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가진 두 개의 전략적·정치적 무기는 핵무기와 남한 내 종북 세력”(이춘근)
⊙ “김일성의 대남 전략에서 결정적 패착 두 가지는 6·25 남침과 1·21 사태”(조갑제)
⊙ “박정희 시대 북한은 4~5일에 한번씩 대남도발 … 정말 끔찍한 시대”(유동열)
⊙ “김일성의 대남 전략에서 결정적 패착 두 가지는 6·25 남침과 1·21 사태”(조갑제)
⊙ “박정희 시대 북한은 4~5일에 한번씩 대남도발 … 정말 끔찍한 시대”(유동열)
- 지난 1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3회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박정희시민강좌’가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월간조선》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연중 기획으로 진행 중인 ‘제3회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시민강좌’가 지난 1월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제3회 행사는 ‘박정희와 김일성의 대결-박정희 시대의 남북관계’란 주제로 진행됐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박정희와 김일성의 대결: 박정희 시대의 국제관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 강연에 이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순으로 열띤 강연이 이어졌다.
주 강연자로 나선 이춘근 박사는 먼저 자신의 젊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개인적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서거할 당시 나는 육군 대위였다”며 “그날 동료 교관 집에서 클래식을 틀어놓고 술과 떡을 먹으며 대통령의 죽음을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전 박정희·이승만 관련 책을 쓰면서 양심 고백 차원에서 그날 일을 후회하고 뉘우친다는 내용을 책 마지막에 넣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박정희는 먹고사는 일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정치의 ‘우선순위’를 알고 있었던 지도자였다”며 “한국적인 상황에서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안보가 먼저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부국(富國)을 먼저 이야기하고 다음에 강병(强兵)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려놓았고, 김일성과의 대결에서 결국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박정희와 김일성의 대결’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조 대표는 남북 대치 상황을 축구 경기에 비유해 “이제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치르고 있는 것과 같다”며 “한국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후반전이 끝나봐야 누가 이겼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세력이 중심이 되어 박정희의 자주국방 정신을 되살려야 남북대결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 전문가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박정희 시대와 국가안보: 북한의 대남도발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1953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대남도발은 모두 3000여 건인데, 이 가운데 50% 이상이 박정희 시대에 발생했다”며 “그야말로 남한 적화를 위한 가열한 대남공작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의 의도를 분쇄하고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룩했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시민강좌 전체 내용은 《월간조선》 홈페이지(monthly.chosun.com)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 수립 이후 요즘처럼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 아쉬운 때도 없을 것이다. 우선 국가의 존재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국가안보’의 측면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박정희 시대보다 전혀 나을 바 없다.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 자신감이 아직도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통해 접수했던 1961년의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군사력이 약함은 물론 경제력조차 뒤지는 나라였다.
1961년의 한국은 외국 전문가들의 눈에 비치기에는 아프리카의 가나(Ghana)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였다. 북한보다도 못한 경제 상황의 대한민국을 쿠데타로 장악한 박정희의 계획은 한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스스로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었다. 참고로 쿠데타라는 용어는 나쁜 말, 혁명은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쿠데타와 혁명은 권력이 변동한 방식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지 결과의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재정 자립도 혹은 안보상에서의 자주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은 나라도 아니었다. 이 같은 장기적인 계획의 첫 단계 목표는 우선 북한을 앞서는 것, 즉 김일성을 이기는 것이었다. 박정희는 그 첫 단계 목표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박정희가 집권한 1961년부터 암살당한 해인 1979년까지 대한민국의 1인당 소득 증가 비율은 북한 주민들의 1인당 소득 증가율의 17배에 이르렀다. 1960년 당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240달러 정도로 80달러인 대한민국의 3배에 이르렀다.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이 각각 대한민국과 북한의 지도자였던 2013년 남북한의 GDP 비율은 43:1. 개인소득 기준으로도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20배 이상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최악의 대통령’ 미국 지미 카터가 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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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6월 29일 한국을 방문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는 박정희 대통령. 당시 주한 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양국 정상은 두 시간 동안 설전을 벌였다. 이날 박정희는 30분 넘게 주한 미군 철수의 부당함을 주장해 카터를 화나게 했다. |
그러나 데탕트 체제는 한국과 같은 국제정치 구조의 하위에 있는 국가들에는 대단히 적응하기 어려운 도전을 제기했다. 미국과 소련 사이의 긴장은 완화되었지만 남북한 간의 긴장은 전혀 완화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닉슨 독트린은 주한 미군 철수라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나타났다. 1970년 7월 6일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 정부에 주한 미군 1개 보병사단 2만명을 철수한다는 미국의 일방적 결정을 통고한다. 박정희는 충분한 사전 협의 없는 미군 감축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한반도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한 미군 철수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한국군 현대화를 위해 향후 5년간 15억 달러의 군사 원조와 F-4 팬텀기 1개 전술 비행단을 한국에 배치한다고 약속하며 닉슨 독트린은 아시아 모든 나라에 공평하게 적용된다 강조했다. 박정희 정권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느꼈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나게 되고, 포드 부통령이 짧은 기간 대통령으로 재임한 후 1976년에 행해진 대통령 선거에서 ‘주한 미군 전면 철수’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 지미 카터 후보가 당선되었다.
지미 카터의 주한 미군 철군 이유는 놀랍게도 박정희의 독재 정치였다. 도덕적 이유를 군사 정책의 이유로서 적용하려 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인 카터의 주한 미군 철군 정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카터의 철군 정책이 한반도에 준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박정희의 핵개발 계획도 이와 맞물리는 사건이었다. 박정희의 핵개발 계획은 미국의 군사 정책에 대한 반동적(反動的) 동기를 가진 것이었다.
김일성은 박정희를 제거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대남 정책을 전개한다. 1968년 1월 21일 북한은 특공대를 파견, 청와대를 기습 공격했다. 박정희는 김일성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복수를 결심하지는 않았다. 박정희는 김일성의 나라인 북한보다 대한민국을 더욱 강력한 국가로 만드는 것이 김일성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하고 국력 증강에 매진했다.
미국의 막강한 국력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미국의 독선적 태도 앞에서 좌절하기도 했던 박정희는 대한민국의 국력이 북한과 상대가 되지 않도록 강하게 되는 날, 김일성에 대한 복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군인 출신이지만 박정희는 국력의 기본은 군사력이기보다는 경제력이라는 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박정희의 부국강병(富國强兵)책은 김일성의 군사 우선주의를 꺾었다. 박정희 정권이 종반에 이른 1978~1979년 무렵 박정희가 자주 사용했던 말 중에 “화살이든 총이든 갖고 덤벼라”라는 말이 있다. 당시 박정희는 한국군 자신의 실력만 가지고도 김일성의 공격을 능히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사실이었다. 1961년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북한보다 군사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훨씬 허약했던 대한민국을 북한보다 강한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진실(fact)은 박정희 집권 18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 근거다.
다른 분야를 다 이겨도 안보에서 지면 결국은 지는 것
국가안보를 최우선의 국가 목표로 삼았고, 경제 발전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던 박정희 정권의 노력은 1970년대가 된 후 비로소 그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과 안보 문제로 인한 갈등을 겪어오며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몸소 체득했던 박정희는 미국이 월남을 포기하고 철수할 것을 알고, 방위산업을 일으켜 스스로 힘으로 국방력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가를 다시 느꼈다. 박정희는 1971년 11월 11일 20개 예비 사단을 경무장시킬 수 있는 병기 생산 체계를 즉시 조직하라는 명령을 발하였다. 한국군의 현대화는 박정희 임기의 중반부와 후반부인 1974년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974년 3월 15일 박정희는 국군을 현대화하기 위한 극비 방위 프로젝트였던 율곡 사업을 승인했다. 이 사업을 위해 박정희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방위성금을 모았고 이것이 사업의 재원이 되었다.
박정희는 궁극적으로 한국을 제2의 일본과 같은 나라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당장의 목표는 북한을 추월하는 것이었다. 박정희는 그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이끈 남한이 안보와 경제 면에서 북한을 확실히 앞서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초반 한국의 군사비 지출은 북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장비 면에서도 북한은 남한을 월등히 압도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것이 1976년 극적인 역전을 하게 된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처음으로 북한의 국방비 지출보다 많아진 것이며, 그 이후 박정희가 암살당할 때까지 한국의 국방비는 북한의 국방비를 크게 웃돌기 시작했다. 이미 언급한 대로 1978년 한국은 처음으로 군사비 총액을 자체의 국내 재원에 기반을 둔 국방예산으로 100% 충당하는 감격스러운 상황도 맞이한다.
한국과 북한은 1945년 분단된 이후 지금까지 장거리 마라톤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나라를 이끌어가는 주자가 여러 명 바뀌었다는 점에서 계주(繼走)라고 볼 수 있겠다. 박정희는 김일성을 훨씬 앞질러 놓은 상태에서 바통을 물려주었다. 박정희 이후 우리나라의 주자들은 박정희처럼 잘 달려주었는가?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 그러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국가안보라는 측면에서 특히 그러하다. 북한은 이제 곧 핵무기 체계를 완성할 단계에 도달해 있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사전에 공격하기는커녕 겨우 막기 위한 ‘방어무기’ 도입에 대해서조차도 왈가왈부, 우왕좌왕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김일성의 대남 전략에서 결정적인 패착 두 가지를 들자면, 6·25 남침과 1·21 사태(1968년 북한이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청와대를 기습한 사건)라고 할 수 있다. 김일성이 만약 6·25 남침을 하지 않고, 월맹처럼 간접적인 침략 정책을 펼쳤더라면 우리는 1950년대 말쯤에 적화되었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6·25 남침은 불명예 제대했던 박정희를 군으로 복귀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훗날 박정희 정권의 창출로 이어진다. 결국 박정희 정권을 탄생시킨 것은 김일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 할 수 없다.
1·21 사태는 경제건설 제일 노선으로 가고 있던 박정희가 군사력 건설을 병행하도록 정책을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박정희는 아주 신속하게 자주국방 정책을 펼치며 예비군을 창건하고, 방위산업 건설을 추진했다. 방위산업을 건설하려고 보니 방위산업은 기계공업과 정밀화학공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유신체제 선포를 계기로 중화학공업 건설로 나가게 된다. 군사력 건설에 매진하면 경제가 피폐해지는데, 박정희는 이 점을 간파하고 방위산업체가 무기뿐 아니라 일반 수출품도 만들 수 있게 공장을 설계했다.
군사력 건설과 경제력 건설이 모순관계 없이 진행되도록 일을 추진한 것은 상당히 창조적 발상으로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가 오원철 당시 방위산업 및 중화학공업 담당 수석비서관이다. 박정희의 군사력 증강 정책 결과 1970년대에 가면 우리의 군사비 지출이 북한을 앞지르게 되고, 전체 국력도 앞서게 된다. 이런 상황은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1977년 카터 미국 대통령이 주한 미군을 철수하려 하자 박정희는 “가려면 가라. 우리도 준비하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따라서 1·21 사태는 한국의 잠재력을 군사력 건설로 가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6·25 남침에 이은 김일성의 두 번째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와 북한의 국력이 50배 가까이 차이 나기 때문에 ‘이제 남북 간의 게임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남북한 대결의 스코어는 ‘일대일’에 불과하다. 축구 경기로 치면 후반전이 아직 남아 있다. 최근 우리의 상황을 보면 우리가 과연 후반전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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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15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및 참석의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 반대와 국회 비준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안보란 과연 무엇인가? 안보라고 하면 흔히 우리는 국방 문제에만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안보의 다른 측면은 바로 ‘정권의 안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선 권력을 유지해야 그것을 기반으로 안보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안보의 절반은 국방이며, 나머지 절반은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박정희는 후자에서 결국 실패했다. 10·26사건에서 자신이 죽음으로써 정권유지에 실패한 것은 박정희의 정치적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김재규는 박정희의 위대한 자주국방 노선을 지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민주투사들 쪽으로 의식화되어 있었다. 여기서 10·26이란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경제와 문명건설에서 북한을 이겼다. 하지만 두 부분에서는 여전히 북한에 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나는 북한이 가진 전략무기인 핵무기를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우리는 북한 내부에 남한을 따르는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지만, 우리 내부에는 사사건건 북한 편을 드는 강력한 종북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따르는 종북 세력은 지식인 사회, 학교, 언론, 정치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대한민국의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드 배치 반대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우리는 세계에서 현금 동원력이 가장 큰 중국과 핵무기를 가진 북한, 남한의 친중·친북 정권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종북 좌파들이 문화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거의 정치권력과 맞먹는 게임을 해왔는데, 정치권력까지 가진 좌파 세력이 등장하면 한국의 보수 세력이 과연 일본과 미국과 합세해 대등한 게임을 펼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점에서 한국의 운명이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 세력이 코너에 몰린 이유
지금 한국의 보수 세력은 왜 이토록 코너로 몰렸는가? 나는 그 일차적인 원인이 보수 세력에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한국의 보수 세력에는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없다.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국력이 우리의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북한을 상대로 나라를 지키는 것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당장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해체하라는 말이냐”라고 반발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이처럼 비겁한 보수 세력이 어디에 있겠는가? 안보를 외국에 맡겨놓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고사하고, 문제의식 자체도 없다. 이런 상황에 너무나 길들어 있어서 이제는 구조적으로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
자주국방이 제대로 된 나라라면 보수 세력이 먼저 “주한 미군 나가라”고 하면서 그 대신 “다음날 곧바로 계엄령을 선포한다. 핵무장을 한다. 간첩을 다 잡아넣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정상 아니겠는가? 이스라엘은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군이 언론을 검열하고 있으며, 군부대 이동과 무기 도입, 군대 사고등 군에 관한 기사는 보도를 하지 못한다. 군대 내에 안보 관계 기사를 검열하는 부대가 따로 있을 정도다. 분단된 나라는 이렇게 살아가는 게 정상이다.
우리가 가난했을 때는 미국의 힘을 빌려 나라를 지키던 것이 맞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부자 나라가 되었는데도 “미국의 도움 없이는 우리를 지킬 수 없다” “안보는 나의 일이 아니다” “복지만 잘하면 된다”고 하고 있거나, 이런 주장을 하는 데 대한 아무런 비판이나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종북 세력이 한국의 보수 세력을 만만하고 비겁하게 보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대안 제시를 위한 토론이 앞으로 있어야 한다.
오늘날 남북 간의 대결에서 한국이 밀리고 있는 것은 결국 국방 문제를 우리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정희 이후 후대 정부는 박정희·이승만이란 두 분이 우리 역사에서 고려시대 이후 수백 년 만에 회복시킨 자주국방 정책을 계승하지 못한 것이다. 유대인은 히틀러에 의해 600만명이나 희생되고 나서 자주국방 나라를 만들었다. 우리는 6·25 과정에서 3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이 죽었는데도 아직도 자주국방 의지가 없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결국 국방과 안보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은 채 한미동맹에만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리 내부는 감당하기 어려운 모순이 쌓여가고 있다. 오늘 박정희-김일성 대결을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두고 고민할 화두를 하나 찾아낸 것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박정희 시대에 북한의 적화공세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북한의 안보위협에는 간첩침투, 대남군사도발 외에도 대남심리전 공세 등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안보위협 사례인 간첩침투와 대남군사도발만 말씀드리면, 박정희 시대 18년 동안 간첩침투 1160여 회, 군사도발 400여 회 등 총 1560여 회로 북한은 평균 4~5일에 한 번씩 대남도발을 자행했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2016년까지 총 안보위협 횟수 3000여 건 중 50%를 웃도는 간첩침투 및 군사도발이 박정희 시대에 집중되었다. 이 통계는 당국에 적발된 것만 추산한 것이기에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정말 끔찍한 시대였다.
만약, 박정희 시대에 국내외적인 어려운 정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적화공세 등 안보위협에 대응하여 이를 막아내고 ‘튼튼한 안보’를 구축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전 세계 12위권의 경제 대국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1980년대 이후 박정희 시대의 간첩사건 및 대남도발에 대해 ‘간첩사건 조작’ ‘안보위기 연출’ 및 ‘정권안보’ 운운하며 폄하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전인 해방 직후부터 대남 적화혁명 전략의 일환으로 전술 차원에서 대남 강경노선과 유화노선을 적절히 배합, 6·25 남침전쟁 등 각종 대남 테러 도발을 자행하며, 이른바 ‘남조선 혁명의 주객관적 상황’ 조성에 주력해 왔다. 관련 자료 등을 취합해 볼 때,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전협정 위반이 50만여 건에 달하며, 군사도발, 간첩침투, 테러 등만 해도 3000여 건을 상회하는 실정이다.
이의 유형을 보면,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항공기 납치 및 폭파, 총격 및 포격 도발, 군사시설 습격, 공중공격, 미사일 공격, 대공포 사격, 정찰기 격추, 간첩침투, 군사분계선 월경, 내국인 납치, 어선 나포, 영공침범, NLL침범, 군사분계선 월경 등 다양하게 안보를 위협해 왔다.
5·16 군정기와 3공화국 시기의 대남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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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목 따러 왔수다.” 1968년 1월 21일 김일성의 청와대 기습 지령을 받고 휴전선을 넘어 서울에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 중 유일하게 생포된 김신조. 그를 제외한 북한 124군 부대 소속 무장공비 30명은 전원 사살됐다. |
이 시기 대표적인 간첩사건으로 ‘황태성 간첩사건’을 들 수 있다. 북한의 대남공작지도부는 5·16 군사혁명의 주도자인 박정희 국가최고재건회의장이 6·25 전쟁 이전에 남로당 조직에 간여한 사실(남로당 군사부장)과 그의 형 박상희가 조선공산당 활동 중 사망한 사실에 주목, 박상희의 친구이자 박정희의 대구사범 스승이었던 황태성(조선공산당 경북도당 부책임자, 1946년 10월 월북, 북한 상업성 부상, 무역성 부상 역임)을 2개월간 간첩교육을 시킨 후 1961년 8월 남파하였다. 황태성은 밀사를 자처, 박정희 의장과의 접촉을 시도하다 그해 10월 체포되었다. 1963년 12월 사형이 집행되었다. 만약 이 사건을 박정희 의장이 잘못 처리했으면 내내 색깔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제3공화국 시기는 박정희 의장이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1963년 12월부터 1972년 10월 17일 유신정권이 등장하기 전까지 8년10개월간을 말한다. 김일성은 1965년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여 3대 혁명(북한·남한·국제혁명) 역량 강화노선을 발표하며 이른바 남조선혁명, 즉 적화통일 의지를 불태운다. 1966년 10월 김일성의 당 대표자회의 연설 이후 무장소조 침투공작 등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며 이틀이 멀다 하고 북한의 무장간첩 침투나 대남도발이 자행되었다.
3공화국 시기에 북한은 900여 회의 간첩침투, 330여 회의 군사도발을 자행하였다. 이 시기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공군 F-86D기 격추사건(1964), 동백림간첩단사건(1967), 해군 56호함 격침(1967), 1·21 청와대기습사건(1968), 미 푸에블로호 납치사건(1968), 통일혁명당사건(1968),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1968), 미국 정찰기 EC121기 격추사건(1969), KAL기 납북사건(1969) 등이 있다. 1972년 7·4공동성명을 발표한 직후에도 ‘남침용 땅굴’을 뚫는 등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으며, 북한은 KAL기 납북미수사건(1971), 소흑산도 간첩선 침투사건(1971), 휴전선 침투무장간첩사건(1973) 등을 자행했다.
유신시기 북한의 대남도발
이 시기는 1972년 10월 17일 유신 선포 이후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7년간을 일컫는다. 북한은 남북대화를 통한 적화혁명의 결정적 시기 조성에 한계를 느끼고 1973년 8월 28일 일방적으로 남북대화 중단을 선언하며, 대남혁명의 새로운 여건 조성에 주력하였다. 이 시기 북한은 110여 회의 간첩침투, 60여 회의 군사도발을 자행하였다. 대표적 사례로는 유럽거점 간첩단사건(1973), 해경 경비정 제863호 격침(1974), 여간첩 채수정 사건(1974), 박대통령 저격사건(1974), 판문점 도끼만행사건(1976), 미군헬기 격추사건(1977), 최은희·신상옥 납치(1978), 남민전사건(1979) 등을 자행하였다. 제1 땅굴(1974), 제2 땅굴(1975), 제3 땅굴(1978) 등도 발견되었다.
살펴본 바와 같이 박정희 시대에 북한의 적화공세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사안이 이러한데도, 대한민국의 안보 파수꾼인 군과 안보수사 당국(국정원, 경찰, 검찰, 기무사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폄하는 매우 잘못된 망국의 지름길이다. 최근 안보환경은 기존의 전통적 군사안보에서 포괄적 안보, 신안보 등으로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안보정보활동의 영역이 확대되고 안보수사기관의 역할과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세계적 추세와는 역행하며 아직도 권한남용, 인권침해 우려 등의 후진적 정치논리에 휘둘려 안보수사기관의 손과 발, 눈과 귀를 제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테러방지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 2014년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하여 국정원의 정보활동을 제한하는 사례, 사이버테러가 증대되는 데도 사이버테러법이 제정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심지어 테러방지법 폐지, 국정원의 폐지나 안보수사기관의 축소 등을 주장하는 것이 마치 정치발전이고 민주화인 줄 아는 넋 나간 정치 세력도 버젓이 발호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하여 안보수사기관 활동의 영역과 권한을 확대하고 이에 따른 역기능을 견제하기 위해 안보수사기관에 대한 책임과 감독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