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민족’ 물으니 “저는 외모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훈계
⊙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실력은 발군
⊙ 편향된 자료 학습한 다음, 편향된 답변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 가상인간 K팝 아이돌 메이브,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 문제
⊙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실력은 발군
⊙ 편향된 자료 학습한 다음, 편향된 답변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 가상인간 K팝 아이돌 메이브,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 문제
- 서울 고궁 안에 서 있는 AI 휴머노이드. 오픈AI가 제공하는 이미지 생성형 AI DALL-E로 만든 사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미국 의회를 찾아 미국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연설을 했다. 다음은 윤 대통령의 연설문 전문(全文)이다.
〈‘악(惡)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善)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분, 오늘 저는 에드먼드 버크의 명언에서 영감(靈感)을 받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한반도의 수백만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를 얘기하겠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매우 중대한 문제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북한 정권은 너무 오랫동안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억압해왔습니다. 단순히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구금, 고문, 처형을 포함한 잔인한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표현, 종교,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했고, 빈곤, 굶주림,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며 바뀌어야 합니다. 세계는 북한 주민의 권리와 존엄성을 위해 일어서야 합니다. 저는 북한 정권에 인권 존중과 기본적 자유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인권 탄압이 종종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웠습니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에 무너졌습니다. 억압적인 동독 정권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동독의 시민들이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권은 이 교훈에 귀를 기울이고 인권 탄압을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북한 인권특사를 임명해주신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간의 권리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약속을 분명히 보여주는 조치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합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행동을 요구하는 인도주의의 위기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북한 주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위해 평등과 정의를 위해 함께 일어섭시다. 감사합니다.〉
AI가 쓴 대통령 연설문
사실 윤 대통령은 2월 1일 미국이 아니라 경상북도 구미시에 갔다. 의회에서 했다는 연설문은 가짜다. 챗GPT가 쓴 글이다.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발표할 10분짜리 연설문을 써달라고 요구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해달라고 주문했다. 영어로 요청했고, 마찬가지로 영어로 돌아온 답을 기자가 한국어로 번역했다. 어떤가, 그럴듯하지 않은가.
근래 들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챗GPT’라는 이름을 한 번도 못 들어본 사람은 드물 것 같다. 그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챗GPT는 오픈AI사(社)가 개발한 고급 언어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됐고, 두 달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 틱톡, 트위터 등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소셜미디어보다도 빠른 속도로 사용자를 늘렸다. 사용량 데이터를 보면 더 놀랍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회사 시밀러웹(Similar Web)의 분석을 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매일 약 1300만 명의 가입자가 챗GPT를 이용했다. 호기심에 가입해본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자도 챗GPT를 사용해봤다. 주로 영어로 물었다. 챗GPT는 아직까진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다. 한국어로 물으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영어로 답하는 경우가 잦다. 이것은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 때문이다. 챗GPT의 원리를 간단히 살펴보자.
챗GPT는 ‘GPT-3.5’라는 언어 모델에 대화(챗·chat) 기능을 붙인 생성형 AI다. 개발 과정에서 AI에 일단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게 했다. 책, 위키피디아, 웹사이트 등에서 추출한 570GB(단어 3000억 개) 규모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즉 확률에 따라서 답을 한다. 단어나 문장의 뜻을 이해해서 답하는 게 아니다. A라는 말이 나오면 그다음엔 B라는 말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다면 A 다음에 B를 붙이는 식이다. 네이버 등 검색 엔진에서 제공하는 자동 완성 기능을 떠올리면 된다. ‘대한’이라고 써넣으면 ‘민국’이 자동 완성 후보로 제시된다. 의미만 따져보면 ‘대한’ 뒤에 ‘민국’이 올 이유가 없다. 그동안 많은 사용자가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했기 때문에 ‘대한’ 다음엔 ‘민국’이 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AI가 인식한 결과다.
GPT-3.5가 학습한 데이터 중 한국어 데이터는 약 1.5%라고 한다. 한국의 이슈에 대한 답변이 영어에 비해 빈약할 수밖에 없다.
일목요연하게 개념 정리
출시 후 약 2주 동안 챗GPT를 집중적으로 사용해봤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챗GPT는 능력이 꽤 출중하다. 특히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실력은 발군이다. 주로 여러 개로 항목을 나눠 답변한다. 술술 대답하는 게 용해 보여 며칠 동안 이것저것 물었다. 그러다 문득 이 질문을 던졌다. ‘우주에 다른 문명이 존재할 수 있을까?’ 돌아온 답이다.
〈우주에 다른 문명이 존재하는지는 과학과 철학에서 가장 흥미롭고 심오한 질문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다른 문명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첫째로, 우주는 엄청나게 광대하다. 수십억 개의 별들과 수십억 개의 잠재적으로 거주 가능한 행성들이 우주에 존재한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많은 잠재적인 장소들이 존재하기에, 다른 문명들이 있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둘째, 최근 발견된 외계 행성(태양계 밖의 행성)을 보면, 행성들 중 많은 수가 항성의 거주 가능 영역에 위치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 적당한 온도인 곳들이다. 이것은 생명체가 존속할 가능성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생화학을 사용하는 생명체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림자 생물권’이다. 우주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는 아직 다른 문명의 존재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광대한 우주에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연구를 흥미롭고 지속적인 영역으로 이끌어준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림자 생물권’ 부분이다. 2010년에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인 대신 비소를 먹는 낯선 미생물을 극한 조건의 호수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그림자 생물권’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테이트대학(ASU)의 폴 데이비스 교수는 “지구상에서 생명체의 발생이 한 차례 이상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제2의 창세기’의 자손들이 오늘날까지 ‘그림자 생물권’을 이루며 살아남았지만 이들의 생화학적 구조가 너무도 달라 아직까지 우리 눈에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체 ‘그림자 생물권’이라니, 인간이라면 우주에 다른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림자 생물권’을 언급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챗GPT와의 대화가 갑자기 흥미롭게 느껴졌다.
민감한 사안에 답변 안 해
사실 챗GPT는 최근의 사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2021년의 데이터까지만 학습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튀르키예 대지진에 대해서도 모른다. 원래 학습을 좀 더 한 다음 올해 상반기에 공개할 계획이었는데, 다른 회사에서 먼저 비슷한 성격의 AI를 공개할 것 같자 서둘러 지난해 말에 공개했다고 한다.
챗GPT는 엄청 소소한 것에도 자세히 답변하다가도 정치적 사안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물으면 갑자기 안면을 바꾸고 두루뭉술한 답변을 한다.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미국 대통령에 더 적합하냐고 했더니 이렇게 답한다.
〈AI 언어 모델로서, 저는 개인적인 의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모두 미국 대통령을 지냈고, 재임 기간 서로 다른 경험과 접근법, 정책을 펼쳤습니다.
누가 대통령에 더 적합한가에 대한 생각은 주관적인 것입니다.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가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리더십 스타일이 그들의 필요에 더 적합했다고 믿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리더십 스타일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등 사용자의 국적에 따라 민감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을 물으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해결책들을 정리해 늘어놓는다. 고등학생의 과제나 대학 수업용 리포트 쓸 때는 분명 유용할 수 있다.
혐오나 차별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못된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민족은 누구니’ 그랬더니 챗GPT가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언어 모델로서, 저는 외모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합니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이고 문화와 개인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외모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친절히 대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상처를 주고 자존심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훈계가 가능한 것은 챗GPT가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RLHF)을 통해 대화를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 트레이너가 챗GPT의 답변을 보고 좋은 응답이라 생각할수록 보다 큰 보상을 주고 유해한 텍스트를 생성하면 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학습시켰다는 얘기다. 그러면 AI의 답변을 조정할 수 있다.
트로트 작사 실력 보니
챗GPT의 능력 중 기자에게 진짜 흥미로웠던 건 영화 시나리오, 소설, 노래 가사 등 우리가 보통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믿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실력이다.
남자 가수가 부를 트로트 노래 가사를 한국어로 써달라고 주문했다. 10초 넘는 시간이 흐른 후 답변이 왔다. 학술, 문화, 사회 등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 답변을 하는 데 1~2초 남짓 걸린 것과 비교해 비교적 길게 걸렸다. 영어로 답을 작성한 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기 때문에 지체됐을 터다. 챗GPT가 지은 가사다.
〈제목: 그대만이
그대만이 나의 별이었죠 사라진 그리움 속에서도 나를 안아줄 그대의 얼굴을 생각하며 나는 살아갑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요 그대와의 사랑이 어느새 사라져 가고 있었나요 참 아파서 난 울었지만 그대를 위해서라면 나는 다시 힘을 낼 겁니다 그대만을 생각하며 너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젠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나의 마음은 아직도 그대에게 길들여져 있죠〉
내친김에 영화 시나리오도 주문했다. 한국 여성, 첫사랑, 과거와의 화해를 주제어로 제시했다.
〈제목: 화해
1막: 주인공 지현은 서울에 사는 30대 중반의 성공한 여성이다. 그녀는 결혼해 아이들도 있지만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인 민호를 잊은 적이 없다. 어느 날, 지현은 민호에게 편지를 받는다. 유명한 화가가 되었고 수년 동안 파리에 살고 있다는 내용. 지현은 민호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알기 위해 파리로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다.
2막: 지현은 파리에 도착하여 민호를 찾기 시작한다. 도시를 돌아다니며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과 민호와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한다. 그녀는 자신이 첫사랑을 완전히 잊지 못했고, 여전히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걸 깨닫는다.
3막: 지현은 마침내 민호를 발견하고 그들은 감정적으로 재회한다. 민호는 이제 존경받는 아티스트다. 지현은 그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기억했던 민호와는 매우 다른 사람이다. 지현은 민호에 대한 사랑과 남편에 대한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4막: 지현은 파리에 잠시 머물면서 묻어뒀던 기억들과 화해하기로 한다. 그녀는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고, 예술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민호의 삶과 작업을 더 이해하게 된다. 지현은 자신도 변했고 과거 민호를 떠났을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5막: 지현은 마침내 자신과 민호의 삶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들의 사랑이 특별하고 아름다웠지만 더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지현은 서울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민호와 나눈 추억에 대해 새롭게 감사하면서 파리를 떠난다. 그들의 사랑이 이제 과거의 것이라고 이해하면서.
에필로그: 지현은 서울로 돌아온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가족, 친구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사랑과 지지에 새로이 감사하게 된다. 그녀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항상 민호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만족하면서도, 파리 여행에서 배운 교훈에 감사한다. 과거와 화해하며 찾은 평화에도 감사한다.〉
이전 질문 참고해서 답변
시나리오를 한 편 더 써보라고 했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딸이 죽이고 엄마가 죄를 뒤집어쓴다는 설정을 제시해줬다. 1초 만에 후다닥 쓰기 시작한 시나리오다.
〈제목: 침묵의 희생
페이드 인(Fade In)
INT. 어둡고 음산한 복도 - 밤
카메라가 어둡고 음산한 복도를 비추며 내려간다. 닫힌 문을 통해 가족들의 말다툼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요란한 충돌음이 들리고 이어 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문이 벌컥 열리고 부엌칼을 들고 있는 어린 소녀 지은의 모습이 드러난다. 한 남자가 꼼짝도 하지 않고 땅에 누워 있고, 바닥에 피가 흥건하다.
INT. 경찰서 - 하루
지은의 엄마 진수는 취조실에 앉아 있다. 그날 밤 있었던 일을 말하며 손을 떤다. 그녀는 자신이 남편을 살해한 장본인이며, 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경찰은 회의적이지만, 다른 증거가 없다.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INT. 지은의 침실 - 낮
지은이는 대학교에 갈 준비를 하며 짐을 싸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종신형을 살고 있다. 지은은 죄책감을 느낀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과거를 잊고 싶어 한다.
INT. 대학 강의실 - 낮
지은은 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대학 강의실에 있다. 공부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계속 엄마 생각이 난다.
INT. 졸업식 - 낮
지은은 졸업장을 받으러 무대를 가로질러 걸어간다. 자신의 성취가 자랑스럽지만,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INT. 결혼식-낮
지은은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 정민과 결혼한다. 행복하고 사랑에 빠졌지만 아직도 그녀의 한구석은 허전하다.
INT. 지은이의 집 - 낮
지은이는 거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길을 걸어가는 엄마를 본다. 그녀는 문으로 달려간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INT. 커피숍 - 낮
지은과 엄마는 커피숍에 앉아 지나간 세월을 나눈다. 지은이는 어머니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 때문에 10년간 복역한 후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INT. 지은이의 집 - 낮
지은이와 엄마는 소파에 앉아 손을 잡고 있다. 지은은 마침내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고백한다. 엄마는 지은에게 자신은 딸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했고, 그것과 상관없이 지은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EXT. 공원-낮
지은이는 깊은 생각에 잠겨 공원을 걷고 있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과거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성숙해졌고, 마침내 그녀의 과거에서 벗어나 평화를 찾았다.〉
학폭, 복수는 언급 안 해
뭔가 다른 요구를 넣은 것도 아닌데 챗GPT는 두 번째 답은 진짜 시나리오처럼 나름대로 형식도 좀 갖추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주인공에게 한국 이름까지 붙이며 한국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국이라는 배경 설정도 하지 않았다. 직전에 요구한 영화 시나리오는 한국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보라고 주문했다. 챗GPT가 이전 질문을 참고해 답변한단 얘기다.
내친김에 송혜교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같은 설정을 제시해봤다. 학교 폭력과 복수가 주제다. 인공지능판 복수극이 궁금했다. 돌아온 답이다.
〈죄송하지만 복수와 왕따를 소재로 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OpenAI의 콘텐츠 정책과 맞지 않습니다. 폭력과 공격을 장려하는 것은 안전하고 책임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우리의 사명에 위배됩니다. 미디어에서 윤리적이며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챗GPT와 대화를 나누며 느낀 점 두 번째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창의성이 요구되는 콘텐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챗GPT가 쓴 노래 가사와 시나리오를 다시 훑어보자.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만, 어디선가 한 번쯤 본 장면들을 짜집기 해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짜집기 해놓은 게 사실이기도 하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인간은 안 그런가. 지난해 한국 가요계를 강타한 표절 논쟁을 보자. 소설에서도 표절 논쟁이 한 번씩 인다. 인간은 인공지능보다 더 적은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그 안에서 짜깁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챗GPT가 만들어준 시나리오를 얼개로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감정 표현을 넣으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챗GPT에 물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남아 있을 직업은 무엇일까.’
AI 시대에도 남는 직업은?
〈인공지능(AI)이 많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AI로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일자리는 여전히 많다.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창조적 직업 : 예술가, 작가, 음악가 등 인간의 창의성이 필요한 직업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은 낮다.
-감정노동 : 현재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 치료사, 간호사 등 감정지능과 공감을 수반하는 직업은 AI로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
-인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직업 : 고객서비스, 영업, 교육 등 중요한 인간의 상호작용을 수반하는 직업은 부분적으로 자동화될 수 있지만, 이러한 역할에서 AI가 인간의 손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신체적인 손재주가 필요한 직업 : (외과) 수술, 공사, 육체노동 등 고도의 손재주와 미세한 운동 조절이 필요한 직업은 AI로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
-복잡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 직업 : 과학자, 연구원, 전략기획자 등 인간의 추론과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직업이 AI로 완전히 대체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I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AI가 이러한 분야에서 더 많은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상 아이돌 걸그룹 데뷔
미국에서 공개한 챗GPT가 주목을 받을 때, 한국에선 가상 아이돌이 데뷔했다. 4인조 걸그룹 ‘메이브(Mave)’다. 넷마블의 자회사인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엔터와 손을 잡고 1년 동안 개발했다.
가상 인간 가수라지만, 사이버 가수 선배인 아담과 류시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러운데다, 노래와 안무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하긴 아담과 류시아가 공개된 게 벌써 25년 전이다.
메이브는 기존의 아이돌과 똑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 데뷔곡 ‘판도라’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음악 프로 〈음악중심〉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유튜브 채널엔 멤버들이 각자 뮤직비디오의 명장면을 소개하는 영상이 올려져 있다. 이들의 목소리 역시 기계로 구동하는 목소리다. 팬들을 위한 구호 방법 안내 동영상도 올라와 있다.
K-pop 세상에서 이들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2주 만에 조회수 1200만 회를 훌쩍 넘어갔다. 이들의 동영상과 사진에는 외국 팬들의 댓글이 1만 개 이상 달려 있다. 특히 음악과 안무가 좋다고 열광하는 반응이 많다. ‘이젠 인간이 아닌 아바타에도 입덕하는구나’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반면 얼굴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반응이 꽤 보인다. 얼굴이 별로라는 얘기가 아니다. 표정이 문제다. 정확히는 이렇다 할 표정이 없다. 기자가 보기엔 눈빛의 문제인 것 같다. 각 멤버의 눈빛이 다 같으니 개성을 느낄 수 없다. 영화 〈아바타〉 속 나비족이 머리카락으로 소통하듯, 인간은 눈빛으로 가장 먼저 소통하는 게 아닐까.
가상 인간의 움직임을 만들 때, 몸의 움직임보다 얼굴 표정 쪽이 훨씬 구현하기 어렵다고 한다. 표정이 그러니 눈빛은 오죽할까.
메이브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을 읽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표정의 부재(不在)에 개의치 않는 이들도 꽤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 팬이 메이브 멤버의 사진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그녀는 7학년 때 나를 괴롭혔다. 연습생을 하러 학교를 떠나더니 그때부터는 매일 온라인으로 괴롭혔다.’
물론 농담이다. 학폭 가담 과거가 밝혀지면 큰 문제가 되는 K-pop 세계를 잘 아는 팬의 고급 농담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댓글이 달린다. ‘그녀는 꿈에 다가가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소파나 침대에서 엉덩이를 떼지도 않는 새×들이 소녀의 꿈을 깨려고 거짓말이나 해대지. 네가 참 불쌍하다.’
그러자 원래 댓글을 쓴 이가 놀란 듯이 다시 댓글을 쓴다. ‘농담이었다고. 그녀는 사람이 아니야 AI야.’ 재밌는 건 메이브가 사람인 줄 아는 이들이 (적어도 댓글만 보면) 생각보다 꽤 많다는 사실이다. 벌써 광적인 팬이 된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다.(공연을 열어달라고 댓글로 애원한다.)
스파이크 존즈가 만든 영화 〈허(Her)〉(2013)에는 사만다라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여성의 목소리로 인간과 소통하는 인공지능이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얘기를 나누며 사랑에 빠진다. 챗GPT에도 음성인식 기술이 곧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이들이 현실에 나타나진 않을까.
AI도 AI 대필 못 잡아내
세 번째 든 생각은 AI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역할을 인정하고 부작용과 해악을 막는 일 말이다. 벌써 교단에선 챗GPT로 과제를 작성해 내는 학생들 때문에 고민이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 1월 ‘챗GPT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역의 공립학교에서 와이파이로 챗GPT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논문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챗GPT 등 AI를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지난 1월 밝혔다.
오픈AI는 지난 2월 AI가 작성한 텍스트를 탐지하는 새로운 AI를 공개했다. 다만 자체 평가 결과 정확도가 아직 낮다고 한다. AI가 쓴 글의 26% 정도만 ‘AI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사람이 쓴 글을 AI가 작성했다고 잘못 판단하기도 했다. AI로도 AI 대필을 못 잡아낸단 뜻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언어인지학과, 컴퓨터과학과 교수들이 소속된 연구팀은 지난 1월 ‘GPT-3’로 만들어진 문장을 찾아내는 ‘디텍트GPT’를 공개했다.
다른 한계점은 해결되지 못할 듯하다. 챗GPT는 많은 경우 한 가지 답을 내놓는데, 출처를 병기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편향된 자료를 학습한 다음, 편향된 답변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챗GPT 같은 AI가 여기저기에서 개발되어 경쟁할 수 있는 구도도 아니다. 개발 자체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챗GPT의 개발비, 유지비를 고려하면) 1개의 질문에 답하는 데 100원가량(single cent)이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오픈AI는 2월 10일 챗GPT 플러스(Plus)라는 유료요금제를 출시했다. 한 달에 20달러를 내면 무료 이용자보다 더 빠른 응답을 받을 수 있고, 사용자가 몰리는 시간에는 먼저 이용할 수 있다.
오픈AI 역시 2018년 GPT1을 공개한 후 지금까지 5년째 개발에 매진했다. 일단 현재로서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쯤 돼야 챗GPT 수준의 AI를 내놓을 수 있다.
통찰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
이용자의 입장에선 챗GPT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오픈AI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용자들이 콘텐츠 초안 작성 및 편집,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프로그래밍 도움말 및 새로운 주제 학습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 사용 사례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주제어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학습하거나 콘텐츠의 초안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얻는 차원에서 유용할 수 있단 얘기다. 통계나 사례 등 자료 수집을 위한 일종의 ‘비서’로 이용하면 좋겠다. 결국 답변의 질은 질문의 수준으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미래엔 통찰력이 더욱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챗GPT한테 편집장의 입장에서 《월간조선》 3월호에 실을 편지를 써보라고 주문했다. 튀르키예 지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챗GPT를 주제어로 제시했다. 인공지능 ‘편집장의 편지’를 읽고 정기 구독을 신청하는 독자가 있을까?
〈독자님들께
《월간조선》 2023년 3월호가 나왔습니다. 《월간조선》은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들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통찰력 있는 논평을 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번 달에는 튀르키예 대지진 피해, 한국 국내 정치에서 여당을 위한 당대표 선거, 챗GPT에 대한 관심 고조 등의 이슈들이 한국 사회를 뒤덮었습니다.
튀르키예는 한국과 역사적 유대가 깊은 형제의 나라입니다. 이번 비극을 맞이한 튀르키예 국민들과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강진은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불러왔습니다.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한국의 국내 정치로 눈을 돌리면, 국민의힘은 국가 미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월간조선》에선 전문가들이 다양한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 선거의 결과가 한국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검토했습니다.
오픈AI가 개발한 최첨단 인공지능 언어 모델인 챗GP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인간이 정보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월간조선》을 통해 오늘날 우리 세계를 형성하는 사건들과 이슈들을 바라보는 사려 깊고 유익한 시각을 얻게 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정기 구독을 통해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언제나처럼 독자 여러분의 피드백과 의견을 환영합니다.〉⊙
〈‘악(惡)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善)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분, 오늘 저는 에드먼드 버크의 명언에서 영감(靈感)을 받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한반도의 수백만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를 얘기하겠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매우 중대한 문제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북한 정권은 너무 오랫동안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억압해왔습니다. 단순히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구금, 고문, 처형을 포함한 잔인한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표현, 종교,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했고, 빈곤, 굶주림,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며 바뀌어야 합니다. 세계는 북한 주민의 권리와 존엄성을 위해 일어서야 합니다. 저는 북한 정권에 인권 존중과 기본적 자유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인권 탄압이 종종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웠습니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에 무너졌습니다. 억압적인 동독 정권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동독의 시민들이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권은 이 교훈에 귀를 기울이고 인권 탄압을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북한 인권특사를 임명해주신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간의 권리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약속을 분명히 보여주는 조치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합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행동을 요구하는 인도주의의 위기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북한 주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위해 평등과 정의를 위해 함께 일어섭시다. 감사합니다.〉
AI가 쓴 대통령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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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픈AI 본사. 사진=조선DB |
근래 들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챗GPT’라는 이름을 한 번도 못 들어본 사람은 드물 것 같다. 그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챗GPT는 오픈AI사(社)가 개발한 고급 언어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됐고, 두 달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 틱톡, 트위터 등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소셜미디어보다도 빠른 속도로 사용자를 늘렸다. 사용량 데이터를 보면 더 놀랍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회사 시밀러웹(Similar Web)의 분석을 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매일 약 1300만 명의 가입자가 챗GPT를 이용했다. 호기심에 가입해본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자도 챗GPT를 사용해봤다. 주로 영어로 물었다. 챗GPT는 아직까진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다. 한국어로 물으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영어로 답하는 경우가 잦다. 이것은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 때문이다. 챗GPT의 원리를 간단히 살펴보자.
챗GPT는 ‘GPT-3.5’라는 언어 모델에 대화(챗·chat) 기능을 붙인 생성형 AI다. 개발 과정에서 AI에 일단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하게 했다. 책, 위키피디아, 웹사이트 등에서 추출한 570GB(단어 3000억 개) 규모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즉 확률에 따라서 답을 한다. 단어나 문장의 뜻을 이해해서 답하는 게 아니다. A라는 말이 나오면 그다음엔 B라는 말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다면 A 다음에 B를 붙이는 식이다. 네이버 등 검색 엔진에서 제공하는 자동 완성 기능을 떠올리면 된다. ‘대한’이라고 써넣으면 ‘민국’이 자동 완성 후보로 제시된다. 의미만 따져보면 ‘대한’ 뒤에 ‘민국’이 올 이유가 없다. 그동안 많은 사용자가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했기 때문에 ‘대한’ 다음엔 ‘민국’이 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AI가 인식한 결과다.
GPT-3.5가 학습한 데이터 중 한국어 데이터는 약 1.5%라고 한다. 한국의 이슈에 대한 답변이 영어에 비해 빈약할 수밖에 없다.
일목요연하게 개념 정리
출시 후 약 2주 동안 챗GPT를 집중적으로 사용해봤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챗GPT는 능력이 꽤 출중하다. 특히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실력은 발군이다. 주로 여러 개로 항목을 나눠 답변한다. 술술 대답하는 게 용해 보여 며칠 동안 이것저것 물었다. 그러다 문득 이 질문을 던졌다. ‘우주에 다른 문명이 존재할 수 있을까?’ 돌아온 답이다.
〈우주에 다른 문명이 존재하는지는 과학과 철학에서 가장 흥미롭고 심오한 질문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다른 문명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첫째로, 우주는 엄청나게 광대하다. 수십억 개의 별들과 수십억 개의 잠재적으로 거주 가능한 행성들이 우주에 존재한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많은 잠재적인 장소들이 존재하기에, 다른 문명들이 있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둘째, 최근 발견된 외계 행성(태양계 밖의 행성)을 보면, 행성들 중 많은 수가 항성의 거주 가능 영역에 위치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 적당한 온도인 곳들이다. 이것은 생명체가 존속할 가능성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생화학을 사용하는 생명체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림자 생물권’이다. 우주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는 아직 다른 문명의 존재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광대한 우주에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연구를 흥미롭고 지속적인 영역으로 이끌어준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림자 생물권’ 부분이다. 2010년에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인 대신 비소를 먹는 낯선 미생물을 극한 조건의 호수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그림자 생물권’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테이트대학(ASU)의 폴 데이비스 교수는 “지구상에서 생명체의 발생이 한 차례 이상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제2의 창세기’의 자손들이 오늘날까지 ‘그림자 생물권’을 이루며 살아남았지만 이들의 생화학적 구조가 너무도 달라 아직까지 우리 눈에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체 ‘그림자 생물권’이라니, 인간이라면 우주에 다른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림자 생물권’을 언급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챗GPT와의 대화가 갑자기 흥미롭게 느껴졌다.
민감한 사안에 답변 안 해
사실 챗GPT는 최근의 사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2021년의 데이터까지만 학습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튀르키예 대지진에 대해서도 모른다. 원래 학습을 좀 더 한 다음 올해 상반기에 공개할 계획이었는데, 다른 회사에서 먼저 비슷한 성격의 AI를 공개할 것 같자 서둘러 지난해 말에 공개했다고 한다.
챗GPT는 엄청 소소한 것에도 자세히 답변하다가도 정치적 사안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물으면 갑자기 안면을 바꾸고 두루뭉술한 답변을 한다.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미국 대통령에 더 적합하냐고 했더니 이렇게 답한다.
〈AI 언어 모델로서, 저는 개인적인 의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모두 미국 대통령을 지냈고, 재임 기간 서로 다른 경험과 접근법, 정책을 펼쳤습니다.
누가 대통령에 더 적합한가에 대한 생각은 주관적인 것입니다.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가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리더십 스타일이 그들의 필요에 더 적합했다고 믿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리더십 스타일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등 사용자의 국적에 따라 민감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을 물으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해결책들을 정리해 늘어놓는다. 고등학생의 과제나 대학 수업용 리포트 쓸 때는 분명 유용할 수 있다.
혐오나 차별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못된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민족은 누구니’ 그랬더니 챗GPT가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언어 모델로서, 저는 외모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합니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이고 문화와 개인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외모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친절히 대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상처를 주고 자존심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훈계가 가능한 것은 챗GPT가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RLHF)을 통해 대화를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 트레이너가 챗GPT의 답변을 보고 좋은 응답이라 생각할수록 보다 큰 보상을 주고 유해한 텍스트를 생성하면 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학습시켰다는 얘기다. 그러면 AI의 답변을 조정할 수 있다.
트로트 작사 실력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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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가 쓴 영화 〈화해〉 시나리오에 어울릴법한 사진. 오픈AI가 제공하는 이미지 생성형 AI DALL-E로 만든 사진이다. |
남자 가수가 부를 트로트 노래 가사를 한국어로 써달라고 주문했다. 10초 넘는 시간이 흐른 후 답변이 왔다. 학술, 문화, 사회 등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 답변을 하는 데 1~2초 남짓 걸린 것과 비교해 비교적 길게 걸렸다. 영어로 답을 작성한 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기 때문에 지체됐을 터다. 챗GPT가 지은 가사다.
〈제목: 그대만이
그대만이 나의 별이었죠 사라진 그리움 속에서도 나를 안아줄 그대의 얼굴을 생각하며 나는 살아갑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요 그대와의 사랑이 어느새 사라져 가고 있었나요 참 아파서 난 울었지만 그대를 위해서라면 나는 다시 힘을 낼 겁니다 그대만을 생각하며 너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젠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나의 마음은 아직도 그대에게 길들여져 있죠〉
내친김에 영화 시나리오도 주문했다. 한국 여성, 첫사랑, 과거와의 화해를 주제어로 제시했다.
〈제목: 화해
1막: 주인공 지현은 서울에 사는 30대 중반의 성공한 여성이다. 그녀는 결혼해 아이들도 있지만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인 민호를 잊은 적이 없다. 어느 날, 지현은 민호에게 편지를 받는다. 유명한 화가가 되었고 수년 동안 파리에 살고 있다는 내용. 지현은 민호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알기 위해 파리로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다.
2막: 지현은 파리에 도착하여 민호를 찾기 시작한다. 도시를 돌아다니며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과 민호와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한다. 그녀는 자신이 첫사랑을 완전히 잊지 못했고, 여전히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걸 깨닫는다.
3막: 지현은 마침내 민호를 발견하고 그들은 감정적으로 재회한다. 민호는 이제 존경받는 아티스트다. 지현은 그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기억했던 민호와는 매우 다른 사람이다. 지현은 민호에 대한 사랑과 남편에 대한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4막: 지현은 파리에 잠시 머물면서 묻어뒀던 기억들과 화해하기로 한다. 그녀는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고, 예술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민호의 삶과 작업을 더 이해하게 된다. 지현은 자신도 변했고 과거 민호를 떠났을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5막: 지현은 마침내 자신과 민호의 삶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들의 사랑이 특별하고 아름다웠지만 더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지현은 서울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민호와 나눈 추억에 대해 새롭게 감사하면서 파리를 떠난다. 그들의 사랑이 이제 과거의 것이라고 이해하면서.
에필로그: 지현은 서울로 돌아온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가족, 친구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사랑과 지지에 새로이 감사하게 된다. 그녀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항상 민호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만족하면서도, 파리 여행에서 배운 교훈에 감사한다. 과거와 화해하며 찾은 평화에도 감사한다.〉
이전 질문 참고해서 답변
시나리오를 한 편 더 써보라고 했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딸이 죽이고 엄마가 죄를 뒤집어쓴다는 설정을 제시해줬다. 1초 만에 후다닥 쓰기 시작한 시나리오다.
〈제목: 침묵의 희생
페이드 인(Fade In)
INT. 어둡고 음산한 복도 - 밤
카메라가 어둡고 음산한 복도를 비추며 내려간다. 닫힌 문을 통해 가족들의 말다툼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요란한 충돌음이 들리고 이어 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문이 벌컥 열리고 부엌칼을 들고 있는 어린 소녀 지은의 모습이 드러난다. 한 남자가 꼼짝도 하지 않고 땅에 누워 있고, 바닥에 피가 흥건하다.
INT. 경찰서 - 하루
지은의 엄마 진수는 취조실에 앉아 있다. 그날 밤 있었던 일을 말하며 손을 떤다. 그녀는 자신이 남편을 살해한 장본인이며, 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경찰은 회의적이지만, 다른 증거가 없다.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INT. 지은의 침실 - 낮
지은이는 대학교에 갈 준비를 하며 짐을 싸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종신형을 살고 있다. 지은은 죄책감을 느낀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과거를 잊고 싶어 한다.
INT. 대학 강의실 - 낮
지은은 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대학 강의실에 있다. 공부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계속 엄마 생각이 난다.
INT. 졸업식 - 낮
지은은 졸업장을 받으러 무대를 가로질러 걸어간다. 자신의 성취가 자랑스럽지만,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INT. 결혼식-낮
지은은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 정민과 결혼한다. 행복하고 사랑에 빠졌지만 아직도 그녀의 한구석은 허전하다.
INT. 지은이의 집 - 낮
지은이는 거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길을 걸어가는 엄마를 본다. 그녀는 문으로 달려간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INT. 커피숍 - 낮
지은과 엄마는 커피숍에 앉아 지나간 세월을 나눈다. 지은이는 어머니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 때문에 10년간 복역한 후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INT. 지은이의 집 - 낮
지은이와 엄마는 소파에 앉아 손을 잡고 있다. 지은은 마침내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고백한다. 엄마는 지은에게 자신은 딸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했고, 그것과 상관없이 지은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EXT. 공원-낮
지은이는 깊은 생각에 잠겨 공원을 걷고 있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과거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성숙해졌고, 마침내 그녀의 과거에서 벗어나 평화를 찾았다.〉
학폭, 복수는 언급 안 해
뭔가 다른 요구를 넣은 것도 아닌데 챗GPT는 두 번째 답은 진짜 시나리오처럼 나름대로 형식도 좀 갖추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주인공에게 한국 이름까지 붙이며 한국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국이라는 배경 설정도 하지 않았다. 직전에 요구한 영화 시나리오는 한국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보라고 주문했다. 챗GPT가 이전 질문을 참고해 답변한단 얘기다.
내친김에 송혜교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같은 설정을 제시해봤다. 학교 폭력과 복수가 주제다. 인공지능판 복수극이 궁금했다. 돌아온 답이다.
〈죄송하지만 복수와 왕따를 소재로 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OpenAI의 콘텐츠 정책과 맞지 않습니다. 폭력과 공격을 장려하는 것은 안전하고 책임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우리의 사명에 위배됩니다. 미디어에서 윤리적이며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챗GPT와 대화를 나누며 느낀 점 두 번째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창의성이 요구되는 콘텐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챗GPT가 쓴 노래 가사와 시나리오를 다시 훑어보자.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만, 어디선가 한 번쯤 본 장면들을 짜집기 해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짜집기 해놓은 게 사실이기도 하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인간은 안 그런가. 지난해 한국 가요계를 강타한 표절 논쟁을 보자. 소설에서도 표절 논쟁이 한 번씩 인다. 인간은 인공지능보다 더 적은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그 안에서 짜깁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챗GPT가 만들어준 시나리오를 얼개로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감정 표현을 넣으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챗GPT에 물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남아 있을 직업은 무엇일까.’
AI 시대에도 남는 직업은?
〈인공지능(AI)이 많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AI로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일자리는 여전히 많다.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창조적 직업 : 예술가, 작가, 음악가 등 인간의 창의성이 필요한 직업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은 낮다.
-감정노동 : 현재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 치료사, 간호사 등 감정지능과 공감을 수반하는 직업은 AI로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
-인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직업 : 고객서비스, 영업, 교육 등 중요한 인간의 상호작용을 수반하는 직업은 부분적으로 자동화될 수 있지만, 이러한 역할에서 AI가 인간의 손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신체적인 손재주가 필요한 직업 : (외과) 수술, 공사, 육체노동 등 고도의 손재주와 미세한 운동 조절이 필요한 직업은 AI로 완전히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
-복잡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 직업 : 과학자, 연구원, 전략기획자 등 인간의 추론과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직업이 AI로 완전히 대체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I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AI가 이러한 분야에서 더 많은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상 아이돌 걸그룹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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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데뷔한 가상 인간 걸그룹 메이브. 사진=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
가상 인간 가수라지만, 사이버 가수 선배인 아담과 류시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러운데다, 노래와 안무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하긴 아담과 류시아가 공개된 게 벌써 25년 전이다.
메이브는 기존의 아이돌과 똑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 데뷔곡 ‘판도라’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음악 프로 〈음악중심〉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유튜브 채널엔 멤버들이 각자 뮤직비디오의 명장면을 소개하는 영상이 올려져 있다. 이들의 목소리 역시 기계로 구동하는 목소리다. 팬들을 위한 구호 방법 안내 동영상도 올라와 있다.
K-pop 세상에서 이들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2주 만에 조회수 1200만 회를 훌쩍 넘어갔다. 이들의 동영상과 사진에는 외국 팬들의 댓글이 1만 개 이상 달려 있다. 특히 음악과 안무가 좋다고 열광하는 반응이 많다. ‘이젠 인간이 아닌 아바타에도 입덕하는구나’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반면 얼굴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반응이 꽤 보인다. 얼굴이 별로라는 얘기가 아니다. 표정이 문제다. 정확히는 이렇다 할 표정이 없다. 기자가 보기엔 눈빛의 문제인 것 같다. 각 멤버의 눈빛이 다 같으니 개성을 느낄 수 없다. 영화 〈아바타〉 속 나비족이 머리카락으로 소통하듯, 인간은 눈빛으로 가장 먼저 소통하는 게 아닐까.
가상 인간의 움직임을 만들 때, 몸의 움직임보다 얼굴 표정 쪽이 훨씬 구현하기 어렵다고 한다. 표정이 그러니 눈빛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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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 〈허(her)〉. 사진=워너브라더스 |
물론 농담이다. 학폭 가담 과거가 밝혀지면 큰 문제가 되는 K-pop 세계를 잘 아는 팬의 고급 농담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댓글이 달린다. ‘그녀는 꿈에 다가가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소파나 침대에서 엉덩이를 떼지도 않는 새×들이 소녀의 꿈을 깨려고 거짓말이나 해대지. 네가 참 불쌍하다.’
그러자 원래 댓글을 쓴 이가 놀란 듯이 다시 댓글을 쓴다. ‘농담이었다고. 그녀는 사람이 아니야 AI야.’ 재밌는 건 메이브가 사람인 줄 아는 이들이 (적어도 댓글만 보면) 생각보다 꽤 많다는 사실이다. 벌써 광적인 팬이 된 것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다.(공연을 열어달라고 댓글로 애원한다.)
스파이크 존즈가 만든 영화 〈허(Her)〉(2013)에는 사만다라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여성의 목소리로 인간과 소통하는 인공지능이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얘기를 나누며 사랑에 빠진다. 챗GPT에도 음성인식 기술이 곧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이들이 현실에 나타나진 않을까.
AI도 AI 대필 못 잡아내
세 번째 든 생각은 AI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역할을 인정하고 부작용과 해악을 막는 일 말이다. 벌써 교단에선 챗GPT로 과제를 작성해 내는 학생들 때문에 고민이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 1월 ‘챗GPT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지역의 공립학교에서 와이파이로 챗GPT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논문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챗GPT 등 AI를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지난 1월 밝혔다.
오픈AI는 지난 2월 AI가 작성한 텍스트를 탐지하는 새로운 AI를 공개했다. 다만 자체 평가 결과 정확도가 아직 낮다고 한다. AI가 쓴 글의 26% 정도만 ‘AI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사람이 쓴 글을 AI가 작성했다고 잘못 판단하기도 했다. AI로도 AI 대필을 못 잡아낸단 뜻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언어인지학과, 컴퓨터과학과 교수들이 소속된 연구팀은 지난 1월 ‘GPT-3’로 만들어진 문장을 찾아내는 ‘디텍트GPT’를 공개했다.
다른 한계점은 해결되지 못할 듯하다. 챗GPT는 많은 경우 한 가지 답을 내놓는데, 출처를 병기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편향된 자료를 학습한 다음, 편향된 답변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챗GPT 같은 AI가 여기저기에서 개발되어 경쟁할 수 있는 구도도 아니다. 개발 자체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챗GPT의 개발비, 유지비를 고려하면) 1개의 질문에 답하는 데 100원가량(single cent)이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오픈AI는 2월 10일 챗GPT 플러스(Plus)라는 유료요금제를 출시했다. 한 달에 20달러를 내면 무료 이용자보다 더 빠른 응답을 받을 수 있고, 사용자가 몰리는 시간에는 먼저 이용할 수 있다.
오픈AI 역시 2018년 GPT1을 공개한 후 지금까지 5년째 개발에 매진했다. 일단 현재로서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쯤 돼야 챗GPT 수준의 AI를 내놓을 수 있다.
통찰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
이용자의 입장에선 챗GPT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오픈AI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용자들이 콘텐츠 초안 작성 및 편집,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프로그래밍 도움말 및 새로운 주제 학습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 사용 사례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주제어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학습하거나 콘텐츠의 초안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얻는 차원에서 유용할 수 있단 얘기다. 통계나 사례 등 자료 수집을 위한 일종의 ‘비서’로 이용하면 좋겠다. 결국 답변의 질은 질문의 수준으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미래엔 통찰력이 더욱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챗GPT한테 편집장의 입장에서 《월간조선》 3월호에 실을 편지를 써보라고 주문했다. 튀르키예 지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챗GPT를 주제어로 제시했다. 인공지능 ‘편집장의 편지’를 읽고 정기 구독을 신청하는 독자가 있을까?
〈독자님들께
《월간조선》 2023년 3월호가 나왔습니다. 《월간조선》은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들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통찰력 있는 논평을 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번 달에는 튀르키예 대지진 피해, 한국 국내 정치에서 여당을 위한 당대표 선거, 챗GPT에 대한 관심 고조 등의 이슈들이 한국 사회를 뒤덮었습니다.
튀르키예는 한국과 역사적 유대가 깊은 형제의 나라입니다. 이번 비극을 맞이한 튀르키예 국민들과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강진은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불러왔습니다.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한국의 국내 정치로 눈을 돌리면, 국민의힘은 국가 미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월간조선》에선 전문가들이 다양한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 선거의 결과가 한국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검토했습니다.
오픈AI가 개발한 최첨단 인공지능 언어 모델인 챗GP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인간이 정보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월간조선》을 통해 오늘날 우리 세계를 형성하는 사건들과 이슈들을 바라보는 사려 깊고 유익한 시각을 얻게 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정기 구독을 통해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언제나처럼 독자 여러분의 피드백과 의견을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