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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수학 〈13〉 택시가 알려주는 최단 거리

글 : 이충국  CMS에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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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클리드, 《기하학원론》에서 정의와 공리를 바탕으로 엄격하게 증명하는 공리적 체계 정리
⊙ 보여이, 로바체프스키, 리만 등, 비유클리드 기하학 개척
⊙ 택시기하학은 내비게이션 등 도시지리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데 많은 도움

이충국
1963년생.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 생각하는 수학교실(CMS에듀의 전신) 설립,
세계수학올림피아드 WMO (World Mathematical Olympiad) 부위원장, CMS에듀 대표이사(2003.7~) /
《초등학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똑똑한 수학 공부법》 《엄마도 꼭 알아야 할 똑똑한 수학 공부법》
《잠자는 수학 두뇌를 깨우는 창의사고 수학》 출간
  대수, 통계, 해석, 기하 등 수학에도 많은 분야가 존재한다. 수학 자체에 관심이 없으면 분야가 나뉘어 있다는 사실조차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기하학이라니. 공간에 있는 도형이나 대상들의 치수, 모양, 상대적 위치 등을 연구한 것이 기하학이다. 사칙연산을 할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많은 기하학을 탐구해 왔다. 원의 넓이 구하기,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아직도 기억 저편에 남아 있는 공식일 것이다.
 
 
  유클리드 기하학
 
  수많은 기하학적 지식을 한데 모아 책을 만든 사람이 있다. 바로 유클리드이다. 그가 쓴 《기하학원론》은 점, 선과 같이 23가지 기본개념에 관한 정의와 다섯 가지의 공리(公理)를 바탕으로 수많은 정리를 증명하였다. 이때 쓰인 공리는 단순하고 명백하게 옳은 것으로 보이는 명제로, 이것들은 증명될 수 없으며 다른 명제를 증명하는 데 전제가 되는 것들이다.
 
  다섯 가지 공리
  1.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오직 하나의 직선을 그을 수 있다.
  2. 선분은 양쪽으로 끝없이 늘일 수 있다.
  3. 한 점을 중심으로 하고, 다른 한 점을 지나는 원을 오직 하나 그릴 수 있다.
  4. 모든 직각은 서로 같다.
  5. 한 직선이 두 직선과 만나고 같은 쪽에 있는 두 각의 합이 두 직각보다 작을 때, 두 직선을 끝없이 늘이면 두 직선은 그쪽에서 만난다.

 
  《기하학원론》에 실린 기하학 지식은 거의 다가 그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지만 정의와 공리를 바탕으로 엄격하게 증명하는 공리적 체계는 유클리드가 《기하학원론》에서 처음으로 완성한 것이다. 원론은 이러한 논리적인 체계 때문에 수천 년 동안 서양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교재로 사용되었다.
 
 
  두 점 사이의 거리
 
   거리란 어떤 사물들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면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두 점 사이의 거리 중 가장 짧은 거리를 어떻게 구하고 있을까? 바로 위에서 언급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여 구하고 있다. 〈그림 3〉를 살펴보자. 좌표평면 위의 두 점 A(a, b)와 B(c, d)가 있다. 이때, 점 A와 점 B를 잇는 직선을 빗변으로 가지는 직각삼각형을 그려 보자.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길이의 제곱은 나머지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과 같다.
  즉,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두 점 사이의 거리는 다음과 같다.
 
 
 
   문자를 사용한 것이 어렵다면 수를 대입해 보자. 점 A의 좌표가 (1, 1)이고, 점 B의 좌표가 (5, 4)라고 가정한다. 직각삼각형 ABC의 밑변의 길이는 4, 세로의 길이는 3이므로 빗변의 길이는 5(52=42+32)가 된다. 이렇게 유클리드 거리는 두 점 사이의 직선거리인 선분의 길이로서 구한다. 그럼 현실에서도 점 A와 점 B의 최단 거리는 5일까? 유클리드 거리가 아닌 ‘택시 거리’로 최단 거리를 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림 4〉처럼 좌표평면 위에 건물을 하나 세워 보자. 두 점 사이에 건물이 있으므로 A에서 B로 가려면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점 A에서 점 C를 거쳐 점 B로 가야 한다. 다시 말해 최단 거리는 5가 아닌 7(4+3=7)인 것이다. 여기서 ‘택시 거리’라는 개념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택시 거리는 바둑판 모양의 도로망을 가진 도시를 상상해 보았을 때, 점 A에서 점 B까지의 최단 거리를 구할 경우 선(도로)을 따라서만 가는 가장 짧은 거리를 뜻한다. 즉, 다음과 같이 거리를 측정하는 것을 택시 거리라고 한다.
 
 
 
  이는 일명 ‘맨해튼 거리’라고도 불린다. 이 택시 거리는 유클리드 거리를 부정한다. 모든 기하학적 지식을 한데 모아 만든 《기하학원론》이 현실의 모형을 탐구하는 데 부정되고 있다니 …. 수학은 정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학문일 뿐이라고 생각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공리를 변경하여 새로운 기하학을 참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의 탄생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사용되는 다섯 가지 공리 중 다섯 번째 공리를 쉽게 얘기하면 ‘한 직선의 밖에 있는 한 점을 지나면서 그 직선과 평행인 직선은 오직 한 개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다른 공리와는 달리 너무 복잡해서 증명이 가능하다는 논란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래서 다섯 번째 공리를 다른 공리와 달리 평행선 공준(公準)으로 불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증명에 성공하지 못했고 대신 증명을 시도하는 과정 중에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9세기 초에 헝가리의 보여이(Janos Bolyai)와 러시아의 로바체프스키(Nikolai I. Lobachevsky)는 평행선 공준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다가 한 직선 밖에 있는 한 점을 지나는 평행선이 여러 개라고 해도 논리적으로 아무런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모순이 생기기는커녕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하학의 리만법칙들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리만(Georg F. B. Riemann)은 한 직선 밖에 있는 한 점을 지나는 평행선이 하나도 없다는 공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하학 체계를 만들었다. 다른 공리들은 만족하지만 오직 다섯 번째 공리만 모순된 기하학. 유클리드 원론을 흔드는 이 기하학을 오래전에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으로 분류하였고, 이제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제외한 모든 기하학을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 부르고 있다. 택시 거리는 비유클리드 기하학 중에서 가장 간단한 ‘택시기하학’에서 다루는 개념이다.
 
 
  택시기하학에서 원은 마름모 모양
 

  빈 종이가 있다면 반지름이 3cm인 원을 그려 보자. 아마도 컴퍼스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택시기하학에서는 원을 그릴 때 컴퍼스가 필요 없다. 왜 그런 걸까. 원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원은 평면 위의 한 점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로 이루어진 집합이다. 여기서 집중해야 하는 것은 ‘거리’이다. 컴퍼스로 그린 원은 유클리드 거리를 기준으로 그린 것이다. 그럼 택시기하학에서 택시 거리가 3인 점들의 집합을 나타내 보자. |x|+|y|=3 은 네 개의 직선의 방정식으로 나눠진다.
 
  ● x+y=3 (x절편과 y절편이 3인 직선)
  ● x-y=3 (x절편이 3, y절편이 -3인 직선)
  ● -x+y=3 (x절편이 -3, y절편이 3인 직선)
  ● -x-y=3 (x절편이 -3, y절편이 -3인 직선)
 
   좌표평면 위에 택시 거리가 3인 점들의 집합을 네 개의 직선으로 나타내면 〈그림 6〉과 같다. 이는 알고 있는 원 모양이 아닌 마름모 모양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기억 저편에 남아 있던 원의 넓이 공식 역시 달라지는가?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 역시 달라질 것이다. 이전에 알고 있는 공식 하나도 벅찬데 왜 굳이 택시기하학이란 것을 만들어 이런 불편한 계산들을 해야 하는 걸까? 실제로 택시기하학은 도시지리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기하학이다. 건물이 많은 도시에서는 모든 길이 바둑판처럼 형성돼 있기 때문에 모든 관할 구역 내 최단 거리를 나타내는 지역을 선정할 때나 내비게이션의 최단 거리를 산출할 때 사용된다.
 
 
  평면을 넘어선 곡면의 세계
 
  다시 두 점 사이의 거리로 들어가 보자. 이제는 평면이 아닌 지구본 위다. 지구본 위의 임의의 두 점 A와 B의 최단 거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구면에서 성립하는 구면 코사인 법칙이 필요하고 이는 구면 삼각형을 통해 구할 수 있다. 그럼 구면 삼각형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아래 〈그림 7〉을 살펴보자.
 

  구 위에 임의의 세 점 A, B, C와 구의 중심인 점 O를 찍는다. 그리고 점 O를 중심으로 원 3개를 그린다. 이때 첫 번째 원은 점 A와 점 B를 지나고, 두 번째 원은 점 A와 C를, 세 번째 원은 점 B와 C를 지나도록 그린다. 그러면 점 A, B, C를 잇는 구면 삼각형이 만들어질 것이다. 구면 삼각형을 만들면 아래의 구면 코사인 법칙으로 두 점 A와 B 사이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이때, ∠C는 원호 AC와 원호 CB가 이루는 각이고, α, β, γ는 대원에서 세 변에 대한 중심각의 크기를 의미한다. C를 북극으로 잡으면 α, β는 각각 90도에서 두 지점의 위도를 뺀 것이고, ∠C는 두 지점의 경도차이다. 각도 γ를 구하면 호의 길이로서 A와 B 사이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이렇게 구한 거리는 역시 유클리드 거리와 다르다. 그리고 택시 거리와도 또 다르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서 택시의 도로망과는 또 다른 구면이라는 공간을 모형으로 하기 때문이다. 구면 기하학은 항공로와 해상 교통로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양은 구 모양이기 때문에 평면 지도상에서 보이는 최단 거리(유클리드 거리)는 실제로는 돌아서 가는 것으로 구면 기하학에서 구한 거리로 가야 가장 짧은 경로가 나온다.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과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서 진공인 공간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따르지만 물체 가까이에 있는 공간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따른다고 가정하였다. 일식을 이용한 실험에서 빛이 태양을 지날 때 유클리드 기하학의 직선이 아니라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직선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우주의 탄생과 소멸에 관한 빅뱅 이론에서도 우주가 어떤 기하학적 공간인지에 따라서 우주가 끝없이 커지는지 아니면 커지다가 다시 쪼그라드는지가 결정된다고 한다.
 
  이렇게 세부적으로 따지면 수백 가지가 넘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또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건 유클리드 기하학이 아닌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오래되기만 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학문이라고. 하지만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기반이 없었다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현실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만들기 위해서 유클리드 기하학에 담긴 논리 구조를 탐구하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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