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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CBS 음악FM 〈행복한 동행〉 진행자 김현주씨

“‘내일도 함께 걸어요, 우리’ 클로징 멘트, 7080 사로잡았다”

글 :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취재기획위원  goms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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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분한 목소리로 중장년층에게 인기… 8년 이상 저녁 8시 청취율 1위 기록
⊙ CBS FM 〈행복한 동행〉 8년 3개월 진행… 4월 20일 방송 3000회 맞아
⊙ BTS의 랩이나 발라드부터 트로트까지 세대 아우르는 다양한 선곡
⊙ 〈젊음의 행진〉 〈가요톱텐〉 진행… 방송 DJ 경력만 40년
⊙ 1981년 KBS 탤런트 8기, 미스롯데로 방송 입문… 조용원·박경득과 동기생
⊙ “라디오는 감성 자극… 영상매체 시대에도 라디오는 생존력 있다”
CBS FM 〈행복한 동행〉 스튜디오 진행자 김현주씨. 사진=오동룡
  지난 4월 30일 CBS 음악FM(93.9MHz) 〈한동준의 FM 팝스〉를 들으며 양천구 목동 기독교방송(CBS)으로 가기 위해 올림픽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방송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가 지나 〈박승화의 가요 속으로〉가 흘러나왔다. 〈배미향의 저녁 스케치〉가 지나면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CBS 음악FM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의 시간이다. 목동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DJ 김현주(金賢珠·59)씨가 “여성 진행자들만 있는 ‘금남(禁男)의 공간’에 기자님이 오셨다”며 깔깔 웃는다.
 
  2016년 2월 3일 임시 DJ로 앞선 진행자로부터 오후 8시대 프로를 넘겨받은 김현주 DJ는 지난 4월 20일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 방송 3000회를 맞아 ‘보이는 라디오’로 청취자들과 만났다. 〈행복한 동행〉은 8년 이상 동 시간대(저녁 8시) 라디오 청취율 1위 프로다. 김현주 DJ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와 진행으로 7080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가 ‘올해로 환갑인데 환갑 맞은 요정 같다’고 하자, 그녀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59세”라며 “애청자분들이 ‘현주님 웃음소리에 힐링이 된다’는 글을 보내오면 오글거려 멘트를 못 하겠더라”고 했다. 1981년 KBS 공채 8기와 미스롯데로 방송에 데뷔한 그녀는 이후 연기자로도 활약했고, 〈젊음의 행진〉 〈가요톱텐〉 같은 유명 TV 프로 진행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사실, 〈행복한 동행〉 3000회의 기록 뒤에는 그녀의 40년 방송인 경력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다.
 
 
  ‘레스 토크 모어 뮤직’
 
지난 4월 20일 〈행복한 동행〉 3000회 ‘보이는 라디오’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조관우씨와 함께한 김현주씨. 사진=김현주
  — 방송에서 3000회 특집도 이례적인데요?
 
  “방송 중에 레인보우(모바일이나 PC에서 만나는 CBS 라디오) 댓글 창에 ‘D-30, D-29…’라고 올라오기에, 무슨 숫자냐고 청취자분들께 여쭤봤더니 ‘3000일 기념 카운트다운’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3000회를 시간상으로 따지면 8년 3개월인데, 저는 이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그런데 청취자분들이 앞장서서 텀블러, 손수건, 펜도 만들어 보내주셨고, 3000회 방송 당일엔 케이크와 떡도 보내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 지난 4월 20일 3000회 특집 ‘보이는 라디오’ 방송에서 가수 조관우씨를 초청해 노래를 들었는데, 생방송으로 음악을 듣는 것도 묘미가 있던데요?
 
  “그렇긴 하지만요, 저희 CBS 음악FM은 10년 전부터 캐치프레이즈가 ‘레스 토크 모어 뮤직(Less talk More music)’이에요. 이런 캐치프레이즈로 ‘노 게스트’로 끊임없이 방송을 이어오면서 음악과 DJ와 청취자 간의 소통을 더 중요시해요. 가능하면 음악 위주로, PD(김정훈)와 음악을 붙이자고 했고, 두 시간 동안 24~25곡을 내보내요. 대부분 2시간 라디오 프로그램은 노래가 20곡 정도 나가거든요. 음악 프로그램에선 파격적 시도죠.”
 
  — 방송을 듣다 보면 서너 곡씩 이어져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보통 한 곡이 3~4분인데, 4곡까지 연속으로 나가요. 다른 프로그램은 한두 곡 나가고 DJ 멘트가 나가는데, 저희는 주제나 흐름에 따라 청취자들의 신청곡을 한꺼번에 소개합니다. 청취자가 그걸 느끼고 있는데, 제 목소리가 툭 튀어나오면 꿈에서 깨잖아요. 계속 이어가시라고, 그날그날의 주제에 맞는 음악을 이어서 트는 겁니다.”
 

  — 하루 신청곡은 얼마나 되나요.
 
  “하루 신청곡이 4000~5000곡에 육박해요.”
 
  — 아니, 그걸 다 소개하세요?
 
  “아뇨, 그러니 얼마나 안타까워요. 방송에서 항상 입버릇처럼 오늘 아니면 내일, 다음 주, 여러분의 신청곡을 반드시 틀어드릴 테니 섭섭해하지 마시라고 ‘약장사’까지 하지요.”
 
 
  ‘어른들의 놀이터’
 
2017년 3월 21일 부산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CBS DJ콘서트 라디오 데이즈’에서 사회를 본 김현주씨. 〈FM 팝스〉 진행자 한동준, 〈가요 속으로〉를 진행하는 유리상자의 멤버 박승화, 〈그대 창가에〉를 진행하는 가수 이한철 등이 공연했다. 사진=김현주
  — 〈행복한 동행〉이 8년 이상 동 시간대 라디오 청취율 1위 행진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팔불출 같은 자랑을 하자면요, KBS·MBC·SBS 방송 3사의 동 시간대 프로그램 청취율 숫자를 다 합쳐도 저희 프로그램의 절반밖에 안 돼요. 방탄소년단(BTS)의 랩이나 발라드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선곡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것이 인기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중장년층이라 해도 BTS 노래를 싫어하지 않고요. 청취자 중에 고2인 김민후 학생은 중학생 때부터 ‘이치현과 벗님들’ 노래 들려달라고 했어요. 60대 청취자가 BTS의 노래 ‘봄날’이나, 걸그룹 뉴진스의 대표곡 ‘Hype Boy(멋진 소년)’를 들려달라면 무조건 오케이죠.”
 
  — 트로트도 소개하시죠?
 
  “그럼요. 어떤 분들은 ‘7080 프로그램인데,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 왜 안 틀어주는 거야’라고 불평하셔요. 그분들께 나훈아, 남진, 장윤정 노래… 다 들려드려야죠.”
 
  — 라디오엔 왜 청소년들이 들어오지 않죠?
 
  “우리 학창 시절만 해도 저녁 8~10시는 황금시간대였어요. 그런데 지금 8시대는 청소년들에게 ‘죽은 방송’이에요. 속된 말로 사카다치(물구나무서기) 해도 청취율이 안 나와요. 그만큼 청소년들은 휴대전화의 멜론을 통해 음악을 마음껏 듣고 있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스트 노래만 듣고 싹 빠져나가요. 어느 날 갑자기 라디오는 ‘시니어들의 매체’가 돼버린 거죠.”
 
  — 1984~85년 10대들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KBS 제2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김창완과 진행했고, 2001~03년에는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MBC 〈FM모닝쇼〉, 2016년부터는 중년들이 가장 사랑하는 CBS FM의 〈행복한 동행〉의 진행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겠네요.
 
  “그래서 머리를 짜낸 게 〈행복한 동행〉을 ‘어른들의 놀이터’ ‘어른들의 장터’로 만들기로 했어요.”
 
  — 어떻게요?
 
  “CBS 레인보우 게시판에 문자 게시판을 띄워놓고 큐(Q) 사인에 따라 방송을 시작해요. 음악이 나가는 동안 엄청난 사연들이 쏟아져 들어와요. 7080들이 들어오셔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 나눠요. 7080 세대들은 누구의 남편이나 아내로, 병든 부모의 자녀로, 취직 걱정하는 자녀들의 부모로 살잖아요. 정작 나를 잊고 희생하며 살았던 그분들이 어느 날, 〈행복한 동행〉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문득 학창 시절 친구들의 이름과 추억을 다시 소환하는 거죠.”
 
 
  “순식간에 ‘게시판’이 ‘대화방’으로 변해요”
 
1985년 무렵, 탤런트 손창민씨와 함께 KBS 〈젊음의 행진〉 사회를 보고 있는 김현주씨. 손창민씨 왼쪽으로 가수 김범룡씨, 김현주씨 뒤쪽으로는 듀엣 ‘한마음’을 결성해 ‘갯바위’와 ‘가슴앓이’ ‘친구라 하네’를 히트시킨 강영철씨와 양하영씨가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김현주
  — 맞아요, 저도 해바라기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를 들으면, 대학 시절 동해안을 고속버스로 일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음악의 힘이에요. 김수철의 ‘내일’이 나오면, ‘스쳐가는 은빛 사연들이 밤하늘에 가득 차고…’ 가사를 들으며 대학 1학년 때 대성리로 MT 갈 때 열차 안에서 불렀던 추억이 생각나는 거죠. 어떤 때는 음악 속에서 향기까지 느껴져요. 그때 내가 맡았던 그 냄새, 향기까지 코끝으로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 방송 중에 글을 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생방송 두 시간 동안 게시판에 3000~4000통의 사연이 올라와요. 그중에 100여 분 정도가 두 시간 내내 인터넷 라디오인 ‘레인보우’ 게시판에서 단 1분도 눈을 떼지 않고 서로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분들과 친구처럼, 가족처럼 사연 보내는 분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주고 계셔요. 어느 유방암 환우분이 글을 올리면, 완치된 분이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얘기하면서 위로하고 순식간에 ‘게시판’이 ‘대화방’으로 변해요. 그때 저도 음악이 나가고 있는 동안 게시판에 들어가 함께 대화를 나누죠.”
 
  — 아무래도 방송 시간이 오후 8시다 보니, 주부들은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차 한 잔 마실 시간이겠군요?
 
  “대부분 그러실 거예요. 청취자 한 분이 체코에서 레인보우로 〈행복한 동행〉을 듣고 있다는 거예요. ‘아니, 그곳 프라하의 아름다운 도시 풍광을 감상하셔야지, 왜 라디오를 들으세요’라고 했더니 그 여성분은 집에서 방송 들을 때 ‘지금 오키나와에 와서 듣고 있다, 뉴욕에 와 있다’고 할 때가 너무 부러웠다는 거예요. 미 동부로 이민 가서 아침 출근하면서 레인보우로 〈행복한 동행〉을 듣는 사연이 올라올 때면, 정말 ‘세계는 하나’란 생각이 들어요.”
 
 
  “40년 동안 딱 한 번 방송에 지각”
 
KBS 토크쇼 〈세상 사는 이야기〉의 공동 MC를 맡은 황인용 아나운서와 김현주씨. 사진=김현주
  김현주 DJ는 방송에서 청취자와의 호흡을 특히 중시한다. 부모상을 제외하고는 〈행복한 동행〉 청취자들과 늘 함께하고 있다.
 
  — 결방한 적은 없나요.
 
  “방송 40년 하는 동안 딱 한 번 방송에 지각한 적이 있어요. 재작년 1월 16일로 기억해요. 분당 집에서 오후 5시쯤 일찌감치 출발했는데, 너무나 예쁘게 내리는 눈에 방심하다 당했어요. 오후 6시쯤 되니까 눈이 쌓이기 시작했고, 서부간선로가 주차장으로 변했어요. 차를 버리고 방송국에 ‘SOS’를 치고 가까운 전철역으로 뛰었는데, 그날따라 하이힐을 신고 왔지 뭐예요. CBS 아나운서가 스튜디오에서 스탠바이를 하고 있었고, 저는 전철에서 레인보우 대화창으로 청취자들과 대화하면서 갔지요. 40분 늦게 스튜디오에 도착했는데,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 차를 타고 가다 듣게 되는데, 서너 곡씩 감성을 자극하는 곡들이 쏟아집니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아내에게 ‘김현주씨가 선곡 정말 잘하네’라고 하면, ‘프로듀서가 고르겠지’라고 해요. 누구 말이 맞습니까.
 
  “두 분 다 틀렸어요. 선곡은 백퍼센트 청취자가 해요. 방송 들어갈 때, 오프닝, 광고 협찬, 클로징 원고 석 장만 들고 들어가요. 선곡표는 없습니다. 그런데 피디의 역할이 왜 중요하냐 하면 그 흐름을 타야 하기 때문이죠. BTS 곡이 나가고 나훈아 곡이 바로 나갈 수 없잖아요.”
 
  — 진행자와 스태프들과의 호흡도 중요할 것 같군요.
 
  “김문숙 작가와 저는 20년 이상 호흡을 맞췄어요. 제가 출근하면 김 작가는 제 표정을 보고 ‘언니, 오프닝 바꿔야겠다’고 할 정도예요. 청취자 사연을 저랑 각자 고르는데, 80% 이상 사연이 겹쳐요. 그러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귀신’이라고 외치죠(웃음).”
 
  — 방송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멘트’도 그만큼 중요하군요.
 
  “저녁 8시 뉴스를 포기하고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이잖아요. 정치색만 제외하고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를 오프닝, 음악 속에 다 녹여야 해요. 요즘 여행 많이 가시는데, 공항에 수십만 명이 몰렸다면 ‘철없을 적 내 기억 속에 비행기 타고 가요’로 시작하는 거북이의 ‘비행기’를 틀어요. 만약 오늘 기온이 섭씨 29도 이상이라면, 더위 식히는 의미로 밀물과썰물의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를 들려드려요. 뻔한 선곡 안 하려다 보니 머리 맞대고 오프닝 준비를 하는 거지요.”
 
 
  “팝보다 가요 선호 추세”
 
1991년 KBS 2TV에서 방영됐던 월화드라마 〈형〉에 출연할 당시의 김현주. 헌신적인 맏형을 중심으로 삼남매의 인생역정을 그린 드라마인데, 아버지(김인문)가 노름판에서 잃고 온 돈을 다시 따오려고 ‘도리짓고 땡’을 하는 김현주씨의 모습이다. 사진=김현주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가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어보는 것과 똑같아요. 물론 제 취향이 아닌 음악들도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요. 안타까운 게 있다면 〈행복한 동행〉이 가요 프로그램이란 거죠. 마음 같아선 〈행복한 동행〉에 가요와 팝을 섞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최근 청취자들 추세가 팝보다는 가요를 훨씬 많이 듣는 추세래요. 개중에 사이먼 앤 가펑클의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를 틀어달란 분도 있는데요, 제가 ‘배미향씨한테 꼭 전할게요’라고 말씀드려요.”
 
  — 청취자들이 선호하는 곡들은 아무래도 중복되는 경우가 많겠지요?
 
  “이선희, 조용필, 이문세, 이승철, 조관우의 노래는 반복, 반복입니다. 요즘엔 임영웅, 김호중, 정동원의 노래가 많이 들어와요.”
 
  — ‘교과서에 나온 우리 가요(歌謠)’ 기획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교과서에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화이트의 ‘네모의 꿈’ 등 우리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곡들이 교과서에 실려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초등학교 때 ‘아빠하고 나하고’ ‘꽃밭에서’ ‘어린이날 노래’를 불렀는데, 특집으로 교과서에 나오는 옛 동요를 소개하면 좋겠다고 스태프회의에서 기획을 했는데, 청취자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 음악 프로 진행하면서 고인이 된 가수분들 노래가 나오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것 같아요.
 
  “그럼요. 어떤 때는 노래가 끝나고 ‘큐’가 들어왔는데도 나도 모르게 ‘휴’ 하고 한숨을 쉬어요. 예를 들면 김광석씨 같은 분은 같은 세대잖아요. 김현식씨와 방실이도 그렇고요. 그때 그 가수와 연관된 한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아, 영원한 것 없어요, 그치요?’라고 멘트를 시작하지요. 그야말로 마음에서 그냥 툭툭 터져 나오는 소리죠.”
 
  — 가수들이 아프거나 죽는 것, 국민들에겐 문화적 충격이 큰 것 같아요.
 
  “뭐랄까… 자신이 아끼는 노래를 부른 가수가 죽었다는 것은 충격을 넘어 커다란 상실감을 주는 것 같아요.”
 
 
  〈행복한 동행〉 기간 세상 떠난 부모님
 
1983년 11월부터 1년간 방영된 KBS2 드라마 〈금남의 집〉에 출연한 김현주가 부모님을 모시고 인터뷰한 기사 사진. 왼쪽이 아버지 김희만씨, 오른쪽이 어머니 전희숙씨다. 사진=김현주
  — 2020년 5월 8일 방송된 ‘내 인생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서 새엄마를 맞이한 아버지에게 돌 던지고 불효했던 딸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눈물의 사연을 보냈던 적이 있는데, 3000회 특집에서 그분이 다시 사연 보낸 걸 보고 왜 울컥하셨나요.
 
  “우리가 부모님을 보내드리는 나이잖아요. 일에 바쁘다 보니 치매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고 안타까워하는 사연들이 많아요. 부모님 살아계실 때만 해도 그게 가슴에 썩 와닿지 않았어요. 4년 전 아버지를, 올해 엄마를 떠나보내면서 ‘엄’ 소리만 나오면 그냥 눈물이 나와요. 한동안 아버지 떠나보내고 난 다음엔 정수라의 ‘아버지의 의자’ 노래가 나오면 스튜디오 밖에 나갔다가 노래 끝날 때 들어왔어요.”
 
  — 〈행복한 동행〉 진행하는 동안 부모님이 다 세상을 떠나셨으니, 9년이란 세월이 참 많은 변화를 가져왔군요. 그나저나 효녀신 것 같아요.
 
  “아유, 효녀는요. 그렇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어요. 아버지(金喜滿, 1925년생)는 법무부 교정국 공무원으로 공직에 계셨어요. 청송교도소만 빼놓고 대한민국 교도소 안 살아본 데가 없어요. 아빠 따라 주일날이면 모범수 재소자 아저씨들을 ‘오빠, 오빠’ 하면서 교회에 나갔지요. 어머니(田姬淑, 1929년생)는 전업주부셨어요. 제가 1남 6녀 중 막내인데, 부모님 두 분 모두 96세에 돌아가시기까지 가까이 있다 보니 정이 각별했던 것 같아요.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처럼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같은 심정이에요.”
 
  —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는 것이 슬픔을 잊는 방법 아닐까요?
 
  “엄마의 손을 너무 빨리 놓으면 슬퍼하실 것 같아서요. 영화 〈래빗 홀〉에서 4세짜리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딸 니콜 키드먼에게 10년 전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이렇게 말해요. ‘언제부터인가 견딜 만해져. 결국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조약돌처럼 작아지지. 때로는 잊어버리기도 해. 하지만 문득 생각나 손을 넣어보면 만져지는 거야. 그냥 평생 가슴에 품고 가야 할 것이야.’ 제게도 부모님이란 조약돌은 나의 주머니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아요.”
 
 
  고2 때 KBS 공채 8기로 연기자 입문
 
1981년 동명여고 2학년 재학 중 미스롯데 칠성에 선발됐을 때 모습. 트로피와 함께 부상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사진=김현주
  DJ 김현주는 1981년 상반기 KBS공사 탤런트 8기 모집에 응시했다. TBC가 KBS로 흡수 통합된 후의 탤런트 모집 첫해여서 응시자들이 구름 떼처럼 몰렸다고 한다. 2605명의 응시자 중 38명의 신인들이 뽑혔는데, 조용원, 안문숙, 박경득, 김현주, 권병숙, 오혜경, 장순천 등이 동기생들이다. 특히 여기에 뽑힌 8기생 중 박경득(영남전문대), 정혜영(서울여고), 김현주(동명여고), 이경례(숭의여고), 우제영(한양대 1년) 등 5명이 미스롯데에 선발됐다.
 
  — 1981년 동명여고 2학년 재학 중 미스롯데(롯데칠성)에 선발되셨네요. 재학 중에도 미인대회 출전이 가능해요?
 
  “그때 KBS와 롯데그룹이 공동 주최한 제4회 미스롯데 및 제8기 KBS 탤런트 선발 대회가 있었어요. 이력서, 교장 허가서, 담임 추천서가 필요했죠. 이운정 교장 선생님께 허가서를 받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어를 가르치신 이주현 담임 선생님께 수줍게 말씀드렸더니, ‘너같이 예쁜 아이가 나가지 않으면 어떡하니’라고 하시면서 추천서를 써주셨어요. 1기가 서미경, 2기가 명현숙, 3기가 원미경씨였고, 저는 4기생이었어요. 롯데칠성의 사이다 CF를 열심히 찍었지요.”
 
  — 탤런트 시절에도 똑 부러지는 목소리를 가진 연기자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요?
 
  “드라마는 KBS 탤런트 선후배 일곱 명과 함께 출연한 〈금남의 집〉이 기억에 남아요. 독특한 개성과 미모의 7명의 처녀가 한집에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죠. 여대생으로 출연한 저와 함께 선우은숙(간호사), 임옥경(관광 가이드), 차화연(은행원), 유가영(여기자), 이덕희(여대생), 왕영은(여대생)씨가 출연했어요. 당시 영상을 보면 볶은 머리 헤어스타일이 너무 웃기죠(웃음).”
 
  — 사극(史劇)에도 출연했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머니투데이》 문화부장님이 〈꽃반지〉(김재형 연출)라는 작품 영상을 보내주셨어요. 1985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KBS 2TV에서 방영한 일일 연속사극(175부작)인데, 최선아, 유동근, 김성원, 정영숙, 사미자 선배님이 출연했어요. 전 대감집 철딱서니 없는 막내딸 역이었고요. ‘어머니, 침소에 드시옵소서’라고 해야 할 것을 ‘어머니, 왜 침소에 들지 않으시옵니까’라고 했어요.”
 
  — 대사가 입에 착착 붙으시는 걸 보니 지금 당장 연기하셔도 되겠는데요?
 
  “기회가 오면 지금이라도 연기해야죠. 하고 싶어요. 대학(서울예대) 시절 연극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었죠. 드라마는 우르르 모였다가 사라지는데, 연극은 지방공연까지 소화하려면 1년 이상 팀원들 간에 유대가 끈끈합니다.”
 
 
  스튜디오가 주는 편안함
 
1985년 무렵, KBS 〈젊음의 행진〉 MC를 할 때, 가수 정수라씨와 분장실에서 깔깔대며 웃는 모습. 사진=김현주
  — 1980년대 인기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을 진행했고, 〈가요톱텐〉 같은 유명 TV 프로 진행자로도 활동하다, 라디오 DJ로 자리를 잡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라디오는 연기와 달리 제가 마음껏 펼치고 즐길 수 있는 매체 같았어요. 드라마는 캐릭터에 한정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제게 DJ는 너무 즐거운 일이었으니까요. 제가 일주일 내내 방송하면 청취자분들이 도대체 언제 쉬느냐고 해요. 근데 사실 저는 스튜디오 안에 들어와 있는 게 쉬는 시간이에요. 개인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방음벽 속 스튜디오에 들어와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고 행복해요. 스튜디오가 주는, 이 하얀 벽이 주는 아늑함이 있어요.”
 
  — 최근 MBN 〈한일가왕전〉을 통해 한일 가수들이 노래 대결을 펼치고 있어요. 한일 간 이런 노래의 문화 교류로 양국의 갈등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건 대단한 모험이고 신선한 시도네요. 독도 문제가 불거졌을 때, 〈행복한 동행〉에서 포지션의 대표곡 ‘아이 러브 유’만 틀어도 보수적 청취자들은 막 뭐라 그러세요. 원곡이 일본 노래여서 그랬던 거죠. 그 정도로 정말 조심스러운데,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서로의 언어로 노래를 부른다는 건 대단한 시도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그것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음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봐요.”
 

  —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휴일 없이 진행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생활 리듬이 완전히 바뀔 것 같은데요.
 
  “저녁 약속 같은 건 못 하죠. 사생활은 거의 없고, 설이나 추석 명절도 반납이죠. 밤 10시 넘어야 늦은 저녁이라도 먹을 수 있는데, 코로나19 때는 음식점 문 연 곳도 없었어요. 방송하기 위해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김현주 ‘개인’은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걸어요. 우리’
 
  — 영상이 압도적 대세인 텔레비전의 시대에 라디오가 갖는 강점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라디오가 갖는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1979년 영국에서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브루스 울리의 노래가 나왔지요. 즉 ‘영상매체 때문에 라디오 드라마의 스타들이 사장됐다’ ‘TV 때문에 라디오가 구세대의 유물이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는 주인공 최곤(박중훈 분)의 라디오 방송 첫날에 고른 첫 곡이기도 해요. 그 노래도 나왔지만, 라디오는 멀쩡히 살아 있잖아요? 라디오는 감성을 자극해요. 제가 클로징 멘트에 ‘내일도 함께 걸어요, 우리’라고 하면, 연인이 어디선가 툭 튀어나와 팔짱을 끼고 ‘우리 같이 가요’라고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어떤 상상 속에서 주는 즐거움, 그 기쁨이 라디오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추억 재생엔 라디오만 한 매체는 없을 것 같아요.”
 
  — 가수 겸 배우 김창완씨가 지난 3월 14일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23년 만에 하차하며 ‘무진장 슬프다’며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눈물 나죠.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행복한 동행〉의 클로징 멘트, ‘내일도 함께 걸어요~ 우리’, 그렇지만 영원한 건 없잖아요. ‘우리 내일부터 각자 걸어요’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럴 때 그 느낌이 얼마나 슬프겠어요.”
 
  — 애청자들이 ‘예수님 오시는 그날까지 계속하세요~’란 댓글도 보내던데, 언제까지 진행하고 싶으세요?
 
  “감독이 배우를 교체하면 배우는 무대에서 내려오듯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지금 이 순간, 어떤 분은 조깅하고, 어떤 분은 생을 마감하고 있어요. 저는 저녁 8시에 방송을 시작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선 아침 6시에 출근하면서 〈행복한 동행〉을 듣고 계십니다. 라디오는 시공을 초월하는 매체예요. 이런 축복받은 프로그램의 진행자 사명을 받은 것에 그저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김현주씨는 기자가 “‘함께 걸어요. 우리’라는 멘트가 참 좋다”고 하자, “제가 그 멘트를 할 때마다 청취자들이 한목소리로 ‘네’라고 한다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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