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 : 월간조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여전사 퓨리오사로 나온 샤를리즈 테론(39)과의 인터뷰가 할리우드에 있는 사이렌 스튜디오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황폐화한 미래 세상에서 벌어지는 액션 모험영화다. 샤를리즈 테론은 흉악한 독재자에게 납치된 젊은 여자 노예들을 구출하는 여전사로 나온다.

이 영화는 멜 깁슨 주연으로 1979년에 개봉한 〈매드 맥스〉의 제4편 격으로 감독은 제1편을 만든 호주의 조지 밀러가 다시 맡았다. 시종일관 도주와 추격과 액션이 화면을 압도하는 잘 만든 작품으로, 주인공은 매드 맥스(탐 하디)라기 보다 왼팔이 금속 팔인 퓨리오사라고 해야 옳다. 따라서 여권 신장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뒤로 딴 금발에 하이힐을 신은 장신을, 짧은 스커트로 더욱 강조한 테론은 얼음처럼 차가운 미를 뽐냈는데 자세가 아주 당당했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듯이 뻣뻣한 태도를 보였으나 시간이 가면서 제스처와 함께 몸을 흔들면서 농담까지 섞어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몬스터〉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테론은 현재 오스카 주연상을 두 차례나(〈미스틱 리버〉〈밀크〉) 탄 배우이자 감독인 션 펜과 열애 중이다.

—영화에서 사막과 험한 길을 대형 트럭을 몰고 질주하는데 운전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요.

“그 트럭은 모래 위에서도 달리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난 자동차를 잘 다룰 줄 압니다. 내 아버지는 도로 공사에 종사해 난 늘 각종 트럭들을 잘 알았고 또 트럭을 모는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운전대를 잡았지요. 따라서 난 트럭과 함께 자란 셈으로 그것에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습니다.”

—당신의 첫 차는 무엇이었습니까.

“1980년제 갈색 닷선입니다. 난 운전하기를 좋아하지만 신제품이나 멋진 차보다는 편한 차를 몰고 다닙니다.”

‘강력한 여자’라는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

—일을 안 할 때는 어디서 무엇을 합니까.

“난 여러 다른 것들을 좋아합니다. 사막과 해변을 좋아하고 산과 정글도 좋아합니다. 등짐을 지고 하이킹과 산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아합니다. 여러 곳을 찾아가 탐험하기를 좋아하는데 난 아주 멋 있는 여러 곳에 가 머무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이 영화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강력한 여자를 찬양하고 있는데 그런 콘셉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난 그 주제를 정말로 좋아했습니다. 조지 밀러는 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세상 종말 후의 얘기지만 사실 우리의 현재 얘기라고 해도 좋습니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래폭풍 등 여러 자연 재앙은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지요. 조지는 여자들이 어려운 환경과 재앙 속에서 남자만큼 잘 견뎌 내지 못한다는 통념을 이 영화로 지워 버렸습니다. 따라서 난 그가 내게 이 역을 준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난 영화에서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여자로 나오지만 결국 장한 여자임이 드러나지요. 조지는 그런 나를 통해 어느 것이 진짜 여자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봅니다.”

—퓨리오사 역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조지는 영화를 매우 통렬한 것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영화를 몰고 가는 동력을 감정에 두고자 했지요. 따라서 우린 대사를 별로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 감정이 없었다면 단순한 자동차 추격영화로 끝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퓨리오사를 단순히 여전사로만 표현하지 않으려고 애썼지요. 감정적으로 갈등을 겪는 살아 있는 여자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는 어떤지요.

“우리 가족은 어머니날이나 아버지날 또는 생일과 같은 어느 하루에 특별히 가깝게 지낸다는 것은 일년의 나머지 날들을 소홀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활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날들도 지켜야겠지만 어머니는 내가 자랄 때 내게 매일이 다 귀중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지요. 따라서 난 아직도 그 철학을 지니고 있습니다.”

—퓨리오사는 여자 모세라고 봐도 좋겠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일리가 있네요. 퓨리오사가 하는 일을 보면 모세의 행동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군요.”

—왜 퓨리오사는 목숨을 내걸고 핍박 받는 젊은 여자들을 구한다고 생각합니까.

“나는 그것이 퓨리오사가 자신을 구하고자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종말 후의 지구는 지극히 혹독한 지경으로 생존만이 중요합니다. 그런 환경에서 자신을 돌본다는 일은 참으로 잔혹한 일이지요. 내가 맥스와 퓨리오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 누구도 상관 않고 자기의 생존 법칙에만 따라 행동하는 이단적인 전사들이라는 점입니다. 둘 다 고독자로 어쩔 수 없이 행동을 같이 하나 실은 서로 별로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난 아주 이상한 유머 감각 갖고 있어”

필자와 샤를리즈 테론.

—당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으로 그곳에선 여자들이 강하고 그들이 생활의 근본인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삶에 있어 유연성을 지니고 스스로 모든 일을 하도록 배우며 자랐습니다. 굉장히 좋은 삶의 질입니다. 그러나 때론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신들이 남에 의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난 한동안 이것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이젠 그것을 즐길 줄 알게 됐습니다. ‘난 도움이 필요해’라고 말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당신의 유머감각에 대해 말해 주세요.

“나 아주 이상한 유머감각을 갖고 있어요. 긴장을 하면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크게 후회를 하곤 합니다. 몇 주 전에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그랬는데 대통령에게 너무나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 이 기회를 통해 사과를 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밝힐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퓨리오사가 쉽게 남을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남아공에선 어렸을 때부터 자립하고 독립하도록 교육을 받아 나도 남의 도움을 요구하지 않는 편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면 우선 그 사람을 믿어야겠지요. 타인에 대한 진정한 믿음이란 자신을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두었을 때에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내겐 자연스럽지가 못해요. 그래서 난 요즘 그런 나를 고쳐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이의 어머니로서 당신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단 아이를 갖게 되면 책임감이 강해지지요. 난 내 아이에게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남겨 주고 싶습니다. 자식은 부모에게 삶의 추진력과 영감을 고취시켜 줍니다. 내 아이는 내가 하고 있는 에이즈퇴치 운동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지요. 난 그 아이가 커서 에이즈 없는 세상에 살도록 하고 싶어요.”

—집에 개가 몇 마리나 있나요.

“두 마리인데 그들이 우리 집의 주인들이에요.”

—곧 40세가 되는데 느낌이 어떻습니까.

“기분 좋아요. 여자들이 40세가 되면 피부의 탄력성을 비롯해 잃어버리는 것들만 생각하고 얻는 것은 생각하지를 않아요. 나이를 먹으면서 보다 차분한 이해력을 갖게 되고 아울러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됐어요. 20대엔 느껴 보지 못한 자신에 대한 편안함을 감지하게 되더군요.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 영화 속편에 안 나오겠다고 했다는데 사실입니까.

“그것은 과장된 보도지요. 조지 밀러와 영화 제작사인 워너 브라더스가 속편을 만든다고 발표하지도 않은 이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난 단지 속편을 위한 속편이 아니라 바른 이유가 있어야 나오겠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모든 것이 합당하면 기꺼이 속편에 나올 것입니다.”

—남자친구인 션 펜이 주연한 스릴러 〈건맨〉을 봤는지요.

“난 그 영화의 감독 피에르 모렐과 출연한 션 펜과 하비에르 바르뎀의 열렬한 팬이지요. 스릴러 장르에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고 시도한 훌륭한 영화로 아주 재미 있게 봤습니다.”

—션 펜이 당신에게 주는 기쁨에 대해 말해 줄 수가 있는지요.

“나는 늘 내 인생이 나의 최고의 관심사라고 말해 왔습니다. 배우가 된 것은 큰 행운이나 그것이 내 최고의 관심사는 아닙니다. 난 어렸을 때부터 내 행복은 스스로 얻어야 한다고 배웠지요. 내 직업이 날 행복하게 해 주지만 그것만이 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지요. 난 비참한 삶을 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난 내 삶을 매우 즐기고 또 귀중하게 여깁니다. 내 주위에는 함께 심각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고 또 함께 포도주를 마시면서 웃고 삶을 즐길 줄 아는 재미 있고 현명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내가 션을 만났을 때 난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바로 그로 인해 우리가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션이 나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내가 삶을 사랑하고 행복하며 또 충족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가 서로의 삶을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어 주고 있어 션을 사랑하고 또 그와의 관계를 사랑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서로 상대방의 공허를 메워 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둘 다 아주 건전한 사람으로 둘이 함께 아주 멋있는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나이에 아름다운 아들의 어머니가 되고 그리고 내 인생의 사랑을 만나고 또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나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내가 얼마나 축복 받고 또 운이 좋은 사람인지를 매순간 깨닫고 있습니다.”

“130여 일간 매일 14시간씩 촬영”

—맡은 역을 위해 신체단련을 얼마나 했습니까.

“영화의 스틸을 보고 나서야 내 목이 풋볼선수의 것처럼 굵어졌다는 것을 알았어요. 팔굽혀펴기와 역기를 들었는데, 상체는 튼튼해진 반면 하체는 게을리해 꼭 뽀빠이처럼 몸이 변했어요. 신체훈련과 영화 촬영 모두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130여 일간을 매일 14시간씩 촬영을 했는데 매일 힘을 유지하기 위해 45분간 훈련을 받았습니다. 배우 생활 20여 년간 이렇게 힘들어 보긴 처음입니다. 특히 무게가 10파운드가 넘는 금속 팔을 영화 내내 목과 어깨와 몸에 달고 액션을 하느라 기진맥진했었지요.”

—퓨리오사는 수퍼우먼이라고 보는데 수퍼우먼 영화에 나올 생각이 있는지요.

“난 퓨리오사가 수퍼우먼이라고 보질 않습니다. 난 그런 아이들 영화에는 관심이 없고 의사 역을 하고 싶습니다.”

—탐 하디와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은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그는 인정사정없더라고요. 그 앞에선 결코 약골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매우 힘들었는데 스턴트 책임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자선사업에 관해 말해 주세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의 에이즈 예방입니다. 그곳에 사는 아이들이 사춘기가 돼 첫 성경험을 할 경우 50%가 에이즈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은 끔찍한 일이지요. 현지에서의 예방에는 절대적으로 현지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들만큼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돕기 위해선 국제적으로 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자금이 필요합니다. 유엔도 이 같은 사실을 마침내 인식하고 올해부터 우릴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습니다. 특히 위험한 것은 15~22세 사이의 여자들입니다. 우리의 계몽과 노력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모유를 통해 아기가 에이즈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당신의 다음 영화 〈다크 플레이시즈〉에 관해 얘기해 주세요.

“질리안 플린이 쓴 소설이 원작으로 가족 드라마에 뿌리를 둔 살인 미스터리 스릴러로 두 장르가 잘 혼합됐습니다. 난 온가족이 참혹한 죽음을 당한 집의 유일한 생존자인 리비로 나옵니다. 각본을 읽고 좋아 소설을 읽은 뒤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8월 7일에 개봉 예정입니다.”

—1979년 첫 〈매드 맥스〉가 나왔을 때 왜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합니까.

“내가 일곱 살인가 여덟 살이었을 때 내 부모를 비롯해 사람들이 그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히 남아공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이 영화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마치 영화를 자기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했고 매드 맥스는 그들의 우상이 되었지요. 영화가 말하는 인간적 상실과 고통에 공감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까지 못 본 새 장르의 영화로, 시각적으로도 탁월해 인기를 얻었던 같습니다.”⊙

상단주메뉴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

0건

사이트 이용안내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