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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국회에서 탄핵당한 두 명의 대통령을 지켜본 김병준 한국경제인협회 상근고문

“탄핵 여파가 얼마나 심각한지 국민들이 아는데, 용납하겠나”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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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을 잡는 순간 손을 베인다”
⊙ “현직 대통령 탄핵 운운은 필연적, 다음 대통령도 같은 처지에 처한다”
⊙ “대통령 자문위원회 새로 구성하는 데만 2년, 정책 한 가지 법제화하는 데 35개월 걸려,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 “모든 대통령은 중병에 걸린 환자”
⊙ “사람 아닌 국가 체제의 문제, 중앙 정부의 비대한 권한이 민간과 지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
⊙ “(박근혜 총리 지명 당시) 총리 못 될 걸 알고도 수락… 얼마 동안이라도 버텨서 상황이 극단적으로 가는 걸 막아보자는 심정이었다”

金秉準
1954년생. 영남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델라웨어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지방자치경영연구소 이사장, 청와대 정책실장,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 노무현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전국경제인연합 회장 직무대행 역임. 現 한국경제인협회 상근고문,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사진=조선DB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두 실패하고 모두 불행해집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선출되는 족족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정치 놈팽이’가 되고 말아요.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가 국회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김병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상근고문을 만났다. 한경협은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새 이름이다. 그의 사무실 통유리 너머로는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지만 그 안에서 역대 대통령 두 명의 탄핵이 의결됐다. 이제 또 한 명의 대통령을 탄핵해볼까 몸을 풀고 있다.
 
 
  “탄핵 운운은 필연적”
 
  김병준 고문은 역대 대통령 두 명의 실패를 곁에서 지켜봤다. 그를 ‘오랜 친구’라 불렀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임기 초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임기 막바지 그를 책임 총리로 지명했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쫓겨나 감옥에 들어갔다. 그의 어딘가에 탄핵의 그을음이 묻어 있는 걸까, 그를 만나면 어쩐지 정치의 비감함이 떠오른다.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7월 12일 기준 25%다.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청원도 5만 명을 넘어 찬성 청원처럼 법사위에 합법적으로 접수돼 앞으로 심사해야 한다. 공평하게 윤석열 탄핵 반대 청원 청문회도 개최하면 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윤석열’을 입력하면 탄핵이라는 단어를 제일 먼저 보여준다.
 

  김 고문은 이러한 난국을 두고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그는 20대 대선 국민의힘 선대위원장 시절 일찌감치 이런 사태를 예언했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옮겨야 될 태산 앞에서 삽자루 하나 들고 서 있는 형편에 처할 거다. 발밑은 점점 꺼지는 늪인데 말이다. 대통령 주변에선 자기네들끼리 잔칫상 벌이고 나눠먹느라 바쁠 거다. 걱정이다”라고 말이다.
 
  ― 삽자루 하나 쥐고 서 있다는 게 무슨 얘기입니까.
 
  “현재의 국정 운영 체계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위 개발 독재 시대가 지나고 정치·경제 환경이 확 달라졌어요.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인권이 신장되고, 글로벌 사회와의 상호작용도 활발해졌습니다. 예전처럼 국가가 강압적인 하드 파워로 관리할 수 있는 사회는 이미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 인플레이션 문제부터 탄소 중립, 외교 안보, 일자리, 저출산 문제 등등 태산 같은 과제들이 앞에 있습니다. 이 과제는 이제 국가가 해결 못 합니다. 포퓰리즘으로 빠질 뿐이지요. 그러다 보니 모든 대통령이 불행해지는 겁니다.”
 
 
  “다음 대통령도 같은 상황 처할 것”
 
  ― 그럼 노무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지금 윤 정권의 부침(浮沈)과 같은 맥락입니까.
 
  “같은 맥락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죽하면 ‘대통령 못 해먹겠다’라고 했겠어요? 박 대통령도 그랬고요.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 보니, 청와대에서 법안 하나 만들어 통과시키는 데 평균 35개월이 걸립디다. 이런 나라에서 뭐가 이뤄지겠습니까. 되는 건 없는데 표는 얻어야겠으니 서로 비방하고 사소한 걸로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거죠.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겁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국무회의에서 유승민(劉承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두고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수행의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토로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 다음 대통령도 같은 상황에 처한단 얘기입니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들 자유로울 것 같습니까? 지금 국정 운영 체계는 오래돼서 고장 난 자동차입니다. 차가 안 가요. 대통령 출마하는 사람이나 소속 정당은 모조리 우리가 운전하면 잘 갈 거라 합니다. 국민을 속이는 거예요. ‘저 사람은 운전을 못해서 이 모양 이 꼴이다, 우리는 잘할 거다. 운전 경력도 있고, 미국에서 이런 자격증도 받았다’면서 핸들을 잡아요. 그때야 말합니다. ‘차가 고장 났네~!’ 고장 난 줄 알면서도 속이는 자들도 있어요. 왜? 운전대에 일단 앉아보고 싶거든. 운전대 주변에 뭐가 많아 보이거든. 마실 것도 있는 것 같고 간식도 있는 것 같고.”
 
 
  “유효기간 끝난 체제로 국가 운영”
 
  ― 차가 오래돼서 이제는 바꿀 때라는 뜻이지요?
 
  “1960년대는 국가가 산업을 키운 게 맞습니다. 민간 부문이 성장하기 전이었고 전체적으로 인적 자원이나 물적 자원이 굉장히 빈약했어요. 국가가 그 자원을 어떤 한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발전을 이끌었어요. 지금은 아니잖아요. 현재의 국가 체계는 민간 부문의 역량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런데 과거부터 갖고 있던 통제, 감독, 견인 기능은 다 가지고 있어요. 문제 해결은 못 하면서 권한은 갖고 있는 겁니다.”
 
  ― 국가가 민간 부문의 발목을 붙들고 있군요.
 
  “국가가 제 기능을 못 하니, 정치도 기능을 못 합니다. 권한은 있는데 문제 해결은 못 하니, 일이 안 되면 ‘당신 책임이야’ 서로 삿대질하고 싸우다 세월 다 보내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어요. 대통령 잘 뽑으면 나라가 잘된다고 생각해 대통령 뽑는 데 열을 올립니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가 불필요한 권능을 행사하는 이런 사회에서는 누굴 뽑든, 국회에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세종대왕이 다 들어가도 작동이 안 되게 되어 있어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정치인들은 몰락 과정에서 자기라도 살아남으려 이전투구(泥田鬪狗)하겠군요.
 
  “그러니 정치가 점점 더 투쟁적, 대립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때가 되면 책임지지 않으려 다 도망갑니다. 자신은 여당 속의 야당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에게 십자가를 지게 하고, 출당·탈당시킵니다. 정당 이름을 바꿔 분식(粉飾)하며, 4년 전에 영입한 동료를 도마뱀 꼬리 자르듯 4년 뒤엔 잘라냅니다. 그러곤 사회적으로 유명한 새로운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얼굴 마담을 시킵니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입니다. 앞으로도 예외가 없을 겁니다.”
 
 
  재정 적자와 정치 불신
 
  ― 대통령 임기 말에는 ‘이게 다 XXX(대통령) 때문’이란 말까지 유행하지요.
 
  “이건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에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재정 적자입니다. 가정에서 살림을 할 때도 수입과 지출을 맞추려고 합니다. 번 만큼 쓰는 거죠. 그런데 세계 주요 국가들 중 어디가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 있습니까. 재정 적자가 늘고 있어요. 표를 얻으려니 지출은 늘리고 세금은 줄이잖아요. 무능한 가장이 빚내서 떵떵거리고 사는 식인데 이게 얼마나 가겠습니까.”
 
  역대 정부의 평균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보면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는 재정 흑자였던 것이 문재인(文在寅) 정부 들어 적자로 전환됐다. 김 고문의 말이 이어졌다.
 
  “둘째, 정치적 냉소가 강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낮다고 하지만 외국에 나가보면 낮은 것도 아닙니다. 일본의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15%대를 기록했고,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어요. 그 정도로 정치 신뢰가 떨어진 겁니다. 민주주의에 위기가 닥친 거죠.”
 
  ―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런데 정치학자들은 민주주의 위기라 하면, 선거 제도나 정당을 지적하거든요.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니, 재정 적자 얘기를 하고요. 국정 운영에 참여해보고, 정치와 경제를 함께 조감하는 입장에서는 ‘국가주의의 시대가 지났다’고 보는 겁니다.”
 
  ― 그런데도 논쟁의 축은 좌냐 우냐 이념 논쟁에 맞춰져 있습니다.
 
  “요즘도 저에게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좌요 우요.’ 당연히 좌는 아니지요. 좌파는 국가의 역할을 점점 키우고 심지어 사유재산까지 철폐하자고 하는 이들이니까요. 저는 분명 오른쪽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문제는 한국의 보수, 진보가 다 사이비(似而非)라는 겁니다.”
 
 
  “대한민국 진보는 성장 담론이 없어요.”
 
  ― 왜 사이비인가요.
 
  “좌파 혹은 진보는 춥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서 일한다고 늘 말합니다. 없는 사람들이 언제 더 춥고 배고파집니까. 성장이 멈추거나 퇴보할 때예요. IMF 시기를 통해 알았잖아요? 전쟁이 나고 경제가 성장을 멈추면 어려운 사람은 더 비참해집니다. 그러면 진보야말로 성장 담론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진보는 성장 담론이 없어요. 그래서 사이비 진보입니다.”
 
  ―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이란 담론을 갖고 나왔는데요?
 
  “‘소득 주도 성장’은 외국에서 만든 ‘임금 주도 성장’이란 이론을 베낀 겁니다. 케인스 학파에서 주장한 이론입니다. 근로자에게 봉급을 많이 주면 내수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건데, 미국이 수출지향적 구도가 아닐 때의 담론입니다. 한국은 수출 위주 경제체제잖아요? 우리와 다른 세상 얘기를 베껴서 들고 나왔으니 적용되지 않지요.”
 
  ― 보수는 어떤가요.
 
  “보수는 ‘자유’를 이야기하지요. 자유는 사회가 상식적이고 공정하고 정의로울 때 성립되는 겁니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들고일어납니다. 공산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혁명이 그래서 일어났지요.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외치는 친구들이 전두환·박정희 대통령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빨갱이’ 잡는 반공주의를 말합니다. 이건 자유주의와 다른 얘기예요.”
 
  ― 참여정부 시절부터 국정 운영에 참여했는데, 한국 정치가 발전하고 있다고 봅니까.
 
  “발전의 의미는 사람이 자유로워지는 거라 생각합니다. 역사가 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치가 발전했던 시기가 있어요. 광복 이후 권위주의 체제를 넘어 자유와 민주를 향해서 나아갔던 시절이지요. 최근엔 발전이 더뎌지고 혼란 속으로 빠지고 있어요. 포기할 건 포기해야 되는데 정부가 권한을 계속 쥐고 있으니 나라가 엉망이 되는 겁니다.”
 
  ― 국가가 국가 발전의 방해물이 되고 있군요.
 
  “교육을 봅시다. 미국에서 줄리아드 음대, MIT 공대를 나와도 한국에서는 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없어요.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임용고시를 통과해야 해요. 줄리아드 음대를 나왔는데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수 없다는 이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교사의 기준은 누가 언제 만든 겁니까. 1950, 1960년대에 국민들이 중·고등학교도 졸업하기 힘들었던 시절 만든 최소한의 요건이란 말이에요. 그때 만든 제도를 지금도 고집하고 있는 겁니다.”
 
 
  “줄리아드 음대 나와도 교사 못 해”
 
  ― 하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면 현재의 교사 양성 제도만 옳다고 하지 않을 것 같네요.
 
  “교육부는 대안학교 같은 곳은 정규 학교로 인정해주지도 않습니다. 학부모들이 비싼 학비를 들여서라도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왜 보내겠습니까.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다니는 학교는 학교가 아니라 하고, 아이들이 졸고 있는 학교는 학교라는 겁니다. 20~30년 뒤에 우리 사회에 어떤 덕목을 가진 시민이 필요할지, 어떤 기술과 지식이 필요할지 교육부 관료가 알고 있을까요? 교육대학 교수가 알고 있을까요? 그런 이들이 국어 몇 시간, 수학 몇 시간 가르쳐라 일방적으로 결정해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에 강요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여기에 대한 의식은 하나 없이, 어떤 이가 국회의원이 되느냐만 따지고 있어요.”
 
  ― 공교육의 실패가 거론되기 시작한 지 벌써 20년도 넘었는데 지금도 입시 제도 탓만 하지요.
 
  “이런 교육체제에서 훌륭한 인재가 자라겠습니까. 안 나옵니다. 그런데도 누구 때문에 인재가 안 나온다 싸우고 있지요. 기본적으로 체제 자체가 문제인데요. 국가가 뭡니까. 결국 국민이 만든 게 국가인데, 시대가 변하면 국가(체제)도 변해야지요.”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듣고 보니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딴지(?)를 걸기도 어려웠다. 그는 지난해 2월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에 취임했다. 전경련은 이후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꿨고, 그는 회장 대행에서 상근고문으로 보직을 옮겼다.
 
  ― 경제 분야도 국가주의의 폐해가 심합니까.
 
  “배임죄와 횡령죄를 보세요. 굉장히 포괄적이죠. 기업이 권력에 눌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겁니다. 배임죄는 히틀러가 유대인 기업가들을 억압할 때 이용한 겁니다. 독일에서 출발해 일본을 거쳐 우리한테 들어왔어요. 정작 독일과 일본은 배임죄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완화하고 성립 요건을 엄청 까다롭게 해놨어요. 함부로 국가가 잡아넣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진짜 폭넓게 만들어놨어요. 걸면 다 걸립니다. 그러니 검사 사위 얻으려 야단이지요. 아니면 검사와 친분이라도 만들어야지요. 이게 대한민국 검찰 권력의 가장 어두운 부분입니다. 소위 진보는 국가주의자들이니 그렇다 쳐도,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보수 정당은 자유주의에 입각한 대안이 있어야지요. 검찰의 부당한 권력을 줄여야지요. 배임죄·횡령죄만 제대로 손봐도 검찰의 잘못된 비행이 절반으로 줄어들 겁니다. 그런 대안을 국민의힘에서 내놔야지요.”
 
 
  “대통령은 중병에 걸린 환자”
 
2003년 6월 26일 국정과제회의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총리(맨 왼쪽),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맨 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7월 12일 2025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1만30원, 기어이 1만원을 넘어섰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업종 종사자들에게 과연 좋은 일일까.
 
  ― 최저임금도 문제지요.
 
  “이런 최저임금이 어느 나라에 또 있습니까. 최저임금은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거잖아요. 예를 들면 강원도와 서울의 생활비는 많이 다릅니다. 이에 따라 차등 지급을 해야지요. 직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적용하잖아요. 다른 나라들은 근로자와 협약을 통해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놨어요.”
 
  ― 윤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부터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그 연설처럼 자유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고 보십니까.
 
  “지금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전해지지 않고 있어요. 김건희 여사, 해병대 대원 등 시비들에 걸려 있잖아요. 야당 입장에서는 일종의 전략일 수 있어요. 이런 시비를 계속 걸면 정권이 다른 일을 못 하거든. 중요한 메시지가 전달이 안 되는 거죠. 여당이나 정부는 시비에서 빠져나올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지 의문입니다.”
 
  ― 탈국가주의에 대한 생각을 윤 대통령과 종종 나누시나요?
 
  “저는 지혜로운 이야기를 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대통령을 뵙지 않습니다. 뻔한 이야기를 해서야 되겠어요? 제 나름대로 지혜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싶으면, 그때 뵙자고 요청하지요.”
 
  ― 윤 대통령을 만난 사람들 중엔 ‘1시간 만나 얘기 나누면 대통령이 59분 동안 이야기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요.
 
  “저와 얘기할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소한 50대 50이에요. 대통령은요, 중병에 걸린 환자와 같습니다. 약이 된다면 쓴약, 단약 가리지 않습니다. 모든 대통령이 걱정합니다. ‘내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그러니 쓰고 달고를 안 가립니다. 내가 약이 절실한데 그 약을 상대가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그 사람 말에 귀 기울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습니까.
 
  “대선 후보 시절 노 대통령을 보는 사람마다 말하는 겁니다. ‘말씀 좀 조심하세요’… 후보 입장에선 만날 듣는 얘기야. 그러니 누가 ‘긴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말 조심하라는 얘기 아닙니까. 알았습니다’ 이러는 거예요.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5000년 역사가 내 몸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대통령 후보가 됐다는 것, 앞으로 대통령이 된다는 것 자체가 5000년 역사가 내 몸을 관통하는 겁니다. 5000년 역사의 무게를 아침마다 느껴보세요.’”
 
  ― 그 말이 통했나요?
 
  “무섭잖아요. 5000년 역사가 몸을 관통한다는데. 며칠은 조용해요. 자제가 되는 겁니다. 노 대통령 임기 중 사회 원로들을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강원룡 목사, 함세웅 신부 등 전부 모셨어요. 한마디씩 부탁을 드린 다음 받아 적었어요. 한 바퀴 도는데 다들 똑같아. ‘바른말 안 하는 사람은 멀리하세요.’ ‘대통령은 쓴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고언에 귀를 기울이세요.’ 다시 한 바퀴 도는데 또 똑같아요.”
 
  ― 노 대통령이 가만히 듣고 있었나요?
 
  “대통령이 갑자기 펜을 놓아요. ‘됐고요. 고언은 제가 들을 만큼 듣고 있습니다. 인터넷 들어가서 노무현 어쩌고 욕하는 거 다 보고 있습니다. 지금 고언은 필요 없습니다. 직언하는 참모가 아니라 지혜를 주는 현자가 필요합니다. 혹시 주변에 지혜를 가진 현자가 계시면 추천을 해주십시오.’”
 
 
  “정책 법제화에 평균 35개월”
 
2004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관용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구두 등을 집어던졌다. 국회 경위들이 의장을 둘러싸며 방어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분위기가 확 바뀌었겠습니다.
 
  “원로분들이 다 조용해졌지요. 식사하고 가시면서 저에게 이런 말을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지혜를 가진 현자가 아니라 미안하다.’ 고언을 들어라, 인사(人事)를 잘해라, 이런 말을 본인은 1번 하는 거지만, 대통령은 1000번은 들은 겁니다. 지금 윤 대통령이 얽혀 있는 시비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안이 있으면 그게 지혜예요. 윤 대통령도 지혜를 가진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귀를 기울일 겁니다.”
 
  ― 그런가요?
 
  “제가 가서 한 30분 이야기하면 가만히 듣고 계세요. 거의 국정 운영에 관한 사안이죠, 누가 어떻고 하는 사소한 얘기는 안 합니다. 그런 후 대통령께서 이야기를 합니다. 듣고 소화한 것을 자신의 고민과 접목해 정리하는 겁니다. 저도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깨닫는 거죠. ‘아! 이런 부분을 고민하시는구나.’”
 
  ― 대통령의 힘도 그리 크진 않네요. 정책 하나를 법안으로 만드는 데 35개월이 걸린다니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 추진을 위한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려 했어요. 한데 기존에 세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분권위원회가 있었어요. 이 두 위원회의 위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었지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사퇴를 안 하는 겁니다. 그러니 두 위원회를 없애면서 새로운 위원회로 통합하기로 했어요. 위원회 구성을 규정한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위원회를 위한 법안을 추진했어요. 굉장히 빨리 추진됐거든요. 2년 가까이 지나서 통과됐습니다. 대통령 자문위원회 하나를 새로 구성하는 데 2년이 걸린 거예요.”
 
 
  文 정권의 알 박기 인사
 
  ― 자리 펴는 데만 2년이 걸린 거군요. 문재인 정권은 다음 대통령 뽑는 선거 전날까지도 인사를 했지요. ‘알 박기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고요.
 
  “현실적 고민은 이해해요. 자기 주변 사람 한 사람이라도 더 앉혀놓으려는 거죠.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닙니까? 제 이야기라 미안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로 바뀔 때 제가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어요. 저부터 위원들까지 다 임기가 남아 있었어요. 위원들을 설득했어요. ‘새 정부가 들어서는데 우리 다 사표 내자. 가능하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내자. 현직 대통령에게 결재를 받아 임기를 끝내야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해임되는 건 옳지 않다.’”
 
  ― 설득이 통했나요?
 
  “모두 사표를 냈고 다 모아서 제출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해 새로 위원들을 임명했어요. 왜 그렇게 못 합니까. 자존심 문제입니다. 임명권자가 바뀌었으면 사의를 표하고 다시 임명받는 게 맞지요. 임기가 남았으니 끝까지 가겠다? 이건 옳지 않아요. 새로운 대통령이 자문받기 싫다는데 왜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앉아 있습니까?”
 
  ―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민주당은 국정 운영의 파트너 역할보다는 다음 대선을 위한 사전선거운동에 전념하는 듯합니다.
 
  “지지를 획득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정당과 정치의 목적이니 그럴 수는 있습니다만, 그 방향이 중요합니다. 사람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오류 내지는 실수들을 후벼파서 되겠습니까. 큰 문제가 아니라면 중요한 안건들을 위해 덮고 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나 큰 그림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현미경을 들이대고 손톱을 깎았냐 안 깎았냐 이러고 있는 겁니다. 이 나라가 어디를 향해서 가야 한다는 비전을 절실히 추구하면, 상대가 어떤 색의 끈으로 신발끈을 맸는지 이런 건 안 보여요.”
 
  ― 생각해보면 윤석열 정부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을 향해 야당이 집요하게 제기한 시비들 중엔 국가 발전 방향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전무했던 것 같네요. 김건희 여사의 논문이 어떻느니, 대통령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느니, 도인과 친분이 있느니 하는 시비들이었지요.
 
  “탈국가주의 논쟁 같은 건 재미가 없으니까요. 제가 이 얘기를 30년 넘게 해왔는데 대중도 정치인들도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盧 대통령의 죽음과 喪主 정치
 
  그는 국회가 탄핵한 대통령 두 명을 옆에서 지켜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기 두 달 전 이런 글을 썼다. 김 고문이 쓴 책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에 실려 있는 부분이다.
 
  〈정치를 하는 목적이 권세나 명성을 좇아서 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를 위하여, 가치 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가 이룬 결과가 생각보다 보잘것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열심히 싸우고, 허물고, 쌓아 올리면서 긴 세월을 달려왔지만, 그 흔적은 희미하고,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실패의 기록뿐, 우리가 추구하던 목표는 그냥 저 멀리 있을 뿐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정치 판도가 좀 달랐을까요?
 
  “그랬으면 소위 진보라는 이들이 집권을 못 했겠지요.”
 
  ― ‘상주(喪主) 정치’로 집권하는 게 불가능했겠네요.
 
  “문재인 정부가 기용한 주요 인사들 중 상당수는 노 대통령이 얼굴도 안 보겠다고 한 사람들입니다.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인) 모 여성 의원을 두고는 ‘다시는 내 앞에 데리고 오지 마라’고 한 적도 있어요.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지향점이 180도 달랐거든요.”
 
  ― 한미FTA 체결 같은 노 대통령의 정책을 두고 흔히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고 표현하지요. 맞는 말인가요.
 
  “저는 그분을 1992년에 만났습니다. 그때 이미 노 대통령은 자유주의적 성향을 상당히 갖고 있었어요. 그러니 FTA며 지방 분권을 이야기한 거죠. 공동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어요. 시장의 한계도 알았지만 시장이 가진 역동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요.”
 
 
  “총리 지명 수락, 후회 안 해”
 
2004년 7월 20일 노무현 대통령의 난을 들고 당선 축하인사 온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DB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1월 2일, 국무총리에 그를 지명했다. 그러나 그는 총리가 되지 못했다. 인준을 위한 인사 청문회가 끝내 열리지 않아서다. 민주당이 청문회 개최를 거부했다. 그리고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다.
 
  사실 그는 이전에도 총리 내정자던 적이 있다. 그때도 ‘책임총리’로 물망에 올랐다. 2006년 당시 이해찬 총리가 3·1절 골프 파동으로 물러난 후 노 대통령은 그를 책임총리에 내정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인사들, 특히 당권 주자들의 반대로 낙마했다. 한명숙(韓明淑) 당시 국회의원이 총리 자리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지명에도, 민주당이 인사청문회를 끝까지 열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었을 터다. 민주당이 일종의 상징으로 치켜세우는 노 대통령이 총리 자리에 앉히려 했던 인사인데, 임명을 거부할 명분이 궁색하니 말이다. 민주당은 청문회 거부 사유로 ‘관행’을 들었다. ‘대통령이 총리 인선 발표 전에 야당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알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랬으면서 지금은 국회 원 구성 등에서 관행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 그때 박 대통령의 총리 제안을 수락한 걸 후회하십니까.
 
  “아니,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총리가 못 될 걸 알고 수락했어요. 다만 얼마 동안이라도 버텨서 상황이 완전히 극단으로 가는 걸 막아보자는 심정뿐이었습니다. 그러니 후회한 적이 없지요.”
 
  ― 돌아보면 당시 박근혜 대통령 옆엔 아무도 없었어요. 혼자 탄핵 바람 앞에 서 있었네요.
 
  “제가 제안을 수락한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었어요. 인간적으로 너무 안 돼서… 몰려도 너무 몰려 있었잖아요. 박 대통령은 누구를 시키지 않고 꼭 직접 전화를 걸어와요. ‘또 전화드렸습니다. 박근혜입니다’ 그러면서 부탁을 해오셨지요.”
 

  ― 박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길어낼 수 있는 교훈은 뭘까요. 김무성·유승민 의원과 사이가 틀어져서 탄핵됐다고들 분석하는데요.
 
  “그건 사석에서 대중이 소주 마시면서 나누는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학자나 언론조차 그 정도의 인식에 갇혀 있는 겁니다. 대통령이 누구랑 사이가 틀어졌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국가 체제 차원의 문제입니다.”
 
  ―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중립 의무 위반’ 사유로 국회에서 탄핵당했는데요.
 
  “그것도 결국 구실이었죠. 본질은 놔두고 옆구리를 찔러서 정권을 획득하고 사람을 죽인 당쟁(黨爭) 같은 거였지요. 결국 ‘네가 그때 이렇게 말했지’ ‘네가 우리 아버지를 욕보였지’ 이런 수준의 논쟁입니다. 이런 싸움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고민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책을 쓴 겁니다. 최소한 학자들이라도 고민해야지요.”
 
  2021년에 낸 책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 얘기다.
 
  ― 박 전 대통령이 출소한 후 만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규제 완화와 지방 분권
 
  ― 탈국가주의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습니까.
 
  “가장 큰 줄기는 규제 완화입니다. 헌법 개정이 아니라 현재의 법령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시장과 교육 분야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또 하나는 중앙 정부의 권한을 줄이는 것, 즉 지방 분권입니다. 지방이 소멸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방의 출생률이 서울보다 높습니다. 지방은 서울보다 집값이나 교육비 부담이 낮잖아요. 그런데도 지방을 살리지 못하는 건 권력이 중앙에 몰려 있어서예요.”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정부는 저출산 예산으로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약 380조원을 썼다. 예산의 상당 부분은 가임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 투하됐을 터다. 그런데도 지방의 출생률이 서울보다 더 높다는 게 놀랍다.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같은 연방제 국가처럼 권력이 분산된 나라는 한국처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안 일어납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지방에 권한을 안 줄까요. 혹자는 ‘지방자치 망국론’을 이야기합니다. 지방에 권한을 주면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예산을 방탕하게 쓰고 국가를 망친다는 거죠. 그런데 재밌는 점은 우리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해본 적이 없다는겁니다.”
 
  ― 지방선거로 지자체장을 뽑는데요?
 
  “지방의 시장·군수·지방의회 의원은 그 지역 국회의원이 공천하다시피 합니다. 경상도와 호남 지역은 임명권자가 대통령에서 국회의원으로 바뀐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게 무슨 지방자치입니까. 중앙의 오물이 지방에 흘러들어 가 있으니, 주민들이 지방자치를 냉소적으로 혐오하는 겁니다. 권한도 없어요. 지방의회는 자신들의 출장 여비도 스스로 결정 못 합니다. 행정안전부가 만든 여비 규정을 따라야 해요. ‘규정이 없으면 막 쓸 거다’… 막 쓰면 주민들이 가만히 있습니까? 주민들이 허수아비입니까? 국가주의적인 관점에서 국민들을 보지도, 듣지도, 판단도 못 하는 바보 취급하는 겁니다.”
 
 
  “탄핵 가능성은 낮아”
 

  ― 그래서 지방 분권을 주장하셨군요.
 
  “평생 이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안 들어요. 그런데 제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됐잖아요.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 정부’로 규정했어요. 그랬더니 ‘우리는 국가주의 정부가 아니다’고 반박을 하더군요. 그 바람에 국가주의 논쟁이 일어났어요. 학자로서 30년 얘기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정당의 비대위원장으로 한 번 딱 던지니 반향이 일어난 겁니다. 그게 정치예요. 그래서 제가 지난 대선에 나가려 했어요. 당선이야 되든 말든,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쥐어야 이야기를 할 수 있잖아요.”
 
  ― 그런데 왜 출마 안 하셨나요.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스무 명은 되는 것 같았어요. ‘여기 끼었다가는 마이크를 쥐기는커녕 대통령 병에 걸린 사람으로 여겨지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책을 쓴 겁니다. 평생 처음으로 국힘 국회의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책을 보냈어요. 제목만이라도 읽어달라는 뜻이었어요.”
 
  ― 또다시 탄핵이라는 비극이 시작될까요.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을 잡는 순간 손을 베이게 됩니다. 권력을 한창 행사하다 보면 내 팔에 금이 가고, 좀 더 휘두르다 보면 그 칼이 어느새 내 몸속에 들어와 있어요. 이것이 한국의 국가 권력이에요. 그러나 탄핵까지야 가겠습니까. 탄핵이 불러오는 여파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 국민들이 아시는데 그걸 용납하겠습니까.”
 
  ― 윤 대통령도 5000년 역사에 자신이 어떻게 기록될지 고민하고 있겠네요.
 
  “당연히 고민하지요. 그 고민을 안 하면 대통령이 아닙니다.”
 
  〈어느 한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실패했다면 그의 잘못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대통령과 그들의 정부가 실패하고 있다면, 우리의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그 대통령들과 그들의 잘못을 묻는 것 위에, 또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묻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만 생각하고, 어느 쪽이 집권할 것인가만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 모든 실패의 공범이 된다.〉
 
  그의 책 중 한 대목이다. 고장 난 차 안에 앉아 운전사에게 삿대질할 게 아니라, 새 시대에 맞는 최신 차량을 장만하기 위해 다 함께 길을 나서야 하지 않을까. 길 위에서 우리에겐, 우리 아이들에겐 어떤 차량이 필요할지 묻고 또 물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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