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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법(話法)연구 60년 전영우 교수가 말하는 ‘말을 잘하는 법’

“입(口)이 말하는 게 아니라 인격이 말한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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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기 공부부터 잘해야 말을 잘할 수 있다”
⊙ “역대 대통령 중 연설 가장 잘한 사람은 이승만, 에토스(인격)가 나타나”
⊙ “문재인 대통령은 ‘띄어 말하기(pause)’가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분명”

전영우
1934년 출생.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성신여대 대학원 국문학 박사 /
경기고 교사, 동아방송 아나운서부장·부국장, KBS 아나운서 실장, 수원대 인문대학장,
국립국어원 국어문화학교 강사, 서울신학대 신학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
저서 《스피치개론》 《화법원리》 《국어화법론》 《표준한국어발음사전》
《회의를 잘 하는 법》 《바른 예절 좋은 화법》 등
  전영우(全英雨・83) 교수는 지난 60년 동안 ‘말(언어)’을 다루며 살았다. 고등학교 국어교사, 아나운서, 교수…. 본인은 ‘아나운서 30년, 교수 30년’이라고 말한다. 화법(스피치)에 대한 책도 37권이나 냈다. 지난 4월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화법에 대하여》를 냈다. 전영우 교수를 만나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나’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을 잘 못 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문법만 가르치고 화법(스피치)은 안 가르치기 때문이죠. 시험 문제를 보면 ‘다음 글을 읽고 밑줄 친 부분을 설명하라’ 아니면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예요.”
 
  ― 어떤 게 말을 잘하는 겁니까.
 
  “먼저 말소리가 분명해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이야기가 쉬워야 합니다. 연설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고등학교 졸업생 정도 수준에 맞추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셋째, 이야기가 관심을 끌어야 합니다. 넷째,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합니다. 유머가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이야기가 유익해야 합니다. 여섯째, 이야기에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일곱째, 이야기에 여운이 남아야 합니다.”
 
  ― 말소리를 분명하게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을 쓸 때에 ‘띄어쓰기’를 하는 것처럼 말할 때에 ‘띄어 말하기/읽기(끊어 말하기/읽기・pause)’ 훈련을 해야 해요. 배우들은 그런 훈련을 많이 하지요.”
 
 
  “말을 잘하려면 먼저 잘 들어야”
 
스피치에 대해 이론과 실무를 겸한 전영우 교수는 이와 관련된 37권의 책을 썼다.
  ―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먼저 잘 들어야 합니다. 미국의 스피치 책을 보면 3분의 2가 발성기관과 청각기관에 대한 설명이에요. 반면에 우리나라의 화법 책에는 보통 발성기관에 대한 설명과 그림은 있어도 청각기관에 대한 것은 없어요. 듣기 공부부터 잘해야 말을 잘할 수 있어요.”
 
  ― 잘 듣는다는 건 어떤 건가요.
 
  “먼저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둘째, 모르는 것이나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질문을 합니다. 셋째, 상대방의 말에 적절한 응대어(말장구)로 호응을 해줍니다. 넷째, 자기가 들은 내용을 확인합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잘 듣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
 
  ―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을 하는 것은 설명과 설득으로 나눌 수 있어요. ‘설명’은 ‘상대가 잘 모르는 것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고, ‘설득’은 ‘남의 신념・의지・태도・행동을 변화시켜 내게 호감을 가지고 협력하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말을 잘한다고 하는 점에서는 같아도 필요한 기술은 다르지요.”
 
  ― 설명의 경우는 어떤가요.
 
  “첫째, 쉽게 이야기합니다. 둘째,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셋째, 예를 들어서 이야기합니다. 넷째, 비유법을 써서 이야기합니다. 다섯째, 남의 말을 적절히 인용해서 이야기합니다.”
 
  ― 설득의 경우는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 기술로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 에토스(Ethos), 즉 말하는 사람의 인격・인품・정신입니다. 둘째는 파토스(Pathos), 정서적 공감입니다. 셋째는 로고스(Logos). 논리적 체계입니다. 특히 인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납니다. 입이 말하는 게 아니라 인격이 말하는 겁니다.”
 
 
  “단정적·개략적 진술을 피하라”
 
  ― 스피치(말)를 잘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할까요.
 
  “옛날에는 유명한 연설문을 암송하는 것부터 시작했지요. 웅변대회 때 보면 글을 암송해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 경우 문장이 아니라 내용을 암기해야 합니다. 둘째, 독서와 체험을 통해 화제를 풍부하게 해야 합니다. 셋째, 어휘 선택을 잘 해야 합니다.”
 
  ― 어휘 선택을 잘 한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어휘를 많이, 다양하게 활용하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말을 피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의미론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틀림없다’ ‘절대로 ~ 하다’는 식의 단정적 진술이나 ‘국민이 원한다’는 식의 개략적 진술은 좋지 않습니다. 쉬운 말을 뽑아 쓰되, 비속어는 피해야 합니다. 그 뜻에 꼭 맞는 말을 찾아서 쓰고, 좋은 느낌을 주면서 쉽게 뜻이 통하는 말(감각어)을 쓰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절에 맞는 말을 써야 합니다.”
 
  ― 말을 잘하는 분으로 어떤 분을 꼽을 수 있을까요.
 
  “우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생각나네요. 풍자적 유머를 자연스럽게 잘 쓰는 분이죠.”
 
  ―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연설을 잘한 분을 꼽는다면.
 
  “이승만 전 대통령입니다. 《독립정신》이나 《일본내막기》 같은 책을 보면 앞을 내다보는 예언가적 특징이 있어요. 연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 옛날 말투에 문장이 꼬인 듯한 느낌을 주는데도 연설을 잘한 건가요.
 
  “그런 점이 있기는 합니다. 아나운서로 일할 때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연설은 종지사(終止辭)가 길었어요. 본론 얘기가 끝났는데도 문장의 한참 뒤에 종지사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메시지 전달을 잘했습니다. 6・25 때 전황이 불리해지자 유엔군사령부에서 일본군을 투입하려 한다는 말이 돌았어요. 그때 이승만 전 대통령은 ‘그러면 공산군에게 향하던 총부리를 일본군에게 돌리겠다’고 했어요.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 아닙니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연설은 그분의 에토스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은 목소리 톤을 낮추어야”
 
  ― 현재의 정치인 가운데 연설을 잘하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더군요. 누가 옆에서 코치해 줬는지는 몰라도, 앞에서 얘기했던 ‘띄어 말하기/읽기(끊어 말하기/읽기・pause)’가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분명합니다.”
 
  ― 옛날 정치인들은 웅변투로 연설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모습들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국제스피치학회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대화하듯이 연설하는 게 요즘 추이입니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한때 웅변하듯 연설을 해서 놀랐어요. 내용은 좋은데 자신의 원래 말투와는 다르게 웅변조로 얘기하는 게 부자연스러웠습니다.”
 
  ― 원래 말투가 너무 여성적이어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에 자기가 달라졌다, 권력 의지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랬다고 합니다.
 
  “자연스러워야 진실이 느껴지고, 진실해야 설득력이 있는 법입니다. 요새는 목소리 높이면 약장수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정치인들은 목소리 톤을 낮추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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