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方 명의의 원포인트 레슨 〈3〉 운명, 그리고 인내… 뇌졸중 : 월간조선

영국의 전직 수상 마거릿 대처는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외딴 휴양지에서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다. 철의 여인인 그도 ‘3시간 안에 종합병원에 도착해야 치료할 수 있다’는 뇌졸중의 불문율을 이겨 내진 못한 것이다.

뇌졸중은 매우 응급을 요하는 질환이다. 뇌에 혈류 공급이 중단되면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나온다 해도 매 1분마다 1900만개의 뇌세포가 파괴되고 뇌세포 사이의 140억개의 연결고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뇌졸중에는 2가지 형태가 있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로 가는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이다. 잠깐 혈류 공급이 중단되어 발생하는 ‘일과성 허혈 발작’, 소위 ‘작은 뇌졸중’은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뇌졸중 환자 중에는 유명인이 많다. 태조 이성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처칠 전 영국 수상, 옛 소련의 최고지도자 스탈린도 뇌졸중을 피하지 못했다. 2008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료를 보면 뇌졸중 발생 시 한 달 내 사망률이 높은 경향이고 1년 이내 사망률도 31%로 매우 높다.

뇌졸중 환자는 남자가 여자보다 많고 연령별로는 60~69세가 제일 높다. 뇌졸중 중에는 출혈성 뇌졸중이 경색성 뇌졸중보다 사망률이 높으며 발생 5년 내 사망률은 50%에 육박한다. 80세 이후 출혈성 뇌졸중 발생 시에는 90% 이상의 사망률을 보이는 지역도 있다.

중풍 전조 증상

중풍 전조(前兆) 증상은 다음과 같으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신체 한쪽 부분에 마비 증상이 있는가. 둘째,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현상이 발생하는가. 셋째, 신체 한쪽의 감각이 이상한가. 넷째,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다섯째, 어지럼증 및 보행장애가 있는가. 여섯째, 말이 어눌한가. 일곱째, 시야 장애가 있는가. 여덟째, 언어를 통한 표현력이 저하됐는가. 아홉째, 한쪽 시력이 저하됐는가. 열째, 오랜 기간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가. 열한 번째, 이유없이 두통이 지속되거나 구역질이 나는가. 이 가운데 5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중풍이 발생하기 전 위험신호일 수 있다.

뇌졸중은 고혈압, 음주, 흡연, 운동부족, 당뇨, 고지혈증, 연령, 가족력, 교육수준, 경제상태, 모체의 건강상태, 심방세동, 심장판막병변, 헤모글로빈 수치, 스테로이드 복용, 소금 섭취량, 에스트로겐 섭취, 폐경, 아스피린 복용, 백혈구 수, 혈색소, 혈중알부민, 미세먼지, 공기, 기생충, 혈관기형, 감기, 진폐증, 암, 저혈압, 화병, 탈수, 저온, 고온, 습도, 풍한, 사기, 습담, 화기, 기허, 외상발생 등에 좌우된다. 만일 뇌졸중에 걸린다면 심근경색, 심부전, 말초혈관질환, 치매, 만성폐질환, 소화성궤양, 당뇨, 신장질환, 암 등을 같이 앓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뇌졸중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말초신경염증으로 인한 구안와사, 대상포진으로 인한 안면염증, 갑상선 기능 항진으로 인한 수전증, 경추디스크에 의한 손저림, 손목터널증후군에 의한 저림, 다른 증상이 없는 두전증(체머리 증상), 음주 후 나쁜 자세로 취침한 후 편마비감, 척추디스크증에 의한 손발 저림, 단순 안검경련증 등이다.

뇌졸중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종합병원으로 3시간 이내에 후송해야 한다. 일단 뇌졸중에 걸리면 초기 3개월부터 6개월 사이에는 빠르게 회복되지만 그 이후에는 지루한 투병이 기다리게 된다. 1년 이내 혹은 3년 이내에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도 높아 철저한 치료와 재발방지 노력이 중요하다.

뇌졸중, 즉 중풍은 예로부터 백병지장(百病之長)이라 불렸다. ‘모든 병의 어른’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신경세포가 재생되는 데는 길게는 7년이 소요되며 뇌세포의 수명이 60년 정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질환보다 끈질긴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뇌졸중에 대한 응급처치나 재활치료 부분은 현재 양방이나 한방의 경계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한방의 침·뜸·부항·약침 치료는 나름대로 효율이 입증됐고 특히 혈전을 상대하는 단계에서는 효과가 입증된 한약 처방이 제시된다. 사멸된 뇌신경세포나 혈전 등은 결국 섬유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마치 간경화나 근육 섬유화 같은 상처로 남게 된다.

웅담의 효능

우황청심원은 뇌졸중 치료제 가운데 으뜸이다.

현대의학에서도 아직 이러한 세포사멸 이후 나타나는 상처 덩어리 등에 대한 뾰족한 원인과 처리에 대해 명쾌한 답변이 없지만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어혈, 습담, 옹주 등을 다룰 때 사용된 약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곰의 쓸개인 웅담이다.

웅담은 매우 귀한 약재다. 과거 관가에 끌려가서 태형을 받거나 말에서 떨어졌을 때 타박상 이후 어혈을 다룰 때 웅담을 사용했다. 옛 사람들은 웅담뿐 아니라 사담(뱀), 저담(돼지), 서담(쥐), 지네(오공)나 지렁이(토룡) 등도 이용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담즙이라는 것이다.

판소리 명창이 성대결절이 오고 피를 토하면 변수(便水·깊은 재래화장실에 대나무바구니를 박아서 고인 물)를 마셨고 동변(童便·어린 남자아이의 오줌)을 마시기도 했으며 추석(秋石·소변 침전물 ‘뉴로키나아제’)으로 약을 빚어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동물의 똥도 이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날다람쥐의 똥인 오령지(五靈脂)다. 이것들 역시 담즘과 관련이 있다.

뇌졸중 치료제 가운데 으뜸은 우황청심원이다. 우항청심원은 뇌혈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뇌혈관을 막고 있는 담을 녹여 주며 신경세포 재생을 활성화하여 기억력 증진과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공황장애, 불면, 답답함, 초조감, 화병을 개선시켜 주기도 한다.

과거 우황청심원은 워낙 귀해 기사회생의 명약으로 불렸으나 최신 연구에 의하면 1일 2회의 복용으로 최장 8시간 이상의 호전반응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즉 과거처럼 응급시에 한두 알 복용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복용하여 어혈제거 및 신경재생 효과를 극대화해 줄 수 있을뿐더러 간기능 저하나 운동선수들의 도핑테스트 등에도 특별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없는 안전한 처방인 것이다.

이것은 우황청심원의 재해석이며 재탄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황청심원과 더불어 동물의 똥인 오령지나 유향나무의 수지인 유향(보스웰리아)이나 몰약나무의 수지인 몰약(컴미포라)과 같은 항노화 성분을 더해 주고 침향과 단향 등으로 막힌 기를 뚫고 정신을 맑게 도운다면 매우 좋은 뇌졸중 치료 및 예방제가 될 것이다.

뇌졸중 환자들의 식이요법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분이지만 가장 권하고 싶은 음식은 콩나물이다. 콩나물은 실은 우황청심원의 약재 중에 대두황권이라 하여 사용되고 있다. 콩나물은 콩 그 자체보다 더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것이 선지해장국이다.

노르딕워킹 좋아

뇌졸중 환자들에게는 식이요법뿐 아니라 운동섭생도 중요하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자기 체력에 맞는 가벼운 등산을 추천하고 싶은데 특히 마비가 있다면 실내에서 하되 어느 정도 호전이 되신 분들은 양손에 스틱을 잡고 노르딕워킹을 하는 것이 좋다.

노르딕워킹은 운동효과와 걷기자세 교정에서 일반걷기보다 훨씬 뛰어나다. 스틱을 사용하여 자세균형을 잡고 워킹속도와 보폭을 넓혀 주며 하체를 주로 사용하는 일반걷기와는 달리 스틱을 이용한 상체사용이 많아 인체 근육의 90% 이상을 사용함으로써 신진대사의 원활함을 가져온다. 노르딕워킹은 심폐기능 향상, 골밀도 증가, 지구력 향상, 근육 강화, 면역력 향상 등 성인병 예방과 치유에도 효과적이다.

뇌졸중의 정신섭생 방법의 첫 번째는 한국한의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동무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중용(中庸)의 희로애락 미발이중(喜怒哀樂未發而中)이며 희로애락 이발이 절즉화 (喜怒哀樂已發而節卽和)라는 문구를 인용하고 싶다. 희로애락을 평정하게 하거나 희로애락을 적절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중용의 경지라고 설명하며 심화(心火)를 잘 다스림이 건강의 열쇠임을 강조한 것이다.

두 번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양의 명상 및 참선 등을 새롭게 해석한 소위 ‘멍 때리기’다. 이 두 가지를 뇌졸중을 예방하거나 치료함에 적극 추천 드린다. ‘멍 때리기’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은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

미국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2001년 뇌영상 장비를 통해 사람이 아무런 인지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알아낸 후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특정 부위는 생각에 골몰할 경우 오히려 활동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뇌의 안쪽 전전두엽과 바깥쪽 측두엽, 그리고 두정엽이 바로 그 특정 부위에 해당한다.

라이클 박사는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이 특정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DMN)라고 명명했다. 컴퓨터를 리셋하게 되면 초기 설정(default)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바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멍해 있는 것은 뇌에 휴식을 줄 뿐 아니라 자기의식을 다듬는 활동을 하는 기회가 되며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영감이나 문제해결 능력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