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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으로 간 K변호사 이준희

“일본은 한국 IT 기업에 새로운 이머징 마켓”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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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기업 디지털화 비율 절반에 못 미쳐… 일본 정부, 해외 IT 스타트업에 10조 엔 투자 계획”
⊙ “일본 5대 로펌에 한국 출신(재일동포·유학생) 변호사 7~10명씩 있어”
⊙ “일본 도쿄도 ‘해외 기업 유치 프로그램’ 최종 선정 기업 8곳 중 7곳이 한국 스타트업”
⊙ “K컬처 인기와 尹 정부 한일관계 개선으로 한국 기업 기회 증가”
⊙ “보수적이고 신뢰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와 기업의 특성 정확히 이해해야”
⊙ 김앤장에 핀테크팀 처음 창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법무실장, 쿠팡 부사장, 율촌 핀테크팀 총괄변호사 역임
일본 TMI종합법률사무소의 이준희 변호사. 사진=이준희
  최근 많은 국내 매체들이 일본의 현황을 전하면서 “일할 사람이 없다” “젊은이들의 취업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쉽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일본이 장기간의 불황에서 벗어나면서 한국의 대기업과 IT 기업,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도 활발하다. 일본 내 취업과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가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라인(LINE)을 두고 네이버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 등 한국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해 제도적·법적 불안 요소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2011년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됐지만 그동안은 외국 변호사가 국내 로펌에서 활동하는 인바운드(inbound)가 절대다수였고 한국 변호사가 외국에서 활동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는 거의 없었다.
 
 
  김앤장 출신 시니어 변호사
 
일본의 주요 기업, 언론사, 쇼핑센터들이 밀집한 롯폰기힐스. 가운데 가장 높은 빌딩이 TMI법률사무소가 입주한 모리타워다. 사진=조선DB
  이런 와중에 최근 경력 20년 이상의 시니어 변호사가 일본 로펌으로 이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율촌에서 일본 5대 로펌 중 하나로 이직한 이준희(李濬熙·50·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다.
 
  일본 로펌 5위(변호사 수 기준)인 도쿄 소재 TMI종합법률사무소에서 코리아데스크 총괄을 맡고 있는 이 변호사는 국내 법조계에서 손꼽히는 핀테크(finanace+technology) 전문가다. 그는 서울 상문고-서울법대를 졸업했고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며 김앤장에서 처음으로 핀테크팀을 창설해 총괄했다.
 
  이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법무실장,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 법무법인 율촌 핀테크팀 총괄변호사로 일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서는 디지털신사업 관련 법률 지원 업무를 총괄했고 쿠팡에서는 플랫폼 자체결제시스템인 쿠팡페이 등 핀테크 사업을 총괄했다. 2022년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주관한 ‘핀테크 부문 베스트 로이어’로 선정됐으며 금융보안원 자문위원과 금융위원회 금융보안 규제선진화TF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법률신문》 《디지털타임스》에 핀테크 관련 고정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와 온라인 인터뷰로 일본 시장의 현황에 대해 들었다.
 
  ― 국내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았는데요, 외국, 특히 일본을 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동안 금융·핀테크 관련 경력 외에도 일본 관련 경력을 꾸준히 쌓아왔습니다. 그동안 일본의 대기업과 금융그룹들은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 대부분 김앤장에서 자문을 받아왔는데 그때 일본어가 가능한 제가 주로 투입되면서 다양한 실무 경력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주로 일본계 대형 은행의 한국 내 업무를 지원했는데, 2010년대 초중반까지 국내 일본 자본의 역할이 크게 늘어나면서 업무량도 많았고 한일 금융 시장을 폭넓게 볼 수 있는 시간이었죠. 또 김앤장 근무 시절 유학을 통해 뉴욕주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 일본 1위 로펌(인원 기준)인 니시무라&아사히법률사무소에서 4개월간 인턴십 근무를 하는 등 일본 시장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 모국어나 영어가 아닌 일본어로 법률 업무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통번역 앱이 흔하지만, ‘System User Info’ 시스템에 저장돼 있는 사용자 정보를 가져옵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일본어를 공부하려면 한일사전, 일한사전, 일본어한자읽기사전, 옥편까지 4종류의 사전을 옆에 둬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언어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이고 법률체계나 비즈니스 용어가 비슷해서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국법사무변호사’
 
  ― 한국에서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변호사가 해외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습니까.
 
  “국가마다 변호사법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활동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가 국내 로펌에서 외국법자문사법 제2조 2항과 3항(편집자주: 2항 외국 변호사란 외국에서 변호사에 해당하는 법률 전문직의 자격을 취득하여 보유한 사람을 말한다. 3항 외국법자문사란 외국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한 후 제6조에 따라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자격 승인을 받고 제10조 제1항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사람을 말한다)에 따라 이른바 외국 변호사 또는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듯 외국에서도 한국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일본 로펌에서 한국법 전문 외국 변호사로 재직 중이고, 일본변호사법상 외국법사무변호사 등록을 곧 마칠 예정입니다.”
 
  ― 지금까지 한국 변호사가 일본에서 외국 변호사로 등록하고 일한 사례는 2002년 한 분뿐이었다는데요, 어떻게 이직을 결심했습니까.
 
  “사실 최근 1~2년 사이에 몇 명의 젊은 친구들이 외국 변호사로 진출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적극적인 관심과 수요가 커지기 시작한 거지요. 작년에 업무상 일본 로펌 여러 곳을 방문했는데, 그중 몇 곳이 저에게 제안을 해왔습니다. 한국 법을 잘 알고, 경력과 네트워크, 마켓인사이트까지 아는 시니어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일본 로펌이 이 변호사에게 이직 제안을 한 이유는 분명했는데, 그가 이미 한국 시장에서 금융, 핀테크, 결제시스템 등 소비자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시니어이기 때문이었다. 김앤장에서 핀테크 업무를 처음으로 시작했고 율촌에서는 십수 명의 핀테크 변호사들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으며, 현대카드·현대캐피탈과 쿠팡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금융,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지난 2021년 전자금융거래법 관련 세미나에서 법무법인 율촌 핀테크 총괄 이준희 변호사(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핀테크가 정확히 무엇입니까.
 
  “핀테크는 2010년대 초반 영국에서 산업적인 함의로 창작된 신조어입니다. 단어 뜻대로라면 금융과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지만, 이뿐만 아니라 금융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는 것을 뜻합니다. 과거 금융은 신용 관리, 수신과 여신, 자금 조달과 리스크 관리 등 공급자, 즉 금융사와 금융당국이 주체였는데 지금은 플랫폼사업자의 마켓플레이스에서 소비자가 금리를 비교하고 직접 결제 수단을 선택하는 등 소비자가 주체가 되고 있거든요.
 
  결제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 토스(toss)를 보면요, 결제란 과거에는 금융업에서 아주 작은 영역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토스가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도 중요한 결제 수단이자 소비자 금융으로 자리 잡았고요. 공인인증서도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금융 시장에 기술과 관련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법과 규제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고 기업이 신사업을 펼칠 때의 해석 기준도 부족했습니다. 법률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에 김앤장에서 핀테크 업무를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 법대 출신인데 금융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1974년생인데, 유학을 갔다 온 직후인 2010년만 해도 시니어 변호사 중 컴퓨터나 인터넷뱅킹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중 젊은 제가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하고 일을 하게 됐는데, 그동안 없었던 기준과 방향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보람이 있었습니다. 2010년대는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죠. 예를 들면 ‘천송이코트 사건’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2014년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인 천송이(전지현)가 입은 코트를 중국 시청자들이 사려 했는데 공인인증서의 벽 때문에 불가능했다는 점을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하면서 금융과 관련해 많은 제도가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 법조 시장도 빨리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후배들에게 롤모델을 보여주고 싶었다”
 
  ― 2016년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 스카우트됐는데요, 시대를 앞서 나간 것으로 평가받는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회장의 의중도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만.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정 부회장의 디지털전략, 글로벌전략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또 정 부회장께서 법률적인 부분, 특히 디지털신사업에 대한 법률 지원 부문에 대해서 전권을 맡겨주었기 때문에 보람 있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 3년 후 쿠팡 부사장으로 이직했죠.
 
  “국내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이 자체 결제 자회사를 만들어 성장하는 시기였습니다. 예를 들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것이죠.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1인자이기 때문에 쿠팡 역시 내부에 보유하던 자체 결제 시스템의 독립 경영이 필요했고, 쿠팡페이를 분사하여 활성화하고 공고화하는 것이 쿠팡의 과제였습니다. 그 과정에 제가 기여를 했던 것이고요.”
 
  ― 현대카드와 쿠팡은 결제 시스템 등 소비자 금융에 상당히 많은 족적을 남겼는데요, 다시 로펌(율촌)으로 돌아갔습니다. 핀테크 분야 총괄이었죠.
 
  “법조인으로서 인하우스(사내변호사)에서 할 수 있는 건 상당 부분 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율촌이 시장 규모가 커져가는 금융 분야를 강화하는 상황이어서 합류했습니다.”
 
  ― 법조계에서도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는데 왜 일본행을 택했습니까.
 
  “법조인도 평생 똑같은 일만 할 수는 없고 보통 10년 주기로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하려 하는데, 저는 금융과 핀테크, 일본 등 다양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해왔죠. 50대가 되면서는 이 모든 경력을 아우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시니어가 되면 실무보다는 이른바 마켓인사이트, 즉 통찰력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런 시점에 일본에서 제안이 온 것이고요. 일본에서는 이런 리더급 인사들을 와이즈맨(wiseman) 또는 구루(guru)라고 부르는데요, 제가 그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후배들에게 롤모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일본 5대 로펌의 한국 출신 변호사들
 
  ― 2010년에도 (인턴십으로) 일본에서 생활했는데,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릅니까.
 
  “변화를 확실하게 느낀 건 작년입니다. 제가 2023년 가을 한국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본 로펌 몇 곳에 출장 겸 표경(表敬·경의를 표시한다는 뜻의 일본어) 방문을 했습니다. 그때 정말 많이 놀랐어요. 저는 2010년 전후 일본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고 내 또래 변호사들과 갑론을박하면서 한일 양국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때만 해도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협소한 시장이었죠. 그런데 작년에 가 보니 다들 한국 기업을 거론하고 한국과 일하고 싶어 하고 한국 기업의 테크놀로지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겁니다. 한국 로펌에서 외국 변호사 뽑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요.”
 
  ― 일본 로펌엔 한국인 변호사가 없습니까.
 
  “제가 일본 로펌에서 일했던 2010년 얘긴데, 상식적으로 재일동포나 한국인 유학생 출신 변호사가 많이 있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대형 로펌에서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대기업과 한국 시장, 한국 기업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거죠. 한국 로펌도 2011년 법률 시장이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외국, 그중에서도 미국 변호사가 한국 로펌에서 자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한국 변호사가 일본이나 선진국 로펌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10여 년 만인 최근 가 보니 일본 5대 로펌에 한국 출신, 그러니까 재일동포 또는 한국 국적 일본 유학생 출신 일본 변호사가 7~10명씩 있는 겁니다. 과거에는 수요가 없으니 뽑질 않았는데 지금은 수요가 훨씬 많아졌다는 겁니다.”
 
  ― 일본 시장에서 한국 관련 수요가 많아졌다는 얘기죠? 이유는요.
 
  “IT 산업과 문화 산업 두 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IT 분야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배달앱 등 소비자 위주의 플랫폼과 이를 기초로 한 IT 및 스타트업 업체들이 일본의 문을 계속 두드려왔고, 최근에는 AI 알고리즘과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B2B SaaS 솔루션과 서비스로 무장한 여러 스타트업도 있지요. 그리고 컬처는 하이브나 JYP, SM 등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일본 내에서 K-POP과 관련한 일들을 하고 있죠. 이 외에도 드라마와 OTT 콘텐츠 제작유통 산업, 소부장을 중심으로 한 기술제휴와 협력, 기업 인수를 통한 그와 관련한 저작권 쇼핑·소비자 금융·관련법 및 제도·민형사 사건 등 다양한 법률적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한일 간 법률 서비스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불충분한 비대칭 시장 구도입니다. 앞으로 한일 법률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커질 겁니다.”
 
 
  “日 내수시장 포텐셜, 한국의 4배”
 
《조선일보》는 5월 22일 도쿄 아자부다이힐스에서 제2회 도쿄 스타트업 포럼을 개최했다.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을 지원하는 행사다. 사진은 작년 도쿄 스타트업 포럼. 사진=조선DB
  ― 한국 IT 기업들의 일본 진출 환경은 좋아졌습니까.
 
  “현 정부 들어서 한일관계가 좋아진 것도 있고, 일본 정부도 외국 IT 기업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현지 진출 비용으로 최대 1억 엔(약 9억원)을 지원하는 일본 도쿄도의 ‘해외 기업 유치 프로그램’의 최종 선정 기업이 지난달 말 발표됐는데 총 8곳의 스타트업 중 한국 스타트업이 7곳이나 포함됐습니다. 또 오프라인 스토어를 속속 내면서 비즈니스를 확대해 매출 25%를 일본에서 내고 있는 온라인 비대면 고객 상담 서비스 ‘채널톡’이나 한국보다 일본에서 매출과 트래픽이 더 높은 오디오플랫폼 ‘스푼라디오’처럼 이미 성공을 입증한 한국 스타트업들도 있고요.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 사실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도 하고 MZ 세대에게 한일관계는 옛날과 크게 다릅니다.
 
  “연령대 50대 이상은 일본 문화에 대한 애증이 있겠지만 3040 세대는 일본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한 세대이고, 1020은 아예 한일관계에 대한 개념이 강하지 않아요. 특히 일본 젊은이들은 오히려 한국을 K컬처에 기반한 문화선진국으로 인식하고 호감을 가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현황을 공략할 수 있다고 봅니다.”
 
  ― 한국과 일본은 문화 유사성도 적지 않죠.
 
  “한국과 일본의 교류는 오랜 뿌리를 갖고 있고 지금도 경제나 문화 분야에서 서로 연계성이 강한 이유는 언어장벽이 비교적 낮고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일본어를 조금만 배워도 일본에서 일상회화가 가능하거든요.
 
  또 일본은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의 ‘선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버블경제, 글로벌 기업, 저출산율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을 우리보다 몇십 년 먼저 경험하고 극복해나가고 있는 사회입니다. 그 내공이 쌓이다 보니 일본 인구는 우리의 2배가 조금 넘지만 그 내수시장의 포텐셜은 우리의 4배 수준이라고 평가됩니다.”
 

  ― 최근 일본 경기 활황과 함께 상당수 젊은이가 일본으로 향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일본 시장이 다시 커지고 있는 동시에 한국 기업과 한국인의 일본 시장 진출에 호의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에 일본을 새로운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이머징마켓이라면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데, 시대가 바뀐 것이죠.”
 
  ― 성장가능성은 동남아와 아프리카가 더 크지 않습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아직은 IT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갈 길이 멀고 따라서 수익성도 의문인 상황입니다. 일본은 기본적인 인프라는 구축돼 있고 디지털화가 조금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공략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신뢰와 안정성 중요”
 
  최근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화 진행도는 약 48% 수준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스타트업 시장에 10조 엔(8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해외 스타트업을 대거 유치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인데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등 IT 업체들에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한국인의 일본 진출은) 어려움에 처할 때도 많을 텐데, 특별히 주의할 점이 있나요.
 
  “일본과 한국 문화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일본은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문화가 확고합니다. 장인(匠人) 정신도 강하고요. 변호사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신뢰가 중요하고 가격 경쟁이 덜하다 보니 보통 사람들이 법률 서비스를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신뢰 관계를 쌓아서 진정한 비즈니스 동반자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의뢰인과 변호인의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 일본에서는 네이버페이나 토스 같은 모델이 아직 없거나 성공하지 못해서 우리 스타트업이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습니까.
 
  “시장의 확장성으로 볼 때는 그럴 수도 있지만, 일본 시장은 우리와 달리 신뢰와 안정성이 중요한 곳입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의 경우 쿠팡의 성공은 다이내믹하고 새로운 서비스에 매우 적극적이고 서비스의 편의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소비자의 특성이 크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일본은 성격이 좀 달라요. 매우 보수적이고 꼼꼼하며, 신뢰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와 기업의 특성을 우선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제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냉철한 인식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현지인 파트너와 유니크한 유통 네트워크 구조의 존중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재팬은 현관 앞에 물건을 두고 가는 서비스도 조금씩 상용화돼가고요. 결국 시장과 소비자에 답이 있는 것이고, 그 답을 진지하게 연구한다면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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