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 66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정치학 박사.
⊙ 《부산일보》기자. 《국민일보》논설위원, 同 논설실장, 주필 역임.
현 한국언론문화포럼 논설위원, 경희대 객원교수.
⊙ 저서: 《한국정치리더십의 특성》《풍차와 기사–노무현리더십리뷰》 등.
⊙ 66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정치학 박사.
⊙ 《부산일보》기자. 《국민일보》논설위원, 同 논설실장, 주필 역임.
현 한국언론문화포럼 논설위원, 경희대 객원교수.
⊙ 저서: 《한국정치리더십의 특성》《풍차와 기사–노무현리더십리뷰》 등.
초(楚)나라의 공왕(共王)이 사냥 나갔다가 활을 잃어버렸다. 근시들이 찾아오겠다고 하자 왕이 말렸다. “초왕실궁 초인득지(楚王失弓 楚人得之), 초나라 사람이 잃은 활을 초나라 사람이 주울 뿐이니라.” 과연 군주다운 관인이고 배포라고 할 만했다.
그런데 공왕 사후 8년에 태어난 공자는 훗날 이 이야기를 듣고 탄식하며 말했다. “어찌 배포가 그렇게도 작더란 말이냐. ‘사람이 잃은 활을 사람이 주울 뿐’이라면 될 것을 하필이면 초인이랴(人遺之 人得之 何必楚也).” 《공자가어(孔子家語)》와 《설원(說苑)》에 전해지는 일화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노자의 생각은 또 달랐다. 공자가 ‘형(荊 즉 楚)’ 자를 빼면 좋겠다고 한 데 대해 노자는 ‘인(人)’ 자까지 빼면 좋겠다고 했다. 굳이 사람이 주울 것도 없지, 대자연 어딘가에 있을 텐데…. 아마 후세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겠지만, 대개 그런 뜻이었을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가 덧붙인 내용이다.
한때 ‘통일’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았다. 말하자면 조건반사적 눈물이었다. ‘우리끼리’ 혹은 ‘민족공조’가 유난히 강조되던 시절에 특히 더 그랬다. 이솝우화 ‘햇볕과 북풍’에서 따왔을 ‘햇볕정책’이 제시되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하면서 통일의 길이 금방이라도 뚫릴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던 무렵이었다.
‘진보’와 ‘민족주의’, 어색하고 거북할 것만 같은 이 조합이 이 시절에는,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주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민족’은 만능키로 인식됐다. 북한 측이 우리에 대해 어떤 언행을 하든 ‘민족’의 이름으로 용인되고 이해되어야 했다. ‘민족공조’ 혹은 ‘우리끼리’야말로 민족적 책무이고 통일강령 제1조인 것처럼 주장되고 요구됐다.
이 경우의 ‘우리’는 배타성을 내포하는 언어이고 인식이다. 이는 나를 남으로부터 격리하는 울타리다. 그들은 ‘우리’를 내세워 이른바 ‘외세’에 대한 적개심을 북돋웠다. 그 외세를 몰아내기 위한 ‘우리끼리의 민족공조’가 강요의 느낌이 들 정도로 권장됐다. 이 배타성 편협성이 통일지상주의를 초래했고, 그 때문에 ‘통일’이라는 구호, 혹은 정치운동은 진영대결, 남남갈등이라는 괴물을 낳고 말았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통일을 들여다보다!
《코리안 드림》은 이 같은 배타적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는 세계사적, 문명사적 차원에서 한민족의 통일을 내다보며 말한다.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이라는 그의 염원과 모토는 특정 종교의 언어가 아니다. 인류 보편적 존재의 조건 및 가치를 가리킨다. 온 세상, 온 인류가 하나의 가족으로 화해하고 화합하는 세상, 그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다. 우리의 통일도 그런 구도 속에서만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목표라고 그는 제시한다. 적개심, 배타성에 바탕을 둔 폐쇄적 통일론 너머로 새로운 기대와 희망의 지평을 보게 되는 것은 또 다른 개안(開眼)이다.
《코리안 드림》이 갖는 더 큰 의의는 ‘통일 방법론’의 탈피다. 그간의 통일논의는 대개가 방법론에 묶여 있었다. 북진통일론과 적화통일론, 기능주의와 신기능주의, 연합주의(단계적 통일론)와 연방주의, 통합주의와 다원주의 등 여러 갈래의 갖가지 대안들이 남북한 당국에 의해, 또는 학자들에 의해 제시돼 왔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사상누각일 뿐이었다.
통일에 대한 정의부터가 지나치게 무난하고 단순했다. 대부분의 방법론은 ‘체제통합’을 전제로 해서 구성됐다. 원래 한 겨레, 하나의 국가였다가 분단됐으니 다시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명쾌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론으로서, 혹은 주장으로서의 통일론이었을 뿐이다. 주춧돌, 기둥도 없이 공중에다 궁궐을 세우자고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17년쯤 전 필자도 ‘한반도 통일론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어쭙잖은 논문을 쓴 적이 있다. 거기에서 하나의 시안(試案)으로 제시해 본 것이 ‘한민족 상생공영론’이었다. ▲‘체제 통합으로서의 통일은 당면의 과제로서가 아니라 언젠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상태’로 인식하자 ▲상생의 환경과 여건을 강화하고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자 ▲서로간에 신뢰가 쌓여 정서적, 정신적 재결합을 이루게 되는 상태를 통일로 인식하자 ▲그 다음 단계는 역사가 결정할 것이다.
이 또한 통일 방법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통일 한국의 지구적 책무
저자의 통일에 대한 인식 및 접근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는 인류사에서, 모든 인간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민본의 삶을 영위하는 세상을 이뤄내려는 꿈이 구현됐거나 앞으로 구현될 3번의 계기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가 ‘한 하늘 아래 하나의 나라’를 이룬 ‘칭기즈칸의 꿈’, 두 번째가 ‘하나님 아래 하나의 나라’를 건설한 ‘아메리칸 드림’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홍익인간의 큰 뜻을 세상에 펼칠 ‘코리안 드림’으로, 이제부터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세상이다.
통일을 어떻게 이루느냐는 오히려 지엽말단적인 문제다. 무엇을 위한 통일인지, 인류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진 통일이어야 할 것인지, 통일된 한국의 지구적 책무와 역할은 무엇인지를 그는 제시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는 경제적·정치적·외교적 노력만으로는 구축되지 않는다. 그 해결책은 공통의 염원과 원칙 그리고 가치에 뿌리를 둔 영적인 진리 안에 존재하며, 바로 인류의 양심을 움직여 용서와 화해, 평화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힘인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의 비전인 것이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우리에게 코리안 드림은 미래로 가는 유일한 길이며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의 비전은 항구적 평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우리의 전 지구적 사명이다.”
그가 거듭 강조하는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을 종교적 언어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표상이자 소명인 ‘홍익인간’의 실천을 통해 우리가 통일을 이루고 세계가 한 가족이 되리라는 원대한 꿈을 피력하고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우리 민족의 이상으로 ‘항구적 평화를 구가하는 지구 대가족’을 이뤄 내는 게 그의 꿈이자 《코리안 드림》의 결론이라고 이해한다.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코리안 드림》은 그 꿈에로의 초대장이다.⊙
그런데 공왕 사후 8년에 태어난 공자는 훗날 이 이야기를 듣고 탄식하며 말했다. “어찌 배포가 그렇게도 작더란 말이냐. ‘사람이 잃은 활을 사람이 주울 뿐’이라면 될 것을 하필이면 초인이랴(人遺之 人得之 何必楚也).” 《공자가어(孔子家語)》와 《설원(說苑)》에 전해지는 일화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노자의 생각은 또 달랐다. 공자가 ‘형(荊 즉 楚)’ 자를 빼면 좋겠다고 한 데 대해 노자는 ‘인(人)’ 자까지 빼면 좋겠다고 했다. 굳이 사람이 주울 것도 없지, 대자연 어딘가에 있을 텐데…. 아마 후세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겠지만, 대개 그런 뜻이었을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가 덧붙인 내용이다.
한때 ‘통일’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았다. 말하자면 조건반사적 눈물이었다. ‘우리끼리’ 혹은 ‘민족공조’가 유난히 강조되던 시절에 특히 더 그랬다. 이솝우화 ‘햇볕과 북풍’에서 따왔을 ‘햇볕정책’이 제시되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하면서 통일의 길이 금방이라도 뚫릴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던 무렵이었다.
‘진보’와 ‘민족주의’, 어색하고 거북할 것만 같은 이 조합이 이 시절에는,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주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민족’은 만능키로 인식됐다. 북한 측이 우리에 대해 어떤 언행을 하든 ‘민족’의 이름으로 용인되고 이해되어야 했다. ‘민족공조’ 혹은 ‘우리끼리’야말로 민족적 책무이고 통일강령 제1조인 것처럼 주장되고 요구됐다.
이 경우의 ‘우리’는 배타성을 내포하는 언어이고 인식이다. 이는 나를 남으로부터 격리하는 울타리다. 그들은 ‘우리’를 내세워 이른바 ‘외세’에 대한 적개심을 북돋웠다. 그 외세를 몰아내기 위한 ‘우리끼리의 민족공조’가 강요의 느낌이 들 정도로 권장됐다. 이 배타성 편협성이 통일지상주의를 초래했고, 그 때문에 ‘통일’이라는 구호, 혹은 정치운동은 진영대결, 남남갈등이라는 괴물을 낳고 말았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통일을 들여다보다!
《코리안 드림》은 이 같은 배타적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는 세계사적, 문명사적 차원에서 한민족의 통일을 내다보며 말한다.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이라는 그의 염원과 모토는 특정 종교의 언어가 아니다. 인류 보편적 존재의 조건 및 가치를 가리킨다. 온 세상, 온 인류가 하나의 가족으로 화해하고 화합하는 세상, 그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다. 우리의 통일도 그런 구도 속에서만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목표라고 그는 제시한다. 적개심, 배타성에 바탕을 둔 폐쇄적 통일론 너머로 새로운 기대와 희망의 지평을 보게 되는 것은 또 다른 개안(開眼)이다.
《코리안 드림》이 갖는 더 큰 의의는 ‘통일 방법론’의 탈피다. 그간의 통일논의는 대개가 방법론에 묶여 있었다. 북진통일론과 적화통일론, 기능주의와 신기능주의, 연합주의(단계적 통일론)와 연방주의, 통합주의와 다원주의 등 여러 갈래의 갖가지 대안들이 남북한 당국에 의해, 또는 학자들에 의해 제시돼 왔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사상누각일 뿐이었다.
통일에 대한 정의부터가 지나치게 무난하고 단순했다. 대부분의 방법론은 ‘체제통합’을 전제로 해서 구성됐다. 원래 한 겨레, 하나의 국가였다가 분단됐으니 다시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명쾌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론으로서, 혹은 주장으로서의 통일론이었을 뿐이다. 주춧돌, 기둥도 없이 공중에다 궁궐을 세우자고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17년쯤 전 필자도 ‘한반도 통일론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어쭙잖은 논문을 쓴 적이 있다. 거기에서 하나의 시안(試案)으로 제시해 본 것이 ‘한민족 상생공영론’이었다. ▲‘체제 통합으로서의 통일은 당면의 과제로서가 아니라 언젠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상태’로 인식하자 ▲상생의 환경과 여건을 강화하고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자 ▲서로간에 신뢰가 쌓여 정서적, 정신적 재결합을 이루게 되는 상태를 통일로 인식하자 ▲그 다음 단계는 역사가 결정할 것이다.
이 또한 통일 방법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통일 한국의 지구적 책무
저자의 통일에 대한 인식 및 접근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는 인류사에서, 모든 인간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민본의 삶을 영위하는 세상을 이뤄내려는 꿈이 구현됐거나 앞으로 구현될 3번의 계기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가 ‘한 하늘 아래 하나의 나라’를 이룬 ‘칭기즈칸의 꿈’, 두 번째가 ‘하나님 아래 하나의 나라’를 건설한 ‘아메리칸 드림’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홍익인간의 큰 뜻을 세상에 펼칠 ‘코리안 드림’으로, 이제부터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세상이다.
통일을 어떻게 이루느냐는 오히려 지엽말단적인 문제다. 무엇을 위한 통일인지, 인류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진 통일이어야 할 것인지, 통일된 한국의 지구적 책무와 역할은 무엇인지를 그는 제시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는 경제적·정치적·외교적 노력만으로는 구축되지 않는다. 그 해결책은 공통의 염원과 원칙 그리고 가치에 뿌리를 둔 영적인 진리 안에 존재하며, 바로 인류의 양심을 움직여 용서와 화해, 평화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힘인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의 비전인 것이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우리에게 코리안 드림은 미래로 가는 유일한 길이며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의 비전은 항구적 평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우리의 전 지구적 사명이다.”
그가 거듭 강조하는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을 종교적 언어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표상이자 소명인 ‘홍익인간’의 실천을 통해 우리가 통일을 이루고 세계가 한 가족이 되리라는 원대한 꿈을 피력하고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우리 민족의 이상으로 ‘항구적 평화를 구가하는 지구 대가족’을 이뤄 내는 게 그의 꿈이자 《코리안 드림》의 결론이라고 이해한다.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코리안 드림》은 그 꿈에로의 초대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