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종 때 우의정 지낸 이원, 세자의 스승으로 임명된 지 사흘 만에 장사꾼의 딸을 첩으로
빼앗아가 물의 빚어
⊙ 中宗反正 공신 성희안, 죽으면서 아들에게 돌봐주라고 유언한 妾이 달아나 우스갯거리 돼
⊙ 고려 공민왕 때 밀직부사 이승로는 처제와 간통
金丁鉉
⊙ 78세. 한양대 사학과 졸업.
⊙ 저서: 《흥하는 성씨 사라진 성씨》 《우리 겨레 성씨 이야기》 《상상 밖의 한국사》.
빼앗아가 물의 빚어
⊙ 中宗反正 공신 성희안, 죽으면서 아들에게 돌봐주라고 유언한 妾이 달아나 우스갯거리 돼
⊙ 고려 공민왕 때 밀직부사 이승로는 처제와 간통
金丁鉉
⊙ 78세. 한양대 사학과 졸업.
⊙ 저서: 《흥하는 성씨 사라진 성씨》 《우리 겨레 성씨 이야기》 《상상 밖의 한국사》.
- 조선 후기 풍속화가 신윤복의 〈청금상련(聽琴賞蓮)〉. 도덕을 강조하는 성리학을 내세웠던 조선에서도 관리들의 성추문은 끊이지 않았다.
부적절한 성적(性的) 남녀관계를 두고 불륜(不倫)이라고 한다. 간(姦)자가 붙은 범죄들, 즉 강간(强姦), 간음(姦淫), 간통(姦通) 등의 범죄들은 예부터 큰 범죄로 처벌하였다.
조선은 성리학(性理學)을 국가이념으로 채택하면서 무엇보다 도덕적인 면을 중시하였다. 그런데 유학(儒學)에 대한 지식으로 벼슬자리, 그것도 높은 벼슬자리에 오른 사람들 중에도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옛 명신, 학자들이 남긴 문집에 오를 정도였다.
이러한 성 관련 사건들은 창기제도(娼妓制度)와 관련이 있다. ‘창기’는 일종의 공창(公娼)이라고 할 수 있다. 《세종실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좌의정(左議政) 이원(李原)은 자기 집 노비가 적지 아니한데 또다시 많은 노비를 취하였다. 특히 홍여방(洪汝方)과 상인(商人) 내은달(內隱達)의 딸을 첩으로 데려가려고 다투기도 하였다. 결국 그의 소행이 발각되어 탄핵을 받았는데 태종께서는 그래도 그가 대신이고 하니까 특별히 용서해 주라 하여 사헌부에서는 죄를 다스리지 못하였다. 태종은 이원의 죄를 다스리지 않는 대신 내은달의 딸을 이원이 취하지 못하게 명을 내렸다. 그런데 태종이 승하하자 얼마 안 가서 이원은 태종의 명을 어기고 내은달의 딸을 첩으로 삼았다.
이원은 공신이며 수상(首相)으로서 임금을 속이고 명령을 어기고 한 것이 참으로 죄가 컸다. 자못 임금의 수족과 같은 대신으로서 의리마저 저버린 것이었다. 비록 그의 비리가 세종조에 와서 내린 대사면령(大赦免令) 이전에 있었던 것이지만 그냥 넘겨버릴 수가 없는 중죄였던 것으로 죄를 물어야 했다. 법에 따라 철저하게 징계하여 후일의 사람에게 경계가 되게 해야 했다.〉
高官들의 妾 쟁탈전
앞서 대사면령은 세종 즉위 무렵에 있었던 것이다. 위의 내용은 사헌부(司憲府)에서 세종에게 올린 상소의 한 부분이다. 사헌부는 벼슬아치들을 감찰하는 기관인데 기강과 풍속을 잡는 일을 하였다. 풍속에는 남녀관계의 불륜을 다스리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원은 태종 즉위에 이바지한 공신의 한 사람이었다. 고려 우왕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고 조선 개국에 와서 승승장구하였다. 그런 그가 불륜의 수치를 남긴 정승이 되었다.
태종 때 세자(世子)의 사부(師父) 자리에 있었던 그의 벼슬은 우의정(右議政). 영의정, 좌의정과 함께 정1품 최고위직이었다.
그는 세자의 사부로 임명되고 나서 사흘 만에 내은달의 딸을 첩으로 뺏어간 것이었다. 아버지 내은달은 당시 내섬시(內贍寺)에서 물품을 공급하는 장사꾼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내섬시는 궁궐에 제공되는 각종 물품을 관리하는 관청이었다. 장사꾼인 내은달은 딸을 이미 이조판서 윤향(尹向)의 첩으로 보내기로 약속했었다. 윤향이 갑자기 사망하자, 이원은 내은달의 딸을 곧장 첩으로 데려간 것이었다.
그런데 이원이 내은달의 딸을 첩으로 삼으려 할 때 또 다른 한 사람의 벼슬아치가 그녀를 첩으로 데려가려고 했었다. 윤향의 손아래 동서(同壻)인 홍여방이었다. 당시 그의 벼슬은 정2품 순승부윤(順承府尹)이었다.
사헌부는 두 사람의 첩 쟁탈전에서 홍여방도 역시 인륜에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며 죄를 물으려 하였다. 태종은 홍여방도 공신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눈감아주라 하였다. 사헌부는 그 같은 행동들은 풍속을 해치는 일이므로 무엇보다도 무겁게 벌을 내려야 한다고 재삼 아뢰었지만 태종은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실록을 보면 내은달의 딸은 미색(美色)이 아닌 그저 평범한 여인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서로 데려가려고 다툰 것은 그녀의 아버지인 내은달이 재산이 좀 있는데 그 재산을 탐내서 그랬다고 한다.
태종이 승하한 후 이 사건은 다시 논죄(論罪)가 되었다. 결국 세종은 이원의 공신녹권(功臣錄券)과 직첩(職牒・임명장)을 회수하고 여산(礪山)으로 귀양을 보냈다. 이원은 4년 후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노비를 부당하게 많이 차지하려고 하거나, 앞의 경우처럼 첩과 관련된 문제로 문책을 당하는 일이 벼슬아치들 사이에 비일비재하였다. 그런데 높은 자리에 있는 벼슬아치들은 설사 벌을 받아도 오래가지 않고 곧 풀려나곤 했다.
이원은 사후(死後) 복권(復權)되었다. 후세에서는 그를 두고 청백리(淸白吏)라고 하였는데 우리의 역사는 높은 벼슬아치의 비리에 관한 기록은 사생활 문제라고 생각해서인지 기록에서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웃음거리가 된 영의정
조선 중종 때 문신(文臣) 이자(李耔)가 쓴 《음애집(陰崖集)》에 보면 색정(色情)을 자제하지 못하다가 병을 얻어 죽었다는 한 정승의 이야기가 있다. 그 주인공은 중종반정(中宗反正)의 공신으로 영의정을 지낸 성희안(成希顔)이다.
〈영의정 성희안은 평양 기생인 신(申) 아무개라는 여자를 사랑하여 늙은 자신의 육신은 생각지 않고 욕정대로 행하다가 병을 얻어 죽었다. 그가 총애한 기생은 성희안이 죽자 첩의 신분으로 상복을 입어야 했는데, 그게 싫어서 머리를 푼 채 맨발로 도망하다가 붙잡혔다. 이 일을 알게 된 사람들은 “성 정승은 밝은 지혜로 그 기생의 품성을 알아봤을 것인데 되레 미혹하게도 죽던 날 아들에게 잘 돌봐주라고도 했다니 참 우둔하였구나”라고 말했다.〉
소위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는 영의정이 기생은 수절과부로 지낼 턱이 없는 것도 모르고 사대부(士大夫)의 여편네인 양 그런 부탁을 자식에게 한 것을 비웃은 것이었다.
고려·조선에서 벼슬아치들은 기녀(妓女)들을 상대로 욕정(欲情)을 해소했다. 기녀는 노래와 춤으로 술자리 같은 데서 흥을 돋워주는 여자였는데 때로는 몸을 팔기도 하였다. 이래서 창기(娼妓)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기녀들은 벼슬아치들의 첩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벼슬아치의 첩이 되었을 때는 양가(良家)의 부녀자들처럼 성범죄로부터 보호받았다.
벼슬아치들이 기녀와 놀아나는 행위는 범죄는 아니었다. 때문에 그들 벼슬아치들은 공공연하게 기방(妓房) 출입을 하였다. 조정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벼슬아치들은 현지에서 기녀들의 접대를 받기도 하였다. 그게 범죄는 아니었다 해도, 이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기녀제도의 혁파(革罷)와 관련한 논의가 이어졌다.
妓女 폐지에 반대한 허조
조선 현종 때의 실학자(實學者) 유형원(柳馨遠)이 쓴 《반계수록(磻溪隨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세종 때 기생을 폐지하자는 의논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모두 허조(許稠)는 성품이 결백하고 곧기 때문에 반드시 기생 폐지에 앞장설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허조는 기생 폐지에 대하여 단호하게 반대했다. 그는 기생들을 관청의 물건이라고 하면서 벼슬아치이면 누구든 기생들을 취해도 무방하다고 말하였다. 그는 “만약에 기생들을 없앤다면 나이 젊은 조정(朝廷) 관원(官員)들이 지방에 나가서는 필시 양갓집 여자들을 함부로 희롱하거나 빼앗아 죄에 빠질 것이다. 그러니 관기(官妓)를 없애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허조의 말에 나라에서는 기생들을 없애는 일을 중지하였다. 허조는 이름난 정승이어서 어떤 소견(所見)이 분명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사람의 욕정이란 누르지 않고 제멋대로 두면 더욱 커진다고 하는데, 나 유형원은 이것을 예법(禮法)으로 억제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데 욕정의 길을 열어놓고 욕정을 그치게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사람에게 욕정이 일어나는 것은 모두가 보고 듣고 한 데서 오는 것으로, 옛 성현들은 이것에 눈감고 귀 막아 욕정에 냉엄함을 보였다. 음란한 소리와 부정한 욕정을 멀리하는 위엄을 보인 것이다.
지금 관청에서는 음란한 창기를 두고 양성하면서 출장 온 관원이 있으면 창기를 예쁘게 단장시켜 좋은 옷을 입혀서 그들과 유흥을 즐기게 한다. 이를 두고 방기(房妓)라 하며 예사롭게 욕정에 빠져 정사(政事)를 그르치는 경우까지 보인다. 풍속을 문란시키는 것이다. 깨끗한 본심(本心)을 잃어 욕정에 빠지는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도 깨끗한 본심을 잃지 않는 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두고 우리는 상등(上等)의 인물이라 하였다. 이런 인물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방기인데 방기가 있으면 색(色)에 대한 허물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만일 욕정을 이기지 못하여 남의 부녀자를 빼앗고 죄에 빠지게 되면 그것은 곧 하등(下等)의 인간으로 빠지게 되는 것으로 멸시당하는 것이다.〉
조선의 二重性
조선시대 팔도(八道)의 주(州)와 군(郡)에 창기가 있었다. 여기에 벼슬아치들이 음란하고 추한 일을 보이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몰랐다. 나라에서는 그 같은 음란 행위를 금하는 법을 두었어도 실제 다스려지지는 않았다. 다스리는 그들 관원들이 그 같은 문란과 추한 행동을 보이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데서 죄를 묻고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양가의 부녀자를 간음하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엄히 치죄(治罪)해야 했는데 도리어 피해를 입은 부녀자를 잡아다가 창기로 삼아 농락하거나 첩으로 삼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양식 있는 선비들 사이엔 이런 말이 있었다.
〈관리들을 지방에 보내며 정치를 잘 하라 해놓고, 다른 한편에는 기방을 둬 그들로 하여금 음란한 짓에 빠지게 하였으니, 심지어는 양가의 부녀자를 간음하는 자가 있기도 하였는데 그들의 그런 행위는 뒷전에 두고 양민들이 혹간 그런 추한 짓을 보이면 지체없이 잡아다가 죄를 물으면서 여자는 창기로 삼아 간음하고 하였다. 이게 무슨 풍속 바로잡기냐?〉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조선 5대 문종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정욕과 식욕은 남녀 간에 가장 간절한 것이다. 부귀한 집의 자제들은 더욱 이런 욕심에 몸을 망치는 자가 많다. 내가 매양 여러 아우를 보고 훈계하고 타일렀는데 내 말을 따르는지 안 따르는지 모르겠다.〉
문종은 상당히 금욕적(禁慾的)이었다. 이는 문종이 도덕을 중시하는 성리학에 통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임금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여자를 곁에 둘 수 있었다. 그러나 문종은 임금이 신하들에게 정욕을 자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려시대 성범죄 처벌 규정
왕조시대 성범죄는 중범으로 다스려지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대개 그런 짓을 저지르는 이들이 귀족계층이나 벼슬아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려에서는 법률상으로는 간통죄가 엄히 다스려졌다. 간통죄는 당시 고려에서는 간비(姦非)라 하였는데, ‘비정상적인 성행위’라는 의미였다. 《고려사》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남편이 있는 여자를 간통하였으면 2년 반의 도형(徒刑·징역형)에 처하고 강간은 3년에 처한다. 만약에 화간(和姦)이면 여자는 남자보다 한 등급을 낮춰 죄를 묻는다. 종이 상전의 여인을 강간하였으면 참형(斬刑)에 처하고 화간의 경우이면 교형(絞刑·목을 졸라 죽이는 형벌)에 처한다.〉
고려 29대 충목왕(1344~1348) 때 밀직사사(密直司使·왕의 비서실장) 자리에 이승로(李承老)라는 사람이 있었다. 뇌물을 받고 벼슬을 판 죄로 지방관으로 좌천당했던 그는 아우 이운목(李云牧)이 공민왕의 측근 신돈과 잘 알았던 덕분에 다시 조정으로 돌아와 권신(權臣)이 되었다. 그리고 강양백(江陽伯)이란 작호(爵號)까지 받았다.
이승로의 아우 이운목은 신돈의 이웃에 살았던 인연으로 출세한 자였다. 그는 어느 날 신돈을 자기 집에 초대하여 예쁜 딸로 하여금 접대케 하여 환심을 샀다. 그는 무관의 최고 벼슬자리인 상호군(上護軍)이 되었다.
아우 덕분에 권신 대열에 올라선 이승로는 처제와 간통하여 자식까지 낳았다. 그의 본처는 이 사실을 알고서도 남편을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외부로 소문이 안 나가게 입단속을 했다. 불륜 소문이 나면 남편이 벼슬자리를 잃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승로의 간통은 오래지 않아 들통이 났다.
이승로의 간통죄를 다스린 책임자는 감찰대부(監察大夫) 김한귀(金漢貴)였는데, 아주 곧은 관리였다.
김한귀는 이승로가 권신 신돈의 측근으로 고위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왕께 보고하였다. 이승로를 봐주기 어렵다고 생각한 왕은 그를 법대로 처벌하라고 명했다. 결국 이승로는 귀양에 처해졌다. 그가 부당하게 취한 재산은 몰수당하였다. 다만 그의 처제는 강요에 의해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낳은 것이라고 해서 죄를 주지 않았다.
高利貸金業을 한 영의정
조선조 벼슬아치들이 저지른 비리 중에는 재물에 관한 것도 많았다. 《세종실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전 판부사(前判府事·종2품) 정역(鄭易·효령대군의 장인)의 집 종이 영의정 유정현(柳廷顯) 집에서 장리(長利)의 쌀을 꾸어 썼는데 흉년으로 미처 갚지를 못하였다. 그런데 유정현이 하인 조례라는 자를 보내서 솥과 가마 등을 모조리 뺏어갔다. 정역이 이 사실을 알고 효령대군(孝寧大君·세종의 형)에게 찾아가 하소연하였다.
효령대군은 이 말을 듣고 유정현의 아들 유장(柳璋)을 불렀다. 유장은 총제(摠制·무관직 벼슬) 자리에 있었다. 효령대군은 “네 아비의 지위가 영의정에 이르러 큰 녹을 받고 사는데 주상(임금)의 백성을 아껴 그들을 잘살게 하는 일이 도리이거늘 어찌 궁핍한 백성의 솥과 가마를 빼앗아 갔는가? 만약 돌려주지 않으면 주상께 찾아가 아뢰고 종 조례를 잡아다가 족칠 테다. 네 아비에게 그렇게 고하거라”하며 야단을 쳤다. 이에 유장은 “저의 아버지는 제 말을 듣지 않은 지 오래됩니다. 다른 사람을 시켜 제 아버지께 알리는 것이 좋을 줄 압니다”하였다.
유정현은 사람됨이 인색하고 추호도 남에게 주는 일이 없었다. 과수원에 있는 과일도 모조리 시장에 내다 팔기만 하여 이익 채우기에만 급급하였다. 그의 반인(伴人·수행하는 하인)에게는 장리를 받아간 사람한테서 잘 받아오면 상을 주고 역승(驛丞·역의 우두머리 벼슬)으로 임명하기까지 하였다. 그는 이로써 부자가 되어 곡식을 잔뜩 쌓은 것이 7만여 석이나 되었다. 이로 인해 백성들 사이에는 “비록 죽을망정 다시는 영의정의 장리는 꿔 쓰지 않겠다”하는 말이 나돌았다.〉
장리는 봄에 곡식을 꾸어주었다가 높은 이자를 붙여 가을 추수 때 받는 것이다. 유정현은 꿔준 쌀의 절반가량을 이자 조로 받았다고 하였다. 지나친 고리(高利)였던 데서 백성들 사이에서 이 같은 말이 나온 것이다.
기록은 무섭다
물욕이나 성욕은 누가 자제를 요구하거나 비난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물욕에서 비롯된 부정부패 행위나 불륜을 비롯한 각종 성범죄 모두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근래 고위층의 성범죄 관련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여기에는 희롱, 추행도 포함된다. 강간, 간통 등에 국한되는 옛날보다 그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욕정을 가질 수는 있다. 형벌을 무겁게 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이라면 마땅히 스스로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조상들은 공직자들의 불미스런 행위를 역사에 기록했다. 영의정을 지낸 고관이라도 그런 기록이 남으면 후손들에게는 두고두고 수치가 됐다.⊙
조선은 성리학(性理學)을 국가이념으로 채택하면서 무엇보다 도덕적인 면을 중시하였다. 그런데 유학(儒學)에 대한 지식으로 벼슬자리, 그것도 높은 벼슬자리에 오른 사람들 중에도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옛 명신, 학자들이 남긴 문집에 오를 정도였다.
이러한 성 관련 사건들은 창기제도(娼妓制度)와 관련이 있다. ‘창기’는 일종의 공창(公娼)이라고 할 수 있다. 《세종실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좌의정(左議政) 이원(李原)은 자기 집 노비가 적지 아니한데 또다시 많은 노비를 취하였다. 특히 홍여방(洪汝方)과 상인(商人) 내은달(內隱達)의 딸을 첩으로 데려가려고 다투기도 하였다. 결국 그의 소행이 발각되어 탄핵을 받았는데 태종께서는 그래도 그가 대신이고 하니까 특별히 용서해 주라 하여 사헌부에서는 죄를 다스리지 못하였다. 태종은 이원의 죄를 다스리지 않는 대신 내은달의 딸을 이원이 취하지 못하게 명을 내렸다. 그런데 태종이 승하하자 얼마 안 가서 이원은 태종의 명을 어기고 내은달의 딸을 첩으로 삼았다.
이원은 공신이며 수상(首相)으로서 임금을 속이고 명령을 어기고 한 것이 참으로 죄가 컸다. 자못 임금의 수족과 같은 대신으로서 의리마저 저버린 것이었다. 비록 그의 비리가 세종조에 와서 내린 대사면령(大赦免令) 이전에 있었던 것이지만 그냥 넘겨버릴 수가 없는 중죄였던 것으로 죄를 물어야 했다. 법에 따라 철저하게 징계하여 후일의 사람에게 경계가 되게 해야 했다.〉
高官들의 妾 쟁탈전
앞서 대사면령은 세종 즉위 무렵에 있었던 것이다. 위의 내용은 사헌부(司憲府)에서 세종에게 올린 상소의 한 부분이다. 사헌부는 벼슬아치들을 감찰하는 기관인데 기강과 풍속을 잡는 일을 하였다. 풍속에는 남녀관계의 불륜을 다스리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원은 태종 즉위에 이바지한 공신의 한 사람이었다. 고려 우왕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고 조선 개국에 와서 승승장구하였다. 그런 그가 불륜의 수치를 남긴 정승이 되었다.
태종 때 세자(世子)의 사부(師父) 자리에 있었던 그의 벼슬은 우의정(右議政). 영의정, 좌의정과 함께 정1품 최고위직이었다.
그는 세자의 사부로 임명되고 나서 사흘 만에 내은달의 딸을 첩으로 뺏어간 것이었다. 아버지 내은달은 당시 내섬시(內贍寺)에서 물품을 공급하는 장사꾼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내섬시는 궁궐에 제공되는 각종 물품을 관리하는 관청이었다. 장사꾼인 내은달은 딸을 이미 이조판서 윤향(尹向)의 첩으로 보내기로 약속했었다. 윤향이 갑자기 사망하자, 이원은 내은달의 딸을 곧장 첩으로 데려간 것이었다.
그런데 이원이 내은달의 딸을 첩으로 삼으려 할 때 또 다른 한 사람의 벼슬아치가 그녀를 첩으로 데려가려고 했었다. 윤향의 손아래 동서(同壻)인 홍여방이었다. 당시 그의 벼슬은 정2품 순승부윤(順承府尹)이었다.
사헌부는 두 사람의 첩 쟁탈전에서 홍여방도 역시 인륜에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며 죄를 물으려 하였다. 태종은 홍여방도 공신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눈감아주라 하였다. 사헌부는 그 같은 행동들은 풍속을 해치는 일이므로 무엇보다도 무겁게 벌을 내려야 한다고 재삼 아뢰었지만 태종은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실록을 보면 내은달의 딸은 미색(美色)이 아닌 그저 평범한 여인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서로 데려가려고 다툰 것은 그녀의 아버지인 내은달이 재산이 좀 있는데 그 재산을 탐내서 그랬다고 한다.
태종이 승하한 후 이 사건은 다시 논죄(論罪)가 되었다. 결국 세종은 이원의 공신녹권(功臣錄券)과 직첩(職牒・임명장)을 회수하고 여산(礪山)으로 귀양을 보냈다. 이원은 4년 후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노비를 부당하게 많이 차지하려고 하거나, 앞의 경우처럼 첩과 관련된 문제로 문책을 당하는 일이 벼슬아치들 사이에 비일비재하였다. 그런데 높은 자리에 있는 벼슬아치들은 설사 벌을 받아도 오래가지 않고 곧 풀려나곤 했다.
이원은 사후(死後) 복권(復權)되었다. 후세에서는 그를 두고 청백리(淸白吏)라고 하였는데 우리의 역사는 높은 벼슬아치의 비리에 관한 기록은 사생활 문제라고 생각해서인지 기록에서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웃음거리가 된 영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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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 남자는 복색으로 보아 양반집 자제일 것이다. |
〈영의정 성희안은 평양 기생인 신(申) 아무개라는 여자를 사랑하여 늙은 자신의 육신은 생각지 않고 욕정대로 행하다가 병을 얻어 죽었다. 그가 총애한 기생은 성희안이 죽자 첩의 신분으로 상복을 입어야 했는데, 그게 싫어서 머리를 푼 채 맨발로 도망하다가 붙잡혔다. 이 일을 알게 된 사람들은 “성 정승은 밝은 지혜로 그 기생의 품성을 알아봤을 것인데 되레 미혹하게도 죽던 날 아들에게 잘 돌봐주라고도 했다니 참 우둔하였구나”라고 말했다.〉
소위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는 영의정이 기생은 수절과부로 지낼 턱이 없는 것도 모르고 사대부(士大夫)의 여편네인 양 그런 부탁을 자식에게 한 것을 비웃은 것이었다.
고려·조선에서 벼슬아치들은 기녀(妓女)들을 상대로 욕정(欲情)을 해소했다. 기녀는 노래와 춤으로 술자리 같은 데서 흥을 돋워주는 여자였는데 때로는 몸을 팔기도 하였다. 이래서 창기(娼妓)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기녀들은 벼슬아치들의 첩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벼슬아치의 첩이 되었을 때는 양가(良家)의 부녀자들처럼 성범죄로부터 보호받았다.
벼슬아치들이 기녀와 놀아나는 행위는 범죄는 아니었다. 때문에 그들 벼슬아치들은 공공연하게 기방(妓房) 출입을 하였다. 조정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벼슬아치들은 현지에서 기녀들의 접대를 받기도 하였다. 그게 범죄는 아니었다 해도, 이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기녀제도의 혁파(革罷)와 관련한 논의가 이어졌다.
妓女 폐지에 반대한 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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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녀(妓女)들이 칼춤을 추는 모습을 그린 신윤복의 〈쌍검대무(雙劍對舞)〉. 세종 때에는 기녀제도 폐지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
〈세종 때 기생을 폐지하자는 의논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모두 허조(許稠)는 성품이 결백하고 곧기 때문에 반드시 기생 폐지에 앞장설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허조는 기생 폐지에 대하여 단호하게 반대했다. 그는 기생들을 관청의 물건이라고 하면서 벼슬아치이면 누구든 기생들을 취해도 무방하다고 말하였다. 그는 “만약에 기생들을 없앤다면 나이 젊은 조정(朝廷) 관원(官員)들이 지방에 나가서는 필시 양갓집 여자들을 함부로 희롱하거나 빼앗아 죄에 빠질 것이다. 그러니 관기(官妓)를 없애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허조의 말에 나라에서는 기생들을 없애는 일을 중지하였다. 허조는 이름난 정승이어서 어떤 소견(所見)이 분명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사람의 욕정이란 누르지 않고 제멋대로 두면 더욱 커진다고 하는데, 나 유형원은 이것을 예법(禮法)으로 억제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데 욕정의 길을 열어놓고 욕정을 그치게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사람에게 욕정이 일어나는 것은 모두가 보고 듣고 한 데서 오는 것으로, 옛 성현들은 이것에 눈감고 귀 막아 욕정에 냉엄함을 보였다. 음란한 소리와 부정한 욕정을 멀리하는 위엄을 보인 것이다.
지금 관청에서는 음란한 창기를 두고 양성하면서 출장 온 관원이 있으면 창기를 예쁘게 단장시켜 좋은 옷을 입혀서 그들과 유흥을 즐기게 한다. 이를 두고 방기(房妓)라 하며 예사롭게 욕정에 빠져 정사(政事)를 그르치는 경우까지 보인다. 풍속을 문란시키는 것이다. 깨끗한 본심(本心)을 잃어 욕정에 빠지는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도 깨끗한 본심을 잃지 않는 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두고 우리는 상등(上等)의 인물이라 하였다. 이런 인물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방기인데 방기가 있으면 색(色)에 대한 허물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만일 욕정을 이기지 못하여 남의 부녀자를 빼앗고 죄에 빠지게 되면 그것은 곧 하등(下等)의 인간으로 빠지게 되는 것으로 멸시당하는 것이다.〉
조선의 二重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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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복의 〈건곤일회첩〉. 신윤복은 춘화(春畵)도 많이 그렸다. |
그래서 양식 있는 선비들 사이엔 이런 말이 있었다.
〈관리들을 지방에 보내며 정치를 잘 하라 해놓고, 다른 한편에는 기방을 둬 그들로 하여금 음란한 짓에 빠지게 하였으니, 심지어는 양가의 부녀자를 간음하는 자가 있기도 하였는데 그들의 그런 행위는 뒷전에 두고 양민들이 혹간 그런 추한 짓을 보이면 지체없이 잡아다가 죄를 물으면서 여자는 창기로 삼아 간음하고 하였다. 이게 무슨 풍속 바로잡기냐?〉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조선 5대 문종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정욕과 식욕은 남녀 간에 가장 간절한 것이다. 부귀한 집의 자제들은 더욱 이런 욕심에 몸을 망치는 자가 많다. 내가 매양 여러 아우를 보고 훈계하고 타일렀는데 내 말을 따르는지 안 따르는지 모르겠다.〉
문종은 상당히 금욕적(禁慾的)이었다. 이는 문종이 도덕을 중시하는 성리학에 통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임금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여자를 곁에 둘 수 있었다. 그러나 문종은 임금이 신하들에게 정욕을 자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려시대 성범죄 처벌 규정
왕조시대 성범죄는 중범으로 다스려지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대개 그런 짓을 저지르는 이들이 귀족계층이나 벼슬아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려에서는 법률상으로는 간통죄가 엄히 다스려졌다. 간통죄는 당시 고려에서는 간비(姦非)라 하였는데, ‘비정상적인 성행위’라는 의미였다. 《고려사》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남편이 있는 여자를 간통하였으면 2년 반의 도형(徒刑·징역형)에 처하고 강간은 3년에 처한다. 만약에 화간(和姦)이면 여자는 남자보다 한 등급을 낮춰 죄를 묻는다. 종이 상전의 여인을 강간하였으면 참형(斬刑)에 처하고 화간의 경우이면 교형(絞刑·목을 졸라 죽이는 형벌)에 처한다.〉
고려 29대 충목왕(1344~1348) 때 밀직사사(密直司使·왕의 비서실장) 자리에 이승로(李承老)라는 사람이 있었다. 뇌물을 받고 벼슬을 판 죄로 지방관으로 좌천당했던 그는 아우 이운목(李云牧)이 공민왕의 측근 신돈과 잘 알았던 덕분에 다시 조정으로 돌아와 권신(權臣)이 되었다. 그리고 강양백(江陽伯)이란 작호(爵號)까지 받았다.
이승로의 아우 이운목은 신돈의 이웃에 살았던 인연으로 출세한 자였다. 그는 어느 날 신돈을 자기 집에 초대하여 예쁜 딸로 하여금 접대케 하여 환심을 샀다. 그는 무관의 최고 벼슬자리인 상호군(上護軍)이 되었다.
아우 덕분에 권신 대열에 올라선 이승로는 처제와 간통하여 자식까지 낳았다. 그의 본처는 이 사실을 알고서도 남편을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외부로 소문이 안 나가게 입단속을 했다. 불륜 소문이 나면 남편이 벼슬자리를 잃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승로의 간통은 오래지 않아 들통이 났다.
이승로의 간통죄를 다스린 책임자는 감찰대부(監察大夫) 김한귀(金漢貴)였는데, 아주 곧은 관리였다.
김한귀는 이승로가 권신 신돈의 측근으로 고위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왕께 보고하였다. 이승로를 봐주기 어렵다고 생각한 왕은 그를 법대로 처벌하라고 명했다. 결국 이승로는 귀양에 처해졌다. 그가 부당하게 취한 재산은 몰수당하였다. 다만 그의 처제는 강요에 의해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낳은 것이라고 해서 죄를 주지 않았다.
高利貸金業을 한 영의정
조선조 벼슬아치들이 저지른 비리 중에는 재물에 관한 것도 많았다. 《세종실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전 판부사(前判府事·종2품) 정역(鄭易·효령대군의 장인)의 집 종이 영의정 유정현(柳廷顯) 집에서 장리(長利)의 쌀을 꾸어 썼는데 흉년으로 미처 갚지를 못하였다. 그런데 유정현이 하인 조례라는 자를 보내서 솥과 가마 등을 모조리 뺏어갔다. 정역이 이 사실을 알고 효령대군(孝寧大君·세종의 형)에게 찾아가 하소연하였다.
효령대군은 이 말을 듣고 유정현의 아들 유장(柳璋)을 불렀다. 유장은 총제(摠制·무관직 벼슬) 자리에 있었다. 효령대군은 “네 아비의 지위가 영의정에 이르러 큰 녹을 받고 사는데 주상(임금)의 백성을 아껴 그들을 잘살게 하는 일이 도리이거늘 어찌 궁핍한 백성의 솥과 가마를 빼앗아 갔는가? 만약 돌려주지 않으면 주상께 찾아가 아뢰고 종 조례를 잡아다가 족칠 테다. 네 아비에게 그렇게 고하거라”하며 야단을 쳤다. 이에 유장은 “저의 아버지는 제 말을 듣지 않은 지 오래됩니다. 다른 사람을 시켜 제 아버지께 알리는 것이 좋을 줄 압니다”하였다.
유정현은 사람됨이 인색하고 추호도 남에게 주는 일이 없었다. 과수원에 있는 과일도 모조리 시장에 내다 팔기만 하여 이익 채우기에만 급급하였다. 그의 반인(伴人·수행하는 하인)에게는 장리를 받아간 사람한테서 잘 받아오면 상을 주고 역승(驛丞·역의 우두머리 벼슬)으로 임명하기까지 하였다. 그는 이로써 부자가 되어 곡식을 잔뜩 쌓은 것이 7만여 석이나 되었다. 이로 인해 백성들 사이에는 “비록 죽을망정 다시는 영의정의 장리는 꿔 쓰지 않겠다”하는 말이 나돌았다.〉
장리는 봄에 곡식을 꾸어주었다가 높은 이자를 붙여 가을 추수 때 받는 것이다. 유정현은 꿔준 쌀의 절반가량을 이자 조로 받았다고 하였다. 지나친 고리(高利)였던 데서 백성들 사이에서 이 같은 말이 나온 것이다.
기록은 무섭다
물욕이나 성욕은 누가 자제를 요구하거나 비난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물욕에서 비롯된 부정부패 행위나 불륜을 비롯한 각종 성범죄 모두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근래 고위층의 성범죄 관련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여기에는 희롱, 추행도 포함된다. 강간, 간통 등에 국한되는 옛날보다 그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욕정을 가질 수는 있다. 형벌을 무겁게 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이라면 마땅히 스스로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조상들은 공직자들의 불미스런 행위를 역사에 기록했다. 영의정을 지낸 고관이라도 그런 기록이 남으면 후손들에게는 두고두고 수치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