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는 대한민국의 핵무기와 미국이 보는 북한의 핵무기는 같은 것이 전혀 아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핵을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핵폭탄은 영국의 핵 혹은 이스라엘의 핵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 한국의 핵무장은 北·주변 강대국과 묵시적 불가침조약 체결 효과
⊙ 북한이 핵무장 하는 날, 한국은 NPT 조약 10조 1항에 의거 NPT 탈퇴하고 핵무장 나서야
⊙ 한국의 핵무장 반길 나라는 日本… 美, 中견제 위해 日핵보유도 용인할 것
⊙ 韓美同盟은 全 지구적 문제에 대처하는 진정한 전략 동맹으로 승격 가능
李春根
⊙ 61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 저서: 《미국에 당당했던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 한국의 핵무장은 北·주변 강대국과 묵시적 불가침조약 체결 효과
⊙ 북한이 핵무장 하는 날, 한국은 NPT 조약 10조 1항에 의거 NPT 탈퇴하고 핵무장 나서야
⊙ 한국의 핵무장 반길 나라는 日本… 美, 中견제 위해 日핵보유도 용인할 것
⊙ 韓美同盟은 全 지구적 문제에 대처하는 진정한 전략 동맹으로 승격 가능
李春根
⊙ 61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 저서: 《미국에 당당했던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지난 2월 12일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통해 조만간 핵무기 체계를 완비할 수 있을 것임을 과시했다. 북한의 핵보유는 당연히 대한민국 국가안보에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핵 파멸이 두려워 핵을 가진 북한의 각종 도발에 제대로 맞대응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비참하지만 북한의 각종 요구에 굴복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현재 상태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 한국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일이다. 미국의 핵우산을 빌리는 일, 혹은 미사일 방어체계(MD)에 가입하는 일, 혹은 북한의 핵시설을 정밀 선제타격하는 일 등, 다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두들 그 신뢰성이 떨어지거나 지극히 위험하다.
북한이 핵으로 공격할 때 미국이 대신 막아준다는 의미의 ‘핵우산’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날 ‘찢어진 우산’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확전(擴戰)이 두려워 제대로 보복 공격을 하지 못한 대한민국이, 이미 핵무장 한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사전에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발상도 비현실적이다.
북한의 핵시설을 100% 파괴할 수 없는 한, 이 같은 전략은 북한의 핵 보복을 야기할 수 있으며, 북한의 공격이 ‘임박한’ 시점이 언제인지도 알 수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할 시점을 정확히 모르는데 무슨 수로 선제타격한다는 말인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임박한 시점은 물론, 6·25 전쟁이 임박한 시점도 우리는 알지 못했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남아 있는 방법은 이스라엘식(式)으로, 북한이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을 사전에 공격해서 차단하든지, 혹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 맞장 뜰 수 있는 수준으로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든지, 둘 중 하나뿐이다. 우리나라 언론과 여론이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강경론자’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진단이다. 북한 핵시설을 타격해서 북한의 핵보유를 원천적으로 저지하자는 주장이 있다면 그것이 ‘강경론’이다.
정상 국가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정책 대안이어야 할 이스라엘식 선제공격 방안은 현재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약하나마 존재하는 것이 자위적(自衛的) 핵무장론이다. 자위적 핵무장은 핵을 보유한 적국의 위협에 당면한 국가가 택하는 어쩔 수 없는 방안이다. 적을 파멸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에게 파멸당하지 않으려 택하는 방안을 강경론이라 말하면 그것처럼 우스운 얘기는 없다.
레이건의 핵전략은 不戰勝
이 글의 제목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이다. 이런 제목의 글을 쓰는 것은 상상화(想像畫)를 그리는 일과 마찬가지다. 학문으로서 국제정치를 연구하는 필자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핵전략 그 자체가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원래 ‘전략’이란 장군의 기예(技藝·arts)였다. 전쟁을 직접 담당하는 군인들이 무기와 군대를 어떻게 잘 사용해야 승리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해 연구했다. 그래서 전략이론은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것이었다. 전략가들 중에는 전략을 수학적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각종 무기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공격 혹은 방어 작전에 투입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느냐에 관한 전략적 탐구는 기예를 넘어 과학이 될 정도였다.
이 같은 전략 사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이 핵폭탄이다. 단 한 발로 도시 하나가 궤멸돼 버리는 핵무기는 승리라는 전쟁 목적에 기여하기 부적당했다.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되었다는 신문 1면 기사를 보며 당대 미국 최고의 전략이론가 버나드 브로디(Bernard Brodie) 박사는 “내가 지금까지 저술한 모든 전략 관련 논문들은 이제부터 못 쓰는 것이 됐다”고 탄식했다.
과거의 전략은 ‘무기를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핵무기가 출현한 이후의 전략은 ‘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지 않아야 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과거의 전략은 싸워서 승리를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핵 시대의 전략은 전쟁의 억지(deterrence)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다고 승리의 개념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싸우지 않은 채 승리하는 것이 핵 시대의 전략이 추구하는 목표가 됐다. 레이건의 핵전략은 싸우지 않은 채 승리한 대표적 사례다.
핵전략은 핵무기의 효용성을 ‘사용하지 않은 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대단한 것으로 인정하며,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핵무기의 효용성은 ‘가지고 있지만, 쓰지 않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핵폭탄이 발명된 이후 다수의 민간인 학자들이 핵전략 분야에 진출했다. ‘민간인들이 전쟁에 관해 뭘 알겠느냐’며 장군들이 불평했다. 민간인 핵전략 이론가들이 응수했다. “장군님들, 핵전쟁 해보셨나요?”
핵전쟁은 누구도 해보지 않은 전쟁이다. 핵전쟁이란 전쟁 당사자 양편이 핵무기를 사용해서 싸우는 전쟁을 의미한다. 핵무기가 발명된 지 70년이 다 돼가는 오늘까지 핵보유국끼리 전쟁을 벌인 적은 없었다. 또한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가 핵보유국의 본토를 직접 공격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국가들은 가능하면 핵무장을 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핵무기는 타국의 공격을 막아주고, 전쟁을 하지 않은 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게 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핵무장 한 북한, 소련처럼 자멸하지 않아
대한민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 이유는 훨씬 절박하다. 싸우지 않고 대한민국을 통째로 굴복시키겠다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항하는 최소한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핵을 가지면, 북한이 원하는 것들을 막을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면하게 될 상황들을 상상해 보자. 그리고 우리가 핵을 보유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와 주변 국제정치에 어떤 일이 야기될지 상상해 보자.
많은 사람이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했느냐”며 북한이 보유하려는 핵무기의 효용을 비하하듯 말한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이 핵무장 하는 이유는 결코 망하지 않기 위해서다. 핵무장 한 소련이 꿈쩍 못하고 망한 이유는 소련이 해코지해야 할 대상인 미국과 유럽의 강대국들이 소련 못지않은 수준으로 핵무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장을 갖추고 대한민국은 핵무장 하지 않았을 경우, 북한은 스스로 붕괴되지 않는다. 생사의 위기에 처한 강도(强盜)가 무방비 상태의 부자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붕괴의 위기에 처한 핵무장 북한은 대한민국을 해코지하여 살아날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우리도 핵무장을 갖추고 있을 때라야 소련의 교훈을 북한에 적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붕괴의 위기에 도달한다면, 그때가 바로 제2의 6·25 전쟁이 발발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북한과 맞먹는 핵무장을 갖추고 있다면, 대한민국과 전쟁을 벌여봤자 아무런 득이 없을 북한의 지도자들은 비록 권력을 잃을지라도 생물학적 수명이라도 보장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소련이 그렇게 하지 않았던가? 소련이 원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붕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붕괴시키려고 결심했을 당시, 그는 우선 ‘미국의 핵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소련의 핵 공격을 방어하겠다’는 조치까지 취했다. ‘별들의 전쟁’이라고도 불린 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전략방어구상)가 그것이다. 레이건은 막강한 억지장치를 마련한 후 소련을 구석으로 몰았고, 소련은 이에 굴복한 것이다. 맥락도 모르면서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했느냐?’며 북한 핵을 비하하면 안 된다.
핵무장 해야 북한 레짐체인지 가능
북한의 핵은 사실상 북한 정권의 무기이지 북한 주민의 무기는 아니다. 북한 주민은 핵무기가 아니라 밥이 필요하다. 공산주의가 실패로 끝났음이 판명되고 공산주의 국가들이 줄줄이 붕괴된 1980년대 말엽 이후, 북한의 핵무장 노력은 국가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정권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국가를 구하려면 개혁 개방을 하면 될 일이었다.
북한 위정자들은 그 경우 자신들의 정권이 붕괴될 것을 우려해, 폐쇄, 강압, 핵무장에 노력했다. 그 결과 오늘 비록 주민들은 밥을 굶을지라도 핵을 보유한 강성 대국이 됐다고 큰소리치는 상황에 이르렀고, 북한의 위정자들은 아직도 권좌(權座)를 지키고 있다.
북한 핵을 저지하려는 모든 방안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확실해진 요즈음, 비로소 북한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핵무장 한 북한 정권이 레짐 체인지를 앉아서 당할 것 같은가?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에 추호라도 북한 정권에 대한 레짐 체인지 요소가 보인다면, 북한 정권은 즉각 대한민국에 대해 도발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이 자신을 붕괴시키려 했고, 이에 대한 응징이라며 게릴라를 수백 명 한국 후방 깊숙한 곳에 침투시킬 수도 있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고, 군함을 격침시킬 수도 있고, 민간인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이 이같이 노골적으로 도발할 때, 대한민국이 강력하게 대응할 방법이 어디 있는가?
우리가 스스로 핵무장 하고 있지 않은 한, 핵무장 한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발상은 극히 위험하다.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것은 확실하게 북한 정권을 분노하게 만들 것이며, 그들의 도발을 초청하는 일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두려운 대한민국 위정자 일부와 국민들은 북한 정권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일이라며 레짐 체인지 정책에 반대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핵무장 하지 않는 한, 우리는 핵보유국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추구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는커녕 사실상의 항복(降伏)을 생각해야 할 처절한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과 ‘공생(共生)’을 추구하는 자비로운 정권이 아니며, 북한의 절박한 경제상황은 북한 정권이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 정권의 단말마적 도발을 막을 안전장치가 바로 한국의 핵무장이다.
대한민국의 핵무장, 묵시적인 불가침협정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평화를 사랑하며 전쟁을 혐오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봉건 세습왕조보다도 더한 북한의 독재체제하에 살게 되느니 차라리 전쟁을 각오할 용기가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그리고 우리에게는 핵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전쟁도 치르지 못한 채 북한의 사실상 지배 아래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반면 우리가 핵무장을 갖추는 날 우리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전쟁도 없이 통째로 접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핵무장 한 대한민국과 핵무장 한 북한은 군사적으로 다시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고, 그 경쟁에서 대한민국은 느긋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인 핵전략가로 이름을 날린 키신저 박사는 《핵무기와 외교정책》(Nuclear Weapons and Foreign Policy)이라는 1957년 간행 그의 출세작에서, 국가들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묵시적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건국 이래 지금까지 북한은 대한민국을 군사력으로 전복시키겠다는 전략을 포기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은 무력통일을 포기했지만, 북한은 궁극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해서 통일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 북한은 대한민국과는 언제라도 최후의 결전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 도발을 주저하게 만드는 최대의 관건은 한미동맹이었다. 북한은 한미동맹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 줄기차게 ‘미북(美北)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해 왔다. 북한이 미국과의 불가침조약 체결에 성공한다면, 한반도 문제의 최종 결판은 남북한 양측의 수중에 놓인다. 북한은 이날이 오기를 꿈꿔왔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의 야무진 꿈을 깨뜨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거의 갖춘 상태는 우리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무장 앞에 벌벌 떨 수만은 없기에, 그리고 북한의 협박에 속절없이 당할 수만은 없기에,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국가처럼 행동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날, 북한은 감히 대한민국을 군사력으로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오로지 미국과만 체결하기를 원했던 불가침조약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대신,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실질적으로 남북한 불가침조약이 체결된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 하는 날, 북한은 오히려 대한민국에 불가침협정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에서 기술적 문제는 고려대상 아냐
문제는 대한민국이 현 상황 아래서 마음먹는다고 곧 핵무장 국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또한 국제정치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는 어렵지 않다. 핵무기 기술은 이미 70년이 다 돼가는 기술이며 MIT공대 4학년 학생들에게 돈 몇만 달러만 쥐어 주면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핵기술은 더 이상 신비한 기술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핵물리학자들은 한국도 결심만 하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핵무장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예상보다 짧을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우리가 지금 당장 핵무장 노력을 시작하면 북한보다 오히려 더 빨리 ‘핵무기 체계’를 완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북한 것보다 훨씬 성능 좋은 폭격용 전투기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을 이야기할 때, 기술적인 문제는 심각한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도 된다. 문제는 국제정치적인 장애요인들이다.
그러나 자위적 핵무장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한국이 핵을 가지면 안 되는 ‘전략적 이유들’(strategic reasons)을 제시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진정한 반대론은 우리가 핵을 만들면 안 되는 군사 전략적 이유에 의해 뒷받침될 때 설득력이 있다.
핵무장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는 식자(識者)들이 제시하는 반대 이유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대한민국이 ‘핵무장 하는 일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핵무장 반대론이기보다는 핵무장 회의론(懷疑論)에 더 가깝다.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면 안 될 전략적 이유가 아니라 핵을 보유하는 과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핵무장에 따른 근거 없는 우려들
한국의 자위적 핵무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핵무장 과정상의 난제(難題)들은 이렇다. 첫째, 한국은 핵확산 금지조약(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가입국이기 때문에 이 법을 어기지 않는 한 핵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둘째, 미국이 한국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셋째, 한국은 국제적인 상호 의존이 높은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핵무장을 하다가는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경제가 파탄 나고 말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넷째,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할 것이고 동북아시아 국제정치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을 주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NPT(핵확산 금지조약)를 대단한 강제조치로 인식하고 있지만, NPT 조약 10조 1항은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에 처한 국가들은 그 이유를 소명하고 NPT에서 탈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장을 갖추는 날, 우리는 이미 앞에서 제시한 이유들 때문에 당연히 핵무장을 결심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NPT를 탈퇴해야 한다. 탈퇴 선언 3개월 후부터 우리는 NPT 가맹국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중 하나는 NPT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라는 사실이다.
1970년 NPT가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을 당시, 중국은 이 조약이 불평등하다고 가입하지 않았었고, 프랑스는 제3세계 국가들에 핵물질을 수출하기 위해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도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은 1985년 가입했다가 2003년에 탈퇴했다. 원 핵무기 보유국 5국에 포함되는 프랑스·중국은 나중에 NPT에 가입했고,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은 모두 핵무장국이 됐다. 북한도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다.
NPT 문안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 탈퇴한 나라, 가입하지 않은 나라를 어떻게 규제하고 처벌하라는 아무런 조항이 없다. NPT를 탈퇴한 북한이 당했던 규제도 주로 미국이 주도한 ‘경제적’인 것이었고 사실상 무의미한 것으로 판명났다.
미국이 핵무기를 보는 시각
한국이 당면한 현재 상황은 일찍이 어떤 국가도 당해 보지 않았던 최악의 상황이다. 이미 북한은 핵공격을 공언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제네바 국제회의에서 북한은 한국을 ‘최종 파멸’(Final Destruction)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어떻게 우리를 처벌할 것인가? 한국의 물건을 사주지 않거나 한국에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할까? 국제사회의 규제 때문에 우리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호한 원칙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우리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미국이 보는 대한민국의 핵무기와 미국이 보는 북한의 핵무기는 전혀 같은 것이 아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핵을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핵폭탄은 영국의 핵 혹은 이스라엘의 핵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럼즈펠드 장관은 회고록에서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장 할 경우 한국과 타이완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 그 자체가 아니라 핵을 만들려 노력하는 ‘정권의 성격’이 미국에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 그 정권이 불량배인가 아닌가가 미국이 이를 규제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그래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43대)은 북한의 핵을 빼앗느니 차라리 북한을 레짐 체인지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이것도 결단코 반대하지 않았던가.
미국이나 중국이 진정 한국의 핵무장을 허락할 수 없다면,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레짐 체인지하려 할까? 웃기는 이야기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특히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포기시키는 대가로 북한의 핵폐기를 받아내 줄 것이다. 이런 조건이 성립될 때 우리가 더 이상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고집 피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고슴도치 이론
북한 정권과 그 일당을 제외한 온 한민족은 평화를 사랑한다.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가 전혀 없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호전적인 김정은 집단만이 핵무장을 갖추고 있는 군사적 불균형 상태를 감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자위적 핵무장을 갖출 수밖에 없다.
우리는 수십 년 이상,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인 중국과 러시아 등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이들의 노력에 적극 협력해 왔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는 데 관건을 쥐고 있는 중국에 크게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적극적으로 막아주지 않았다. 북한의 핵개발이 한 단계씩 진전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제1718호, 제1874호, 제2087호 등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유엔 결의안이 더욱 강력해져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파탄 나게 될 상황을 오히려 반대했고, 결의안이 강력하게 집행되는 것도 반대했다.
중국은 북한이 벼랑 끝에 내몰릴 때마다 북한의 안전판이 돼주었다. 미국 역시 북한의 ‘핵폐기’가 아니라 ‘동결’을 말했고, 북한 핵 그 자체보다 ‘핵확산’이 두렵다고 말함으로써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하긴 중국과 미국이 북한 핵에 대해 대한민국과 같은 관점을 가질 수도 없고 가져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 핵이 별 위협이 되지 않는 중국이 북한 핵 폐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미국은 한때(1994년 6월) 북한 핵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북한 핵시설 폭격 계획까지 갖고 있었지만, 당시 한국 대통령(김영삼)이 미국의 북한 핵시설 폭격 계획을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북한 핵무장의 역사는 대한민국 국가 안보의 최종 책임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대한민국의 자위적 핵무장은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주변국들을 불편하게도 할 것이고, 오히려 기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중국이 가장 불편해 할 것이다. 몇 년 전 세미나에서 중국의 학자에게 필자는 “왜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보다 강력하게 막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정말 기분 나쁜 대답을 들은 적이 있었다.
“북한이 독립국인데 중국이 독립국의 행동에 어떻게 간섭하느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중국학자에게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도 된다는 말이냐?” “대한민국의 핵무장이 아시아에 불러올 파장을 당신은 알고 있느냐?”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나라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묘사한 국제정치 이론 중 ‘고슴도치 이론’(Porcupine Theory)이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고슴도치는 약하고 작은 동물이지만 가시 때문에 사자에게도 잡혀먹히지 않는 동물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약소국들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가질 수 있게 했다. 핵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북한과는 물론 이웃 강대국들과도 묵시적인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상태가 될 것이다.
美, 중국 주변 동맹국들의 핵무장 말릴 이유 없어
한국의 핵무장을 오히려 반길 나라는 일본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할 것이고 일본이 핵무장 하는 날 중국의 지위는 지금처럼 아시아의 왕자(王者)는 아니게 될 것이다. 일본은 미국에 마치 아시아의 영국처럼 보이려 노력함으로써 핵무장을 묵인받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노력했다. 그래서 일본은 결심만 하면 당장 완전한 핵무장 국가가 될 능력을 다 갖춰놓고 있다.
중국의 부상(浮上)을 미국에 대한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이, 중국 주변의 미국 동맹국들(한국이나 일본)이 스스로 강화되는 것을 회초리를 들며 말릴 이유가 없다.
한국의 핵무장을 미국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핵확산 금지 정책에 정면도전하는 것을 미국이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말이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인도의 핵은 되는데 북한의 핵은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불평은 사실(fact)상으로 맞는 말이다. 미국은 허락하는 핵도 있고, 허락하지 않는 핵도 있다. 미국의 핵정책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미국 편인 나라의 핵확산을 막기 위해 이란과 북한에 대해 하는 것처럼 강경하게 나간 적이 없었다. 영국과 인도는 오히려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핵보유국이 됐다. 한국이 핵무장 함으로써, 비록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통한 것이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동북아의 안정을 유지하겠다는데, 그것을 미국이 필사적으로 막고 한국의 경제를 파탄시킨다면, 그런 미국을 우리는 동맹국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 사람들 중 대한민국이 테러리스트와 중동의 반미(反美) 국가들에 팔아먹기 위해 핵무기를 만든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을 좋은 친구요 동맹국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갖출 경우, 한미동맹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진정한 전략 동맹으로 승격될 수 있다. 핵무장을 갖춘 대한민국은 이라크 문제가 다급해 주한미군을 빼가려는 미국의 발목을 잡는 것과 같은 일도 없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가안보 문제만 해소한다면 능히 영국이나 프랑스급의 강대국이 될 수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세계 100등도 못 되는 북한의 위협에서 떨다가 망할 수는 없기에, 핵무장을 갖추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세계 7대 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나라가 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69%가 핵무장에 찬성한다. 핵전략은 다른 군사전략과 달리 상상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말로 이 글을 시작했다. 핵을 보유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을 제압하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통일을 달성, 강대국 대한민국을 이룩하는 상상을 해보자.⊙
이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현재 상태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 한국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일이다. 미국의 핵우산을 빌리는 일, 혹은 미사일 방어체계(MD)에 가입하는 일, 혹은 북한의 핵시설을 정밀 선제타격하는 일 등, 다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두들 그 신뢰성이 떨어지거나 지극히 위험하다.
북한이 핵으로 공격할 때 미국이 대신 막아준다는 의미의 ‘핵우산’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날 ‘찢어진 우산’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확전(擴戰)이 두려워 제대로 보복 공격을 하지 못한 대한민국이, 이미 핵무장 한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사전에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발상도 비현실적이다.
북한의 핵시설을 100% 파괴할 수 없는 한, 이 같은 전략은 북한의 핵 보복을 야기할 수 있으며, 북한의 공격이 ‘임박한’ 시점이 언제인지도 알 수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할 시점을 정확히 모르는데 무슨 수로 선제타격한다는 말인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임박한 시점은 물론, 6·25 전쟁이 임박한 시점도 우리는 알지 못했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남아 있는 방법은 이스라엘식(式)으로, 북한이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을 사전에 공격해서 차단하든지, 혹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 맞장 뜰 수 있는 수준으로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든지, 둘 중 하나뿐이다. 우리나라 언론과 여론이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강경론자’라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진단이다. 북한 핵시설을 타격해서 북한의 핵보유를 원천적으로 저지하자는 주장이 있다면 그것이 ‘강경론’이다.
정상 국가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정책 대안이어야 할 이스라엘식 선제공격 방안은 현재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약하나마 존재하는 것이 자위적(自衛的) 핵무장론이다. 자위적 핵무장은 핵을 보유한 적국의 위협에 당면한 국가가 택하는 어쩔 수 없는 방안이다. 적을 파멸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에게 파멸당하지 않으려 택하는 방안을 강경론이라 말하면 그것처럼 우스운 얘기는 없다.
레이건의 핵전략은 不戰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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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장면에 김정은 얼굴을 넣어 합성한 유튜브 동영상. |
원래 ‘전략’이란 장군의 기예(技藝·arts)였다. 전쟁을 직접 담당하는 군인들이 무기와 군대를 어떻게 잘 사용해야 승리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해 연구했다. 그래서 전략이론은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것이었다. 전략가들 중에는 전략을 수학적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각종 무기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공격 혹은 방어 작전에 투입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느냐에 관한 전략적 탐구는 기예를 넘어 과학이 될 정도였다.
이 같은 전략 사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이 핵폭탄이다. 단 한 발로 도시 하나가 궤멸돼 버리는 핵무기는 승리라는 전쟁 목적에 기여하기 부적당했다.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되었다는 신문 1면 기사를 보며 당대 미국 최고의 전략이론가 버나드 브로디(Bernard Brodie) 박사는 “내가 지금까지 저술한 모든 전략 관련 논문들은 이제부터 못 쓰는 것이 됐다”고 탄식했다.
과거의 전략은 ‘무기를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핵무기가 출현한 이후의 전략은 ‘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지 않아야 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과거의 전략은 싸워서 승리를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핵 시대의 전략은 전쟁의 억지(deterrence)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다고 승리의 개념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싸우지 않은 채 승리하는 것이 핵 시대의 전략이 추구하는 목표가 됐다. 레이건의 핵전략은 싸우지 않은 채 승리한 대표적 사례다.
핵전략은 핵무기의 효용성을 ‘사용하지 않은 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대단한 것으로 인정하며,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핵무기의 효용성은 ‘가지고 있지만, 쓰지 않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핵폭탄이 발명된 이후 다수의 민간인 학자들이 핵전략 분야에 진출했다. ‘민간인들이 전쟁에 관해 뭘 알겠느냐’며 장군들이 불평했다. 민간인 핵전략 이론가들이 응수했다. “장군님들, 핵전쟁 해보셨나요?”
핵전쟁은 누구도 해보지 않은 전쟁이다. 핵전쟁이란 전쟁 당사자 양편이 핵무기를 사용해서 싸우는 전쟁을 의미한다. 핵무기가 발명된 지 70년이 다 돼가는 오늘까지 핵보유국끼리 전쟁을 벌인 적은 없었다. 또한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가 핵보유국의 본토를 직접 공격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국가들은 가능하면 핵무장을 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핵무기는 타국의 공격을 막아주고, 전쟁을 하지 않은 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게 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핵무장 한 북한, 소련처럼 자멸하지 않아
대한민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 이유는 훨씬 절박하다. 싸우지 않고 대한민국을 통째로 굴복시키겠다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항하는 최소한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핵을 가지면, 북한이 원하는 것들을 막을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면하게 될 상황들을 상상해 보자. 그리고 우리가 핵을 보유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와 주변 국제정치에 어떤 일이 야기될지 상상해 보자.
많은 사람이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했느냐”며 북한이 보유하려는 핵무기의 효용을 비하하듯 말한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이 핵무장 하는 이유는 결코 망하지 않기 위해서다. 핵무장 한 소련이 꿈쩍 못하고 망한 이유는 소련이 해코지해야 할 대상인 미국과 유럽의 강대국들이 소련 못지않은 수준으로 핵무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장을 갖추고 대한민국은 핵무장 하지 않았을 경우, 북한은 스스로 붕괴되지 않는다. 생사의 위기에 처한 강도(强盜)가 무방비 상태의 부자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붕괴의 위기에 처한 핵무장 북한은 대한민국을 해코지하여 살아날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우리도 핵무장을 갖추고 있을 때라야 소련의 교훈을 북한에 적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붕괴의 위기에 도달한다면, 그때가 바로 제2의 6·25 전쟁이 발발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북한과 맞먹는 핵무장을 갖추고 있다면, 대한민국과 전쟁을 벌여봤자 아무런 득이 없을 북한의 지도자들은 비록 권력을 잃을지라도 생물학적 수명이라도 보장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소련이 그렇게 하지 않았던가? 소련이 원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붕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붕괴시키려고 결심했을 당시, 그는 우선 ‘미국의 핵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소련의 핵 공격을 방어하겠다’는 조치까지 취했다. ‘별들의 전쟁’이라고도 불린 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전략방어구상)가 그것이다. 레이건은 막강한 억지장치를 마련한 후 소련을 구석으로 몰았고, 소련은 이에 굴복한 것이다. 맥락도 모르면서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했느냐?’며 북한 핵을 비하하면 안 된다.
핵무장 해야 북한 레짐체인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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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3월 7일 북한은 《노동신문》 1면에 스커드, KN-02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 차량들의 열병 행렬 사진을 실었다. |
북한 위정자들은 그 경우 자신들의 정권이 붕괴될 것을 우려해, 폐쇄, 강압, 핵무장에 노력했다. 그 결과 오늘 비록 주민들은 밥을 굶을지라도 핵을 보유한 강성 대국이 됐다고 큰소리치는 상황에 이르렀고, 북한의 위정자들은 아직도 권좌(權座)를 지키고 있다.
북한 핵을 저지하려는 모든 방안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확실해진 요즈음, 비로소 북한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핵무장 한 북한 정권이 레짐 체인지를 앉아서 당할 것 같은가?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에 추호라도 북한 정권에 대한 레짐 체인지 요소가 보인다면, 북한 정권은 즉각 대한민국에 대해 도발할 것이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이 자신을 붕괴시키려 했고, 이에 대한 응징이라며 게릴라를 수백 명 한국 후방 깊숙한 곳에 침투시킬 수도 있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고, 군함을 격침시킬 수도 있고, 민간인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이 이같이 노골적으로 도발할 때, 대한민국이 강력하게 대응할 방법이 어디 있는가?
우리가 스스로 핵무장 하고 있지 않은 한, 핵무장 한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발상은 극히 위험하다.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것은 확실하게 북한 정권을 분노하게 만들 것이며, 그들의 도발을 초청하는 일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두려운 대한민국 위정자 일부와 국민들은 북한 정권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일이라며 레짐 체인지 정책에 반대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핵무장 하지 않는 한, 우리는 핵보유국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추구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는커녕 사실상의 항복(降伏)을 생각해야 할 처절한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과 ‘공생(共生)’을 추구하는 자비로운 정권이 아니며, 북한의 절박한 경제상황은 북한 정권이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 정권의 단말마적 도발을 막을 안전장치가 바로 한국의 핵무장이다.
대한민국의 핵무장, 묵시적인 불가침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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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10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전략무기감축 회담을 열었던 당시의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오른쪽)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
핵무장 한 대한민국과 핵무장 한 북한은 군사적으로 다시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고, 그 경쟁에서 대한민국은 느긋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인 핵전략가로 이름을 날린 키신저 박사는 《핵무기와 외교정책》(Nuclear Weapons and Foreign Policy)이라는 1957년 간행 그의 출세작에서, 국가들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묵시적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건국 이래 지금까지 북한은 대한민국을 군사력으로 전복시키겠다는 전략을 포기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은 무력통일을 포기했지만, 북한은 궁극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해서 통일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 북한은 대한민국과는 언제라도 최후의 결전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 도발을 주저하게 만드는 최대의 관건은 한미동맹이었다. 북한은 한미동맹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 줄기차게 ‘미북(美北)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해 왔다. 북한이 미국과의 불가침조약 체결에 성공한다면, 한반도 문제의 최종 결판은 남북한 양측의 수중에 놓인다. 북한은 이날이 오기를 꿈꿔왔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의 야무진 꿈을 깨뜨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거의 갖춘 상태는 우리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핵무장 앞에 벌벌 떨 수만은 없기에, 그리고 북한의 협박에 속절없이 당할 수만은 없기에,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국가처럼 행동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날, 북한은 감히 대한민국을 군사력으로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오로지 미국과만 체결하기를 원했던 불가침조약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대신,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실질적으로 남북한 불가침조약이 체결된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 하는 날, 북한은 오히려 대한민국에 불가침협정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에서 기술적 문제는 고려대상 아냐
문제는 대한민국이 현 상황 아래서 마음먹는다고 곧 핵무장 국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또한 국제정치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는 어렵지 않다. 핵무기 기술은 이미 70년이 다 돼가는 기술이며 MIT공대 4학년 학생들에게 돈 몇만 달러만 쥐어 주면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핵기술은 더 이상 신비한 기술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핵물리학자들은 한국도 결심만 하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핵무장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예상보다 짧을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우리가 지금 당장 핵무장 노력을 시작하면 북한보다 오히려 더 빨리 ‘핵무기 체계’를 완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북한 것보다 훨씬 성능 좋은 폭격용 전투기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을 이야기할 때, 기술적인 문제는 심각한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도 된다. 문제는 국제정치적인 장애요인들이다.
그러나 자위적 핵무장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한국이 핵을 가지면 안 되는 ‘전략적 이유들’(strategic reasons)을 제시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진정한 반대론은 우리가 핵을 만들면 안 되는 군사 전략적 이유에 의해 뒷받침될 때 설득력이 있다.
핵무장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는 식자(識者)들이 제시하는 반대 이유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대한민국이 ‘핵무장 하는 일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핵무장 반대론이기보다는 핵무장 회의론(懷疑論)에 더 가깝다.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면 안 될 전략적 이유가 아니라 핵을 보유하는 과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핵무장에 따른 근거 없는 우려들
한국의 자위적 핵무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핵무장 과정상의 난제(難題)들은 이렇다. 첫째, 한국은 핵확산 금지조약(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가입국이기 때문에 이 법을 어기지 않는 한 핵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둘째, 미국이 한국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셋째, 한국은 국제적인 상호 의존이 높은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핵무장을 하다가는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경제가 파탄 나고 말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넷째,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할 것이고 동북아시아 국제정치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을 주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NPT(핵확산 금지조약)를 대단한 강제조치로 인식하고 있지만, NPT 조약 10조 1항은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에 처한 국가들은 그 이유를 소명하고 NPT에서 탈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장을 갖추는 날, 우리는 이미 앞에서 제시한 이유들 때문에 당연히 핵무장을 결심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NPT를 탈퇴해야 한다. 탈퇴 선언 3개월 후부터 우리는 NPT 가맹국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중 하나는 NPT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라는 사실이다.
1970년 NPT가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을 당시, 중국은 이 조약이 불평등하다고 가입하지 않았었고, 프랑스는 제3세계 국가들에 핵물질을 수출하기 위해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도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은 1985년 가입했다가 2003년에 탈퇴했다. 원 핵무기 보유국 5국에 포함되는 프랑스·중국은 나중에 NPT에 가입했고,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은 모두 핵무장국이 됐다. 북한도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다.
NPT 문안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 탈퇴한 나라, 가입하지 않은 나라를 어떻게 규제하고 처벌하라는 아무런 조항이 없다. NPT를 탈퇴한 북한이 당했던 규제도 주로 미국이 주도한 ‘경제적’인 것이었고 사실상 무의미한 것으로 판명났다.
미국이 핵무기를 보는 시각
한국이 당면한 현재 상황은 일찍이 어떤 국가도 당해 보지 않았던 최악의 상황이다. 이미 북한은 핵공격을 공언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제네바 국제회의에서 북한은 한국을 ‘최종 파멸’(Final Destruction)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어떻게 우리를 처벌할 것인가? 한국의 물건을 사주지 않거나 한국에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할까? 국제사회의 규제 때문에 우리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호한 원칙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우리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미국이 보는 대한민국의 핵무기와 미국이 보는 북한의 핵무기는 전혀 같은 것이 아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핵을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핵폭탄은 영국의 핵 혹은 이스라엘의 핵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럼즈펠드 장관은 회고록에서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무장 할 경우 한국과 타이완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 그 자체가 아니라 핵을 만들려 노력하는 ‘정권의 성격’이 미국에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 그 정권이 불량배인가 아닌가가 미국이 이를 규제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그래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43대)은 북한의 핵을 빼앗느니 차라리 북한을 레짐 체인지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이것도 결단코 반대하지 않았던가.
미국이나 중국이 진정 한국의 핵무장을 허락할 수 없다면,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레짐 체인지하려 할까? 웃기는 이야기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특히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포기시키는 대가로 북한의 핵폐기를 받아내 줄 것이다. 이런 조건이 성립될 때 우리가 더 이상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고집 피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고슴도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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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공장 모습. 2011년 9월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총 30t이다. 1만 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셈이다. |
우리는 수십 년 이상,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인 중국과 러시아 등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이들의 노력에 적극 협력해 왔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는 데 관건을 쥐고 있는 중국에 크게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적극적으로 막아주지 않았다. 북한의 핵개발이 한 단계씩 진전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제1718호, 제1874호, 제2087호 등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유엔 결의안이 더욱 강력해져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파탄 나게 될 상황을 오히려 반대했고, 결의안이 강력하게 집행되는 것도 반대했다.
중국은 북한이 벼랑 끝에 내몰릴 때마다 북한의 안전판이 돼주었다. 미국 역시 북한의 ‘핵폐기’가 아니라 ‘동결’을 말했고, 북한 핵 그 자체보다 ‘핵확산’이 두렵다고 말함으로써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하긴 중국과 미국이 북한 핵에 대해 대한민국과 같은 관점을 가질 수도 없고 가져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 핵이 별 위협이 되지 않는 중국이 북한 핵 폐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미국은 한때(1994년 6월) 북한 핵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북한 핵시설 폭격 계획까지 갖고 있었지만, 당시 한국 대통령(김영삼)이 미국의 북한 핵시설 폭격 계획을 강력하게 반대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북한 핵무장의 역사는 대한민국 국가 안보의 최종 책임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대한민국의 자위적 핵무장은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주변국들을 불편하게도 할 것이고, 오히려 기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중국이 가장 불편해 할 것이다. 몇 년 전 세미나에서 중국의 학자에게 필자는 “왜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보다 강력하게 막지 않느냐”고 물었다가 정말 기분 나쁜 대답을 들은 적이 있었다.
“북한이 독립국인데 중국이 독립국의 행동에 어떻게 간섭하느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중국학자에게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도 된다는 말이냐?” “대한민국의 핵무장이 아시아에 불러올 파장을 당신은 알고 있느냐?”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나라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묘사한 국제정치 이론 중 ‘고슴도치 이론’(Porcupine Theory)이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고슴도치는 약하고 작은 동물이지만 가시 때문에 사자에게도 잡혀먹히지 않는 동물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약소국들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가질 수 있게 했다. 핵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북한과는 물론 이웃 강대국들과도 묵시적인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상태가 될 것이다.
美, 중국 주변 동맹국들의 핵무장 말릴 이유 없어
한국의 핵무장을 오히려 반길 나라는 일본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할 것이고 일본이 핵무장 하는 날 중국의 지위는 지금처럼 아시아의 왕자(王者)는 아니게 될 것이다. 일본은 미국에 마치 아시아의 영국처럼 보이려 노력함으로써 핵무장을 묵인받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노력했다. 그래서 일본은 결심만 하면 당장 완전한 핵무장 국가가 될 능력을 다 갖춰놓고 있다.
중국의 부상(浮上)을 미국에 대한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이, 중국 주변의 미국 동맹국들(한국이나 일본)이 스스로 강화되는 것을 회초리를 들며 말릴 이유가 없다.
한국의 핵무장을 미국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핵확산 금지 정책에 정면도전하는 것을 미국이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말이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인도의 핵은 되는데 북한의 핵은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불평은 사실(fact)상으로 맞는 말이다. 미국은 허락하는 핵도 있고, 허락하지 않는 핵도 있다. 미국의 핵정책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미국 편인 나라의 핵확산을 막기 위해 이란과 북한에 대해 하는 것처럼 강경하게 나간 적이 없었다. 영국과 인도는 오히려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핵보유국이 됐다. 한국이 핵무장 함으로써, 비록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통한 것이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동북아의 안정을 유지하겠다는데, 그것을 미국이 필사적으로 막고 한국의 경제를 파탄시킨다면, 그런 미국을 우리는 동맹국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 사람들 중 대한민국이 테러리스트와 중동의 반미(反美) 국가들에 팔아먹기 위해 핵무기를 만든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을 좋은 친구요 동맹국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갖출 경우, 한미동맹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진정한 전략 동맹으로 승격될 수 있다. 핵무장을 갖춘 대한민국은 이라크 문제가 다급해 주한미군을 빼가려는 미국의 발목을 잡는 것과 같은 일도 없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가안보 문제만 해소한다면 능히 영국이나 프랑스급의 강대국이 될 수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세계 100등도 못 되는 북한의 위협에서 떨다가 망할 수는 없기에, 핵무장을 갖추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세계 7대 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나라가 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69%가 핵무장에 찬성한다. 핵전략은 다른 군사전략과 달리 상상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말로 이 글을 시작했다. 핵을 보유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을 제압하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통일을 달성, 강대국 대한민국을 이룩하는 상상을 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