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사 전 과정을 主人格으로서 이끌어가는 것이다. 호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잘못 배운 하급 매너로 응대했다간 下人格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세한 서비스라고 해서 귀찮다고 생략하거나 주저하면 안 된다. 비즈니스는 전쟁이다. 망설이면 죽는다. 무조건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辛成大
⊙ 61세. 도서출판 東文選 대표, (사)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 회장, 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인사문화포럼 공동대표.
⊙ 저서: 《무덕(武德)-武의 문화, 武의 정신》 《품격경영(상·하)-상위 1%를 위한 글로벌
교섭문화백서》.
辛成大
⊙ 61세. 도서출판 東文選 대표, (사)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 회장, 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인사문화포럼 공동대표.
⊙ 저서: 《무덕(武德)-武의 문화, 武의 정신》 《품격경영(상·하)-상위 1%를 위한 글로벌
교섭문화백서》.
- 2014년 노벨상 수상 축하만찬 테이블. 노벨상위원회는 세계를 움직이는 지성들의 사교클럽이다.
식탁을 모르면 세계를 모른다.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이 바로 테이블 매너다. 심지어 한국을 대표하는 일급 외교관들조차도 평생 게스트(guest) 역할만 해온 탓에 정규 레스토랑에서의 주인장(host) 테이블 매너를 자신 있게 펼치지 못하고 있다.
호스트의 역할과 와인 디테일 등에 관해서 국내에서 제대로 참고할 만한 책은 거의 없다. 시중의 대다수 와인 책은 대개의 테이블 매너 책들이 그렇듯이 향단이, 방자 내지 방관자의 시각, 시야로 기술되어 있어 비즈니스 디너 호스트 역을 해야 할 한국의 각계각층 지도자들에게는 사실 백해무익(百害無益)이다. 오히려 글로벌 와인 속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있다.
우선 전체적인 식사의 순서와 흐름부터 숙지하자.
식사는 느긋하게
유럽이나 프랑스에서 손님으로 레스토랑에 식사초대 받았을 때에는 자신이 택할 메뉴를 대강 새겨두고 가는 것이 좋다. 게다가 귀빈으로 초대받았을 때에는 여흥이나 재미있는 얘깃거리까지 준비해서 활발하게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호스트가 되어 초대할 적엔 식사 전 과정을 반드시 숙지하고 주도해야 한다.
한국의 음주문화와는 달리 서구(西歐)에서 와인은 권하고 취하는 도구가 아니고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인간관계의 미디어이자 촉매제다. 식사초대가 단순히 비싼 요리를 먹여주려는 목적이 아니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자는 것이다. “I like to buy you dinner”가 아니고 “Will you have the evening with me?”인 것이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정규 식당은 통상 저녁 손님을 7시 이전에는 받지 않고 있으며, 그보다 한참 뒤 시간으로 예약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이는 유럽 내 한국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런천(luncheon)은 아주 바쁘지 않은 한 대개 2시간을 넘기기 십상이다. 현지 사람들은 때로는 4시간 걸리는 오찬 후 나중에 자발적 야근을 하게 되더라도 여유있게 즐기려는 경향임을,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다름을 인식하고 있어야 무탈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세세한 지식이 아니고 넓은 시야, 여유로우면서도 전략적인 마음가짐이다. 특히 주최 측(호스트)은 손님들이 전인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사명감 레벨로 임해야 한다.
그러니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를 즐겨야 한다. 이야기 주제는 오락, 취미, 스포츠, 음악, 미술 등 가벼운 것으로 하고 정치나 현실문제 등 무거운 것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항상 참석자들과의 대화 밸런스를 유지하고, 자기가 주최했을 경우에는 계속 대화 분위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식사는 식당에서 미리 정한 코스 순서대로 나오는 ‘세트 메뉴’가 있고, 코스마다 각자가 하나씩 따로 시키는 ‘아 라 카르트(a la carte)’가 있다. 무조건 옆 사람과 같은 것으로 주문하지 말고 자신의 취향대로 고른다. 그러니 사전(事前) 공부는 필수다.
식사의 전체 구조와 흐름 순서
프랑스식 디너의 구조 방정식, 도입부-전식-본식-후식… 피드백을 반드시 외워야 한다. 0-1-2-3… F 숫자로 대체해 외우거나, 아페리티프-화이트와인-레드와인-디저트와인… 후속 사후관리, 와인 종류로 외우는 것도 아주 유용하다.
1. 도입부(아페리티프·aperitif·한 잔의 물). 대개 화이트와인 또는 스파클링와인 한 잔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레드와인으로 대신해도 되지만, 중급 이상의 식당에선 제대로 주문해야 한다. 남성은 마티니, 진토닉, 위스키, 페리에, 포트, 리쿼, 키르 등을 주문하고(디너 때 맥주는 곤란), 여성의 경우 캄파리, 오렌지 주스, 토마토 주스, 페리에, 미네랄 워터 등을 주문한다. 집이나 사무실에서의 식사가 따르지 않는 기념파티에서는 스파클링와인을 사용한다. 맥주는 안 된다. 아동이 있을 경우 반드시 주스나 콜라 같은 음료를 시켜 완전한 인격체로 대우해야 한다.
2. 전식(앙트레·entre 또는 애피타이저·appetizer, 화이트와인도 주문해야). 최소한 1인 1접시. 연어토막 또는 푸아그라(거위간 다진 것)나 샐러드류가 무난하다. 새우나 가재처럼 껍데기가 같이 나오는 통 요리는 형태를 부수지 않고 속살만 발라먹어야 하고 가시 문제 등이 있으므로 아주 노련하지 않으면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식으로 조각조각 지저분하게 찢어발겼다가는 다시는 초대받지 못한다.
수프는 바닷가재 등 귀한 재료거나 조리시간이 아주 긴 경우에만 시킨다. 원래 정통식에서는 수프가 없다. 미국인들이 요구해서 들어간 것으로 자칫 가난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포만감으로 인해 음식 맛을 제대로 못 느낄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주문하지 않는다.
3. 본식(플라·plat, 레드와인도 주문해야). 1인 1접시. 생선류를 시키면 화이트와인을 또 시켜야 하므로 육류가 무난하다. 숙달되기 이전에는 절대로 화이트와인을 병으로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중간에 레드와인으로 바꾸어 마시려면 잔을 교체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다. 가격은 중간선대가 무난하다. 11월 보름 이후라면 격의 없는 사이의 경우 당해연도산 속성 발효주인 보졸레누보도 괜찮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면 손님이나 웨이터에게 위임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벼운 점심이라면 각자 기호대로 맥주도 가능하다. 주문 와인의 고급 정도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예우 정도가 결정됨을 유의해야 한다. occasion과 vintage year를 맞출 수 있으면 맞추는 것도 괜찮다. 물은 Volvic, Evian, Vittel 이상 무발포성, 기타 발포성 약수 등 주요 브랜드를 외우고 있어야 한다.
프로마주(fromage·입가심용 치즈)는 물 대신 입, 혀를 닦아내는 지우개 용도로 살짝 먹는 것이다. 입속에 음식이나 양념이 남아 있으면 디저트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기 때문이다.
4. 후식(데세르·dessert). 중요한 자리에선 반드시 주문토록 한다. 디저트와인도 주문하면 돋보인다. 급한 오찬의 경우에는 생략하고 바로 카페로 넘어가기도 한다.
카페(cafe)는 에스프레소 등의 프티 카페(작은 컵)나 그랑 카페(미국식 큰 컵) 중 택일한다. 카페오레(미국식 밀크커피)는 아침에 가정에서 마심이 일반적이다. 고급 식당에서 시키면 우선 커피잔이 크기 때문에 보기에 안 좋다.
푸스 카페(pousse-cafe)는 일명 디제스티프(digestif·소화제)라고도 한다. 브랜디, 코냑, 그랑마르니에(레몬 술) 등이 적당하다. 배를 줄이고자 마시는 것이므로 이때 맥주는 절대 주문하면 안 된다. 고급연회에서는 시가가 서브되기도 한다. 집으로 초대받았을 때는 커피를 마신 다음 거실 안락의자로 옮겨 브랜디를 들면서 담소를 계속한다. 이 경우 브랜디 잔을 손바닥으로 감싸듯 쥐어서 입술에 살짝 묻히듯이 아주 천천히 마신다.
주문 매너
주문은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웨이터를 절대 부르지 말아야 한다. 와서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되 급할 경우에만 손을 들고 ‘무슈’하고 점잖게 부른다. 대개 웨이터 수가 많지 않다. 중급 이하 식당의 경우 식탁이 아주 작고 따라서 자기 공간도 작아 포크와 나이프는 대개 하나씩만 놓고 중간에 갈아주지 않는다.
아페리티프를 우선 주문하여 이를 들면서 메뉴를 검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후식 주문은 한꺼번에 하지 말고 그때 가서야 주문한다. 와인에 더하여 물(공짜 맹물이 아닌)까지 시키면 크게 환대하는 것이니 “어떤 물을 드시겠습니까?”하고 강권하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 프랑스 식당에서 웨이터에게 얘기할 때 인사말, 주문 과정의 처음 몇 마디, 요리 서브 시의 고맙다 등 간단한 말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반드시 불어(佛語)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사 시작
식사 행위가 시작됨과 동시에, 즉 첫 요리접시가 서빙되어 냅킨을 무릎 위에 놓을 때, 또는 화이트와인 잔을 들면서 호스트가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본아페티(Bon appetit!·많이 드십시오!)”라고 한다.
잔이 두 개 놓이는데 큰 잔은 물잔, 작은 잔이 와인 잔이다. 병으로 와인 주문 시 구테(goûter・와인 시음)를 권유받으면, 우선 눈으로 색깔 보고, 코로 냄새 맡고, 입안에서 돌려보고, 목젖 넘어간 후 여운 살핀 뒤 ‘좋다’는 의사표시를 한다. 상한 듯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바꾸어달라고 한다. 좋다고 말하면 (웨이터가 없으면 호스트가) 다른 사람들에게 차례대로 따른 뒤, 구테한 사람에게는 마지막으로 따른다. 자기가 초대했을 때는 과하더라도 자기 책임하에 주재하는 의미에서 대개 자신이 구테한다. 와인 잔 수위가 빠르게 낮아질수록 분위기가 고조 격상됨을 의미한다.
이하 와인이나 물은 손님 것이 잔의 반 이하로 내려가면 계속 따라 부어준다. 자기 잔이 비면 남의 잔에 먼저 조금 부은 뒤 자기 잔을 채운다. 따를 때 와인이 병 입구에서 주르르 흐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와인이 다 따라지면 병은 살짝 돌리면서 들어올린다.
前食으로 나오는 빵은 행주 대용
보통 앙트레(전식)가 나오기 전에 미리 빵바구니를(그리고 간혹 버터, 잼을) 가져다 놓는다. 대개 빵접시가 따로 없으므로 빵바구니에서 빵을 꺼내 탁자 위에 그냥 놓는다. 빵은 먹는다기보다는 행주로 사용한다. 가령 접시가 달라져도 포크와 나이프를 바꿔주는 일이 대개 없으므로 자기 것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들이 지저분하면 이때 빵을 조금 뜯어 행주처럼 닦아낸 후 입속에 넣어 삼킨다. 카페테리아같이 겨자를 공동 사용하는 데서는 나이프로 겨자를 뜰 때 꼭 미리 빵조각으로 나이프를 닦아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접시에 남은 국물, 즉 소스는 역시 빵으로 행주처럼 닦아낸 후 삼킨다. 프랑스 사람들은 접시에 남은 소스를 빵으로 청소하여 끝까지 먹어치우는 경우도 있다. 소스에 맛있는 재료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접시바닥이 말갛게 되도록 또는 남은 다른 음식 국물까지 모조리 빵으로 닦아 먹으면 못사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우려가 있으니 삼간다.
식사가 시작되면 계속 대화를 한다. 손은 두 손목을 가볍게 탁자 모서리에 얹어놓는다. 음식물이 묻은 입술로 와인이나 물을 마시지 않는다. 큰소리로 얘기하거나 웃음을 자주 터트리지 말고 가급적 항상 조용조용하게 얘기한다. 식사하며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 접시에 입을 갖다대는 정도는 그 사람의 상스러운 정도에 비례하니 조심해야 한다. 하인 내지는 짐승격으로 여긴다. 전체적인 애트모스피어(atmosphere·분위기)를 우아하게 격조 있게, 화기애애하게 끌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냅킨은 접어놓고 나와야
후식까지 식사를 마치면 냅킨은 자연스레 대충 네모 형태로 접은 다음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단, 손님의 경우 너무 반듯이 접으면 차후 재초대해 주십사 하는 강요로 인식될 수 있다. 카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냅킨을 사용치 않는다.
참고로 대부분의 한국 레스토랑에서는 요리를 코스별로 주문하면 막무가내 밀어내기로 서빙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무례(無禮)다. 호스트가 특별한 사정상 그리 요청하지 않는 한, 한 요리가 끝나면 반드시 식기를 치운 후에 다음 새 요리가 나와야 한다. 특히 디저트나 커피는 메인 요리 식기를 말끔히 치운 다음 내놓는 것이 정격이다. 다 먹은 식기를 너절하게 펼쳐놓은 상태에서 과일접시나 커피를 내놓는 건 마무리를 망치는 저품격 어글리 매너이다. 아무튼 새 요리가 나올 때마다 연극의 한 막이 새로 시작되는 것이니 호스트는 그때마다 의식을 치르듯 마치 처음처럼 분위기를 즐겁게 환기시켜 활기찬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기타 테이블 매너
계산은 반드시 테이블에 앉아서 하되 식사의 전 코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적당한 때 ‘계산서’를 테이블로 가져다 달라고 한다. 이때도 웨이터를 입이나 손짓으로 부르지 않는다. 팁이 계산서에 포함되었나 확인하고, 손님으로 크게 환대받았거나 일정 제약상 답례할 길이 없을 때에는 자신이 팁을 놓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실행하는 것이 좋다. 손님일지라도 다음 답례를 위해서 금액을 반드시 확인한다.
현지 주재원의 경우, 집에서 차릴 때는 접시 수를 너무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리를 모두 한꺼번에 올려놓지 말고, 차례차례 최대 두 접시 정도씩만 올려놓는다. 양념이 약한 것에서 강한 순으로 서브하되 연어회로 스타트하면 무난하다. 평소 집에 아페리티프용 주류와 음료, 종류별 와인, 샴페인 등 스파클링와인, 코냑 등 브랜디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와인과 스파클링와인의 보관 시 반드시 눕혀놓도록 한다. 코르크가 말라 갈라져 내용물이 변질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와인은 1/3~1/4병 정도 남기는 게 매너
남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는 초대 감사의 표시로 가벼운 답례품을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데세르용 과자(생과자나 초콜릿), 꽃 또는 샴페인이나 의미 있는 레드와인이면 좋다. 스페인, 이태리 식당 등 제3국 오리진 식당에서는 가급적이면 식당 국적과 같은 원산지의 와인을 주문해 준다. 이태리 식당에서는 스파게티 등 파스타와 피자를 가급적 시키지 않는다. 아주 극소량 맛보기가 아닌 이상 먹지 않는다. 이것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시장판 빈대떡같이 못사는 사람들의 음식이다.
영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저녁에는 일찍 가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개의 비즈니스 식사 접대는 2시간가량의 풀코스 오찬으로 한다. 이때 디저트 와인으로는 브랜디 대신 포르투갈산 주정강화와인 포트를 마시는데 아페리티프 맥주와 식사 중의 와인들까지 합친다면 1인당 총 와인 기준 1병 반쯤 마신다. 한국인들은 그만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정규 레스토랑에서의 와인 주문은 식사비의 절반 정도 책정하면 무난하다. 그리고 고급 와인 남는 것은 식당 종업원의 당연한 몫이다. 한국에서처럼 술병을 다 비우지 말고 웨이터들의 와인 공부를 돕기 위한 배려로 고급 와인일수록 병에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 남겨두는 것이 매너다. 따라서 남는 게 없는 상황이 예견되면 새 병을 추가 주문하는 게 고급 손님으로서의 예의다. 와인 주문을 하지 않으면 ‘이 친구, 밥을 물하고만 먹으러 왔나?’하고 웨이터로부터 홀대받는다.
사족(蛇足)으로 치즈와 빵에 대해 설명을 추가한다. 근자에 유행하고 있는 한국의 와인 모임에 가보면 간단한 치즈 몇 조각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 포도주를 마실 때 치즈를 안주로 먹는다. 그런 빈티나는 주당들의 모임은 안 하는 게 낫다. 식사용으로서 빵은 조찬에서만 먹는다. 오찬이나 디너 때에 미리 빵을 먹어 배를 불려버리면 주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드백(후속 사후관리)
손님의 경우, 다음날 반드시 전화나 우편으로 감사인사를 해서 즉각적인 피드백(immediate feedback) 조치를 해야 한다. 일정기간 후 답례 식사 제의로 정례적인 피드백(regular feedback, post follow-up) 조치 필수. 빠트리면 안 된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이 피드백을 하지 않는 것이다. 패자(敗者)부활, 기사회생(起死回生)도 이 피드백 하나에 달려 있다.
言行은 느리게
이상이 대략적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정품격 테이블 매너다.
온갖 식사 도구가 놓인 B4 용지 한 장 혹은 두 장 면적의 좁은 공간에서, 그것도 바르게 앉아서, 능수능란하게 호스팅을 해내야 한다. 이 정도의 내공이면 다음 식사 약속은 물론 머잖아 친구가 되어 그들의 사교(社交)클럽에 초대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밥맛없는 하인격으로 인식되어 버리면 나중에 답례로 식사초대를 해도 저쪽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피하게 된다. 그러니 테이블 매너에 자신이 없을 경우에는 파트너를 정규 레스토랑에서의 디너로 초대하는 것을 피하고 사무실 인근 약식 식당에서 간략한 오찬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은 “그깟 형식적인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하담! 내용이 중요하지!”라며 대충 얼렁뚱땅 생략하려 드는데, 자칫 글로벌 무대에서는 상것으로 오해받는다. 그러다가 성공하고 나면 그런 못된 DNA가 발동하여 반드시 사고를 쳐 망하기 일쑤다.
아무튼 위의 식사 전 과정을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가되 전체적으로 모든 말과 행동은 최대한 느려야 한다. 느릴수록 오히려 상대는 더 집중하게 마련. 이는 리더십의 기본이다.
레스토랑 사전 점검, 메뉴와 레시피 짜는 법, 와인 세련되게 따르는 법, 포크와 나이프 등 도구 다루는 미세한 요령, 사소한 걸로 상대의 호감을 유도하는 법, 메시지의 은유적인 전달법, 식사 중간중간 입에 발린 감탄과 칭찬 날리는 법, 빵을 찢는 법, 와인과 고기를 입안에서 섞는 법, 아이스크림을 먹는 데 왜 스푼과 포크가 다 필요한지, 냅킨 구체적인 사용법,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는 법, 실수나 사고에 대한 대처법 등등 구체적이고 세련된 미세 매너, 나아가 보다 창조적인 고품격 매너는 실제로 정규 레스토랑에서의 실습을 통해 머리가 아닌 몸에 기억시켜 나가야 한다.
다음 호에서는 테이블 매너가 실제 비즈니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호스트의 역할과 와인 디테일 등에 관해서 국내에서 제대로 참고할 만한 책은 거의 없다. 시중의 대다수 와인 책은 대개의 테이블 매너 책들이 그렇듯이 향단이, 방자 내지 방관자의 시각, 시야로 기술되어 있어 비즈니스 디너 호스트 역을 해야 할 한국의 각계각층 지도자들에게는 사실 백해무익(百害無益)이다. 오히려 글로벌 와인 속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있다.
우선 전체적인 식사의 순서와 흐름부터 숙지하자.
식사는 느긋하게
유럽이나 프랑스에서 손님으로 레스토랑에 식사초대 받았을 때에는 자신이 택할 메뉴를 대강 새겨두고 가는 것이 좋다. 게다가 귀빈으로 초대받았을 때에는 여흥이나 재미있는 얘깃거리까지 준비해서 활발하게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호스트가 되어 초대할 적엔 식사 전 과정을 반드시 숙지하고 주도해야 한다.
한국의 음주문화와는 달리 서구(西歐)에서 와인은 권하고 취하는 도구가 아니고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인간관계의 미디어이자 촉매제다. 식사초대가 단순히 비싼 요리를 먹여주려는 목적이 아니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자는 것이다. “I like to buy you dinner”가 아니고 “Will you have the evening with me?”인 것이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정규 식당은 통상 저녁 손님을 7시 이전에는 받지 않고 있으며, 그보다 한참 뒤 시간으로 예약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이는 유럽 내 한국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런천(luncheon)은 아주 바쁘지 않은 한 대개 2시간을 넘기기 십상이다. 현지 사람들은 때로는 4시간 걸리는 오찬 후 나중에 자발적 야근을 하게 되더라도 여유있게 즐기려는 경향임을,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다름을 인식하고 있어야 무탈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세세한 지식이 아니고 넓은 시야, 여유로우면서도 전략적인 마음가짐이다. 특히 주최 측(호스트)은 손님들이 전인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사명감 레벨로 임해야 한다.
그러니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를 즐겨야 한다. 이야기 주제는 오락, 취미, 스포츠, 음악, 미술 등 가벼운 것으로 하고 정치나 현실문제 등 무거운 것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항상 참석자들과의 대화 밸런스를 유지하고, 자기가 주최했을 경우에는 계속 대화 분위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식사는 식당에서 미리 정한 코스 순서대로 나오는 ‘세트 메뉴’가 있고, 코스마다 각자가 하나씩 따로 시키는 ‘아 라 카르트(a la carte)’가 있다. 무조건 옆 사람과 같은 것으로 주문하지 말고 자신의 취향대로 고른다. 그러니 사전(事前) 공부는 필수다.
식사의 전체 구조와 흐름 순서
프랑스식 디너의 구조 방정식, 도입부-전식-본식-후식… 피드백을 반드시 외워야 한다. 0-1-2-3… F 숫자로 대체해 외우거나, 아페리티프-화이트와인-레드와인-디저트와인… 후속 사후관리, 와인 종류로 외우는 것도 아주 유용하다.
1. 도입부(아페리티프·aperitif·한 잔의 물). 대개 화이트와인 또는 스파클링와인 한 잔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레드와인으로 대신해도 되지만, 중급 이상의 식당에선 제대로 주문해야 한다. 남성은 마티니, 진토닉, 위스키, 페리에, 포트, 리쿼, 키르 등을 주문하고(디너 때 맥주는 곤란), 여성의 경우 캄파리, 오렌지 주스, 토마토 주스, 페리에, 미네랄 워터 등을 주문한다. 집이나 사무실에서의 식사가 따르지 않는 기념파티에서는 스파클링와인을 사용한다. 맥주는 안 된다. 아동이 있을 경우 반드시 주스나 콜라 같은 음료를 시켜 완전한 인격체로 대우해야 한다.
2. 전식(앙트레·entre 또는 애피타이저·appetizer, 화이트와인도 주문해야). 최소한 1인 1접시. 연어토막 또는 푸아그라(거위간 다진 것)나 샐러드류가 무난하다. 새우나 가재처럼 껍데기가 같이 나오는 통 요리는 형태를 부수지 않고 속살만 발라먹어야 하고 가시 문제 등이 있으므로 아주 노련하지 않으면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식으로 조각조각 지저분하게 찢어발겼다가는 다시는 초대받지 못한다.
수프는 바닷가재 등 귀한 재료거나 조리시간이 아주 긴 경우에만 시킨다. 원래 정통식에서는 수프가 없다. 미국인들이 요구해서 들어간 것으로 자칫 가난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포만감으로 인해 음식 맛을 제대로 못 느낄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주문하지 않는다.
3. 본식(플라·plat, 레드와인도 주문해야). 1인 1접시. 생선류를 시키면 화이트와인을 또 시켜야 하므로 육류가 무난하다. 숙달되기 이전에는 절대로 화이트와인을 병으로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중간에 레드와인으로 바꾸어 마시려면 잔을 교체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다. 가격은 중간선대가 무난하다. 11월 보름 이후라면 격의 없는 사이의 경우 당해연도산 속성 발효주인 보졸레누보도 괜찮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면 손님이나 웨이터에게 위임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벼운 점심이라면 각자 기호대로 맥주도 가능하다. 주문 와인의 고급 정도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예우 정도가 결정됨을 유의해야 한다. occasion과 vintage year를 맞출 수 있으면 맞추는 것도 괜찮다. 물은 Volvic, Evian, Vittel 이상 무발포성, 기타 발포성 약수 등 주요 브랜드를 외우고 있어야 한다.
프로마주(fromage·입가심용 치즈)는 물 대신 입, 혀를 닦아내는 지우개 용도로 살짝 먹는 것이다. 입속에 음식이나 양념이 남아 있으면 디저트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기 때문이다.
4. 후식(데세르·dessert). 중요한 자리에선 반드시 주문토록 한다. 디저트와인도 주문하면 돋보인다. 급한 오찬의 경우에는 생략하고 바로 카페로 넘어가기도 한다.
카페(cafe)는 에스프레소 등의 프티 카페(작은 컵)나 그랑 카페(미국식 큰 컵) 중 택일한다. 카페오레(미국식 밀크커피)는 아침에 가정에서 마심이 일반적이다. 고급 식당에서 시키면 우선 커피잔이 크기 때문에 보기에 안 좋다.
푸스 카페(pousse-cafe)는 일명 디제스티프(digestif·소화제)라고도 한다. 브랜디, 코냑, 그랑마르니에(레몬 술) 등이 적당하다. 배를 줄이고자 마시는 것이므로 이때 맥주는 절대 주문하면 안 된다. 고급연회에서는 시가가 서브되기도 한다. 집으로 초대받았을 때는 커피를 마신 다음 거실 안락의자로 옮겨 브랜디를 들면서 담소를 계속한다. 이 경우 브랜디 잔을 손바닥으로 감싸듯 쥐어서 입술에 살짝 묻히듯이 아주 천천히 마신다.
주문 매너
주문은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웨이터를 절대 부르지 말아야 한다. 와서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되 급할 경우에만 손을 들고 ‘무슈’하고 점잖게 부른다. 대개 웨이터 수가 많지 않다. 중급 이하 식당의 경우 식탁이 아주 작고 따라서 자기 공간도 작아 포크와 나이프는 대개 하나씩만 놓고 중간에 갈아주지 않는다.
아페리티프를 우선 주문하여 이를 들면서 메뉴를 검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후식 주문은 한꺼번에 하지 말고 그때 가서야 주문한다. 와인에 더하여 물(공짜 맹물이 아닌)까지 시키면 크게 환대하는 것이니 “어떤 물을 드시겠습니까?”하고 강권하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 프랑스 식당에서 웨이터에게 얘기할 때 인사말, 주문 과정의 처음 몇 마디, 요리 서브 시의 고맙다 등 간단한 말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반드시 불어(佛語)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사 시작
식사 행위가 시작됨과 동시에, 즉 첫 요리접시가 서빙되어 냅킨을 무릎 위에 놓을 때, 또는 화이트와인 잔을 들면서 호스트가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본아페티(Bon appetit!·많이 드십시오!)”라고 한다.
잔이 두 개 놓이는데 큰 잔은 물잔, 작은 잔이 와인 잔이다. 병으로 와인 주문 시 구테(goûter・와인 시음)를 권유받으면, 우선 눈으로 색깔 보고, 코로 냄새 맡고, 입안에서 돌려보고, 목젖 넘어간 후 여운 살핀 뒤 ‘좋다’는 의사표시를 한다. 상한 듯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바꾸어달라고 한다. 좋다고 말하면 (웨이터가 없으면 호스트가) 다른 사람들에게 차례대로 따른 뒤, 구테한 사람에게는 마지막으로 따른다. 자기가 초대했을 때는 과하더라도 자기 책임하에 주재하는 의미에서 대개 자신이 구테한다. 와인 잔 수위가 빠르게 낮아질수록 분위기가 고조 격상됨을 의미한다.
이하 와인이나 물은 손님 것이 잔의 반 이하로 내려가면 계속 따라 부어준다. 자기 잔이 비면 남의 잔에 먼저 조금 부은 뒤 자기 잔을 채운다. 따를 때 와인이 병 입구에서 주르르 흐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와인이 다 따라지면 병은 살짝 돌리면서 들어올린다.
前食으로 나오는 빵은 행주 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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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와 소통을 최우선 목표로 공간 구성된, 콩나물 시루 속 같은 미 백악관 테이블 세팅. |
식사가 시작되면 계속 대화를 한다. 손은 두 손목을 가볍게 탁자 모서리에 얹어놓는다. 음식물이 묻은 입술로 와인이나 물을 마시지 않는다. 큰소리로 얘기하거나 웃음을 자주 터트리지 말고 가급적 항상 조용조용하게 얘기한다. 식사하며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 접시에 입을 갖다대는 정도는 그 사람의 상스러운 정도에 비례하니 조심해야 한다. 하인 내지는 짐승격으로 여긴다. 전체적인 애트모스피어(atmosphere·분위기)를 우아하게 격조 있게, 화기애애하게 끌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냅킨은 접어놓고 나와야
후식까지 식사를 마치면 냅킨은 자연스레 대충 네모 형태로 접은 다음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단, 손님의 경우 너무 반듯이 접으면 차후 재초대해 주십사 하는 강요로 인식될 수 있다. 카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냅킨을 사용치 않는다.
참고로 대부분의 한국 레스토랑에서는 요리를 코스별로 주문하면 막무가내 밀어내기로 서빙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무례(無禮)다. 호스트가 특별한 사정상 그리 요청하지 않는 한, 한 요리가 끝나면 반드시 식기를 치운 후에 다음 새 요리가 나와야 한다. 특히 디저트나 커피는 메인 요리 식기를 말끔히 치운 다음 내놓는 것이 정격이다. 다 먹은 식기를 너절하게 펼쳐놓은 상태에서 과일접시나 커피를 내놓는 건 마무리를 망치는 저품격 어글리 매너이다. 아무튼 새 요리가 나올 때마다 연극의 한 막이 새로 시작되는 것이니 호스트는 그때마다 의식을 치르듯 마치 처음처럼 분위기를 즐겁게 환기시켜 활기찬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기타 테이블 매너
계산은 반드시 테이블에 앉아서 하되 식사의 전 코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적당한 때 ‘계산서’를 테이블로 가져다 달라고 한다. 이때도 웨이터를 입이나 손짓으로 부르지 않는다. 팁이 계산서에 포함되었나 확인하고, 손님으로 크게 환대받았거나 일정 제약상 답례할 길이 없을 때에는 자신이 팁을 놓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실행하는 것이 좋다. 손님일지라도 다음 답례를 위해서 금액을 반드시 확인한다.
현지 주재원의 경우, 집에서 차릴 때는 접시 수를 너무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리를 모두 한꺼번에 올려놓지 말고, 차례차례 최대 두 접시 정도씩만 올려놓는다. 양념이 약한 것에서 강한 순으로 서브하되 연어회로 스타트하면 무난하다. 평소 집에 아페리티프용 주류와 음료, 종류별 와인, 샴페인 등 스파클링와인, 코냑 등 브랜디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와인과 스파클링와인의 보관 시 반드시 눕혀놓도록 한다. 코르크가 말라 갈라져 내용물이 변질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와인은 1/3~1/4병 정도 남기는 게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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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국대사관의 디너용 2단 방석접시 샘플. 앞에 진열된 2단 방석접시들은 대사의 공적 디너 용도(미국 국가 문장이 새겨져 있음), 뒤쪽 2단 방석접시는 대사의 사적 디너 용도(미국 국가 문장이 새겨져 있지 아니함). 미국은 공사(公私)가 의외로 아주 엄격하다. 방석접시를 여러 겹으로 깔수록 그만큼 귀하게 환대한다는 뜻이다. |
영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저녁에는 일찍 가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개의 비즈니스 식사 접대는 2시간가량의 풀코스 오찬으로 한다. 이때 디저트 와인으로는 브랜디 대신 포르투갈산 주정강화와인 포트를 마시는데 아페리티프 맥주와 식사 중의 와인들까지 합친다면 1인당 총 와인 기준 1병 반쯤 마신다. 한국인들은 그만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정규 레스토랑에서의 와인 주문은 식사비의 절반 정도 책정하면 무난하다. 그리고 고급 와인 남는 것은 식당 종업원의 당연한 몫이다. 한국에서처럼 술병을 다 비우지 말고 웨이터들의 와인 공부를 돕기 위한 배려로 고급 와인일수록 병에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 남겨두는 것이 매너다. 따라서 남는 게 없는 상황이 예견되면 새 병을 추가 주문하는 게 고급 손님으로서의 예의다. 와인 주문을 하지 않으면 ‘이 친구, 밥을 물하고만 먹으러 왔나?’하고 웨이터로부터 홀대받는다.
사족(蛇足)으로 치즈와 빵에 대해 설명을 추가한다. 근자에 유행하고 있는 한국의 와인 모임에 가보면 간단한 치즈 몇 조각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 포도주를 마실 때 치즈를 안주로 먹는다. 그런 빈티나는 주당들의 모임은 안 하는 게 낫다. 식사용으로서 빵은 조찬에서만 먹는다. 오찬이나 디너 때에 미리 빵을 먹어 배를 불려버리면 주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드백(후속 사후관리)
손님의 경우, 다음날 반드시 전화나 우편으로 감사인사를 해서 즉각적인 피드백(immediate feedback) 조치를 해야 한다. 일정기간 후 답례 식사 제의로 정례적인 피드백(regular feedback, post follow-up) 조치 필수. 빠트리면 안 된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이 피드백을 하지 않는 것이다. 패자(敗者)부활, 기사회생(起死回生)도 이 피드백 하나에 달려 있다.
言行은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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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암환자 소냐(8) 양에게 능숙하게 차를 따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어린이라 할지라도 성인과 동등한 대우를 하고 있는 러시아 국가 지도자와 어린 국민의 사회교섭 문화 내공을 보여주는 정품격 모델 폼이다. 아이의 두 손이 테이블 위에 바르게 올려 있고 자세 또한 바르다. 의자 높이도 불편함이 없도록 조정되었다. |
온갖 식사 도구가 놓인 B4 용지 한 장 혹은 두 장 면적의 좁은 공간에서, 그것도 바르게 앉아서, 능수능란하게 호스팅을 해내야 한다. 이 정도의 내공이면 다음 식사 약속은 물론 머잖아 친구가 되어 그들의 사교(社交)클럽에 초대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밥맛없는 하인격으로 인식되어 버리면 나중에 답례로 식사초대를 해도 저쪽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피하게 된다. 그러니 테이블 매너에 자신이 없을 경우에는 파트너를 정규 레스토랑에서의 디너로 초대하는 것을 피하고 사무실 인근 약식 식당에서 간략한 오찬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은 “그깟 형식적인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하담! 내용이 중요하지!”라며 대충 얼렁뚱땅 생략하려 드는데, 자칫 글로벌 무대에서는 상것으로 오해받는다. 그러다가 성공하고 나면 그런 못된 DNA가 발동하여 반드시 사고를 쳐 망하기 일쑤다.
아무튼 위의 식사 전 과정을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가되 전체적으로 모든 말과 행동은 최대한 느려야 한다. 느릴수록 오히려 상대는 더 집중하게 마련. 이는 리더십의 기본이다.
레스토랑 사전 점검, 메뉴와 레시피 짜는 법, 와인 세련되게 따르는 법, 포크와 나이프 등 도구 다루는 미세한 요령, 사소한 걸로 상대의 호감을 유도하는 법, 메시지의 은유적인 전달법, 식사 중간중간 입에 발린 감탄과 칭찬 날리는 법, 빵을 찢는 법, 와인과 고기를 입안에서 섞는 법, 아이스크림을 먹는 데 왜 스푼과 포크가 다 필요한지, 냅킨 구체적인 사용법,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는 법, 실수나 사고에 대한 대처법 등등 구체적이고 세련된 미세 매너, 나아가 보다 창조적인 고품격 매너는 실제로 정규 레스토랑에서의 실습을 통해 머리가 아닌 몸에 기억시켜 나가야 한다.
다음 호에서는 테이블 매너가 실제 비즈니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