못 잘 것 같다”고 했다.
남동우 대령은 2012년 6월, 하와이에서 열린 림팩훈련에 율곡이이함 함장으로, 유근종 대령은 부함장으로 참가했다. 당시 23회 림팩훈련에 미 태평양함대를 주축으로 러시아, 호주, 일본 등 22개 나라에서 전함 39척과 잠수함 6척, 병력 2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그때 율곡이이함은 실사격훈련(CSSQT)에서 사거리 150km의 SM-2 미사일, 10km 이내 단거리 방어무기인 RAM으로 최고의 전투지휘함으로 인정을 받았다.
‘배틀십’
남동우 대령은 림팩훈련 영상을 보여주면서, “영화 ‘배틀십’을 본 사람이라면 이지스 시스템의 능력을 짐작할 것”이라며 “율곡이이함은 실사격 훈련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을 뿐 아니라 림팩컵 스포츠 이벤트 경기에서도 우승했다”고 했다. 영화 ‘배틀십’은 전 세계 해군들이 한데 모여 훈련하는 2012년 림팩 훈련, 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축구 결승경기로 시작된다. 이지스함 묘코 함장인 유기 나카다 소령(아사노 타다노부)이 페널티킥 키커인 하퍼 대위(테일러 키취)의 신경을 건드리자, 자극 받은 하퍼는 실축으로 우승을 일본에 헌납한다.
남동우 대령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묘코함 승조원을 비롯해 림팩 훈련 참가국 모두 현장에서 영화 ‘배틀십’을 보았다”며 “그러나 림팩컵 우승은 영화처럼 일본이 아니라 10년 연속 우승한 미국을 제친 우리 한국이 차지했다”고 했다.
이튿날인 9월 1일 아침, 태풍은 물러가고 하늘은 쾌청했다. 기자 일행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링스헬기를 기다렸다. 이동우 중령이 “빨리 헬기갑판으로 나오라”며 기자를 불렀다. 조용한 아침을 방해하는 침입자 이지스함을 경계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이함을 환송하려는 것일까. 돌고래 10여 마리가 율곡이이함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수면 위로 튀어올랐다.
9시경 율곡이이함 승조원들이 헬기 데크에 나와 환송하는 가운데 기자 일행이 링스헬기에 탑승했다. 율곡이이함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율곡이이함은 2012년 6월, 하와이에서 열린 림팩(RIMPAC·환태평양훈련) 실사격 훈련에서 최고의 전투 지휘함으로 인정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12일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세종대왕함과 함께 90여초 만에 탐지해 주변국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진해기지에 도착하니 우뚝 솟은 마스트 아래 함교가 모습을 드러냈고, 함교 사이로 이지스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스파이 레이더(SPY-1D)가 눈에 들어왔다. 스파이 레이더 등으로 구성된 이지스(Aegis) 전투체계는 1000여 개의 탄도탄 또는 대공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해 그중 20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전투체계다.
세종대왕함과 함께 작전 수행
 |
| 율곡이이함 승조원들이 출항준비를 위해 홋줄을 제거하고 있다. |
2010년 2월 창설한 제7기동전단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배치돼 해상교통로 보호, 대북 대비태세 유지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5년 제주민군복합항이 건설되면 제주에도 배치돼 제주 남방해역 보호 임무를 수행한다.
제7기동전단은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급 구축함 3척과 대형구축함 6척 등 최신예 군함으로 구성됐다.
진해기지에 ‘북한 경비정’도 보였다. 해군작전사령부 정훈과장 최종일(崔鍾一) 대위(해사 57기)는 “영화 ‘NLL-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의 제작 지원을 위해 북한 경비정으로 위장한 함정”이라며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하는 것보다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 함포도 북한식(式)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진해기지에 정박 중인 율곡이이함은 출항 준비로 부산했다. 오늘 기동은 이지스 1번함인 세종대왕함과 함께 출항한다. 오늘 작전은 지휘관인 남동우(南同木右) 제72전대장(대령・해사 41기)이 율곡이이함에 승함함에 따라, 율곡이이함이 기함(旗艦)이 돼 세종대왕함을 지휘하게 된다. 기함이란 지휘관이 타고 있는 배를 말하며, 대개 지휘관의 지위를 상징하는 기(旗)가 달려 있다.
기자가 율곡이이함 2층으로 올라가니 승조원들은 먼저 출항하는 율곡이이함을 세종대왕함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두 전함의 충돌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고무 펜더(fender)를 걷고, 흑인 레게 스타일의 머리처럼 홋줄을 치렁치렁 장식한 ‘터그 보트’ 두 척이 율곡이이함의 함수와 함미를 끌어 회전시키고 있었다. 정각 오후 2시, “현 시각을 기해 당직을 현문에서 함교(艦橋)로 전환한다”는 함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최종일 대위는 “율곡이이함이 출항 준비를 마치고 항해로 전환하면서 당직을 ‘정박 당직’에서 ‘항해 당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모든 함정은 예정 임무 15분 전에 함내 방송을 통해 임무를 고지(告知)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 이후 출입문 관리 엄격
율곡이이함의 통로는 미로(迷路)였다. 함내에서는 탈영(脫營)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율곡이이함의 해치커버(hatch cover)는 3단계로 개방되도록 설계됐다. 최종일 대위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해치 출입문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고 있다”며 “승조원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출입문의 기밀(氣密)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전을 책임지는 남동우 전대장과 유근종(兪斤鍾) 함장(대령·해사 44기)이 기자 일행을 맞았다. 기자가 승함한 시각은 점심시간. ‘필사즉생(必死則生)’이라고 쓴 휘호가 걸린 사관실에 30여 명의 장교가 테이블 주위에 앉았다. 유근종 함장은 “해군은 영국 해군의 전통을 따라 군용 식판을 사용하지 않고 접시를 사용한다”면서 “작전을 총괄하는 남동우 대령이 저보다 선임이지만, 배 안에서는 함장(선장)이 최고의 권한을 갖기 때문에 식사 자리도 전대장보다 상급자 자리에 앉는다”며 웃었다.
조리병 이민호 일병은 “함정은 한 번 출항하면 장기간 작전을 하기 때문에 조리사에게 음식 솜씨가 없으면 승조원들은 ‘지옥’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새벽 4시에 일어나 승조원 식당에서 만든 반찬을 받고, 추가로 한두 가지 반찬을 더 만들어 간부들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함정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엄금 사항이다. 부함장 겸 작전부장인 이동우(李東佑) 중령(해사 46기)이 “함정의 위치노출 등 보안을 위해 휴대전화를 회수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기자 일행은 졸지에 2박3일 동안 외부와 통신이 차단당하는 신세가 됐다.
“협수로 통과가 신경 쓰여”
율곡이이함이 진해기지를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기자는 함교(브릿지)로 올라갔다. 함교에서는 당직사관과 수명자(受命者)만 이야기할 수 있어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적에게 죽음을, 해군에 승리를, 조국에 영광을’이라는 구호가 눈에 들어왔다.
함교에는 해도(海圖)에 따라 배의 침로(針路·배가 나가는 방향)를 조정하는 방위환(方位環)이 함교 정중앙에 있었고, 당직사관·조타장 등이 복명복창(復命復唱)을 해 가며 배를 운항하고 있었다.
진해와 거제의 남해상은 전어잡이가 한창이었다. 출입금지선인 방책선(防柵線) 좌우로 전어잡이 배 수십 척이 눈에 띄었다. 전방 550야드(약 500m) 지점에 이지스 3번함인 서애유성룡함(DDG-993)이 항구로 진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서애유성룡함이 율곡이이함을 지나가면서 승조원들이 함 좌현에 도열해 “필승” 하고 경례를 올렸다. 율곡이이함 좌현의 승조원들도 답례로 경례를 했다. 대함(對艦) 경례였다. 해상에서도 육상처럼 상급자를 만나면 경례를 하는 것이 해군의 오랜 전통이라고 했다. 제72전대장 남동우 대령이 탑승한 율곡이이함이 서애유성룡함보다 서열이 높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좌현에 잠수함도 들어온다”고 외쳤다. 209급 잠수함 ‘이억기함’이었다. 바닷속에서 숨죽이고 다니던 잠수함이 기지에서 부상(浮上)한 모습을 보니 편안해 보였다. 최종일 대위는 “진해기지에서 우리가 보유한 이지스구축함 3척을 모두 보게 된 셈”이라고 했다.
함교에서 바라본 바다 위의 섬들은 보석처럼 빛났다. 거제를 향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던 대죽도(大竹島)와 중죽도(中竹島)며 저도(猪島)는 거가대교가 지나면서 하나가 됐다. 한때 중죽도에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소문 때문에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까지 보물찾기가 파도처럼 휩쓸고 간 적이 있다.
이동우 부함장은 “진해항은 십이간지(十二干支)에 해당하는 동물 이름을 가진 섬들이 많다”며 “협수로(狹水路) 통과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당직사관은 협수로 통과를 위해 배의 좌우현에 견시(見視·바다 위에 있는 지형지물을 보면서 배를 조종하는 항법)를 증강하고 항해를 위한 작전인원을 배치했다. 시정(視程·목표물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최대 거리)이 좋지 않을 때는 레이더를 통해 항해하지만, 날씨가 좋을 때면 함교와 50m 거리에 있는 함수의 좌우 견시를 통해 위험물이나 소리, 깃발 표시 등을 파악하며 항해한다.
율곡이이함은 디젤과 가스를 혼합한 가스터빈 4기를 장착하고 있다. 기관전령수 김현정 하사가 가스터빈의 추진력을 높이면서 냉각기의 온도를 체크했다. 측심수가 “현 수심은 11m”라고 외쳤다. 율곡이이함은 12.8노트(시속 23km)의 ‘저속’으로 협수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착함 방식도 유럽과 미국이 달라
1시간 정도 걸려 진해 협수로를 빠져나가자, 율곡이이함이 동해를 향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작전용 링스헬기 탑재!” 함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착함 관련 요원들에게 준비하라는 호출이었다.
거제도 해상을 지나면서 함교 너머로 멸치잡이 어선들이 득실댔다. 당직사관은 모든 스테이션의 인원과 장비를 체크했다. 또다시 “황천(荒天·비바람이 심한 날씨) 경고!”라는 방송이 나왔다. 1m 이상의 너울(바람에 일어난 물결)이 일고 있었다. 동해상에는 태풍 ‘도라지’가 있어 장파와 너울이 밀려오고 있었다.
해상작전용 아구스타 MK99 슈퍼링스 헬기가 가덕도 상공을 지나 율곡이이함으로 향하고 있었다. 관제탑에 해당하는 통제실로 이동했다. 소화요원들이 만일의 화재에 대비해 함미의 헬기 갑판에서 헬기 이송장치를 체크하며 헬기 착함을 준비하고 있었다. 함미의 모든 안전 난간대도 로터에 걸릴까 옆으로 뉘었다. 헬기 착함용 갑판에는 하픈 그리드(harpen grid)라는 원형 모양의 격자철망이 있었다. 착함할 때 헬기가 고리를 걸어 바다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헬기는 착륙을 위해 레이더의 유도를 받는다. 함정에 접근하면 전투지휘실(CCC) 장교가 타워 관제장교에게 헬기 통제권을 넘긴다. 함재 헬기들이 갑판에 착함하는 방식도 유럽과 미국이 다르다고 한다. 미군은 함미 꼬리부분으로 진입해 착함하는 반면, 유럽은 함정의 측면으로 진입해 착함한다고 한다.
율곡이이함의 관제탑은 첨단 관제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관제탑은 진해 대잠헬기 전대에서 날아오는 링스헬기에 함정의 침로와 바람 등의 정보를 통신으로 전달했다.
율곡이이함이 시속 23노트(시속 43km)의 속도로 순항하고 있었다. 링스헬기에서 조종사가 “YULGOK, this is LYNX, position at 5 miles from you”라고 하자, 관제장교가 “wind 270 degree, my course 300”이라고 했다. 2마일 전방에 도달하자, 링스헬기가 “two mile on final, request landing”이라고 착함 요청을 하자, 관제장교가 “clear to land”라고 했다. 착함 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작살 모양의 앵커를 바닥에 걸고 着艦
헬기가 나타나 순식간에 함미로 접근했다. 진행하는 함정 오른쪽 측면으로 접근한 헬기는 오른쪽으로 나란히 이동하더니 ‘하픈 그리드’에 작살 모양의 앵커(닻)를 걸고 사뿐히 내려앉았다. 1단계 착륙이 완료된 것이다.
소화복을 입은 착함 요원들이 잽싸게 바람을 피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달려가 링스헬기 네 군데 연결점을 고리로 연결해 갑판 데크에 고정시켰다. 그 순간,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하픈 그리드를 물고 있던 앵커가 튀어올랐다. 2단계 착함이 완료된 것이다.
소화요원 백현재 일병은 “헬기 이착함 시에는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며 “헬기 이착함 과정에는 안전 고리를 링스에 연결해 갑판에 고정시키는 임무 등 여러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많은 요원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고 했다. 착함과 동시에 링스헬기에 재급유(再給油)를 했다. 최종일 대위는 “링스헬기는 야간 임무 출격을 위해 착함과 동시에 항공유를 가득 채워 두어야 한다”고 했다.
율곡이이함은 대잠 헬기 2대를 탑재하고 있어 헬기 격납고 2동(棟)을 보유하고 있다. 링스헬기를 헬기 격납고에 넣기 위해 요원들이 매달렸다. 날개를 접기 위해 ‘ㄷ자형’ 고무래 같이 생긴 기구를 이용해 4개의 로터를 2개로 접어 앞으로 정렬시켰다. 그 다음, ‘헬기 이송 장치’를 이용해 격납고에 헬기를 넣기 위해 요원 7~8명이 달려들어 헬기를 격납고에 넣었다.
백현재 일병은 “과거 헬기 이송장치가 없는 함들은 배의 흔들림에 따라 헬기를 격납고에 넣는 일이 대단히 위험했다”며 “이지스함은 헬기 이송장치와 이동용 레일까지 완비돼 있어 편리하고 안전하다”고 했다.
5년차 링스헬기 파일럿인 김철진 대위(사후 101기)는 “헬기 착함은 유체(流體) 위에 착륙하는 일이라 고난도의 숙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대위는 “첫 여성 대잠헬기 조종사로 양기진 대위가 탄생한 이래 여군들은 헬기 조종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위는 “물리학적으로 기동하는 헬기는 엔진을 끈 함정에 착륙하는 것보다 적정한 속도로 항진하는 함정에 착륙하는 게 더 안전하다”며 “조종사는 헬기가 최소한의 양력을 형성하면서 배의 시정, 풍속(풍향 포함), 운항속도, 침로 등을 고려해 착함하게 된다”고 했다.
현재 우리 해군은 올 1월 대잠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군 함정에 배치되는 다목적 해상작전헬기로 링스 와일드캣(AW-159)을 선정하고, 8대를 2018년까지 작전에 배치하기로 했다.
김철진 대위는 “링스헬기는 잠수함에는 공포의 존재”라며 “링스헬기는 의심되는 표적을 향해 디핑 소나(dipping sonar)를 여러 심도(深度)로 나눠 쏘기 때문에 수상함이 놓칠 수 있는 잠수함을 정확하게 찾아내 공격한다”고 했다.
이동우 중령은 “P-3C와 수상함이 잠수함을 식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링스헬기는 최종적으로 식별해 공격까지 마무리한다”며 “링스헬기에 탐지된 잠수함은 독안에 든 쥐 신세”라고 했다. 이 중령은 “홍상어처럼 사거리가 20km인 대잠어뢰도 있지만, 대개 함정이 보유한 어뢰는 사거리가 3~4km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더 긴 사거리를 가진 적 잠수함에 취약하다”며 “그러나 링스헬기를 탑재하면 그만큼 함정의 생존성(生存性)은 높아지게 된다”고 했다.
취약시간 틈타 ‘예인소나’를 투하
 |
| 율곡이이함 함미 헬기데크에 착함하는 슈퍼링스 대잠헬기. |
기상담당관 오환철 상사가 “내일 임무해역의 시정은 2마일, 바람은 35노트, 파고는 3~4m로 예상되고 태풍의 영향으로 폭풍우가 예상된다”고 하자, 남 대령은 “최소 시정 3마일 이상 돼야 링스헬기가 뜰 수 있을 텐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율곡이이함은 한국형 아스록(ASROC)인 홍상어 대잠어뢰를 싣고 있다. 국내에선 대잠어뢰인 청상어(경어뢰)와 백상어(중어뢰)가 개발된 상태지만 모두 물속으로 쏘는 방식이었다. 최대 사거리 20km인 홍상어는 소리보다 늦을 수밖에 없는 기존어뢰의 한계를 넘어선 무기로 적 잠수함이 있는 바다 위로 곧장 날아간 뒤 물속으로 들어가 목표를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홍상어는 ‘비행하는 어뢰’로 불린다.
오후 8시가 지난 시각, 이동우 중령은 “율곡이이함은 야간 취약시간을 고려해 수시로 대잠 활동을 전개한다”며 “예인소나(TAS·Towed Array Sanar)를 예인한다”고 했다. 예인소나는 수동소나의 일종이다. 율곡이이함은 DSQS-21 B2M 함수소나, SQR-220k 흑룡예인소나를 장착하고 있고, 전자전 장비로 소나타 전자전 장비인 SLQ-200(v)k, SLQ-261k와 양쪽 측면으로 어뢰기만탄(TACM)도 갖추고 있다.
이동우 중령은 “예인소나는 링스헬기의 디핑 소나보다 소리를 듣는 음역대가 광범위해 잠수함을 잡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율곡이이함은 하루 서너 차례 ‘취약 시간’을 파악해 예인소나를 무작위로 바다에 투입한다. 여군 통제관의 “타스 투입!”이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10여 명의 승조원이 검은색 소방호스 모양의 예인소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총 1000m가 넘는 길이의 예인소나를 필요한 수심(水深)으로 내려 끌고가면서 잠수함의 소리를 찾는 것이다.
함내를 이동하는 중, 폭뢰가 눈에 띄었다.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 ‘패트맨’을 연상시키는 뚱뚱한 폭뢰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이 중령은 “폭뢰는 해상전에서 필수적인 무기체계는 아니다”며 “적 잠수함에 대한 위협용으로 폭뢰를 투하한 후 전술적 회피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안개에 휩싸인 獨島
8월 31일 아침, 율곡이이함은 포항 인근 해상을 지나갔다. 야간에는 기동 속도를 늦추는 바람에 롤링(rolling)이 더 심하다고 한다. 1만t이 넘는 함정이라지만,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샤워실 칸막이에 갇힌 물들이 갈 곳을 몰라 이리저리 춤을 췄다.
임무교대를 알리는 여성 부사관의 방송에 이층침대 위에서 퍼뜩 눈을 떴다. 조타사 강효선 하사의 목소리였다. 새벽부터 배의 롤링이 심해지고 날씨는 폭풍우로 바뀌었다. 약간의 두통이 느껴졌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아침 링스헬기가 해경정에 이착함 훈련을 하면서 독도 인근을 통과하는 날이다.
최종일 대위가 “시정불량, 우천으로 독도 관측 불가”라고 기자에게 통보했다. 독도는 7마일 전방에 위치해 있었다. 최 대위는 “맑은 날이라면 시정이 10~12마일 정도가 돼 충분히 독도를 관측할 수 있다”고 했다. 독도 앞바다까지 와서 독도를 못 보고 가는 마음이 못내 서운했다. 전방에 분명히 독도의 동도(東島)와 서도(西島)가 버티고 있음에도 눈에는 보이지 않다니! 그때 이동우 중령이 격실로 찾아와 “전대장님이 오전 8시30분경 우리 함의 침로를 변경해 독도에 근접 기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독도에 대한 시각 검색을 위해 섬 가까이 가기로 한 것이다.
이동우 중령을 따라 함교로 올라갔다. 파도가 높아 함교에서 바라보기에 함수가 치솟았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비가 세차게 함교 윈도를 때리는 바람에 와이퍼가 부지런히 움직였다. 율곡이이함 옆으로 세종대왕함이 순항하고 있었다.
이동우 중령은 “이지스함을 통해 가끔 P-3C 등 일본 대잠초계기가 식별되고 있고, 러시아의 정찰기들도 포착된다”며 “이지스함 도입 이후 공군과 더욱 밀접한 합동작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공군이 보지 못하는 곳을 움직이는 이지스함 레이더가 다 포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율곡이이함과 독도와의 거리는 6.2마일, 동도와 서도가 합쳐져 하나로 보였다. 독도 해경정(5000t급)이 이곳 경비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율곡이이함은 2마일 거리를 두고 독도를 우측으로 돌아 동해로 나가기로 했다. 독도는 늘 너울과 파도가 심해 파고(波高)가 보통 2.5~3m에 달한다고 한다.
파고가 갑자기 높아지자 변침 명령이 떨어졌다. “오른편 전타!” “오른쪽 3도 더 틀어!” “현재 3600야드(3.3km)!” 이동우 중령이 “독도를 4000야드(3.6km) 이내로 통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더 근접하면 바다 수심의 상태를 파악할 수 없어 곤란하다”고 했다.
7광구 한·중·일 영토분쟁 가능성
 |
| 망원경을 이용해 독도를 관찰하는 승조원들. |
좌현 견시병 김정민 일병은 “2인 1조로 좌·우현 경계를 담당한다”며 “한 사람은 고정 망원경으로, 다른 한 사람은 망원경으로 감시한다”고 했다. 이지스함의 건조로 기동전단을 꾸려 우리의 해양영토를 지킬 정도의 군사력을 갖췄다는 사실에 흐뭇했다.
율곡이이함은 동쪽에서 서쪽을 바라보며 항진했다. 그때 전대장 남동우 대령이 함교로 올라오며 “초계함(FF) 시대에는 함교의 시대로 눈으로 보고 지휘하는 전투를 했었다”며 “한국형 구축함 시대를 열면서 더 멀리 보고 있고, 이지스함이 그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주변국들은 해양중시 정책으로 급속히 해군력을 팽창하고 있고, 우리 해군과의 전력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2012 제인함정연감(Jane's Fighting Ship)》에 따르면, 한국은 1000t 이상 함정 37척, 총 t수는 10.6만t을 보유 중인 데 비해, 중국은 218척(64.3만t), 일본은 70척(31.6만t)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해군의 대중 전력은 16%, 대일 전력은 33%에 불과하다.
특히 독도, 이어도와 달리 한・중・일 3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7광구는 우리 해군력의 질적 증강을 더욱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중국해에 위치한 7광구는 천연가스의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로 추정되는 등 막대한 자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둘러싼 해양경계 획정에 대한 세 나라의 입장이 매우 첨예한 상황이다. 3국의 갈등이 심해질 경우 해양분쟁의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남동우 대령은 “해군 전력 증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회가 먼저 나서 연구용역 예산을 반영할 정도로 공론화되고 있는 실정이며 국방부, 합참, 육·공군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해군은 함정 등 전력의 특성상 계획부터 건조, 실전배치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신속한 정책 결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율곡이이함의 심장, ‘전투지휘실’
 |
| 2012년 림팩컵 스포츠 이벤트 우승컵 앞에 선 남동우 전대장(왼쪽)과 유근종 함장. |
전투지휘실은 이지스함의 ‘심장’이다. 전투지휘실에 들어서자, 중앙의 대형 대공화면에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비행체 100여 대가 나타났다. 푸른 조명에 60여 명의 요원이 단 하나의 표적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레이더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온통 알 수 없는 숫자와 부호들이 나타났다.
‘이지스함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SPY-1D 위상배열레이더는 3차원 다기능 레이더다. 마하 8 이상의 스피드로 움직이는 전투기와 탄도미사일 등의 비행표적 1000여 개를 동시에 탐지, 추적해 20개의 표적을 동시에 요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율곡이이함은 미국의 이지스함과 유사하게 해성2 순항미사일을 통해 1000km에 달하는 강력한 지상타격 능력도 갖추고 있다. 동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이다. 눈앞에서 이지스함의 주특기 임무인 대공전 훈련상황이 펼쳐졌다.
오전 11시25분, 적 미확인 비행물체 두 대가 지속적으로 우리 영공으로 남하하자, 율곡이이함은 전투배치에 들어갔다.
“100마일 전방 NLL, 미확인 비행물체 접촉! 비행속도 60NM, 적기로 판단됨!” 전탐사의 보고가 카랑카랑하게 들렸다. 율곡이이함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포착됐고, 이 물체는 곧바로 적기로 식별돼 추적에 들어간 것이다.
“공군에 항공기 요청!” “총원 전투배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전투지휘실 요원들은 일제히 “총원 전투배치”라고 함성을 질렀다. 항해 레이더도 바쁘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율곡이이함은 60NM으로 남하하는 비행물체에 대해 일루미네이션(조사기)을 실시했다.
오전 11시32분, 전투지휘실은 적기에서 발사한 공대함 미사일에 대응해 수직발사관을 통해 SM-2 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 화면상에 SM-2 미사일 1기가 적의 공대함 미사일로 접근하는 모습이 표시됐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1분 후, 또 다른 적기가 발사한 공대함 미사일에 대응해 SM-2 미사일 1기가 발사됐고, ‘교전’ 상황이 벌어졌다.
오전 11시34분, 미사일 교전 결과에 따라 2기의 적 발사 공대함 미사일이 우리 SM-2 미사일에 ‘격추 완료’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남동우 전대장은 “적의 항공기도 미사일 사정권 내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요격에 들어간다”며 “이지스 시스템은 각종 무장 간 상충이 되지 않도록 교전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설정해 공격한다”고 했다.
율곡이이함이 미사일과 교전하는 사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SM-2 미사일을 비롯한 대공방어 무기들이 요격준비에 들어갔다. 이동우 중령은 “원거리 SM-2, 중거리는 RAM, 근거리는 골키퍼(30mm 7연장의 근접방어체계)로 방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적 로미오급 잠수함 접촉”
대공 목표물을 제거하자, 율곡이이함은 대잠전으로 전환했다. 오전 11시37분, “적 로미오급 잠수함 접촉”이라는 긴박한 음성이 들렸다. 11시37분, 링스헬기가 이함을 위한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11시39분, “현 해역에서 우군 잠수함 활동 결과, 우군 잠수함 없음”이라는 보고가 있자, 즉각 링스헬기 출격 지시가 떨어졌다.
남동우 전대장은 “적 잠수함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대잠초계기와 링스헬기를 투입해 잠수함을 잡아 낸다”며 “대잠세력들이 마치 적 잠수함을 독안에 든 쥐처럼 가둬 놓고 잡는 전법”이라고 했다. 링스 헬기가 적 잠수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도착해 신속히 디핑 소나를 투입, 잠수함 탐색에 들어갔다. 그 순간 잠수함 탐지 수중 통신기를 이용, 잠수함과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고 고속 북상 항해를 시작하자 적성으로 선포 후 탑재한 어뢰를 이용, 공격에 들어갔다. 잠시 후 링스로부터 잠수함 격침 보고가 올라오자 “상황 끝, 전투배치 해제!”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남동우 전대장은 “미군은 전투정보실을 CIC(Aegis Combat Information Center)라고 부르지만, 우리군은 CCC(Combat Command Center)라고 부른다”고 했다.
유근종 함장은 “이지스함을 운용해 보면 3척 추가 건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면서 “우리가 미 해군 또는 타군과 연합 내지 합동작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이지스함 덕분”이라고 했다. 유 함장은 “특히 이지스함 도입 이후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보유한 공군과 전술 토의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작전의 외연이 넓어졌다”며 “육상에 레이더 기지를 보유한 공군은 레이더 사각지대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동 레이더를 보유한 해군 이지스함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남동우 대령은 기자가 “SM-3 탄도탄 요격을 할 수 있는 미사일을 왜 보유하지 못하는가”라고 묻자, “우리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는 하층방어이기 때문에 현재 종말단계에서 떨어지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데, 그러면 잔해가 우리 영토 영해에 떨어지게 돼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SM-3를 보유해 비행단계에서 요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도 탄도탄 요격 작전을 수행하는 함정은 알레이버크급(DDG)이 아닌 타이곤데로가급(CG) 이지스구축함으로, 보유 함정 가운데 3분의 1만 탄도탄 요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대령은 “현재 우리 이지스구축함에는 최신 스파이레이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수함 근무 빼고는 禁女성역 깨져
유근종 함장은 “예전에 초계함(PCC) 이상 조수기(정수시설)를 보유해 함장실에만 24시간 물이 나와 ‘특권’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며 “지금은 수병들 공간에도 조수기가 설치돼 24시간 더운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율곡이이함엔 PX도 있다. 컵라면과 아이스크림, 과자 등이 가득했다. 술은 팔지 않는다. 장병들은 오후 5시 일과를 마치면 함내 피트니스센터를 애용한다.
함장인 유근종 대령은 “율곡이이함은 30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는데, 그중 10%가 여군”이라며 “남녀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라 신경이 쓰이지만, 단단한 팀워크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율곡이이함에는 23명의 여군이 탑승하고 있다.
유 대령은 “현재 해군은 여성들에게 거의 모든 전투함을 개방하고 있다”며 “잠수함 근무를 제외하고는 고속정 정장으로도 임무를 수행 중이다”고 했다.
유 함장은 “여군에 대한 복지가 남군보다 좋은 편”이라며 “여군들의 침실에는 화장실과 세탁실을 비롯해 자물쇠 장치 등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했다. 게다가 남군은 24명이 침실을 함께 사용하는 데 비해 여군은 6명 또는 15명이 침실을 같이 사용한다고 했다.
레이더와 통신기 정비를 담당하는 김그림 하사는 “대학 때 부사관학과를 졸업했고, 아무래도 기계를 다루는 일이다 보니 남자들보다 업무처리가 더딘 편”이라면서도 “여군들이 남군보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이 해군에는 많다”고 했다. 강민주 하사는 “부모님께서 처음엔 위험하다고 걱정하셨지만 지금은 오히려 격려해 주신다”고 했다.
“은하3호도 요격할 수 있을 것 같아”
 |
| 함교를 중심으로 율곡이이함의 스파이레이더(오른쪽)와 대함미사일 요격용 미사일 램(RAM). |
당시 율곡이이함에서 작전관으로 북한 미사일을 탐지했던 김창성(金昌星) 중령(해사 49기)은 “우리 해군은 2012년 12월 8일 북한의 기만전술에도 불구하고 서·남해상에 이지스구축함 3척을 작전 배치해 3척의 이지스함 모두 북한 미사일을 탐지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특히 북한 미사일 잔해의 낙하지점을 정확히 계산해, 궤적의 한계치와 최종 소실위치, 자유낙하 존을 체크해 P-3C와 링스헬기를 동원해 찾고 소해함(청해진함)으로 건져 올렸던 것”이라고 했다.
—북한 미사일을 처음으로 탐지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날짜로 2012년 12월 12일이라 잊히지도 않는다. 미사일을 포착한 순간, 심벌이 화면에 떴고, 즉각 지휘부에 전파했다. 당시 서해상에 있던 세 척의 이지스함이 동시에 미사일을 탐지했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할 수 있을까, 운영하는 장교로서도 무릎을 칠 정도였다.”
—추진체까지 인양한 것에 대해 해군 지휘부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나.
“이지스함이 제 역할을 해 낸 것에 대해 작전에 참가한 장교로서 무척이나 보람을 느꼈다. 기함인 세종대왕함에서 이함한 헬기가 추진체를 발견했을 때 쾌감은 더 말할 수 없었다. 미사일 추진체의 자유낙하 지점을 정확하게 계산해 청해진함의 해난구조대(SSU)에 통보해 주었는데, 우리가 불러준 위치와 인양위치의 오차가 반경 15m밖에 나지 않았다. 만약,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이 날아왔더라도 우리가 탄도탄 요격 능력만 갖추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선 날아가는 ‘은하3호’ 로켓을 요격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미국의 반응은 어땠나.
“이지스함을 운용한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작전을 해 낸 것에 대해 격찬했다. 림팩 훈련에서 탄도탄 훈련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이지스의 종주국 미국보다 더 신속하게 탐지를 해 낸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지스의 유용성과 가치를 북한이 한껏 높여 준 셈이다.”
그때 마침, 텔레비전에서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6건의 공사를 진행하는 등 시설확충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김 중령은 “아마도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추가 건설하기 위한 공사일 것 같다”며 “저 뉴스를 보았으니 이젠 편안한 잠은 못 잘 것 같다”고 했다.
남동우 대령은 2012년 6월, 하와이에서 열린 림팩훈련에 율곡이이함 함장으로, 유근종 대령은 부함장으로 참가했다. 당시 23회 림팩훈련에 미 태평양함대를 주축으로 러시아, 호주, 일본 등 22개 나라에서 전함 39척과 잠수함 6척, 병력 2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그때 율곡이이함은 실사격훈련(CSSQT)에서 사거리 150km의 SM-2 미사일, 10km 이내 단거리 방어무기인 RAM으로 최고의 전투지휘함으로 인정을 받았다.
‘배틀십’
 |
| SM-2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율곡이이함. |
남동우 대령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묘코함 승조원을 비롯해 림팩 훈련 참가국 모두 현장에서 영화 ‘배틀십’을 보았다”며 “그러나 림팩컵 우승은 영화처럼 일본이 아니라 10년 연속 우승한 미국을 제친 우리 한국이 차지했다”고 했다.
이튿날인 9월 1일 아침, 태풍은 물러가고 하늘은 쾌청했다. 기자 일행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링스헬기를 기다렸다. 이동우 중령이 “빨리 헬기갑판으로 나오라”며 기자를 불렀다. 조용한 아침을 방해하는 침입자 이지스함을 경계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이함을 환송하려는 것일까. 돌고래 10여 마리가 율곡이이함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수면 위로 튀어올랐다.
9시경 율곡이이함 승조원들이 헬기 데크에 나와 환송하는 가운데 기자 일행이 링스헬기에 탑승했다. 율곡이이함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