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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택정 문명교육재단 이사장

“文 정부, 사학 ‘식물인간’ 만들어… 자주성 되찾아야”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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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공공성 내세워 사학 규제… 사회주의적 방식”
⊙ “세금 지원받지만 국공립 학교와 같은 수준… 이사진은 단돈 1원도 못 받아”
⊙ “내신 5등급제? 서울 학생만 유리… 교육마저 수도권 집중”
⊙ “사학, 공립학교 몇 없던 시절 미래 국가 인재 양성에 앞장”
⊙ “영화 〈건국전쟁〉, 경도된 학교 역사교육, 균형감 갖는 계기 되길 바라”
⊙ “새마을운동 역사성 연구하는 재단 설립할 계획”

洪鐸正
1947년생. 마산고·영남대 행정학과 졸업 / 문명교육재단 이사장,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경북도회장 / 저서 《문명고 역사지키기 77일 백서》 《대통령과 쇠똥소령》 《문재인 정권의 사학 죽이기 : 식물사학》
홍택정 문명교육재단 이사장. 사진=김세윤
  “사학(私學)은 건국전쟁 최일선에서 분투한 참전용사입니다. 문맹(文盲) 퇴치는 물론, 미래 국가 인재 양성에 앞장섰기 때문입니다.”
 
  홍택정 문명교육재단 이사장(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경북도회장)은 사학이 우리 사회에 이바지한 공로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홍 이사장은 보수 교육계의 대표 인사로, 문재인 정부 시절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를 주도하며 사학 바로 알리기에 힘써왔다.
 
  그가 이사장을 맡는 문명고(경북 경산 소재)는 박근혜 정부 때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선정됐다. 당시 민노총·전교조 등이 학교에 몰려가 국정교과서 도입 폐지를 요구했을 때 그는 “균형 잡힌 역사관을 위해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를 함께 공부하겠다”며 맞섰다. 결국 국정교과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사흘 만에 교육 분야 첫 번째 업무 지시로 폐지됐다. 문명고의 연구학교 지정과 철회도 한때의 소동으로 끝났다.
 
  홍 이사장은 이후 책도 여러 권 펴냈다. 《문명고 역사지키기 77일 백서》에서는 2017년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파동 당시 좌파 교육·시민단체 반대에 맞섰던 문명고 교육 현장을 보여준다. 2022년 출간한 《문재인 정권의 사학 죽이기 : 식물 사학》에서는 문 정권에서 개정된 사학법이 개악(改惡)이며, 이 때문에 사학이 어떤 위기에 직면했는지를 진단했다.
 
  홍 이사장은 “우리 역사에서 사학의 공헌이 상당하지만 이렇게 사학을 천대하는 국가는 없다”며 “문 정부는 사학법을 개정해 사학의 ‘자주성’을 무력화했다. 이른바 ‘식물 사학’이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1일 경북 경산에서 홍 이사장과 만났다.
 
 
  “사학, 우리나라 이끈 인재 양성”
 
지난 2017년 문명고 한국사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저지 학부모 대책위원회가 대구지방법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 사학을 공교육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사학은 건학(建學) 이념에 따라 학교를 세웁니다. 이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후학(後學)을 양성하는 거지요. 교사들이 2~3년 근무하다 전근을 가는 공립학교 시스템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공립학교도 교훈이 있긴 하지만, 건학 이념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사학 교사들은 학교에 한 번 몸담으면 정년 때까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에 임하는 자세도 다른 점이 많습니다.”
 
  ― 대한민국 교육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사학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재정 형편상 공립학교가 몇 없었습니다. 이승만(李承晩) 정부 때 농지개혁이 시행됐습니다. 그때 농지를 보유한 많은 분이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교육에 관심이 매우 많았지요. 학교를 잘 운영하기 위해선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분 철학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380여 개 학교법인에 대해서는 농지개혁 대상에서 면제했습니다. 그렇게 설립된 사학은 우리나라를 이끌어간 인재를 많이 양성했습니다. 당시 정치인 대다수도 사학 출신이었지요.”
 

  ― 그런데 지금의 사학을 ‘식물’에 비유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학법 1조는 사학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자주성은 건학 이념과 목표에 따라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그런데 사학법 개정을 거치며 지금은 공공성(公共性)만 강조하는 게 현실입니다. 사학법 조항이 74조까지 있는데 지원 관련 조항은 단 2개 조항뿐이어서 ‘사학규제법’과 다름없습니다. 재산을 몽땅 털어 학교를 세웠는데, 그 재산마저 공공재(公共財)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공공성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것마냥 휘두르며 사립 교육을 국가가 주도하려는 것은 사회주의적 방식입니다. 사립학교 학부모도 국공립 학부모처럼 세금을 내는데, 정부가 사학의 손발을 묶고 식물인간처럼 만들어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역차별입니다.”
 
 
  “시도교육감, 사학 인사권 개입”
 
  ― ‘식물 사학’의 구체적인 사례가 있습니까.
 
  “문 정권 당시 사학법이 개정되면서 신규 교사 채용 과정 중 필기시험이 시도교육감에게 위탁됐습니다. 교원 인사권에도 공권력이 개입한 셈이지요. 그 이전부터 경북 사립초중고협회는 공동으로 신규 교사 공개 채용을 진행해왔습니다. 각 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전형위원이 되고, 이 전형위원회에서 출제위원과 채점위원을 선발했습니다. 수능 문제를 내는 것처럼 출제위원은 특정 장소에 모여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시험 문제를 냈고요. 시험 당일 새벽에 학교 인쇄실에서 시험지를 인쇄해 응시자에게 배부했습니다. 필기시험이 끝나면 각 학교 법인이 면접을 거쳐 교원을 선발했습니다. 5년간 이 과정을 유지하면서 참여 학교가 늘어났습니다. ‘경북 사학 법인들이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지요. 그런데 그 시기 경기도 지역에서 채용 비리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좌파 교육감들이 나서 사학 교원 채용 필기시험을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했습니다. 경기교육청은 면접까지도 교육감이 권한을 행사해 교원을 최종 선발한 뒤 각 학교에 통보했습니다.”
 
  ― 현재 문명중고도 이런 식의 채용 과정을 따르고 있습니까. 교원 선발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지금은 교육청에 필기시험을 위탁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사학 법인들은 1차 필기시험을 반드시 시도교육청에 넘기도록 한 사학법 개정안 조항에 대해 위헌 청구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사학법 개정안은 일부 사립학교에서 교사를 채용할 때 시험지를 유출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등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자 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이전에는 시도교육청에 위탁하면 행정·재정 지원을 하는 식으로 유도했지만, 이를 법으로 의무화한 것이다. 이에 사학 법인들은 “규제는 늘어가고 자율성, 자주성은 줄어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홍 이사장은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번 선거 결과가 사법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24년째 무급으로 일해”
 
  ― ‘식물 사학’의 또 다른 사례가 있다면요?
 
  “학교운영위원회를 기존의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변경했습니다. 학부모·지역사회인사·교원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 기구지요. 사학법 개정으로 이 학교운영위의 권한이 강화됐습니다. 학교장이나 사학 이사회의 권한이 침해되기 시작했지요. 이 역시 사학 운영의 자율권을 근본적으로 약화하는 장치입니다.”
 
  ― 사학도 세금 지원을 받는데, 국가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입니다. 사립학교 지원 국가 예산 중 학교 법인이 쓸 수 있는 돈은 단돈 1원도 없습니다. 저 역시 건학 이념을 실현하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24년째 무급(無給)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산 또한 국공립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만큼만 지원됩니다. 사립학교 교사들은 공교육을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이들에게 봉급을 주는 거지요. 학교 시설물 증축 같은 경우도 학생 편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원되는 것이고요. 이사장이나 이사진에게 지원되는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반면 학교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해 학생이 다치거나 죽으면 최종 민사소송 배상자는 이사장입니다. 사학 이사장은 책임과 노동만 있고 보상은 없는 자리입니다. 교원 인사권만큼은 사학의 불가침 영역인데, 그 인사권까지 뺏을 거라면 차라리 국가가 사학을 인수하 면 좋겠습니다.”
 
  ― 사학을 떠올리면 ‘비리 집단’이라는 인상이 짙습니다. 실제 비리 유무를 떠나 교육자로서 책임감이 클 것 같습니다.
 
  “그건 참 부끄럽습니다. 지난 정권 당시 사학 비리 신고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때 신고 접수된 내용을 보면 대다수가 행정이나 교무 업무상 절차가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었습니다. 사학 비리 관련 신고는 1건도 없었지요. 국가가 앞장서서 사학 비리 신고 홍보를 하니 국민들은 ‘사학엔 비리가 많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비리가 있다면 근절해야겠지만, 깨끗한 이사장이 더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거버넌스 없는 교육 정책, 하나마나”
 
  ― 보수 정권이 들어선 뒤엔 어떻습니까. 이전 정권과 비교해 나아진 점이 있나요.
 
  “보수 정권이라고 해서 이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사학법 개정 당시 교육부나 국가교육위에 사학 관련 인사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최소한 초중고 교사나 교장, 이사장이라도 한두 명 들어가서 교육 개혁을 논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정치권은 결국 한통속이라고 봅니다. 다만 좌파들이 유독 교육계를 휘어잡으려고 애쓰는 것은 교육계야말로 그들이 다루기 가장 어려운 단체로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번 정부는 유독 교육 문제를 놓고 논란이 잦은 모양새입니다. 학제 개편, 수능 킬러 문항 도입, 내신 5등급제 개편 등이 대표적이지요. 최근엔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데, 교육자로서 이번 정부의 교육 관련 정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섣불리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을 밝히자면, 거버넌스(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모든 이해 당사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없는 교육 정책은 하나마나 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교육부 장관 선임 문제만 봐도 돌고 돌아 이주호 장관이 또다시 임명됐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 누구도 이 장관을 성공적인 장관으로 평가하지 않지요. 우리나라에 숨은 인재가 많을 텐데 아쉽습니다. 의대 증원 문제도 정부 입장에선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방책이었을 테지요. 그런데 의사 소통 과정이 생략됐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는 듯합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거쳐야 하고, 거버넌스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번 사태로 드러났습니다.”
 
 
  “국정역사교과서, 친일·독재 미화 없어”
 
교내에 마련된 문명중고 역사관. 학교 설립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각종 자료와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세윤
  ― 박근혜 정부 당시 문명고가 국정역사교과서 연구 실험학교로 선정됐다가 대내외적으로 논란이 컸습니다. 연구 실험학교 신청 때부터 여기저기서 반대 목소리가 들려올 것을 예상했을 텐데, 강행했던 까닭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역사학계와 교단을 보면 좌파 학자가 많은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잖아요? 검정교과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좌편향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좌파 교육 단체에 소속된 교사들은 물론이고, 일반 역사 교사들도 좌편향된 교육 환경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배운 대로 가르칠 수밖에 없습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역사는 왜곡되는 거지요. 저는 이런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정역사교과서 집필엔 국내 최고 학자 27명이 참여했습니다. 검정교과서 집필에 통상 중·고등 교사 2명, 대학교수 1~4명 정도가 참여하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국정교과서 내용을 보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친일 미화, 독재 미화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객관적입니다. 중요한 건 문명고가 국정교과서만으로 역사를 가르치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국정과 검정 두 교과서를 함께 두고 비교 연구해가며 수업하겠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일각에서 문명고가 국정교과서로만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호도했습니다.”
 
  ― 왜 그렇게 반대했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만약 국정역사교과서가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으면 이걸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좌파가 권장해야 할 일입니다. 국정교과서가 친일, 독재를 미화했다면 좌파는 손뼉을 치고 환영했겠지요. 그저 국정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것 자체에 태클을 걸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교과서 시장 쟁탈전이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국정역사교과서가 나오면 기존 8개 검정교과서는 자리를 뺏깁니다. 단순히 교과서 1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각 검정교과서에 맞는 참고서, 문제집이 있는데 그 시장 자체가 흔들리게 되니까요. 학교가 검정교과서로 수업해야만 이들 출판 업체가 돈을 버는데 밥줄을 빼앗기는 게 싫었겠지요. 이것이 국정교과서를 결사적으로 반대한 이유라고 봅니다.”
 
  ― 만약 좌파 정권에서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도입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철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합니다. 먼저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균형 있는 학자로 구성돼야겠지요. 그리고 그 교과서 내용을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사전에 그 내용을 공개해야겠지요. 이것 역시 거버넌스가 명확히 구축돼야 합니다.”
 
 
  학생들과 영화 〈건국전쟁〉 관람
 
  ― 최근 대구·경남교육청 부교육감을 지낸 임준희 전 동양대 초빙교수를 문명고 교장에 임명했습니다. 고위직 교육행정가 출신이 중소 규모 사립학교 경영자가 된 경우는 드문데, 이유가 있습니까.
 
  “사립학교 현실이 어떤지 직접 경험해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본인도 원했고요. 임 교장은 그간 교육 본부에서 행정 지휘를 했습니다. 그런데 교육 일선에 와서 활동한다면 교육부가 그간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정책을 내놨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임 교장의 교육 철학 역시 우리 학교 건립 이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임준희 교장 역시 문명고 교장 취임 후 지난 3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명교육재단의 건학 정신과 ‘부지런히 배우고, 덕을 쌓아, 용기 있는 사람이 되자’는 홍택정 이사장의 교육 철학이 평소 꿈꿨던 것과 일맥상통해 문명고 교장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 최근 문명중고 학생들, 교직원, 학부모와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했다고 밝혔습니다. 행사를 추진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픽션과 논픽션을 분별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픽션은 재밌고 논픽션은 지루하다’라는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깨주고 싶었습니다. 100마디 말로 떠드는 것보다 한번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한데, 영화 〈건국전쟁〉은 이를 교육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였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를 토론할 수 있고, 지나치게 경도된 학교 현장의 역사 교육이 균형감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랐습니다.”
 

  ―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억지로 데리고 간 학생은 한 명도 없습니다. 희망자만 받았는데 학생 60여 명, 교사 10여 명, 학부모 10여 명 정도였습니다.”
 
  ― 학생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이승만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몇몇 학생은 이승만 관련 책을 찾아 더 공부해보겠다고 하더군요.”
 
 
  “교육계, 정치적 판단 하지 않았으면”
 
  ― ‘사학이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방향이 있습니까.
 
  “교과 편성권 등 모든 학사 운영을 학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사 일정을 마친 뒤 그 결과를 가지고 교육부 평가를 받으면 됩니다. 미국은 교과 편성권이 교장에게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천편일률적인 교육부 정책이 하달되면 그걸 모든 학교가 앵무새처럼 따라야 합니다. 교육부와 정부는 늘 창의성 교육을 강조하지만, 이런 구조에선 학생들의 창의성이 향상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육 일선의 교장이 학사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갖되, 사후에 평가를 받는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사학의 사명감과 존재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주성을 되찾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천대받을 바엔 우리를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이나 가난한 나라에 학교를 설립해 교육 봉사를 하는 편이 보람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마을운동 뿌리 연구하는 재단 설립”
 
  ― 우리나라 역사 교육 방향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교육계가 역사 문제를 두고 정치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법부 역시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법리적 해석 대신 정치적 해석을 한다고 비판받고 있지 않습니까? 교육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정권의 경우, 특정 인물의 공과(功過)를 분별하려는 국가보훈부 차원의 노력은 있지만, 교육부 차원의 역사 교육은 과거와 비교해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승만 1명만 놓고 역사적인 판단을 하는 것보다 김성수, 신익희, 조봉암, 김구 등 주변 인물을 함께 놓고 그를 평가해야 마땅합니다. 정부 수립같이 특정 역사 성과를 이루기까지 공헌한 사람들을 함께 부각시키고 평가해야만 불만 세력이 없을 겁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새마을운동의 역사를 연구하고 정립하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간 새마을운동의 성과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새마을운동의 역사성을 연구한 서적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선친(先親)께서는 1968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으로부터 5·16 민족상을 받았습니다. 상패 내용을 보면 영농의 합리화, 생활의 합리화, 영농의 근대화를 통한 농가 수익 증대에 공헌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3가지가 바로 새마을운동 정신인데, 흔히 새마을운동은 1970년 지방장관회의가 출발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패 내용에 비춰보면 1960년대 후반이면 이미 박 전 대통령 머릿속엔 새마을운동의 얼개가 정립돼 있는 듯 보입니다. 더 늦기 전에 새마을운동의 뿌리를 찾아 그 역사를 연구하는 재단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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