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군지瑞山郡誌》는 부석사 관음상 약탈의 중요한 증거
⊙ 왜현리倭懸里 유래는 ‘왜구倭의 머리를 달아懸 놓은 곳’
⊙ 서산 부석사 바로 앞 지역 왜구 침탈당했다는 기록
⊙ 서산문화원 원장 2004년부터 부석사 불상 반환 요청
⊙ 왜현리倭懸里 유래는 ‘왜구倭의 머리를 달아懸 놓은 곳’
⊙ 서산 부석사 바로 앞 지역 왜구 침탈당했다는 기록
⊙ 서산문화원 원장 2004년부터 부석사 불상 반환 요청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8월 초 만난 김현구(88) 전 서산문화원원장은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관음상)이 왜구에 약탈된 증거’라며 문건을 건넸다. 1926년, 1982년에 간행된 충청남도 서산의 《서산군지(瑞山郡誌)》였다. 충청남도 서산은 과거로부터 왜구의 침략이 심했다. 김 원장이 “부석사 관음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되었다는 증거”라며 공개한 1926년 《서산군지》의 내용은 이러하다.
“서산에 남아 있는 주사창(舟師倉)은 화변면(禾邊面) 왜현리(倭懸里)에 있었다. 화변면은 지금의 서산군 부석면의 일부였던 왜현리에 속한다. 속언(俗諺)에 서산군수 박시언(朴峕言)이 왜구를 타격하여 이곳에 매달아 놓았기 때문에 ‘왜현리(倭懸里)’라고 했다.”
서해안의 중심지 서산(瑞山)과 태안은 내륙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여서 왜구의 출몰이 잦았다. 왜구(倭)의 머리를 달아(懸) 놓을 정도니 왜구의 약탈이 극심했던 지역이라는 증거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왜현리’라는 지명처럼 서산에 대한 노략질이 심했다”며 “부석사는 왜현리 바로 앞이어서 왜구의 위협에 노출돼 있었다”고 했다.
고전 전문가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47·전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교수) 역시 “부석사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에 소재한다”며 “왜구의 출몰이 잦았던 서산 남쪽에 위치한 부석사는 왜구가 내륙으로 진입할 때 경유하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노 소장의 설명은 이렇다.
“부석사가 소재한 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남쪽 연안 왜현리에 서산으로 침투하는 왜구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수군기지인 주사창을 설치한 점과 왜구의 목을 베어 걸었다는 왜현리와 왜현포 지명의 유래 등을 살펴볼 때 왜구의 침입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고려시대 기록을 볼 때 왜구가 내륙으로 진입 시 반드시 태안을 거치거나 서산의 남쪽 연안(천수만)을 통과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헌적 사실과 당시의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왜구가 부석사를 경유해 불상을 약탈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마도 불상 절도 사건
서산 지역의 왜구 침범 기록이 중요한 것은 부석사 관음상을 놓고 진행 중인 소송 때문이다. 2012년 10월 초 한국인 절도단은 대마도에 건너가 쓰시마(대마도)시 소재 가이진진자(海神神社)의 ‘통일신라시대 금동보살입상’과 간노지(觀音寺)의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훔쳐왔다.
2013년 1월 인터폴의 수사 요청을 받은 경찰은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 어시장의 냉동 창고를 급습해 불상을 압수했다. 2014년 12월 검찰의 의뢰를 받은 문화재청은 금동보살입상은 정상적인 교류에 의해 전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린 반면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왜구에 의해 약탈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냈다. 그 결과 금동보살입상은 일본에 돌려준 반면,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결론을 못 내 아직도 한국에 있다.
관음상은 1951년 보살상 내부에서 발견된 복장유물 중 불상 결연문(結緣文)을 통해, 1330년(고려 충숙왕 17년) 서산 부석사에서 제작된 불상으로 확인됐다. 현재 해당 불상은 왜구에 약탈된 문화재로 원래 소유자인 부석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과 증거가 없으니 돌려달라는 일본 간노지의 주장이 대립 중이다. 나아가 부석사는 법원에 “왜구에 약탈된 문화재이니 부석사로 돌려달라”며 2016년 4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렇듯 일본 측과 부석사의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건이 발굴된 것이다.
문건을 발굴한 김현구 원장은 “1926년 《서산군지》는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1982년에 간행한 《서산군지》 내용도 설명했다. 당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을 근거로 고려 공민왕, 우왕 시절 서산 연안 지역의 왜구 침입 역사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말 11차례에 걸쳐 왜구가 서산 지역에서 약탈행위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 사료에 의해 밝혀진 왜구가 서산 일대를 침략한 기록은 1352~81년까지 《고려사》에 기록된 5회가 전부였다.
김 원장은 “일본은 ‘한국이 부석사 관음상의 소유권을 전혀 주장하지 않다가 뒤늦게 왜구의 약탈품이라고 주장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미 2004년부터 서산시 문화원은 일본 관음상의 존재를 확인하고 반환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왜구의 침략과 피해에 대해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만큼 부석사 관음상은 왜구에 의해 약탈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산군지》, 반환 소송에 제출 예정
부석사 관음상 ‘왜구 약탈 논쟁’과 관련해,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이상근(53)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이 대표는 사건 초기부터 관음상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 이번에 공개된 《서산군지》의 가치를 설명해 주세요.
“서산 부석사는 법원에 관음상이 왜구의 약탈에 의해 일본에 빼앗긴 문화재이므로, 일본에 반환하지 말고 원래 주인인 부석사에 돌려줘야 한다고 소송 중입니다. 서산 태안 주변에 왜구의 침입이 많았다는 문헌은 있었으나 부석사 바로 앞 동네까지 왜구의 침범이 빈번했다는 문헌은 없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또 고려시대에 왜구의 침입 기록이 알려진 게 지금까지 5회밖에 없었는데, 11번에 이르렀다는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도 중요합니다. 재판에 제출되면 부석사에 관음상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 불상의 가치는 어떠한가요.
“대마도에 확인된 한국 불상만 130존(尊·불상을 세는 단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아마도 대부분 왜구에 의해 약탈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기록이 없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알 수도 없어요. 오직 부석사 관음상만이 기록이 남아 있어요. 불상 복장물 속에서 발원문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고려 충숙왕 17년 고려 서주 부석사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어요. 서주는 당시 서산을 말해요. 이러한 이유에서 국보급 문화재라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어요.”
― 왜적이 약탈했다는 증거는 무엇인가요.
“고려시대 중기 이후에 왜구의 약탈과 침입이 빈번했어요. 이러한 상황은 한국과 일본의 문헌사료에서 확인됩니다. 대마도에 현존하는 고려시대 금동불상은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고 화재를 입은 흔적이 많아요. 정상적으로 넘어갔다면 화상 흔적이 있을 리 없죠. 관음상 역시 화상 흔적이 있어요. 일본 측에서 2004년 발표한 《불교미술(275호) 동양미술과 고고학의 연구지》에 관음상에 화재 흔적이 있다고 기록돼 있어요. 일본 학자들도 약탈을 인정하고 있어요. ‘왜구에 의한 일방적 청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하죠.”
― 일본 측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일본 관음사 측은 ‘해당 불상은 1973년 5월 나가사키현 교육위원회에 의해, 본 절을 소유자로 하여 나가사키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본 절이 본 불상의 정당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음이 명백하다’는 입장을 검찰에 보냈습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쉽게 설명해 일본 정부가 관음사 소유라고 인정했으니 일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죠. 저희의 주장은 일본 나가사키현이 무슨 근거로 해당 불상을 관음사 소유로 인정했는지 밝히라는 것입니다. 문화재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에 일본 측은 일절 답변하지 않고 있어요.”
역사 자료에 나타난 왜구 약탈의 증거
그렇다면 “부석사 관음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되었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줄 역사적 문헌은 없을까.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의 자문을 통해 조사한 문헌은 다음과 같다.
① 《고려사절요》
부석사가 소재한 충남 서북부 지역은 예부터 ‘내포(內浦)’라고 칭했다. 《고려사절요》 공민왕 경술 19년조(1370년)를 보면, “2월 왜적이 내포를 침구(侵寇)하여 여러 고을의 조세를 빼앗다”라고 기술돼 있다. 이 부분이 《고려사》 42권 〈세가〉에는 “19년 2월 왜적이 내포를 침구하여 병선 30여 척을 부수고 여러 고을의 조세 곡식을 빼앗다”로 좀 더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② 《고려사》
고려시대에는 이곳에 왜적의 침입이 자주 있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고려사》에 나온다. 고려시대 공민왕 때와 우왕 때 충청의 서산, 태안, 해미, 결성, 홍주 등지를 침략하여 노략한 행위가 사실로 확인된다.
1) “왕안덕이 양광도의 도원수(楊廣道 都元帥)로 나갔을 때 왜적이 여미현(餘美縣·지금의 태안 인근 해미읍)에 침구하자 왕안덕이 공격했다. 적이 산을 타고 면주(沔州·충남 면천)로 달아나니 왕안덕이 추격하여 적 한 명의 목을 베었다.”(《고려사》 126권 왕안덕 열전)
2) “1352년(임진년) 서주(瑞州·서산)의 방호소에서 왜선 1척을 포획하여 섬멸하고 사로잡은 2명을 바쳤다. 김휘남의 병사가 적어 대적하지 못하고 서강으로 물러나와 긴급함을 알렸다.”(《고려사》 38권 〈세가〉 공민왕 1년)
3) “1375년 9월 왜적이 영주(寧州·천안)와 목주(木州·목천), 서주(瑞州·서산), 결성을 침구하였다.”(《고려사》 133권 열전 우왕(신우) 1년)
4) “1378년 3월 왜적이 부평을 침구하고 또다시 태안현을 침구하였다.”(《고려사》 133권 열전 우왕(신우) 4년)
5) “1379년 8월 왜적이 여미현(餘美縣·해미)을 침구하였다.”(《고려사》 134권 열전 우왕(신우) 5년)
6) “1380년 왜적의 백여 척이 결성과 홍주를 침구하였다.”(《고려사》 134권 열전 우왕(신우) 6년)
7) “1381년 9월 왜적이 영주와 서주(서산)를 침구하였다.”(《고려사》 134권 열전 우왕(신우) 7년)
③ 《동문선》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徐居正)은 《동문선》의 〈태안군 객사신창기(泰安郡客舍新創記)〉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태안군의 행정구역은 바다의 도적이 왕래하는 요충이었다. 고려 말엽에 무(武)가 해이해지자 왜적이 성하게 일어 홍무(洪武) 계축년에 고을이 매우 참혹한 화를 당했다.”
④ 《선조실록》
1597년 정유재란 이후 선조 30년 정유 9월 9일 체찰 부사 한효순(韓孝純)이 치계(馳啓)한 내용을 보면 그 당시 왜군이 홍성과 해미 지역에서 침탈행위를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호서(湖西)의 내포(內浦)는 왜적의 기세가 날로 성하여 며칠 안 가서 장차 여러 고을에 가득할 것이다.(중략) 신은 지금 홍주에 있는데 해미(海美) 등지에 왜적이 쳐들어와 도로가 막혀 통하지 못하게 되면 배를 타고 강화도로 갈 계획입니다”하였다.(《선조실록》 선조 30년 정유(1597) 9월 9일)
이렇듯 역사적 문헌을 살펴볼 때, 서산 부석사 관음상이 왜구의 약탈에 의해 일본 간노지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관음상뿐이 아닐 것이다.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국 문화재의 상당수도 정상적인 방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이상근 대표는 “비록 수백 년 전에 약탈한 문화재라도 돌려주는 것이 요즈음의 세계적 추세”라며 “국보급 문화재인 관음상은 원래 있었던 부석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본 측이 부석사 관음상을 돌려받고 싶으면 정당한 방법으로 가져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일본도 이제 약탈 문화재는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산에 남아 있는 주사창(舟師倉)은 화변면(禾邊面) 왜현리(倭懸里)에 있었다. 화변면은 지금의 서산군 부석면의 일부였던 왜현리에 속한다. 속언(俗諺)에 서산군수 박시언(朴峕言)이 왜구를 타격하여 이곳에 매달아 놓았기 때문에 ‘왜현리(倭懸里)’라고 했다.”
서해안의 중심지 서산(瑞山)과 태안은 내륙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여서 왜구의 출몰이 잦았다. 왜구(倭)의 머리를 달아(懸) 놓을 정도니 왜구의 약탈이 극심했던 지역이라는 증거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왜현리’라는 지명처럼 서산에 대한 노략질이 심했다”며 “부석사는 왜현리 바로 앞이어서 왜구의 위협에 노출돼 있었다”고 했다.
고전 전문가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47·전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교수) 역시 “부석사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에 소재한다”며 “왜구의 출몰이 잦았던 서산 남쪽에 위치한 부석사는 왜구가 내륙으로 진입할 때 경유하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노 소장의 설명은 이렇다.
“부석사가 소재한 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남쪽 연안 왜현리에 서산으로 침투하는 왜구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수군기지인 주사창을 설치한 점과 왜구의 목을 베어 걸었다는 왜현리와 왜현포 지명의 유래 등을 살펴볼 때 왜구의 침입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고려시대 기록을 볼 때 왜구가 내륙으로 진입 시 반드시 태안을 거치거나 서산의 남쪽 연안(천수만)을 통과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헌적 사실과 당시의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왜구가 부석사를 경유해 불상을 약탈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마도 불상 절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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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월 일본에서 국보급 불상 2점을 훔쳐 우리나라로 들여온 뒤 알선책을 통해 내다 팔려던 일당이 경찰과 문화재청의 공조 수사 끝에 붙잡혔다. 2013년 1월 29일 오후 대전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관계자들이 불상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 |
2013년 1월 인터폴의 수사 요청을 받은 경찰은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 어시장의 냉동 창고를 급습해 불상을 압수했다. 2014년 12월 검찰의 의뢰를 받은 문화재청은 금동보살입상은 정상적인 교류에 의해 전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린 반면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왜구에 의해 약탈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냈다. 그 결과 금동보살입상은 일본에 돌려준 반면,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결론을 못 내 아직도 한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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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구 전 서산문화원장. 2004년 쓰시마(대마도)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간노지(관음사)를 방문하고 촬영한 기념 사진첩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정현 기자 |
이렇듯 일본 측과 부석사의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건이 발굴된 것이다.
문건을 발굴한 김현구 원장은 “1926년 《서산군지》는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1982년에 간행한 《서산군지》 내용도 설명했다. 당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을 근거로 고려 공민왕, 우왕 시절 서산 연안 지역의 왜구 침입 역사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말 11차례에 걸쳐 왜구가 서산 지역에서 약탈행위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 사료에 의해 밝혀진 왜구가 서산 일대를 침략한 기록은 1352~81년까지 《고려사》에 기록된 5회가 전부였다.
김 원장은 “일본은 ‘한국이 부석사 관음상의 소유권을 전혀 주장하지 않다가 뒤늦게 왜구의 약탈품이라고 주장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미 2004년부터 서산시 문화원은 일본 관음상의 존재를 확인하고 반환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왜구의 침략과 피해에 대해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만큼 부석사 관음상은 왜구에 의해 약탈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산군지》, 반환 소송에 제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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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대표. |
― 이번에 공개된 《서산군지》의 가치를 설명해 주세요.
“서산 부석사는 법원에 관음상이 왜구의 약탈에 의해 일본에 빼앗긴 문화재이므로, 일본에 반환하지 말고 원래 주인인 부석사에 돌려줘야 한다고 소송 중입니다. 서산 태안 주변에 왜구의 침입이 많았다는 문헌은 있었으나 부석사 바로 앞 동네까지 왜구의 침범이 빈번했다는 문헌은 없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또 고려시대에 왜구의 침입 기록이 알려진 게 지금까지 5회밖에 없었는데, 11번에 이르렀다는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도 중요합니다. 재판에 제출되면 부석사에 관음상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 불상의 가치는 어떠한가요.
“대마도에 확인된 한국 불상만 130존(尊·불상을 세는 단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아마도 대부분 왜구에 의해 약탈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기록이 없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알 수도 없어요. 오직 부석사 관음상만이 기록이 남아 있어요. 불상 복장물 속에서 발원문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고려 충숙왕 17년 고려 서주 부석사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어요. 서주는 당시 서산을 말해요. 이러한 이유에서 국보급 문화재라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어요.”
― 왜적이 약탈했다는 증거는 무엇인가요.
“고려시대 중기 이후에 왜구의 약탈과 침입이 빈번했어요. 이러한 상황은 한국과 일본의 문헌사료에서 확인됩니다. 대마도에 현존하는 고려시대 금동불상은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고 화재를 입은 흔적이 많아요. 정상적으로 넘어갔다면 화상 흔적이 있을 리 없죠. 관음상 역시 화상 흔적이 있어요. 일본 측에서 2004년 발표한 《불교미술(275호) 동양미술과 고고학의 연구지》에 관음상에 화재 흔적이 있다고 기록돼 있어요. 일본 학자들도 약탈을 인정하고 있어요. ‘왜구에 의한 일방적 청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하죠.”
― 일본 측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일본 관음사 측은 ‘해당 불상은 1973년 5월 나가사키현 교육위원회에 의해, 본 절을 소유자로 하여 나가사키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본 절이 본 불상의 정당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음이 명백하다’는 입장을 검찰에 보냈습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쉽게 설명해 일본 정부가 관음사 소유라고 인정했으니 일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죠. 저희의 주장은 일본 나가사키현이 무슨 근거로 해당 불상을 관음사 소유로 인정했는지 밝히라는 것입니다. 문화재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에 일본 측은 일절 답변하지 않고 있어요.”
역사 자료에 나타난 왜구 약탈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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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 |
① 《고려사절요》
부석사가 소재한 충남 서북부 지역은 예부터 ‘내포(內浦)’라고 칭했다. 《고려사절요》 공민왕 경술 19년조(1370년)를 보면, “2월 왜적이 내포를 침구(侵寇)하여 여러 고을의 조세를 빼앗다”라고 기술돼 있다. 이 부분이 《고려사》 42권 〈세가〉에는 “19년 2월 왜적이 내포를 침구하여 병선 30여 척을 부수고 여러 고을의 조세 곡식을 빼앗다”로 좀 더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② 《고려사》
고려시대에는 이곳에 왜적의 침입이 자주 있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고려사》에 나온다. 고려시대 공민왕 때와 우왕 때 충청의 서산, 태안, 해미, 결성, 홍주 등지를 침략하여 노략한 행위가 사실로 확인된다.
1) “왕안덕이 양광도의 도원수(楊廣道 都元帥)로 나갔을 때 왜적이 여미현(餘美縣·지금의 태안 인근 해미읍)에 침구하자 왕안덕이 공격했다. 적이 산을 타고 면주(沔州·충남 면천)로 달아나니 왕안덕이 추격하여 적 한 명의 목을 베었다.”(《고려사》 126권 왕안덕 열전)
2) “1352년(임진년) 서주(瑞州·서산)의 방호소에서 왜선 1척을 포획하여 섬멸하고 사로잡은 2명을 바쳤다. 김휘남의 병사가 적어 대적하지 못하고 서강으로 물러나와 긴급함을 알렸다.”(《고려사》 38권 〈세가〉 공민왕 1년)
3) “1375년 9월 왜적이 영주(寧州·천안)와 목주(木州·목천), 서주(瑞州·서산), 결성을 침구하였다.”(《고려사》 133권 열전 우왕(신우) 1년)
4) “1378년 3월 왜적이 부평을 침구하고 또다시 태안현을 침구하였다.”(《고려사》 133권 열전 우왕(신우) 4년)
5) “1379년 8월 왜적이 여미현(餘美縣·해미)을 침구하였다.”(《고려사》 134권 열전 우왕(신우) 5년)
6) “1380년 왜적의 백여 척이 결성과 홍주를 침구하였다.”(《고려사》 134권 열전 우왕(신우) 6년)
7) “1381년 9월 왜적이 영주와 서주(서산)를 침구하였다.”(《고려사》 134권 열전 우왕(신우) 7년)
③ 《동문선》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徐居正)은 《동문선》의 〈태안군 객사신창기(泰安郡客舍新創記)〉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태안군의 행정구역은 바다의 도적이 왕래하는 요충이었다. 고려 말엽에 무(武)가 해이해지자 왜적이 성하게 일어 홍무(洪武) 계축년에 고을이 매우 참혹한 화를 당했다.”
④ 《선조실록》
1597년 정유재란 이후 선조 30년 정유 9월 9일 체찰 부사 한효순(韓孝純)이 치계(馳啓)한 내용을 보면 그 당시 왜군이 홍성과 해미 지역에서 침탈행위를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호서(湖西)의 내포(內浦)는 왜적의 기세가 날로 성하여 며칠 안 가서 장차 여러 고을에 가득할 것이다.(중략) 신은 지금 홍주에 있는데 해미(海美) 등지에 왜적이 쳐들어와 도로가 막혀 통하지 못하게 되면 배를 타고 강화도로 갈 계획입니다”하였다.(《선조실록》 선조 30년 정유(1597) 9월 9일)
이렇듯 역사적 문헌을 살펴볼 때, 서산 부석사 관음상이 왜구의 약탈에 의해 일본 간노지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관음상뿐이 아닐 것이다.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국 문화재의 상당수도 정상적인 방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이상근 대표는 “비록 수백 년 전에 약탈한 문화재라도 돌려주는 것이 요즈음의 세계적 추세”라며 “국보급 문화재인 관음상은 원래 있었던 부석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본 측이 부석사 관음상을 돌려받고 싶으면 정당한 방법으로 가져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일본도 이제 약탈 문화재는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